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

[스크랩] 불설장아함경 제15권

수선님 2019. 2. 3. 11:18
[484 / 740] 쪽
  

불설장아함경 제15권

 

 

  후진 홍시 연간에 불타야사ㆍ축불념 한역
  
[제3분] ③
  22. 종덕경(種德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앙가국(鴦伽國)에 계시면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첨파성(瞻婆城)에 있는 가가(伽伽)못 가에 머물고 계셨다.
  당시 첨파성에는 종덕(種德)이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 성은 인민이 많고 번성하였으며 풍족하고 즐거웠다. 파사닉왕(波斯匿王)은 이 성을 종덕 바라문에게 봉(封)해 주어 범분(梵分)으로 삼았다. 그 바라문은 7대를 내려오면서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眞正]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다. 이학(異學)의 3부(部)를 외워 통달하였고 온갖 경서를 다 능히 분별하였으며 세상 서적의 깊은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대인(大人)의 상법(相法)과 길흉을 점치는 법과 제사 의례에도 능하였으며, 5백 명의 제자를 두어 언제나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첨파성에 사는 모든 바라문ㆍ장자(長者)ㆍ거사(居士)들이 모두 이 소문을 들었다.
  '사문 구담(瞿曇) 석가 종족의 아들이 집을 나와 도를 이루었는데, 앙가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첨파성에 있는 가가(伽伽)못 가에 이르러 머물고 계신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
[485 / 740] 쪽
  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고 또 남을 위해 설법하는데, 그 말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바르고 참되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도 청정하다.'
  그들은 말했다.
  “이러한 진인(眞人)1)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함께 찾아가 뵙는 것이 좋겠다.”
  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함께 찾아가 뵙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서로를 이끌고 첨파성을 나가 무리지어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때 종덕 바라문은 높은 대(臺)에 올라 멀리서 여러 사람들이 무리지어 서로 따라가는 것을 보고 시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일로 저렇게 무리지어 서로 따라가며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시자가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사문 구담 석가 종족의 아드님께서 집을 나와 도를 이루셨는데 앙가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첨파성의 가가못 가에 이르러 머물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고 또 남을 위해 설법하시는데, 그 말씀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바르고 참되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도 청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첨파성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은 서로 무리 지어 따라가 구담 사문을 뵙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그 때 종덕 바라문은 곧 시자에게 명령했다.
  “너는 빨리 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그대들은 기다리시오. 내가 거기에 도착하면 그 때 함께 저 구담의 처소로 갑시다'라고 전하여라.”
  그 시자는 곧 여러 사람에게 가서 “여러분 잠깐 기다리시오. 내가 거기에 도착하면 그 때 함께 구담의 처소로 갑시다”라고 종덕의 말을 전했다.
  
