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이라 지칭할 때도 그것이 오직 하나의 경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매우 많은 경전의 집록(集錄)이다. 붓다는 생애의 대부분을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유행하면서 전도·교화하였다. 붓다는 이르는 곳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청중들의 근기에 따라 설법하였다. 그 교설들은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라 가능한 한 간단명료하게 설한 것으로 보인다”
아함경이란 무엇인가
불교경전은 크게 초기경전과 대승경전 두 가지로 구분된다. 두 가지 모두 ‘불교경전’이라고 불리지만, 그 성립사정은 전혀 다르다. 초기경전은 제1결집에서 정리된 ‘법(法)’을 기본으로 삼아 성립된 것이다. 그 ‘법’의 내용은 일찍이 붓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붓다의 입멸 직후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스승의 교설을 서로 확인하고 전승한 것이다. 그 때문에 ‘전승(傳承)된 가르침’이라는 뜻을 가진 ‘아가마(agama, 阿含)’라고 부른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의 설법을 집성(集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대승경전은 대체로 매우 많고 다양하며,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간 붓다 이후에 구현되고 있던 불타(佛陀)의 이념, 인간 붓다로 하여금 불타가 되게 하였던 법(法)의 이념, 그리고 그러한 법에 의해 모든 사람이 불타가 된다고 하는 성불(成佛)의 이념 등을 설명하기 위한 종교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성전을 총괄하여 경(經)·율(律)·론(論) 삼장(三藏)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장(藏)’이라고 번역한 ‘삐따까(pikaka)’는 원래 ‘바구니’, ‘용기’를 의미하지만, 지금은 대개 세 부문으로 나눈 불교성전의 각각의 부문을 그렇게 부른다.
첫 번째 경장(經藏)이란 붓다의 교설로서 제1결집 때 아난다가 송출(誦出)했다고 하는 ‘법(法)’이 그 원형이다. 두 번째 율장(律藏)이란 출가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과 승단의 규정 등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제1결집 때 우빨리가 송출했다고 하는 ‘율(律)’이 그 원형이다. 세 번째 논장(論藏)이란 경장에 대한 해석이나 논구(論究)이다. 따라서 논장은 앞의 경장이나 율장보다 그 성립시기가 늦다.
제1결집에서 합송(合誦)되었다고 하는 최초의 ‘법(法)’이 어떠한 내용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아함경의 원형이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초의 ‘법’에서 ‘경장’으로 편찬되어 현존하는 <니까야나> 아가마의 형태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거쳤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그 원형인 ‘법’의 형태를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함경>이라 지칭할 때도 그것이 오직 하나의 경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매우 많은 경전의 집록(集錄)이다. 붓다는 생애의 대부분을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유행하면서 전도·교화하였다. 붓다는 이르는 곳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청중들의 근기에 따라 설법하였다. 그 교설들은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라 가능한 한 간단명료하게 설한 것으로 보인다.
붓다는 장대한 강의나 체계적인 논술 등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함경>은 그와 같은 붓다의 평생 동안 설한 법문을 기록한 전승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많은 짧은 교설들의 집성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개개의 교설은 각각 하나의 경전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을 오늘날 단경(單經)이라고 한다. <아함경>은 이러한 수많은 단경으로 이루어진 집록이다. 단경의 수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전승을 위해 기억하기 쉽도록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조직하려고 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분류나 정리의 과정도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의 경장은 대체로 먼저 경의 길이에 의해 나누어진 듯하다. 각각의 단경은 모두 짧은(이를테면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의 대승경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음) 것들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긴 경 만을 모아 하나로 조직하였다. 그것이 <장아함>이다. 중간 길이 정도의 단경을 모아 하나로 조직하고 그것을 <중아함>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경들은 모두 지극히 짧은 것(대부분 보통 인쇄로서 한 페이지가 채 되지 않음)인데 그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잡아함>과 <증일아함>이라고 하였다.
