숫타니파타

[스크랩] 제 5장 서

수선님 2017. 12. 17. 12:13
 

                                                               서


976. 베다에 통달한 바라문(바바린)이 무소유의 경지에 이르고자 코살라족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남국으로 내려왔다.


977. 그는 앗사카와 아리카 두 나라 중간을 흐르는 고다바리 강변에 살고 있었다. 이삭을 줍고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978. 그 강변에 가까이 커다란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얻은 것을 가지고 그는 큰 제사를 지냈다.


979. 그가 제사를 끝내고 가지 암자로 돌아왔을 때 바라문 한 사람이 찾아왔다.


980. 그의 발은 상했고 목은 검게 탔으며 이는 더럽고 머리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암자 안의 바바린에게 가까이 와서 금화 오백 냥을 구걸하였다.


981. 바바린은 그를 보자 앉을 자리를 권하고 그의 안부와 건강을 물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982.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다 베풀어 주었습니다. 바라문이여, 용서해 주시오. 내게는 금화 오백 냥이 없습니다.”


983. “내가 구걸하는데도 당신이 베풀어 주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이레 후에 당신의 머리는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오.”


984. 거짓말을 한 그 바라문은 주문을 외우며 무서운 저주를 퍼부었다. 그 말을 듣고 바바린은 괴로워했다.


985. 그는 걱정의 화살에 맞아 음식도 먹지 못하고 풀이 죽어 있었다. 이런 사람은 정신의 안정을 누릴 수 없는 법이다.


986. 바바린이 두려워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본, 암자를 지키는 여신이 그의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987. “그는 머리를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재물을 탐내는 사기꾼입니다. 그는 머리도, 머리가 부서지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988. “그럼 당신은 알고 있겠군요. 바라건대, 머리와 머리가 부서지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989.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에 대한 지식이 내게는 없습니다. 머리와 머리가 부서지는 것도 모든 승리자(부처님)가 알고 계십니다.”


990. “그럼 이 세상에서 머리와 머리가 부서지는 것은 누가 알고 있습니까. 여신이여, 그것을 내게 말해 주십시오.”


991. “옛날 카필라 성에서 태어난 세상의 지도자가 계십니다. 그는 감자왕의 후예이고 석가족의 아들로서,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992. 바라문이여, 그는 참으로 눈을 뜬 사람이고 모든 것에 통달해 있습니다. 온갖 신통력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졌습니다. 온갖 것을 소멸한 경지에 이르렀고 번뇌를 멸해 해탈했습니다.


993. 그 눈 뜬 분, 거룩한 스승, 눈 있는 분은 세상에서 법을 설하십니다. 당신은 그분께 가서 물으십시오. 그분은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994. ‘눈 뜬 분’이란 말만 듣고도 바바린은 몹시 기뻐했다. 근심은 가벼워졌고 기쁨이 넘쳤다.


995. 바바린은 기뻐하며 여신에게 물었다.

“세상의 지도자는 어느 마을, 어느 거리, 어느 집에 계십니까? 그곳에 가서 가장 뛰어난 정각자에게 나는 예배드리겠습니다.”


996. “승리자, 지혜가 많은 사람, 티 없는 사람, 머리가 부서지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우왕(牛王) 같은 사람, 저 석가족의 아들은 코살라의 서울인 사밧티에 계십니다.”


997. 그래서 그는 베다에 통달한 제자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바라문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알리노니, 내 말을 들으라.


998. 세상에 출현하기 어려운 고귀한, 저 눈 뜬 분이 지금 세상에 나타나셨다. 너희들은 어서 사밧티로 가서 그 뛰어난 분을 뵈어라.”


999. 그러면 스승이여, 우리가 그분을 보고 ‘눈 뜬 분’임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1000. “베다에 서른두 가지 완전한 위인의 상이 전해지고 있고, 차례로 설명되어 있다.


1001. 몸에 그런 서른두 가지 위인의 상이 있는 사람, 그의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을 뿐, 셋째 길은 없다.


1002. 만약 그가 집에 머문다면 이 천하를 정복하리라. 형벌이나 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진리로 통치한다.


1003. 또 그가 집을 나와 집 없는 사람이 된다면 덮여 있는 것을 벗기고, 더없이 높은 눈 뜬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1004. 내가 태어난 해와 이름과 모습의 특징과 제자들과 머리와 머리가 부서지는 것을 마음속으로만 그에게 물으라.


