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인문과학 1

『고승전』의 선정 및 삼매에 대한 분석적 고찰

수선님 2020. 1. 26. 12:21

『고승전』의 선정 및 삼매에 대한 분석적 고찰

이 상 욱(형운) /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과정

 

 

목 차

Ⅰ. 머리말

Ⅱ. 선경(禪經)류의 번역과 『고승전』의 습선

Ⅲ. 선 용어에 대한 분석

1. 선에 대한 정의(定義)적 분석

2. 정(定)에 대한 정의(定義)적 분석

3. ‘맑고 고요함’의 의미로서 정(定)의 분석

Ⅳ. 고승전의 ‘삼매’ 분석

1. 삼매경류의 번역과 삼매에 대한 정의적 분석

2. 삼매의 성취와 그 과보

Ⅴ. 맺음말

 

 

국문 요약

오늘날 기계문명이 이룩한 정보화시대의 한 가운데 있다. 편리성의 추구와 함께 물질적 욕구에 따른 사회 병폐가 만연한 오늘날 그 치유적 대안이 필요하다. 성찰에 의한 수행을 제창한 선(禪)의 내적 치유 방식은 불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선수행은 불교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또한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효율적 방법의 하나이다.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방법으로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선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간화선의 돈오(頓悟) 방식보다 점수(漸修)라는 용이한 방편이 될 것이다.

선 수행을 기저로 탄생한 종파가 선종(禪宗)이다. 그런데 선종은 최고의 근기가 행할 수 있는 선 즉 간화선을 탄생시켰다. 수행자들은 조사(祖師)의 언구(言句)와 방할(棒喝)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비밀스런 관계만 중요시했다. 그렇다면 선이 대중들을 향하는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간화선의 대중화’라는 말은 한계점을 지닌다.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선종 발생 이전에 편찬된 『고승전(高僧傳)』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승전』은 양(梁)의 혜교(慧皎)가 엮은 것으로서 남북조 시대에 활동했던 고승들의 행적이다. 『고승전』은 선종이라는 종파적 의식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 체험과 함께 다양한 선(禪)적 문구들을 보여준다. 인도에서 들여온 선의 가르침이 그대로 적용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방법들이 풍부하게 내재한다. 이들 내용은 오늘날 알려진 행법들의 연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승전』에 대한 선학(禪學)적 고찰이 절실할 수밖에 없으며, 그 기초 작업으로서 용어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승전』의 선사들은 선을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했으며, 갖가지의 방편들을 동원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이를 불교사 혹은 교의적 검토가 아닌 선학연구의 입장에서 고찰하였다. 그리고 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용어들을 추출하여, 선경(禪經)-『고승전』-『속고승전(續高僧傳)』 등으로 이어지는 의미적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풍부한 선용어 분석 작업을 누적시키고 이를 통해 오늘날 포교에 응용하고자 함이다.

 

 

I. 머리말


『고승전』에 대한 일반사학이나 불교사적 연구가 많으나, 선학(禪學)적 관점에서 고찰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승’이라는 단어에 이미 선 실천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선학적 연구 흔적이 빈약하다는 것이 기이한 일로 비쳐진다. 일본에서 「梁高僧傳索引」(牧田諦亮, 1972)이 출간되었으나, 여기에도 선 용어들의 색인이 배제되어 있다. 때문에 『고승전』에 대한 연구의 빈한함이 더해진다.

선에 대한 기존의 학술연구는 ‘선’의 일반적 탐구보다 오히려 ‘선종’이라는 종파적 의식이 지배했음을 보게 된다. 혜능에 의해 돈오주의가 제창되었고, 이후 선종이 성립되면서 종파적 의식이 강화되었다. 선종은 심종(心宗), 허적(虛寂)으로 대변되는 보리달마의 가르침에서 연원하며, 종지는 격외(格外), 직지(直指), 사교(捨敎), 견성(見性) 등으로 표현된다. 선종의 최상승선 추구는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자나 차제적 방편들을 폄하시키는 구조이다. 곧 최상의 근기가 행하는 간화선을 탄생시켰고, 납자들은 조사의 언구(言句)와 방할(棒喝)에 매진하였으며, 사자(師資)의 비밀스런 관계만 중요시했다. 대중을 향하는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간화선의 대중화’라는 말이 성립되기 어려운 한계점을 지닌다.

오늘날 기계문명이 이룩한 정보화시대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선의 가르침 또한 개인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한다.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방법으로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선수행 프로그램을 제시할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간화선의 방법보다, 점수라는 용이한 방편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행의 실천적‧역사적 담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선과 유사한 여타 명상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차별성을 견지하기 위해 선종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고승전』은 선종의 종파적 의식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 선적 체험과 응용적 문구들을 보여준다. 곧 인도 선경류의 가르침이 그대로 적용된 흔적들이다. 더불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방편적 요소들 또한 풍부하게 내재한다. 이들 내용은 오늘날 알려진 행법들의 연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승전?에 대한 선적 고찰이 절실할 수밖에 없으며, 그 기초 작업으로서 용어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고승전』의 선사들은 중국에 선의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했으며, 갖가지의 방편들을 동원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이는 불교사 혹은 교의적 검토가 아닌 선학적 입장의 고찰이다. 이를 위해 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용어들을 추출하여, 선경류-『고승전』-『속고승전』 등으로 이어지는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본 작업의 결과를 누적시키고 이를 오늘날 대중을 위한 선 포교에 응용하고자 함이다.


Ⅱ. 선경류의 번역과 고승전의 습선


혜교(慧皎, 495~554)가 활동하던 당시까지 역경은 물론 선법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는 점을 고승전이 보여준다. 서역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역경승들이 경전들을 번역하였고, 이 가운데 선경(禪經)류도 다수 포함되었다. 또한 많은 서역 선사(禪師)들이 활동하였고 습선법이 중국에 소개되었다. 그 결과 선에 밝은 중국 승려들이 출현하였으며 그들의 활동 폭 또한 확대되었다. 혜교는 역경승 및 의해승과 더불어 당시 승려들의 덕업(德業)에 따라 10개 과(科)로 나누어 고승전을 편찬하였다.

(* 혜교의 행장은 도선이 편찬한 『속고승전』(대정장 50, p.471중) 혜교 조에 나타나며 생몰 연대를 미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동국역경원 번역의 고승전 외(1998,p.25) 「해제」에는 승과(僧果)라는 승려의 기록을 인용한다면, 혜교는 58세에 구강에서 입적했다고 한다.

*『고승전에는 ‘禪師’ 용어가 22번 나타난다. 「습선」편보다 오히려 「역경」편과 「의해」편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서역에서 도래한 승려들이 선경류를 번역하기도 했지만, 실제 선법을 가르쳤으며, 『고승전』은 선사로서 그들의 행장을 수록하고 있다.)