1) 10호 중의 하나인 지진(至眞) 즉 아라한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486 / 740] 쪽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시자에게 대답했다.
  “너는 빨리 돌아가 바라문에게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함께 갑시다'라고 아뢰어라.”
  시자가 돌아와 아뢰었다.
  “모든 사람들이 멈춰서서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함께 갑시다'라고 합니다.”
  그러자 종덕 바라문은 곧 대에서 내려와 중문에 섰다. 그 때 다른 5백 바라문들이 사소한 인연으로 먼저 문 앞에 모여 있다가 종덕 바라문이 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일어나 맞이하면서 물었다.
  “큰 바라문이여, 어디를 가려고 하십니까?”
  종덕이 대답했다.
  “사문 구담 석가 종족의 아드님이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앙가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지금 첨파성에 있는 가가못 가에 이르러 머물고 계신다고 한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명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시는데 그 말씀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참되고 바르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은 청정하다고 한다. 이러한 진인(眞人)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나는 이제 그 곳으로 가서 만나 뵙고자 한다.”
  그러자 5백 바라문이 종덕에게 아뢰었다.
  “보러 가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그가 마땅히 당신께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니, 당신께서 찾아가시면 안 됩니다. 이제 큰 바라문께서는 7대를 내려오면서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마땅히 당신께 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이학(異學)의 3부 경전을 외워 통달했고 온갖 경서를 다 잘 분별하며 세상 서적의 깊은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 능히 대인의 상법과 길흉의 점치기와 제사 의례(儀禮)에도 능하십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얼굴이 단정하고 범천과같은
[487 / 740] 쪽
  몸[色像]을 지니셨습니다. 이러한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계덕(戒德)이 뛰어나고 지혜를 성취하셨습니다. 이러한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말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변재(辯才)가 구족하고 의미가 청정합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큰 스승으로서 제자가 매우 많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항상 5백 바라문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사방의 학자들이 모두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며, 모든 기술과 제사의 법을 물을 때 모두 자세히 대답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파사닉왕과 병사왕(甁沙王)의 공경과 공양을 받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창고에 재산과 보물이 가득하게 많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마땅히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큰 바라문께서는 지혜가 밝고 언변이 좋아 두려울것이 없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그 때 종덕은 모든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그대들의 말과 같다. 나는 진실로 그러한 덕을 갖추고 있으니, 그런 덕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대들은 마땅히 내 말을 들으라. 사문 구담께서는 모든 공덕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마땅히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사문 구담께서는 7대를 내려오면서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으셨다. 그가 이러한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얼굴이 단정한 찰리(刹利) 종족의 출신이다. 이러한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
[488 / 740] 쪽
  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존귀한 집에서 태어나 집을 나와 도를 이루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빛나는 몸을 구족하고 종성(種姓)이 진실하고 올바른데도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재물이 많은 가문에서 태어나 큰 위력이 있으면서도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현성(賢聖)의 계를 갖추었고 지혜를 성취하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말을 잘하고, 부드럽고 온화하며 또한 고상하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대중의 도사(導師)로서 제자가 많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영원히 욕애(欲愛)를 없애고 경박하거나 사납지 않으며 걱정과 두려움을 이미 없애 털이 곤두서는 일이 없으시다. 환희하고 화열(和悅)하며 사람을 보면 착함을 칭찬하고 행과 과보에 대해 잘 말하며 남의 도를 헐뜯지 않으신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항상 저 파사닉왕과 병사왕의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비가라사라 바라문의 예경과 공양을 받고, 또 범(梵) 바라문ㆍ다리차(多利遮) 바라문ㆍ거치(鋸齒) 바라문ㆍ수가마납도야자(首迦摩納都耶子)의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모든 성문(聲聞) 제자들에게 존경받고 예경과 공양을 받으며, 또 모든 하늘과 다른 귀신 무리들의 공경을 받고 석종(釋種)ㆍ구리(俱利)ㆍ명녕(冥寧)ㆍ발지(跋祇)ㆍ말라(末羅)ㆍ소마(酥摩) 등 여러 종족이 모두 높이 떠받든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파사닉왕과 병사왕에게 3귀(歸)와 5계(戒)
[489 / 740] 쪽
  를 주었다. 이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비가라사라 바라문 등에게 3귀(歸)와 5계를 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제자들에게 3자귀(自歸)와 5계를 주셨고, 모든 하늘과 석가 종족과 구리 종족들에게 3귀와 5계를 주셨다. 이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유행하실 때에도 모든 사람의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성곽이나 촌락에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신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비인(非人)과 귀신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그곳의 백성들은 다 광명을 보고 하늘의 음악 소리를 듣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만일 거기서 떠나시려고 할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사모하고 울면서 보낸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처음 집을 나오셨을 때 그 부모는 울면서 애석해 하였고 그리워하면서 서러워했다. 이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젊어서 집을 나와 모든 장식과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5욕(欲)ㆍ영락을 버리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세속을 벗어나 도를 닦으셨다. 만일 그가 세속에 있었더라면 4천하의 임금이 되어 만백성을 통치했을 것이요, 우리도 다 그의 신하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범법(梵法)을 밝게 알아 능히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490 / 740] 쪽
  또 범천과 오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32상(相)을 다 구족하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지혜가 통달하여 겁내는 일이 없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저 사문 구담께서는 지금 첨파성의 가가못 가에 와 계신다. 우리보다 높은 분이시고 또 귀한 손님이시니 마땅히 가서 친히 뵈어야 한다.”
  그 때 5백 바라문은 종덕에게 아뢰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그분의 공덕이 그와 같단 말입니까? 만일 그가 그 모든 공덕 중에 하나만 성취했더라도 그를 오게 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지금 전부 다 갖춤이겠습니까? 우리는 마땅히 서로를 이끌고 함께 찾아가 문안 드려야 하겠습니다.”
  종덕이 대답했다.
  “그대들이 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그리고 종덕은 곧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꾸미고 5백 바라문과 첨파성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함께 가가못으로 갔다. 못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구담에게 물을 때 그것이 혹 그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면 저 사문 구담은 반드시 (마땅히 이렇게 물으라. 그렇게 물어서는 안 된다)며 나를 꾸짖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나를 무지하다고 하면 내 이름은 손상되리라. 만일 사문 구담이 나의 뜻을 물을 때 내 대답이 혹 그의 마음에 맞지 않으면, 저 사문은 반드시 (마땅히 이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며 나를 꾸짖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나를 무지하다고 하면 내 이름은 손상될 것이다. 만일 내가 잠자코 여기서 돌아가면 여러 사람들은 (이 자는 무지하여 끝내 사문 구담에게 가지 못한다)고 말하리라. 그리하여 내 명예는 손상될 것이다. 만일 사문 구담이 나에게 바라문의 법을 묻는다면 나의 답은 구담의 뜻에 맞을 수 있으리라.'
  그 때 종덕은 가가못 가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곧 앞으로 나아가다가 수레
[491 / 740] 쪽
  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래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러 문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첨파성의 여러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 중에는 부처님께 절하고 앉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안부를 묻고 앉는 자도 있었고, 성명을 대고 앉는 자가 있는가 하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앉는 자도 있었으며, 혹은 잠자코 앉는 자도 있었다. 그들이 모두 앉자 부처님께서는 종덕 바라문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그대의 생각대로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종덕에게 물으셨다.
  “당신들 바라문들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야 스스로 바라문이라 칭하는 그 말이 진실이고 거짓말이 아닐 수 있습니까?”
  그 때 종덕은 잠자코 생각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다. 사문 구담은 큰 신통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알고는 내가 생각한 대로 나의 뜻을 묻는구나.'
  그 때 종덕 바라문은 몸을 단정히 하고 바로 앉아 사방으로 대중을 돌아보며 기쁘게 웃었다. 그리고 곧 부처님께 대답했다.
  “우리 바라문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스스로 바라문이라 칭하니, 그 말은 진실이며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 하는가 하면 첫째, 바라문은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이학(異學)의 3부 경서를 다 외우고 온갖 경서를 모두 분별하며 세속 서적의 깊은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고, 또 대인의 상법과 길흉을 밝게 살피는 것과 제사 의례까지도 능한 것입니다. 셋째, 얼굴이 단정한 것입니다. 넷째, 계를 온전히 지키는 것입니다. 다섯째, 지혜가 통달한 것입니다. 이것을 다섯 가지라 합니다. 구담이시여, 바라문이 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했다면 스스로를 바라문이라 칭하니, 그 말은 진실이고 거짓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종덕이여. 만일 바라문으로서 다섯 가지 법 중에서 하나를 버리고 네 가지를 이루었다면 그도 또한 하는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을 터이
[492 / 740] 쪽
  니 바라문이라고 이름할 수 있겠습니까?”
  종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구담이시여, 그 종성(種姓)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일 바라문으로서 이학의 3부 경서를 외워 통달하고 온갖 경서를 다 잘 분별하며 세상 서적의 깊은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고, 또 능히 대인의 상법과 길흉을 밝게 살피고 제사 의례에 능하며, 얼굴이 단정하고 지계가 구족하며 지혜가 통달하였다고 합시다. 만일 이 네 가지 법이 있다면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리니 바라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종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만일 이 네 가지 법 중에서 하나를 버리고 세 가지를 성취한 자가 있다면 또한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리니 바라문이라고 이름할 수 있겠습니까?”
  종덕이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종성과 경전을 외우는 두 가지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일 바라문으로서 얼굴이 단정하고 계를 지키며 지혜가 통달하였다고 합시다. 만일 이 세 가지를 이루었다면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리니 바라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어떻습니까? 만일 이 세 가지 법 중에서 한 가지를 버리고 두 가지를 이룬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또한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리니 바라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종덕이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종성과 경전 외우는 것과 얼굴 단정한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때 5백 바라문들이 제각기 소리를 높여 종덕 바라문에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 종성과 경전 외우는 것과 얼굴 단정한 것을 소용없다고 치부하십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5백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493 / 740] 쪽
  “만일 종덕 바라문이 그 얼굴이 누추하고 종성(種姓)이 보잘것없으며 글을 외우지도 못하고 변재와 지혜가 없어 잘 대답하지 못하며 나와 더불어 이야기할 수 없는 자라고 생각한다면 너희들이 말참견을 해도 좋다. 그러나 만일 종덕이 얼굴이 단정하고 종성이 구족하며 글을 외워 통달했고 지혜와 변재가 있어 문답을 잘하며 나와 더불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너희들은 모두 잠자코 이 사람의 말을 들으라.”
  그 때 종덕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구담이시여,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직접 법으로써 이 사람들을 가르치겠습니다.”
  그 때 종덕은 5백 바라문들에게 물었다.
  “앙가마납(鴦伽摩納)2)은 지금 이 대중들 속에 있다. 이는 나의 생질[外甥]이다. 그대들은 보았는가? 이제 모든 대중들이 다 여기에 모였는데 오직 구담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마납만큼 얼굴 단정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마납은 살생하고 도둑질하며 음탕하고 무례하며 허망한 말로 남을 속이고 불을 질러 사람을 태우며 도를 끊고 악을 행한다. 모든 바라문들이여, 이 앙가마납은 모든 악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니 경전 외우는 것과 얼굴 단정한 것이 결국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은 지금 이 대중들 속에 있다. 이는 나의 생질[外甥]이다. 그대들은 보았는가? 이제 모든 대중들이 다 여기에 모였는데 오직 구담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마납만큼 얼굴 단정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마납은 살생하고 도둑질하며 음탕하고 무례하며 허망한 말로 남을 속이고 불을 질러 사람을 태우며 도를 끊고 악을 행한다. 모든 바라문들이여, 이 앙가마납은 모든 악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니 경전 외우는 것과 얼굴 단정한 것이 결국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백 바라문들이 잠자코 대답하지 못하자, 종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계를 온전히 지키고 지혜가 통달한 자라면 하는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을 터이니 바라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어떻습니까? 종덕이여, 만일 그 두 가지 법 중에서 한 가지를 버리고 한 가지를 이루었다면 또한 하는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을 터이니 바라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는 대답했다.
  “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계가 곧 지혜요 지혜가 곧 계이기 때문입니다.
  
