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는 우리나라 읍(邑) 정도 크기의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람살라에서 살다 보면 이곳이 인도인지, 아니면 서양의 한 국제도시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서양 사람들, 서양 식당들과 커피숍, 수십여 개에 이르는 인터넷 카페들, 그리고 요즈음에는 심심치 않게 흑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단순 관광객들도 많지만 달라이 라마의 법문을 들으러 오거나 본격적으로 티베트 불교에 입문하기 위해 다람살라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동양인들도 많다. 주로 중국계의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람들과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찾는다. 이렇게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치 인종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아랍계 이슬람 교도들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티베트 불교를 보고 알기 위해 다람살라를 찾는 듯하다.
인도에 정착한 티베트인과 티베트 사원
1956년 중국의 본격적인 티베트 지배가 시작되고 1959년 달라이 라마께서 인도로 망명하신 이후 티베트 사람들은 인도의 이곳저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활은 종교와는 전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정착지에는 자연스럽게 티베트 사원이 세워지고, 사원을 중심으로 승려와 재가 수행자들은 불교 공부와 수행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인도 내에서 대표적인 곳은 북인도의 다람살라와 데라둔, 다르질링, 라다크 등이며, 남인도에서는 마이소르를 중심으로 쎄라, 데뿡, 간덴의 겔룩파 3대 사찰을 중심으로 교학과 수행을 연마하는 티베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또 이웃 네팔에도 인도 못지않게 많은 티베트 사원과 티베트인들이 있다. 따라서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들도 자연히 이러한 티베트 사원과 티베트인 거주지 근처에 모여서 지내게 된다.
현재 티베트 본토와 중국의 티베트 접경지역에 있는 일부 성(省)에 위치한 티베트 사원에서도 어느 정도 공부와 수행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규제와 감시가 워낙 심해 외국인들이 장기간 머무르며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들 이외에도 세계 어느 곳이든 티베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는 거의 대부분 티베트 사원이 있으며, 티베트 사원을 중심으로 포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서 티베트 불교의 포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티베트 불교 신도가 50만 명 정도라는 보고도 있다.
서양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티베트 불교 센터 중 하나가 FPMT(대승불교유지재단, Fondation for the Preservation of the Mahayana Tradition; www.fpmt.org)가 아닌가 싶다. 라마 예세 린포체가 시작하여 현재는 라마 조빠 린포체가 이끄는 이 센터는 인도 보드가야에 본부가 있고, 현재 전 세계 35개국에 155개의 지부들이 있다. 여기에 속한 뚜시타 명상 센터들에서는 모든 진행을 영어로 하고, 수행뿐만 아니라 교학도 지도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가 아주 높다. 위빠사나의 고엔카 센터와 유사하게 10일 단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가 있고, 3개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한국인들의 티베트 불교 수행
먼저 국내에서는 수년 전 티베트인 초펠 스님이 창건하신 부산 광성사를 들 수 있다. 초펠 스님은 지금 떠나고 안 계시지만, 그 이후에 쏘남 스님이 뒤를 이어 한국인들에게 티베트 불교를 지도하고 계시다. 또한 경기도 안성의 혜등정사(cafe.daum.net/dharmalamp)에서는 인도 따시종의 티베트 사원에서 10여 년간 수행을 하셨던 설오 스님이 티베트 불교를 지도하신다. 인도에 사는 한국인들 중에서 가장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시는 분은 역시 다람살라에 계시는 송광사의 청전 스님이시다. 20년 이상 티베트 불교를 수행하고 계시며, 다람살라에 계실 때는 처소를 개방하시어 주로 오후 시간에 한국인이면 누구든 만나시며 도움을 주신다.
티베트 불교 수행을 하려는 한국인들의 관심사는 크게 세 분야다. 첫째는 티베트어, 둘째는 티베트 교학, 셋째는 본격적 수행이다.
첫째, 요즈음 티베트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다람살라 근처의 사라대학(Sarah College 또는 College for Higher Tibetan Studies; www.ibdindia.org)이다. 이 사라대학은 원래 티베트인 학교 선생님들을 양성하기 위한 사범대학인데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몇 년 전부터 대학 안에 외국인들을 위한 어학코스 과정을 신설했고, 기숙사도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처음에는 1년 코스로 기초 티베트어만 지도하다가 작년에 외국인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간청으로 2년 과정으로 늘렸으며, 불교에 관한 과목도 몇 가지 신설하였다. 학생들은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한 달에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서 USD 100$ 정도) 따로 개인 지도를 받기 어려운 형편의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다. 현재 한국인 출가, 재가자가 20~30명 정도 공부하고 있으며, 외국인 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 기회를 잘 활용하면 이 대학의 어학코스가 끝난 뒤에, 달라이 라마께서 주석하시는 남걀 사원에서 이루어지는 티베트불교 교학과정에서 체계적인 불교 공부를 이어갈 수도 있다.
둘째, 티베트 교학. 현재 티베트 불교 교학을 전통적 학제에 따라 가장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남인도 마이소르 주변에 위치한 쎄라, 데뿡, 간덴의 겔룩파 3대 사원이라고 생각된다. 쎄라, 데뿡, 간덴은 원래 티베트 수도 라싸 근처에 있던 3대 사원의 이름인데, 그 이름을 그대로 따서 남인도에 다시 세워졌다. 학승들이 공부하는 강원 체계로 운영되는데 현교의 전 과정을 이수하는 데에만 20년 이상이 소요되며, 그 후에 밀교를 공부한다. 현재 한국 스님 몇 분이 이 사원들에서 티베트 승복을 입고 공부하고 있다. 티베트 승복을 입으려면 따로 티베트 비구계를 받아야 하며, 한국 승적은 포기해야 한다. 티베트 승려가 되지 않으려면 이 사원들 주위에 살면서 티베트 강사 스님들을 개인 교수로 모시고 공부할 수도 있다.
셋째, 본격적 수행. 한국 스님이나 재가자 중에서 인도나 네팔의 산속 토굴에서 개인적으로 정진하시는 분들도 몇 분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모여 가장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곳은 역시 따시종이다. 따시종은 인도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주(州)에 있는, 다람살라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작은 티베트인 마을이다. 이곳에는 티베트가 공산화된 이후에 티베트에서 망명하신 8대 캄튤 린포체가 세우신 까규파의 캄바 사원이 있으며, 이 사원을 중심으로 작은 티베트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스님들은 약 200명, 주민들은 800명 정도이며 주위의 인도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출처] 티베트불교, 인도 다람살라|작성자 임기영불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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