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峰和尙禪要
海印叢林講院
高峰和尙禪要序
고봉화상선요서
參禪은 雖以不立文字하며 不假修證으로 爲宗이나 然이나 旣可叅則
참선은 수이불립문자하며 불가수증으로 위종이나 연이나 기가참칙필 有要하니 要者는 何오 如ㅣ 網之有綱하여 衣之有領하야 使人一擧而
유요하니 요자는 하오 여ㅣ망지유강하여 의지유령하야 사인일거이
徑得其直遂者ㅣ 是也라 萬目이 非不網也나 遣綱擧目이면 網必不張
경득기직수자ㅣ 시야라 만목이 비불망야나 견강거목이면 망필부장이요
이요 萬縷ㅣ 非不衣也이 捨領擧縷면 衣必不振이니라 永嘉ㅣ 云호대 摘
만루ㅣ 비불의야이 사령거루면 의필부진이니라 영가ㅣ 운호대 적
葉尋枝는 我不能이라하니 枝與葉은 非要요 根本이라사 固要也어늘 學者
엽심지는 아불능이라하니 지여엽은 비요요 근본이라사 고요야어늘 학자ㅣ
ㅣ 復昧其根本이로다 鵝湖ㅣ 云호대 要在當人能擇上이라하니 擇善而
부매기근본이로다 아호ㅣ 운호대 요재당인능택상이라하니 택선이
從이 可也어늘 學者ㅣ 往往에 差決擇於發靭하야 終ㅣ 適越而北轅이로
종이 가야어늘 학자ㅣ 왕왕에 차결택어발인하야 종ㅣ 적월이북원이로
다 乃至從上祖師의 遺編이 山積이라 一話一言이 固無非綱領이로대
다 내지종상조사의 유편이 산적이라 일화일언이 고무비강령이로대
奈何世降聖遠에 情僞日滋하야 心意識이 有以蠱蝕之라 則視綱領하야
나하세항성원에 정위일자하야 심의식이 유이고식지라 칙시강령하야
爲目縷者ㅣ 盖惣惣矣리요
위목루자ㅣ 개총총의리요
참선은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며 닦아 증득함에 의지하지 않는 것으로써 종지를 삼으나 이미 참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요긴함이 있을 것이다. 요긴함이란 무엇인가? 마치 그물에 벼리가 있는 것과 같고 옷에 옷깃이 있는 것과 같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 듦으로서 지름길로 곧장 완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그물코가 그물 아닌 것은 아니지만 벼리는 버려두고 그물코만 들면 그물은 반드시 펼쳐지지 않을 것이요, 수많은 실올이 옷 아닌 것은 아니지만 옷깃은 버려두고 실올만 들면 옷은 반드시 들려지지 않을 것이다. 영가선사가 이르기를 「잎을 따고 가지를 찾는 짓은 나는 하지 않겠다」 하였으니, 가지와 잎은 요긴한 것이 아니요 뿌리의 밑둥이 진실로 요긴한 것인데 배우는 자들은 다시 그 뿌리의 밑둥에 대해서 어두울 뿐이다. 아호선사가 이르기를 「요긴함은 당사자가 잘 선택하는데 있다」 하였으니 바른 길을 선택하여 좇아야 될 것이거늘, 배우는 자들은 항상 출발하는 자리에서 결정과 선택이 어긋나서 마침내 월나라로 가려 하면서도 수레는 북쪽으로 몰고 간다. 나아가서는 예로부터 조사들이 남긴 저술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 이야기 한 토막 말 한 마디가 참으로 강령강령 아닌 것이 없으나, 세상은 점점 말세의 수렁으로 떨어지고 성인과는 점차 멀어지니 망정과 거짓이 날로 불어나 마음(심)과 뜻(의)과 인식(식)이 좀먹어 들어가서 벼리와 옷깃을 보고 그물코와 실올로 여기는 자가 허다하니 어찌하겠는가.
我師高峰和尙이 自雙峰으로 而西峰히 二十餘年을 念此之故로 不獲
아사고봉화상이 자쌍봉으로 이서봉히 이십여년을 념차지고로 불획
已하사 示人剋的하시니 如神藥이 刁圭而起死하고 靈符ㅣ 點畵而驅邪
이하사 시인극적하시니 여신약이 조규이기사하고 영부ㅣ 점화이구사
라 故로 有採其奇方秘呪하야 得以爲學徒綱領者러라 或이 曰獲禽읕
라 고로 유채기기방비주하야 득이위학도강령자러라 혹이 왈획금읕
在目이라 不在綱이요 禦寒은 在縷라 不在領이니 八萬四千法門이 門
재목이라 부재강이요 어한은 재루라 부재령이니 팔만사천법문이 문
門可入이라 目與縷는 果非要耶아 將應之曰世尊法門이 信廣大無邊
문가입이라 목여루는 과비요야아 장응지왈세존법문이 신광대무변이나
이나 顧乃設爲方便은 狹小一門이라하야 使諸子로 出火宅而入大乘하시
고내설위방편은 협소일문이라하야 사제자로 출화택이입대승하시니
니 是는 攝目縷하야 爲綱領耳니라 然則鋼耶아 目耶아 領耶아 縷耶아
시는 섭목루하야 위강령이니라 연칙강야아 목야아 령야아 루야아
要耶아 非要耶아 未具頂門正眼인댄 未可以易言也니라
요야아 비요야아 미구정문정안인댄 미가이역언야니라
우리 스님 고봉화상께서 쌍봉으로부터 서봉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동안 이것을 염두에 두었던 까닭에 마지못해 사람들에게 긴요하고도 확실하게 보여주시니, 마치 신비스런 약은 한 숫갈로도 죽을 사람을 회생시키고 영험한 부적은 한 점 한 획으로도 삿된 귀신을 몰아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신기한 처방과 비밀스런 주문을 채록하여 배우는 이들에게 강령이 되게 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짐승을 잡는 것은 그물눈이지 벼리가 아니며 추위를 막는 것은 실올이지 옷깃이 아니니, 8만4천의 법문은 문문마다 모두 들어갈 수 있듯이 그물눈과 실올이 과연 요긴한 것이 아니겠는가?」 함에 곧 그에 응해 가로되 「세존의 법문은 참으로 광대하고도 무변하지만 돌아보면 이에 방편으로 협소한 하나의 문을 설치하여 뭇 아이들로 하여금 불난 집에서 벗어나 대승으로 들어가게 하시니, 이는 그물눈과 실올을 거두어 강령을 삼은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그러한 즉 벼리인가, 그물코인가, 옷깃인가, 실올인가, 요긴한가, 요긴하지 않은가는 정수리 위의 바른 눈을 갖추지 못했다면 쉽사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喬祖ㅣ 預西峰法席以來로 每ㅣ 抄集示徒法語之切於叅決者 名之
교조ㅣ 예서봉법석이래로 매ㅣ 초집시도법어지절어참결자 명지
曰禪要라하고 久欲與有志者로 共之러니 一日에 擧似姑蘇永中上人하
왈선요라하고 구욕여유지자로 공지러니 일일에 거사고소영중상인
니 欣然欲ㅣ 募緣鋟梓 且俾 喬祖로 爲之序하라하야늘 喬祖ㅣ 旣已承
하니 흔연욕ㅣ 모연침재 차비 교조로 위지서하라하야늘 교조ㅣ 기이승
命하고 復告之曰師의 別有一要語ㅣ 在ㅣ 綱領外하야 藏之虛空骨中하
명하고 부고지왈사의 별유일요어ㅣ 재ㅣ 강령외하야 장지허공골중하니
니 兄欲鋟하고 我欲序가皆不能일쌔 尙俟他日에 更作一番揭露하노라
형욕침하고 아욕서가개불능일쌔 상사타일에 갱작일번게로하노라
내가 서봉선사의 법석에 참여한 이래 매번 대중들에게 열어 보인 법어 가운데 참구하고 결택함에 간절한 것들을 베껴 모아서 <선요>라 이름하고 오래도록 뜻 있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하루는 고소산의 영중 스님에게 얘기하였더니 흔연히 반연을 모아 판각하고자 하고는 또한 나에게 서문을 쓰라 하였다. 내가 이미 분부를 승낙하고는 다시 일러 가로되 「스님에게는 따로이 한 마디 요긴한 말씀이 강령밖에 있어서 허공의 뼈 가운데 감춰져 있으니, 형께서 판각하려 하고 내가 서문을 쓰고자 하여도 모두 가능치 않으니 오히려 다른 날에 다시 한 번 드러나기를 기다리도록 하자」라고 하였다.
지원 갑오년 9월 9일, 천목산의 참선학도참선학도 직옹 홍교조 삼가 쓰다.
至元甲午重九日 天目叅學直翁
지원갑오중구일 천목참학직옹
洪喬祖 謹書홍교조 근서
禪要跋
선요발
古靈은 以閱經으로 爲鑽古紙하고 輪扁은 以讀書로 爲味糟粕이라하니
고령은 이열경으로 위찬고지하고 윤편은 이독서로 위미조박이라하니
良以道는 不可以言語文字로 求也일새니라 然이나 道無方하고 體無形하
양이도는 불가이언어문자로 구야일새니라 연이나 도무방하고 체무형하
니 似非言語文字면 何從而明之리요
니 사비언어문자면 하종이명지리요
고령은 경전 보는 것을 묵은 종이나 뚫는 짓으로 여겼으며 윤편은 글 읽는 것을 술지게미를 맛보는 것으로 여겼으니, 진실로 도는 언어나 문자로써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에는 방소방소가 없고 그 바탕에는 모양이 없으니 만일 언어나 문자가 아니면 무엇으로 그것을 밝히겠는가?
是以로 吾佛世尊이 雖隨機化誘하사 曲成密庸하시니 而不能不談十二
시이로 오불세존이 수수기화유하사 곡성밀용하시니 이불능불담십이
部法하시며 達磨西來하사 雖不立文字하시니 而授受之際에 口傳面命하
부법하시며 달마서래하사 수불립문자하시니 이수수지제에 구전면명하
시니 亦不能以忘言이시니라 盖道는 雖不在於言語文字나 實不離於言
시니 역불능이망언이시니라 개도는 수부재어언어문자나 실불리어언
語文字오 特精微之旨는 具於辭說之表라 未易窺覩로다 世之學者 往
어문자오 특정미지지는 구어사설지표라 미역규도로다 세지학자 왕
往에 沈着於語下하야 不能體會其精微하며 徒觀標月之指하고 不覿當
왕에 침착어어하하야 불능체회기정미하며 도관표월지지하고 불적당
天之月이라 遂以言語文字로 爲礙하야 致俾古靈輪扁으로 激而爲故紙
천지월이라 수이언어문자로 위애하야 치비고령윤편으로 격이위고지
糟粕之譏로다 然이나 言語文字는 正所以發明心華하사 模寫道妙어니
조박지기로다 연이나 언어문자는 정소이발명심화하사 모사도묘어니
初何嘗碍道哉리요
초하상애도재리요
그러므로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비록 근기를 따라 교화하고 이끄심에 비밀스럽고도 중용되는 법을 자세히 이루어 놓았으나 12부의 법을 말씀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달마가 서쪽에서 오시어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않았으나 법을 주고 받을 때에는 입으로 전하고 대면하여 일러주셨으니, 역시 말을 잊어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도는 비록 언어와 문자에 있지 않으나 실제는 언어와 문자를 여의지 않았고 특히 정미로운 취지는 언어 밖에 갖추어져 있기에 쉽사리 엿볼 수 없다. 세상의 학자들은 흔히 말 자체에 집착하여 그 정미함을 체득하여 이해하지 못하며, 다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지 못하고는 마침내 언어와 문자를 장애로 여겨 고령과 윤편으로 하여금 격분케 함으로써 묵은 종이니 술지게미니 하는 비방을 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언어와 문자는 바로 마음의 꽃을 피워 밝혀서 도의 오묘함을 그려내기 위한 것이니 애당초 어찌 도에 장애가 되겠는가.
高峰和尙의 說法이 如雲如雨커늘 直翁洪君 撮其奇秘하야 名曰禪要
고봉화상의 설법이 여운여우커늘 직옹홍군 촬기기비하야 명왈선요
라하고 永中上人이 從而鋟梓하야 以廣其傳하니 擧網而得綱이며 挈裘
라하고 영중상인이 종이침재하야 이광기전하니 거망이득강이며 설구
而振領이라 將俾學者로 因法語之要하야 以會道體之全하니 其開牖後
이진령이라 장비학자로 인법어지요하야 이회도체지전하니 기개유후
學之心이 可謂篤矣로다 學者ㅣ 於此에 果能優遊而求之하며 厭飫而
학지심이 가위독의로다 학자ㅣ 어차에 과능우유이구지하며 염어이
趨之하면 渙然氷釋하고 怡然理順하리니 則工夫次第와 進趣操略을 老
추지하면 환연빙석하고 이연이순하리니 칙공부차제와 진취조략을 노
師ㅣ 已ㅣ 和盤托出하사 盡在此書矣언만은 特患學者ㅣ 未能猛烈承當
사ㅣ 이ㅣ 화반탁출하사 진재차서의언만은 특환학자ㅣ 미능맹렬승당이이로다
耳이로다
고봉화상께서 설하신 법은 구름과도 같고 비와도 같음에 직옹 홍군이 그 가운데 기이하고 비밀스러운 것을 모아 <선요>라 이름하였고 이어서 영중 스님이 판각하여 그 유포를 넓히니, 이는 그물을 듦에 벼리를 얻음이요 갓옷을 듦에 옷깃을 건짐과 같다. 이로서 장차 배우는 자들로 하여금 법어의 요점에 의지하여 도체도체의 전모를 이해하게 하였으니 후학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마음이 가히 돈독하다 할 것이다. 배우는 이들이 여기에서 참으로 넉넉히 노닐며 능히 그것을 구하여 흡족히 한 채 나아간다면 봄기운에 얼음이 녹듯이 기꺼운 마음에 이치가 순조로워질 것이니, 곧 공부의 차례와 전진해 나아가는 지조 및 방략을 노스님께서 이미 밥상채로 내놓아 남김없이 이 책속에 있건만 배우는 이들이 맹렬히 받아들이지 못할까 특히 염려될 뿐이다.
吁라 扁鵲方中에 具有靈藥하니 或名神丹이며 或名無憂散이라 回生起
우라 편작방중에 구유령약하니 혹명신단이며 혹명무우산이라 회생기
死ㅣ 功在刹那하니 具眼目하는 着精神ㅣ 盡心力하야 汲汲而求之하면
사ㅣ 공재찰나하니 구안목하는 착정신ㅣ 진심력하야 급급이구지하면
未有不得者리라 老死之言이 豈欺汝也리요 學者 愼無錯認古靈輪扁
미유부득자리라 로사지언이 기기여야리요 학자 신무착인고령윤편
之言 而忘老師諄諄之誨하면 庶幾直翁永中으로 功不虛施하며 亦使
지언 이망노사순순지회하면 서기직옹영중으로 공불허시하며 역사
觀語錄而得發明者로 不專美於前矣리라
관어록이득발명자로 부전미어전의리라
아! 편작의 처방 가운데 혹은 신단신단이라 이름하고 혹은 무우산무우산이라 이름하는 신령스런 약이 갖추어져 있어 죽은 이를 살리는데 그 효력이 찰나에 이뤄진다 하니, 안목을 갖춘 자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의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구하면 얻지 못할 것이 없으리다. 노스님의 말씀이 어찌 그대들을 속이겠는가? 배우는 이들은 행여라도 고령과 윤편의 말을 잘못 오인하여 노스님의 정성스러운 가르침을 잊어먹는 일이 없도록 하여 직옹과 영중이 공을 헛되이 베푼 것이 되지 않기를 바라나니, 또한 어록을 보아서 마음의 꽃을 피워 밝힌다면 오로지 앞 사람만을 장엄하는 것은 아니리다.
지원 갑오년 10월 16일, 참선학도 청소의 정명 주영원이 삼가 발문을 쓰다.
至元甲午十月哉生魄지원갑오십월재생백
叅學淸笤淨明朱潁遠 謹跋 참학청소정명주영원 근발
高峰和尙禪要
고봉화상선요
侍 者 指 正 錄 시 자 지 정 록
叅學直翁居士洪喬祖 編 참학직옹거사홍교조 편
開堂普說 其一
僧이 問호대 十方同聚會하야 箇箇學無爲하나니 此是選佛場이라 心空
승이 문호대 십방동취회하야 개개학무위하나니 차시선불장이라 심공
及第歸라하신 龐居士의 恁麽道ㅣ 還有爲人處也ㅣ 無잇가 師云有니라
급제귀라하신 방거사의 임마도ㅣ 환유위인처야ㅣ 무잇가 사운유니라
進云畢竟에 在那一句닛고 師云從頭問將來하라
진운필경에 재나일구닛고 사운종두문장래하라
어떤 승려가 물었다. 「‘시방세계 대중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제제마다 함이없는 무위법을 배우나니, 이자리가 부처뽑는 선불장이 아니런가, 마음하나 공해지면 급제하여 돌아가네.’ 방거사가 이렇게 말한 것에도 사람들을 위하는 자리가 있습니까?」
선사께서 답하였다. 「있느니라.」
다시 물었다. 「필경에는 어느 한 구절에 있습니까?」
선사께서 답하였다. 「첫 구절부터 차례차례 물어라.」
進云如何是ㅣ 十方同聚會닛고 師云 ㅣ 龍蛇混雜하고 凡聖이 交叅이
진운여하시ㅣ 십방동취회닛고 사운 ㅣ 용사혼잡하고 범성이 교참이니라
니라 進云如何是ㅣ 箇箇學無爲닛고 師云口呑佛祖하고 眼掛乾坤이니라
진운여하시ㅣ 개개학무위닛고 사운구탄불조하고 안괘건곤이니라
進云如何是選佛場이니고 師云ㅣ 東西十萬이요 南北이 八千니라 進云
진운여하시선불장이니고 사운ㅣ 동서십만이요 남북이 팔천니라 진운
如何是心空及第歸닛고 師云ㅣ 動容揚故路하야 不墮悄然機니라 進云
여하시심공급제귀닛고 사운ㅣ 동용양고로하야 불타초연기니라 진운
恁麽則言言見諦요 句句朝宗이로소이다 師云你ㅣ 甚處見得고 僧이ㅣ
임마칙언언견체요 구구조종이로소이다 사운니ㅣ 심처견득고 승이ㅣ
喝한대 師云ㅣ 也是掉棒打月이로다
갈한대 사운ㅣ 야시도봉타월이로다
「어떤 것이 시방세계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까?」
「용과 뱀이 뒤섞이고 범부와 성인이 사귀어 참구하느니라.」
「어떤 것이 저마다 함이없는 무위법을 배우는 것입니까?」
「입으로는 부처와 조사를 집어 삼키고 눈으로는 하늘과 땅을 뒤덮느니라.」
「어떤 것이 부처를 뽑는 선불장입니까?」
「동서가 십만리요 남북이 팔천리이다.」
「어떤 것이 마음이 공해져 급제하여 돌아가는 것입니까?」
「으시대며 옛 길로 올라서고 초조한 근기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씀마다 진리를 드러나 있고 구절마다 종지가 모여 있군요.」
「너는 어디서 보았는가?」
「갈!」
「그 또한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는 것이로다.」
進云此事는 且止하고 只如西峰은 今日에 十方聚會하야 選佛場開하시
진운차사는 차지하고 지여서봉은 금일에 십방취회하야 선불장개하시니
니 畢竟에 有何祥瑞닛고 師云ㅣ 山河大地와 萬像森羅와 情與無情이
필경에 유하상서닛고 사운ㅣ 산하대지와 만상삼라와 정여무정이
悉皆成佛인댄 進云旣皆成佛인댄 因甚하야 學人은 不成佛이닛고 師云ㅣ
실개성불인댄 진운기개성불인댄 인심하야 학인은 불성불이닛고 사운ㅣ
你若成佛인댄 爭敎大地成佛이리요 進云畢竟에 學人은 過在甚麽處니
니약성불인댄 쟁교대지성불이리요 진운필경에 학인은 과재심마처니고
고 師云ㅣ 湘之南潭之北이니라 進云還許學人으로 懺悔也無니가 師云
사운ㅣ 상지남담지북이니라 진운환허학인으로 참회야무니가 사운ㅣ
ㅣ 禮拜着하라 僧이 纔拜ㅣ 師云 獅子는 咬人하고 韓盧는 逐塊니라
예배착하라 승이 재배ㅣ 사운 사자는 교인하고 한로는 축괴니라
「이 일은 우선 그만 두고, 스님께서는 오늘 시방세계 대중들이 모여들어 선불장이 열렸으니 결국에는 어떠한 성서러움이 있겠습니까?」
「산하대지와 삼라만상과 유정무정이 남김없이 모두 성불하였느니라.」
「이미 모두 성불하였다면 무엇으로 인해 학인은 성불하지 못하였습니까?」
「네가 만약 성불한다면 어떻게 산하대지를 성불하게 하겠는가?」
「결국은 학인의 허물이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
「상주상주의 남쪽이요 담주담주의 북쪽이니라.」
「그래도 학인에게 참회를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절을 하여라.」
승려가 절을 하자마자 선사께서 말하기를 「사자는 사람을 무는데 한씨의 개는 돌덩이를 쫓아 가느니라」 하였다.
