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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16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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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6. 왕상응품 ⑥ |
71) 비사경(肆經)1) 제 7 [제2 소토성송] |
나는 이렇게 들었다. |
어느 때 존자 구마라가섭(鳩摩羅迦葉)이 구살라국(拘薩羅國)에 유행할 적에 큰 비구들과 함께 사화제(斯提)2)로 나아가 그 마을 북쪽에 있는 시섭화림(尸攝林)3)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에 사화제 안에는 비사(肆)4)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지극히 풍족하고 안락하며, 재산도 한량없이 많고 목축과 산업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 등 여러 가지를 다 구족하였다. 게다가 사화제읍의 샘물과 못과 초목 등 일체가 다 이 왕에게 소속되어 있었으니, 이는 교살라왕 바사닉(波斯匿)이 봉(封)해 준 것이었다. |
그때 사화제의 범지(梵志)와 거사들은 구마라가섭이라는 사문이 교살라국에 노닐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사화제에 와서 그 마을 북쪽에 있는 시섭화림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는 큰 명성이 시방(十方)에 두루 퍼졌고 걸림 없는 말재주가 있어 말하는 것이 미묘하며, 많이 들어 아는 아라하(阿羅訶 : 阿羅漢)로서, 만일 이 아라하를 보고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면 빨리 좋은 이익을 |
1) 이 경의 이역경전으로는 송(宋)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대정구왕경(大正句王經) 』이 있으며, 참고 문헌으로는 『장아함경 』 제 7 권 「폐숙경(弊宿經)」이 있다. |
2)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성읍(城邑). |
3) 또는 신화림(申林)으로 쓰기도 한다. 여기에서 시섭화(尸攝)는 나무 이름이다. |
4) 왕의 이름이다. 『장아함경 』 제 7 권 「폐숙경」에는 폐숙(弊宿)으로 표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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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곳에 가서 저 사문 구마라가섭을 뵙고자 한다. 이 사화제에서 함께 북쪽으로 나와 시섭화림에 이르렀다. |
이 때에 비사(肆)왕은 정전(正殿) 위에 있다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이 제각기 무리를 지어 서로 따르며 사화제에서 함께 북쪽으로 나가 시섭화림으로 가는 것을 먼 발치에서 보았다. 비사왕은 그것을 보고 나서 시자에게 물었다. |
"이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이 오늘 무슨 일로 제각기 무리를 지어 서로 따르며 사화제에서 북쪽으로 나가 시섭화림으로 가는 것이냐?" |
시자가 아뢰었다. |
"천왕이여, 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은 구마라가섭이라는 사문이 교살라에 노닐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사화제에 와서 그 마을 북쪽에 있는 시섭화림에 머물고 있습니다. 천왕이여, 그 사문은 큰 명성이 있어 시방에 두루 퍼졌고 솜씨 있는 언변은 걸림이 없어 말하는 것이 너무도 미묘하며, 많이 들어 아는 아라하로서, 만일 이 아라하를 보고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면 빨리 좋은 이익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우리들도 가서 저 사문을 뵈어야겠다면서 저렇게 몰려들고 있습니다. 천왕이여, 그 때문에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은 제각기 무리를 지어 서로 따라 사화제에서 함께 북으로 나가 시섭화림으로 가는 것입니다." |
비사왕은 이 말을 듣고 시자에게 말하였다. |
"너는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에게 가서 '비사왕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에게 말한다. 현자들이여, 멈추시오. 나는 너희들과 함께 가서 저 사문 구마라가섭을 보리라. 너희들은 어리석게 그에게 속아, 후세가 있느니 중생들은 다시 태어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말라. 나는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라고 알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라." |
시자는 분부를 받고 곧 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
"비사왕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멈추시오. 나는 너희들과 함께 가서 저 사문 구마라가섭을 보리라. 너희들은 어리석게 그에게 속아 후세가 있느니 중생들은 다시 태어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말라. 나는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라고 알고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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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라 하였소." |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 분부를 듣고 시자에게 대답하였다. |
"곧 분부대로 하겠소." |
시자가 돌아와 아뢰었다. |
"이미 왕의 명령을 전하였나이다. 저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은 발길을 멈추고 천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직 원컨대 천왕은 때를 아소서." |
그 때 비사왕은 곧 말을 모는 이에게 명령하였다. |
"너는 빨리 수레를 준비하라. 내가 지금 곧 가리라." |
말을 모는 사람은 명령을 받고 급히 수레를 준비한 뒤에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
"수레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천왕의 뜻대로 하소서." |
그러자 비사왕은 곧 수레를 타고 사화제의 범지와 거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과 함께 북쪽으로 나아가 시섭화림에 이르렀을 때에 비사왕은 멀리서 존자 구마라가섭이 숲속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존자 구마라가섭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물었다. |
"가섭이시여, 내가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 주겠습니까?"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만일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물으시오. 내가 듣고 나서 생각해 보겠소." |
그러자 비사왕이 곧 물었다. |
"가섭이시여, 나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문 구마라가섭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
존자 구마라가섭이 대답하였다. |
"비사여, 내가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해 주시오. 왕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금 이 해와 달을 금세(今世)라고 하겠습니까, 후세(後世)라고 하겠습니까?" |
비사왕이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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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구마라가섭이시여, 당신이 아무리 그런 말을 하더라도 나는 다만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대답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가섭이시여, 내게는 친한 친척이 있었는데 병이 들어 매우 위독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다.) 친척들이여, 어떤 사문 범지들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는 분명 있고 중생은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만일 어떤 남자나 여자가 악행을 짓고 정진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태만하며, 질투하고 간탐하며, 손을 쓰지도 않고 희망을 가지지도 않으며, 지극히 재물만을 집착하면 그는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난다. 그런데 만일 저 사문의 말이 진실하다면 너희들은 나의 친척들로서 악행을 짓고 정진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태만하며, 질투하고 간탐하며, 손을 쓰지도 않고 희망을 가지지도 않으며, 지극히 재물만 집착한다. 만일 너희들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나거든 곧 돌아와서 내게 말하라. 비사여, 저 지옥 속은 이러이러하게 괴롭다)고 말이니라. 만일 그렇게 하면 내가 곧 현재 세상에서 볼 수 있으리라.' |
