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의 기본 가르침
부처님 원음, 모호하지 않고 명료 |
초기불교의 목적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초기불교는 열반이라는 궁극적 행복의 실현을 근본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숫따니빠따>는 “열반을 실현하는 것(nibbana-sacchikiriya)이야말로 으뜸가는 행복”(Sn. 267번 게송)이라고 결론짓는다. 열반의 실현은 부처님의 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그러면 열반은 어떻게 해서 실현되는가? 열반은 당연히 수행(patipada, bhavana)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와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우리는 교학(pariyatti)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열반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교의 교학과 수행 즉 이론과 실천을 갖추어야 한다. 이 둘이 없이도 열반은 문득 실현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행심의 논리, 저 로또 복권의 논리일 뿐이다.
인류가 가지는 세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첫째는 나는 누구인가, 둘째는 세상이란 무엇인가, 셋째는 진리란 무엇인가이다. 당연히 신들과 인간들의 스승인 부처님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그것도 아주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오온(五蘊)’이라고 명쾌하게 말씀했다. 나라는 존재는 물질(몸뚱이, 색), 느낌(수), 인식(상), 심리현상들(행), 알음알이(식)의 다섯 가지 무더기(온)의 적집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12처(눈.귀.코.혀.몸.마노와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와 18계(12처와 여섯 가지 알음알이)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온.처.계는 모든 불교의 기본교학이 되고 있다.
교학은 온처계근제연 여섯 가지
수행은 ‘37보리분법’ 으로 집약
나와 세상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조물주니 절대자니 신이니 하는 어떤 힘센 존재가 만들어낸 것은 더군다나 아니다. 나와 세상은 조건발생(연기)이요 여러 조건(緣)들이 얽히고 설키어서 많은 괴로움을 일으킨다. 이것을 부처님을 12연기로 정리했다. 그리고 나와 세상과 여기에 존재하는 이러한 괴로움(고)과 괴로움의 발생구조(집)와 소멸구조(멸)와 소멸방법(도)에 대한 연기적 통찰을 진리(제)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하셨는데 그것을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저 사성제라 부른다.
그리고 나와 세상과 진리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4념처(마음챙김의 확립), 4정근(바른 노력), 4여의족(성취수단), 5근(기능), 5력(힘), 7각지(깨달음의 구성요소), 8정도로 이루어진 37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보리분법)을 수행할 때 열반은 실현된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이처럼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은 온.처.계.제.연과 37보리분법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상좌부 불교의 근간이 되며 주석서 문헌들의 중심에 놓여 있는 <청정도론>은 “여기서 무더기(온), 감각장소(처), 요소(계), 기능(근), 진리(제), 연기(연)의 가르침이 통찰지의 토양이다”(Vis.XIV.32)라고 설명하고 있고, 37보리분법은 <상윳따 니까야> 제5권의 근본주제이다. 한국불교에서 조석으로 독송되는 <반야심경>에도 기본교학은 온.처.계.제.연의 다섯으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초기불교의 기본 가르침은 교학과 수행의 둘이요, 교학은 온.처.계.근.제.연의 여섯으로 정리되고, 수행은 37보리분법으로 집약된다. 이처럼 부처님의 원음은 애매모호하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앞으로 필자는 이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음미해 보려 한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 2595호/ 2월3일자] 2010-01-30 오전 10:41:57 /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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