2) 사람의 이름이고 마납(摩納, mnavaka)은 나이 어린 바라문을 일컫는 말이다.
 
[494 / 740] 쪽
  계가 있고 지혜가 있은 뒤에야 말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리니 저는 그를 바라문이라 부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그대의 말과 같습니다. 계가 있으면 곧 지혜가 있고 지혜가 있으면 곧 계가 있게 됩니다. 계는 능히 지혜를 깨끗하게 하고 지혜는 능히 계를 깨끗하게 합니다. 종덕이여, 그것은 마치 사람이 손을 씻을 때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를 필요로 하여 왼손이 오른손을 깨끗이 해주고 오른손이 왼손을 깨끗이 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가 있으면 곧 계가 있고 계가 있으면 곧 지혜가 있게 됩니다. 계는 능히 지혜를 깨끗하게 해 주고 지혜는 능히 계를 깨끗하게 해 줍니다. 바라문이여, 계와 지혜를 구족하면 나는 그를 비구라 말합니다.”
  그 때 종덕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계(戒)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십시오. 나는 마땅히 그대를 위해 하나하나 분별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대답했다.
  “예,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그는 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 될 것입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사문과 바라문 가운데서 그는 스스로 증득한 것을 남을 위해 설법합니다. 그 말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바르고 참되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이 청정합니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이 법을 들으면 신심(信心)이 청정하게 될 것이고, 신심이 청정해지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집에 있으면 저렇게 되기가 어렵다. 집은 마치 족쇄와 같아서 범행을 닦고자 하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으리라.'
[495 / 740] 쪽
  그리하여 그는 다른 날 집과 재산과 친족을 버리고 3법의를 입고 모든 장신구를 버립니다. 그리하여 비구(比丘)3)들이 갖추어야 할 계율을 외우며 살생할 생각을 버리고 살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심법(心法)으로 4선(禪)을 닦으면 현세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그것은 부지런히 노력[精勤]하고 마음을 오로지해 잊지 않으며 홀로 있기를 좋아하며 한가하게 사는 데서 얻는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을 계(戒)의 구족이라 합니다.”
  들이 갖추어야 할 계율을 외우며 살생할 생각을 버리고 살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심법(心法)으로 4선(禪)을 닦으면 현세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그것은 부지런히 노력[精勤]하고 마음을 오로지해 잊지 않으며 홀로 있기를 좋아하며 한가하게 사는 데서 얻는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을 계(戒)의 구족이라 합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을 혜(慧)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삼매(三昧)에 들어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으며 부드럽게 길들여진 마음으로 부동처(不動處)에 머무르면 나아가 3명(明)을 얻고 무명(無明)을 없애 혜명(慧明)을 내고 어두움을 멸하게 되며, 큰 법의 광명을 내고 누진(漏盡)의 지혜를 내게 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그것은 부지런히 노력하고 마음을 오로지 해 잊지 않으며 홀로 있기를 좋아하며 한가하게 사는 데서 얻는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을 지혜의 구족이라 합니다.”
  그 때 종덕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저는 부처님과 법과 거룩한 대중께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 때 종덕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23. 구라단두경(究羅檀頭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3) 비구(比丘)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비니(毗尼)로 되어있다. 비니(毗尼, vinaya)는 비나야(毗奈耶)로도 음역하며 계율(戒律)을 말한다.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번역하면 '비니를 외우고 계율을 구족하며'가 된다.
[496 / 740]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살라국(俱薩羅國)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 인간 세계를 유행(遊行)하시다가 구살라국에 있는 가누바제(佉★婆提)라는 바라문촌의 북쪽에 이르러 시사파(尸舍婆)숲4)에 머무셨다. 당시 가누바제 마을에는 구라단두(究羅檀頭)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 마을은 풍요로워서 인민들이 치성(熾盛)하였으며 동산과 욕지(浴池)와 숲이 맑고 시원하였다. 파사닉왕은 곧 이 마을을 구라단두 바라문에게 봉(封)해 주어 범분(梵分)으로 삼았다. 이 바라문은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고 이학의 3부 경전을 다 외워 통달하였으며 온갖 경서를 다 잘 분별하고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대인(大人)을 상보는 법과 길흉을 점치는 것과 제사 의례에도 능통하였으며, 5백의 제자를 두어 언제나 가르치고 있었다. 당시 그 바라문은 큰 제사를 차리기 위하여 5백 마리 수소와 5백 마리 암소와 5백 마리 수송아지와 5백 마리 암송아지와 5백 마리 암염소와 5백 마리 숫염소를 잡아 제사에 쓰려고 하였다.
  에 머무셨다. 당시 가누바제 마을에는 구라단두(究羅檀頭)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 마을은 풍요로워서 인민들이 치성(熾盛)하였으며 동산과 욕지(浴池)와 숲이 맑고 시원하였다. 파사닉왕은 곧 이 마을을 구라단두 바라문에게 봉(封)해 주어 범분(梵分)으로 삼았다. 이 바라문은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고 이학의 3부 경전을 다 외워 통달하였으며 온갖 경서를 다 잘 분별하고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대인(大人)을 상보는 법과 길흉을 점치는 것과 제사 의례에도 능통하였으며, 5백의 제자를 두어 언제나 가르치고 있었다. 당시 그 바라문은 큰 제사를 차리기 위하여 5백 마리 수소와 5백 마리 암소와 5백 마리 수송아지와 5백 마리 암송아지와 5백 마리 암염소와 5백 마리 숫염소를 잡아 제사에 쓰려고 하였다.
  그 때 가누바제 마을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은 이런 소문을 들었다.
  '사문 구담 석가 종자의 아들이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라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가누바제 마을의 북쪽에 있는 시사파숲에 이르러 머물고 계신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는데 그 말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바르고 참되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도 청정하다.'
  그들이 말했다.
  “이러한 진인(眞人)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함께 찾아뵙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서로를 이끌고 가누바제 마을을 나가 무리지어 서로 따르며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4) Sisp-vana)은 신서림(申恕林)ㆍ시섭화림(尸攝★林)이라고도 한다.
[497 / 740] 쪽
  그 때 구라단두 바라문은 높은 누각 위에서 멀리 여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로 따라가는 것을 보고 시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일로 저렇게 무리 지어 서로 따라가며, 또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시자가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사문 구담 석가 종족의 아드님께서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라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가누바제 마을 북쪽에 있는 시사파숲 속에 이르러 머물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시는데 그의 말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바르고 참되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도 청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마을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이 다 모여 서로를 따라 사문 구담을 뵈러 가는 것입니다.”
  그 때 구라단두 바라문은 곧 시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빨리 가서 모든 사람에게 '그대들은 잠깐 기다리시오. 내가 거기 도착하면 그 때 함께 저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갑시다'라고 내 말을 전하라.”
  그 때 그 시자는 명령을 받고 곧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분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거기에 도착하면 그 때 함께 구담의 처소로 갑시다”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들은 시자에게 말했다.
  “너는 빨리 돌아가서 바라문에게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함께 갑시다'라고 아뢰거라.”
  시자가 돌아와 바라문에게 아뢰었다.
  “여러 사람들이 멈춰서서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함께 가시지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바라문은 곧 누각에서 내려와 중문(中門)에 나와 섰다. 그 때 다른 5백 바라문들도 중문 밖에 앉아 구라단두를 도와 큰 제사를 준비하다가 구라단두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으면서 물었다.
  “큰 바라문이여, 어디를 가려고 하십니까?”
[498 / 740] 쪽
  그는 대답했다.
  “내가 들으니, 사문 구담 석가 종족의 아드님이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라국에서 인간 세계를 유행하시다가 가누바제 마을 북쪽에 있는 시사파숲에 이르러 머물러 계신다고 한다. 그의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등의 10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ㆍ세상 사람ㆍ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시는데 그 말씀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참되고 바르며 의미가 구족하고 범행은 청정하다고 한다. 이러한 진인(眞人)은 마땅히 가서 뵈어야 한다.
  모든 바라문이여, 나는 또 구담께서는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祀具)5)를 안다고 들었다. 그것은 지금 우리 대중 가운데 있는 노숙한 학자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한다. 소와 염소는 이미 준비되었으니 구담의 처소로 나아가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祀具)를 묻고자 한다. 우리가 이 제사법을 다 배우게 되면 공덕은 구족하고 명성이 널리 퍼질 것이다.”
  를 안다고 들었다. 그것은 지금 우리 대중 가운데 있는 노숙한 학자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한다. 소와 염소는 이미 준비되었으니 구담의 처소로 나아가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祀具)를 묻고자 한다. 우리가 이 제사법을 다 배우게 되면 공덕은 구족하고 명성이 널리 퍼질 것이다.”