그는 내 말을 듣고 내 부탁을 받은 뒤에도 전혀 내게 와서 '비사여, 저 지옥 속은 이러이러하게 괴롭다'고 말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후세도 없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나는 다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만일 왕의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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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 죄인을 묶어 가지고 왕에게 와서 아뢰기를 '천왕이여, 이 사람은 죄가 있습니다. 왕께서 마땅히 다스리소서'라고 한다면, 왕은 그에게 '너희들은 끌고 가서 두 손을 뒤로 묶어 그를 나귀에 태우고, 나귀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나는 다 떨어진 북을 두드려 널리 포고(布告)한 뒤에 성 남문으로 나가 높은 표목 밑에 앉히고 그 머리를 베라'고 말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명령을 받은 뒤에 곧 죄인을 뒤로 묶어 나귀에 태우고 나귀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나는 북을 두드려 널리 포고한 뒤에, 성 남문으로 나가 높은 표목 밑에 앉히고 그 머리를 베려고 하면, 이 사람은 죽음에 임박하여 그 나졸들에게 '너희들은 잠시만 기다려달라. 내가 부모 처자 노비 하인들이 보고 싶다. 내가 잠시 집에 다녀올 터이니 이를 허가하라'고 한다면 그 나졸들은 과연 이 죄인을 놓아 잠깐 집으로 가는 것을 허락하겠습니까?" |
비사왕이 말하였다. |
"아닙니다. 가섭이시여."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왕의 친척들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악행을 짓고 정진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태만하며, 질투하고 간탐하며, 손을 쓰지도 않고 희망을 가지지도 않으며, 지극히 재물만 집착하였습니다. 그들이 그 일로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날 것입니다. 옥졸들이 그를 붙잡고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에 그는 옥졸들에게 여러 옥졸들아, 너희들은 잠시만 멈추어라. 나를 너무 심하게 다스리지 말라. 내가 잠시 비사왕에게 가서 '저 지옥 속은 이러이러하게 괴롭다고 말해주고 오겠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현재에서 이런 일이 있음을 알게 하고자 한다'고 한다면 그 옥졸들은 과연 왕의 친척들을 놓아 잠깐 왕에게로 오게 하겠습니까?" |
"아닙니다. 가섭이시여." |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와 같이 후세를 관찰해야 할 것이며, 육안(肉眼)으로 보는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어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성냄을 끊어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 어리석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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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이 죽는 때와 나는 때와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과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일들은 다 저 중생이 지은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고 그 진실한 이치를 알게 될 것입니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이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또 그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친척들이 있었는데 병이 위독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 친척들이여, 어떤 사문 범지들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는 분명 있고 중생도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만일 어떤 남자나 여자가 묘행(妙行)을 정진하며,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으며,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에게 공급해 주고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는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만일 저 사문 범지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너희들은 내 친척들로서 묘행을 정진하며,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도 없고 또한 간탐하지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이 없으며,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에게 공급해 주고 항상 보시하기를 즐기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다가 만일 너희들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거든 돌아와 내게 말하라. (비사시여, 천상은 이러이러하게 즐거운 곳'이다.) 만일 그렇게 하면 나는 곧 현재 세상에서 볼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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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 말을 듣고 부탁을 받은 뒤에도 도무지 내게 와서 '비사시여, 천상은 이러이러하게 즐거운 곳입니다'라고 말하는 자가 없었나이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 보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쉽게 이해합니다. 비사시여, 마치 마을 밖에 뒷간이 있는데, 깊이는 사람 머리가 빠질 만하고 똥이 그 안에 가득하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뒷간에 빠졌소. 다시 어떤 사람이 그를 가엾이 여겨, 그를 이롭게 하고 안온과 기쁨을 주려고 곧 뒷간 위에서 그를 천천히 끌어내어 대쪽으로 긁고 나뭇잎으로 닦고 더운물로 씻어 주었소. 그는 깨끗이 목욕한 뒤에 몸에 향을 바르고 정전(正殿) 위에 올라가 5욕을 마음껏 즐기었소. 왕의 생각에는 어떠하오. 그 사람은 과연 다시 먼저의 뒷간에서 생긴 일을 기억하여 기뻐하고 칭송하면서 다시 보고 싶어하겠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아닙니다. 가섭이시여."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그 뒷간을 기억하여 기뻐하고 칭송하며 보고 싶어하더라도 곧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거늘, 하물며 다시 제 자신이 지난번 뒷간의 일을 기억하여 기뻐하고 칭송하면서 다시 보고자 할 리가 없을 것이오. 비사시여, 만일 왕의 친척들이 묘행을 정진하며, 열심히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바라는 것이 없고 마음을 열어 모든 것을 버리고 여러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항상 보시를 좋아하여 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날 것이요, 천상에 난 뒤에는 하늘의 5욕을 몸소 즐길 것이다. 왕의 생각에는 어떠하오. 저 하늘 천자는 과연 그 하늘의 5욕을 버리고 이 인간의 5욕을 기억하여 기뻐하고 칭송하면서 다시 보고자 하겠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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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가섭이시여, 왜냐 하면 인간의 5욕은 냄새나고 깨끗하지 못해 싫어할 만한 것으로서, 향할 수 없는 곳이고 사랑할 수 없는 추하고 부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인간의 5욕에 비교하면 하늘의 즐거움은 제일이 되고 가장 좋고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만일 저 하늘의 천자가 하늘 5욕을 버리고 다시 인간의 5욕을 기억하여 기뻐하고 칭송하면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그대는 마땅히 이렇게 후세를 관찰해야 할 것이며, 육안으로 보는 것처럼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고 욕심을 여의며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고 성냄을 여의며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고 어리석음을 여의며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간다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와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과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이 지은 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고 그 진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비사왕이 다시 물었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런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후세는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라고." |
존자 구마라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
