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광혜(廣慧)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심(心)․의(意)․식(識)의 비밀에 공교함[善巧]을 말씀하시고, 보살은 심․의․식의 비밀에 공교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살을 어디에 한하여 심․의․식의 비밀에 공교한 보살이라 하며, 어디에 한하여 여래께서는 그들이 심․의․식의 비밀에 공교하다고 시설하십니까?”
보살이 이렇게 말하자, 그때 세존께서 광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광혜여,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이 깊은 뜻을 묻는구나. 그대는 지금 무량한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 안락하게 하려고, 세간과 모든 하늘․사람․아소락들을 불쌍히 여겨 의리(義利)와 안락을 얻게 하려고 이렇게 질문하는구나. 그대는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해 심․의․식의 비밀한 뜻을 말하리라.
광혜여, 마땅히 알라. 여섯 세계[六趣]의 나고 죽음에서 이런 저런 유정은 이런 저런 유정의 무리에 떨어지니, 난생(卵生)이나 태생(胎生)이나 습생(濕生)이나 화생(化生)으로 태어나 신분(身分)이 생긴다.
그 가운데서 최초의 일체 종자인 심식(心識)이 성숙하고, 차례로 화합해 자라고 넓어져서는 두 가지 집수(執受)에 의지한다. 첫째는 유색(有色)의 모든 근(根)과 그것들이 의지하는 집수요, 둘째는 모습[相]․이름[名]․분별(分別)의 말과 희론인 습기(習氣)의 집수이다. 유색계(有色界)에는 두 가지 집수가 구족하지만 무색계(無色界)에는 두 가지 집수가 구족하지 않는다.
광혜여, 이 식을 또한 아타나식(阿陀那識)이라고 부르니, 무슨 까닭인가?
이 식이 몸을 따르고 집착하여 지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부르니, 무슨 까닭인가?
이 식이 몸을 받아들이고 갈무리하며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함께한다는 뜻 때문이다.
또한 심(心)이라 부르니, 무슨 까닭인가?
이 식이 빛깔[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 등을 쌓아 모으고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아타나식을 의지하고 건립하는 까닭에 여섯 가지 식신(識身)이 구르니, 이른바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이다.
이 가운데 식이 있어 눈과 빛깔을 반연해 안식이 생기고, 안식과 함께 따라 행하며 동시에 같은 경계에 분별의식(分別意識)이 구르게 된다. 식이 있어 귀․코․혀․몸과 소리․냄새․맛․감촉을 반연해 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이 생기고, 이식․비식․설식․신식과 함께 따라 행하며 동시에 같은 경계에 분별의식이 구르게 된다.
광혜여, 만일 그때 안식 하나만 구르면 곧 이때는 오직 하나의 분별의식만 있어서 안식이 행하는 것과 함께 구른다. 만일 그때 둘․셋․넷․다섯의 모든 식신이 구르면 곧 이때도 오직 하나의 분별의식이 있어서 다섯 식신이 행하는 것과 함께 구른다.
광혜여, 비유컨대 큰 폭포수의 흐름과 같다. 만일 한 물결이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오직 한 물결만 구르고, 둘이나 많은 물결이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많은 물결이 구른다. 그러나 이 폭포수 자체는 항상 흘러 끊임없고 다함이 없다.
또 매우 맑은 거울의 표면과 같다. 만일 하나의 그림자가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오직 하나의 그림자만 일어나고, 둘이나 많은 그림자가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많은 그림자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 거울의 표면이 변해 그림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수용하고 없어지는 것도 없다.
광혜여, 폭포의 물과 같은 아타나식을 의지하고 건립한 까닭에, 만일 그때 하나의 안식이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곧 그때 하나의 안식이 구르고, 만일 그때 나아가 다섯 식신이 생길 인연이 나타나면 곧 그때 다섯 식신이 구르는 것이다.
광혜여, 이와 같아서 보살이 비록 법주지(法主智)를 의지하고 건립한 까닭에 심․의․식의 비밀에 공교하다 해도, 그러나 모든 여래는 이에 한하여 그를 일체 심․의․식의 비밀에 공교한 보살이라고 시설하지 않는다.
광혜여, 만일 모든 보살이 안으로 각각 다른 것들에 있어서 여실하게 아타나를 보지 않고, 아타나식을 보지 않고, 아뢰야를 보지 않고, 아뢰야식을 보지 않고, 쌓이고 모임을 보지 않고, 심(心)을 보지 않고, 눈과 빛깔과 안식을 보지 않고, 귀와 소리와 이식을 보지 않고, 코와 냄새와 비식을 보지 않고, 혀와 맛과 설식을 보지 않고, 몸과 감촉과 신식을 보지 않고, 의(意)와 법(法)과 의식(意識)을 보지 않으면 이를 승의에 공교한 보살이라 부르며, 여래는 그를 승의에 공교한 보살이라고 시설한다.
광혜여, 이에 한하여 심․의․식 일체의 비밀에 공교한 보살이라 하고, 여래가 이에 한하여 그를 심․의․식 일체 비밀에 공교한 보살이라고 시설한다.”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타나식(阿陀那識) 매우 깊고 미세해
일체 종자 폭포의 흐름 같도다.
내가 어리석은 이들에겐 말하지 않나니
그들이 분별하여 아(我)라 할까 두렵구나.
해심밀경(解深蜜經) 3.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
'해심밀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해심밀경(解深蜜經) ?6.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 - 보살의 사마타 & 위빠사나 (0) | 2017.12.31 |
---|---|
[스크랩] ?해심밀경(解深蜜經) ?5. 무자성상품(無自性相品) - 상무자성, 생무자성, 승의무자성 (0) | 2017.12.31 |
[스크랩] ?해심밀경(解深蜜經) ?4. 일체법상품(一切法相品) -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 (0) | 2017.12.31 |
[스크랩] ?해심밀경(解深蜜經) ?2.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 - 생각으로 절대진리를 찾을 수는 없다. (0) | 2017.12.31 |
[스크랩] ?해심밀경(解深蜜經) 1. 서품(序品)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