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인문과학 1

[스크랩] 정신의학에서 보는 연기적 자아 - 최훈동(서울의대 초빙교수, 한별정신병원/한별심리분석연구소)

수선님 2019. 1. 20. 13:23

정신의학에서 보는 연기적 자아


최훈동(서울의대 초빙교수, 한별정신병원/한별심리분석연구소)



목 차

Ⅰ. 서 언
Ⅱ. 정신의학의 종류
Ⅲ. 생물정신의학의 자아
Ⅳ. 심리정신의학의 자아
1) 심층심리학의 자아
2) 정신분석학의 자아개념의 변천(확장)
Ⅴ. 손상된 자아(자아 장애)
1) 자기개념과 신체상
① 자기개념
② 신체도식
③ 자아상
2) 자아장애
① 존재감의 장애
② 활동성의 장애
③ 단일성의 장애
④ 정체성의 장애
⑤ 빙의 상태
⑥ 임사체험 3) 자아장애의 임상적 범위
4) 신경증에서의 자아상
Ⅵ. 자아초월심리학의 자아
Ⅶ. 불교의 연기적 자아
Ⅷ. 결 어


Ⅰ. 서 언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 몸과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실체로서 ‘나’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안전함과 영원함을 갈망하여 고정적이고 영원한 자신(self)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는데, 이는 의식적 산물이 아니라 무의식적 산물이다. 자아라는 개념은 ‘나’라는 개념과 동의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개념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사용하고 그 정체를 의심해본 적이 없는 명백한 존재로서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철학이고 심리학이며 정신의학이다.

 

특히 불교는 자아의 정체에 대해서 가장 회의적으로 성찰한 최초의 사상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자아라는 관념은 이기심⋅갈애⋅집착의 원천이자, 증오⋅분노⋅속임수⋅교만⋅우울⋅불안⋅공포 등 모든 고통의 원천이다. 따라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아의 관념이,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 환상이고 거짓된 신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은 인식하는 주관과 대상으로서의 객관이라는 주관-객관 구도와 함께 현상 안에 본체가 있다는 현상-본체(질)의 철학 구도를 갖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몸과 마음의 이원론이 지배하였다. 서양 철학이 현상의 배후에 실재하는 실체 규명으로부터 출발하였듯이 이에 근거한 정신의학도 실체론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정신의학의 두 축인 심층심리학과 생물 정신의학에서 이루어낸 성과들은 실체론이 더 이상 근거가 없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심층심리학(정신분석학, 분석심리학 등)은 마음의 주체로서 자아를 단일 구조로 보지 않고 여러 연합 기능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뇌과학은 자아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여러 뇌영역이 연합하여 작용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불교의 연기론과 다르지 않아 심신 이원론 자체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Ⅱ.정신의학 PSYCHIATRY

정신의학에는 크게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과 심리정신의학(psychological P.)이 있다. 정신의학은 정신적인 영역을 다루면서 동시에 뇌를 포함한 신경과학을 아우른다. 심리학은 물론 문학,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 인문사회과학과 함께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과 손잡고 있고 음악, 미술 등 예술과도 연결되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응용과학이다.

 

대부분의 정신신체 이론들은 인간 존재의 다면적인 역동성과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차원의 상호의존성을 온전히 기술하는 데 있어서 부분적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란 내적-외적 환경에 대한 적응과 조절, 그리고 통합하는 기능(지각, 기억, 사고, 판단, 행동, 평가 등)을 수행하는 지속성과 정체성을 가진 심리구조를 지칭한다.

 

정신의학에서는 자아의식(ego-consciousness)이 개체가 모태와 분리된 후 점차로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 자아의 발달은 생물학적이고 선천적(유전적)인 조건과 더불어 영유아기에 뇌중추신경조직의 성숙, 특히 수초화(myelination)와 비례하여 이루어지며 유기체와 환경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노년기까지) 변화가 이루어진다. 자아의 형성은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발달 및 성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뇌의 성장은 환경의 영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환경은 생물학적 환경과 심리-사회적 환경이 있는데, 유전 인자와 심리-사회적 환경이 상호 작용하여 개체의 심신기능이 형성된다.