비사왕이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친척들이 있었는데 병으로 위독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 친척들이여, 어떤 사문 범지들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후세도 분명 있고 중생도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만일 어떤 남자나 여자가 묘행(妙行)을 정진하며, 열심히 정근(精勤)하여 게으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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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도 없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으며,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에게 공급해 주고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는 이것으로 인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난다.) 만일 저 사문 범지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너희들은 나의 친척으로서 묘행을 정진하며, 정근(精勤)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도 없고 또한 간탐하지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으며, 뜻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다가 만일 너희들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거든 돌아와 내게 말해 달라. (비사시여, 천상은 이러이러하게 즐거운 곳이다.) 만일 너희들이 천상에서 생각하기를 (우리가 만일 돌아가면 무슨 소득이 있을까? 비사왕의 집에는 재물이 많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마땅히 너희들에게 주리라.' |
그들은 내 말을 듣고 내가 그렇게 부탁한 뒤에도 누구하나 내게 와서 '비사시여, 천상은 이러이러하게 즐겁다'고 말하는 자가 전혀 없었나이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천상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수명은 짧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인간 세상의 백년은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룻밤에 해당하오. 이러한 하루 낮 하룻밤으로 30일을 한 달, 12개월을 1년으로 계산할 때, 삼십삼천의 수명은 천 년이나 되오. 왕의 생각은 어떠하오. 당신의 친척들은 묘행을 정진하고 열심히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게 없고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서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았으니, 그들은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천상에 태어난 뒤에는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오. |
'우리는 먼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하늘의 5욕을 몸소 즐기고, 혹은 2 3 4일이나 5 6일에 이르기까지 하늘의 5욕을 스스로 즐기자. 그렇게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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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비사왕에게 가서 천상은 이러이러하게 즐겁다고 말하자. 그래서 그로 하여금 현재 세상에서 보게 하자.' |
왕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대는 과연 그렇게 오래 살 수가 있겠습니까?" |
비사가 물었다. |
"가섭이시여, 누가 후세에서 와서 '천상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수명은 짧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인간 세상의 백년은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룻밤에 해당하오. 이러한 하루 낮 하룻밤으로 30일을 한 달, 12개월을 1년으로 계산할 때, 삼십삼천의 수명은 천 년이나 된다'고 말하였습니까?"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비유로 말하리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바로 그 뜻을 알게 될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장님과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오. |
'검고 흰 빛깔도 없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본 적도 없다. 길고 짧은 형상도 없고 또한 길고 짧은 형상을 본 적도 없다. 가깝고 먼 형상도 없고 또한 가깝고 먼 형상을 본 적도 없다. 추하고 고운 형상도 없고 또한 추하고 고운 형상을 본 적도 없다. 왜냐 하면 나는 처음부터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빛깔이 없는 것이다.' |
저 장님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을 진실한 말이라고 하겠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아닙니다. 가섭이시여, 왜냐 하면 검고 흰 빛깔도 있고 검고 흰 빛깔을 본 일도 있습니다. 길고 짧은 형상도 있고 또한 길고 짧은 형상을 본 일도 있습니다. 가깝고 먼 형상도 있고 또한 가깝고 먼 형상을 본 일도 있습니다. 추하고 고운 형상도 있고 또한 추하고 고운 형상을 본 일도 있습니다. 만일 장님이 말하기를 '나는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은 없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만일 왕께서 '〈 천상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수명은 짧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인간 세상의 백년은 삼십삼천의 하루 낮 하룻밤에 해당하오. 이러한 하루 낮 하룻밤으로 30일을 한 달, 12개월을 1년으로 계산할 때, 삼십삼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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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은 천 년이나 된다〉고 누가 후세에서 와서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까?'라고 말한다면, 비사왕도 또한 장님과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
비사왕이 말하였다. |
"사문 가섭이시여, 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말씀 마소서. 왜냐 하면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나를 저 장님과 같다고 비교하십니다. 만일 나와 내 친척들이 묘행을 정진하고 열심히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도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고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는 게 분명하다면, 나는 지금 곧 보시를 행하여 모든 복업을 닦고 재를 받들고 계를 지킨 뒤에 칼로 자살하거나 혹은 독약을 먹거나 혹은 구덩이에 떨어지거나 혹은 스스로 목을 매어 죽겠나이다. 사문 구마라가섭이여, 나를 견주어 저 장님과 같다고 하지 마소서."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곧 그 뜻을 아는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저 범지(梵志)와 같소. 그에게는 젊은 아내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아기를 배었소. 또 먼저 아내에게서 이미 한 아들을 두었었는데, 저 범지는 그 중간에 갑자기 죽었소. 죽은 뒤에 그의 먼저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그 어머니에게 말했소. |
'작은 어머님께서는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제 이 집안에 있는 재물은 다 내 것입니다. 같이 나눠 가져야 할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작은 어머니가 말하였다. |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다. 만일 사내를 낳으면 너는 마땅히 그 아이와 똑같이 이 재산을 나눠 가져야 할 것이다.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재물은 다 네 것이다.' |
먼저 아내의 아들은 다시 두 번 세 번 작은 어머니에게 말하였소. |
'이제 이 집안에 있는 재물은 다 내 것이오. 같이 나눠 가져야 할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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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작은 어머니도 또한 두 번 세 번 대답하였소. |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다. 만일 사내를 낳으면 너는 마땅히 그 아이와 똑같이 이 재산을 나눠 가져야 할 것이고,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재물은 다 네 것이다.' |
이에 작은 어머니는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서 살기를 바라면서 도리어 제 자신을 해치고 말았소. 그는 곧 방으로 들어가 예리한 칼로 배를 가르고 이것이 사내인가 계집애인가를 살펴보았소. 그는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 살기를 바라면서 제 자신을 해치고 또 뱃속의 아기까지 해쳤소. |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 살기를 바라면서 도리어 이렇게 생각합니다. |
'가섭이시여, 만일 나와 내 친척들이 묘행을 정진하고 열심히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도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고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는 게 분명하다면, 나는 지금 곧 보시를 행하여 모든 복업을 닦고 재를 받들고 계를 지킨 뒤에 칼로 자살하거나 혹은 독약을 먹거나 혹은 구덩이에 떨어지거나 혹은 스스로 목을 매어 죽겠나이다. 사문 구마라가섭이여, 나를 견주어 저 장님과 같다고 하지 마소서.' |
