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이야기

[고승 33인 법어집]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5. 추담스님

수선님 2019. 5. 19. 11:30

있고 없는 것이 별개이면서

그대로 둘이 아닌 하나로 통일하여

다시 그 하나에도 집착하지 아니하는 곳에 해탈이 있으니..

-추담스님-





열반의 경지’

-추담 스님


제행이 무상이라 시간상 느리고 빠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천지간에 변하지 않는 만물은 없는 것인데, 그 변하는 것이 찰나이기 때문에 능히 그것을 보고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전체로 크게 변하는 양상을 보고 무상을 알아차리고 놀라는 것이 세태인정世態人情이 아닌가

사람도 죽는 것이 죽을 원인이 쌓이고 쌓여서 죽는데 쌓이는 상태는 찰나의 변이요 이동이거늘 그 찰나 찰나에는 감각하지 못하고, 즉 말하자면 평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다가 끝내 크게 변하여 죽는 마당에 이르러 새삼스러이 그것을 중대시하여 일대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 아닌가

인과를 살피는 눈이 무딘 까닭이며 정견, 정사에 미혹이 크다 할 밖에 없다. 참으로 멸하는 것만이 찰나가 아니라 생도 또한 찰나인 것이다. 생과 멸이 순환 반복되면서 진전하는 것은 나나찰나那那刹那에 있는 것인데, 만일 멸만 있고 생이 없어도 우주는 허무에 돌아갈 것은 물론이지만 생만 있고 멸이 없어도 또한 이같은 것이다. 멸의 필요는 이미 생이 있었기 때문이니, 생은 멸의 전제요 멸은 생의 장본이다. 천하의 일물이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무상 아님이 없어서 생멸 그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생멸을 멸함으로 얻어지는 초월한 신경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적정寂靜의 안락경安樂境으로 열반의 경지인 것이다.

경에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이 그것인 것이다‘ 적멸은 허망이 아니요, 허망이 아님으로 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이 본래 진생眞生이 아니요 가생假生 인 것이며, 멸이 또한 진멸眞滅이 아니요 가멸假滅 인 것이니, 그리하여 생이 영생永生이 아니요 멸 또한 절멸絶滅이 아닌지라 생과 멸에 집착하지 않고 초월함으로써 불생불멸의 참된 경지에 스스로 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소위 열반의 경지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까닭에 생하였다고 기뻐 날뛰거나 멸하였다고 슬퍼하는 희로애락의 현상에 마음 정할 바를 상실하는 곳에 안심입멸安心立命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소년에서 노년으로 변하는 끝에 죽음(死, 종합적 변화)으로 변하였다가 죽음에서 생하는 인연법으로 생멸하는 것이니 생멸도 법이요 적멸도 법이다, 현상도 법이요 본체도 법이다. 가에서 살면서 가를 여의는 모순 없는 생활이 진망불이眞妄不二의 경애境涯요. 집착 없는 무아의 경으로 필경 우주대宇宙大의 인격을 얻을 수 있으려니와 유에 즉하는 무 무에 즉하는 유, 색공불이色空不二의 중도성中道性 이상경理想境의 ‘진’을 얻어야 할 것이 아니냐.

다시 말하거니와 있고 없는 것이 별개이면서 그대로 둘이 아닌 하나로 통일하여 다시 그 하나로 통일하여 다시 그 하나에 집착하지 아니하는 곳에 해탈이 있으니, 공도 공해버리는 속에 창조적 묘유로 총체적 묘유로 총체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1. 생멸과 적멸의 상으로 인하여 무상이 아님을 체험하여 ‘상’을 얻을 것이요

2. 생과 멸에 착하지 않고 희노喜怒를 초월하여 항상 태연하니 ‘낙’이 될 것이요

3. 그 자리는 생사에 해탈되고 망집妄執의 소아小我에서 대자재大自在하니 참‘아’가 될 것이요

4. 망집妄執과 번뇌를 여의어 청정한 경지가 될 것이니 ‘정’이 안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얻어지는 상락아정常樂我淨은 열반의 경지가 안 될 수 없는 것이다. 감(往)이 따로 있고 옴(來)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감 그대로 옴이 되는 법이다.

고통 속에서 고통을 극복할 것이요, 사바 그대로 정토가 될 것이다. 번뇌가 곧 보리요 생사가 곧 열반이다. 생사 그대로의 실체실유實體實有가 아니라 초연한 기상으로 임운자재任運自在 우주인류로 공생할 것이요, 탐진치 삼독을 여읜 정신상태로 무아안온無我安穩의 심적 상태를 얻으리니 한낱 예지叡智의 상태로 무명을 자양탈각止揚脫却하는 갱생의 원리인 것이다. 백척간두에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생사초탈의 절대경-지혜와 자비를 포함한 절대의 용기로만 얻어지는 경애境涯로 유유히 충실하는 인생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1974.03.10

자재암 주지 재직시


추담스님

1898년~1978년

일본 대정대학 불교철학과 졸업

1937년 일승 스님을 은사로 득도

불교신문사 주필 겸 편집위원, 법주사·신흥사 주지

조계종 총무원 초대 교무부장 및 중앙종회 부의장

 

 

 

 

 

 

 

 

 

 

 

 

 

염화실 카페 http://cafe.daum.net/yumhwasil/8Hqs/64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