師乃竪拂하시고 召大衆云此是選佛場이며 心空及第歸니 怜悧漢이 若
사내수불하시고 소대중운차시선불장이며 심공급제귀니 영리한이 약
向者裏하야 見得하면 便見龐居士의 安身立命處니라 旣見龐居士의 安
향자리하야 견득하면 변견방거사의 안신입명처니라 기견방거사의 안
身立命處인댄 便見從上佛祖의 安身立命處요 旣見佛祖의 安身立命
신입명처인댄 변견종상불조의 안신입명처요 기견불조의 안신입명
處인댄 便見自己의 安身立命處인댄 旣見自己의 安身立命處인댄 不妨
처인댄 변견자기의 안신입명처인댄 기견자기의 안신입명처인댄 불방
向者裏하야 拗折拄杖하고 高掛鉢囊하고 三條椽下와 七尺單前에 咬ㅣ
향자리하야 요절주장하고 고괘발낭하고 삼조연하와 칠척단전에 교ㅣ
無味飯하며 飮ㅣ 不濕羹하고 伸脚打眠하야 逍遙度日이어니와 若是奴郞
무미반하며 음ㅣ 불습갱하고 신각타면하야 소요도일이어니와 약시노랑
不辨하며 菽麥不分인댄 抑不得已하야 按下雲頭하고 向ㅣ 虛空裏하여
불변하며 숙맥불분인댄 억부득이하야 안하운두하고 향ㅣ 허공리하여
書ㅣ 一本上大人하야 敎諸人으로 依樣畵猫兒去也리라
서ㅣ 일본상대인하야 교제인으로 의양화묘아거야리라
선사께서 이에 불자불자를 세우고 대중을 불러 말씀하셨다.
이것이 선불장이며 마음이 공하면 급제하여 돌아가리니, 영리한 자가 만약 이 속에서 알아차리면 곧 방거사가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보게 될 것이다. 방거사가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곧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도 보게 될 것이며, 부처님과 조사들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곧 자신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도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그 속에서 주장자를 꺾어버리고 바랑을 높이 걸어 두고 세 가닥 서까래 밑의 칠 척 되는 자리 앞에서 맛없는 밥을 씹고 물기 없는 국을 마시며 다리를 뻗고 잠을 자면서 유유자적하며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종과 상전도 가리지 못하고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구름을 헤치고 허공에다 한 줄의 ‘가갸거겨’를 써 놓고 여러 대중들로 하여금 그 모양대로 고양이를 그리게 하리라.
山僧이 昔年에 在雙徑이라가 歸堂未及一月하야 忽於睡中에 疑着萬法
산승이 석년에 재쌍경이라가 귀당미급일월하야 홀어수중에 의착만법
歸一一歸何處하니 自此로 疑情이 頓發하야 廢寢忘餐하며 東西不辨하
귀일일귀하처하니 자차로 의정이 돈발하야 폐침망찬하며 동서불변하
고 晝夜不分하야 開單展鉢과 屙屎放尿와 至於一動一靜ㅣ 一語一黙
고 주야불분하야 개단전발과 아시방뇨와 지어일동일정ㅣ 일어일묵이
이 總只是箇一歸何處오 更無絲毫異念이며 亦要起絲毫異念이라도 了
총지시개일귀하처오 갱무사호이념이며 역요기사호이념이라도 료
不可得호미 正如釘釘膠粘하야 撼搖不動이라 雖在稠人廣座中이라도
불가득호미 정여정정교점하야 감요부동이라 수재조인광좌중이라도
如無一人相似하야 從朝至暮하며 從暮至朝히 澄澄湛湛하며 卓卓巍巍
여무일인상사하야 종조지모하며 종모지조히 징징담담하며 탁탁외외하야
하야 純淸絶點하고 一念萬年이라 境寂人忘에 如痴如兀터니 不覺至第
순청절점하고 일념만년이라 경적인망에 여치여올터니 불각지제
六日하야 隨衆在三塔할새 諷經次에 擡頭하야 忽覩五祖演和尙眞하고
육일하야 수중재삼탑할새 풍경차에 대두하야 홀도오조연화상진하고
驀然觸發日前仰山老和尙의 問拖死屍句子호니 直得虛空이 粉碎하고
맥연촉발일전앙산노화상의 문타사시구자호니 직득허공이 분쇄하고
大地平沈하야 物我俱忘이 如鏡照鏡이라 百丈野狐와 狗子佛性과 淸
대지평침하야 물아구망이 여경조경이라 백장야호와 구자불성과 청
州布衫과 女子出定話를 從頭密擧驗之호니 無不了了라 般若妙用이
주포삼과 녀자출정화를 종두밀거험지호니 무불료료라 반야묘용이
信不誣矣러라
신불무의러라
산승이 지난날 쌍경에 있다가 선방에 돌아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홀연히 잠결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의심이 들었다. 그로부터 의심이 활짝 일어나서 침식도 잊고 동서도 분별치 못하며 밤낮도 분간치 못한 채, 자리를 펴거나 발우를 펴거나 대변을 보거나 소변을 누거나, 움직이는 한 동작과 머무르는 한 동작 및 말 한 마디와 침묵의 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온통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고 생각할 뿐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한 털끝만큼의 다른 생각을 일으키려 해도 일으킬 수 없는 것은 마치 못을 박고 아교를 붙인 것처럼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있더라도 마치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으며, 아침부터 저물녘에 이르러 저물녘부터 아침에 이르기까지 맑고도 고요하며 우뚝하고도 드높아서 순수한 맑음에 티 한 점 없어 한 생각이 만 년이라 경계도 고요하고 나도 잊으니 마치 천치와 같고 흡사 바보와 같았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엿새째 되던 날, 대중을 따라 삼탑사에서 경전을 외다가 머리를 들어 문득 오조 법연화상의 영정을 보고서 별안간 일전에 앙산 노화상께서 물으시던 ‘송장 끌고 다니는 놈’이라는 화두를 확연히 깨치게 되니, 곧장 허공이 가루처럼 잘게 부숴지고 대지가 평탄하게 가라앉아 사물과 나를 몽땅 잊어버림이 마치 거울에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백장의 들여우와 구자무불성과 청주의 베옷과 여자출정 등의 화두를 차례차례 빠짐없이 챙겨서 증험해 보니 속속들이 알지 못할 것이 없었더라. 반야의 오묘한 작용이 진실로 거짓되지 않았다.
前所看無字는 將及三載히 除二時粥飯하고 不曾上蒲團하야 困時에도
전소간무자는 장급삼재히 제이시죽반하고 부증상포단하야 곤시에도
亦不倚靠하며 雖則晝夜에 東行西行하니 常與昏散二魔로 輥作一團하
역불의고하며 수칙주야에 동행서행하니 상여혼산이마로 곤작일단하야
야 做盡伎倆이라도 打屛不去라 於ㅣ 者無 字上에 竟不曾有一餉間이나
주진기량이라도 타병불거라 어ㅣ 자무자상에 경부증유일향간이나
省力成片이러니 自決之後에 鞠其病源호니 別無他故요 只爲不在疑情
성력성편이러니 자결지후에 국기병원호니 별무타고요 지위부재의정
上하야 做工夫라 一味只是擧호대 擧時엔 則有하고 不擧엔 便無하며 設
상하야 주공부라 일미지시거호대 거시엔 칙유하고 불거엔 변무하며 설
要起疑라도 亦無下手處하며 設使下得手ㅣ 疑得去라도 只頃刻間이요
요기의라도 역무하수처하며 설사하득수ㅣ 의득거라도 지경각간이요
又未免被昏散의 打作兩橛하야 於是에 空費許多光陰하며 空喫許多
우미면피혼산의 타작양궐하야 어시에 공비허다광음하며 공끽허다
生受호대 略無些子進趣일러니라 一歸何處는 却與無字로 不同하고 且
생수호대 략무사자진취일러니라 일귀하처는 각여무자로 부동하고 차
是疑情이 易發하야 一擧便有하고 不待返覆思惟計較作意라도 纔有疑
시의정이 역발하야 일거변유하고 부대반복사유계교작의라도 재유의
情이면 稍稍成片하야 便無能爲之心하며 旣無能爲之心이라 所思卽忘
정이면 초초성편하야 변무능위지심하며 기무능위지심이라 소사즉망하야
하야 致使萬緣으로 不息而自息하며 六窓으로 不靜而自靜하야 不犯纖
치사만연으로 불식이자식하며 육창으로 부정이자정하야 불범섬
塵하고 頓入無心三昧호라 忽遇喫粥喫飯處하야 管取向鉢盂邊하야 摸
진하고 돈입무심삼매호라 홀우끽죽끽반처하야 관취향발우변하야 모
着匙筯에도 不怕破甕中走却鼈이니 此是已驗之方이라 決不相賺이니라
착시저에도 불파파옹중주각별이니 차시이험지방이라 결불상잠이니라
如有一句나 誑惑諸人이면 自招永墮拔舌犁耕하리다
여유일구나 광혹제인이면 자초영타발설리경하리다
전에 들었던 무무 자 화두는 거의 3년이 되도록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를 제하고는 일찌기 방석에도 앉지 않았고 비곤할 때도 자리에 의지하여 기대지 않으며 비록 밤낮으로 이리저리 다녔으나 항상 혼침과 산란의 두 마구니와 더불어 뒤섞여 한덩어리가 되었음에 갖은 재주를 다 부려도 물리쳐 떨치지 못하였다. 그 무무 자 위에서는 마침내 밥 한 술 뜰 순간이라도 힘을 얻어 화두와 한덩어리를 이룬 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깨친 후에 그 병의 근원을 살펴보니 별다른 까닭은 없고 다만 의심하는 그 위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한결같이 단지 화두를 들더라도 들 때에는 있다가 들지 않으면 곧 없었으며, 설령 의심을 일으키려 하여도 또한 손을 쓸 자리가 없었으며, 설사 손을 써서 의심이 이루어지더라도 다만 잠깐 사이일 뿐 또한 혼침과 산란으로 두 토막이 남을 면치 못하였다. 그리하여 공연히 허다한 세월만 낭비하고 공연히 허다한 고생만 하였으나 조금도 진취가 없었다.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는 화두는 무무 자 화두와 달라서 우선 의심이 쉽게 생겨 한 번 들면 곧 들려지고 반복하여 사유하거나 헤아리며 마음 먹지 않더라도 의심을 일으키기만 하면 차츰차츰 한덩어리를 이루어 곧 화두를 든다는 마음까지 없어졌다. 이미 화두를 든다는 마음이 없어졌으므로 화두도 곧 없어져 드디어 만 가지 반연은 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어지고 육근은 고요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요해져서 가는 티끌만큼도 범하지 아니한 채 단박에 무심삼매무심삼매에 들어갔었다. 홀연히 죽 먹고 밥 먹는 자리에서 바루의 저쪽을 향해 수저를 더듬고 있을 때에도 옹기 속에서 달리는 자라는 결정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미 증험한 방법이니 속이는 것은 분명 아니니, 만약 한 마디라도 여러분들을 속여서 미혹하게 한다면 영원히 발설지옥발설지옥에 떨어짐을 자초하는 것이 되리다.
現前學般若菩薩이 必要明此一段大事하야 不憚山高水濶하고 得得來
현전학반야보살이 필요명차일단대사하야 불탄산고수활하고 득득래
見西峰이온 況兼各各燃指燃香하야 立戒立願하며 礪齒磨牙하야 辦ㅣ
견서봉이온 황겸각각연지연향하야 입계입원하며 려치마아하야 판ㅣ
鐵石志하니 旣有如是操略과 如是知見인댄 切須莫負自己初心하며 莫
철석지하니 기유여시조략과 여시지견인댄 절수막부자기초심하며 막
負父母捨汝出家心하며 莫負新建僧堂檀信心하며 莫負國王大臣外護
부부모사여출가심하며 막부신건승당단신심하며 막부국왕대신외호
心하고 直下具大信去하며 直下無變異去하며 直下壁立萬仞去하며 直
심하고 직하구대신거하며 직하무변이거하며 직하벽립만인거하며 직
下依樣畵猫兒去하야 畵來畵去에 畵到結角羅紋處와 心識路絶處와
하의양화묘아거하야 화래화거에 화도결각라문처와 심식로절처와
人法俱忘處하면 筆端下에 驀然突出箇活猫兒來하리니 口ㅣ 元來盡大
인법구망처하면 필단하에 맥연돌출개활묘아래하리니 구ㅣ 원래진대
地ㅣ 是箇選佛場이며 盡大地是箇自己리니 到者裏하야는 說甚龐居士
지ㅣ 시개선불장이며 진대지시개자기리니 도자리하야는 설심방거사
리요 直饒三乘十地라도 膽喪魂驚하며 碧眼黃頭라도 容身無地하리라
리요 직요삼승십지라도 담상혼경하며 벽안황두라도 용신무지하리라
力 力 力
지금에 반야를 배우는 보살들이 필연코 이 일대사를 밝히고자 산이 높고 물이 깊음을 꺼리지 않고 일부러 서봉을 보러 왔거늘, 하물며 게다가 제각기 손가락을 태우고 향을 태워 계행을 수립하고 원력을 세우며 이를 갈아붙이고 철석 같은 의지를 준비하였음에랴. 이미 이와 같은 지조와 방략과 이와 같은 지견이 있다면 모름지기 자기의 처음 마음을 저버리지 말며, 부모가 그대를 버려서 출가하게 한 마음을 저버리지 말며, 새로 승당을 건립해 준 단월의 신심을 저버리지 말며, 국왕과 대신들이 외호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라. 당장에 큰 믿음을 갖추어 가며, 당장에 변하거나 달라짐이 없게 하며, 당장에 만 길의 벼랑 위에 선 듯이 하며, 당장에 밑그림을 따라 고양이를 그려 갈지니라. 그리고 또 그리다가 두 귀가 솟고 무늬가 얼룩진 자리와 심식의 길이 끊어진 자리와 사람도 법도 모두 잊은 자리에 그림이 도달하면 붓 끝에서 별안간 산 고양이가 튀어나올 것이니, 와! 원래 온 대지가 선불장이며 온 대지가 자기일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방거사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설령 삼승십지삼승십지의 성인이라도 간담이 서늘하고 혼이 나갈 것이며, 부처나 조사라도 몸을 용납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然雖如是나 若要開鑿人天眼目하야 發揚佛祖宗猷인댄 更須將自己與
연수여시나 약요개착인천안목하야 발양불조종유인댄 갱수장자기여
選佛場하야 鎔作一團하야 颺在百千萬億世界之外하고 轉身移步하야
선불장하야 용작일단하야 양재백천만억세계지외하고 전신이보하야
向ㅣ 威音那邊更那邊하야 打一遭라도 却來喫西峰痛棒하리니 大衆아
향ㅣ 위음나변갱나변하야 타일조라도 각래끽서봉통봉하리니 대중아
旣是和自己颺了어니 又將甚麽하야 喫棒고 忽有箇不顧性命底漢者ㅣ
기시화자기양료어니 우장심마하야 끽봉고 홀유개불고성명저한자ㅣ
聞ㅣ 恁麽擧하고 出來하야 掀倒禪床하고 喝散大衆이라도 是則固是나
문ㅣ 임마거하고 출래하야 흔도선상하고 갈산대중이라도 시칙고시나
要且西峰獅子巖은 未肯點頭在리라
요차서봉사자암은 미긍점두재리라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만약 인간과 하늘무리의 안목을 열어 부처와 조사의 종지를 드날리고자 한다면 다시 자기와 선불장을 가져다 녹여 한 덩어리로 만들어 백천만억 세계 밖에 날려버리고 몸을 굴리고 걸음을 옮겨 위음왕 저쪽의 다시 저쪽으로 한 바퀴 돌더라도 다시 돌아와 서봉에게 모진 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이다. 대중들이여, 이미 자기까지 날려버렸는데 또 무엇을 가지고 몽둥이를 맞겠는가? 홀연히 생명을 돌보지 않는 자가 있어서 이렇게 한 말을 듣고 뛰어나와 선상을 치켜들어 쓰러뜨리고 고함을 쳐 대중들을 흩어버리더라도 옳기는 참으로 옳으나 요컨대 서봉 사자암은 기꺼이 긍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示 衆 其二
三世諸佛과 歷代祖師의 留下이신 一言半句라도 惟務衆生이 超越三
삼세제불과 력대조사의 유하이신 일언반구라도 유무중생이 초월삼
界하야 斷ㅣ 生死流니 故로 云爲ㅣ 一大事因緣인댄 出現於世라하시니라
계하야 단ㅣ 생사류니 고로 운위ㅣ 일대사인연인댄 출현어세라하시니라
若論此ㅣ 一大事인댄 如ㅣ 馬前相撲하며 又如電光影裡에 穿針相似하
약론차ㅣ 일대사인댄 여ㅣ 마전상박하며 우여전광영리에 천침상사하야
야 無你思量解會處하며 無你計較分別處라 所以로 道하대 此法은 非
무니사량해회처하며 무니계교분별처라 소이로 도하대 차법은 비ㅣ
ㅣ 思量分別之所能解라하시니 是故로 世尊이 於靈山會上에 臨末梢頭
사량분별지소능해라하시니 시고로 세존이 어령산회상에 임말초두
하사 將ㅣ 三百六十骨節과 八萬四千毛竅하야 盡底掀飜하시니 雖有百
하사 장ㅣ 삼백육십골절과 팔만사천모규하야 진저흔번하시니 수유백만
萬衆이 圍繞나 承當者는 惟迦葉一人而已라 信知此事는 決非草草로
중이 위요나 승당자는 유가섭일인이이라 신지차사는 결비초초로다
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들이 남기신 것은 한 마디 말씀이나 반 토막 글귀라도 오직 중생들이 삼계를 초월하고 생사의 흐름을 끊도록 힘쓰신 것이니, 그러므로 「일대사의 인연을 위해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하셨다. 만약 이 일대사를 논하자면 마치 달리는 말 앞에서 씨름하려는 것과 같거나 번갯불빛 아래서 바늘귀 꿰려는 것과 같으므로 그대들이 사량하여 이해할 수 있는 자리도 없으며 그대들이 계교하여 분별할 자리도 없으니, 그러므로 「이 법은 사량하고 분별하는 것으로 능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맨 마지막에 이르러 3백60의 뼈마디와 8만4천의 털구멍까지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시니 비록 백만의 대중이 에워싸고 있었건만 알아듣는 이는 오직 가섭 한 사람 뿐이었으니, 이 일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님을 믿어 알지니라.