10과 중 제4과에 「습선」편을 배치했으며, 선에 매진한 승려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습선승뿐만 아니라 10과 모든 승려들이 선이나 염불, 예배 혹은 주(呪)법에 매진했고, 혜교는 이들을 ‘고승’이라 지칭했던 것이다. 따라서 실천적 표현, 특히 선적 표현을 『고승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선에 대한 어휘들 또한 풍부하게 발견된다. 발견된 선정 용어들을 추출하고 이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고승전』은 선경류 및 논서들을 수록하고 있다. 후한 안세고의 번역으로부터 혜교 당시까지의 선경들이다. 수록된 선경류는 다음과 같다.

<표 1> 『고승전』에 수록된 선경류

선경명

저자 및 역자

안반수의경

후한 안세고

음지입경

후한 안세고

도지경

후한 안세고

반야도행경

후한 지루가참

반주삼매경

후한 지루가참

중본기경

후한 강맹상

수행본기경

후한 강맹상

관불삼매해경

동진 불타발타라

수행방편론

동진 불타발타라

논돈오점오의(論頓悟漸悟義)

유송 석혜관

좌선삼매경

요진 구마라집

선법요해

요진 구마라집

선법요(禪法要)

요진 구마라집

선비요치병경(禪秘要治病經)

유송 저거안양후가 불타사나에게 배움

염불삼매경

유송 공덕직 역, 현창 교정

위의 선경(禪經)들은 『고승전』에서 소개된 대소승 경전 및 논서 중 일부에 해당한다. 『고승전』에는 경전은 물론 「노자」를 비롯한 제자백가서 등 약 314개의 전적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역경」편과 「의해」편에 집중되어 있다.

「습선」편이 전체 고승전?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적다. 전체 10과의 내용 및 혜교의 「서문」을 합친 글자의 총 숫자는 대략 132,391자이다. 이 가운데 「역경」편과 「의해」편 두 과가 차지하는 글자 수는 81,574자로서 절반 이상이다. 그런데 「습선」편의 분량은 6,978자로서 전체의 5.27%에 불과하며, 목차에 있어서도 네 번째에 위치한다.

비록 「습선」편 자체가 「역경」편이나 「의해」편 보다 작은 분량일지라도 『고승전』 전체에 소개된 많은 승려들이 선과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수록될 승려들을 선택할 때 ‘명승’이 아닌 ‘고승’을 기준으로 했다. 여기서 고승의 자질은 선정이나 염불 등 승려가 행해야할 실천행과 뗄 수 없다는 인식을 내재한다. 혜교는 명승(名僧)이라는 말을 배제하고 고승(高僧)이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고승전』에 수록할 승려들의 기준을 잡았다. 이것을 선 실수의 입장에서 볼 때 명예보다 수행을 통한 고덕(高德)의 가치를 우선했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혜교는 이전에 편찬된 보창(寶唱)의 『명승전』의 결점을 들어 비판하고 ‘고승전’으로 명명하게 된 것이다.

혜교 당시 선경의 숫자나 분량이 여타 경전보다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습선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은, 『고승전』 전반에 걸쳐 선정에 대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좌선이나 예배 등 행의가 「습선」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10과 전반에 나타난다. 특히 습선 행위가 당시의 신천가(神遷家)[神仙家], 즉 도가의 실천행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인도선이 갖는 이질적 요소들을 감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불교의 좌선이나 호흡법이 도가의 태식(胎息)법, 복기(服氣)법, 행기(行氣)법 등과 매우 흡사하여, 뿌리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며, 이를 격의(格義)적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습선에 따른 다양한 공덕과 신이가 발생하는 결과 역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다. 혜교는 「역경」 및 「의해」편에 이어 「신이」와 「습선」편을 배치함으로써 당시 습선자나 신이승들의 공덕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Ⅲ. ‘선’과 ‘정’ 용어에 대한 분석

1. 선에 대한 정의(定義)적 분석

‘선’과 ‘정’의 용어를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고승전?은 기록에 근거하여 편찬한 역사서로 분류할 수 있지만, 혜교는 고승들의 선(禪) 및 기타 실천적 행위들을 충실하게 반영하였다. 또한 선과 관련된 용어들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본다.

이들 중에서 먼저 선에 대한 정의적 용어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두 가지 방법으로 고찰한다. 분석을 위해 편의상 ‘선나’와 ‘사유수’로 나누었다. 선나와 사유수는 그 의미가 같으나 ?고승전?에서는 이를 혼용하고 있다. 굳이 차별점을 말한다면, 범어인 ‘dhyāna(선나)’와 번역어인 ‘사유수(思惟修)’이다. 따라서 의미의 분류가 아닌 단어의 차이임을 미리 밝힌다.

‘선나’의 의미로 사용된 용어로는 습선, 선학, 선법 등이 있으며, 이는 불교 교의와 구분되는 용어이다. 그리고 사유적 분석에 해당하는 용어는 사유(思惟), 심유(深惟), 심사(深思) 선사(禪思) 등으로서 관조한다는 의미로서 구체적인 선 행위를 가리킨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고승전?에 나타난 용어들을 취합하여 선(禪)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1)‘선나’적 분석

첫째, 사전적 용어로서 선나(禪那)[禪]에 대한 분석이다. 범어 dhyāna 및 빨리어 jhāna의 음사인 禪那의 ‘那’가 생략되어 ‘禪’으로 표기된다. 『고승전』에서는 선나가 드물게 사용되며, 오히려 <禪+定>이 정착되었음을 보게 된다. 선나는 혜교 이전에 번역된 다른 선경류에서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다만 구마라집이 번역한 『반야경』(27권)에만 ‘선나바라밀’이 자주 등장할 뿐이다.

선나는 『고승전』에서 선에 대한 정의적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 곳은 우선 「습선」편의 석승심 조에서 볼 수 있으며, 그리고 「습선」편에 대한 혜교의 「논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석승심 조에는 ‘선나’ 표현이 등장한다. ‘선이 아니면 지혜를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오로지 선나에 매진했다’라는 부분이 보인다. 승심은 당시 선(禪)의 거장이었던 담마밀다로부터 선을 배웠으며, 다시 영요사로 옮겨 정진한 결과 심오한 경지를 터득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선나는 선정과 함께 활용했으나 정의적 의미만을 강조했다.

혜교의 논평에서도 선나의 사전적 의미는 십분 발휘되고 있다. 그는 ‘선이란 무엇인가[禪也者]’에 대하여 설명한다.


논왈, 선이라는 것은 만물을 미묘하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인연하지 않는 법이란 없고, 살피지 못할 경계가 없다. 그러나 법에 인연하고 경계를 살피자면 오직 고요함으로써만 밝힐 수 있다.