Ⅲ. 생물정신의학의 자아

세포 안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이 생물학이 규명한 최소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와 단백질을 자아라고 할 수 없다. 유전자나 단백질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연결인 시냅스 그리고 각종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의 복잡한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만 정신 기능들의 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무수한 신호와 명령을 주고받는 정보 네트워크를 이루어 생체를 조절하고, 개체 발생의 방향은 유전체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유전자가 곧 ‘나’라거나 영혼이 아니듯이, 나라는 정체는 어느 하나의 절대 원인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는 뇌과학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뇌 전체를 자아라고 할 수 없고 뇌의 특정 부위가 자아라고 할 수도 없다. 뇌의 영역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감각 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고, 이전 경험과 본능적 경향에 의해 자신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기능을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감시(monitoring), 정신적 여력의 분배(resources al-location), 과제 관리(task management), 갈등 해결(con-flict resolution), 기억 재생((memory retrieval)등이 포함되는데,) 이 집행기능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영역이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라 할지라도 ‘나’라는 핵심적인 느낌은 유지되고 있고, 일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의 차이에 대한 연구나 ‘나’와 관계된 낱말에 대한 연구, 그리고 자기를 인식하는 뇌 영역(mirror system)이 전전두엽 이외에 두정엽의 역할이 크다는 연구결과들을 보면 전전두엽 이외의 영역도 행동⋅경험 주체로서의 ‘나’에 참여함을 시사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적 연속성을 지닌 자기 개념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전두엽-측두엽-두정엽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이 참여하는데, 현재의 자기와 관련된 감각적인 정보는 전내측 전전두엽(ante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처리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자신을 자각하는 능력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과 우측 해마(hippocampus), 측두엽(temporal gyrus) 하부 등과 관련이 있고,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은 인간은 18-24개월부터(침팬지는 5-8세부터) 가능하다. 인간이 나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자립이 이루어지는 5-6세 경이고, 죽음을 이해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나이는 적어도 10살이 지나야 되고, 자아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청소년기이다.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감정⋅사고⋅행동방식인 성격 또한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선척적인 기질(temperament)과 개인적인 특성(character)이 있다. 기질적 요소에 의한 일차적인 감정(primary affect)은 신피질이나 해마(hippocampus) 등에 의해 추상화, 상징적인 해석, 분석과 연역적인 논리 등으로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에 대한 견해를 갖게 된다. 그리고 기질적인 요소에 의한 육체적인 감정과 욕동들을 인지적으로 조절하며 그 의미를 평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어떤 유형을 가지고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될 때, 이것을 그 개인의 특성(character)이라고 한다. 이를 정신분석에서는 방어기제, 이차적 사고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신경계 회로의 패턴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이미 존재하던 여러 신경접합(시냅스)들이 무작위적으로 연결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시냅스가 형성되었다가 환경적인 영향과 개인의 경험에 의해 적응에 필요한 시냅스만 선택적으로 살아남고 나머지 시냅스는 자연소실(apoptosis)되는 것도 개인의 특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한 개인의 성격적 특성은 유전적 요인으로는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며, 어떤 특성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조차 어렵다. Mischel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떤 순간의 사람의 행동 양상이나 생각, 동기, 감정 상태는 기질적 요소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fetal stem cell)의 복제로 동일 개체가 생겨나도 원래 개체가 갖는 기억을 공유할 수 없는데, 이 기억들은 신경세포와 시냅스, 이들을 아우르는 정보 네트워크에 저장되므로 이러한 연결성(connectivism)은 실체론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빙의와 관련된 해리성정체성장애(이중인격장애)와 해리성기억상실장애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고, 외상을 분절시켜 자기 것이 아닌 비현실적인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리성 정체성장애는 오른쪽 안쪽 전전두피질의 기능부전과 상응한다. 외상 관련 자서전적 기억의 회상을 억제시키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Ⅳ. 심리정신의학의 자아