若要的實明證인댄 須開特達懷하며 發ㅣ 丈夫志하야 將ㅣ 從前惡知惡
약요적실명증인댄 수개특달회하며 발ㅣ 장부지하야 장ㅣ 종전악지악
解와 奇言妙句와 禪道佛法과 盡平生인 眼裡所見底와 耳裡所聞底와
해와 기언묘구와 선도불법과 진평생인 안리소견저와 이리소문저와
莫顧危亡得失과 人我是非와 到與不到와 徹與不徹하고 發ㅣ 大忿怒
막고위망득실과 인아시비와 도여부도와 철여불철하고 발ㅣ 대분노
하며 奮ㅣ 金剛利刀하야 如斬一握絲에 一斬一切斷호대 一斷之後에
하며 분ㅣ 금강이도하야 여참일악사에 일참일체단호대 일단지후에
更不相續하면 直得胸次中에 空ㅣ 勞勞地와 虛豁豁地 蕩蕩然 無絲
갱불상속하면 직득흉차중에 공ㅣ 노노지와 허활활지 탕탕연 무사
毫許滯碍하야 更無一法可當情호미 與初生으로 無異하야 喫茶不知茶
호허체애하야 갱무일법가당정호미 여초생으로 무이하야 끽다부지다
하며 喫飯不知飯하고 行不知行하며 坐不知坐하야 情識이 頓淨하고 計
하며 끽반부지반하고 행부지행하며 좌부지좌하야 정식이 돈정하고
較都忘호미 恰如箇ㅣ 有氣底死人相似하며 又如泥塑木雕底相似하리라
계교도망호미 흡여개ㅣ 유기저사인상사하며 우여니소목조저상사하리라
만약 확실하고 분명하게 증득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우뚝 서고 활달한 생각을 열고 장부의 의지를 드러내어 종전의 나쁜 지식과 나쁜 견해와 기이한 말과 교묘한 문구와 참선의 도와 부처님의 법과 평생토록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들을 가져다가, 위태롭고 죽고 얻고 잃음과 너니 나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과 도달함과 도달치 못함과 철저함과 철저하지 못함 등을 돌아보지 말고, 큰 분노를 드러내어 금강의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러 마치 한 줌의 실을 벰에 하나가 베어지면 일체가 끊어지고 한 번 끊어진 후에는 다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하면, 곧장 가슴 속이 텅 빈 듯이 확 트이고 광활하여 실끝만치도 막히거나 걸림이 없으며 다시 어느 한 법도 정에 맛닥뜨릴 것이 없는 것이 어린아이와 다름이 없다. 그러면 차를 마셔도 차 마시는 줄 모르고, 밥을 먹어도 밥 먹는 줄 모르고, 다녀도 다니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아 있는 줄 알지 못하여 정식정식이 단박에 맑아지고 계교가 모두 없어짐이 흡사 숨결만 남은 시체와 같으며 또는 진흙으로 빗거나 나무로 조각한 것과 같게 될 것이다.
到者裏하야는 驀然脚蹉手跌하야 心華頓發에 洞照十方호미 如杲日이
도자리하야는 맥연각차수질하야 심화돈발에 통조십방호미 여고일이
麗天하며 又如明鏡이 當臺하야 不越一念하고 頓成正覺하리니 非惟明
려천하며 우여명경이 당대하야 불월일념하고 돈성정각하리니 비유명
此一大事라 從上若佛若祖의 一切差別因緣을 悉皆透頂透底하며 佛
차일대사라 종상약불약조의 일체차별인연을 실개투정투저하며 불
法世法을 打成一片하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며 灑灑落落하며 乾
법세법을 타성일편하야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며 쇄쇄락락하며 건
乾淨淨하야 做ㅣ 一箇無事出格眞道人也리니 恁麽出世一番하야사 方
건정정하야 주ㅣ 일개무사출격진도인야리니 임마출세일번하야사 방
曰不負平生叅學之志願耳이리라 若是此念이 輕微하며 志不猛利하야 毛
왈불부평생참학지지원이이리라 약시차념이 경미하며 지불맹리하야
畏 毛畏 毛崔 毛崔 魍魍魎魎하야 今日也恁麽하며 明日也恁麽인댄 設使三十
모외 모외 모최 모최 망망량량하야 금일야임마하며 명일야임마인댄 설사삼십
年二十年 用工이라도 一如水浸石頭相似하야 間間逗到臘月三十日하
년이십년 용공이라도 일여수침석두상사하야 간간두도납월삼십일하야는
야는 十箇有五雙이 忄麽忄羅而去하야 致令晩學初機로 不生敬慕하리니 似
십개유오쌍이 심마심라이거하야 치령만학초기로 불생경모하리니 사ㅣ
ㅣ 者般底漢이 到ㅣ 高峰門下하며 打殺萬萬千千인달 有ㅣ 甚麽罪過
자반저한이 도ㅣ 고봉문하하며 타살만만천천인달 유ㅣ 심마죄과리요
리요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갑자기 손발이 삐끗하여 마음의 꽃이 몰록 피어남에 훤하게 시방세계를 비추는 것이 마치 밝은 해가 하늘에서 빛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밝은 거울이 경대 위에 놓인 것과 같아서 한 생각도 지나치지 않고 몰록 정각정각을 이루게 되리니, 오직 이 일대사만을 밝힐 뿐만 아니라 위로부터 혹은 부처님 혹은 조사들의 온갖 차별된 인연을 몽땅 철두철미하게 꿰뚫어 알며 불법과 세간법을 두드려 한 덩이로 만들어,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로우니 흐르는 구름처럼 티없는 창공처럼 일도 없고 틀도 벗은 참된 도인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 차례 세상을 뛰어나와야 비로소 평생 참선학도의 의지와 서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할 것이다. 만약 이 생각이 가볍고 미약하며 의지가 맹렬하고 예리하지 못하여 어슬렁어슬렁 강팡질팡 오늘도 그럭저럭 내일도 그럭저럭 지낸다면 설령 스무 해나 서른 해를 공부하더라도 마치 물에 잠긴 돌과 같아서 어느듯 섯달 그믐날에 이르면 열 가운데 다섯 쌍이 허탕을 치고 떠나서 만학도나 초학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니, 이따위 놈들은 고봉의 문하에 오면 천 명이건 만 명이건 때려죽인들 무슨 죄가 되겠는가.
今日我之一衆은 莫不皆是俊鷹快鷂며 如龍若虎라 擧一明三이며 目
금일아지일중은 막불개시준응쾌요며 여용약호라 거일명삼이며 목
機銖兩이리니 豈肯作ㅣ 者般體態하야 兀兀度時리요 然雖如是나 正恁
기수량이리니 기긍작ㅣ 자반체태하야 올올도시리요 연수여시나 정임
麽時에 畢竟喚甚麽하야 作一大事오 若也道得이라도 汝與三十拄杖하
마시에 필경환심마하야 작일대사오 약야도득이라도 여여삼십주장하
고 若道不得이라도 亦與三十拄杖하리라何故오(卓拄杖一下云) 高峰門下에 賞
고 약도부득이라도 역여삼십주장하리라하고오(탁주장일하운) 고봉문하에 상
罰이 分明이니라
벌이 분명이니라
오늘 우리 대중들은 모두가 뛰어난 매요 날쌘 솔개이며 용 같고 범 같지 않은 이가 없어서 하나를 들어 말하면 셋을 밝혀내고 눈저울로 푼과 냥을 가리거늘 어찌 기꺼이 그 따위로 처신하여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겠는가?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바로 이렇게 되었을 때 필경 무엇을 일대사라 말하겠는가? 설령 말하더라도 너희에게 서른 대를 때릴 것이요, 말하지 못하더라도 너희에게 서른 대를 때릴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주장자를 세웠다가 한 차례 내려치며 이르기를) 고봉의 문하에는 상과 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予假此來로 二十四年을 常在病中하야 求醫服藥에 歷盡萬般艱苦호
여가차래로 이십사년을 상재병중하야 구의복약에 역진만반간고호
니 爭知病在膏肓에 無藥可療리요 後至雙徑이라가 夢中에 服斷橋和尙
니 쟁지병재고황에 무약가료리요 후지쌍경이라가 몽중에 복단교화상
所授之丹하고 至第六日하야 不期觸發仰山老和尙의 所中之毒호니 直
소수지단하고 지제육일하야 불기촉발앙산노화상의 소중지독호니
得魂飛魄散하야 絶後再蘇라 當時에 便覺四大輕安호미 如ㅣ 放下百
직득혼비백산하야 절후재소라 당시에 변각사대경안호미 여ㅣ 방하백
二十斤一條擔子相似일러니라 今將此丹하야 布施大衆하노니 汝等服之
이십근일조담자상사일러니라 금장차단하야 포시대중하노니 여등복지
인댄 先將六情六識과 四大五蘊과 山河大地와 萬象森羅하야 摠鎔作
인댄 선장육정육식과 사대오온과 산하대지와 만상삼라하야 총용작
一箇疑斷하야 頓在目前하면 不假一鎗一旗라도 靜悄悄地 ㅣ 便似箇
일개의단하야 돈재목전하면 불가일쟁일기라도 정초초지 ㅣ 변사
淸平世界하리니 如是하야 行也에도 只是箇疑團이며 坐也에도 只是箇疑
개청평세계하리니 여시하야 행야에도 지시개의단이며 좌야에도 지시개의
團이며 着衣喫飯也에도 只是箇疑團이며 屙屎放尿也에도 只是箇疑團
단이며 착의끽반야에도 지시개의단이며 아시방뇨야에도 지시개의단
이며 以至見聞覺知히 摠只是箇疑團이라 疑來疑去에 疑至省力處하면
이며 이지견문각지히 총지시개의단이라 의래의거에 의지성력처하면
便是得力處니 不疑自發하며 不擧自擧하야 從朝至暮히 粘頭綴尾하야
변시득력처니 불의자발하며 불거자거하야 종조지모히 점두철미하야
打成一片호대 無ㅣ 絲毫縫罅하야 撼亦不動하고 趂亦不去하며 昭昭靈
타성일편호대 무ㅣ 사호봉하하야 감역부동하고 진역불거하며 소소영
靈하야 常現在前호미 如順水流舟하야 全不犯手하리니 只此便是得力
영하야 상현재전호미 여순수류주하야 전불범수하리니 지차변시득력
底時節也니라
저시절야니라
내가 임시 여기에 온 지 24년 동안 항상 병중에 있으며 의원을 찾고 약을 먹는 등 온갖 고생을 다 겪었으나 병이 고황고황에 깊이 들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음을 어찌 알았겠는가. 후에 쌍경에 이르러 꿈속에서 단교화상께서 주신 단약을 복용하고 엿새 째 되던 날 뜻밖에도 앙산 노화상께 맞았던 독을 터뜨리니 당장에 혼비백산하여 혼절한 뒤 다시 깨어났었는데, 그 때 문득 온 몸이 가뿐하다 느낀 것이 마치 1백20근의 짐을 내려놓은 것만 같았다. 이제 이 단약을 가지고 대중에게 보시하나니, 그대들이 이것을 먹으려면 먼저 육정과 육식 및 사대와 오온 그리고 산하대지와 삼라만상을 가져다 모두 녹여 하나의 의심덩어리를 만들어 몰록 눈앞에 놓아두라, 그러면 창 하나 깃발 하나 쓰지 않고도 쥐 죽은 듯 고요한 것이 마치 청평세계와 같아질 것이다. 이와 같으면 다닐 때에도 다만 의심뿐이요, 앉았을 때에도 다만 의심뿐이요, 옷 입고 밥 먹을 때도 다만 의심뿐이요, 변 보고 오줌 눌 때도 다만 의심뿐이며, 나아가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 모두가 다만 의심뿐일 것이다. 의심하고 의심하다 의심함이 힘을 더는 자리에 이르면 그곳이 곧 힘 얻는 자리이니,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도 의심이 나고 화두를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져서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머리와 꼬리가 이어져서 한 덩어리를 이루어 실 한올 꿰맨 틈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쫓아도 가지 않으며 밝디 밝고도 신령하여 항상 앞에 드러나 있음이 마치 물살을 따라 배를 띄우는 것 같아서 전혀 힘들이지 않게 될 것이니, 바로 이것이 곧 힘을 얻는 시절이니라.
更須慤其正念하야 愼無二心하며 展轉磨光하고 展轉淘汰하야 窮玄盡
갱수각기정념하야 신무이심하며 전전마광하고 전전도태하야 궁현진
奧하고 至極至微하야 向一毫頭上安身하야 孤孤逈逈 卓卓巍巍하야 不
오하고 지극지미하야 향일호두상안신하야 고고형형 탁탁외외하야 부
動不搖하고 無來無去하며 一念不生하야 前後際斷하면 從玆로 塵勞ㅣ
동불요하고 무래무거하며 일념불생하야 전후제단하면 종자로 진로ㅣ
頓息하고 昏散이 勦除하야 行亦不知行하고 坐亦不知坐하며 寒亦不知
돈식하고 혼산이 초제하야 행역부지행하고 좌역부지좌하며 한역부지
寒하고 熱亦不知熱하며 喫茶不知茶하고 喫飯不知飯하야 終日獃憃憃
한하고 열역부지열하며 끽다부지다하고 끽반부지반하야 종일애창창
地ㅣ 恰似箇ㅣ 泥塑木雕底하리니 故로 謂墻壁無殊라하니라 纔有者境
지ㅣ 흡사개ㅣ 니소목조저하리니 고로 위장벽무수라하니라 재유자경
界現前하면 則是道家之消息也라 決定去地不遠也니 把得搆也하며
계현전하면 칙시도가지소식야라 결정거지불원야니 파득구야하며
撮得着也하야 只待時刻而已라 又却不得見恁麽說하고 起ㅣ 一念正
촬득착야하야 지대시각이이라 우각부득견임마설하고 기ㅣ 일념정
眞心求之하며 又却不得將心待之하며 又却不得要一念縱之하며 又却
진심구지하며 우각부득장심대지하며 우각부득요일념종지하며 우각
不得要一念棄之하고 直須堅凝正念하야 以悟爲則이어다
부득요일념기지하고 직수견응정념하야 이오위칙이어다
다시 모름지기 바른 생각을 정성스럽게 하고 삼가 두 마음이 없게 하여 더욱더 광채를 연마하고 더욱더 습기를 도태시켜 그윽하고도 오묘함을 다하고 지극히 미묘함에 이르러 한 터럭 위에 몸을 편히 놓아두고, 외롭고도 아득하며 우뚝하고도 드높게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오는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이 한 생각도 나지 않은 채 앞뒤의 시간이 끊어지면, 이로부터 번뇌와 망상은 몰록 쉬어지고 혼침과 산란은 사라져서 다닐 때도 다니는 줄 알지 못하고 앉아 있을 때도 앉아 있는 줄 알지 못하고 추울 때도 추운 줄 알지 못하고 더울 때도 더운 줄 알지 못하고 차 마실 때도 차인 줄 알지 못하고 밥 먹을 때도 밥인 줄 알지 못하여 종일토록 멍청이가 멍한 것이 흡사 진흙으로 빗거나 나무로 조각한 것과 같게 될 것이니, 그러므로 담벼락과 다름이 없다 일컬은 것이다. 이러한 경계가 눈 앞에 드러나기만 하면 곧 집에 도착하는 소식이라 결코 거리가 멀지 않으니 잘 붙들고 꼭 잡아서 단지 그러한 시각만을 기다리라. 또한 도리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한 생각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켜 그것을 구하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기다리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한 생각을 놓아버리고자 하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한 생각을 버리고자 하지도 말지니, 곧장 바른 생각을 굳혀서 깨우치는 것으로 법칙을 삼아야 한다.
當此之際하면 有八萬四千魔軍이 在汝六根門頭하야 伺候所有一體奇
당차지제하면 유팔만사천마군이 재여육근문두하야 사후소유일체기
異殊勝善惡應驗之事하야 隨汝心設하며 隨汝心生하며 隨汝心求하며
이수승선악응험지사하야 수여심설하며 수여심생하며 수여심구하며
隨汝心現을 凡有所欲을 無不遂之하리니 汝若瞥起毫釐差別心하며 擬
수여심현을 범유소욕을 무불수지하리니 여약별기호리차별심하며 의
生纖塵妄想念하면 則便墮他圈樻하며 則便被他作主하며 則便聽他指
생섬진망상념하면 칙변타타권궤하며 칙변피타작주하며 칙변청타지
揮하야 便乃口說魔話하며 心行魔行하야 反誹他非하고 自擧眞道하리니
휘하야 변내구설마화하며 심행마행하야 반비타비하고 자거진도하리니
般若正因이 從玆永泯하며 菩提種子ㅣ 不復生芽하야 劫劫生生에 常
반야정인이 종자영민하며 보제종자ㅣ 불부생아하야 겁겁생생에 상
爲伴侶하리라 當知此諸魔境이 皆從自心所起며 自心所生이라 心若不
위반려하리라 당지차제마경이 개종자심소기며 자심소생이라 심약 불
起면 爭如之何리요 天台云汝之伎倆은 有盡이어니와 我之不采는 無窮
기면 쟁여지하리요 천태운여지기량은 유진이어니와 아지불채는 무궁
이라하니 誠哉라 是言也여 但只要ㅣ 一切處에 放敎冷氷氷地去하며 平
이라하니 성재라 시언야여 단지요ㅣ 일체처에 방교냉빙빙지거하며 평
妥妥地去하며 純淸絶點去하며 一念萬年去호대 如箇守屍鬼子하야 守
타타지거하며 순청절점거하며 일념만년거호대 여개수시귀자하야 수
來守去에 疑團子ㅣ 焮然爆地一聲하면 管取驚天動地하리니 勉之勉之
래수거에 의단자ㅣ 흔연폭지일성하면 관취경천동지하리니 면지면지어다
어다
이러한 시기에 당도하면 8만4천의 마구니가 그대의 육근 문턱에서 모든 온갖 기이하고 수승하며 선하고 악한 영험이 있는 일들을 엿보다가 너의 마음에 따라 베풀어 주고, 너의 마음에 따라 생겨나게 하며, 너의 마음에 따라 구해 주고, 너의 마음에 따라 드러나게 해 주니, 무릇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게 된다. 네가 만약 털끝만한 차별된 마음을 깜빡 일으키거나 티끌만한 망령된 생각을 내고자 하면 곧 저들의 함정에 떨어지고 곧 저들의 종이 될 것이고 곧 저들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입으로는 마구니의 말을 하고 마음은 마구니의 행동을 행하되 도리어 다른이의 잘못만 비방하고 스스로가 참된 도라 칭찬할 것이니, 반야의 올바른 씨앗은 이로부터 영원히 없어지며 보리의 종자는 다시 싹이 나지 않음에 세세생생에 마구니만이 항상 길동무가 될 것이다. 응당 알아야 할지니, 이러한 뭇 마구니의 경계는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며 자기의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마음이 만약 일어나지 않으면 그들이 어찌 하겠는가? 천태가 이르기를 「너의 기량은 다함이 있지만 내가 간여하지 않기로는 다함이 없다」 하였으니 진실되도다 이 말씀이여! 단지 일체 자리에서 놓아버려 얼음같이 차갑게 하고 들녘처럼 평탄케 하며 순수하게 맑아서 티가 끊어진 듯 하고 한 생각으로 만 년을 가듯 하되, 마치 시체를 지키는 귀신과 같이 지키고 또 지키다 의심 덩어리가 번쩍하며 폭발하듯 한 차례 소리를 내면 필시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일 것이니, 힘쓰고 힘쓸지니라.
示直翁居士洪新恩 其三
시직옹거사홍신은 기삼
終日共談不二호대 未嘗擧着一字라하니 復問此意ㅣ 如何하오면 不
종일공담부이호대 미상거착일자라하니 복문차의ㅣ 여하하오면 부
免遞相鈍置리라 父母非我親이라 誰是最親者오 盲龜跛鼈이라하니靈利
면체상둔치리라 부모비아친이라 수시최친자오 맹구파별이라하니령리
漢이 向者裡薦得하면 便見無邊刹境自他ㅣ 不隔於毫端하며 十世古
한이 향자리천득하면 변견무변찰경자타ㅣ 부격어호단하며 십세고
今始終이 不離於當念이어니와 其或未然인댄 不妨扌敝轉機輪하야 便就
금시종이 부리어당념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불방수폐전기륜하야 편취
盲龜跛鼈上하야 着些精彩하야 起箇疑情니 疑來疑去에 直敎內外로
맹구파별상하야 착사정채하야 기개의정니 의래의거에 직교내외로
打成一片하야 終日無絲豪滲漏하야 鯁鯁于懷호미 如中毒藥相似하며
타성일편하야 종일무사호삼루하야 경경우회호미 여중독약상사하며
又若金剛圈ㅣ 栗棘蓬을 決定要呑하며 決定要透하야 但盡平生伎倆하
우약금강권ㅣ 율극봉을 결정요탄하며 결정요투하야 단진평생기량하
야 做將去하면 自然有箇悟處하리라.