선정에 대한 정의는 혜교의 찬탄 게송에서도 보여준다. ‘선나(禪那)와 고요함이며, 정수(正受)의 깊음이라’라고 하여 정의적 내용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 규봉종밀(780~841)이 「선원제전집도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전(辭典)적 의미인 사유수(思惟修)를 가리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문장을 좀더 세밀히 분석하기 위해 <선나(禪那)+묘적(杳寂)>, <정수(正受)+연심(淵深)>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이는 곧 <선+정>, <삼매+정수>로 이어질 수 있다. 선정이 지속되고 이는 삼매로 이어져 다시 정수의 공덕이 발생하는 순서인 것이다.

혜교 「논평」에서 습선인을 찬탄하면서 다시 한 번 선의 정의(定義)적 의미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오문기악(五門棄惡) 구차총림(九次叢林)’이 그것이다. ‘기악’은 선을 의미하며, 총림은 ‘공덕총림’으로서 또한 선임을 뜻한다. 따라서 이 부분을 다시 말하면 오문선(五門禪)과 구차제정(九次第定)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고승전』에 나타난 선의 정의적 용어들이 나타난 곳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2> 선의 정의적 용어 출현 회수

용어(출현횟수)

분과 및 승려명

禪那(2)

「습선」 석승심 조, 「습선」 혜교 논평

習禪(11)

「의해」 석법안 조, 「습선」 백승광 조, 「송경」 석혜예 조, 「습선」 석법성 조, 「의해」 석도항 조, 「명률」 석도영 조, 「신이」 석보지 조, 「습선」 축담유 조, 「송경」 석홍명 조, 「습선」 석현호 조

禪數(3)

「역경」 승가발징 조, 「역경」 불타발타라 조. 「의해」 강법랑 조

禪學(3)

「역경」 강양야사 조, 「역경」 승가달다 조, 「습선」 축담유 조

‘습선’은 혜교가 분과의 항목으로 설정한 바와 같이 당시에 선을 가리켰던 보편적 용어였음을 보여준다. ‘습선’ 용어는 「습선」편뿐만 아니라, 「의해」나 「송경」, 「신이」편에서도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명률」편 석도영 조에는 명확하게 습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수습선업(修習禪業)’ 혹은 ‘습선정(習禪定)’의 줄임말이었음을 보여준다. 「신이」편의 석보지(釋保誌) 조에 ‘수습선업’이라는 말이 보이며, 축담유, 석현호, 석승생, 석홍명 조에는 ‘습선정’으로 썼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석법안, 백승광, 석혜예 조에는 습선업이며, 석법성 조에는 ‘습선위무(習禪爲務)’이며, 석도항 조에는 ‘습선도(習禪道)’이다. 이로써 『고승전』에서 습선 용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선수(禪數)는 『고승전』에 세 번 검출된다. 수(數)는 곧 아비달마(阿毘達摩)의 표현이며, 선에 대한 연구 혹은 논구를 말한다. 「역경」편 승가발징 조에서 ‘선수(禪數)의 학문(學問)이 매우 성하였다’에서 선수(禪數)는 곧 아비달마를 말한다. 아비달마를 대법(對法) 혹은 수법(數法)이라 할 때, 당시 중국에서도 선경과 선법이 도입되면서 법에 대해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비록 중국에 노장사상이 편재해있었더라도, 그들은 새롭게 소개된 선법에 대해 분석해야 했던 것이다. 이 때 선수학(禪數學)이 나타났으며, 이는 수입된 선법들을 명수(名數)로 나누고 법상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즉 증일(增一)의 방법에 따라 일법, 이법 삼법 등으로 분류하고, 이것을 수수분별하여 선법을 숫자로서 다양하게 분석하려는 입장이다.

선수는 또한 불타발타라 조에서도 발견되는데, 선수제경(禪數諸經)이라 하여 선경류의 다양성을 가리키고 있으며, 또한 아비달마적, 분석적 의미로서 응용하고 있음을 말한다. 강법랑 조에서는 사학(思學)・선수(禪數)・입정(入定)을 동시에 배치시켜 선수의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하였고, 이것은 또한 실수(實修)로 이어졌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승전』에 사용된 ‘선학’ 용어는 선사상에 의한 논리적 토대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습선과 같은 용어로 활용되었으며, 단순히 선법을 배운다는 의미이다. 「역경」편 승가달다 조에는 ‘선학에 매우 밝았다’라고 하여 습선의 의미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강양야사 조에는 ‘선을 배우려는 이들이 무리를 이루었다’고 하여 ‘학(學)’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 「습선」편의 축담유 조에서도 선을 배운다는 습선으로서 선학이 적용되었음을 보여준다.

(2)‘사유수’적 분석

둘째, 선의 본질적 기능인 성찰적 분석으로서 ‘사유’이다. 선나는 종밀이 정의한 바와 같이 ‘사유수’ 혹은 ‘정려(靜慮)’라 할 때, 이와 관련하여 『고승전』에도 다양한 용어가 등장한다. 아래의 도표와 같이 여섯 개의 용어를 선택하여 상정해 보고자 한다.


<표 3> ‘사유수’관련 용어 검색

용어(횟수)

출전 분과 및 승려명

사유(思惟)(3)

「역경」 담마야사 조, 「역경」 담무참 조, 「역경」 승가라다 조

고유(顧惟)(2)

「의해」편 석지림 조, 「경사」 혜교 서록(序錄)

심유(深惟)(2)

「역경」 안세고 조, 「역경」 구마라집 조

심사(深思)(4)

「의해」 우법개 조, 「의해」 석담영 조, 「의해」 석승필 조. 「의해」 혜교 논평

선사(禪思)(6)

「역경」 석지엄(2), 「의해」 석혜영, 「의해」 법유, 「의해」 석보량. 「신이」 배도

사념(思念)(2)

「역경」편 담마야사, 「신이」편 배도

혜교는 『고승전』을 편찬하면서 ‘사유’라는 용어를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담마야사 조에는 ‘깨달아 스스로 사유(思惟)하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도를 전수하고자’라는 부분이 있으며, 담무참 조에는 ‘도진이 다시 사유[思惟]하기를’라는 문구가 보인다. 또 ‘승가달다가 사유(思惟)하되, 원숭이가 꿀을 바치자 부처님께서도 받아 잡수셨다. 지금 날아가는 새가 내려준 음식이라고 해서 어찌 안 되겠는가’라는 부분에서 살펴보면 평범한 ‘생각’이라는 의미를 넘어 ‘반조(返照)’로서 표현하고 있다.

