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기원 - 불교흥기의 자연적 배경
초기불교,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다.
초기불교 공부는 불교의 기원 문제를 다루는데 큰 비중이 있다. 불교의 기원은 자연적, 사회적 그리고 역사와 사상적 배경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불교흥기의 자연적 배경으로 불교가 일어난 땅과 기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불교기원과 관련하여 인도라는 풍토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인도라는 말부터 살펴보자. 동아시아에서 인도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나오듯이 천축(天竺)이 많이 쓰인다. 다른 음역(音譯)으로 신두(辛頭), 신독(身毒), 현두(賢頭), 천두(天豆) 등도 사용된다. 천축 등의 말은 현재에 인더스(Indus)강으로 불려지는 신두(Sindhu)라는 강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던 것이 17년 동안이나 인도에 체류하였던 현장스님이 현재의 인도(印度)라는 말을 제안하였다. 또한 인도라는 말은 달[月] 즉 산스끄리뜨의 인두(Indu)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고대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잠부드위빠(Jambudvīpa)나 잠부디빠(Jambudīpa)라고 혹은 바라따(Bharata)라고 불렀다. 잠부드위빠는 주로 불교 경전에서 많이 쓰여지는 말로서 염부제(閻淨提)로 옮겨졌다. 염부제는 ‘꽃사과 나무가 번성하게 자라고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불교를 발생시킨 인도의 지리적 환경을 알아보자. 인도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어지는 북쪽의 히말라야 산맥을, 동쪽에 벵골만, 서쪽에 아라비아해를 거느리고, 인도양에 역삼각형 꼴로 돌출해 있다. 거의 대륙에 육박하는 큰 넓이의 인도를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고립시킨 것은 바로 히말라야 산맥이다. 때문에 지리학적으로 인도는 아대륙(亞大陸 Sub-continent)으로 불리며 남아시아로 구분된다. 히밀라야산은 6 억 년 전에는 해저(海底)에 있었던 것으로 약 7,000만 년 전쯤부터 대규모의 습곡과 단층운동에 의해 융기를 시작하였다. 때문에 현재에도 히말라야산에는 암염(巖鹽)이 있고 오래된 조개껍질들도 발견된다. 이 같이 인도는 지리학적으로 크게 3개의 지대로 구분한다. 세계적인 고산지대인 히말라야 산맥지역과 인도 갠지스 대평원(Indo-Gangetic plain) 그리고 데칸고원지역이다.
이 가운데 불교흥기와 관련하여 중요한 지역은 인도 갠지스 대평원지대이다. 인도 갠지스 평원지대는 길이 2,414km, 넓이 240-320km, 면적 100만㎢에 달하는 충적토 평야지대이다. 힌두스탄 평야라고도 불리며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브라흐마쁘뜨라 강 하류, 서쪽에 인더스강 상류의 3대 하천 유역에 의해 형성되었다. 인도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며 세계에서도 가장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위의 3대 하천의 퇴적작용에 의해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충적토(沖積土)로 덮여 있다.
인류의 고대문화는 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불교를 비롯한 고대 인도의 종교도 이러한 지역을 기반하고 있다. 이는 인도에서 많은 종교적인 행사가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있어서도 특히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이 특히 유명하다. 불교는 인도 갠지스 대평원의 중심에서 흥기하였다. 현재의 비하르(Bihar)주, 웃따르뿌라데쉬(Uttar Pradesh)주 그리고 서벵갈(West Bengal)주에 걸쳐 있다. 이는 고대문화가 그렇듯 강유역을 중심으로 큰 평원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농업과 상업 그리고 수공업이 발달하게 된다. 이같은 발달은 초기불교 경전에 잘 나타나 있다. 마찬가지로 초기불교 경전에 나타나는 불교 흥기 당시의 16대국도 거의 이 같은 대평원에 걸쳐있다.