1005. 만약 그가 진정 눈 뜬 사람이라면, 마음속으로 물은 질문에 말로써 대답할 것이다.”


1006. 바바린의 말을 듣고 제자인 열여섯 명의 바라문들. 아지타와 팃사 멧티야, 푼나카, 그리고 멧타구,


1007. 도타카, 우파시바, 난다, 헤마카, 토디야, 캅파, 현자 자투칸닌,


1008. 바드라우다, 우다야, 포사라 바라문과 지혜로운 모가라자와 위대한 수행자 핑기야 등.


1009. 그들은 저마다 무리들을 이끌고 있었으며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정신이 안정된 이들이며, 평안한 마음을 즐기고 현명하며 전생에 온갖 선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1010. 머리를 땋고 염소 가죽을 걸친 그들은 모두 바바린에게 예를 갖춰 절하고, 또 바른편으로 돌아 나가 북쪽으로 떠났다.


1011. 무라카의 서울 파티타나로 들어갔고, 옛날의 서울인 마힛사티로, 또 웃제니, 고낫다, 베디사, 바나사라는 곳으로,


1012. 그리고 코삼비, 사케타, 최고의 도시 사밧티로 갔다. 그리고 세타비야, 카필라밧투, 쿠시나라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1013. 그리고 향락의 도시 파바로, 베사리로, 마가다국의 서울 라자그리하로 가서, 아름답고 상쾌한 돌의 영지(靈地)에 이르렀다.


1014. 목마른 사람이 냉수를 찾듯이, 또 상인이 큰 이익을 구하듯이, 더위에 지친 사람이 나무 그늘을 찾듯이 그들은 서둘러 거룩한 스승이 계신 산으로 올라갔다.


1015. 거룩한 스승은 그때 여러 수행자들 앞에서 사자가 숲속에서 포효하듯 법을 설하고 계셨다.


1016. 빛을 비추는 태양 같고 둥근 보름달 같은 눈 뜬 사람을 아지타는 보았다.


1017. 그때 아지타는 부처님 몸에 위인의 상이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한쪽에 서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1018. ‘저의 스승 바바린의 태어난 해를 말하시오. 이름과 모습의 특징을 말하시오. 제자는 몇 명이나 가르치고 있는지 말해 보시오.’


1019. “그의 나이는 백스무 살이다. 그의 이름은 바바린이고 몸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으며 그는 3베다의 깊은 뜻에 통달해 있다.


1020. 위인의 특징과 전설과 어휘와 의례에 통달하고, 5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자기 교설의 극치에 도달해 있다.”


1021. ‘집착을 끊어 버린 으뜸가는 분이시여, 바바린이 가진 모든 특징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1022. “그는 혀를 가지고 자기 얼굴을 덮을 수 있다. 그의 양미간에는 흰털이 있고 음부는 감추어져 있다. 바라문이여, 그의 세 가지 특징은 이러하니라.”


1023. 질문자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은 감격하여 합장하고 생각했다.


1024. ‘누구일까. 신일까, 범천일까, 혹은 제석천일까. 도대체 누구에게 대답을 하신 것일까?’ 모두들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1025. “바바린은 머리와 머리가 부서지는 것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스승이시여, 그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성인이시여, 우리들의 의문을 풀어 주십시오.”


1026. “무지가 머리인 줄 알라. 신앙과 생각과 명상과 욕심과 노력에 연결되어 있는 밝은 지혜가 머리를 깨어 부수는 것이다.”


1027. 그래서 그 바라문은 크게 감동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염소 가죽으로 만든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부처님의 발밑에 머리를 숙이고 절하였다.


1028. 아지타가 말했다.

“거룩한 분이시여, 바바린 바라문은 그의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기뻐하며 거룩한 스승의 발밑에 예배드립니다. 눈이 있는 분이시여.”


1029. 스승은 대답하셨다.

“바바린 바라문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기뻐하라. 바라문이여, 그대도 또한 기뻐하라. 오래 살라.


1030. 바바린이나 그대들은 모든 의문이 풀렸을 것이다. 마음속에 묻고자 하는 것이 있거든 무엇이든 물으라.”


1031. 눈 뜬 분에게서 허락을 받았으므로 아지타는 합장하고 앉아서 완전한 사람에게 첫째 질문을 하였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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