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

[스크랩] 유유자적(悠悠自適)

수선님 2018. 12. 23. 12:50

유유자적(悠悠自適)


소나무는 늙었고 구름은 한가한데

마음은 텅 비고 밝고 환하여 모든 것이 저절로 잘 맞다.


松老雲閑 曠然自適

송로운한 광연자적


- 임제록

 

 

   임제 스님의 노년의 경지를 그린 말이다. 참 부럽다. 설사 노년이 아니더라도 도가 있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그러했으리라. 소나무는 노송을 더 알아준다. 키가 얼마인지 모르게 크고 둘레도 몇 아름이나 되게 굵다. 가지도 많고 옹이도 많다. 세월의 흔적으로 상처도 많고, 구불구불한 것이 큰 용이 용트림을 하여 승천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거기에 구름이 흘러가다가 가지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함께 있는 것이, 멋진 벗을 만나 한가하게 한담을 주고받는 듯하다.


   그러면서 한편 고고하고도 위엄서린 모습은 보통 범인이 함부로 올려다 볼 수 없다. 속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절대 접근불가다. 구름이 비끼고 나면 높은 소나무 가지에는 서릿발이 서 있고 얼음이 맺혀 있다. 임제 스님은 그와 같은 마음을 다 지녔다.


   한편 “마음은 텅 비고 밝고 환하여 저절로 잘 맞다.”라는 표현이 참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도인을 생각하게 한다.


   이 짧은 글에서 진정으로 노선사의 고고함과 깊고 그윽한 유현함, 탈속함, 지극한 고요함, 자연 그대로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 예측불허의 변화가 그대로 다 묻어난다. 이것이 선심인가. 이것이 멋진 인생인가.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메모 :

'100편의 명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위법망구(爲法忘軀)  (0) 2018.12.30
[스크랩] 고정된 것은 없다  (0) 2018.12.23
[스크랩] 도(道)  (0) 2018.12.23
[스크랩] 망상을 버리라  (0) 2018.12.16
[스크랩] 무위진인(無位眞人)  (0) 201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