‘고유(顧惟)’라는 의미도 나타난다. 이는 ‘돌이켜 본다’는 의미로서 사유와 미세한 차이가 보인다. 석지림 조에서 ‘다만 이 도를 되돌아볼[顧惟] 때마다’라고 하여 고찰적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에 비해 혜교는 그의 「서록(序錄)」에서 고유를 단순히 ‘돌이켜 보건데’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선적 의미와 거리가 있다.

‘심사(深思)’는 「의해」편의 우법개 조를 비롯하여 모두 네 번에 걸쳐 나타나지만 이는 선을 가리키기보다 단순히 숙고(熟考)의 의미로만 활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심유(深惟)’는 오히려 사유나 고유보다 보다 선나의 의미에 가깝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안세고 조에서 ‘인생의 괴로움과 헛됨[空]을 깊이 사유하되[深惟] 걸림돌이 되는 육체를 꺼려 떠나고자 하였다’에서 보듯이 성찰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또 구마라집 조에는 ‘고(苦)의 본질을 깊이 사유[深惟]하고는 반드시 출가해야겠다고 서원하였다’는 성찰적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혜교는 선사(禪思) 또한 사유를 의미로서 활용하고 있다. 「역경」편 석지엄 조에서 ‘불타선은 그가 선정[禪思]에 조예가 있음을 알고는 특별히 그의 재능을 남다르게 여겼다’는 부분과 함께 ‘세 사람의 승려가 각기 새끼로 맨 의자[繩牀]에 앉아 고요히 선정[禪思]에 든...’의 문구를 보듯이 선정의 의미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의해」편의 석혜영 조에 ‘선정(禪定)에 들고자 생각할 때마다, 문득 그곳에 가서 지냈다’가 있으며, 석보량 조에서도 ‘홀로 거처하여, 선(禪)에 잠기며 강설을 그만두고 인사를 단절하였다’라는 대목이 발견되며, 석도조 조와 배도 조에도 같은 의미의 선사(禪思)가 보이고 있다.

선사(禪思)와 더불어 사량을 표현하는 사념(思念)이 있다. 「역경」편의 담마야사 조에서는 ‘홀로 머물러 사념하되 자칫하면 밤낮을 바꾸기도 하였다’라고 하여 선나와 일치하는 의미에 적용시키고 있다.


위의 용어들이 추출된 부분을 종합해 볼 때, 선 및 사유에 대한 정의적 용어와 내용들이 「습선」편이 아니라 오히려 「역경」편과 「의해」편에 편중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습선인뿐만 아니라 역경승들은 물론 의해승들도 선적 사유, 선의 실천을 중시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2. 정(定)에 대한 정의(定義)적 분석

선정에 있어 선 즉 사유는 고요한 정(定)의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적정(寂靜)으로서 고요하면서도 맑은 상태일 때 효과적인 사유가 이루어진다. 이를 사전적으로 표현하면 ‘응주(凝住)로서 안정되고 심일경성(心一境性)으로서 산란하지 않음’을 뜻한다.

『고승전』은 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들을 구사한다. 먼저 ‘입정(入定)’에 대한 분석이다. 모두 10회에 걸쳐 등장하며 사용된 단어 모두가 ‘선정에 들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고승전』(『대정신수대장경』 제50권)의 ‘입정’ 용어의 활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경」 구나발마 조, 顔貌不異似若入定(p.341중)

「역경」 석지엄 조, 嚴入定往兜率宮諮彌勒(p.339하)

「의해」 강법랑 조, 每入定或數日不起(p.347중)

「의해」 축도생 조, 顔色不異似若入定(p.367상)

「습선」 백승광 조, 每入定輒七日不起(p.395하)

「습선」 백승광 조, 入定過七日(p.395하)

「습선」 석혜람 조, 達摩曾入定往兜率天(p.399상)

「습선」 석도법 조, 後入定見彌勒(p.399중)

「송경」 석홍명 조, 永興石姥巖入定(p.408상)

「창도」 석법원 조, 入定三日不食(p.417중)

입정과 더불어 정중(定中), 좌정(坐定), 습정(習定) 등도 입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혜교의 「습선」편의 논(論)에서 ‘4평등심과 6신통은 선(禪)을 말미암아 일어나며, 8제와 10입은 정(定)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라고 하여 선과 정의 공덕을 구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적(寂)’ 또한 정과 같은 의미로 활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요하다는 의미와 함께 맑고 깨어 있는 상태의 두 가지를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정(定)을 의미하는 문구나 설명들이 풍부함을 볼 수 있다. 이들을 분석한다.

「역경」편의 강승회 조에는 고요함을 ‘적연(寂然)’이 보인다. 비록 기도에 대한 무응답을 적연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고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定)으로서 고요함을 나타낸 것이다. 「역경」편의 석보운 조에는 선정을 위한 장소로서 고요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보운의 성품이 고요한 곳에 머물기 좋아하여 늘 한적(閑寂)을 유지했음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미로서 당시 번역된 『해룡왕경』에 적연은 35번 출현하며, 『범천소문경』은 34번을 헤아리며, 여타 선경류에도 많이 발견되다. 따라서 적연은 보편적인 선 용어임을 보여준다.

「신이」편의 석보지(釋保誌) 조에는 명적(冥寂)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적정의 상태를 넘어 고승으로서 추앙하는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스님의 자취는 비록 티끌세상의 더러움에 구속받으나, 그 정신은 그윽하고 고요한 세계에서 노닌다. 물과 불도 태우거나 적실 수 없고, 뱀과 호랑이도 덮쳐 두렵게 할 수 없다.


명(冥)의 글자적 의미는 ‘어둡다’와 함께 ‘그윽하다’거나 ‘생각에 잠겨 있다’는 표현으로서 적(寂)과 함께 용어가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보지화상이 정(定)의 경계에 있음을 칭송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혜교 또한 명적(冥寂)을 활용하고 있다. ‘어둡고 고요함을 체득하여 신(神)과 소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명적은 고요함을 넘어서 공능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로 적실 수도, 태울 수도 없을뿐더러 뱀이나 호랑이를 물리치며, 신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표현을 보이고 있다. 곧 삼매의 결과로 얻어지는 공능으로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명적은 『고승전』에서만 보일뿐 다른 선경류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혜교는 또 「의해」편 논평에서 유적(幽寂)‧함묵(緘黙)‧연적(淵寂) 어휘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 용어들을 통해 ‘선정이 깊고도 그윽하며 고요하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심행처멸(心行處滅)‧언어도단(言語道斷)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선정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여실히 표현하고 있다.


