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여래의 신력으로 저 코끼리를 항복 받으리라."
세존께서는 사나운 코끼리로부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자세히 관찰하시고는, 곧 좌우 사람을 변화시켜 사자왕(師子王)을 만들고, 그 코끼리 뒤쪽에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때 그 사나운 코끼리는 좌우의 사자왕과 또 뒤의 불구덩이를 보고 그만 오줌과 똥을 싸고 말았다. 그러나 달아날 곳이 없게 되자 여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왔다.
그 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을 만나 보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이 용을 해치지 않으면
그로써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그 때 사나운 코끼리는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불에 데인 듯 곧 스스로 칼을 풀더니, 여래를 향해 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코로 여래의 발을 핥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오른손을 펴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다음 게송을 설하셨다.
성내거나 분노하면 지옥에 태어나고
나중에는 또 뱀이나 독사의 몸 받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성냄을 버려
다시는 그런 몸 받지 말아라.
그 때 모든 신과 하늘사람들은 허공에서 백 천 가지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이 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들과 하늘·용·귀신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 때 코끼리를 항복 받는 것을 본 남녀 6만 여명은 온갖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으며, 또 하늘사람 8만 여명도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술에 취한 코끼리는 몸에 칼바람[刀風]4)을 일으키더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사천왕의 궁전에 태어났다.
그 때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귀신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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