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속이고 속는 나.” / 진우 스님
[오늘의 명상]
[증도가證道歌] 108~109.
각피여래고가책(却被如來苦呵責)
문득 여래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니
수타진보유하익(數他珍寶有何益)
남의 보배 세어서 무슨 이익 있을건가.
종래층등학허행(從來蹭蹬學虛行)
예전엔 비칠거리며 헛된 수행하였음을 깨달으니
다년왕작풍진객(多年枉作風塵客)
여러 해를 잘못 풍진객(風塵客) 노릇하였도다.
[강의]
오늘은 두 구절이 바로 연결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꺼번에 설명코자 한다.
여래(如來)의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는 것은,
부처님이나 마음을 깨친 조사(祖師)들의 행적(行蹟)이나
말씀만 되새기며 이러쿵저러쿵하고만 있을 뿐,
분별(分別)없는 자성(自性)의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말함이다.
또 지난 시절 대장경(大藏經)의 문자(文字)나 세고
이렇다 저렇다 사량(思量)만 논하며,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분별망상(分別妄想)에 젖어서
수행이 어떠니, 공부가 어떠니나불거리면서,
바람의 먼지마냥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비칠거리며,
세월만 농락했다는 한탄의 말씀이다.
이 순간 찰나까지도, 고락(苦樂) 시비(是非)의
분별심(分別心)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세속의 사람들은,
좋고 나쁜 고락(苦樂)과 옳고 그른 시비(是非)를 거듭하며
인과(因果)의 늪속에서 마냥 비칠거리고 있다.
세상의 본질(本質)에는 좋고 나쁜 고락(苦樂)과,
옳고 그른 시비(是非)는 없다. 인과(因果)의 마음 작용일 뿐이다.
고락시비(苦樂是非)란 어느 한쪽만 생기고 남는 것이 아니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저절로 생기듯, 낮이 있으면 밤이 오는
것과 같이, 빛과 그림자, 낮과 밤은 필연적인 인과(因果)이다.
따라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던
인과(因果)의 작용일 뿐이니, 다만, 욕심을 내면 낼수록
그만큼의 고락(苦樂) 분별(分別)에 따른 괴로움의
과보(果報)를 받게 되고, 즐겁고 기쁜 만큼 고락(苦樂)
분별(分別)에 따른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를
받게 된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다.
권력자는 권력자대로, 부자는 부자대로, 잘생긴 사람은 잘생긴 대로,
존경받는 사람은 존경받는 대로, 성인은 성인대로, 고락(苦樂)
시비(是非) 분별(分別)을 하는 마음에 따라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를 받는 것이므로 이는 모두 스스로의 몫이다.
가족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종교의 믿음을 위하여, 그 어떤 삶을 산다 해도,
이를 보는 각자의 고락(苦樂)분별(分別)에 따른
인과업(因果業)의 작용에 불과하므로, 문제는
나 스스로의 고락(苦樂) 업(業)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이다.
가족을 위하는 만큼
고락(苦樂) 분별(分別)의 과보(果報)가 생길 것이고,
이웃, 사회, 국가, 세상, 평화, 종교를 위한 만큼,
고락(苦樂) 분별(分別)의 인과(因果) 과보(果報)가
생길 것이니,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고락(苦樂) 분별(分別)의 인과(因果) 작용에 의한
윤회(輪廻)일 뿐이다.
그러함에, 그 어떤 것도
고락(苦樂) 분별(分別)의 인과(因果)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욕심을 내면 낼수록,
집착하면 할수록, 탐하고 화내고
잔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고락(苦樂)의
윤회(輪廻)를 거듭할 뿐이니,
이는 허우적거릴수록 빠져드는 늪과 같은 것이다.
오늘의 구절은 바로 이를 지적하고 경계하는 내용이니,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과
같은 세속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락(苦樂) 시비(是非)
분별(分別)의 업(業)을 멸하는 것만이 고해(苦海)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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