무릇 지극한 이치란 말이 없고, 그윽한 귀결점이란 아득하고 고요하다. 아득하고 고요한 까닭에 마음이 움직이는 곳이 끊어지고, 말이 없는 까닭에 말하는 길이 끊어진다. 말하는 길이 끊어질 때 말을 하면 그 참뜻을 다치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이 끊어질 때 생각을 일으키면 그 참됨을 잃는다. 그런 까닭에 유마거사는 방장실에서 입을 다물고, 석가모니는 쌍수에서 침묵하셨다. 바야흐로 이치의 깊고 고요함을 아는 까닭에 성인들은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定)이라는 의미로서 혜교는 유마힐의 두구(杜口)와 석가의 함묵(緘黙)을 예로 들었다. 이 때 혜교는 ‘언어로절(言語路絶)’ 및 ‘심행처단(心行處斷)’을 인용했는데, 이는 당시에 번역된 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좌선삼매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언어실멸’ 및 ‘심행처단’의 문구가 보인다. 더불어 라집역 『유마힐소설경』에는 언어도단과 함께 문자와 언어를 떠난 ‘묵연(黙然)’을 발견할 수 있다. 혜교는 이러한 문구들을 논평에서 활용하고 있다. 『고승전』 배도 조에서는 침묵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석혜원 조에서도 같은 의미로 발견된다.

유마힐의 묵연은 특히 중국에서 태동한 선종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여러 다른 보살들과 달리 유마힐이 ‘묵연’으로써 대답하지 않았고, 이는 문자와 언어를 넘어 진실한 불이법문(不二法門)임을 말하고 있다. 이는 『고승전』에 이어 『역대법보기』에서도 인용되며, 또한 『전등록』의 공안으로 활용되었다. 곧 선종의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격외(格外)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혜교가 표현했다는 점에서 『고승전』은 중국선의 태동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3. ‘맑고 고요함’의 의미로서 정(定)의 분석

혜교는 습선인으로 활동하거나 선학에 매진한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대 혹은 그 이전에 활동했던 고승들의 선실수에 주목했다. 그것은 선정의 바탕에서 다양한 삼매가 이루어지는 양태와 함께 다양한 공덕과 공능들을 세밀하게 기록한 것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고승전』에는 삼매로 연결되는 정(定)의 용어들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정은 단순히 고요의 차원을 넘어 심일경성(心一境性)의 지속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승전』에 드러난 정(定)의 용어인 적요(寂寥)‧징적(澄寂)‧담연(湛然)‧심적(心寂)의 네 가지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첫째 ‘적요(寂寥)’를 통해 본 정의 의미이다. 고요의 의미로서 「의해」편의 지둔 조와 석도항 조에서 보인다. 지둔은 그의 좌우명(座右銘)의 게송 중에서 볼 수 있다. 지둔은 ‘고요하게 맑은 거동으로 참선의 연못에서 번뇌를 씻어내라’고 하여 선정의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하되 연못에 비유하여 맑고 또한 비어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석도항 조에서도 적요(寂寥)가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서는 열반(涅槃)의 의미로 살리고 있다. ‘열반의 도라는 것은 고요하고 텅 비어서 형체나 표현으로 얻을 수 없다’고 하여 고요하면서도 비어 있는 상태로서 공(空)의 의미로 표현했음을 볼 있다.

둘째, ‘징적(澄寂)’의 표현을 볼 수 있다. 「역경」편의 축담마라찰 조에는 ‘축담마라찰 님의 맑고 고요함이여, 도덕이 깊고도 아름다워라’라고 하여 맑고 고요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징적의 표현은 『보살염불삼매경』(공덕직 역)에 보이고 있는데, 이 삼매경전은 혜교가 『고승전』 「의해」편에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혜교는 여기서 징적 표현을 그대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보살염불삼매경』에는 ‘행주좌와로 부지런히 비파사나를 수습하되 정념으로써 관찰한다. 그 마음은 맑고 고요하며[澄寂] 또한 어지러움이 없다’라는 표현에 주목할 수 있다.

셋째, 담연(湛然)은 『고승전』 여러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담(湛)의 의미는 침(沈)으로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는 것과 함께 ‘맑다’는 것을 말한다. 「역경」편의 석지엄 조에서 담연(湛然)의 의미를 선사와 함께 표현하고 있다. ‘3인의 승려가 승상에 앉아 고요히[湛然] 선사(禪思)에 든 것을 보았다’라고 하여 담연은 선적 사유가 이루어지는 정(定)의 상태임을 말하고 있다. 담연은 또 구나발마 조에 수록된 그의 유언장에서 발견된다. ‘맑고 지혜롭기 밝은 달이요, 고요히(湛然) 안주하니, 순일한 적멸의 상이라’라고 하여 담연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 「의해」편의 석도항 조에는 “맑고 고요한 하나[道]를 품는다. 5음(五陰)이 영원히 멸하면 모든 번뇌를 버린다. 번뇌를 다 버리기 때문에 도와 함께 상통한다.”라고 하여 도(道)를 담연에 적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승전』의 담연은 『관불삼매해경』의 정수와 의미적으로 연계됨을 볼 수 있다. ‘단정히 앉아 정수에 드니, 그 마음 마치 바다와 같아서, 고요하고 흔들림 없어라’라고 하여 정수삼매의 의미를 나타낸다. 『해룡왕경』 및 『사익범천소문경』에도 정(定)의 의미로서 담연을 표현하고 있다.

넷째 구나발마 조에 나타난 ‘심적(心寂)’에 대한 분석이다. 여기서 적(寂)은 정의 의미를 극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나발마의 유언에는


경계가 항상 앞에 있으니 마치 맑은 거울 대함이네

저와 나 또한 그러하니 이 마음 고요[心寂]한 까닭이라

몸은 가볍고 지극히 맑으리니 청량한 마음은 즐거움이네

큰 환희심 키워 집착없는 마음 내리라


라는 게송을 보게 된다. 위의 문장에서 심적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상을 사유하되 심적의 상태가 수반되고, 또한 그 결과가 무집착으로 이어짐을 강조한다. 심적을 선경류에서 살펴보면,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긴나라왕소문경』에서는 심적이 곧 정(定)임을 단언하는 부분이 보인다. 『해룡왕경』은 일심적정(一心寂定)이라 하여 정(定)의 의미로서 좀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어진다. 『음지입경』에서는 심적연(心寂然)으로, 『월등삼매경』에서는 심적멸(心寂滅), 『불설마역경』에는 심적막(心寂寞)으로서 정(定)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승전』의 심적과 같이 신(身)과 심(心)의 적연을 강조하고 있는 경전으로서 『범천소문경』이 있다. 이는 위에서 인용한 구나발마의 유언과 비슷한 내용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선비요법경』, 『긴나라왕소문경』,에도 신심적연(身心寂然)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진천자경』에서는 심적삼매(心寂三昧)라 하여 심적이 그대로 삼매로 이어짐을 표현하고 있다.