심리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자아는 역동적 개념으로서 생활양식, 성격 패턴, 신념들이 포함되며, WHO에서는 생물적-심리적-사회적-영적(bio-psycho-socio-spirit- ual)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자아ego,자기self,나'I'ness 등은 거의 구별 없이 쓰이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드(본능/충동) - 자아 - 초자아로 구분하고 분석심리학에서는 자아-페르조나-그림자-원형-자기 등으로 세분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전체를 아우른 개념으로 자아가 사용된다. 동양에서는 흔히 소아 - 대아(진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심리과정의 다양한 힘들과 기능들을 개념화하고 체계화시킨 것에 불과하며 인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즉 실체적 구조가 아니라 이들은 서로 다른 정신기능 집단들로 일관된 특성이 있고 상호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면 꿈이나 신화, 민담에 나타나는 여러 인물들은 미분화된 감정기능들의 표상이다. 꿈에 나타난 어머니나 계모는 실제 어머니나 계모라기보다는 그들이 내포하는 긍정적 부정적 여성성을 나타낸다. 파괴적이고 삼켜버리는 모성상이 동물(늑대나 호랑이), 마녀, 유령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풍요와 번성, 양육, 공급, 성숙의 긍정적 모성상이자 변화와 재생의 장소- 삶과 죽음의 세계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자란 자아가 만나는 위기는 정신적 재탄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숙의 관문으로 계모나 호랑이 등의 위협적이고 박해하는 자로 상징화된다. 어려서 버림받을까 두려워함은 자라서 경이로운 재탄생으로 승화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원형들은 자아로 하여금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성숙을 유도한다. 근원적 무의식으로부터 막 분화 독립하는 자아는 분리의 두려움, 버림받는 두려움 등 성장통을 극복해야만 성숙한 자아로 재탄생하게 된다.

1) 심층심리학의 자아

심리학자마다 자아를 설명하는 관점도 다양하지만 대체로 자아란 현실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자신을 외적 내적 불안 요인으로부터 방어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무엇이다. 무의식을 다루는 심층심리학(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은 외부 현실과 내면의 무의식을 중재하는 나’로서 자아(Ich, ego)라는 말을 사용한다.
Nietzsche(1901)는 자아와 이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이성에 대해 말하자면, 모든 곳에서 행위와 행위자를 관찰하는 것이 이성이요, 의지가 세상 모든 일의 제일 원인cause in general이라고 믿는 것도 이성이다. 또한 이성은 하나의 존재로서의 자아, 물질로서의 자아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물질로서의 자아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다른 모든 존재에 투사하고 있다.’

Freud(1933)는 자아는 이성과 상식을 반영하는 반면, 이드id는 길들여지지 않은 정열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자아는 수많은 위험을 품고 있는 현실세계와 가까이 접해 있음으로 인해 점차 길들여졌다. 불쌍한 자아는 세 명의 엄한 주인을 섬겨야만 하며, 이들의 요구와 주장을 서로 조화롭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요구들은 항상 서로 빗나가며, 종종 서로 양립된다. 자아가 자주 이 과업에 실패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자아의 세 전제군주는 바로 현실세계와 초자아, 그리고 이드id다.’

Freud는 모든 정신현상의 의미를 입증하기 위하여 ‘무의식’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였는데, 의식은 자아가 인식하고 있는 영역이고 무의식은 자아에 의해 인식되지 않고 있는 영역을 말한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증상 및 꿈은 드러나지 않은 무의식의 욕구와 감정 및 동기에 의해 일어난다. 따라서 나의 것으로 보지 못하고 외부에서 주어지거나 타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정신증(psychosis) 환자들의 경우 극명하게 드러나고 정상인들도 꿈 속의 현상들을 그렇게 파악한다.