  그러자 5백 바라문은 구라단두에게 아뢰었다.
  “대사(大師)께서는 가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그가 당신께 와야하기 때문이니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대사께서는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마땅히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말했다.
  “대사께서는 이학의 3부 경전을 다 외워 통달했고 온갖 경서를 다 분별하였으며 세상 서적의 깊은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 대인의 관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 제사 의례 등에도 능하십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얼굴이 단정하고 범천과 같은 몸을 가졌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5)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열여섯 가지 조건을 말한다.
[499 / 740] 쪽
  계덕(戒德)이 매우 뛰어나고 지혜를 성취했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하시는 말씀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변재(辯才)를 구족했고 그 의미도 청정합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대중의 스승[導首]으로서 제자가 매우 많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항상 5백 바라문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사방의 학자들이 모두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고 모든 기술과 제사의 법을 물으면 다 자세히 대답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저 파사닉왕이나 병사왕의 공경과 공양을 받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부자로서 창고에는 재산과 보물이 가득 차 넘칩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마땅히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또 대사께서는 지혜가 밝고 말이 유창하여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대사께서는 이러한 열한 가지 법을 구족하셨으니 그가 당신께 와야지 당신께서 그에게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구라단두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그대들의 말과 같다. 나는 진실로 그러한 덕을 갖추고 있으니, 그런 덕이 없지 않다. 그러나 너희들은 다시 내 말을 들으라. 사문 구담께서 성취한 공덕으로 볼 때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사문 구담께서는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으셨다. 그가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얼굴이 단정한 찰리 종족의 출신이다. 이러한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존귀한 집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집을 나와 도를 닦으셨다. 이런 법을 성취
[500 / 740] 쪽
  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빛나는 몸을 구족하고 종성(種姓)이 진실하고 올바른데도 집을 나와 도를 닦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부잣집에 태어나 큰 위력이 있으면서도 집을 나와 도를 닦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현성의 계를 갖추었고 지혜를 성취하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말을 잘하고 부드럽고 온화하며 고상하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대중들의 도사(導師)로서 제자가 많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욕애(欲愛)를 아주 없애 경박하거나 사납지 않으며 걱정이나 두려움을 이미 없애 털이 곤두서는 일이 없으시다. 또 기뻐하고 화열(和悅)하여 사람을 보면 착함을 칭찬하고 행과 과보(果報)를 잘 말하며 남의 도(道)를 비방하지 않으신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로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항상 파사닉왕과 병사왕의 예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비가라사라 바라문의 예경과 공양을 받고 또 범(梵) 바라문ㆍ다리차(多利遮) 바라문ㆍ종덕(種德) 바라문ㆍ수가마납도야자(首伽摩納兜耶子)의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모든 성문(聲聞) 제자들에게 추앙받고 예경과 공양을 받으며, 모든 하늘과 귀신의 공경을 받고 석종(釋種)ㆍ구리ㆍ명녕ㆍ발지ㆍ말라ㆍ소마 등의 여러 종족이 모두 높이 떠받든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파사닉왕과 병사왕에게 3귀(歸)와 5계(戒)를 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501 / 740] 쪽
  구담께서는 비가라사라 바라문 등에게 3귀와 5계를 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제자들에게 3귀와 5계를 주셨고 모든 하늘과 석가 종족과 구리 종족 등에게도 3귀와 5계를 주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유행하시는 곳마다 모든 사람에게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가시는 성곽이나 촌읍에서 가시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와 공경하고 공양한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이르는 곳마다 비인(非人)과 귀신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 가시는 곳마다 그곳의 백성들은 다 광명을 보고 하늘 음악 소리를 듣는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그곳을 떠나려 할 때에는 모든 사람이 알뜰히 사모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보낸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처음 집을 떠났을 때 그 부모와 종친(宗親)들이 울면서 그리워하고 서러워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젊어서 집을 나와 모든 장식과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5욕ㆍ영락을 버리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셨다. 만일 그가 집에 있었더라면 4천하의 왕이 되어 백성을 통치했을 것이고 우리도 모두 그의 신하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범법(梵法)을 밝게 알아 능히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또 범천과 오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세
[502 / 740] 쪽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를 밝게 알고 계신다. 그것은 우리 노숙한 학자들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32상을 다 구족하셨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사문 구담께서는 지혜가 통달하여 겁내는 일이 없다. 이런 법을 성취하셨으니 우리가 그에게 가야지 그가 우리에게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저 구담께서는 이 가누바제 마을에 와 계신다. 우리보다 높은 분이시고, 또 귀한 손님이시니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한다.”
  그 때 5백 바라문이 구라단두에게 아뢰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그분의 공덕이 그와 같단 말입니까? 만일 구담께서 그 모든 공덕 가운데 하나만 성취하였더라도 그를 이 곳으로 오게 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하물며 지금 전부를 갖춤이겠습니까? 우리는 마땅히 서로를 이끌고 함께 찾아가 문안 드려야 할 것입니다.”
  구라단두가 말했다.
  “가고 싶은 자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알라.”
  그리고 바라문은 곧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꾸미고 5백 바라문과 가누바제의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시사파숲으로 나아갔다. 근처에 도착하자 수레에서 내려서는 걸어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모든 바라문ㆍ장자ㆍ거사들 중에는 부처님께 절하고 앉는 자가 있는가 하면 문안을 드리고 앉는 자도 있었고, 제 이름을 대고 앉는 자도 있었고 혹은 손을 모으고 부처님을 향해 앉는 자도 있었으며, 혹은 잠자코 앉는 자도 있었다.
  모두 앉자 구라단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일 짬을 내어 들어주시겠다면 감히 여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으시오.”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503 / 740] 쪽
  “저는 구담께서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祀具)를 밝게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노숙한 학자들도 잘 모르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제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합니다. 이미 5백 마리 숫소와 5백 마리 암소며 5백 마리 숫송아지와 5백 마리 암송아지며 5백 마리 숫염소와 5백 마리 암염소를 준비하였고, 그것으로 제사를 지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일부러 찾아와 세 종류 제사법과 16사구를 묻는 것입니다. 만일 이 제사를 성취한다면 큰 과보를 얻고 명성이 널리 퍼지며 하늘과 인간의 공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구라단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십시오. 마땅히 그대를 위해 말하겠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예. 구담이시여, 듣기를 원합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먼 옛날 머리에 물을 붓는 관정의식을 하고 왕위에 나아간 찰리 종족의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큰 제사를 지내려고 바라문 대신들을 모아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많은 재보를 구족하고 있고 다섯 가지 욕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나이는 이미 늙었지만 군사가 강성하여 겁날 것이 없고 창고도 가득 차 넘친다. 그래서 이제 큰 제사를 지내려고 하니, 너희들은 제사지내는 법을 말하라.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 때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왕의 말씀과 같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는 강성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다만 모든 백성들이 많은 악심을 품고 온갖 법답지 못한 일을 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런 때에 제사를 지낸다면 제사의 법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도적을 시켜 도적을 쫓으면 사명을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이들은 내 백성이니 칠 수 있고 죽일 수 있으며 꾸짖을 수 있고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은 마십시오. 왕을 가까이 모시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고 백성들을 관리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재물을 주며 농사를 짓는 모든 자들에게는 마땅히
 
