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말씀 담아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전지전능한 신보다 사람이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힘겨울수록 내 삶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힘이 되곤 한다. 나를 위한 작은 미소나 나를 향해 내민 가녀린 손이 삶의 격랑을 건너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이 되기도 한다.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지극히 인간적인 위안들이 삶의 고단함을 해소한다. 위대하나 멀게 느껴지는 성인의 말씀보다 내 가까운 사람이 나를 웃게 하는 이유다.
여기 금빛 옷을 두르고 제단 위에 높이 모셔지기 전의 지극히 인간적인 부처님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경전이 있다. 법을 전하기 시작한 가장 초기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과 말씀들을 접할 수 있는 아함경(雜阿經)이다. 아함경은 단일 경전이 아니라 불교 초기의 경전 모음이다.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숫타니파타, 육방예경 등의 여러 경전들이 모두 아함경을 구성하고 있는 단일 경전이다. 따라서 아함경은 한 권의 경전이 아니라 방대한 여러 경전군을 말하는 것이며 초기 경전의 전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아함경의 한역본은 4가지로 분류되고 있는데 긴 경(長經) 30을 포함한 장아함(長阿含),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경 222를 포함한 중아함(中阿含), 소경(小經) 1362를 포함한 잡아함, 서품(序品)을 제외한 473경이 1에서 11까지의 법의 수에 의하여 분류된 증일아함(增一阿含)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이에 상당하는 남방불교에서 전하는 팔리어 문헌은 5니까야 즉 오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현재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상이한 전통과 경론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함경이라는 공통된 근본교설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전 성립의 시기상 가장 오래된 아함경부의 가치는 초기 불교 원형과 부처님의 육성에 가까운 말씀들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방불교권에서 다소 소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근자에는 아함경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아함경은 초기불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초자료가 되고 또한 부처님의 말씀에 가장 가까운 경전이라는 점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고갱이를 접하고자 하는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역본 아함경의 경우, 편집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것이 있다고는 해도 총 183권 2085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내용은 방대하지만 각 경은 기억하기 쉬운 게송이나 짧은 산문 형태로 구전되어온 경의 성립 방식 덕분에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깊이와 여운이 깊다. 장아함은 부처님께서 당시 교단 이외의 사람들을 만나 정법을 가르치며 외도(外道)의 그릇된 주장을 논파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며, 중아함은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의 법담이 주 내용이며, 잡아함은 아주 짧은 길이의 경들이 주 내용인데 교리적인 내용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잡아함에는 참선 수행의 필요성과 방법, 부처님의 수행 모습이 상세히 언급된 많은 종류의 경전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 증일아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숫자에 따라 수록된 경전으로 1에서 10까지의 숫자에 관계된 가르침이 차례로 열거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내용을 펼쳐가면서 아함경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사성제(四聖諦)와 연기(緣起)다. 다양한 기초교리와 철학적인 사유 방법 등이 담겨져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사 고해라는 현실과 그러한 고통의 현실이 발생한 원인과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 성취되는 영원한 자유와 완전한 행복의 상태를 설명하는 사성제로 집약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실상인 연기를 설명하는 삼법인을 비롯한 불교의 체계적 교설과 출가, 재가의 수행방법 등에 대한 명쾌한 답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인도의 흙길을 걸으며 중생들의 고뇌를 어루만지고 그 고통을 해결해주고자 했던 한 사람으로서의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경, 아함경. 아함경은 나와 나를 둘러싼 이들의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경전이다. 인간 부처를 들여다보라. 그리고 닮아 가라. 그 속에 멀게만 보이던 참다운 인간의 길, 부처의 길이 열린다.
정해학당 원장
[출처] 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23> 아함경|작성자 수처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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