비사여, 만일 정진하는 사람이 장수(長壽)하면 곧 큰 복을 얻을 것이요, 만일 큰 복을 얻으면 곧 하늘에 나서 장수하게 될 것이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후세를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보는 것을 두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고 욕심을 여의며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고 성냄을 여의며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고 어리석음을 여의며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훨씬 뛰어난 천안(天眼)으로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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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다시 그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다. 가섭이시여, 내게는 친척이 있었는데 병이 위독하였나이다. 나는 그에게 가서 위로하며 그를 보았고, 그도 또한 위로하며 나를 보았나이다. 그가 만일 목숨을 마친 다음에 나는 다시 그에게 가서 위로하며 그를 보려고 하였으나 그는 결국 위로하며 나를 보지 못했고, 나 또한 다시는 위로하며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이해할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고둥을 잘 부는 것과 같소. 만일 저쪽 지방 사람은 일찍이 고둥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저쪽 지방에 가서 깜깜한 밤중에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힘을 다해 고둥을 불면, 저 많은 사람들은 일찍이 고둥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 소리를 듣고는 곧 생각할 것이오. |
'이것이 무슨 소리이기에 이처럼 아주 미묘하고 매우 기특한고. 실로 애착이 가며 마음을 기쁘게 하는구나.' |
그 때 그 무리들은 곧 고둥 잘 부는 사람에게로 가서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이기에 이처럼 아주 묘하고 매우 기특하여 실로 사랑할 만하며 마음을 기쁘게 하는가?' 하고 물었소.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은 고둥을 땅에 던지고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소. |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 소리가 바로 고둥 소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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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여러 사람들은 발로 고둥을 차면서 이렇게 말하였소. |
'고둥아, 소리를 내어라. 고둥아, 소리를 내어라.' |
아무리 그래도 고둥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소.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소. |
'지금 이 무리들은 어리석고 아는 게 없구나.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며 지혜마저 없다. 왜냐 하면 곧 인식작용이 없는 물건에서 소리를 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은 그 고둥을 도로 가져다 물로 씻어 가지고 곧 입을 대고 힘껏 불었소. 그 때 저 무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소. |
'고둥은 참으로 기특하구나 왜냐 하면 손으로 주워다가 물로 씻어 입으로 바람을 내어 불면 곧 좋은 소리를 내어 사방에 두루 퍼지기 때문이다.' |
이와 같이 비사여, 만일 사람이 살아서 목숨이 있으면 곧 말로 서로 위로할 수 있지만, 만일 목숨이 끊어지고 나면 곧 서로 말하고 위로하지 못하는 것이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이 다시 태어난다는 이치를 관찰해야 할 것이요, 육안으로 보는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이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며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며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며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 나는 때와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이 지은 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 다운 진리를 깨달은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한다 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
비사왕이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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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右伺)5)가 있는데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
'천왕이여, 이 사람은 죄가 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
'이 죄인을 잡아다 산 채로 저울에 달아 보고, 산 채로 달아 본 뒤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매어 죽인 다음에 다시 달아 보아라.' |
나는 이 사람이 언제 제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은 광택이 있어 좋은가, 즉 죽은 때가 더 좋은지 살아 있을 때가 더 좋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그 죄인을 잡아다 산채로 달아 보고, 달아 본 다음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졸라 죽인 뒤에 다시 달아 보았습니다. 그 죄인은 살아 있었을 때에는 가장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서 좋았지만 그 사람이 죽고 나자 가죽은 갈수록 무겁고 뻣뻣해져서 부드럽고 연하지 않았으며, 빛깔도 광택이 없었습니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알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쇠탄알이나 혹은 쇠보습을 진종일 불에 달구면, 그것이 그 당시에는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불이 꺼져버리고 점점 식게 되면 갈수록 엉기어 무거워지고 단단해져서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이와 같이 비사여, 만일 사람이 살았을 때에는 몸이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그가 죽고 나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지고 뻣뻣해지며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이치를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 |
5) 송(宋) 원(元) 명(明) 3본에는 유사(有司)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일을 담당한 관리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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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보는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어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펴라. 불을 지피고는 중생이 들어가는 때와 나오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해 보아라.' |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 안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 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밑에서 불을 지피고는 중생의 들어가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하였습니다. 가섭이시여, 나는 이와 같은 방편을 썼지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였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이제 당신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당신 생각에는 어떠하오.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자다가 당신은 혹 꿈 속에서 동산과 목욕하기 좋은 못 풀 나무 꽃 과실 맑은 샘 긴 강에서 마음껏 유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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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기억이 있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
가섭이 다시 물었다. |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혹 숙직하는 시자가 있었습니까?" |
"있었습니다." |