[504 / 740] 쪽
  소와 송아지와 종자를 주어 그들로 하여금 각각 스스로 경영하게 하십시오. 왕이시여, 백성을 핍박하지 않으면 곧 백성들은 안온할 것이며 그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왕은 모든 신하의 말을 듣고 모든 측근들에게는 옷과 양식을 주고 모든 상인들에게는 재보를 주며 농사를 짓는 자들에게는 소와 씨앗을 주었습니다. 이 때 백성들은 저마다 스스로 경영하며 서로 침노하거나 괴롭히지 않았고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 왕은 다시 모든 신하를 불러 말했습니다.
  '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도 가득 차 넘치고 있다. 또 나는 모든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여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나는 이제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너희들은 제사법을 말하라.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왕의 말씀과 같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모든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여 부족한 것이 없게 하셨고,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냅니다. 왕이시여, 제사를 지내고자 하신다면 궁 안에 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은 신하들의 말을 듣고 궁 안에 들어가 말했습니다.
  '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에는 많은 재보가 가득 차 넘친다. 나는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자 모든 부인들이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왕의 말씀과 같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도 가득 차 넘치도록 많은 보배가 있습니다.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하신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왕이 궁에서 나와 모든 신하에게 알렸습니다.
  '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는 강성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친다. 모든 백성들에게는 부족함이 없게 하였고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내고
[505 / 740] 쪽
  있다. 나는 이제 큰 제사를 지내겠다고 궁 안에도 이미 알렸다. 너희들은 그 제사에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를 나에게 모두 말하라.'
  모든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왕의 말씀과 같이 큰 제사를 지내겠다고 이미 궁 안에 알리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태자와 황자(皇子), 대신과 장군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그들에게도 알리소서.'
  그 때 왕은 모든 신하의 말을 듣고 곧 태자와 황자 및 모든 신하와 장군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도 가득 차 넘친다. 나는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 때 태자ㆍ황자ㆍ대신ㆍ장군들이 곧 왕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도 강성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제사를 지내고자 하신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그 때 왕은 다시 대신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나라는 부유하고 군사는 강하며 많은 재보가 있다. 나는 큰 제사를 지내겠다고 이미 궁 안과 태자ㆍ황자 나아가 장군들에게까지 알렸다. 이제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여기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신하들이 왕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제사를 지내고자 하신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곧 성 동쪽에 새 집을 세웠습니다. 왕은 새 집에 들어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향기로운 소유(酥油)를 몸에 바르고 또 사슴뿔을 머리에 쓰고 쇠똥을 땅에 바르고는 그 위에서 앉고 누웠습니다. 첫째 부인과 바라문 대신은 한 마리 누런 암소를 골라 젖을 짜 한 그릇의 우유는 왕이 먹고 한 그릇은 부인이 먹고 한 그릇은 대신이 먹고 한 그릇은 대중에게 공양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송아지에게 주었습니다.
  그 때 왕은 8법을 성취하고 대신은 4법을 성취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성취하고 있던 8법이란 무엇인가? 그 찰리왕은 7대를 내려오면서 부모가 진실하
[506 / 740] 쪽
  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의 성취입니다. 그 왕은 얼굴이 단정한 찰리 종족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계율과 덕망을 풍성하게 갖추었고 지혜를 구족했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갖가지 기술을 익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탈 줄 알고 칼ㆍ창ㆍ활을 쓰는 전투법 등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네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큰 위력이 있어 모든 작은 왕을 포섭하였고 그에게 굴복하지 않은 자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습니다. 이것이 여섯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많은 재보가 있어 창고에 가득 차 넘칩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법입니다. 그 왕은 지혜로운 계책이 있고 용감하며 또 겁내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여덟 번째 법입니다. 그 찰리 종족의 왕은 이 8법을 성취하고 있습니다.
  대신이 성취하고 있던 4법이란 무엇인가? 저 바라문 대신은 7대를 내려오는 동안 그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법입니다. 저 대신은 이학(異學)의 3부 경전을 외워 통달하였고 온갖 경서를 잘 분별하며 세속 서적의 깊은 뜻까지도 다 익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 대인의 관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과 제사 의례에도 능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법입니다. 그 대신은 말을 잘했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법입니다. 그 대신은 지혜로운 계책이 있고 용감하여 겁내는 것이 없었고 모든 제사법을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네 번째 법입니다. 그 때 그 왕은 8법을 성취하고 바라문 대신은 4법을 성취하고 있었으며, 그 왕에게는 그를 돕는 네 부류6)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제사법과 16사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제사법과 16사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때 바라문 대신은 그 새 집에서 열여섯 가지 일[事]로써 왕의 마음을 열어주고 왕의 의심을 없애주었습니다. 열여섯 가지란 무엇인가?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6) 거론된 궁 안의 여러 부인ㆍ태자ㆍ황자ㆍ대신ㆍ장군을 말한다.
[507 / 740] 쪽
  (지금 찰리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7대를 내려오는 동안 그 부모가 바르지 못해 항상 남에게 업신여김과 비방을 받는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왕을 더럽히지는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7대를 내려오는 동안 그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지금 찰리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얼굴이 추하고 더러우며 찰리종족이 아니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왕을 더럽히지는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얼굴이 단정하며 찰리종족이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지금 찰리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증상(增上)의 계가 없고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왕을 더럽히지는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계덕이 뛰어나고 지혜를 구족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지금 찰리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기술에 능하지 못하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탈 줄 모르며 병법을 두루 알지 못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왕을 더럽히지는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모든 기술에 능하고 진을 치는 법과 병법을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작은 왕들을 포섭할 큰 위력이 없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큰 위력이 있어서 모든 작은 왕들을 포섭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말을 잘하지 못하고 그 말은 거칠고 억세며 의미를 구족하지 못했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기 때문입니
[508 / 740] 쪽