정의 고요함을 바탕으로 선의 헤아림이 이루어진다고 할 때, 정은 단순히 고요함을 넘어 맑은 상태로 이어져야 함을 보게 된다. 고요함을 나타내는 용어가 적정이나 적멸, 명적(冥寂), 유적(幽寂) 등이라면, 맑다는 의미는 앞서 살펴본 적요(寂寥) 등 네 가지로 분석한 바와 같다. 선(禪)이 기악(棄惡)과 공덕(功德)의 공능을 얻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고요하고도 맑은 상태의 지속이 전제되어야 함이다. 그러한 정(定)의 상태가 이어질 때 삼매정수로서 다양한 공덕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Ⅳ. 『고승전』의 ‘삼매’ 분석


1. 삼매경류의 번역과 삼매에 대한 정의적 분석

『고승전』은 ‘삼매’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중국인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따라 삼매경류의 번역이 변화하는 양태를 보인다. 전역의 초기인 한(漢)의 안세고가 번역한 삼매경류에는 신이적 요소가 다분했다. 그러나 이후 송(宋), 제(齊), 양(梁), 진(陳)으로 이어지는 남조에는 여러 행법들이 추가된 내용의 경전들이 번역되었다. 다양한 선경류의 유행은 중국 사회에 선종이 출현하게 된 배경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신이적 요소와 별개로 삼매의 실천적 전개를 위한 정의적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고승전』에는 경제(經題)로 기록된 삼매경류는 3종류이지만, 대장경 목록을 살펴보면, 이미 안세고로부터 혜교시대에 이르기까지 번역된 숫자가 많다. 삼매경류는 축법호, 구마라집, 지겸, 지루가참 등 역경가들에 의해 소개되었고, 혜교 또한 고승들이 행한 삼매의 신이와 함께 그 공능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고승전』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안세고가 번역한 ?불인삼매경?(1권)에는 삼매에 든 부처님이 사라지는 신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자서삼매경』(1권)에서는 땅 속에서 연화좌(蓮華座)가 솟아오르는 신정화증(神靜化證)삼매를 설하고 있다. 혜교는 안세고가 『안반수의경』 등 많은 선경류를 번역한 인물로 소개한다. 안세고의 행적을 기록하면서 선(禪)을 통한 신이와 교화의 공덕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였고, 이는 당시 중국인들로 하여금 삼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축법호 또한 많은 수의 삼매경류를 번역하고 있는데, 『여환(如幻)삼매경』(2권), 『무극보(無極寶)삼매경』(2卷)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삼매의 소개와 함께 구체적인 실천 방법, 그리고 그 공덕을 설하고 있으며, 내용의 분량 또한 상당히 많다.

전산 입력된 『고승전』의 원문 내용을 검색했을 때 나타난 ‘삼매(三昧)’는 모두 10번 이상을 헤아린다. 여기에서 삼매경류와 그 정의적 요소들을 알아본다. 『고승전』에서 발견된 삼매경류는 아래와 같다.

<표 4> 『고승전』에 나타난 삼매(정수)

삼매명

10과 분류

역경승

관불삼매해경

「역경」편

불타발타라 역

반주삼매경

「역경」편

지루가참․축불삭 역

좌선삼매경

「역경」편

구마라집 역

혜인삼매경

「의해」편

지겸 역(지둔 조)

염불삼매경

「의해」편

공덕직 역

공덕직의 염불삼매경 교정

「의해」편

석현창

혜교가 『고승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당시 삼매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보여주며, 특히 삼매의 과(果)로서 공능에 대한 부분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번역으로서 지루가참의 『반주삼매경』과 『반야도행경』, 『수능엄경』이 있다. 이와 함께 축불삭이 ?반주삼매경? 번역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동시에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반주삼매경』 1권본과 2권본이 있지만 축불삭이 어느 경의 번역에 참여했는지 사실관계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축불삭이 번역에 참여했던 때가 광화 2년(179)이므로 상당히 이른 시기에 번역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마라집이 번역한 『좌선삼매경』(2권)과 동진의 불타발타라(359~429) 번역의 『관불삼매해경』(6권) 두 경전이 번역된 연도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구마라집의 입적 연도와 불타발타라의 생애에 비추어 추측할 수 있다. 『좌선삼매경』에는 오정심관(五停心觀)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관불삼매해경』에는 많은 숫자의 삼매 종류들이 보인다. 두 경전은 삼매의 실제적 실천법이 소개되어 있으며 신이적 내용과는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둔(366년 입적)이 공부했다고 소개한 지겸역 『혜인삼매경』(1권)에는 부처님께서 혜인삼매에서 일어나 혜인삼매에 드는 방법과 그 공덕을 설하고 있다.

이들 삼매경류 보다 늦게 번역된 『염불삼매경』(5권)은 「의해」편의 석현창(釋玄暢) 조에 보인다. 현창은 공덕직(功德直)이 번역한 『염불삼매경』 번역을 교정했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 경전의 내용은 보살의 염불삼매가 수승한 과보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주는 내용이다. 『염불삼매경』은 모두 16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제3 「신통품」, 제4 「미륵신통품」, 제7. 「여래신력증정설품(如來神力證正說品)」의 신이적 내용과 함께 제10 「정관품(正觀品)」, 제15 「정념품(正念品)」을 통해 삼매행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삼매의 정의가 심일경성(心一境性)혹은 등지(等持), 정정(正定)으로서 일경(一境)의 지속적 상태임을 말한다. 혜교 시대에는 삼매에 대한 신이적 요소뿐만 아니라 삼매가 갖는 본래적 의미에 대한 부분이 탐구되었을 것이다. 그 내용이 제시된 곳 가운데 하나는 유송의 구나발타라가 번역한 『잡아함경』 제785경 「광설팔성도경(廣說八聖道經)」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만일 마음이 산란하거나 동요되지 않음에 머물되 고요함 섭수하여 삼매로 한 마음이 되면, 이것을 세속의 바른 선정이라 한다.

한마음의 지속을 알리는 정의적 내용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잡아함 『계빈나경(罽賓那經)』(806경)에는 삼매의 성취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비구가 삼매를 닦아 익힐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머물러서 기울게 하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훌륭하고 묘한 선정에 머물면, 그 비구는 이 삼매를 얻어 애써 방편을 쓰지 않더라도 마음대로 곧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정의된 삼매 용어와 함께 신이적 내용들이 혜교의 『고승전』에 나타나고 있다. 그는 고승들의 수행으로 성취한 삼매의 내용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위진시대에 활약했던 강양야사(畺良耶舍)조에서 삼매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역경」편의 강양야사는 삼장(三藏)에 밝았으며 또한 선문(禪門)에도 전력을 기울였다고 하였다. 그가 한 번 선정의 관문에 들 때마다, 간혹 7일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항시 삼매정수(三昧正受)로써 여러 나라에서 교화활동을 했다고 전한다.

