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로 출가하다 관음사에 나를 보냈던 사촌 형님에게 출가의 뜻을 비치자 해인사에 계시는 성철 스님 앞으로 소개장을 써주었다. 당시 절집엔 ‘북 전강 남 성철’ 북쪽에서는 전강 스님이, 남쪽에서는 성철 스님이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해인사에 도착한 나는 일주문 앞에서 사촌 형님이 써준 소개장을 찢어 버렸다. ‘내가 취직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생사를 타파할 도를 구하러 가는데 소개장을 들고 가다니, 에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친구들의 주소를 적어 놓은 수첩도 버리고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섰다. 해인사에서의 행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행자는 견습생이나 마찬가지다. 집에서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생활한다고 해서 속복 행자라고 불린다. 물론 머리도 덥수룩한 그대로다. 절에 들어간다고 대번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