  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재보가 많지 않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창고가 가득하여 넘칠 만큼 많은 재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계책이 없고 의지가 약하고 겁이 많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지혜로운 계책이 있고 용감하며 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궁 안에 알리지 않았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제사를 지내겠다고 미리 먼저 궁 안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자ㆍ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제사를 지내겠다고 미리 태자ㆍ황자에게 알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여러 신하에게 알리지 않았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큰 제사를 지내겠다고 미리 여러 신하에게 알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장군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왕께서는 제사를 지내겠다고 미리 장군들에게 알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의 바라문 대신은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바르지 않아 항상 남에게 업신여김과 비방을 받는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
[509 / 740] 쪽
  인가? 저는 7대를 내려오는 동안 부모가 진실하고 올발라서 남에게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이 이학(異學)의 3부 경전을 통달해 외우지 못하고 여러 가지 경서를 분별하지 못하며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못했고 대인의 관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 제사 의례에도 능하지 못하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저는 이학의 3부 경전을 외워 통달하였고 온갖 경서를 능히 분별하며 세속 서적의 깊은 뜻까지도 두루 익히고 또 대인의 관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 제사 의례에도 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이 말을 잘하지 못하고 그 말은 추하고 억세며 의미를 갖추지 못했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저는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왕은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이 지혜로운 계책을 갖추지 못했고 의지가 나약하며 제사의 법을 모른다.)
  비록 이런 말이 있더라도 그것으로는 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저는 지혜로운 계책이 있고 용감하며 겁이 없고 모든 제사법을 두루 알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그 왕은 16처(處)에 대해 의심이 있었는데 그 대신이 16사(事)로써 왕의 뜻을 열어 드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 대신은 그 새 집에서 열 가지 일에 대한 행(行)을 왕에게 가르쳐 왕을 기쁘게 하고 이롭게 하였습니다. 어떤 것을 열 가지라 하는가? 대신이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제사를 지낼 때 살생한 사람이건 살생하지 않은 사람이건 와서 모인 자에게는 모두 평등하게 베풀어주어야 합니다. 살생한 사람이 오더라도
[510 / 740] 쪽
  역시 베풀어주어 그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고, 살생하지 않은 사람이 와도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베풀어주어야 합니다. 이처럼 마음으로 베풀어야 합니다. 또 도둑질ㆍ간음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며 탐심ㆍ질투ㆍ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이 모임에 오더라도 그에게 베풀어 주어 그들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고, 도둑질하지 않고 나아가 바른 소견을 가진 사람이 와도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이처럼 마음으로 베풀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대신은 이 10행을 가르쳐 보여 기쁘게 하고 이익되게 하였습니다.”
  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찰리왕은 그 새 집에서 세 가지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켰는데, 대신이 그 마음을 없애주었습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왕은 후회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큰 제사를 지낸다. 이미 큰 제사를 지냈다. 앞으로도 큰 제사를 지낼 것이다. 이렇게 큰 제사를 지내느라 많은 재보를 없앴다.'
  이 세 가지 마음을 일으켜 후회하였습니다. 대신은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이미 큰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미 보시했고, 앞으로도 보시할 것이며, 지금 보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복된 제사에 후회하는 마음을 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왕이 새 집에 들어가 세 가지 후회하는 마음을 낸 것을 대신이 없애 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하고 왕위에 나아간 찰리종족의 왕은 보름날 달이 찼을 때 그의 새 집에서 나와 그 집 앞에다가 큰 불더미를 피우고는 손에 기름병을 들고 불 위에 쏟아 부으면서 '주리라, 주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때 그 왕의 부인은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그의 새 집에서 나와 집 앞에 큰 불더미를 피우고는 손에 기름병을 들고 불 위에 쏟아 부면서 '주리라, 주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부인과 채녀들은 많은 재보를 가지고 왕에게 가 아뢰었습니다.
[511 / 740] 쪽
  '이 여러 가지 보물로 왕의 제사를 돕겠습니다.'
  바라문이여, 그 왕은 곧 부인과 채녀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희들은 이미 공양하였다. 내게도 많은 재보가 있어 제사 지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부인과 채녀들은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보물을 가지고 궁중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만일 왕께서 동쪽에서 큰 제사를 지내면 그 때에 사용하여 도움이 되게 하리라.'
  바라문이여, 그 뒤에 왕은 동쪽에서 큰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 때 부인과 채녀들은 곧 그 보물을 가지고 큰 제사를 지내는 데 도왔습니다.
  그 때 태자와 황자는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새 집에서 나와 집 앞에다가 큰 불더미를 피우고는 손에 기름병을 들고 불 위에 쏟으면서 '주리라, 주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태자와 황자는 많은 재보를 가지고 왕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이 보물로써 왕의 큰 제사를 돕겠습니다.'
  왕은 말했습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희들은 이미 공양하였다. 내게도 많은 재보가 있어 제사 지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태자와 황자들은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이 이 보물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왕께서 만일 남쪽에서 제사를 지낸다면 마땅히 이것으로써 도와 드리리라.'
  이와 마찬가지로 대신들도 보물을 가지고 와서 자원하여 왕의 서쪽 제사를 돕고 장군들도 보물을 가지고 와서 자원하여 왕의 북쪽 제사를 도왔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왕은 큰 제사를 지낼 때 소나 염소 및 모든 중생을 죽이지 않고 오직 소(酥)와 우유ㆍ깨 기름ㆍ꿀ㆍ흑밀(黑蜜)ㆍ석밀(石蜜)만을 써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찰리왕은 큰 제사를 지낼 때 처음에도 기뻤고 중간에도 기뻤으며 나중에도 또한 기뻤습니다. 이것을 제사를 성취하는 법이라 합니다.”
[512 / 740] 쪽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찰리왕은 제사를 마친 뒤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4무량심(無量心)을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왕의 부인도 큰 보시를 마친 뒤 또한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네 가지 범행(梵行)을 행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범천에 태어났습니다. 바라문 대신도 왕에게 사방에 제사지내도록 가르치고 또 큰 보시를 행한 뒤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네 가지 범행을 행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범천에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왕은 세 종류의 제사법과 16사구를 갖추어 큰 제사를 성취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때 구라단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못했다. 이 때 5백의 바라문이 구라단두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의 말은 미묘합니다. 대사께서는 왜 잠자코 대답이 없습니까?”
  구라단두는 대답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미묘합니다. 저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잠자코 있었던 까닭은 저 혼자 깊이 생각했을 뿐입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남에게 들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자코 생각했습니다.
  '사문 구담이 바로 그 찰리왕이 아니었을까? 혹은 저 바라문 대신이 아니었을까?'”
  그 때 세존께서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그대는 여래를 바로 보았습니다. 그 때 큰 제사를 지낸 그 찰리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대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내가 바로 그였습니다. 나는 그 때 아주 크게 은혜7)를 베풀었습
  