가섭이 다시 물었다. |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꿈 속에서 숙직하는 측근 신하가 혹 당신이 드나들고 돌아다니며 왕래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비록 이인(異人)이라 하더라도 볼 수가 없겠거늘 더구나 좌우에서 숙직하는 시자이겠습니까?" |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와 같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음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바라문이나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닫는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은 다시 태어나는 일이 없다)고 말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까?" |
비사가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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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다시 그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는데 그가 죄인을 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뼈 속 골수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아라'. |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다시 뼈 속 골수를 끄집어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들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이러한 방편을 써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찾아보았지만 끝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 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라오. 비유하면 마치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梵志)와 같습니다. 집은 길가 가까이 있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상인(商人)들의 숙소가 있었습니다. 그때 모든 상인들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바쁜 걸음으로 떠나느라 한 어린애를 잊어버리고 갔습니다. 그 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일찍이 일어나 상인의 숙소로 갔다가 주인을 잃고 혼자 있는 한 어린애를 보았습니다. 그 어린애를 보고 생각하였다. |
'지금 이 어린애는 의지할 데가 없다. 내가 기르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 그 애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 길렀습니다. 그 아이가 차츰 자라나서 모든 감관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속세에 작은 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범지는 이 소년에게 명령하였습니다. |
'내가 작은 볼 일이 있어 잠시 마을로 간다. 너는 부디 불씨를 꺼뜨리지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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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만일 불씨가 꺼지거든 너는 이 불비비개를 가지고 불을 일으키도록 하라.' |
그 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잘 타일러 말하고 나서 곧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떠난 뒤에 소년은 밖에 나가 놀다가 그만 불을 꺼뜨렸습니다. 그는 돌아와 불을 일으키려고 곧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에다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
그러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껏 두드리면서 말하였습니다. |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
그러나 불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자, 그는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아서, '불을 얻을 수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그 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마을에서 볼 일을 마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물었다. |
'아가야, 너는 놀지 않고 불씨를 잘 보살펴 꺼지지 않게 하였느냐?' |
소년은 '존자님, 제가 나가 노는 사이에 불이 그만 꺼져버렸습니다. 제가 돌아와 불을 구하려고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을 두드리면서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말했으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을 주어 두드렸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외쳐댔는데도 불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았었습니다. 존자여, 나는 이렇게 불을 구하였지만 불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그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
'지금 이 소년은 너무도 미련하고 아는 게 없다. 분명하게 잘 이해하지도 못하며 지혜도 없다. 왜냐 하면 인식하는 것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기 때문이다.' |
이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조화(燥火)를 가지고 화모(火母)를 문질렀습니다. 땅에다 대고 그것을 문지르자 곧 불이 일어나더니 점점 성해졌습니다. 그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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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불을 구하는 법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 너는 미련하여 아는 게 없고, 게다가 지혜마저 없어서 인식작용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으니 그와 같은 일을 하여서는 안 된다.' |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미련하여 잘 해득하지 못하고 지혜도 없어 인식작용이 없는 죽은 살이나 나아가 뼈 속 기름에서 중생의 생을 구하였으니 말입니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의 생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肉眼)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탐욕을 끊어서 탐욕을 여의고 탐욕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런 말을 하여도 나는 그저 견취(見取) 욕취(欲取) 에취(恚取) 포취(怖取) 치취(癡取)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곧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있어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그의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고 버렸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의 벗과 같소. 어떤 두 사람이 집을 떠나 돈벌이를 나갔소. 그들이 길을 갈 때에 맨 처음 주인없는 매우 많은 삼[麻]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곧 친구에게 말하였소. |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여기 매우 많은 삼이 있는데 주인이 없다. 나는 너와 함께 나누어 가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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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 |
그리고는 곧 한 짐 잔뜩 무겁게 지고 갔소. 그들은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무명실[劫貝 : 木棉]과 무명으로 만든 옷을 보았소. 또 주인이 없는 많은 은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짊어지고 가던 삼을 버리고 다시 은을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소.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금 덩어리를 보았소. 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
'너는 이제 마땅히 알라. 주인이 없는 금이 이렇게 많으니 너는 삼을 버려라. 나도 은을 버리겠다. 나는 너와 함께 이 금을 지고 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 |
저 삼을 진 사람은 은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
'나는 이 삼을 이미 잘 쌌고 단단하게 묶었으며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지고 왔다. 나는 결코 버릴 수 없으니 너는 네 일이나 잘 알아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 |
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짐을 억지로 빼앗아 땅에 메쳐 허물어 버렸다. 저 삼을 지고 가던 사람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