야 주장거하면 자연유개오처하리라.
「종일토록 둘 아닌 도리를 함께 이야기했지만 일찌기 한 글자도 거론한 적이 없다」 하였으니, 이 뜻이 무엇인가 다시 묻는다면 서로 번갈아 아둔하게 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부모는 나의 친한 이가 아니니 누가 가장 친한 자인가?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이니라」 하였으니, 영리한 자가 이 속에서 알아 듣는다면 끝없는 국토경계의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십세십세의 예전과 지금 및 처음과 끝이 현재의 한 생각을 여의지 않았음을 보겠거니와, 혹시 그렇지 못하다면 심식심식을 흔들어 굴려서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 위로 나아가 정신을 차려 의심하는 마음을 일으켜 보는 것도 무방하리다. 의심하고 의심하여 곧장 안팎을 두드려서 한 덩어리로 만들고 종일토록 털끝만큼도 새어나옴이 없게 하고는 가슴에 가시가 걸린 듯한 답답함이 마치 독약에 중독 된 것처럼, 또한 금강석과 밤송이 덩어리를 기어코 삼켜서 기필코 소화시키려는 것처럼, 다만 평생의 기량을 다하여 해나가면 자연히 깨닫는 자리가 있게 될 것이다.
假使今生에 呑透不下하야 眼光落地之時에 縱在諸惡趣中이라도 不驚
가사금생에 탄투부하하야 안광낙지지시에 종재제악취중이라도 부경
不怖하며 無拘無絆하야 設遇閻家老子諸大鬼王하야도亦皆拱手하리라
부포하며 무구무반하야 설우염가노자제대귀왕하야도역개공수하리라
何故오 蓋爲有此般若不思議之威力也니라 然則有諸現業이라도 畢竟
하고오 개위유차반야부사의지위력야니라 연칙유제현업이라도 필경
에 般若力勝이론지 如箇金剛幢子하야 鑽之不入하며 撼之不動이리라 世
에 반야력승이론지 여개금강당자하야 찬지부입하며 감지부동이리라 세
人이 出於豪勢門墻도 亦復如是하야 一切官屬吏卒이 無不畏之하며
인이 출어호세문장도 역복여시하야 일절관속리졸이 무부외지하며
又若擲物墮地에 重處先着이니 目卽雖有成住壞空之相이나 如龍脫殼
우야척물타지에 중처선착이니 목즉수유성주괴공지상이나 여룡탈각
하며 如客旅居하야 其實本主는 無生無滅하며 無去無來하며 無增無減
하며 여객려거하야 기실본주는 무생무멸하며 무거무내하며 무증무감
하며 無老無少하야 自無始劫來로 至於今生히 頭出頭沒하야 千變萬化
하며 무노무소하야 자무시겁내로 지어금생히 두출두몰하야 천변만화
에도 未嘗移易絲毫許니라 堪嗟라一等學人이 往往에 多認者箇識神하
에도 미상이역사호허니라 감차라일등학인이 왕왕에 다인자개식신하
야 不求正悟하며 不脫生死하나니 置之莫論이로다
야 부구정오하며 부탈생사하나니 치지막논이로다
설령 금생에 삼켜서 소화시키지 못하고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 모든 악도에 떨어지더라도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구속됨도 없고 속박됨도 없으면 설사 염라대왕와 제대귀왕들을 만나더라도 오히려 공경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반야의 불가사의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리다. 그러한 즉 현행의 여러 업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반야의 힘이 뛰어난 것이 마치 금강으로 된 깃대는 뚫어도 뚫리지 않고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으며, 세간에서 사람이 부유하고 세력있는 문중에 태어난 것도 역시 이와 같아서 일체의 벼슬아치와 아전이나 졸개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다. 또한 물건을 던져 땅에 떨어뜨리면 무거운 쪽이 먼저 닿는 것과 같나니, 보기에는 비록 이루어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등의 모습이 있지만 마치 용이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으며 나그네가 잠시 여관에 머무는 것과 같아서 그 실다운 본래의 주인은 생멸도 없고 오감도 없으며 증감도 없고 노소도 없어서 비롯함도 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내밀었다 드밀었다 하며 천번 만번 변화하여도 일찌기 털끝만큼도 옮기거나 바뀌지 않았다. 슬픈 일이로다! 한 부류의 학인들이 흔히 이 식심식심을 대체로 오인하여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도 않고 생사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도다.
今生에 旣下此般若種子하며 纔出頭來에 管取福慧兩全하야 超今越
금생에 기하차반야종자하며 재출두내에 관취복혜량전하야 초금월
古하리니 裴相國ㅣ 李駙馬ㅣ 韓文公ㅣ 白樂天ㅣ 蘇東坡 張無盡이 卽
고하리니 배상국ㅣ 리부마ㅣ 한문공ㅣ 백낙천ㅣ 소동파 장무진이 즉
此之類也라 雖沈迷欲境하야 亦不曾用工이나 纔叅見善知識하야 一言
차지류야라 수심미욕경하야 역부증용공이나 재참견선지식하야 일언
之下에 頓悟上乘하야 超越生死하고雖在塵中이나 遊戱三昧하며 不忘
지하에 돈오상승하야 초월생사하고수재진중이나 유희삼매하며 부망
佛囑하야 外護吾門하며 咸載祖燈하야 續佛慧命하니 此輩ㅣ 若不是宿
불촉하야 외호오문하며 함재조등하야 속불혜명하니 차배ㅣ 야부시숙
世栽培면 焉得便恁麽開花結子하야福足慧足이리요 是則固是나 今日
세재배면 언득변임마개화결자하야복족혜족이리요 시칙고시나 금일
山僧은 却有箇鍜凡成聖底藥頭호대 不假栽培底種子라 說則辭繁일새
산승은 각유개하범성성저약두호대 부가재배저종자라 설칙사번일새
略擧一偈하노니欲明種子因인댄 熟讀上大人이어다 若到可知禮하면 盲
략거일게하노니욕명종자인인댄숙독상대인이어다야도가지례하면맹
龜跛鼈親하리라
구파별친하리라
금생에 이미 이 반야종자의 싹을 틔웠으면 태어나자마자 필시 복락과 지혜를 모두 온전히 갖추어 고금에 뛰어나리니, 배상국과 이부마와 한문공과 백락천과 소동파와 장무진 등이 이러한 부류이다. 비록 미혹한 욕락의 경계에 빠졌으며 또한 일찌기 공부도 하지 않았지만 선지식을 찾아 뵙자마자 한 마디 말 끝에 최상의 도를 몰록 깨닫고 생사를 초월하였으니, 비록 티끌 가운데 있더라도 삼매에 노닐며 부처님의 부촉을 잊지 않고 우리 불문을 외호하여 모두《전등록》에 기록되어 부처님의 혜명을 이었다. 이러한 무리들이 만약 전생에 반야종자를 심어 가꾸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복락과 지혜를 만족하게 얻을 수 있었겠는가! 그렇긴 그렇지만, 오늘 산승에게 도리어 범부를 단련하여 성인을 이루는 약이 있으니 심어서 가꿔야 하는 종자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얘기가 번거로우므로 간략하게 한 수의 게송으로 들어본다.
심은종자 묵은원인 밝혀내고 싶다면야,
상대인에 구을기를 익숙토록 읽을지라.
읽다읽다 예아는곳 그대만약 도달하면,
눈먼거북 외발자라 누구보다 친하리니.
結制示衆 其四
결제시중 기사
大限은 九旬이요 小限은 七日이니 麤中有細하고細中有密하며 密密無
대한은 구순이요 소한은 칠일이니 추중유세하고세중유밀하며 밀밀무
間하야 纖塵不立이니라 正恁麽時하야 銀山鐵壁이라 進則無門이요退之
간하야 섬진부립이니라 정임마시하야 은산철벽이라 진칙무문이요퇴지
則失하리니 如墮萬丈深坑에 四面이 懸崖荊棘이라도 切須猛烈英雄은
칙실하리니 여타만장심갱에 사면이 현애형극이라도 절수맹렬영웅은
直要翻身跳出이니 若還一念遲疑인댄 佛亦救你不得하리라 此是最上
직요번신도출이니 야환일념지의인댄 불역구니부득하리라 차시최상
玄門이니普請大家着力이어다 山僧은 雖則不關閑非越例이나與諸人으로
현문이니보청대가착력이어다 산승은 수칙부관한비월례이나여제인으로
通箇消息호리라
통개소식호리라
길게 잡더라도 90일, 짧게 잡으면 7일이다. 거친 가운데 미세함이 있고 미세함 가운데 촘촘함이 있으며 촘촘하고 촘촘하여 간격이 없어서 가늘디 가는 티끌도 세울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때가 은산철벽은산철벽임에 나아가자니 문이 없고 물러서면 잃게 되리니, 마치 만 길의 깊은 구덩이에 떨어짐에 사면이 가시덤불이 매달린 벼랑일지라도 모름지기 맹렬한 영웅이라면 곧장 몸을 날려 뛰쳐나오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도리어 한 생각이라도 지체하고 의심하면 부처님도 그대를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최상의 현묘한 문이니, 두루 청하건대 대중들은 힘쓸지어다. 산승이 비록 한가히 간섭하거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나 여러분들에게 숨쉴 구멍 하나 튀어 주리라.
示衆 其五
시중 기오
皮穿肉爛하고 筋斷骨折하며 具ㅣ 無礙辯하야 橫說竪說이라도 若謂向
피천육난하고 근단골절하며 구ㅣ 무애변하야 횡설수설이라도 야위향
上一關인댄 敢保老兄未徹이라호 直須虛空粉碎하고 大海ㅣ 枯竭하며
상일관인댄 감보노형미철이라호 직수허공분쇄하고 대해ㅣ 고갈하며
透頂透底하야 內外澄澈이어다 正恁麽時라도 猶是眼中着屑이니라 大衆
투정투저하야 내외징철이어다 정임마시라도 유시안중착설이니라 대중
은 且道하라 如何是ㅣ 到家底句오 泥牛喫鐵棒하니 金剛迸出血이로다
은 차도하라 여하시ㅣ 도가저구오 니우끽철봉하니 금강병출혈이로다
가죽이 뚫어지고 살이 짓무르며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꺾어지도록 수행하고 걸림없는 말솜씨를 갖추어 종횡으로 자재로이 말하더라도 만약 위로 향하는 유일한 관문에 대해 말한다면 감히 노형들은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장담하나니, 아무쪼록 허공이 분쇄되고 바다가 고갈되며 위아래로 철저히 꿰뚫어 안팎을 맑게 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라도 오히려 눈 안에 붙은 티와 같으리다. 대중들은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떠한 것이 집에 이르는 소식인가? 진흙소가 쇠몽둥이를 맞으니 금강신장이 피를 토한다.
若論此事인댄 如ㅣ 大火聚ㅣ 烈燄亘天하야 曾無少間이라 所有之物을
야논차사인댄 여ㅣ 대화취ㅣ 렬염긍천하야 증무소간이라 소유지물을
悉皆投至라도 猶如片雪이 點着便消하리니 爭容毫末이리요 若能恁麽
실개투지라도 유여편설이 점착변소하리니 쟁용호말이리요 야능임마
提持하면 剋日之功을 萬不失一이어니와 儻不然者인댄 縱經塵劫이라도
제지하면 극일지공을 만부실일이어니와 당부연자인댄 종경진겁이라도
徒受勞矣리라
도수노의리라
만약 이 일을 논할진댄 마치 큰 불덩이의 맹렬한 불길이 하늘까지 뻗침에 일찌기 조금의 쉴 사이도 없는지라 세간의 모든 물건을 몽땅 던지더라도 마치 한 조각의 눈이 닿기만 하면 곧 사라지는 것과 같나니 어찌 털끝만큼인들 용납이 되겠는가. 만약 능히 이렇게 화두를 들추어 지니면 기한내에 성취하는 공덕을 만에 하나도 잃지 않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설령 티끌 수 같은 겁을 지나더라도 다만 수고만 할 뿐이리라.
海底泥牛啣月走어늘 巖前石虎抱兒眠이로다鐵蛇鑽入金剛眼이어늘崑
해저니우함월주어늘 암전석호포아면이로다철사찬입금강안이어늘곤
崙騎象鷺鷥牽이로다此ㅣ 四句內에 有一句ㅣ 能殺能活하며能縱能奪하
륜기상노사견이로다차ㅣ 사구내에 유일구ㅣ 능살능활하며능종능탈하
나니 若檢點得出인댄 許與一生叅學事畢하리라
나니 야검점득출인댄 허여일생참학사필하리라
바다밑의 진흙소는 달을물고 다니거늘,
바위앞의 돌호랑이 새끼안고 졸고있네.
무쇠뱀은 금강신장 눈안으로 뚫고드니,
곤륜족이 백상타니 해오라비 끌어주네.
이 네 구절 가운데 능히 죽이기도 하고 능히 살리기도 하며 능히 놓아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하는 한 구절이 있으니, 만약 찾아낼 수 있다면 일생동안 참선학도하던 일을 마쳤다고 허락하리라.
若論此事인댄 譬如人家屋簷頭에 一堆榼扌 相似하야 從朝至暮히 雨
야논차사인댄 비여인가옥첨두에 일퇴합수 상사하야 종조지모히 우
打風吹호대 直是無人覰着하나니 殊不知有一所無盡寶藏이 蘊在其中
타풍취호대 직시무인처착하나니 수부지유일소무진보장이 온재기중
이로다 若也拾得하면 百劫千生에 取之無盡하며 用之無竭하리니 須知此
이로다 야야습득하면 백겁천생에 취지무진하며 용지무갈하리니 수지차
藏ㅣ 不從外來라 皆從你諸人의 一箇信字上發生이니라 若信得及인댄
장ㅣ 부종외내라 개종니제인의 일개신자상발생이니라 야신득급인댄
決不相誤어니와 若信不及이면 縱經塵劫이라도 亦無是處니라 普請諸人
결부상오어니와 야신부급이면 종경진겁이라도 역무시처니라 보청제인
하노니 便ㅣ 恁麽信去하야 免敎做箇貧窮乞兒어다 且道하라 此藏은 卽
하노니 변ㅣ 임마신거하야 면교주개빈궁걸아어다 차도하라 차장은 즉
今在甚處오 良久云 不入虎穴어면 爭得虎子리요
금재심처오 량구운 부입호혈어면 쟁득호자리요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집 처마끝에 쌓인 한 무더기의 쓰레기더미와 같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길을 주는 이가 없나니, 무진장한 보물이 쌓인 곳간 하나가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줄 도무지 알지 못한다. 만약 주워낸다면 백겁 천생 동안 가져가도 다함이 없고 사용해도 고갈됨이 없으니, 모름지기 이 곳간은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대들의 ‘믿음’이라는 한 글자 위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믿어진다면 결코 그르치지 않겠지만 만약 믿어지지 않는다면 설령 티끌 수 만큼의 겁을 지나더라도 또한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두루 여러분에게 청하나니 곧 이렇게 빈궁한 걸인이 됨을 면할지어다. 우선 말해 보아라, 이 곳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범의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범을 잡겠는가!
解制示衆 其六
해제시중기륙
九旬을 把定繩頭하야 不容絲毫走作하고 直得箇箇皮穿骨露하야 七零
구순을 파정승두하야 부용사호주작하고 직득개개피천골노하야 칠령
八落이라도 冷眼看來인댄 正謂掘地討天이라 千錯萬錯이로다 今日에 到
팔낙이라도 냉안간내인댄 정위굴지토천이라 천착만착이로다 금일에
者裡하야는 不免放開一線하노니 彼此無拘無束하야 東西南北에 任運
도자리하야는 부면방개일선하노니 피차무구무속하야 동서남배에 임운
騰騰하며 天上人間에 逍遙快樂이어다 然雖如是나 且道하라 忽遇鑊
등등하며 천상인간에 소요쾌낙이어다 연수여시나 차도하라 홀우확
湯爐炭釰樹刀山하야는 未審커라 如何棲泊고 良久云 惡하시다
탕노탄일수도산하야는 미심커라 여하서박고 량구운 악하시다
90일 동안 밧줄을 꽉 잡고서 털끝만큼의 이탈도 용납하지 않은 채 제마다 가죽이 뚫리고 뼈가 드러나서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냉철한 눈으로 본다면 땅을 파면서 하늘을 찾는다고 이를 것이니 천번이고 만번이고 그르칠 일이로다. 오늘 여기에 이르러서는 한 가닥 열어 보이지 않을 수 없나니, 피차에 구애받지도 말고 속박하지도 말며 동쪽이고 서쪽이고 남쪽이고 북쪽이고 운에 맡겨서 자유로워 천상과 인간세계를 노닐며 쾌락할 지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우선 말해 보아라, 홀연히 확탕지옥과 노탄지옥과 금수지옥과 도산지옥을 만난다면 어떻게 머무르려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악!
