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초기불교인가?
빠알리어 전승으로 원음 근접
자의적 해석 피하고 곡해 제거
필자는 초기불전인 빠알리 삼장의 완역을 발원하고 나름대로 번역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많이 받는 질문이 ‘왜 하필이면 초기불교인가?’이다. 필자는 다음의 8가지로 정리해서 대답한다.
첫째,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이다.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불교 2600년의 전개에도 그 뿌리가 있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뿌리를 모르는 불교는 역사를 아는 이 시대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초기불교는 불교 만대의 기준이요 표준이며 잣대다. 무엇이 불교고 무엇이 불교가 아니냐는 판단을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불교의 뿌리인 초기불교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 핵심은 무상.고.무아.열반이다. 무상.고.무아는 초기불전 도처에서 삼특상(三特相)으로 강조되며, 열반은 초기불교가 제시하는 궁극적 행복이다. 북방에서는 무상.무아.열반을 삼법인(三法印)이라 하여 불교냐 아니냐를 구분짓는 잣대로 삼았고, 무상.고.무아.열반의 넷을 사법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셋째,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하고 있으며 분석적이다. 이는 수학을 토대로 하여 전개되는 과학이라는 현대의 방법론과 일치한다. 5온.12처.18계.22근.4제.12연기와 37보리분법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체계는 나와 세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법이다. 그래서 서구 불자들은 불교를 과학(Science)라고 역설한다.
넷째, 초기불전의 매개 언어인 빠알리어를 비롯한 범어는 격변화와 동사곡용을 기본으로 하며, 이는 한글과 같은 언어체계이다. 그러므로 같은 언어체계를 가진 한국 사람들에게는 경전을 곡해하거나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할 소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다섯째, 초기불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는 주석서가 있다. 이 주석서는 사리뿟따 존자 등 부처님의 직계제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빠알리어로 전승된 초기불교는 불교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서 탈피하여 불교교리에 대한 곡해를 제거해 준다.
여섯째, 한문으로 번역되거나 만들어진 삼장은 결국 2차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고 부처님은 빠알리어 혹은 이에 가장 근접한 언어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승불교도 인도 표준어인 산스끄리뜨어로 기록되어 전승되어 왔다. 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전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곱째, 초기불교의 이해는 진정한 자주불교를 구현할 수 있다. 부처님의 원음을 통해서 중국불교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효스님 등이 추구했던 자주불교의 전통을 오늘에 구현할 수 있다. 초기불교야말로 자주불교를 구현하는 최상의 방법론이다.
여덟째, 교세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불교가 딛고 일어서야 할 바닥이요 발판이요 출발점이다. 초기불교는 뿌리이기에 가지인 대승불교를 결코 거부하지 않는다. 가지를 거부하는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초기불교는 후대불교를 살찌우는 뿌리이다. 뿌리를 통해서 자양분을 흠뻑 빨아들일 때 진정한 대승불교, 올바른 한국불교가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불교신문 2591호/ 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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