'너는 이미 내 짐을 이렇게 허물어 버렸다. 내 이 삼짐은 단단하게 묶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멀리까지 지고 여기에 이르렀다. 나는 끝까지 이 삼을 지고 돌아갈 것이며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네 일이나 알아서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 |
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곧 은짐을 버리고 금을 무겁게 지고 돌아갔다. 금을 진 사람이 돌아가자, 부모는 멀리서 금을 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
'잘 왔다. 현명한 아들아, 빨리도 왔구나. 현명한 아들아, 너는 이 금으로 말미암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부모를 공양은 물론 처자 노비 하인들에게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이며, 또 사문 범지들에게도 보시하여 복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마침내는 좋은 과와 좋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長壽)를 누리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저 삼을 지고 온 사람이 그 집으로 돌아갔을 때 부모는 멀리서 삼을 지고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는 꾸짖어 말하였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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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죄인이 왔구나. 덕도 없는 사람이 왔구나. 너는 이까짓 삼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도 없고 부모 공양은 물론 처자 노비 하인들에게 공급해 줄 수도 없으며, 또한 사문이나 모든 범지들에게 보시하여 복을 지어 점점 많아져서 좋은 과와 좋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할 수도 없을 것이다.' |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끝내 버리지 못하면, 당신은 결국엔 한량없이 많은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빨리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장사꾼과 같소. 어느 장사꾼이 대중과 함께 1천 대의 수레를 가지고 넓은 벌판 길을 가고 있었소. 그 대중 가운데에는 또한 두 주인이 있었소.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소. |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소. |
'우리들이 이 대중을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에 각각 5백 명씩 배치하자.' |
그 장사꾼들은 곧 대중을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를 각각 5백 명씩 배치하였소. |
그런데 어떤 다른 주인 상인이 5백 대의 수레를 거느리고 넓은 벌판 길에 이르렀소. 주인 장사꾼은 언제나 앞서서 길을 인도하였소. 어떤 사람이 길 곁에서 오는 것을 보았소. 옷은 다 젖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탔는데, 진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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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었소. 그 주인 장사꾼은 그 모양을 보고 물었소. |
'저 거칠고 넓은 벌판 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 신선한 물과 땔나무, 그리고 풀이 있던가?' |
그는 대답하였다. |
'거칠고 넓은 벌판 길에는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로 풍족하다.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짐을 덜어주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게 될 것이다.' |
그 주인 장사꾼은 그 말을 듣고 곧 돌아가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소. |
'나는 앞서 가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는데 옷이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었소. 진흙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기에 내가 그에게 물었소. |
(거칠고 험난한 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는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
그는 내게 대답하였다. |
(거칠고 험난한 길에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힘을 덜어주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
여러 상인들이여, 우리들은 이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자.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새로운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니 수레를 지치게 하지 말자.' |
저 상인들은 곧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고 온종일 길을 갔으나, 신선한 물은커녕 땔나무와 풀도 얻지 못하였소. 2일 3일 나아가 7일 동안 길을 갔으나, 그래도 여전히 신선한 물은커녕 땔나무나 풀도 얻지 못하였소. 7일이 지난 뒤에는 식인귀(食人鬼)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소. |
둘째 주인 장사꾼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앞서간 주인 장사꾼이 이미 험난한 길을 지나갔다.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 |
[483 / 1738] 쪽 |
법을 써서 이 험난한 고비를 벗어날 수 있을까?' |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5백 대의 수레를 이끌고 배고프고 험난한[飢儉] 길에 이르렀소.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있었소.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는데 옷은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었소. 그 수레는 진흙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었소. 주인 장사꾼은 그를 보고 물었소. |
'거칠고 험난한 벌판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
그는 대답하였소. |
'거칠고 험난한 벌판 길에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짐을 덜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
둘째 주인 장사꾼은 그 말을 듣고 곧 돌아가 모든 상인에게 말하였다. |
'내가 앞서 가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다. 옷은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탔는데, 두 바퀴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
(거칠고 험난한 벌판 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
그는 내게 대답하였다. |
(거칠고 험난한 벌판 길에 하늘에서 마침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서 수레의 짐을 덜어 풍부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
여러 상인들은 말하였다. |
'그러나 우리들은 아직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릴 수 없다. 만일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게 되면 그 뒤에 버려도 늦지 않다.' |
[484 / 1738] 쪽 |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지 않았다. 온종일 길을 갔지만 신선한 물이나 땔나무와 풀을 얻지 못하였소. 2일 3일 나아가 7일 동안을 길을 걸어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물과 땔나무나 풀을 얻지 못하였소. 둘째 주인 장사꾼이 앞서갈 때에 앞의 첫째 주인과 모든 상인들이 식인귀에게 살해된 것을 보았소. 주인 장사꾼은 그것을 보고 모든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
'너희들은 앞의 주인 장사꾼을 보라. 미련하고 지혜가 없어, 이미 제몸을 죽였고 또 모든 사람까지 죽였다. 너희 상인들이여, 만일 앞서 갔던 모든 상인들의 물건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그대들 마음대로 가져라.' |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그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곧 한량없는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치 앞의 첫째 주인 장사꾼과 그를 따라 가던 모든 상인과 같은 지경이 될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하여도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만일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이 때문에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다시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할 터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쉽게 아는 법이오. 비사여, 마치 두 사람이 떡 내기를 하는 것과 같소. 첫째 도박꾼은 떡을 훔쳐먹는 데, 한 개 두 개 세 개를 먹거나 혹은 여러 개를 먹었소. 둘째 도박꾼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소. |