7) '혜(慧)'로 되어 있고 원ㆍ명 2본에는 '혜(惠)'로 되어 있다. 의미상 '혜(惠)'가 옳을 듯하여 원ㆍ명 2본에 의거해 번역하였다.
[513 / 740] 쪽
  니다.”
  구라단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祀具)는 큰 과보를 얻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로 만일 항상 여러 스님들을 끊임없이 공양하면 이 공덕은 그보다 훌륭합니다.”
  또 여쭈었다.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로 만일 항상 여러 스님들을 끊임없이 공양하면 그 공덕이 가장 훌륭하다 하셨는데, 그것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로 여러 스님들을 끊임없이 공양하더라도 초제승(招堤僧)8)을 위하여 승방이나 당각(堂閣)을 세우는 것만 못합니다. 이 보시가 가장 훌륭합니다.”
  을 위하여 승방이나 당각(堂閣)을 세우는 것만 못합니다. 이 보시가 가장 훌륭합니다.”
  또 여쭈었다.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로써 여러 스님들을 끊임없이 공양하고 또 초제승을 위해 승방이나 당각을 세우면 그 복이 가장 훌륭하다 하셨는데, 다시 그보다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8) ctuddisa)은 사방승가(四方僧伽)를 말한다.
 
[514 / 740] 쪽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세 종류의 제사와 16사구로써 여러 스님들을 끊임없이 공양하고 또 초제승을 위하여 승방이나 당각을 세우더라도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켜 입으로 직접 '나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 복이 가장 훌륭합니다.”
  또 여쭈었다.
  “이와 같이 3보에 귀의하면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면 또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기뻐하는 마음으로 5계(戒)를 받들어 행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복이 가장 훌륭합니다.”
  또 여쭈었다.
  “이 세 종류의 제사를 지내고 나아가 5계를 지키면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다시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우유를 짜는 동안만큼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생각하면 그 복이 가장 훌륭합니다.”
[515 / 740] 쪽
  또 여쭈었다.
  “이 세 종류의 제사를 지내고 나아가 자비심을 가지면 큰 과보를 얻습니다. 다시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추고 나아가 3명(明)을 구족하면 모든 어리석음과 어둠을 멸하여 지혜의 밝음을 구족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방일(放逸)하지 않고 한적한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이 복이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구라단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제사를 위하여 모든 소와 염소를 각각 5백 마리씩 준비했는데, 이제 그들 마음대로 물이나 풀을 찾아다니도록 다 놓아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합니다. 제가 정법 안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과 모든 대중께서는 때맞추어 저의 공양 요청을 받아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허락하셨다. 그러자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세 바퀴 돌고는 떠나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마련하였다. 이튿날 때가 되자, 그 때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큰 비구 1,250명과 함께 바라문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이 때 바라문은 손수 음식을 집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했다. 다 드시고 나자 발우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려 공양을 끝마쳤다.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을 위하여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516 / 740] 쪽
  제사에서는 불이 으뜸이고
  풍송(諷誦)에서는 시(詩)가 으뜸이며
  사람 중에는 왕이 으뜸이고
  모든 물 중에선 바다가 으뜸이며
  