示 衆 其七
시 중 기칠
若要眞正決定明心이댄 先將平日胸中에 所受一切善惡之物하야 盡底
약요진정결정명심이댄 선장평일흉중에 소수일절선악지물하야 진저
屛去에 毫末不存하고 終朝兀兀如痴하야 與昔嬰孩로 無異然後에야 乃
병거에 호말부존하고 종조올올여치하야 여석영해로 무리연후에야 내
可蒲團靜坐하야 正念堅凝하야精窮向上之玄機하며 硏味西來之密旨하
가포단정좌하야 정념견응하야정궁향상지현기하며 연미서내지밀지하
야 切切拳拳하며 兢兢業業하야 直敎絲毫無間하며 動靜無虧하야 漸至
야 절절권권하며 긍긍업업하야 직교사호무간하며 동정무휴하야 점지
深密幽遠한 微細微細極微細處하면 譬如有人이 遠行他方이라가 漸漸
심밀유원한 미세미세극미세처하면 비여유인이 원항타방이라가 점점
回途하야 已至家舍에 又如鼠入牛角에 看看走至尖尖盡底하며又如捉
회도하야 이지가사에 우여서입우각에 간간주지첨첨진저하며우여착
賊討贓에 栲至情理俱盡인닷하야 不動不退하고 無去無來하며 一念不
적토장에 고지정리구진인닷하야 부동부퇴하고 무거무내하며 일념부
生하고 前後際斷하며 卓卓巍巍하고孤孤逈逈하야 如坐萬仞崖頭하며 又
생하고 전후제단하며 탁탁외외하고고고형형하야 여좌만인애두하며 우
若停百尺竿上이라 一念纔乖하면 喪身失命하리니 將至功成九仞이라도
야정백척간상이라 일념재괴하면 상신실명하리니 장지공성구인이라도
切須保任全提니라 忽於經行坐臥處에 不覺口地一聲하면猶如死在漫
절수보임전제니라 홀어경항좌와처에 부각구지일성하면유여사재만
天荊棘林中이라가 討得一條出身活路相似하리니 豈不快哉아 力
천형극림중이라가 토득일조출신활노상사하리니 개부쾌재아 력
만약 참되고도 올바르게 반드시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면 먼서 평소 가슴속에 받아들였던 모든 선과 악의 사물을 남김없이 버려서 털끝만치도 남겨두지 말고, 종일토록 우두커니 마치 바보처럼 하여 옛날 간난애와 다름이 없게하라. 그런 뒤에야 좌복에 고요히 앉아 바른 생각을 단단히 굳히고 위로 향하는 현묘한 근기를 정미롭게 궁구하며 서쪽으로부터 온 비밀한 종지를 연구하고 맛보되, 간절하고도 정성스러우며 삼가고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털끝 만한 간단간단도 없게 하고 움직임과 고요함에 이지러짐이 없게 하여 점차 심밀하고도 그윽한, 미세하고 미세하여 극히 미세한 자리에 이르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사람이 다른 지방으로 멀리 나갔다가 점차 길을 돌려 이미 집에 도착한 것과 같으며, 또한 쥐가 쇠뿔에 들어감에 조금 조금씩 들어가다 뾰족한 막바지에 이르른 것과 같으며, 또한 도적을 잡아 장물을 추궁함에 고문하여 사실을 모두 실토하기에 이르도록 한 것과 같다. 그리하여 움직이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며,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한 생각도 생겨나지 않으며, 앞과 뒤의 사이는 끊어지며, 높고도 드높으며 고상하고도 고고함이 마치 만 길의 벼랑 끝에 앉아 있는 것과 같고 또한 백척간두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아서 한 생각 그르치자마자 몸을 상하고 목숨을 잃을 것이니, 얼마지 않아 구인구인을 이루는 공에 이르더라도 아무쪼록 그 경지를 잘지켜서 온전히 이끌지니라. 가벼이 거닐거나 앉고 눕는 자리에서 홀연히 부지불식간에 와! 하며 한 마디 소리를 내지르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가시덤불 속에서 죽어 있다가 한 가닥 몸이 빠져 나올 살길을 찾은 것과 같을 것이니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
若是汨沒塵勞하야 不求昇進인댄 譬如水上之浮木이 其性實下하야 暫
약시골몰진노하야 부구승진인댄 비여수상지부목이 기성실하하야 잠
得身輕이나 不堪浸潤하며 又如庭中之花ㅣ 雖則色香俱美나 一朝에
득신경이나 부감침윤하며 우여정중지화ㅣ 수칙색향구미나 일조에
色萎香滅하면 無復可愛하며又如農夫之種田에 雖有其苗나 而工力이
색위향멸하면 무복가애하며우여농부지종전에 수유기묘나 이공력이
不至하며 終不成實하며 便如貧窮乞兒ㅣ 得少爲足라 久久萌芽ㅣ 再
부지하며 종부성실하며 변여빈궁걸아ㅣ 득소위족라 구구맹아ㅣ 재
發하고 荊棘이 復生하야 被物之所轉하야 終歸沈溺하면 無上淸淨涅槃
발하고 형극이 복생하야 피물지소전하야 종귀심닉하면 무상청정열반
을 無由獲覩하리니 豈不枉費前功하고 虛消信施리요 若是有志丈夫인댄
을 무유획도하리니 개부왕비전공하고 허소신시리요 야시유지장부인댄
正好向者裡하야 晦跡韜光하고 潛行密用호대 或三十年二十年으로 以
정호향자리하야 회적도광하고 잠항밀용호대 혹삼십년이십년으로 이
至一生히 終無他念하야 踏得實實落落하며 穩穩當當하야 直敎纖塵不
지일생히 종무타념하야 답득실실낙낙하며 온온당당하야 직교섬진부
立하고 寸草不生하며 往來無礙하고 去住自由하면 報緣遷謝之日에 管
립하고 촌초부생하며 왕내무애하고 거주자유하면 보연천사지일에 관
取推門落臼어니와 若只恁麽紙裹茅纏하야 龍頭陀尾인댄 非特使門風
취추문낙구어니와 야지임마지과모전하야 룡두타미인댄 비특사문풍
有玷이라 亦乃退後學初心하리라
유점이라 역내퇴후학초심하리라
만약 번뇌와 망상에 골몰하여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감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비유컨대 마치 물 위에 뜬 나무가 그 성질은 본디 가라앉는 것이기에 잠시 동안 몸이 가볍기는 할지라도 결국에는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정원 안의 꽃이 비록 색깔과 향기가 갖추어져 아름다우나 하루 아침에 색깔은 바래고 향기는 사라져 다시는 사랑할 만한 것이 없어진 것과도 같으며, 또한 마치 농부가 밭에 심은 종자에서 비록 싹이 나더라도 수고로움이 미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열매가 맺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빈궁한 걸인이 조금 얻은 것으로 만족하게 여기는 것과 같으니, 오래되면 싹이 피어나고 가시가 다시 돋아나서 사물에 끄달리게 되어 마침내 잠겨서 빠지는 경지로 되돌아가면 위없는 청정한 열반을 얻어 볼 수 없을 것이니 이 어찌 앞서 이룬 공덕을 헛되어 낭비하고 신도의 시주물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뜻이 있는 장부라면 바로 그 속에서 자취를 숨기고 빛을 감춘 채 가만히 행하고 은밀히 작용하되 혹 20년이나 30년에서 일평생에 이르기까지 끝내 다른 잡념이 없이 실답고도 솔직하며 편안하고도 당당한 경지를 밟아서 가는 티끌도 서지 못하게 하고 한 치의 풀도 나지 않게 하며 가고 옴에 거리낌이 없고 떠나고 머무름을 자유롭게 하면 과보의 인연이 자리를 옮겨 떠나는 날에는 반드시 주어진 궤적을 따르겠거니와, 만약 다만 그럭저럭 종이로 싸거나 띠로 묶듯이 하여 용두사미가 된다면 특히 불문의 풍모에 티가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후학들의 초발심까지 퇴굴케 할 것이다.
如上所述管見은 莫不皆是藜藿之類라 飽人은不堪供養이어니와 以俟
여상소술관견은 막부개시려곽지류라 포인은부감공양이어니와 이사
絶陳之流하노니 終有一指之味하리라 往往學道之士ㅣ 忘却出家本志하
절진지류하노니 종유일지지미하리라 왕왕학도지사ㅣ 망각출가본지하
고 一向隨邪遂惡하야 不求正悟하고 妄將佛祖機緣과 古人公案하야 從
고 일향수사수악하야 부구정오하고 망장불조기연과 고인공안하야
頭穿鑿으로 遞相傳授하며 密密珍藏하야 以爲極則하고 便乃不守毘尼
종두천착으로 체상전수하며 밀밀진장하야 이위극칙하고 변내부수비니
하야 撥無因果하며 人我ㅣ 愈見崢嶸하고 三毒이 倍加熾盛하나니 如斯
하야 발무인과하며 인아ㅣ 유견쟁영하고 삼독이 배가치성하나니 여사
之輩는 不免墮於魔外하야 永作他家眷屬이니라 若有未遭邪謬하야 不
지배는 부면타어마외하야 영작타가권속이니라 야유미조사류하야 부
負初心인댄 當念無常이 迅速하며 痛思苦海沈淪하야 趁ㅣ 二時粥飯現
부초심인댄 당념무상이 신속하며 통사고해심륜하야 진ㅣ 이시죽반현
成과 百般受用便當하야 便好乘時直入이요 莫待臨嫁醫癭이어다 此乃
성과 백반수용변당하야 변호승시직입이요 막대림가의영이어다 차내
從上佛祖之心印이며 無礙解脫之妙門이라 設使機緣不偶하며 工力未
종상불조지심인이며 무애해탈지묘문이라 설사기연부우하며 공력미
充이라도 切須捨命忘形하고 勤行苦行하며 至死扌 生하야도 一心不退니
충이라도 절수사명망형하고 근항고항하며 지사수 생하야도 일심부퇴니
라 復有葛藤未盡일새 不免重說偈言하노라 此心淸本無瑕어늘 只爲貪
라 복유갈등미진일새 부면중설게언하노라 차심청본무하어늘 지위탐
求被物遮로다 突出眼睛全體露하면 山河大地是空華리라
구피물차로다 돌출안정전체노하면 산하대지시공화리라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좁은 소견은 모두 명아주와 콩잎 같은 것들뿐이어서 배부른 사람들이 공양할 것은 못되기에 이로써 묵은 양식마저 떨어진 무리들을 기다리나니 결국에 한 손가락의 맛은 있을 것이다. 흔히 도를 배우는 선비들은 출가한 본래의 뜻을 망각한 채 한결같이 삿됨을 따르고 악을 쫓으며 바른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달은 인연과 고인들의 공안을 가지고 첫머리부터 견강부회하여 번갈아 전해주고 받으며 비밀스레 보배처럼 간칙하는 것을 지극한 법칙으로 삼고는 걸핏하면 계율을 지키지 않고 인과가 없다 무시하여 인상인상과 아상아상은 더욱 불거지고 삼독삼독은 곱절로 치성하니, 이와 같은 무리들은 마구니와 외도에 떨어져 영원히 그들의 권속이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어떤 이가 아직 삿되고 그릇됨을 만나지 않아 처음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응당 무상무상이 신속함을 생각하고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음을 통정히 생각하여 두 때의 죽과 밥이 눈 앞에 놓일 때와 백 가지 사용물이 편리하고 마땅할 때를 틈타 때를 잘 이용하여 곧장 들어갈지언정 시집 갈 때를 임박하여 목의 혹을 치료하려 들지 말라. 이는 곧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의 심인심인이며 걸림없는 해탈의 오묘한 문이다. 설사 깨달음의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공부의 힘이 충분치 않더라도 아무쪼록 목숨을 버리고 형상을 잊은 채 부지런히 고행을 수행해야 하며, 죽음에 이르러 생을 버릴지라도 한 마음으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이러쿵저러쿵 한 말에 미진함이 있어 거듭 게송으로 말해야 하겠다.
이마음은 청정하여 본래티가 없건마는,
다만탐심 온갖번뇌 그로인해 가려졌네.
안목트여 그모든것 백일하에 드러나면,
산하대지 그모든것 공중의꽃 뿐일 것을.
東西十萬이요 南北八千이라 纖塵不立하고 寸草不生하야 往來無礙하며
동서십만이요 남배팔천이라 섬진부립하고 촌초부생하야 왕내무애하며
妙用從橫이로다 直饒親到者裏라도 正是棄本逐末이며 引禍招殃이니라
묘용종횡이로다 직요친도자리라도 정시기본축말이며 인화초앙이니라
且道하라 如何是本고(擲主丈云) 抛出輪王三寸鐵이라도 分明遍界是乃鎗
차도하라 여하시본고(척주장운) 포출륜왕삼촌철이라도 분명편계시내쟁이라도
동서가 10만리요 남북이 8천리에 미세한 티끌도 서지 못하고 한 치의 풀도 자라지 못하니 가고 옴에 걸림이 없으며 오묘한 작용은 종횡으로 자재롭다. 설사 직접 이러한 자리에 이르렀더라도 바로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것이며 화를 불러들이고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떠한 것이 근본인가? (주장자를 던지고 말하기를) 전륜성왕의 세 치 되는 쇠토막을 내던져 버릴지라도 분명히 온 세계는 그대로가 칼과 창이리라.
低頭覓天이요 仰 面尋地라 跛跛挈挈하야 遠之遠矣로다 驀然撞着徐
저두멱천이요 앙면심지라 파파설설하야 원지원의로다 맥연당착서
十三朗하면 嗄ㅣ 元來只在者裡로다(以手로 拍膝一下云) 在者裏라도 臘月
십삼낭하면 사ㅣ 원내지재자리로다(이수로 박슬일하운) 재자리라도 납월
三十日到來하야는 也是開眼見鬼하리라
삼십일도내하야는 야시개안견귀하리라
머리를 숙여 하늘을 찾고 얼굴을 우러러 땅을 찾는구나, 절룩절룩 덜덜덜 멀고도 멀었도다. 별안간 서씨의 열셋째 아들과 마주치니, 와! 원래 그저 여기에 있었던 것을. (손으로 무릎을 한 번 치고서) 여기에 있더라도 섯달 그믐날이 도래하면 또한 눈을 뜨고 도깨비를 보게 될 것이다.
立限示衆 其八
립한시중기팔
五陰山中에 魔强法弱하야 戰之不勝인댄 休擬議着하고 寶釗全提하야
오음산중에 마강법약하야 전지부승인댄 휴의의착하고 보쇠전제하야
莫問生殺하고 奮不顧身하야 星飛火撒이어다 有功者는 賞하고 無功者는
막문생살하고 분부고신하야 성비화살이어다 유공자는 상하고 무공자는
罰호리라 賞罰이 旣已分明인댄且道하라 今日喫棒底上座는 是賞耶아
벌호리라 상벌이 기이분명인댄차도하라 금일끽봉저상좌는 시상야아
是罰耶아 若向者裏하야 緇素得出하면 便見興化ㅣ 於ㅣ 大覺棒下에
시벌야아 야향자리하야 치소득출하면 변견흥화ㅣ 어ㅣ 대각봉하에
悟喫棒底消息하리라
오끽봉저소식하리라
오음산 가운데에 마구니는 강성하고 법은 약하여 싸워도 이지기 못한다면 망설이거나 따지는 것은 그만 두고 보검을 완전히 빼들고서 살리느냐 죽이느냐도 묻지 말고 분연히 몸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이 날고 불이 튀듯이 할지어다.
공이 있으면 상을 줄 것이요 공이 없으면 벌을 줄 것임에 상과 벌이 이미 분명해졌으니 우선 일러 보아라, 오늘 방망이를 맞은 상좌는 상을 받은 것이냐 벌을 받은 것이냐?
만약 여기에서 검은 것과 흰 것을 지적해 낸다면 흥화존장 선사가 대각경연 선사에게 방망이를 맞고서 깨달은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示 衆 其九
시중기구
參禪에 若要剋日成功인댄 如墮千尺井底相似하야 從朝至暮하며 從暮
참선에 야요극일성공인댄 여타천척정저상사하야 종조지모하며 종모
至朝히 千思想萬思量이 單單只是箇求出之心이라 究竟決無二念이니
지조히 천사상만사량이 단단지시개구출지심이라 구경결무이념이니
誠能如是施工하야 或三日或五日或七日에 若不徹去면 西峰은 今日
성능여시시공하야 혹삼일혹오일혹칠일에 야부철거면 서봉은 금일에
에 犯大妄語라 永墮拔舌犂耕하리라
범대망어라 영타발설리경하리라
참선하며 만약 한정된 날짜에 공을 이루려면 마치 천 길 우물 속에 떨어진 것과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천 갈래로 생각하고 만 갈래로 사량하되 오로지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일 뿐 끝끝내 결코 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이 하라.
정성스럽게 이와 같이 공부하기를 혹은 사흘이나 혹은 닷새나 혹은 이레 동안 하고도 만약 꿰뚫지 못한다면 서봉은 오늘 대망어대망어를 범했으므로 영원히 혀가 뽑혀 쟁기질을 당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有時熱鬨鬨하며 有時冷冰冰하며
유시열홍홍하며 유시냉빙빙하며
有時如ㅣ 牽驢入井하며有時如ㅣ 順水張帆하나니 因此四魔ㅣ 更相殘
유시여ㅣ 견려입정하며유시여ㅣ 순수장범하나니 인차사마ㅣ 갱상잔
害하야 致使學人으로 忘家失業이라 西峰은今日에 略施一計하야 要與
해하야 치사학인으로 망가실업이라 서봉은금일에 략시일계하야 요여
諸人으로 掃蹤滅跡호리라 良久云 捷하시다
제인으로 소종멸적호리라 량구운 첩하시다
어떤 때는 열기로 시끌시끌하고, 어떤 때는 냉기로 차디차며, 어떤 때는 마치 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 같으며, 어떤 때는 마치 물길을 따라 돛을 펴는 것과 같으니, 이 네 마구니가 거듭 번갈아 해치기에 드디어는 배우는 이들로 하여금 집을 잊고 살림을 잃게 하므로, 서봉은 오늘 간략히 한 계책을 베풀어 여러분들에게 주어 그 자취를 쓸어 없애주려 하노라. (한참 있다 말하기를) 첩!
兄弟家ㅣ 成十年ㅣ 二十年토록 撥草瞻風호되 不見佛性하고 往往에
형제가ㅣ 성십년ㅣ 이십년토록 발초첨풍호되 부견불성하고 왕왕에
皆謂被昏沈掉擧之所籠罩라하니 殊不知ㅣ 只者昏沉掉擧四字ㅣ 當體
개위피혼심도거지소농조라하니 수부지ㅣ 지자혼침도거사자ㅣ 당체
卽時佛性이로다 즉시불성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이고 20년이고 무명초를 뽑고 교화의 바람을 우러르되 부처되는 성품을 보지 못하고 흔히들 모두 혼침과 산란에게 씌움을 당했다고 말하는데 이 혼혼‧침침‧도도‧거거 네 글자는 그 자체가 바로 불성인 줄은 전혀 알지 못하는구나.
堪嗟라 迷人은 不了하야 妄自執法爲病이라 以病攻病
감차라 미인은 부료하야 망자집법위병이라 이병공병
하야 致使佛性으로 愈求愈遠하며 轉急轉遲하나니 設使一箇半箇나 回
하야 치사불성으로 유구유원하며 전급전지하나니 설사일개반개나 회
光返照하야 直下知非하야 廓然藥病兩忘하고 眼睛露出하야 洞明達磨
광반조하야 직하지비하야 곽연약병량망하고 안정노출하야 동명달마
單傳하며 徹見本來佛性이라도 若據西峰의 點檢將來인댄 猶是生死岸
단전하며 철견본내불성이라도 야거서봉의 점검장내인댄 유시생사안
頭事라 若曰向上一路인댄 須知更在靑山外니라
두사라 야왈향상일노인댄 수지갱재청산외니라
아 슬프도다! 미혹한 사람은 알지 못하여 망령되이 스스로 법에 집착하여 병을 이루고는 병으로 병을 공박하니, 마침내 불성으로 하여금 구하면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게 하고 급하면 급할수록 더욱 더디어지게 만들었다.
설령 한 사람 절반이라도 빛을 돌이켜 비추어 보아 당장에 그릇된 줄 알아서 확연히 약과 병을 모두 잊고 눈동자를 돌출시켜 달마가 홑으로 전한 뜻을 훤히 밝혀내고 본래의 불성을 철저히 봤더라도 서봉이 점검한 것에 의거해 본다면 아직도 생사 언덕의 일일 뿐이다. 만약 위로 향하는 외가닥 길을 말한다면 모름지기 저 푸른 산 밖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若論此事인댄 正如逆水撑船하야 上得一篙에 退去十篙하고 上得十篙
야논차사인댄 정여역수탱선하야 상득일고에 퇴거십고하고 상득십고
에 退去百篙하야 愈撑愈退라 退之又退하야 直饒退到大洋海底라도 掇
에 퇴거백고하야 유탱유퇴라 퇴지우퇴하야 직요퇴도대양해저라도 철
轉船頭하야 決欲又要向彼中撑上하리라 若具者般操略인댄 卽時到家
전선두하야 결욕우요향피중탱상하리라 야구자반조략인댄 즉시도가
消息이라 如人上山에 各自努力이니라 소식이라 여인상산에 각자노력이니라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바로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오르기를 한 상앗대 만큼하면 열 상앗대 만큼 물러나고, 오르기를 열 상앗대 만큼하면 백 상앗대 만큼 물러나니 노를 저으면 저을수록 더욱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물러나고 또 물러나 설령 큰 바다 끝까지 물러났더라도 뱃머리를 거두어 돌려 결정코 또한 저 중간을 향해 노를 저어 올라가야 함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조와 방략을 갖추었다면 그것이 바로 집에 도착한 소식이다. 마치 사람이 산에 오름에 각자가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같다.
此事의 的實用工切處는 正如搭
차사의 적실용공절처는 정여탑
對相撲相似하야 纔有絲毫畏懼心과 纖塵差別念을 蘊于胸中이면 何
대상박상사하야 재유사호외구심과 섬진차별념을 온우흉중이면
止十撲九輸리요 未着交時에 性命이 已屬他人了也니라 若是鐵眼銅
하지십박구수리요 미착교시에 성명이 이속타인료야니라 야시철안동
睛인댄 憤憤悱悱하야 直要一拳打碎하며 一口呑却이니 假使喪身失命
정인댄 분분비비하야 직요일권타쇄하며 일구탄각이니 가사상신실명
하야 以至千生萬劫이라도 心亦不忘이니라 諸上座ㅣ 果能如是知非하며
하야 이지천생만겁이라도 심역부망이니라 제상좌ㅣ 과능여시지비하며
果能如是着鞭하면 剋日成功을 斷無疑矣리니 勉之勉之어다
과능여시착편하면 극일성공을 단무의의리니 면지면지어다
이 일을 정확하고 실답게 공부하는 절실한 자리는 마치 맞붙어 씨름하는 것과 같아서 실날같은 두려움의 마음이나 가는 티끌 같은 차별된 생각이 가슴속에 있다면 어찌 열 번 씨름하여 아홉 번 지는데 그치랴? 아직 씨름도 붙기 전에 목숨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예속된 것이라 할 것이다. 만약 쇠 눈에 구리 눈동자를 가진 자라면 분하고 원통하여 당자에 한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한 입에 삼켜 버리려 할 것이니, 가령 몸이 상하고 목숨을 잃어 천생만겁에 이르더라도 마음에 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상좌들은 과연 이와 같이 그릇된 줄을 알고 과연 이와 같이 채찍질 할 수 있다면 한정된 시일내에 공을 성취할 것이 결단코 의심치 않으리다. 힘쓰고 힘쓸지니라.