'이 사람이 서로 내기를 하자더니 자꾸 나를 속이고 떡을 훔쳐먹는데, 한 개 두 개 세 개, 혹은 여러 개를 먹었다.' |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그는 첫째 도박꾼에게 말하였소. |
[485 / 1738] 쪽 |
'나는 이제 좀 쉬겠다. 뒤에 다시 놀자.' |
그리고는 둘째 도박꾼이 거기서 떠나자 재빠르게 그 떡에 독약을 발랐다. 독약을 바른 뒤에 그가 돌아와 그 동무에게 말하였소. |
'오너라. 같이 놀자. 어서 와서 놀자.' |
첫째 도박꾼은 다시 떡을 훔쳐먹었는데, 한 개 두 개 세 개, 혹은 여러 개를 먹었소. 떡을 먹자마자 곧 눈을 부릅뜨고 거품을 토하면서 죽으려고 하였소. 그러자 둘째 도박꾼은 첫째 도박꾼을 향하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소. |
그 떡에는 독약을 발랐는데 |
너는 욕심내어 먹느라 깨닫지 못했구나. |
떡 때문에 날 속이는 죄에 걸려 |
후생에 반드시 고통을 받으리라. |
마땅히 아셔야 하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리지 못하면, 당신은 곧 한량없는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다. 마치 도박꾼이 떡 때문에 남을 속이다가 도로 자기가 재앙을 받는 것과 같을 것이오." |
비사왕은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이시여,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그저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들어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고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이 때문에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할 터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쉽게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돼지를 기르는 사람과 같소. 돼지 기르는 사람이 길을 갈 때에 주인이 없는 마른 똥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소. |
[486 / 1738] 쪽 |
'이 똥을 가지고 가면 많은 돼지를 배불리 먹일 수 있겠구나. 나는 저것을 취하여 소중히 가지고 가리라.' |
그리고는 곧 그 똥을 취하여 짊어지고 갔다. 그가 길을 가는 도중에 큰비를 만나 똥물이 흘러내려 그 몸을 더럽혔지만 끝까지 버리지 않고 지고 갔다. 그리하여 그는 곧 제 자신이 한량없는 이러한 모진 일을 당했고 또한 여러 사람들의 미움도 받았소.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그와 같소. 만일 당신이 저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곧 한량없이 나쁜 일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니, 마치 돼지를 기르는 사람과 같을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
"사문 구마라가섭이시여, 아무리 그런 말을 하여도 나는 그저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만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다시 내 말을 들어보시오. 가장 마지막 비유로 말해 주겠소. 만일 당신이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만일 모른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설법하지 않을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큰 돼지와 같소. 큰 돼지가 5백 마리 돼지들의 왕이 되어 험난한 길을 가다가 도중에서 마침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났소. 돼지는 호랑이를 보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소. |
'만일 저놈과 붙어 싸우면 호랑이가 틀림없이 나를 죽이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일 겁을 내어 달아나면 친족들은 곧 나를 업신여길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이제 나는 무슨 방편을 써야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이렇게 생각한 돼지 왕은 호랑이에게 말하였소. |
'만일 싸우고자 하면 함께 싸울 것이다. 만일 그럴 마음이 없다면 내게 길을 열어주어 지나가게 해다오.' |
저 호랑이는 이 말을 들은 뒤에 곧 돼지에게 말하였소. |
[487 / 1738] 쪽 |
'네가 싸우자는 말은 따르겠지만 너에게 길을 빌려 줄 수는 없다.' |
돼지는 다시 말하였소. |
'호랑아, 너는 잠시만 기다려다오. 내가 조부 때에 입었던 갑옷이 있는데 그 갑옷을 입을 동안만 기다려라. 입고 다시 올 테니 그 때 싸워 보자.' |
저 호랑이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소. |
'저놈은 내 적수가 아니다. 하물며 조부의 갑옷을 입는다 한들 무슨 상관 있으랴.' |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돼지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소. |
돼지는 곧 자기가 살던 뒷간으로 돌아가 똥 속에 뒹굴어 몸뚱이에서 눈까지 온통 똥칠을 한 뒤에 호랑이에게 가서 말하였소. |
'네가 싸울 생각이 있거든 싸워보자. 만일 그렇지 않거든 내게 길을 빌려주어 지나가게 하라.' |
그러자 호랑이는 그 돼지를 보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소. |
'내가 평상시에 작은 벌레를 먹지 않는 것은 이빨을 아끼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냄새나는 더러운 돼지를 가까이 하랴.' |
호랑이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돼지에게 말하였소. |
'내가 너에게 길을 빌려 주겠다. 너와 싸우지 않겠다.' |
돼지는 그렇게 해서 그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곧 호랑이를 돌아보고 게송으로 말하였소. |
호랑아, 너도 네 발이 있지만 |
나에게도 또한 네 발이 있다. |
너는 오너라. 나와 함께 싸우자 |
무슨 생각에 무서워 달아나느냐. |
호랑이는 이 게송을 듣고 또한 게송으로 돼지에게 대답하였소. |
네 털이 곤두서서 빽빽하구나. |
모든 짐승 중에서 제일 못난이 |
[488 / 1738] 쪽 |
돼지야, 너는 어서 가거라. |
그 구린 냄새 견딜 수 없다. |
돼지는 스스로 뽐내며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소. |
마갈(摩竭)과 앙(鴦) 두 나라엔 |
내가 너와 서로 싸운다고 소문이 났다. |
너는 오너라. 나와 함께 싸우자 |
무엇이 무서워 달아나느냐. |
호랑이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소. |
온몸은 물론 털까지 다 더럽구나. |
돼지야, 네 냄새 내게 물들라. |
네가 싸워서 이기기를 구한다면 |
나는 이제 너에게 승리를 주리라.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나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곧 스스로 한량없는 나쁜 일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들의 미움도 받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저 호랑이가 돼지에게 승리를 주는 것과 같을 것이오." |
비사왕이 그 말을 듣고 아뢰었다. |
"존자여, 처음에 해와 달의 비유를 들어 말했을 때엔 내가 듣자마자 곧 알수 있어서 기뻐하며 받들어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나는 존자 구마라가섭에게서 위없는 최상의 묘한 지혜의 말씀을 듣고자 하여 나는 묻고 또 물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제 구마라가섭께 귀의합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당신은 내게 귀의하지 말고, 내가 귀의했던 부처님께 귀의하시 |
[489 / 1738] 쪽 |
오." |
비사왕이 말하였다. |
"존자여, 나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에게 귀의합니다. 원컨대 존자 구마라가섭께서는 부처님께서 나를 받아 들여 우바새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비로소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겠나이다." |
"비사여, 당신이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겠다고 하니, 몇 사람에게나 보시하고 언제까지나 계속하려 하시오." |
비사왕이 말하였다. |
"백 사람에게 보시하고 혹은 천 사람에 이를 것이며, 1일 2일 혹은 7일 동안 계속하겠나이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만일 왕이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되 백 사람에게 보시하거나 혹은 천 사람에 이르며, 1일 2일 혹은 7일 동안 계속한다면 모든 곳의 사문(沙門) 범지(梵志)들도 다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있어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저 사문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는 말을 들을 것이오. |
여러 곳에서 그 말을 들으면 멀리서 다 모여 오겠지만 7일 동안 행하는 왕의 보시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오. 만일 왕의 보시를 받지 못하게 되면 왕은 곧 복이 없을 것이오. 오랫동안 그 안락을 누리지 못할 것이오. 비사왕이여, 그것은 마치 종자가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쪼개지지도 않고 터지지도 않으며, 바람이나 햇빛이나 물 속에서도 상하지 않으며, 가을날 잘 간직한 것과 같소. 그러나 아무리 저 거사가 좋은 밭을 깊이 갈고 땅을 잘 고른 뒤에 때맞추어 그 종자를 뿌리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비를 맞지 않는다면 비사여,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오. 저 종자가 싹이 나서 자라게 되겠소?" |