 

Jung은 전체정신의 중심에 의식과 무의식의 주체로서 자기(Selbst; Self)를 추가한다. 분석을 통하여 자기 자신 속의 미지의 속성과 가능성을 자아가 깨달아가는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자기실현이라 하였고, 전체정신으로서 자기는 ‘모르는 것’,‘알 수 없는 것’이면서, 신과 불성, 도 등 종교의 궁극적 실체가 자기의 상징적 표현이라 하였다. 분석 심리학에서 자기(Selbst)라는 말은 의식계에 국한된 자아(ego)와 달리 의식과 무의식을 구성하는 모든 콤플렉스들과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은 존재이자,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하나가 되는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한다. Jung에게는, 자기란 전 인격의 통합체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뿐 인지적으로 이해되거나 한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월적인 개념이다. 또한 자기는 궁극적으로는 정의되거나 기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2) 정신분석학의 자아 개념의 변천(확장)

심리적인 의미의 ‘나’를 규정하기 위해 마음의 영역을 의식 - 전의식 - 무의식의 구조로 나누어 본 것이 Freud의 초기 이론이다. Freud는 이후 자아의 개념을 도입하여,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주체이면서 정신 안에서 작동하는 여러 정신 기제를 조직화하는 정신 기능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로 자아를 정의하였다. 자아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면서 그 사람의 주관적 경험의 주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여러 정신 기제들을 총괄하는 부분이라는 것이 강조되었다. 그런가 하면 Erickson(1964)은 자아의 성숙으로서 정신발달 단계를 8단계로 설정하기도 하였다.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이 발전하면서 자아와 자기를 구분하여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대체적으로 자기는 그 사람, 특히 외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측면을 강조하였으며, 자아는 이드와 초자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정신의 구성 요소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구조물로 여겨졌다. 그래서 자아 안에 자기를 포함시켜서 ‘자기 역할을 하는 자아(ego-as-self)’와 ‘시스템으로서 작용하는 자아(ego-as-system)’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자기 심리학(seif psychology)에서는 자기를 이드, 자아, 초자아보다 더 상위의 정신 구조라고 보기도 하였다.(Gedo, 1979; Kernderg, 1982; Klein, 1976; Kohut, 1977). 대상 관계 이론에서는 자기의 표상과 대상의 표상 사이의 내적인 관계를 중시했지만, 자기 심리학에서는 실제로 외부의 누군가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자기 통합(self-cohesion)과 자기 존중감을 느끼게 된다고 보았다. Kohut는 초기에는 자기를 일종의 자기 표상(self-representation)에 불과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았으나, 후기에는 주관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시행하며 여러 수단을 이용하여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려는 주동적 자기(initiative self)와, 이를 경험하는 경험적 자기(experiential self)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자기대상(self object)이라는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과장된 이미지(grandiose self)와 이상적인 부모상(idealized parental imago)은 상상 속의 자기의 모습이 ‘대상’으로서 투영된 것(mirroring selfobject)이므로 ‘자기대상’이라는 것이다.

 

Stern은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자기에 대한 느낌(sense of self)이 존재하며 순서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발달한다고 보았다. 일생의 첫 두 달 정도 되어서 이제 막 생겨나는 자기(emergent self)는 주로 신체적인 욕구에 기초한 신체적인 자기 느낌이고, 핵심적으로 자기를 느끼는 느낌(core sense of self)은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생기는데 대인관계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7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가장 발전된 개념인 주관적인 자기 느낌(sense of subjective self)이 생기고, 언어적 또는 범주적 자기 개념(verbal or categorical sense of self)은 15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생긴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구술적인 자기 느낌(narrative sense of self)은 3세에서 5세 사이에 경험되는데 이것은 훗날 정신분석을 받을 때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기술하는 경우에 관찰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Ⅴ. 손상된 자아(자아장애)

통상적인 자아ego와 자기self라는 개념에 대해 신경학자나, 정신의학자, 정신분석학자, 심리학자는 자기개념 self-concept, 신체도식body schema, 신체개념body concept, 신체 카텍시스body cathexis, 신체상body image, 지각된 신체 perceived body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왔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개념을 지칭하지만 약간씩 다른 어감을 준다.