전자는 교설의 내용에 따라 유형별로 배열하고 있으며, 후자는 수(數)와 관계가 있는 교설만을 모아 그것을 1에서부터 11까지 분류하여 배열하고 있다. 초기 각 아함에 담겨진 단경의 수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장아함>이 20 내지 30 가지 정도, <중아함>이 150 내지 200 가지 정도, ‘잡’과 ‘증일’은 헤아리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1,000 내지 2,000 가지 정도에 달한다.
또한 특수한 성질의 경으로서 이상 네 가지 아함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나 후대에 추가된 것 등을 합하여 정리한 것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다섯 번째 아함으로 꼽기도 한다. 따라서 이 사아함(四阿含)에다 그것을 더하여 경장의 총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아함(阿含)’이란 산스끄리뜨 ‘아가마(agama)’를 음사(音寫)한 말이다. ‘아함(agama)’은 a(이쪽으로)+√gam(to go)에서 파생된 명사인데 이쪽으로 전해져 온 것이라는 일차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전승된(handed down)[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중국의 역경승들은 ‘아함(阿含)’ 외에도 ‘아급마(阿급摩)’ 또는 ‘아가마(阿伽摩)’ 등으로 음사하였다. 그러나 아급마나 아가마가 경의 이름으로는 쓰이지 않았고, ‘아함’만이 경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우선 현존하는 한역 사아함의 역경에 관한 사실부터 살펴보자.
⑴ <장아함경(長阿含經)>은 412년에서 413년 사이에 불타야사(佛陀耶舍)와 축불념(竺佛念)이 공동으로 번역하였다. 총 22권 30경이다.
⑵ <중아함경(中阿含經)>은 397년에서 398년 사이에 구담 승가제바(瞿曇 僧伽提婆)가 한역하였다. 총 60권 222경이다. ⑶ <잡아함경(雜阿含經)>은 436년에서 443년 사이에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하였다. 총 50권 1,362경이다. 이 외에도 번역자를 알 수 없는 <별역잡아함경> 16권 364경과 <잡아함경> 1권 27경이 있다.
⑷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은 397년에서 398년 사이에 구담 승가제바(瞿曇 僧伽提婆)가 한역하였다. 총 51권 472경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역 사아함의 원본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는 인도에서 ‘아가마’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편찬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중국에 전해졌던 원본도 범본(梵本)이었는지 아니면 호본(胡本)이었는지조차 불명확하다. 라모뜨(E. Lamotte)는 “중아함의 원본은 산스끄리뜨였던 것 같고, 장아함과 증일아함의 원본은 중기 인도어였던 것 같다.”고 추정하였다.
어쨌든 4세기에서 5세기 전반에 중국에서 사아함이 모두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빨리어 <니까야>의 경우와는 달리 완전히 한 세트로 갖추어진 사아함이 번역된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어떤 부파가 전승한 <중아함>이 어느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번역되는 등 각각 무관하게 번역된 것이 우연히 네 가지가 한 세트로 갖추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각각의 단경(單經)이 별도로 한역된 경우도 많으며, <잡아함>에는 불완본(不完本)이면서 이역(異譯)도 있어, 이중으로 혹은 삼중, 사중으로 중복 번역된 것도 상당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빨리어 경장에는 보이면서 한역에는 그에 상당하는 것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도 있다. 우연히 갖추어지게 된 사아함 가운데 <중·잡아함>은 분명히 ‘설일체유부계(說一切有部系)’가 전한 것이지만, <장·증일> 두 가지 아함은 소속 부파가 확실하지 않다.
<장아함>은 법장부(法藏部)의 소전(所傳)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며, <증일아함>은 대중부(大衆部) 소전으로 알려져 왔지만, 근래에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역 <증일아함>은 그것이 어느 부파에 속하였든 간에 거기에는 대승의 사상이 일부 삽입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한역 <대장경> 안에는 빨리어 경장 중 ‘소부(小部)’에 실린 여러 경전과 상응하는 것도 매우 많이 실려 있는데, 이는 여러 부파에서 전승된 것들이다. 다만 그 모두가 각각 독립된 경전으로 번역된 것이어서 어떤 부파 소속의 다섯 번째 아함인지는 알 수 없다. 분량으로 볼 때 역시 본생담(本生譚)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불전(佛傳)·비유(譬喩, 소부의 ‘Apadana’에 해당함)·법구경(法句經, 소부의 ‘Dhammapada’에 해당함) 등이다. 한역 불전 중 가장 새롭고 또한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정신수대장경>에서는 이러한 여러 경들을 ‘아함부(阿含部)’와는 별도로 ‘본연부(本緣部)’에 수록하고 있다.
