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불교는 종교인 동시에 전통이다. 서기 372년 고구려를 통해 전래된 이후 불교는 1600여 년 동안 민족과 고락을 같이 하며 DNA로 박혔다. 특히 집단무의식은 언어문화에서 두드러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상당수는 불교적 배경과 향기를 갖고 있다. 개중엔 역사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단어도 있다. 심지어 장로(長老)나 전도(傳道)와 같이 불교와 견원지간인 개신교가 부지불식간에 가져다 쓰는 말도 있다. 불교에서 비롯된 보통명사는 부지기수에 가깝다. 먼저 화두(話頭)가 대표적인 사례다. ‘화두로 떠오르다’ ‘국제사회의 화두’ 등에서 보듯 이야기의 주제 혹은 첫머리를 뜻하는 화두는, 간화선의 화두에서 유래했다. 조계종의 정통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은 화두를 타파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