1) 자기개념과 신체상

① 자기개념 self-concept
자기개념 self-concept이란 용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완전히 의식적이고 추상적인 인식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반면에 신체상은 무의식적이고 신체적인 면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개념이 신체개념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우리가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정신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틀인 신체와는 독립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② 신체도식 body schema
신체도식이란 신체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입고 있는 옷이나 안경 등이 모두 자동적으로 신체도식에 포함된다. 이 신체도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만약 내가 운전을 하고 있다면 내 신체라는 개념 속에 차의 폭을 계산에 넣고 있기 때문에, 차를 몰고 보도로 뛰어들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안경, 담배, 지팡이들이 자기라는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Schilder(1935)에 따르면 신체상이란 어떤 경우에도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항상 타인의 신체상에 둘러싸여 있다. 신체상은 항상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체상과, 타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독립적이지 않다. 자기 자신에 대한 견해는, 다른 사람이 실제로 그를 어떻게 보느냐 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이라는 그의 믿음에 더 많이 의존하다.

 

신체상의 발달과정을 도식적으로 정리한 Bahnson(1969)은 자아상이란 항상 변화하며 정해진 형태가 없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순간에는 여러 가능한 자아상 중에서 특정한 일부만을 지각한다 하였다. 개인의 시야가 점차 넓어지고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면서 다양한 자아상이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③ 자아상 self-image
자아상의 핵은 이름과 신체적 감각, 신체상, 성별과 나이로 구성된다. 남자에게는 만약 그가 실직한 상태가 아니라면 직업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여자에게는 가족과 남편의 직업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마다 자기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이 다를 수 있다. 사람은 그가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나, 그가 동일시하고 있는 사회집단을 의도적으로 알림으로써 자아상을 드러낸다. 이는 ‘나이, 성별, 민족, 사회적 계층, 지위, 직업, 졸업한 학교, 국적, 출산지, 종교, 집안 등을 포함한다.’ (Argyle, 1975).

이렇게 개인의 속성으로서 자아상은 종종 비언어적으로 전달되는 다른 특성들 예를 들면, 기질이나, 성격적 특징, 지성, 믿음이나 가치관, 과거 경험 등이 포함된다.

2) 자아장애

실존철학자이자 정신병리학자인 Jaspers(1959)는 ‘나(I)’ 와 ‘내가 아님(not-I)’ 을 구별하는 능력은 네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Scharfetter(1981)는 Jaspers의 자아인식의 네 가지 특성에 자아의 활력ego-vitality을 추가하여 다섯 가지 특징으로 정리하였다.

a. 존재감(자아-활력) : 그 무엇이며being, 그 무엇으로 존재함existing을 인식하는 느낌. 난 내가 존재함으로 알며, 이는 자아 인식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b. 활동성을 인식하는 느낌 : 어떤 기능을 수행하거나 행동을 하면 자신을 인식할 기회가 생긴다.

 

c. 단일성의 인식 : 어떠한 순간에도 나는 여럿이 아닌 한 인간임을 안다.

 

d. 정체성의 인식 : 예나 지금이나 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한 사람으로 존재하여 왔다.

 

e. 자기 경계의 인식 : 나는 외부세계, 즉 내가 아닌 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특성이 손상 받으면 자아장애 또는 자기장애가 된다.

① 존재감의 장애 Disorder of Being
난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내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이는 내가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받아들이고 있는 가정이다. 이를 너무나 확신하는 나머지 의심이나 불확실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존재한다는 지식은 오로지 내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경험이 변할 수 있다.

‘난 존재하지 않아요, 이곳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이는 주요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허무망상에서의 핵심적인 경험이다. 덜 극적인 허무사고(망상이 아닌 경우)에서는 이인증이 나타날 수 있다.

② 활동성의 장애 Disorders of Activity
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행위를 하는 주체가 바로 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행하는 모든 행동,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사건을 통해, 나는 그러한 경험이 ‘내 것’이라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너무나 믿을 수가 없어서 꿈이 아닌가 싶어, 내 살을 꼬집어 보았어요.’

이 말은 바로 현실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 사이에서 겪는 묘한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사고를 포함하는 행동을 통하여 우리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한다.
움직임에 대한 느낌이 변화할 수 있다.