「역경」편의 구나발마 조에 기록된 그의 유언 내용을 살펴보면 삼매에 대한 정의적 내용을 볼 수 있다.


삼매의 과보 성취하면 번뇌 떠난 청량한 연(緣)이어서

솟거나 가라앉지도 않아 맑고 지혜롭기 밝은 달이요

고요히 안주하니 순일무구한 적멸의 상이라


「습선」편의 현고(玄高) 조에는 삼매정수를 부연하는 설명으로서 ‘깊고도 묘하다’는 표현을 주고 있다. 또한 혜교는 「습선」편의 논하면서 선나(禪那)와 더불어 정수(正受)를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선은 아득하고 고요하며 삼매의 못은 깊도다.

생각을 거두어야 그윽한 곳을 채우리라


삼매경류는 신이 및 공덕을 통한 신앙적 측면이 돋보이지만 이를 통해 선이나 염불, 관상법 등 다양한 행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즉 혜교의 입장에서 삼매를 분석한다면, 망신․신이․흥복․경사 등 공업(功業)을 통해 개물성무(開物成務)의 의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가운데 습선이나 명률 등 불교의 본질적 실천을 강조한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승려들이 행한 신이와 별개로 삼매의 실천법들은 중국불교의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고승전』은 주요 자료들을 제시한다. 더불어 초기 중국 선종이 뿌리 내리는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2. 삼매의 성취와 그 과보

혜교는 삼매를 행하고 성취했던 다수의 승려들을 기록하고 있다. 삼매행의 종류와 그 내용, 그리고 신이의 모습과 그 공덕들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아래의 도표는 『고승전』에 나타난 삼매의 과(果)에 대한 기록이다.


<표 5> 『고승전』의 삼매과 내용

분류

승명

삼매명

「의해」편

석혜원 조

반주삼매행

「신이」편

석혜안 조

화광삼매

「습선」편

석보항 조

화광삼매

「망신」편

혜교의 論

화광

「습선」편

석법기 조

사자분신삼매

「송경」편

석도경 조

항상 반주삼매행

「송경」편

석혜미 조

정수(精修) 삼매

삼매류 경전의 내용에는 삼매를 얻음으로써 신이와 공능, 공덕이 발생함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고승전』에도 삼매를 얻어 초월적 힘을 얻은 승려들의 행록을 비교적 세밀하게 수록하고 있다. 그것은 「신이」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경」편이나 「습선」편, 「망신」편의 승려들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석승혜 조의 부견인으로 기록하고 있는 혜원(慧遠)은 강릉의 장사사의 사문 혜인(慧印)의 종이었다. 혜인은 혜원을 출가시켰다. 혜원은 반주삼매(般舟三昧)를 수행하였다. 몇 해를 부지런히 고행하였고, 마침내 신이한 능력을 가졌으므로 분신(分身)하여 초청하는 집에 갈 수도 있었으며, 미리 흥망을 점치기도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신이」편의 석혜안(釋慧安, ?~?) 조에 보이는 화광삼매는 삼매의 결과로 나타나는 공능으로 비쳐지고 있다. 혜교는 혜제(慧濟)와 도반이었던 혜안을 소개하면서 세 가지의 신이를 기록하고 있다. 첫째는 혜안이 강릉의 비파사에서 사미로 있을 때 물이 마르지 않는 병에 대한 일화이며, 둘째는 구족계를 받은 혜안이 법당문이 아닌 벽 틈으로 출입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셋째는 혜제가 혜안과 헤어질 때 천인(天人)의 악기 연주 소리와 향기로운 꽃이 공중에 가득히 메운 것을 목격했다. 넷째는 상천(相川)으로 이동하기 위해 장사꾼과 함께 배를 탓던 혜안이 병이 들었고 그를 강가에 두었을 때 발광했으며, 이는 화광삼매였음을 나타나고 있다.


‘나의 명이 다 되었소. 다만 들어내서 강둑 가에 놓아두시오. 관이나 나무는 필요 없소. 숨이 끊어진 후에는 곧 벌레와 새들에게 보시할 터이니.’ 장사꾼은 그의 말대로 들어내서, 강둑 옆에 눕혀 놓았다. 밤에 불꽃이 그 의 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괴이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가서 살펴보니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러나 상인들이 상동에 다다랐을 때 거기에는 죽었던 혜안이 있었음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혜제는 이러한 내용을 척기사(陟屺寺)의 유규(劉虯)에게 고백했고, 유규는 혜안이 득도한 분이며 화광삼매에 들었음을 확인했다.

「습선」편의 보항(普恒, 402~479) 또한 화광삼매에 들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습선인으로서 평생을 보냈으며 선자(禪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항의 화광삼매는 빛과 매우 관련있다. 어려서 햇빛 속에서 어떤 승려가 설법했다고 하며, 성도의 안락사(安樂寺)에서 습선했으며, 승명(昇明) 3년(479) 입적했음을 밝히고 있다. 혜교는 보항의 자설을 그대로 수록하고 그가 화광삼매를 닦았다고 한다.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면, 광명이 눈썹에서 곧바로 내려가 금강제(金剛際)에 이른다. 화광 가운데서 여러 가지 색상이 나타나는데, 전생의 업보도 자못 밝게 알게 된다.


더불어 좌탈입망(坐脫入亡)에 대하여 세밀하고 열거하고 있으며, 다비가 이어지는 동안 오색 연기와 함께 특이한 향기가 자욱하게 감돌았다고 신이적 내용을 열거하고 있다. 위에서 보듯이 화광삼매가 의미하는 바가 곧 빛이라고 할 때, 보항의 행적에는 화광삼매의 공능이 잘 드러나고 있다.

「망신」편을 마치면서 혜교는 「論」에서 망신의 의미를 불과 관련시켜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법우로부터 담홍에 이르기까지 몸을 불살랐다는 것을 언급했으며, 그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버린 사람들로 묘사한다. 이어서 혜교는 ‘화광’을 언급하고 있으며 화광삼매의 의미를 한 번 더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번역된 『한글대장경』에는 화광삼매가 아닌 단순히 ‘불빛’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며, 화광삼매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비록 석존이 죽은 나한의 시신을 불태우도록 허락을 했지만, 그 이전에 나한은 스스로 화광삼매에 들어 자신을 불태운다고 하였다. 이 때 몸 속의 벌레가 함께 죽게 되므로, 혜교는 그 죽음의 의미를 바르게 살려야 함을 강조한다.

