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소임 중에 주지가 있다. 절의 대표자인 셈이다. 이십대 초반 시절, 계룡산 신원사에서 천일 기도 정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절 대표 전화가 울렸다. “여보시유~ 거기 사장님 좀 바꿔 주시유” 투박한 충청도 억양을 가진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다. “네, 전화 잘 못 거셨습니다.”말하고 끊으려는데 남성이 급히 말한다. “거, 신원사 절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맞구만요, 그러니께 신원사 사장님 좀 바꿔주시유.” 관셈 보살... 나는 그때 해인사 주지 스님도 해인사 사장님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절의 대표자인 주지는 무슨 일을 할까?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이판승이라 한다. 행사와 재정 등 절 살림을 책임지는 소임자는 사판승이라고 한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