‘내 팔이 마치 다른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자기의 이러한 기능의 장애는 비정신병적 상태나 신경증적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공포증 phobia를 앓고 있어서 집에만 박혀있는 한 주부는 이렇게 말하였다 :

‘내가 혼자서 길거리에 나가면 공포를 느끼게 되요,
마치 쓰러지고 있는 것만 같아요(I feel as if I am falling over).’

③ 단일성의 장애 Disorder of Singleness
건강할 때는 한 사람의 사고나 행동이 잘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단일성에 대해 굳이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어떤 상태에서는 이 단일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꿈속에서는 종종 놀랍게도 연극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목격하는 일이 있다. 초월 명상 수행 중에서는 단조로운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자가 최면 또는 변화된 의식 상태에 들어가게 되며, 그 속에서 행위를 수행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자기’가 관찰자이자 관찰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④ 정체성 장애 Disorder of ldentity
나는 정체성에 있어서 일주일 전의 나, 또는 30년 전의 나와 동일하다.
이러한 자명한 진실이, 정신분열병이나 다른 기질성 장애, 혹은 신경증,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나 심지어 비정상적 상황(빙의 상태 possession state 참조)에 놓이게 된 정상인에게는 결코 확실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의 장애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기 주체성의 변화가 특징이다.

 

정신분열병 환자는 종종, 자신이 계속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 상태나, 신경증, 인격 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서도 연속감의 상실을 경험할 수 있다. 직장에서 파면될까봐 위협받는 사람은 불안정한 느낌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자신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지속성의 느낌은 삶에 있어서 기본적인 전제조건의 하나이며, 이것이 흔들리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너무나도 중요한 삶의 분기점을 겪은 후나, 아니면 특별한 외부 사건이 없더라도 큰 감정적 변화를 겪는 도중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청소년이 일주일 새 갑자기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짜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믿을 정도로 현실감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작업 중 심한 사고를 겪고 난 후 오랜 기간에 걸친 이인증을 앓게 된 한 남자의 부인은 그가 예전에 그녀가 결혼했던 그와는 닮은 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전에 그는 단호하고, 결정을 신속히 내렸으며, 가족 내 중대사를 결정하였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잃었고, 부인이 모든 일을 꾸려가야만 했다. 물론 그나 아내 모두 그가 예전의 그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모든 행동은, 마치 그가 비슷하긴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⑤ 빙의(憑依) 상태 Possession State
이는 ICD 10에서 해리(전환)장애(F44)의 하나(Trance and Possession Disorder)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비록 트란스 혹은 의식의 변화가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빙의 상태 possession state가 반드시 해리나 전환장애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드문 상황에서 집단적(집단 최면), 혹은 개인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개인의 주체성과, 주변환경에 대한 인지가 일시적으로 소실되며, 마치 무엇인가-정령, 힘, 신령, 심지어 다른 사람-에 들린 것처럼, 또는 들렸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한다. 병적 상황은(문화적, 종교적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정상적 상황과 달리) 본인이 원래 원하지도 않았고, 본인이나 주변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상황이 일어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귀신이 씌었다고 믿었던 37세 된 스리랑카의 한 가정주부의 경우 : 세 번에 걸쳐 그녀는 트란스 상태에 빠졌고, 외부세계와 단절되었으며, 할머니가 그녀에게 다가와 목을 조르려 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세 번의 에피소드에 대해 공포에 질리고 고통스러워하며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수면부족, 새벽에 깸, 식욕감퇴, 체중감소, 무기력, 피로, 처지는 느낌 등 우울증의 증상을 보였다. 그녀는 과거 일곱 살 때 어머니로부터 버려졌었다.

 

Wijesinghe 등(1976)은 스리랑카의 한 도시 주민 7,653명을 설문 조사하여, 이중 ‘빙의 트란스 상태’를 보인 37명(남자 9명과 여자 28명)을 확인하였다. 이들은 1) 변화된 의식 상태, 2) 그가 했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그가 행한 행위, 3) 트란스 기간 동안의 기억상실을 보였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보통 30분 정도 지속되었는데, 주로 감정적 스트레스나, 마귀축출의식을 지켜보는 등. 고유문화에 특이한 자극을 받은 후 발생하였다. 트란스 동안 환자는 안절부절못하며, 몸통을 리듬에 맞춰 떨고, 과장된 제스처를 보였으며, 공격적이고 명령적인 발언을 하였고, 특징적으로 화난 상태였다.

