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묵스님

[각묵스님의 초기불교 산책] 원시불교냐 근본불교냐 초기불교냐

수선님 2020. 11. 8. 12:09

원시불교냐 근본불교냐 초기불교냐

초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

 

부처님은 정말 실존하셨던 분이었는가? 19세기 말에 서구 학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탄생지로 알려진 룸비니에서 아쇼카 대왕의 석주가 발견되고 여기에 적힌 문장을 읽으면서 이런 논란은 사라져버렸다. 석주에는 아소카문자 93자로 된 다섯줄의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는데 그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석가족의 성자, 부처님, 여기서 탄생하셨도다.(hida Budhe ja-te Sa-kyamuni)’

BC 3세기에 아쇼카 석주에 새겨진 이 명문이야말로 부처님이 실존인물이었음을 밝혀주는 가장 명백한 사료가 될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과 역사에 관계된 자료가 희박한 인도에서 모든 역사적 판단을 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불교 2600년사의 흐름은 모두 이처럼 역사적으로 실존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 즉 고따마 싯닷타 그분으로부터 출발한다. 후대의 모든 불교는 그분이 깨달으시고 45년간 설법하셨던 그 가르침을 뿌리로 해서 전개된다. 그러므로 초기불교는 불교의 뿌리이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이러한 부처님의 원음을 거부하고는 후대의 어떤 불교도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이 역사를 아는 이 시대 불교의 운명이기도 하다.

 

한문 · 대승불교 특유의 우월감 뺀

부처님 가르침 뿌리이자 金口聖言

 

그러므로 초기불교의 중요성은 재삼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마스타니 후미오 박사 같은 근세 일본의 불교학자들은 일본에 불교가 두 번 전래되었다고 강조한다. 한 번은 중국과 한국을 통한 한문불교의 전래였고 또 한 번은 근세에 빠알리와 산스끄리뜨를 통한 범어불교 특히 초기불교의 전래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처럼 그들에게 초기불교와 범어불전은 충격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 불교를 부르는 술어 세 가지가 있으니 바로 초기불교, 원시불교, 근본불교이다.

 

일부 한문불교와 대승불교의 우월성에 물들어있던 일본의 학자들은 이러한 초기불교를 애써 원시불교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Primitive Buddhism이 된다. 아무래도 제대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원시의 모습, 미개 상태의 불교라는 뜻이 은연중에 함축되어 있는 표현이다. 그래서 한 노스님은 원시불교라는 말을 거부하고 원초불교라는 용어를 즐겨 쓰신다.

 

이에 반해 부처님의 원음이야 말로 모든 불교의 근본이요 뿌리요 전부라는 것을 강조하는 학자나 불자들은 초기불교를 근본불교라 부른다. 영어로는 Fundamental Buddhism으로 표기한다. 초기불교야 말로 근본이요 기본이요 필수요 가장 주요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초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술어가 초기불교이다. 영어로는 Early Buddhism이다. 원시불교라는 표현처럼 비하적인 의미도 없고 근본불교처럼 교조적인 의미도 없다. 그래서 필자는 초기불교라는 술어를 좋아하고 부처님의 원음을 말할 때는 항상 이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필자는 앞으로 초기불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본란을 통해 부처님의 원음, 저 금구성언(金口聖言)에 대해서 사유해 보고자 한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스님/ 1979년 화엄사 도광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82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현재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사 및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이다. 역.저서로는 <아비담마길라잡이>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 <디가니까야> <상윳따니까야> 등이 있다.

 

[불교신문 2589호/ 1월13일자]

 

 

 

 

 

 

 

 

 

[출처] [각묵스님의 초기불교 산책] 원시불교냐 근본불교냐 초기불교냐 |작성자 별하나두리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