晩 叅 其十
만 참 기 십
叅須實叅하며 悟須實悟인댄 動轉施爲에 輝今耀古어니와若是操心이
참수실참하며 오수실오인댄 동전시위에 휘금요고어니와야시조심이
不正하며 悟處ㅣ 不眞하야粧粧點點하며 鬪鬪飣飣하야 被人輕輕拶着인
부정하며 오처ㅣ 부진하야장장점점하며 투투정정하야 피인경경찰착인
댄 未免喚燈籠하야 作露柱하리니且道하라 如何是實叅實悟底消息고 良
댄 미면환등농하야 작노주하리니차도하라 여하시실참실오저소식고 량
久云 南山에 起雲하고 北山에 下雨로다
구운 남산에 기운하고 배산에 하우로다
참구하되 모름지기 실답게 참구하고 깨닫되 모름지기 실답게 깨닫고자 한다면 움직이고 구르며 베풀고 행위함에 지금과 예전을 훤히 알아야 할 것이니, 만약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다면 깨닫는 자리도 참되지 않아 알록달록 꾸며지고 울긋불긋 치장되어 사람들에게 가만가만 구슬림을 당하여 콩을 팥이라 일컫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떤 것이 실답게 참구하고 실답게 깨닫는 소식인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남쪽 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쪽 산에 비가 내린다.
示信翁居士洪上舍 其十一
시신옹거사홍상사 기십일
大抵參禪은 不分緇素하고 但只要一箇決定信字니 若能直下信得及하
대저삼선은 부분치소하고 단지요일개결정신자니 야능직하신득급하
야 把得定ㅣ 作得主하고 不被五欲所撼을 如箇鐵橛子相似하면 管取
야 파득정ㅣ 작득주하고 부피오욕소감을 여개철궐자상사하면 관취
剋日成功호대 不怕甕中走鼈하리라 극일성공호대 부파옹중주별하리라
대저 참선이란 승속승속을 구분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결정된 ‘믿음’자 만을 요하나니, 만약 당장에 믿기만 하면 믿어지게 되고 잡기만 하면 안정이 되고 하기만 하면 주체가 되어 오욕에 흔들리지 않음이 마치 무쇠 막대기 같게 하면 반드시 한정된 날짜에 공을 성취할 것이로되 독안에서 달리는 자라는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豈不見가 華嚴會上에 善財童子ㅣ
개부견가 화엄회상에 선재동자ㅣ
歷ㅣ 一百一十城하야 叅ㅣ 五十三ㅣ 善知識하야 獲ㅣ 無上果도 亦不
력ㅣ 일백일십성하야 참ㅣ 오십삼ㅣ 선지식하야 획ㅣ 무상과도 역부
出者一箇信字며 法華會上에 八歲龍女ㅣ 直往南方無垢世界하야 獻
출자일개신자며 법화회상에 팔세룡녀ㅣ 직왕남방무구세계하야 헌
珠成佛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涅槃會上에 廣額屠兒ㅣ 放下屠刀하
주성불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열반회상에 광액도아ㅣ 방하도도하
고 唱言我是千佛一數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고 창언아시천불일삭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어찌 보지 못했는가? 화엄회상에서 선재동자가 1백10성을 다니며 53선지식을 찾아 뵙고 위없는 불과를 획득함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법화회상에서 8세의 용녀가 부처님에게 구슬을 바치고 곧장 남방의 무구세계로 가서 성불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열반회상에서 광액도아가 도살하던 칼을 내려놓고 외치기를 나도 1천 부처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昔有阿那律陀ㅣ 因被
석유아나률타ㅣ 인피
佛訶하야 七日不睡에 失去雙目하고 大千世界를 如觀掌果도 亦不出
불가하야 칠일부수에 실거쌍목하고 대천세계를 여관장과도 역부출
者一箇信字며 자일개신자며
예전에 아나율타가 부처님에게 꾸지람을 듣고는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다가 두 눈을 잃고서야 대천세계를 마치 손바닥 안의 과일처럼 꿰뚫어 보게 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復有一小比丘ㅣ 戱一老比丘하야 與證果位라하고 遂以
복유일소비구ㅣ 희일노비구하야 여증과위라하고 수이
皮毬로 打頭四下에 卽獲四果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楊岐ㅣ 叅ㅣ
피구로 타두사하에 즉획사과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양기ㅣ 참ㅣ
慈明和尙할새 令充監事하야 以至十載에 打失鼻孔하고 道播天下도 亦
자명화상할새 령충감사하야 이지십재에 타실비공하고 도파천하도 역
不出者一箇信字라 부출자일개신자라
또 어떤 젊은 비구가 한 늙은 비구를 희롱하며 과위과위의 증득을 인가하여 준다 하고는 마침내 가죽공으로 머리를 네 번 때리는 끝에 곧 사과사과를 얻게 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양기가 자명화상에게 참례하고 원주원주의 소임을 맡아서 10년이 되던 해에 콧구멍(식심)을 잃어 버리고 도를 천하에 전파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從上若佛若祖ㅣ 超登彼岸하사 轉ㅣ 大法輪하야
종상약불약조ㅣ 초등피안하사 전ㅣ 대법륜하야
接物利生이 莫不皆由此一箇信字中流出이니 故로 云信是道元功德
접물리생이 막부개유차일개신자중류출이니 고로 운신시도원공덕
母며 信是無上佛菩提며 信能永斷煩惱本이며 信能速證解脫門이라하시
모며 신시무상불보제며 신능영단번뇌본이며 신능속증해탈문이라하시니
昔有善星比丘ㅣ 侍佛할새 二十年을 不離左右호대 盖謂無此一箇
석유선성비구ㅣ 시불할새 이십년을 부리좌우호대 개위무차일개
信字하야 不成聖道하고 生陷泥犁하니라
신자하야 부성성도하고 생함니리하니라
역대의 부처님과 조사 같은 분들이 저 언덕으로 뛰어 올라 위대한 법의 바퀴를 굴려 만물을 이끌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한 것이 모두 이 하나의 ‘믿음’자로부터 흘러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믿음은 도의 원천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믿음은 위없는 부처님의 보리이며, 믿음은 번뇌의 근본을 영원히 끊을 수 있으며, 믿음은 해탈문을 신속히 증득할 수 있다」 하였다.
예전에 선성비구가 부처님을 시봉하며 스무 해 동안 곁을 떠나지 않았으나 이 ‘믿음’자 하나가 없었기에 성인의 도를 이루지 못하고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今日新翁居士는 雖處富貴之中이나 能具如是決定之信이라 昨於壬午
금일신옹거사는 수처부귀지중이나 능구여시결정지신이라 작어임오
歲에 登山求見이라가 不納而回하고 又於次年冬에 拉直翁居士同訪하
세에 등산구견이라가 부납이회하고 우어차년동에 납직옹거사동방하
야 始得入門이러니 今又越一載에 齎糧裹糝하고 特來相從하야 乞受毗
야 시득입문이러니 금우월일재에 재량과삼하고 특내상종하야 걸수비
尼하며 願爲弟子할새 故以連日詰其端由호니 的有篤信趣道之志라
니하며 원위제자할새 고이련일힐기단유호니 적유독신취도지지라
오늘 신옹거사는 비록 부귀한 가운데 자리하였으나 능히 이와 같은 결정된 믿음을 갖추었다. 지난 임오년에 산을 올라와 뵙기를 청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돌아갔으며, 또 이듬 해 겨울에 직옹거사를 데리고 함께 방문하여 비로소 문안에 들어오게 되었다가, 지금 또 한 해를 지나 양식과 음식을 꾸려 싸가지고 특별히 찾아와 만나서 계를 받고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까닭에 여러 날 그 동기를 깨물어 보았더니 돈독한 믿음을 가지고 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하게 있었다.
維摩經에 云호대 高原陸地에 不生蓮華하고 卑濕汚泥에 乃生此華라하니
유마경에 운호대 고원륙지에 부생련화하고 비습오니에 내생차화라하니
正謂此也로다 山僧이 由是憮之하야 將箇省力易修曾驗底話頭하야 兩
정위차야로다 산승이 유시무지하야 장개생력역수증험저화두하야 량
手分付萬法歸一一歸何處하노니 決能便恁麽信去하며 便恁麽疑去어다
수분부만법귀일일귀하처하노니 결능변임마신거하며 변임마의거어다
《유마경》에 이르기를 「높은 벌판 너른 땅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으며 습기찬 더러운 진흙땅이라야 이 꽃이 난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일컫는 말이다. 산승이 이러한 연유로 가상히 여겨서 힘도 덜고 수행하기 쉬우며 일찌기 증험했던 화두를 가지고 양손으로 전함에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느 자리로 돌아가는가?」라고 하나니, 결정코 이렇게 믿고 이렇게 의심을 낼지어다.
須知疑는 以信爲體하고 悟는 以疑爲用이니 信有十分이면 疑得十分하고
수지의는 이신위체하고 오는 이의위용이니 신유십분이면 의득십분하고
疑得十分이면 悟得十分이라 譬如水漲船高하고 泥多佛大니라 西天此
의득십분이면 오득십분이라 비여수창선고하고 니다불대니라 서천차
土에 古今知識이 發揚此段光明호대 莫不只是一箇決疑而已라
토에 고금지식이 발양차단광명호대 막부지시일개결의이이라
모름지기 의심은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깨달음은 의심을 작용으로 삼음을 알아야 할지니라. 믿음이 십분 있으면 의심이 십분이 되고 의심이 십분이 되면 깨달음이 십분이 되니, 비유컨대 마치 물이 불어나면 배가 높아지고 진흙이 많으면 부처님이 커지는 것과 같다. 서역과 이 땅에서 고금의 선지식들이 이 부분의 광명을 피워서 선양하였으니 그것은 단지 하나의 해결된 의심일 뿐이다.
千疑萬疑ㅣ 只是一疑니 決此疑者는 更無餘疑니라 旣無餘疑인댄 卽與釋
천의만의ㅣ 지시일의니 결차의자는 경무여의니라 기무여의인댄 즉여석
迦彌勒과 淨名龐老로 不增不減하며 無二無別하야 同一眼見이며 同一
가미늑과 정명방노로 부증부감하며 무이무별하야 동일안견이며 동일
耳聞이며 同一受用이며 同一出沒하야 天堂地獄에 任意逍遙하고 虎穴
이문이며 동일수용이며 동일출몰하야 천당지옥에 임의소요하고 호혈
魔宮에 縱橫無礙하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라니
마궁에 종횡무애하야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라니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다만 한 가지 의심일 뿐이니 이 의심을 해결한 자는 다시는 남아있는 의심이 없으며, 이미 남아있는 의심이 없으면 곧 석가나 미륵 또는 유마거사나 방거사와 더불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둘일 수도 없고 다를 수도 없으며, 동일한 눈으로 보고 동일한 귀로 듣고 동일하게 받아들여 작용하고 동일하게 드나들며 천당과 지옥을 임의로 노닐고 호랑이 굴과 마구니 궁전을 종횡으로 다녀도 걸림이 없으며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롭게 된다.
故로 涅槃經에 云生滅이 滅己하면 寂滅이 爲樂이라하시니 須知此樂은 非妄念
고로 열반경에 운생멸이 멸기하면 적멸이 위낙이라하시니 수지차낙은 비망념
遷注情識之樂이라 乃是眞淨無爲之樂耳니라
천주정식지낙이라 내시진정무위지낙이니라
그러므로《열반경》에 이르기를 「나고 죽음이 멸하여 다하면 적멸이 즐거움이 된다」 하였으니 모름지기 이 즐거움은 망령된 생각으로 변천하고 집중되는 정식정식의 즐거움이 아니라 곧 참된 깨끗하며 행함이 없는 즐거움일 뿐이다.
夫子ㅣ 云夕死可矣라하시고 顔回는 不
부자ㅣ 운석사가의라하시고 안회는 부
改其樂하고 曾點은 舞詠而歸하니 咸佩此無生眞空之樂也矣니라
개기낙하고 증점은 무영이귀하니 함패차무생진공지낙야의니라
공자가 이르기를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였고,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으며, 증점은 「무우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읊조리며 돌아오겠습니다」 하였으니 이는 생멸이 없는 참된 공의 즐거움을 모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苟或不疑不信인댄 饒你坐到彌勤下生이라도 也只做得箇依草附木之
구혹부의부신인댄 요니좌도미근하생이라도 야지주득개의초부목지
精靈이며 魂不散底死漢이러니 敎中에 言二乘小果ㅣ 雖入八萬劫大定
정령이며 혼부산저사한이러니 교중에 언이승소과ㅣ 수입팔만겁대정
이나 不信此事할새 去聖愈遠하야 常被佛訶라하시니 直欲發大信ㅣ 起大
이나 부신차사할새 거성유원하야 상피불가라하시니 직욕발대신ㅣ 기대
疑하야 疑來疑去에 一念萬年이며 萬年一念이라 的的要見ㅣ 者一法子
의하야 의내의거에 일념만년이며 만년일념이라 적적요견ㅣ 자일법자
落着인댄 如與人으로 結了生死冤讎相似하야 心憤憤地ㅣ 卽欲便與一
낙착인댄 여여인으로 결료생사원수상사하야 심분분지ㅣ 즉욕변여일
刀兩段하야 縱於造次顚沛之際라도 皆是猛利着鞭之時節이니라
도량단하야 종어조차전패지제라도 개시맹리착편지시절이니라
만일 의심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설령 그대가 앉은 자리에서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이르더라도 또한 다만 풀에 의지하거나 나무에 붙어있는 정령이 되거나 혼이 흩어지지 않은 죽은 놈이 될 뿐이리니, 경전에서 말하기를 「이승이승 가운데 작은 과위과위를 얻은 자들은 비록 8천겁 동안 큰 선정에 들어가더라도 이 일을 믿지 않기 때문에 성인과의 거리가 점차 멀어져서 늘 부처님의 꾸지람을 받는다」 하였다.
곧장 큰 믿음을 드러내고 큰 의심을 일으켜서 의심하고 의심하여 한 생각으로 만 년이 흐르고 만 년 동안 한 생각이 되어 이 하나의 법이 떨어지는 자리를 정확하게 보고자 한다면, 마치 어떤 이와 더불어 생사의 원수를 맺은 것처럼 마음으로 분노하고 문득 한 칼에 두 동강이 내고자 하여 비록 아차하며 넘어지는 순간에도 언제나 맹렬하고 예리하게 채짹질을 가하는 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若到不疑自疑하야 寤寐無失하며 有眼如盲하고 有耳如聾하야 不墮見聞窠
약도부의자의하야 오매무실하며 유안여맹하고 유이여농하야 부타견문과
臼 猶是能所未忘하며 偸心未息이니 切宜精進中에 倍加精進하야 直
구 유시능소미망하며 투심미식이니 절의정진중에 배가정진하야 직
敎行不知行하고 坐不知坐하며 東西不辨하고 南北不分하야 不見有一
교항부지항하고 좌부지좌하며 동서부변하고 남배부분하야 부견유일
法可當情호미 如箇無孔鐵鎚相似하야 能疑所疑와 內心外境이 雙忘
법가당정호미 여개무공철추상사하야 능의소의와 내심외경이 쌍망
雙泯하야 無無亦無니 到者裏하야는擧足下足處에 切忌踏翻大海하며
쌍민하야 무무역무니 도자리하야는거족하족처에 절기답번대해하며
踢倒須彌하고 折旋俯仰時에照顧觸瞎達磨眼睛하고 磕破釋迦鼻孔이니
척도수미하고 절선부앙시에조고촉할달마안정하고 개파석가비공이니라
만약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되어 자나깨나 잃지 않으며 눈이 있어도 봉사처럼 하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처럼 하여 보거나 듣는다는 상투적인 형식에 떨어지지 않더라도 여전히 아직은 주체와 대상이 잊어지지 않고 훔치려는 마음이 쉬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쪼록 정진하는 가운데 더욱더 정진하여 곧 행해도 행하는 줄 알지 못하고 앉아도 앉은 줄 알지 못하고 동서도 변별하지 못하고 남북도 구분하지 못하며, 어느 한 법도 정정에 가히 상대시킬 만한 것이 있다고 보지 않음이 마치 구멍없는 무쇠방망이와 같아서 의심의 주체와 의심의 대상 및 속마음과 바깥경계가 한꺼번에 잊어지고 한꺼번에 없어져서 없다는 것이 없어진 것 또한 없어지게 해야 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발을 들거나 발을 내리 딛는 자리에서 절대로 바다를 밟아 뒤집거나 수미산을 차서 쓰러뜨리려 하지 말고, 꾸부리고 돌아보고 내려보고 우러를 때 맹렬히 쏘아보아서 달마의 눈동자를 멀게 하고 석가의 콧구멍을 뭉그러지게 하라.
其或未然인댄 更與添箇注脚호리다 僧問趙州和尙호대萬法歸一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갱여첨개주각호리다 승문조주화상호대만법귀일이어니와
一歸何處닛고 州ㅣ 云我在靑州하야 作ㅣ 一領布衫호니 重이 七斤이라하
일귀하처닛고 주ㅣ 운아재청주하야 작ㅣ 일령포삼호니 중이 칠근이라하
니 師ㅣ 云大小趙州여 拖泥帶水로다 非特不能爲者僧하야 斬斷疑情이
니 사ㅣ 운대소조주여 타니대수로다 비특부능위자승하야 참단의정이
라 亦乃賺天下衲僧하야 死在葛藤窠裡로다 西峰則不然하야 今日에 忽
라 역내잠천하납승하야 사재갈등과리로다 서봉칙부연하야 금일에 홀
有人이 問ㅣ 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오하면 只向他道호대 狗舐熱油
유인이 문ㅣ 만법귀일이어니와 일귀하처오하면 지향타도호대 구지열유
鐺이라호리니 信翁信翁아 若向者裡하야 擔荷得去인댄 只者一箇信字도
당이라호리니 신옹신옹아 야향자리하야 담하득거인댄 지자일개신자도
也是眼中着屑이니라
야시안중착설이니라
만일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설명을 더해 주겠다. 어떤 승려가 조주화상에게 묻기를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지만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니 조주가 이르기를 「내가 청주에 있을 때 베적삼을 한 벌 만들었는데 무게가 7근이었다」고 하였으니, 변변치 못한 조주 스님이여! 너무 지나치게 자질구레하였도다.
특히 그 승려를 위해 의심을 끊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천하의 납자들을 속여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소굴 속에 죽어 있게 하였도다.
서봉은 그렇지 않으리니, 오늘 홀연히 어떤 사람이 묻기를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지만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면 다만 그를 향해 「개가 펄펄 끓는 가마솥을 핥느니라」라고 하겠다. 신옹거사여 신옹거사여! 만약 이 속에서 짊어지고 갈 수 있다면 다만 이 하나의 ‘믿음’자도 또한 눈 속에 붙은 티일 것이다.