 

이들의 보고에는 이미 죽은 가까운 친척의 혼령에 들린 경우가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에서는 상황이 계속되면, 점점 더 숙련되는 경향이 있었다. 저자들은 이 중 단 한 사람만이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다 하였고, 37명 중 17명이 신경증이었다고 하였다.

Jaspers(1959)는 자아인식의 이상에 대해 기술하면서 의식의 변화를 동반한 빙의 현상과 의식이 깨끗이 유지되는 빙의 현상을 구별하였다. 전자는 주로 근원이 히스테리였으며, 후자는 정신분열병과 연관되었다.

⑥ 임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
또 하나의 자아 주체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의 예가 임사체험이다. 죽어 가는 사람이나, 죽음과 가까이 접촉했던 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Roberts와 Owen(1998)은 임사체험자들이 주로 경험한 증상으로는 이인증, 증진된 각성 상태, 여러 가지 ‘신비로운 의식상태’에 대한 묘사, 체외로 빠져 나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경험이 흔하며, 의식이 낯선 장소를 헤매거나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보고한다.

3) 자아장애의 임상적 범위 Clinical Range of Disorders of Self

자아인식의 변화는 매우 넓은 범위의 다양한 정신상태와 정신질환에서 일어난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상황에 따라, 예를 들어 피로, 배고픔, 갈증, 황홀경, 급격하지만 적절한 불안, 성적흥분, 입면시 혹은 꿈속에서, 비정상적인 압력이나 중력에 노출된 잠수부나 파일럿, 감각박탈, 최면 시에도 일어난다.

 

약을 복용한 후에도 역시 자아 인식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경한 이인증과 같은 자아 인식의 변화가 삼환계 항우울제를 비롯한 많은 약을 복용한 후에 일어날 수 있다. 더욱 뚜렷한 변화는 대마초, 메스칼린, LSD와 같은 마약 복용 시에 일어난다.

거의 모든 신경증이나 관련된 질환에서 환자들은 자아인식의 변화를 호소한다. 예를 들어, 급성불안증, 건강염려증, 전환증상을 동반한 히스테리, 거식증에서 자아상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정신증에서는 현실판단력 상실의 일환으로 자아인식이 장애를 받게 된다.

4) 신경증에서의 자아상 Self-Image in Neurosis

신경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신경을 많이 쓰며, 또한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매우 신경을 쓴다. 그는 종종 타인과 잘못된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써 받는 피해에 극도로 취약하며, 자신이 쉽게 상처를 입는다고 느낀다. 이는 모든 면에 걸친 주관적인 불안을 초래하여,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

 

그는 자신이 전적으로 혼자이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낀다. 이러한 독특성에 자신의 모든 주의를 기울여야 하므로,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자아상에 대한 도취는 자기애narcissism의 개념과 유사하다. 신경증 환자들의 세가지 특징은 자아에의 전적인 도취, 자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전반적인 공포, 친밀한 인간관계로부터 후퇴하게 하는 불안이다.

 

신경증 환자의 사고장애는 자신의 자아상과 자신이 맺는 대인관계를 평가하는 생각과 태도에 국한된다. Ryle(1975)은 레퍼토리 격자에 나타난 신경증 환자의 특징을 기술하였다. 종종 의미 공간 내에서 환자가 바라보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간에는 큰 거리가 있으며, 신경증 환자는 그들의 세계와 사람을 흑백논리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미세한 구별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의 부족 때문에, 그들은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부적절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환자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자신에게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으며, 이는 결국 부적절한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Ⅵ.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자아