"아닙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당신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는데 백 사람 |
[490 / 1738] 쪽 |
에게 보시하거나 혹은 천 사람에 이르기도 하며, 1일 2일 혹은 7일 동안을 계속한다면 여러 곳의 사문 범지들이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지켜왔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는 말을 들을 것이오. |
모든 곳에서는 이 말을 듣게 되면 멀리서도 모여 오겠지만 7일 동안 왕이 보시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오. 만일 왕의 보시를 먹지 못하게 되면 왕은 곧 복이 없을 것이며, 오랫동안 그 안락을 누리지 못할 것이오." |
비사왕이 다시 물었다. |
"존자여,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고 항상 오래도록 재(齋)법을 지키시오. 만일 비사왕이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고 오래도록 재법을 지키면 여러 곳의 사문 범지들이 다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지켜왔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는 말을 들을 것이오. |
모든 곳에서 그 말을 들으면 멀리서 다 모여들 것이니, 그들이 왕의 보시에 이르게 되면 왕은 곧 복이 있고 오랫동안 그 안락을 누리게 될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종자가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쪼개지지도 않고 터지지도 않으며, 바람이나 햇빛이나 물 속에서도 상하지 않으며, 가을에 잘 간수해 둔 것과 같소. 만일 저 거사가 좋은 밭을 깊이 갈고 땅을 잘 고른 뒤에 때맞추어 종자를 뿌리고 제 때에 비가 내리면 비사왕이시여, 그대 생각에는 어떠하오. 저 종자가 싹이 나서 자랄 수 있겠소?" |
비사왕이 말하였다. |
"종자에서 싹이 나와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
"비사여, 당신도 또한 이와 같소. 만일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고 항상 오래도록 재법을 지키면 모든 곳의 사문과 범지들이 다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지켜왔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는 말을 들을 것이오. |
[491 / 1738] 쪽 |
모든 곳에서 그 말을 듣고 나면 다 멀리서 몰려들 것이니, 그들이 다 왕의 보시에 미치게 되면 왕은 곧 복이 있을 것이며 오랫동안 안락을 누리게 될 것이오." |
그러자 비사왕이 아뢰었다. |
"존자여, 나는 지금부터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고 항상 오래도록 재법을 지키겠습니다." |
그때 존자 구마라가섭이 비사왕과 사화제(斯提)의 범지와 거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케 한 뒤에 잠자코 있었다. |
그때 비사왕과 사화제 범지와 거사들은 존자 구마라가섭이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구마라가섭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그 주위를 세 바퀴 돌고는 떠나갔다. |
저 비사왕은 비록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는다고 하였지만, 그러나 매우 나쁘고 더러운 콩국과 나물에 오직 한 조각 생강, 그리고 거칠고 헤어진 베옷을 보시하였다. 그 때 우다라(優多羅)라는 부엌을 감독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을 때, 비사왕을 위해 상좌에게 부탁하여 주원(呪願)을 행하였다. |
'만일 이 보시로 인하여 복의 과보가 있더라도 비사왕이 금생이나 후생에는 받지 않게 하라.' |
비사왕이 이 말을 들었다. |
'우다라는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을 때에 항상 그를 위하여 상좌에게 부탁하여 주원하기를, 〈 만일 이 보시로 인하여 복의 과보가 있더라도 비사왕이 금생이나 후생에는 받지 않게 하라〉'고 한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우다라를 불러 물었다. |
"우다라여, 너는 참으로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을 때에, 나를 위해 상좌에게 부탁하여 주원하기를, 〈 만일 이 보시로 인하여 복의 과보가 있더라도 비사왕이 금생이나 후생에는 받지 않게 하라〉고 하였는가?" |
[492 / 1738] 쪽 |
우다라는 아뢰었다. |
"진실로 그렇습니다. 천왕이여, 왜냐 하면 천왕은 비록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는다 하지만 극히 나쁘고 더러운 콩국과 나물, 그리고 오직 한 조각 생강뿐이었습니다. 천왕이여, 이 음식은 손도 댈 수 없겠거늘 하물며 직접 먹을 수 있겠습니까? 천왕이여, 천왕은 거칠고 헤어진 베옷을 보시하였습니다. 이 옷은 발로 밟을 수도 없겠거늘 하물며 몸소 입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천왕을 공경하지만 보시한 물건에 대해서는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천왕이여, 나는 이 나쁜 보시로 인해 생긴 과보를 왕에게 받게 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비사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
"우다라여, 너는 지금부터는 내가 먹는 음식과 똑같은 음식으로 대접하고, 내가 입는 옷과 똑같은 옷을 보시하라." |
그러자 우다라는 그 뒤로는 왕이 먹는 음식과 똑같은 음식으로 대접하고, 왕이 입는 옷과 똑같은 옷을 보시하였다. 그 때 우다라는 비사왕을 위해 보시를 감독하여 실행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에는 4천왕천에 태어났다. 저 비사왕은 지극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다음에는 용수림(樹林)6)의 빈 궁전에 태어났다. |
존자 교험발제(橋鉢帝)7)가 자주 저 용수림 빈 궁전에 가서 노닐었다. 존자 교험발제는 멀리서 비사왕을 보고 곧 물었다. |
"너는 누구냐?" |
비사왕이 대답하였다. |
"존자 교험발제여, 혹 염부주에 있는 사화제(斯提)의 비사라고 이름하는 자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까?" |
"나는 염부주에 있는 사화제의 비사라는 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
6) 사천왕천 궁전의 이름이다. 송(宋) 원(元) 명(明) 세 본에는 모두 총수림궁전(叢樹林宮殿)으로 되어 있다. |
7) 존자의 이름으로 혹은 교범파제(憍梵波提)로 쓰기도 하며, 의역하면 우주(牛主) 우사(牛)라고 한다. |
[493 / 1738] 쪽 |
"존자 교험발제여, 내가 곧 그 사람입니다. 옛날에는 비사왕이라고 이름하였었습니다." |
존자 교험발제가 다시 물었다. |
"비사왕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였었다. |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는 것이다.' |
그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여기에 나서 사천왕의 작은 용수림 빈 궁전에 살고 있는가?" |
비사왕이 아뢰었다. |
"존자 교험발제여, 나는 본래는 이러한 견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습니다. 만일 존자 교험발제께서 다시 염부주에 내려가거든 부디 염부주 사람들에게 두루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
'만일 보시를 행하여 복을 닦을 때에는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하고, 손수 주고 스스로 가서 주고, 지극한 믿음으로 주고, 업이 있고 업의 과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라. 왜냐 하면 그것으로 인하여 보시의 과보를 받는데 사화제의 비사왕과 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때문이다. 비사왕은 보시의 주인으로서 지극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시하였기 때문에 4천왕의 작은 용수림 빈 궁전에 나서 의지하고 있다.' " |
그 때에 존자 교험발제는 잠자코 받아 주었다. 이에 존자 교험발제는 어느 때에 염부주에 내려가, 곧 모든 염부주 사람들에게 두루 말하였다. |
"지극한 마음으로 주고 직접 손으로 주고, 스스로 가서 주고 지극한 믿음으로 주고, 업이 있고 업의 과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라. 왜냐 하면 이것으로 인하여 보시의 과보를 받는데 사화제의 비사왕과 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때문이다. 비사왕은 보시의 주인으로서 지극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에, 4천왕의 작은 용수림 빈 궁전에 나서 살고 있다." |
존자 구마라가섭이 이렇게 말하자 비사왕과 사화제의 범지 거사 그리고 여러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이 비사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0,367자이다. 『중아함경 』 제16권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모두 10,367자이다. 이 「왕상응품」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
[494 / 1738] 쪽 |
모두 53,556자이다.]8) |
8) 「왕상응품」에 수록된 글자 수는 총 53,536자인데 여기에서는 53,556자로 표기하여 20자가 더 많다. 이것은 앞에 제15권 각주에 밝혔듯이 15권에 수록된 총 글자 수와 차질에서 미친 영향인 듯하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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