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록 깨치고 몰록 닦는다
이튿날 큰스님과 산책을 하면서 큰스님께 여쭈었다.
"큰스님께선 한번 깨달으신 후에 다시 미한 적이 없습니까?"
"늘 한결같다."
"큰스님께선 돈오돈수를 주장하셨는데, 정녕 돈오돈수는 무엇입니까?"
순간 큰스님께선 큰 기침 한번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말 그대로 몰록 깨치고 몰록 닦는다는 것이다. 즉 깨치면 다시 닦을 것 없는 평상심
그대로 구경각이며 견성성불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
"말로서 이야기해 보아라."
"돈오돈수란 돈오돈수마저 초월한 돈오돈수일 때 돈오돈수와 돈오돈수를 똑같이
녹여 지금 이대로 구경각이며 평상심이며 견성성불인 본불 본중생을 쌍차쌍조한
바로 나입니다."
"그래, 그래, 그렇구나."
(십년 후 돈오돈수에 대해 큰스님께서 돈오돈수마저 투과하고 투과한 더 깊은 경지를
증득해야만 비로소 공부가 된 것이라고 하셨다.)
산책을 마친 후 큰스님 처소로 큰스님을 모신 후 큰절 세 번 올리고 물러나왔다.
이튿날 아침 공양 후 서옹 큰스님께 떠날 인사를 올리니 말씀하셨다.
"왜 가려고 하느냐?"
"내일 결제하려고 합니다."
"네가 뭐 결제 해제가 따로 있느냐?"
"결제 땐 콩죽 먹고 해제 땐 팥죽을 먹습니다."
"어느 해에 천하가 그대의 콩죽 팥죽을 배불리 먹을꼬?"
"풀잎마다 우담바라요, 돌멩이마다 마니보주입니다."
"그래, 그래. 오늘 하루만 더 묵고 가거라."
다시 큰절 세 번 올리고 물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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