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덕본(德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모든 법상(法相)에 공교한 보살을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법상에 공교한 보살이란 어디에 한하여 모든 법상에 공교한 보살이라 하며, 여래께서는 어디에 한하여 그들을 모든 법상에 공교한 보살이라고 시설하십니까?”
그때 세존께서 덕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덕본이여.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이 깊은 뜻을 여래에게 묻는구나. 그대는 지금 무량한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 안락하게 하려고, 세간과 모든 하늘․사람․아소락들을 불쌍히 여겨 의리(義利)와 안락을 얻게 하려고 이렇게 질문하는구나. 그대는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해 모든 법상을 말하리라.”
이른바 모든 법상에 대략 세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변계소집상(遍計所執相)이요, 둘째는 의타기상(依他起相)이요, 셋째는 원성실상(圓成實相)이다.
무엇이 모든 법의 변계소집상인가?
이른바 이름으로 거짓되게 세워진 일체 법의 자성과 차별이고, 나아가 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무엇이 모든 법의 의타기상인가?
이른바 일체 법의 인연으로 생기는 자성이니, 즉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는 것이다. 이른바 무명(無明)은 행(行)의 연이 되고, 나아가 순전히 큰 괴로움의 덩어리를 부르고 모은다.
무엇이 모든 법의 원성실상인가?
이른바 일체 법의 평등한 진여이다. 이 진여를, 모든 보살들은 용맹 정진을 인연하기 때문에 진리대로 생각하고 잘못됨 없이 사유하는 것을 인연하기 때문에 통달할 수 있다. 이러한 통달에서 점점 닦고 모아서, 나아가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바야흐로 원만하게 깨치게 되는 것이다.
선남자여, 눈병 난 사람의 눈에 생긴 눈병의 허물처럼, 변계소집상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눈병 난 사람은 눈병으로 여러 모습 즉 머리털이나 바퀴, 벌과 파리와 거승(巨勝)과 혹은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따위의 차별이 나타남과 같이, 의타기상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은 눈에 눈병의 허물을 여의고 이 맑은 눈의 본성으로 행하는 바에 어지러운 경계가 없음과 같이 원성실상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선남자여, 비유컨대 청정한 파지가(頗胝迦)보배는 푸르게 물든 빛과 합하면 곧 제청(帝靑)이나 대청(大靑)의 마니(摩尼)보배와 비슷하니, 삿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제청이나 대청의 마니보배라고 집착하는 까닭에 유정들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 만일 붉게 물든 빛과 합하면 곧 호박(琥珀)의 마니보배와 비슷하니, 삿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호박의 마니보배라고 집착하는 까닭에 유정들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 만일 초록으로 물든 빛과 합하면 곧 말라갈다(末羅羯多) 마니보배와 비슷하니, 삿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말라갈다 마니보배라고 집착하는 까닭에 유정들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 만일 노랗게 물든 빛깔과 합하면 곧 금의 모습과 비슷하니, 삿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진짜 금의 모습인 양 집착하는 까닭에 유정들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아서 덕본이여, 저 파지가보배에 상응하는 물든 빛깔이 나타나는 것처럼, 청정한 의타기상에 나타나는 변계소집상의 말과 습기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저 청정한 파지가를 두고 제청과 대청과 호박과 말라갈다와 금 따위가 있다고 여기는 삿된 집착처럼, 의타기상에 변계소집상을 집착하는 것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저 맑은 파지가보배처럼 의타기상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저 맑은 파지가에 나타난 제청과 대청과 호박과 말라갈다와 진금 따위의 모습은 언제나 진실함이 없고 자성이 없는 성품인 것처럼, 의타기상에 나타난 변계소집상은 항상 언제나 진실함이 없으며 자성이 없는 성품이다. 원성실상도 마땅히 알라, 또한 그렇다.
또 덕본이여,
상(相)과 명(名)이 상응하는 것을 인연으로 삼는 까닭에 변계소집상을 알 수 있다.
의타기상에 나타나는 변계소집상은 집착을 인연으로 삼는 까닭에 의타기상을 알 수 있다.
의타기상에 변계소집상의 집착이 없음을 인연으로 삼는 까닭에 원성실상을 알 수 있다.
선남자여, 만일 모든 보살이 모든 법의 의타기상 위에서 여실히 변계소집상을 깨닫는다면 곧 일체 모습 없는 법[無相法]을 깨달을 것이며, 만일 모든 보살이 여실히 의타기상을 깨닫는다면 곧 여실히 일체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雜染相法]을 깨달을 것이며, 만일 모든 보살이 여실히 원성실상을 깨닫는다면 곧 일체가 청정한 모습의 법[一切淸淨相法]을 깨달을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모든 보살이 의타기상 위에서 여실히 모습 없는 법을 깨닫는다면 곧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을 끊을 것이요, 만일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을 끊는다면 곧 청정한 모습의 법을 증득할 것이다.
이와 같아서 덕본이여, 모든 보살은 여실히 변계소집상과 의타기상과 원성실상을 깨닫는 까닭에, 여실히 모든 모습 없는 법과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과 청정한 모습의 법을 깨닫는 것이다.
여실히 모습 없는 법을 깨닫는 까닭에 온갖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을 끊고, 일체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을 끊는 까닭에 일체가 청정한 모습의 법을 증득한다.
이에 한하여 모든 법의 모습에 공교한 보살이라 하며, 여래는 이에 한하여 그들은 모든 법의 모습에 공교한 보살이라고 시설한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밝히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에 모습 없는 법을 깨치지 못하면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 끊을 수 없나니
잡되고 물든 모습의 법 끊지 못하는 까닭에
미묘하고 맑은 모습의 법 깨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행의 뭇 허물을 관찰하지 않으면
방일(放逸)하는 허물이 중생을 해치리라.
게으름은 머무름과 움직이는 법에서
없음과 있음의 실수가 있느니라.
해심밀경(解深蜜經) 4. 일체법상품(一切法相品) -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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