인본주의 심리학에서 파생된 자아초월심리학은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을 상정한다. 의식을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prepersonal - personal - transpersonal)으로 간주하여 낮은 수준의 의식에서 높은 차원의 의식에 걸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Wilber(1986)는 9단계의 마음(의식) 수준을 설정한다. 개인은 최대의 성숙을 향해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아, 매슬로우는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로저스는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fully-functioning person)으로 표현한다. 정상인도 자아 초월로 향하지 않으면 발달정지(developmental arrest) 상태로 본다. 이 경우 자아는 전통적인 자아(소아)를 의미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자아초월은 온전한 자아(대아)를 의미하고 있다. 그것도 초월적 자아가 따로 있어 그것을 실현한다기보다는 순수의식 또는 우주의식의 상태로 고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Ⅶ. 불교의 연기적 자아

인도 사상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서양과 마찬가지로 현상의 배후에 있는 실체의 탐구였다. 기원전 500년경을 중심으로 성립한 우파니샤드 문헌에 이르면 현상의 배후에 있는 통일적 원리로서 우주의 궁극 실재인 브라만(Brahman),그리고 이것을 주체화한 아트만(Ātman)이 등장한다. 이를 비판하는 불교는 모든 것은 상호의존하여 일어나는 연기론을 주장하는데 불교의 무아의 본래 뜻은 자아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자아 초월도 아니다. 자아의 현상은 있되 실체로서 자아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관습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나는 존재하나 고정된 실체로서 영속되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아는 자아라는 견해가 소멸됨을 말하는 것이다. 무아는 바른 견해와 바른 사유의 결과이며 이것이 계-정-혜 삼학의 지혜이고 깨달음의 내용이다. 진정으로 깨달으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집착과 분노와 같은 나쁜 감정들의 발생이 소멸된다. 자아의 비어 있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과 타자, 세계와의 상호 연관성을 경험하게 되고 단절감도 사라진다.
저자가 연구한 결과를 요약하면

 

a. 불교의 자아는 오온(五蘊 ; 다섯 가지 존재 다발)이 라는 신체적ㆍ정신적 통합체로서 연기적 자아이며, 실체적 자아가 아니라 ‘자아상’ 또는 ‘자아 개념’이다.

 

b. 정신적ㆍ육체적 과정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실체적 믿음이 나에 대한 집착과 소유, 세계와의 분별을 낳아 대립갈등에 휩싸이게 된다고 불교는 주장한다.

 

c. 자아의 부정 또는 소멸로서의 무아는 사물의 실제모습을 자각하는 원리이자 고통과 갈등의 치유방법이다.

d. 무아의 정신 치료적 의미는 의식적ㆍ무의식적 집착을 자각하고 소멸시키는 것으로서 인지적 통찰과 정서적 통찰을 포함한다.

 

e. 불교의 연기적 무아는 현대정신의학의 관점과 어긋나지 않는다.


Ⅷ. 결어

이상에서 살펴본 심리정신의학이나 생물정신의학의 입장은 모두 절대 자아가 존재한다거나 특정 부위가 실체적인 자아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기보다는, 역동적이고 조건적인 개념으로 자아를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관찰자아라는 표현 보다는 관찰하는 자아기능이라 표현하는 것이 보다 사실과 부합된다 하겠다.

 

심층심리학을 위시한 심리정신의학의 관점은 정신을 신체와 분리시키고 정신의 주체로서 자아나 자기 개념을 다양하게 도입하여 심리기전을 설명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불멸의 실체로 파악하는 고정된 자아라기보다 역동적인 자아이다.

 

신경과학을 위시한 생물정신의학의 결론은 정신과 신체의 주인으로서 명령자가 별도로 있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는 믿음일 뿐, 뇌 어디에도 (과거에는 심장에 있다고 생각) 명령자로서 영혼이나 자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조건(전기적 자극, 화학적 변화 등)에 따라 다양한 정신 상태가 일어날 뿐이다.
이처럼 ‘나’라는 정체는 어느 하나의 절대자아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현대 과학이나 정신의학이 도달한 견해이다. 심신기능 만으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는 역동적인 자아의 개념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을 정태적으로 보지 않고 수많은 조건들에 의해 발생되고 상호 의존관계로 파악하는 불교의 연기론과 부합되어 연기적 자아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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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담마푸자나
글쓴이 : 담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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