  별 가운데는 달이 으뜸이고
  광명 중에서는 해가 으뜸이며
  위와 아래, 사방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과
  
  하늘과 세간 사람 중
  오직 부처만이 가장 으뜸이니
  큰 복을 얻고자 하는 사람
  마땅히 삼보(三寶)에 공양하여라.
  
  그 때 구라단두 바라문은 곧 작은 자리 하나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차례로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고 기쁘게 하셨으니, 그것은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이었다. 욕심은 큰 걱정거리가 되고 상루(上漏)는 장애가 되며 출요(出要)가 제일이라 하시면서 모든 청정한 행을 널리 펴고 나타내 보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음개(陰蓋)가 가벼워져 쉽게 조복(調伏)될 것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서 그러했듯이 그를 위해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다시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集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出要聖諦]를 분별해 나타내 보이셨다. 그러자 구라단두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번뇌의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것은 마치 흰 천이 쉽게 물드는 것과 같았다. 구라단두 바라문도 또한 그와 같아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과(果)를 거두어 확고히 머무르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믿음을 따르지 않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517 / 740] 쪽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다시금 부처님과 법ㆍ비구대중들께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는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부처님이시여, 다시 이렛동안 저의 공양청을 받아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청을 허락하셨다. 그 때 바라문은 이렛일 동안 손수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했다. 이레가 지난 뒤 세존께서는 세상으로 유행을 떠나셨다. 부처님께서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구라단두 바라문은 병을 얻어 목숨을 마쳤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구라단두가 이렛동안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께서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병을 얻어 목숨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각자 생각했다.
  '저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어디 가서 태어났을까?'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였다.
  “저 구라단두는 이제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는 어디 가서 태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범행을 깨끗이 닦아 법 중의 법을 성취하였고 또 법에 저촉되는 짓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저 세상에서 반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