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교인식론에서 배제(排除)이론
배제이론은 현상세계에서 보편적 사물은 실재하지 않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불교인식론의 주창자인 디그나가에 의해서 처음으로 제시되었으며, 불교의 추론과 언어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이다. 디그나가는 전체 철학적 사유를, 개별상은 지각(pratyaks.a)의 대상이며 보편상은 추론(anum�na)과 언어의 대상이라는, 배타적으로 이분되는 대상의 차이에 근거하여 구성한다. 두 종류의 대상들 중에서 보편상은 실재하지 않으며, 개별상에 근거하여 개념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독립성이 없다. 보편상은 오직 ‘배제’를 통하여 설명할 수 있으며, 구체적 기능인 추론이나 언어활동은 인식자로 하여금 개별적인 것을 분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소’라고 하는 보편적인 개념이 구체적인 ‘소’를 지칭할 수 있다. ‘소’가 가진 모든 실재적인 속성들, 보다 정확하게는 모든 ‘소 아닌 속성들’의 배제를 통하여, ‘소’라는 개념을 확정하는 ‘부정적인 정의’가 가능하다. 비록 디그나가가 추론과 언어만이 오직 개념적으로 구성된 보편이라고 주장할지라도, 그는 어떻게 이 이론이 실질적으로 인식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개별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보다 정확하게 ‘어떻게 개념적으로 구성된 보편에 대한 인식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물에 대해서 만족할 수 있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문제는 디그나가 이후의 불교철학자들에게 논의의 핵심이 되었다.
디그나가보다 500년 후의 논사인, 즈냐나스리미뜨라는 디그나가의 배제이론에 근거하여 그 논의를 발전시켰다. 즈냐나스리미뜨라는 인식자의 언어활동은 두 종류의 대상 모두와 관련 있지만, 두 대상은 서로 다른 형태로 관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즈냐나스리미뜨라가 ‘결지’라고 이름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인 대상들이 현현되고 개별적인 대상과 관련하여 만족할 만한 행동을 하게 된다.
즈냐나스리미뜨라는 ‘결지’의 과정은 비록 개별적인 사물들이 인식에 현전하지 않을지라도, 추론과 언어활동과 같이 의식의 개념적 상태가 인식자로 하여금 개별적인 것과 관련되어 행위하도록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소를 몰고 와라”는 명령을 듣게 되면, 일반화된 소의 형상(�k�ra)을 마음에 그려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소’를 몰고 와야만 하며, ‘소의 형상’을 몰고 올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 명령을 듣고 이해하고, 마음에서 분별하는 ‘소’는 실질적으로 몰고 올 수 있는 구체적인 ‘소’와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추론과 언어적 표현의 경우에 대상은 두 가지 형태이다.
형상은 우리의 의식에 현현되며, 개별적인 것들은 비록 의식에 현전하지 않을지라도, 결지의 과정에서 인식행위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결지의 과정은 의식에 현현하는 보편상과 인식 행위가 구체적으로 의존하는 개별상들 사이의 연결 고리이다. 따라서 즈냐나스리미뜨라의 배제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지의 과정이 즈냐나스리미뜨라의 철학에서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지라도 이 이론은 그의 독창적인 사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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