示 衆 其十二
시 중 기십이
兄弟家ㅣ 十年二十年으로 以至一生히 絶世忘緣하고 單明此事호대 不
형제가ㅣ 십년이십년으로 이지일생히 절세망연하고 단명차사호대 부
透脫者는 病在於何오本分衲僧은 試拈出看하라 莫是宿無靈骨麽아莫
투탈자는 병재어하오본분납승은 시념출간하라 막시숙무령골마아막
是不遇明師麽아 莫是一曝十寒麽아 莫是根劣志微微아 莫是汨沒塵
시부우명사마아 막시일폭십한마아 막시근렬지미미아 막시골몰진
勞麽아 莫是沈空滯寂麽아 莫是雜毒入心麽아 莫是時節未至麽아 莫
노마아 막시심공체적마아 막시잡독입심마아 막시시절미지마아 막
是不疑言句麽아 莫是未得謂得하며 未證謂證麽아 若論膏肓之疾인댄
시부의언구마아 막시미득위득하며 미증위증마아 야논고황지질인댄
扌忽不在者裡니라 旣不在者裏인댄 畢竟在甚麽處오 咄ㅣ 三條椽下와
총부재자리니라 기부재자리인댄 필경재심마처오 돌ㅣ 삼조연하와
七尺單前이로다
칠척단전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이나 20년 내지 일생 동안 세속을 떠나 반연을 잊은 채 오로지 이 일을 밝히되 꿰뚫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병이 어디에 있는가? 참된 납자들은 시험삼아 드러내 보아라. 숙세부터 신령스런 기골이 없는 것은 아닌가?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루만 햇볕을 쬐고 열흘은 추운 것은 아닌가? 근기가 열등하고 의지가 미미한 것은 아닌가? 번뇌와 망상에 골몰한 것은 아닌가? 공에 빠지고 고요함에 막힌 것은 아닌가? 잡스런 독이 마음에 들어간 것은 아닌가? 시절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말이나 글귀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아직 얻지 못했으나 얻었다고 말하고, 아직 증득하지 못했으나 증득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만약 고황에 든 병을 논하자면 아무튼 이러한 것에 있지 않으리니, 이미 여기에 있지 않다면 결국에는 어느 곳에 있는가? 에잇! 세 개의 연목 아래와 7척 자리에 있느니라.
若論此事인댄 如登一座高山相似하니 三面은 平易하야 頃刻可上이라 極是
야논차사인댄 여등일좌고산상사하니 삼면은 평역하야 경각가상이라 극시
省力이며 極是利便이어니와 若曰回光返照하야 點檢將來인댄 耳朶依前兩
생력이며 극시리변이어니와 야왈회광반조하야 점검장내인댄 이타의전량
片皮며牙齒依舊一具骨이라 有甚交涉이며 有甚用處리요 若是拏雲攫霧
편피며아치의구일구골이라 유심교섭이며 유심용처리요 야시나운확무
底漢子인댄 決定不墮者野狐窟中하야 埋沒自己靈光하며 辜負出家本志
저한자인댄 결정부타자야호굴중하야 매몰자기령광하며 고부출가본지
하고 直向那一面懸崖峭壁無捿泊處하야 立ㅣ 超佛越祖心하며 辦ㅣ 久久
하고 직향나일면현애초벽무서박처하야 립ㅣ 초불월조심하며 판ㅣ 구구
無變志하야 不問上與不上과 得與不得하고 今日也ㅣ 扌廾 命跳하며 明日也
무변지하야 부문상여부상과 득여부득하고 금일야ㅣ 수공 명도하며 명일야ㅣ
ㅣ 扌廾命跳하야 跳來跳去에 跳到人法俱忘하며 心識路絶하야 驀然踏翻大
겸명도하야 도내도거에 도도인법구망하며 심식노절하야 맥연답번대
地하며 撞破虛空하면 元來山卽自己며 自己卽山이리니 山與自己도 猶是冤
지 하며 당파허공하면 원내산즉자기며 자기즉산이리니 산여자기도 유시원
家어니와 若要究竟衲僧의 向上巴鼻인댄 直須和座하야 颺在他方世界하야사
가어니와 야요구경납승의 향상파비인댄 직수화좌하야 양재타방세계하야사
始得다
시득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하나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으니, 세 면은 평이하여 잠깐동안에 오를 수 있어서 힘도 매우 들지 않고 지극히 편리하다. 그러나 만약 돌이켜 비추어서 점검해 본다면 귀는 여전히 두 조각의 가죽이며 이빨은 전과 같이 한 무더기의 뼈이니 무슨 상대할 꺼리가 있을 것이며 무슨 사용할 꺼리가 있겠는가? 만약 구름을 붙잡고 안개를 움켜잡는 놈이라면 결코 그런 들여우의 굴 속에 떨어져 자기의 신령스런 빛을 매몰시키거나 출가한 본래 의지를 저버리지 않고 곧장 저 한쪽 면인 매달린 듯 가파른 절벽의 발 붙일 수 없는 자리에서 부처님과 조사들을 뛰어넘는 마음을 세우고 오래도록 변함이 없는 의지를 갖추고는 오를 수 있는가 오를 수 없는가 또는 얻을 수 있는가 얻을 수 없는가를 묻지 아니하고, 오늘도 목숨을 던지고 뛰어 오르며 내일도 목숨을 던지고 뛰어 오름에 뛰어 오르고 뛰어 오르다 사람도 법도 모두 잊고 심식의 길도 끊어진 자리에 이르러 갑자기 대지를 밟아 엎어버리고 허공을 두드려 깨트려버리면 원래 산이 곧 자기이고 자기가 곧 산이리니, 산과 자기도 오히려 원수이거니와 만약 완벽한 납자의 최상의 요처를 성취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그 앉은 자리까지 타방세계에 날려버려야 옳으리다.
一二三四와四三二一이 鉤鎖連環하야 銀山鐵壁이라 虛見得破ㅣ 跳得出
일이삼사와사삼이일이 구쇄련환하야 은산철벽이라 허견득파ㅣ 도득출
하면 大千沙界海中漚요 一切聖賢이 如電拂이어니와 若是虛見不破ㅣ 跳
하면 대천사계해중구요 일절성현이 여전불이어니와 야시허견부파ㅣ 도
不出인댄 切須翻天覆地하며 離巢越窟하고 便就一歸何處上하야 東擊
부출인댄 절수번천복지하며 리소월굴하고 변취일귀하처상하야 동격
西敲하며 橫逼竪逼하야 逼來逼去에 逼到無棲泊ㅣ 不奈何處하야 誠須
서고하며 횡핍수핍하야 핍내핍거에 핍도무서박ㅣ 부나하처하야 성수
重加猛利하야 翻身一擲하면 土塊泥團이 悉皆成佛이어니와 若是不尢兼
중가맹리하야 번신일척하면 토괴니단이 실개성불이어니와 야시부왕겸
不尢兼하며 半進半出을 蛇呑蝦蟆인댄 西峰은 敢道驢年이라사 始得다호리
부왕겸하며 반진반출을 사탄하마인댄 서봉은 감도려년이라사 시득다호리라
라
1‧2‧3‧4와 4‧3‧2‧1이 쇠사슬의 연이어진 고리와 같이 은산철벽을 이루고 있으니, 힐끗 보아 간파하고 뛰어서 벗어나면 모래알 같은 대천세계가 바다 가운데의 거품이요 일체 성현이 번개가 치는 것과 같겠지만, 힐끗 보아 간파하지 못하고 뛰어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무쪼록 하늘을 뒤집고 땅을 뒤엎으며 소굴을 벗어나 문득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 위로 나아가 동쪽으로 부딪치고 서쪽으로 두드리며 가로로 다그치고 세로로 핍박하여, 핍박하고 핍박하여 핍박하기를 깃들일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자리까지 이르러 진실로 맹렬하고 예리함을 더욱 더하여 몸을 뒤척여서 한 차례 던진다면 흙덩이나 진흙뭉치도 모두 성불하겠지만, 만약 삼킨 것도 아니요 뱉은 것도 아니어서 반쯤 들어가고 반쯤 나온 것이 마치 뱀이 개구리를 삼키듯 한다면 서봉은 감히 말하노니 당나귀의 해나 되어야 되겠다고 하리다.
結制示衆 其一三
결제시중기일삼
以拂子로∴과 三을畫하고 大衆은 還會麽아 若也會得인댄 如來禪祖
이불자로∴과 삼을화하고 대중은 환회마아 야야회득인댄 여내선조
師禪과栗棘蓬ㅣ 金剛圈과 五位偏正과 三要三玄을 無不貫丳하며 無
사선과률극봉ㅣ 금강권과 오위편정과 삼요삼현을 무부관찬하며무
不窮源하리니 到者裡하야는 說甚長期短期며 空觀假觀이리요 得念失念
부궁원하리니 도자리하야는 설심장기단기며 공관가관이리요 득념실념
이 無非解 脫이며 成法破法이 皆名涅槃이어니와 若也不會인댄汝等一
이 무비해탈이며 성법파법이 개명열반이어니와 야야부회인댄여등일
衆
중이
이 旣是各各齎粮裹糝하고 發大心來라九十日中十二時內에 切切偲
기시각각재량과삼하고 발대심내라구십일중십이시내에 절절시
偲하며 兢兢業業하야 莫問到與不到와 得與不得하고 牽絆草鞋하며緊
시하며 긍긍업업하야 막문도여부도와 득여부득하고 견반초혜하며긴
着脚頭하야 如冰稜上行과 金刃 刃丶上走하야 捨命忘形하고 但恁麽去니 착각두하야 여빙능상항과 금인 인주상주하야 사명망형하고 단임마거니
纔到水窮雲盡處와 烟消火滅時하면 驀然踏着本地風光하야 管取超佛
재도수궁운진처와 연소화멸시하면 맥연답착본지풍광하야 관취
越祖하리라 直饒恁麽悟去라도 猶是法身邊事라 若曰法身向上事인댄
초불월조하리라 직요임마오거라도 유시법신변사라 야왈법신향상사인댄
未夢見在니 何故오 欲窮千里目인댄 更上一層樓니라
미몽견재니 하고오 욕궁천리목인댄 갱상일층누니라
(불자로 ∴과 삼을 그리고) 대중들은 알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여래선과 조사선과 밤송이와 금강덩어리와 오위편정오위편정과 삼요삼요 및 삼현삼현을 꼬챙이에 꿰지 못할 것이 없으며 근원을 궁구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무슨 장기간이니 단기간을 말할 것이며 공관이니 가관을 말하겠는가? 생각을 얻거나 생각을 잃는 것이 해탈 아님이 없으며 법을 이루고 법을 깨트리는 것이 모두 열반이라 이름하거니와, 만약 알지 못했다면 너희 대중들이 이미 제각기 양식과 음식을 꾸려 싸가지고 큰 마음을 내어 왔으니 90일 동안 12시간 안에 간절하고 간절하며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게, 이르느냐 이르지 못하느냐 혹은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도 묻지 말고 신발을 끌어당겨 매고 다리에 힘을 주어 마치 얼음 위를 가듯이 칼날 위를 달리듯이 목숨을 버리고 형상을 잊은 채 다만 이렇게 나아갈지니, 물이 말라붙고 구름이 모두 걷힌 자리와 연기가 사라지고 불이 꺼진 때에 이르기만 하면 불현 듯 본지풍광을 밟아서 반드시 부처님과 조사들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이렇게 깨달았더라도 여전히 법신 주변의 일일 뿐, 만약 법신의 위로 향하는 일로 말하자면 아직 꿈에도 보지 못한 것이리다. 무슨 까닭인가? 천리안을 마음껏 발휘하자면 다시 한층의 누각을 올라가야 되기 때문이다.
示衆 其一四
시중기일사
若論叅禪之要인댄不可執蒲團爲工夫하야墮於昏沈散亂中하며落在輕
약논참선지요인댄부가집포단위공부하야타어혼심산난중하며낙재경
安寂靜裡하야扌忽皆不覺不知니非唯虛喪光陰이라難消施主供養이리라一
안적정리하야수홀개부각부지니비유허상광음이라난소시주공양이리라일
朝眼光落地之時에 畢竟將何所靠오 山僧이 昔年在衆에 除二時粥飯
조안광낙지지시에 필경장하소고오 산승이 석년재중에 제이시죽반
하고 不曾上蒲團하야 只是從朝至暮하며 東行西行하야 步步不離하며
하고 부증상포단하야 지시종조지모하며 동항서항하야 보보부리하며
心心無間하야 如是經及三載호대 曾無一念懈怠心이라가 一日에 驀然
심심무간하야 여시경급삼재호대 증무일념해태심이라가 일일에 맥연
踏着自家底호니 元來寸步不曾移러라
답착자가저호니 원내촌보부증이러라
만일 참선의 요점을 말하자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공부라 여겨 혼침과 산란에 빠져들거나 편안함과 고요함 속에 떨어져 도무지 느끼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해서는 되지 않나니, 비단 시간을 헛되이 죽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주의 공양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 아침에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는 결국 무엇을 가지고 의지할 바를 삼겠는가? 산승이 예년에 대중으로 있을 때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를 제하고는 방석에 올라 앉지 않고 다만 아침부터 저녘까지 동쪽으로 갔다 서쪽으로 갔다 하며 걸음걸음에 화두를 여의지 않았고 마음마음에 간단간단이 없었다. 이와 같이 지내기를 3년이 되도록 일찍이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다가, 하루는 불현 듯 자기의 집이란 것을 밟고 보니 원래 한 치의 걸음도 옮긴 적이 없더라.
昏忱掉擧와 喜怒哀樂이 卽是眞如佛性이며 智慧解脫이언만은 只緣不
혼침도거와 희노애낙이 즉시진여불성이며 지혜해탈이언만은 지연부
遇斯人하야醍醐上味ㅣ 翻成毒藥이로다 靈利漢이 假饒直下知非하야
우사인하야제호상미ㅣ 번성독약이로다 령리한이 가요직하지비하야
全身擔荷라도 正好朝打三千하고 暮打八百이니 何故오 豈不見道아 知
전신담하라도 정호조타삼천하고 모타팔백이니 하고오 개부견도아 지
之一字ㅣ 衆禍之門이니라
지일자ㅣ 중화지문이니라
혼침과 산란 및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그대로가 진여스런 불성이요 지혜로운 해탈이건만 단지 그러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반연으로 제호제호의 으뜸가는 맛이 도리어 독약이 되었다. 영리한 자가 설령 당장에 그른 줄 알아서 온 몸으로 짊어지더라도 마침맞게 아침에 3천 방을 때릴 것이요 저녁에 8백 방을 때릴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어찌 듣지 못했는가? ‘안다’는 한 글자가 온갓 재앙의 문이란 것을.
若論此事인댄如蚊子上鐵牛相似하니 更不問如何若何하고 便向下
약논차사인댄여문자상철우상사하니 갱부문여하야하하고 변향하
觜不得處하야 拌命一鑽하야 和身透入이니라 正恁麽時에 如處百千萬
자부득처하야 반명일찬하야 화신투입이니라 정임마시에 여처백천만
億香水海中하야 取之無盡하며 用之無竭이어니와 設使志不堅ㅣ 心不
억향수해중하야 취지무진하며 용지무갈이어니와 설사지부견ㅣ 심부
一하야悠悠漾漾하며東飛西飛인댄饒你飛到非非想天이라도依舊只是箇
餓蚊子리라
일하야유유양양하며동비서비인댄요니비도비비상천이라도의구지시개아문자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모기가 무쇠소에 오르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되는가 어떤 것인가 하며 다시 묻지도 말고 문득 부리를 내릴 수 없는 자리에서 목숨을 던지고 한 차례 뚫어서 몸까지 꿰뚫어 들어가야 하리다. 바로 이러한 때에 마치 백천만억의 향수해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가져도 다함이 없고 사용해도 고갈됨이 없지만, 만약 뜻이 견고하지 못하고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여 그럭저럭 흐늘흐늘 동쪽으로 날다가 서쪽으로 날다가 한다면 비록 네가 날아서 비비상천에 이른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낱 주린 모기일 뿐이리다.
端陽示衆 其一五
단양시중기일오
三十年來에 橫草不拈하며 竪草不踏하고 單單只合得一服快活無憂散
삼십년내에 횡초부념하며 수초부답하고 단단지합득일복쾌활무우산
호니 其藥이 雖微나 奏功이極大라 不問佛病祖病과 心病禪病과 凡病
호니 기약이 수미나 주공이극대라 부문불병조병과 심병선병과 범병
聖病과生病死病과 是病非病하고 除禪和子의 一種毛病之外에 聞
성병과생병사병과 시병비병하고 제선화자의 일종모병지외에 문
者見者ㅣ 無不靈驗이니라 且喚甚麽하야 作毛病고 良久云ㅣ 各請歸堂
하야 點檢看하라
자견자ㅣ 무부령험이니라 차환심마하야 작모병고 량구운ㅣ 각청귀당하야 점검간하라
30년 동안 가로누운 풀은 집어 올리지 않고 세로선 풀은 밟지 않은 채 오로지 다만 마침맞게 쾌활무우산을 한 차례 복용하였더니 그 약이 비록 조금이었으나 효과는 지대하여 부처병 조사병 마음병 참선병 범부병 성인병 탄생병 죽음병 옳은병 그른병 할 것 없이 오직 참선하는 승려들의 한 가지 병통을 제외하고는 그 약을 듣기만 하고 보기만 해도 영험이 없지 않았으니, 그러면 무엇을 가지고 병통이라 하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제각기 방으로 돌아가 점검해 보라.
示衆 其一六
시중기일륙
若謂着實叅禪인댄 決須具足三要니라 第一要는 有ㅣ 大信根이니 明知
야위착실참선인댄 결수구족삼요니라 제일요는 유ㅣ 대신근이니 명지
此事ㅣ 如靠一座須彌山이요 第二要는 有ㅣ 大憤志니 如遇殺父寃讎
차사ㅣ 여고일좌수미산이요 제이요는 유ㅣ 대분지니 여우살부원수
하야 直欲便與一刀兩段이요 第三要는有ㅣ 大疑情이니 如暗地에 做了
하야 직욕변여일도량단이요 제삼요는유ㅣ 대의정이니 여암지에 주료
一件極事하야 正在欲露未露之時니라 十二時中에 果能具此三要인댄
일건극사하야 정재욕노미노지시니라 십이시중에 과능구차삼요인댄
管取克日功成하야不怕甕中走鼈이어니와 苟闕其一인댄 譬如折足之鼎
관취극일공성하야부파옹중주별이어니와 구궐기일인댄 비여절족지정
이 終成廢器니라 然雖如是니 落在西峰坑子裡하야는 也不得不救로다
咄하노라 이 종성폐기니라 연수여시니 낙재서봉갱자리하야는 야부득부구로다 돌하노라
만약 착실한 참선이라 일컫는다면 반드시 세 가지 요긴함을 갖추어야 하나니, 첫째의 요긴함은 커다란 믿음의 뿌리가 있어야 함이니 이 일은 하나의 수미산에 의지함과 같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이요, 둘째의 요긴함은 크게 분한 생각이 있어야 하나니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난 듯이 곧장 한 칼에 두 동강이를 내고자 해야 하는 것이요, 셋째의 요긴함은 큰 의정의정이 있어야 하나니 마치 어두운 곳에서 한 가지 중대한 일을 하였음에 바로 드러나려 하면서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때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12시간 가운데 과연 이러한 세 가지의 요긴함을 능히 갖춘다면 반드시 시일 내에 공을 성취하여 독 속에서 달리는 자라를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만일에 그 하나만이라도 빠트리면 비유컨대 마치 다리 부러진 솥이 마침내 못쓰는 그릇이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서봉의 구덩이에 떨어진다면 구제하지 않을 수 없도다. 에잇!