즉 대평원을 바탕으로 토지가 개간되어 농업생산의 양이 증대되면 자급자족의 범위를 넘어 상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어서 물자가 풍부해짐에 따라 상공업과 수공업도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지역 간 교역이 활발하여 도시화가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초기경전에 잘 반영되어 나타난다. 경전에 불교가 흥기하여 교단이 발전해 가는데 있어 도시에 기반을 둔 상인계층이 그것이다. 이들은 부처님의 재가 제자들로 장자(長者)로 불려지며 불교교단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장자는 빠알리로 가하빠띠(gahapati)인데 원래 집안의 어른, 즉 가장(家長)을 의미하는 말이다. 거사(居士)라고도 한역되었는데, 활발한 상업적 경제 활동을 통해서 사회의 전면에 대두된 자산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셋티(seṭṭhi)라고 부르거나, 또는 ‘셋티 가하빠띠‘라고도 불린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시고 난 후 최초로 공양을 올렸던 따뿟사(Tapussa)와 발리까(Bhallika)는 먼 거리를 왕래하는 대상(隊商)이었다고 한다. 베나레스(Benares)의 야사(Yasa)의 부모는 장자로서 최초의 재가 신도였다. 가장 유명한 장자는 기원정사을 기증한 사위성의 수닷따(Sudatta) 장자이다.
이밖에도 사께따(Saketa)의 깔라까(Kāḷaka)장자나 꼬삼비(Kosambi)의 고시따(Ghosita)장자등이 장원과 정사를 기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교교단이 발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크게 지원하였다. 즉 불교의 흥기배경 그리고 활동지역은 시골이나 농촌보다는 도시이다. 이 때문에 학자들 가운데는 불교를 ‘도시의 종교’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향은 이후 인도 불교사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불교역사에서 보듯이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래되면서 도시보다는 깊은 산중으로 그 거점이 옮겨간 점은 비교가 된다.
다음으로 기후와 관련한 점을 살펴본다.
히말라야 산맥과 인도양으로 둘러싸인 지형에 의해 인도의 기후는 전체적으로 열대 몬순(계절풍) 기후에 속하나 지역별로는 광대한 땅의 다양한 지형만큼이나 기후의 차이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계절풍은 대체로 6~9월에 습윤한 남서풍이, 12~2월에는 건조한 북동풍이 분다. 이에 따라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교차되고 1년은 크게 다음의 3계절로 구분된다. 첫째,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하고 온화하면서도 때로는 한랭한 11~2월의 건조한랭기(乾燥寒冷期)이다.
1월에서 2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섭씨 10~26.5℃ 수준이지만 건조한 이유 때문에 같은 온도의 우리나라보다 체감온도는 훨씬 낮아 추위에 죽는 사람들이 나타날 정도이다. 둘째로는 기온은 높아져 가나 강수량이 적은 3~6월경의 건조 혹서기(酷暑期)로서 평균 기온은 섭씨 21~37.5℃이다. 북인도의 5월은 45℃이상의 끔찍한 혹서가 진행되는데 불교 발생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생사윤회의 고(苦)가 갈애(渴愛)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원어는 딴하(taṇhā)나 뜨리쉬나(tṛṣnā)로서 원래 갈증을 뜻하는 말이다. 혹서 속에서 아무리 물을 마셔대도 끝내 만족할 수 없는 갈증은, 바로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같음을 의미한다. 습기가 없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동굴이나 나무 그늘과 이글거리는 태양에 노출된 지역과의 온도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크다. 출가 수행자들이 동굴이나 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수행하였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서 계절풍이 불어와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도 높아서 매우 무더운 6월경부터 10월까지의 습윤고온기(濕潤高溫期)이다. 대략 3개월 정도의 이 기간은 몬순(Monsoon) 기간 또는 우기(雨期)라고 한다. 인도 갠지스 평원의 기온 상승과 저압대가 극한 상황에 달하므로, 이를 향해 습기를 듬뿍 머금은 남서풍은 6월 중순에는 전 인도가 우기에 들어, 비 또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북인도에서는 이 때 연 강수량의 90%가 내린다. 불교에 있어 3개월 동안의 안거(安居)도 이러한 인도의 우기 즉 몬순과 관련하여 생긴 불교교단의 제도중의 하나이다. 원래 안거에 대한 빠알리어는 왓싸(vassa)이며, 산스끄리뜨로는 와르갸(varṣa)로서 모두 비(雨)를 의미한다.
이 말이 우기(雨期)로 다시 안거(安居 : 4월 16일부터 7월 15일=하안거)라는 뜻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출가 유행하는 스님들이 폭우를 피해 일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안거 3개월뿐만이 아니라 동안거(10월 16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까지 있게 된 이유이다.
이처럼 인도의 자연 환경은 인도의 일반적인 문화현상은 물론 불교 사상과 제도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있어 불교를 재해석하는 데는 반드시 인도라는 불교 발생의 여러 맥락 속에서 논의되어야한다.
조준호/한국외대 남아시아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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