한편 <티베트대장경> 안에는 대부분 설일체유부계로 생각되는 아함의 단경(單經)이 얼마간 실려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각지로부터 대다수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산스끄리뜨 혹은 쁘라끄리뜨(俗語) 단경이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볼 수 있는 <아함경>은 모두 초기승단이 여러 부파로 분열하면서 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전승되어진 것이다. 이를 다른 부파가 전승한 아함과 비교해 보면 여기에는 매우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것들은 그 공통하는 원천, 즉 최초의 경장으로 종합 정리된 것에서 본다면 각기 어느 정도 변화된 것이다.
그 단적인 예를 살펴보면, 남방 상좌부가 전승한 빨리어 <맛지마 니까야>는 152경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설일체유부가 전승한 한역 <중아함경>은 222경을 포함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에 공통되는 경전은 100경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통되는 경전이라 해도 대개는 대강의 줄거리가 일치하는 정도이고, 문구(文句)까지 일치하는 경은 매우 드물다.
한역 <장아함경>은 412년에서 413년 사이에 불타야사와 축불념이 공동으로 번역하였다. 라모뜨는 불타야사가 번역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장아함경서(長阿含經序)>에는 불타야사와 축불념이 후진(後秦) 홍시(弘始) 15년(413)에 공동으로 번역하고, 도함(道含)이 필수(筆受)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경은 법장부(法藏部)에서 전승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동국역경원에서 발행한 <장아함경> 「해제」에 의하면 “장아함경은 설일체유부에 속하면서 다른 부분적 색채를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경전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장아함경>의 소속 부파에 대해서는 분명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속단하기 어렵다.
한역 <중아함경>은 397년에서 398년 사이에 구담 승가제바가 한문으로 번역하였다. 설일체유부에서 전승한 것이라고 한다. 라모뜨는 승가제바와 승가라차의 공동 번역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중아함경>은 동진(同塵) 효무(孝武)와 안제(安帝) 때인 융안(隆安) 원년(397) 11월부터 융안 2년(398) 6월까지 동정사(東亭寺)에서 계빈삼장(계賓三藏) 구담승가제바(瞿曇僧伽提婆)가 번역하고 도조(道祖)가 필수(筆受)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존하는 한역 <잡아함경>은 436년에서 443년 사이에 구나발타라가 한역하였다. 설일체유부에서 전승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번역자를 알 수 없는 <별역잡아함경> 16권 364경과 <잡아함경> 1권 27경이 있다. 라모뜨는 “별역잡아함은 음광부(飮光部, Kasyapiya)의 원본을 근거로 해서 400년경에 미지의 사람이 한역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현존 한역 <증일아함경>은 397년에서 398년 사이에 구담 승가제바가 한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존 한역 <증일아함경>을 누가 번역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증일아함경>은 <중아함경>과 마찬가지로 전·후 두 가지 종류의 번역이 있다. 첫 번째 번역은 부진(符秦)의 건원(建元) 20년(384)에 도거륵국(兜거勒國) 사람 담마난제(曇摩難提)가 장안(長安)에서 번역한 것으로서 모두 50권이다.
두 번째 번역은 동진(東晋) 융안(隆安) 원년(397)에 계빈국(계賓國) 삼장 승가제바(僧伽提婆)가 건린(建린) 동정사(東亭寺)에서 번역한 것으로서 모두 51권이다. 첫 번째 번역은 현존하지 않고, 두 번째 번역만이 현재 남아 있다.
마성 스님은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불교신행공덕』(불광출판부, 2004), 『마음 비움에 대한 사색』(민족사, 2007), 『사캬무니 붓다』(대숲바람, 2010),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되다』(민족사, 2012) 등이 있으며,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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