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4념처만으로도 도를 갖추어 얻을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37품을 말씀하셨는가? 만일 그대가 말하기를 “간략히 말하기 위하여 4념처이고, 자세히 말하기 위하여 37품이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만일 자세히 말해야 한다면 한량이 없어야 되기 때문이다. |
[답] 4념처가 구족되어 비록 능히 도를 얻지만, 또한 4정근(精勤) 등의 모든 법도 말해야 된다.
왜냐하면 중생들의 마음은 갖가지로 동일하지 않고 번뇌도 또한 갖가지이며, 원하는 바도 이해하는 바도 역시 갖가지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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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 비록 하나의 진실, 하나의 모습이기는 하나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12부경(部經)2), 8만 4천의 법무더기[法聚]에 대해 이렇게 분별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처음에 법륜(法輪)을 굴리실 때 4성제(聖諦)를 말씀하심으로써 족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다른 법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중생들이 괴로움을 싫어하고 즐거움에 집착되었기에 이런 중생들을 위하여 4성제를 말씀하시어
“몸과 마음 등의 모든 법은 모두가 괴로움이어서 즐거움이 없다. 이 괴로움의 인연은 애착[愛] 등의 모든 번뇌에서 유래한다. 이 괴로움이 다한 곳을 열반이라 하며, 방편으로 열반에 이르니 이것을 일컬어 도라 한다” 하셨다. |
중생은 생각이 많고 어지러운 마음으로 뒤바뀌었기에 이 몸․느낌․마음․법에 집착되어 삿된 행을 짓나니, 이런 사람을 위하는 까닭에 4념처를 설한다. |
이렇듯 갖가지 도법은 각각 중생을 위하여 설한 것이다.
비유하건대 약사가 한 가지 약으로 뭇 병을 고칠 수 없으니, 병이 같지 않다면 약 또한 하나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마음의 병이 갖가지임을 따라서 뭇 약으로써 그것을 다스리신다. |
2) 범어로는 dvādaśāńga-dharmapravacana.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12분교(分敎) 혹은 12분성교(分聖敎)라고도 한다. 전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경(經, sūtra):산문형식의 경설. ②중송(重頌, geya):산문형식에 교설에 운문의 게송을 붙여 그 내용을 거듭 나타낸 형식. ③기별(記別, vyākaraṇa):문답체에 의한 교설. ④게(偈, gāthā):산문이 없이 운문만으로 이루어진 교설. ⑤자설(自說, udāna):감흥에 겨워 스스로 설하신 교설. ⑥여시어(如是語, ityuktaka):‘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교설. ⑦본생(本生, jātaka):부처님의 전생이야기. ⑧방광(方廣, vaipulya):제자들이 환희를 거듭하면서 질문을 거듭해 가는 일존의 교리문답. ⑨미증유법(未曾有法, adbhutadharma):부처님 및 불제자들의 뛰어난 덕상을 찬탄하는 교설. ⑩인연(因緣, nidāna):경과 율들이 설해지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 ⑪비유(譬喩, avādana):주로 부처님 이외의 인물들에 대한 전생이야기. ⑫논의(論議, upadeśa):부처님이나 불제자들이 간략한 경설을 자세히 해석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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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한 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니, 부처님께서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
“네 물건이 아니거든 가지지 말라.” |
비구가 대답했다. |
“알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
“어떻게 알았느냐?” |
비구가 대답했다. |
“모든 법이 내 것이 아니기에 가지지 말아야 하옵니다.” |
혹은 두 가지 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니, 선정ㆍ지혜요, 혹은 세 가지 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니, 계율․선정․지혜요, 혹은 네 가지 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니, 4념처이다. |
그러므로 비록 4념처로써 도를 얻을 수는 있으나, 다른 법의 행(行)이 다르고 분별하는 수량[多少]이 다르다면 관법 역시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4정근 등 다른 법도 말해야 하는 것이다. |
또한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믿음의 힘이 크고 일체 중생을 제도하려는 까닭에 여기에서 부처님께서는 일시에 37품을 말씀하신 것이다. |
만일 다른 법의 도문(道門)이나 10상(想) 등을 말하더라도 모두가 37품 가운데 포함된다. 이 37품의 뭇 약이 화합해서 일체 중생의 병을 치유하기에 족한 것이다. |
그러므로 더 이상 말씀하실 필요가 없으니, 예컨대 부처님에게는 비록 한량없는 힘이 있으시나 다만 10력(力)만 말해도 중생을 제도하기에 족한 것이다. |
이 37품은 10법으로 근본을 삼는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곧 믿음[信]․계율[戒]․사유(思惟)ㆍ정진(精進)ㆍ기억[念]ㆍ선정[定]․지혜[慧]․제함[除]․기쁨[喜]․버림[捨]3)이다. |
믿음이라 함은 신근(信根)과 신력(信力)이요, 계율이라 함은 정어(正語)와 정업(正業)과 정명(正命)이요, 정진이라 함은 4정근과 정진근(精進根)과 정진력(精進力)과 정진각지(精權覺支)와 정정진(正精進)이요, 기억이라 함은 염근(念根)과 염력(念力)과 염각지(念覺支)와 정념(正念)이요, 선정이라 함은 4여의족과 정근(定根)과 정력(定力)과 정각[定覺支]과 정정(正定)이요, 지혜라 함은 4념처(念處)와 혜근(慧根)과 혜력(慧力)과 택법각지(擇法覺支)와 정견(正見)이다. |
3) 제각지(除覺支)․정각지(定覺支)․사각지(捨覺支)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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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모든 법의 생각[念]이 지혜에 수순해서 대상[緣] 가운데 머문다면, 이러한 때를 염처(念處)라 한다. |
- 삿된 법을 깨뜨리고 바른 도 가운데에 행하는 까닭에 정근(正勤)이라 하고, - 마음을 안온하게 대상 가운데서 거두는 까닭에 여의족(如意足)이라 하고, - 부드러운 지혜를 마음으로 얻는 까닭에 근(根)이라 하고, - 날카로운 지혜를 마음으로 얻는 까닭에 힘[力]이라 하고, - 수도[修道位]의 작용인 까닭에 각(覺)이라 하고, - 견도[見道位]의 작용이기 때문에 도(道)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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