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반야바라밀 즉비반야바라밀 시명반야바라밀” (佛說般若波羅蜜 卽非般若波羅蜜 是名般若波羅蜜)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의 뜻은 "반야바라밀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므로 이를 반야바라밀이라고 부처님은 말한다"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A는 A가 아니므로, 이를 A라고 이름한다"라는 구조를 갖는다. 이와 같은 "즉비 시명"의 구조는 『금강경』에서 25번 이상 나온다. 그렇다면 '즉시명'은 『금강경』의 논리를 나타내는 독특한 구조임을 짐작할 수 있다. 'A는 즉시 A가 아니다'라는 즉비를 먼저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철수야, 영희야,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이름으로 사람을 부른다. 그리고 그 이름과 이름에 해당하는 사람을 동일시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이름과 그 이름이 가진 이미지로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