화광삼매는 몸에서 불을 발하는 선정, 즉 불빛에 감싸여 명상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불타발타라가 번역한 『관불삼매해경』에는 ‘한 분 한 분 부처님들이 화광삼매에 들어 들과 늪지를 밝혔다’는 부분과 함께 ‘모든 비구 등이 화광삼매에 들었으며, 몸에서 금색 빛을 발했다’는 내용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화광삼매의 의미는 『고승전』에서도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자분신삼매(獅子奮迅三昧)의 연원과 혜교 이후 내용 전개를 살펴본다. 이 삼매는 부처님이 드는 삼매로서 대자비를 펼치고 중생 소질에 응하는 위력이며, 또한 외도나 이승(二乘)을 항복받는 모습이 마치 사자가 분신(奮迅)하는 것과 같다는 신속의 의미이다. 이 같은 내용은 『화엄경』(60권본)에서 경전적 근거가 나타나며, 『대지도론』 또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고승전』에는 「습선」편의 석법기 조에 사자분신삼매가 나타난다. 법기는 14살에 출가하여 지맹(智猛)으로부터 선을 배웠고, 영기사(靈期寺) 법림(法林)과 함께 관법(觀法)을 익혔으며, 다시 현창(玄暢)을 모시고 공부했다고 기록한다.


그 후 현창을 만나 다시 그를 따라 공부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현창이 강릉으로 내려가자, 그도 따라갔다. 십주관문(十住觀門) 가운데서 그가 터득한 것은 이미 9관문이었다. 그리고 오직 사자분신삼매만을 아직 다 익히지 못하였다. 현창이 감탄하였다.


법기는 그 후 ‘장사사에서 62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신비로운 광명이 시신을 비추고 몸은 향기롭고 깨끗하였다(神光映屍體更香潔)’라고 기록한다. 그런데 혜교 이후 사자분신삼매에 대한 내용은 천태지의는 ?석선바라밀차제법문?과 ?법계차제초문?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반주삼매경』에 대한 분석이다. 『반주삼매경』은 석도경 조에서 신이로써 기록하고 있다. 그는 남간사(南澗寺)에 머물면서 항상 반주삼매(般舟三昧)에 들었으며, 문이 닫혀있음에도 자재하게 왕래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석혜미는 정밀하게 삼매를 닦았다고 기록한다. 그는 바위산길을 자재하게 왕래했다는 신이의 기록과 함께, 정림사에서 좌선과 계율, 독송으로 삼매에 들었음을 암시한다.

삼매에 대한 신비적 입장을 보였던 혜교시대와 달리 도선의 『속고승전』(645)은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신이적 수용보다 실제적 행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속고승전』에는 「신이」편이 사라졌으며, 공덕이나 공능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또한 삼매 용어는 「습선」편에 집중되었을 뿐 여타 분과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속고승전』 「습선」편의 분량이 매우 많으며, 특히 혜사(慧思) 조와 천태 지의(天台 智顗) 조에서 ‘법화삼매’ 용어가 다수 나타난다. 지의는 법화삼매와 삼삼매(三三昧)를 닦았으며, 삼매를 사종(四種)으로 분류하였다. 이외에도 「습선」편 승부(僧副)는 혜인(慧印)삼매를 얻었으며, 혜관(惠寬)은 화광삼매를 얻었다고 전한다.

이상과 같이 『고승전』의 삼매를 중심으로 혜교 당시 번역된 선경류 및 혜교 이후 편찬된 『속고승전』 삼매의 연결을 살펴보았다. 결국 『고승전』의 삼매는 불교의 중국 유입 과정에서 홍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신앙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선경류 및 『고승전』의 삼매는 그 방법론에 대한 내용보다 오히려 공덕이나 공능과의 연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삼매는 습선승 뿐만 아니라 역경승이나 의해승 등 『고승전』 10분과에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삼매가 『속고승전』에서는 「습선」편에 집중된 점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속고승전』의 삼매는 신이나 신앙보다 방법론을 통해 구체적인 행법으로 성립되었다는 점이다.


 

Ⅴ. 맺음말


본 논문에서는 선정과 삼매 단어를 중심으로 정의적 어휘와 응용적 예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역경」편과 「의해」편이 전체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분량 때문에 ?고승전?에는 선학적 내용이 빈약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인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에 대한 선학적 연구 흔적이 매우 드물다.


이미 『고승전』의 ‘고승’이라는 단어에 선의 실천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또한 풍부한 선적 어휘들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에 대한 정의적 문구들은 물론 다양한 응용의 예를 보여준다. 더불어 행의와 예배, 주문(呪文)을 통한 행법 또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숫자가 나타난다. 미개척 연구분야로서 선학자의 손길을 요구한다.

선종이 성립되고 돈오주의에 의한 불립문자 및 직지(直指) 정신은 풍부한 선적 어휘들의 활용을 감소시켰고, 이는 선의 체계화나 대중화가 쉽지 않았음을 체감하게 된다. 그 반증은 선종 이전에 편찬된 『고승전』의 풍부한 어휘들이 대답해준다. 이 때문에 『고승전』에 나타난 고승들의 선(禪)적 규명은 선학자들이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

『고승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선어들을 찾아 그 표현의 다양성을 도출시킬 수 있다. 본 연구결과를 현존 승가가 참고할 수 있으며, 선수행을 희구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방편으로 다가갈 수 있다. 즉 선의 대중화를 위한 자료의 생산이라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가치 창출을 열거할 수 있다.

첫째, ‘선’과 ‘정’ 그리고 ‘삼매’ 를 가리키는 풍부한 어휘들을 찾아냈으며, 이를 다시 유형별로 분류하고 분석하여 오늘의 현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해 가능한 용어 도출은 물론 신이적 요소 혹은 선의 공능들을 통해 신앙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둘째, 선어의 다양성을 통해 점오(漸悟)선의 가치를 드러내고, 『고승전』에 나타난 용이성을 활용하여 선의 대중화에 기여코자 한다. 이는 선종이 추구하는 돈오주의 이전으로 돌아가 선경에 나타난 용어가 활용되었던 양태들을 통해 더욱 넓은 연구의 활로를 추구하고자 함이다.

셋째, 최상승의 근기만이 실천 가능한 돈오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양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선을 추구하고자 함이다. 고도의 현실 문명이 치유되기 위한 개인적 성찰이 절실하며, 선은 이에 부응해야한다고 할 때, 조사선의 전통에 여래선이 갖는 용이성을 양립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제고시켰다.

『고승전』은 당시 승려들의 생애사였고, 여기에는 그들의 실천적 요소들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선실수의 방법은 물론 선학적 연구를 위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내포한다. 그러한 점에서 돈오를 추구한 선종의 전통적인 실수(實修)법에 점수․점오를 부가시켜 선종의 저변을 더욱 넓히고자 함이다.

 

 

 

 

 

 

 

 

실론섬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gikoship/15782200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