拈主丈云 者一着子를從上佛祖ㅣ 求之호대雖歷千魔萬難과 萬死千生이라
념주장운 자일착자를종상불조ㅣ 구지호대수력천마만난과 만사천생이라도
도 如水東流하야 不到滄溟하야는 決定不止시니 以此推之컨댄 大不容
여수동류하야 부도창명하야는 결정부지시니 이차추지컨댄 대부용
易로다若要點鐵成金하야 與千聖同域인댄 豈淺識小見者의 所能擬議리
역로다야요점철성금하야 여천성동역인댄 개천식소견자의 소능의의리
요 直須具ㅣ 擧鼎拔山力과 包天括地量과 斬釘截鐵機와 打鳳羅龍手
요 직수구ㅣ 거정발산력과 포천괄지량과 참정절철기와 타봉나룡수
니라 果有如是操略인댄 拄杖으로 助以發機호리라 卓一下云 有意氣時에
니라 과유여시조략인댄 주장으로 조이발기호리라 탁일하운 유의기시에
添意氣로다 又卓一下云 不風流處에 也風流로다 若是跛鼈盲龜댄 止跳得
첨의기로다 우탁일하운 부풍류처에 야풍류로다 야시파별맹구댄 지도득ㅣ
ㅣ 一跳兩跳에 伎倆이 已盡하리니 西峰門下에 扌忽用不着이로다 度拄杖喚侍
일도량도에 기량이 이진하리니 서봉문하에 수홀용부착이로다 도주장환시
者云 送在師子巖頭하야 一任東湧西沒케하라
자운 송재사자암두하야 일임동용서몰케하라
(주장자를 집어들고 이르기를) 이 한 소식은 역대로 부처님과 조사들이 이것을 구하기 위하여 비록 1천의 마구니와 1만의 어려움을 겪으며 1만 번 죽고 1천 번 다시 태어나더라도 마치 물이 동쪽으로 흐름에 대해에 도착하지 않고는 결코 그치지 않는 것과 같이 하셨으니, 이로 미루어 보건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쇠를 두드려 금이 되게 하듯이 뭇 성인들과 더불어 같은 경지가 되고자 한다면 어찌 얕은 지식과 조그만 소견을 가진 자들이 능히 헤아려 논의할 바이겠는가? 모름지기 솥을 들고 산을 뽑는 힘과 천지를 포괄하는 아량과 못을 끊고 쇠를 자르는 근기와 봉봉을 때려잡고 용을 그물질하는 솜씨를 갖춘 이라야 된다. 과연 이와 같은 지조와 방략이 있다면 주장자로 심기를 발동시키도록 도우리다.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의기가 있을 때 의기가 더해진다. (또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풍류가 없는 자리에 또한 풍류가 있도다. 만일 절름발이 자라이거나 눈먼 거북이라면 다만 뛰더라도 한두 번 뛰다가 기량이 다할 것이니 서봉의 문하에서는 도무지 쓸모가 없다. (주장자를 건네주려고 시자를 불러 이르기를) 사자바위로 보내어 갔다 두고는 제멋대로 동쪽으로 솟고 서쪽으로 빠지게 하라.
若論此事의 眞正用工인댄 決定不在行住坐臥處하며 決定不在着衣喫
야논차사의 진정용공인댄 결정부재항주좌와처하며 결정부재착의끽
飯處하며 決定不在屙屎放尿處하며 決定不在語黙動靜處니라 旣然如
반처하며 결정부재아시방뇨처하며 결정부재어묵동정처니라 기연여
是인댄 畢竟在甚麽處오 聻ㅣ 若向者裏하야 知得落處인댄 便見未出母
시인댄 필경재심마처오 적ㅣ 야향자리하야 지득낙처인댄 변견미출모
胎에 已自行脚了也며 已自來見高峰了也며 已自心空及第了也며 已
태에 이자항각료야며 이자내견고봉료야며 이자심공급제료야며 이
自接物利生了也어니와 設使無明垢重하야 不覺不知인댄 未免先以定으
자접물리생료야어니와 설사무명구중하야 부각부지인댄 미면선이정으
로 動하고 後以智로 拔이니라 良久喝一喝云 一隊無孔鐵槌로다
로 동하고 후이지로 발이니라 양구갈일갈운 일대무공철퇴로다
만약 이 일의 진정한 공부를 논하자면 결코 가고 머무르며 앉거나 눕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옷을 입거나 밥을 먹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똥 누거나 오줌 누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말하거나 침묵하며 움직이거나 잠잠한 자리에 있지 않다. 기왕에 이와 같다면 결국에는 어떤 자리에 있는가? 적! 만약 이 속에서 귀결처를 안다면 곧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기 전에 벌써 행각을 마쳤으며, 이미 와서 고봉을 보았으며, 이미 마음이 공해 급제하였으며, 이미 만물을 제접하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였음을 볼 것이다. 설령 무명의 때가 막중하여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면 먼저 선정으로 움직이고 다음에 지혜로써 뽑아주지 않을 수 없다. (한참 있다가 ‘할’을 한 번 하고는 말하기를) 한 무리의 구멍 없는 무쇠방망이로다.
示理通上人 其一七
시리통상인 기일칠
大抵學人이 打頭不遇本分作家하야 十年二十年을 者邊那邊에 或叅
대저학인이 타두부우본분작가하야 십년이십년을 자변나변에 혹참
或學하며 或傳或記호대 殘羹餿飯 惡知惡覺을 尖尖滿滿히 築一肚皮
혹학하며 혹전혹기호대 잔갱수반 악지악각을 첨첨만만히 축일두피
호대 正如箇臭糟甁相似하니 若要箇有鼻孔底ㅣ 聞着인댄 未免惡心嘔
호대 정여개취조병상사하니 야요개유비공저ㅣ 문착인댄 미면악심구
吐하리라 到者裏하야 設要知非悔過하야 別立生涯인댄 直須盡底傾出하
토하리라 도자리하야 설요지비회과하야 별립생애인댄 직수진저경출하
고 三回四回洗하며 七番八番泡去하야 敎乾乾淨淨하야 無一點氣息하
고 삼회사회세하며 칠번팔번포거하야 교건건정정하야 무일점기식하야사
야사 般若靈丹을 方堪趣向이어니와 若是忽忽草草하야 打屛不乾인댄縱
반야령단을 방감취향이어니와 야시홀홀초초하야 타병부건인댄종
盛上品醍醐라도 亦未免變作一甁惡水리라且道하라 利害ㅣ 在甚麽處오
성상품제호라도 역미면변작일병악수리라차도하라 리해ㅣ 재심마처오
咄ㅣ 毒氣深入이로다 돌ㅣ 독기심입이로다
대저 공부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진짜배기 종사를 만나지 못하여 10년이고 20년이고 여기저기에서 혹은 참선하고 혹은 글을 익히며 혹은 전해 받고 혹은 기억하되 먹다 남은 국에 쉰밥과 나쁜 지식 나쁜 깨달음을 소복하고 그득하게 뱃가죽에 다져 쌓아서 마치 냄새나는 지게미를 담은 병과 같으니, 만약 콧구멍이 있는 자에게 냄새를 맡으라면 메스끄워 구토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만약 그른 줄 알고 허물을 뉘우치며 따로 삶을 건립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철저하게 쏟아내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씻으며 일곱 번이고 여덟 번이고 울궈내고서 바짝 말려 깨끗하게 하여 한 점의 냄새도 없게 하여야 바야흐로 감히 반야의 영단영단을 향해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소홀하고 거칠어서 씻은 것이 마르지도 않았다면 설령 윗질의 제호제호를 담더라도 또한 한 병의 더러운 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示衆 其一八
시중기일팔
良醫治病에 先究其根하나니 纔得其根이면 無病不治리라 禪和子ㅣ 成
량의치병에 선구기근하나니 재득기근이면 무병부치리라 선화자ㅣ 성
十年ㅣ 二十年토록 篤信守一호대 不明生死者는 盖爲不究其根이니 須
십년ㅣ 이십년토록 독신수일호대 부명생사자는 개위부구기근이니 수
知人我는 卽生死之根이요 生死는 卽人我之葉이라 要去其葉인댄 必先
지인아는 즉생사지근이요 생사는 즉인아지섭이라 요거기섭인댄 필선
除根니 根旣除已면 其葉이 何存이리요 然雖如是나 爭知此根이 從曠
제근니 근기제이면 기섭이 하존이리요 연수여시나 쟁지차근이 종광
大劫來로 栽培深固리요 若非擧鼎拔山之力인댄 卒難勦除라 未免借
대겁내로 재배심고리요 야비거정발산지력인댄 졸난초제라 미면차
拄杖子威光하야 特爲諸人出熱去也니라 卓拄杖一下하고 喝一喝云 勞而無功
주장자위광하야 특위제인출열거야니라 탁주장일하하고 갈일갈운 노이무공이로다
이로다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 먼저 그 근원을 철저히 밝혀내나니, 그 근원을 밝혀내기만 하면 치료하지 못할 병이 없다. 참선하는 납자들이 10년이고 20년이고 돈독한 믿음으로 하나만을 지키되 생사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 근원을 철저히 밝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알진대, 인상과 아상은 생사의 뿌리요 생사는 인상과 아상의 잎이므로 그 잎을 제거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뿌리를 제거해야 할 것이니, 뿌리가 이미 제거되었는데 그 잎이 어찌 존재하겠는가?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이 뿌리가 광대한 겁 이래로 깊고도 견고하게 심고 가꾸어 왔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만약 솥을 들고 산을 뽑아내는 힘이 아니면 끝내 제거하기 어려울 것이니, 주장자의 위광을 빌려 특별히 여러분들을 위해 열기를 내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자를 한 번 치고 ‘할’을 한 차례 하고는 말하기를) 수고롭기만 하고 공이 없구나.
若論此事의 的的用工인댄 正如獄中當死罪人이忽遇獄子의 醉酒睡着
야논차사의 적적용공인댄 정여옥중당사죄인이홀우옥자의 취주수착
하야 敲枷打鎖하고 連夜奔逃호대 於路에 雖多毒龍猛虎라도 一往直前
하야 고가타쇄하고 련야분도호대 어노에 수다독룡맹호라도 일왕직전
하야 了無所畏니 何故오 只爲一箇切字니라 用工之際에果能有此切心
하야 료무소외니 하고오 지위일개절자니라 용공지제에과능유차절심
이면 管取百發百中하리라 卽今에 莫有中底麽아 以拂子擊禪床一下云 毫釐
이면 관취백발백중하리라 즉금에 막유중저마아 이불자격선상일하운 호리
有差에天地懸隔이니라유차에천지현격이니라
만일 이 일의 확실한 공부법을 논하자면 마치 감옥에서 죽음에 직면한 죄인이 홀연히 간수가 술에 취해 자는 기회를 만나 칼과 수갑을 부수어버리고 밤을 이어 도망감에 길에 비록 독룡이나 맹호가 우글거리더라도 오로지 곧장 앞으로 나아갈 뿐 두려워하는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슨 까닭인가? 단지 하나의 ‘간절’자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에 능히 이 같은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백발백중하리다. 지금 명중시킨 자는 없는가? (불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 이르기를) 털끝만치 어긋나도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생기느니라.
拈拄杖云 到者裏하야는人法俱忘하고心識路絶이라擧步則大海騰波하고
념주장운 도자리하야는인법구망하고심식노절이라거보칙대해등파하고
彈指則須彌岌峇하며泥團土塊ㅣ 放大光明하고瓠子冬苽ㅣ 熾然常說하
탄지칙수미급합하며니단토괴ㅣ 방대광명하고호자동고ㅣ 치연상설하리라
리라然雖如是나若到西峰門下인댄未免臂長袖短하야露出一橛이니直須
연수여시나야도서봉문하인댄미면비장수단하야노출일궐이니직수
廓ㅣ 頂門正眼하야虛見破空劫已前自己ㅣ 與今幻化色身으로無二無別이
곽ㅣ 정문정안하야허견파공겁이전자기ㅣ 여금환화색신으로무이무별이니라
니라且道하라如何是空却已前自己오聻하고 卓拄杖一下云 金剛이喫鐵棒하니
차도하라여하시공각이전자기오적하고 탁주장일하운 금강이끽철봉하니
泥牛眼出血이로다 니우안출혈이로다
(주장자를 집어들고서 이르기를) 여기에 이르면 사람도 법도 모두 잊어버리고 심식의 길이 끊어졌으므로 발걸음을 들면 곧 바다에 파도가 넘실거리고 손가락을 퉁기면 수미산이 우뚝 솟으며 진흙뭉치와 흙덩이가 대광명을 발산하고 박과 동과가 치열하게 법을 설한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만약 서봉의 문하에 온다면 팔은 긴데 소매가 짧아 팔뚝이 노출됨을 면치 못할 것이니, 곧장 정수리의 바른 눈을 활짝 떠서 공겁 이전의 자기가 지금의 허황된 색신과 더불어 둘도 없고 다름도 없음을 힐끗 보아 간파해야 한다. 일러보아라, 어떤 것이 공겁 이전의 자기인가? 적! (주장자를 한 번 치고 말하기를) 금강신장이 쇠몽둥이를 맞으니 진흙소의 눈에 피가 나는구나.
解制示衆 其一九
해제시중기일구
若論此事인댄 無尊無卑하며 無老無少하며 無男無女하며 無利無鈍이니
야논차사인댄 무존무비하며 무노무소하며 무남무녀하며 무리무둔이니
故我世尊이 於正覺山前臘月八夜에 見明星悟道하시고 乃言奇哉라
고아세존이 어정각산전납월팔야에 견명성오도하시고 내언기재라
衆生이여 具有如來智慧德相이라하며 又云心佛及衆生이是三無差別이
중생이여 구유여내지혜덕상이라하며 우운심불급중생이시삼무차별이라하며
라하며 又云是法이 平等하여 無有高下라하시니 旣無差別하며 亦無高下
우운시법이 평등하여 무유고하라하시니 기무차별하며 역무고하인댄
인댄 從上佛祖와古今知識과 乃至天下老和尙이 有契有證하며 有遲有
종상불조와고금지식과 내지천하노화상이 유계유증하며 유
速하며 有難有易는 畢竟如何오
지유속하며 유난유역는 필경여하오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존귀함도 비천함도 없으며 늙음도 젊음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으며 예리함도 아둔함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부처님이 정각산 앞에서 납월 8일 새벽에 밝은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닫고는 이에 말씀하시기를 「기이하도다! 중생들이여. 여래의 지혜와 덕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구나」 하셨으며, 또 말씀하시기를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 하셨으며, 또 말씀하시기를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 하셨으니, 이미 차별이 없고 또한 높고 낮음이 없다면 역대의 부처님과 조사와 고금의 선지식 내지는 천하의 노스님들이 계합하기도 하고 증득하기도 하며, 더디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며,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것은 결국에 무엇 때문인가?
譬如諸人이 在此하야各各有箇家業이어든 驀然一日에 回光返照하여
비여제인이 재차하야각각유개가업이어든 맥연일일에 회광반조하여
思憶還源호대 或有經年而到者하며 或有經月而到者하며 或有經日而
사억환원호대 혹유경년이도자하며 혹유경월이도자하며 혹유경일이
到者하며 或有頃刻而到者하며 又有至死而不到者하니 盖離家有遠近
도자하며 혹유경각이도자하며 우유지사이부도자하니 개이가유원근
之殊故로 到有遲速難易之別이니라 然雖如是나 中間에 有箇漢子는
지수고로 도유지속난역지별이니라 연수여시나 중간에 유개한자는
無家業可歸며 無禪道可學이며 無生死可脫이며 無涅槃可證이라 終日
무가업가귀며 무선도가학이며 무생사가탈이며 무열반가증이라 종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나니라 若也點檢得出인댄 釋迦彌勒이 與你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나니라 야야점검득출인댄 석가미늑이 여니제
提甁挈鉢이라도 亦不爲分外어니사 苟或不然인댄 以拂子擊禪床兩下하고 喝兩喝
병설발이라도 역부위분외어니사 구혹부연인댄 이불자격선상량하하고 갈량갈
云 若到諸方이어든 切忌錯擧어다
운 야도제방이어든 절기착거어다
비유컨대 마치 여러분들이 여기에 있는데 제각기 가업가업이 있다고 할 때, 하루는 별안간 생각을 돌려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되 어떤 이는 한 해만에 도착하고 어떤 이는 한 달만에 도착하며 어떤 이는 하루만에 도착하고 어떤 이는 잠시만에 도착하며 또한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도착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니, 대개 집과의 거리가 멀고 가까운 차별이 있기 때문에 도착하는데 더디거나 빠르거나 또는 어렵거나 쉬운 차별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그 가운데 어떤 자는 돌아갈 만한 집이 없으며 배울 만한 선도선도가 없으며 벗어날 만한 생사가 없으며 증득할 만한 열반이 없기에 종일토록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롭나니, 만약 이를 점검해 낸다면 석가나 미륵불이 그대에게 물병을 가져다 주고 발우를 펴주더라도 또한 과분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불자로 선상을 두 차례 내려치고 ‘할’을 두 번하고 이르기를) 만약 제방에 이르거든 부디 잘못 이야기하지 말라.
示 衆 其二十
시중기이십
若論此一段奇特之事인댄 人人이 本具하며 箇箇圓成하니 如握拳展掌
야논차일단기특지사인댄 인인이 본구하며 개개원성하니 여악권전장하야
하야 渾不犯絲毫之力이언만은祗爲心猿이 擾擾하고 意馬ㅣ 喧喧하야 恣
혼부범사호지력이언만은지위심원이 요요하고 의마ㅣ 훤훤하야 자
縱三毒無明하며 妄執人我等相이 如水澆氷에 愈加濃厚하야 障却自
종삼독무명하며 망집인아등상이 여수요빙에 유가농후하야 장각자
己靈光하야 決定無由得現이니라 若是生鐵鑄就底漢子ㅣ 的實要明인댄
기령광하야 결정무유득현이니라 야시생철주취저한자ㅣ 적실요명인댄
亦非造次니 直須發大志ㅣ 立大願하야 殺却心猿意馬하며 斷除妄想
역비조차니 직수발대지ㅣ 립대원하야 살각심원의마하며 단제망상
塵勞하고 如在急水灘頭泊舟相似하야 不顧危亡得失과 人我是非하고
진노하고 여재급수탄두박주상사하야 부고위망득실과 인아시비하고
忘寢忘餐하며 絶思絶慮하야 晝三夜三에 心心相次하며 念念相續하야
망침망찬하며 절사절려하야 주삼야삼에 심심상차하며 념념상속하야
剳定脚頭하며 咬定牙關하고 牢牢把定繩頭하야 更不容絲毫走作이니라
답정각두하며 교정아관하고 뇌뇌파정승두하야 갱부용사호주작이니라
假使有人이 取你頭하며 除你手足하며 剜你心肝하야 乃至命終이라도
가사유인이 취니두하며 제니수족하며 완니심간하야 내지명종이라도
誠不可捨니 到者裡하야사 方有少分做工夫氣味하리라
성부가사니 도자리하야사 방유소분주공부기미하리라
만일 이 한 토막의 기특한 일을 논하자면 사람마다 본디 갖추고 있고 제각기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으니 마치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펴는 것과 같아서 거의 실끝만한 힘도 범하지 않건마는, 다만 마음의 원숭이가 어지럽고 의식의 말이 시끄러워 삼독 무명을 제멋대로 내버려두며 망령되이 인상과 아상 등에 집착함이 마치 얼음에 물을 뿌리면 뿌릴수록 더욱 두터워지듯이 자신의 신령스런 광명을 장애하여 결코 드러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만약 무쇠로 주조하여 만든 놈이 정확하게 밝히고자 한더라도 또한 경솔하게 할 일이 아니니, 모름지기 큰 뜻을 내고 큰 서원을 세워 마음의 원숭이와 의식의 말을 잡아죽이고 망상과 번뇌를 끊어 없애기를 마치 급류의 여울목에 배를 대듯이, 위태로움과 죽음과 얻음과 잃음과 인상과 아상과 옳음과 그름 등을 돌아보지 말며 잠도 잊고 끼니도 잊고 생각도 끊고 걱정도 끊은 채 밤낮으로 마음마음을 잇대고 생각생각 계속하여 다리를 딱 버티고 어금니를 악물고 굳건히 밧줄을 거머쥐고서 털끝만큼의 이탈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설령 어떤 사람이 그대의 머리를 베어 가고 그대의 수족을 떼어내며 그대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목숨이 다하기에 이르더라도 절대로 버려서는 안되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공부한 기미가 있다 할 것이다.
嗟乎末法에 去聖時遙하야 多有一等泛泛之流ㅣ 竟不信有悟門하고
차호말법에 거성시요하야 다유일등범범지류ㅣ 경부신유오문하고
但只向ㅣ 者邊穿鑿하며 那邊計較하나니 直饒計較得成하며 穿鑿得就
단지향ㅣ 자변천착하며 나변계교하나니 직요계교득성하며 천착득취
라도 眼光落地時에 還用得着也無아 若用得着인댄 世尊의雪山六年과
라도 안광낙지시에 환용득착야무아 야용득착인댄 세존의설산륙년과
達磨의 少林九載와 長慶의 坐破七箇蒲團과 香林의 四十年에 方成
달마의 소림구재와 장경의 좌파칠개포단과 향림의 사십년에 방성
一片과 趙州의 三十年에 不雜用心은 何須討許多生受喫이리요 更有
일편과 조주의 삼십년에 부잡용심은 하수토허다생수끽이리요 갱유
一等漢子ㅣ 成十年二十年토록 用工호대 不曾有箇入處者는 只爲他ㅣ
일등한자ㅣ 성십년이십년토록 용공호대 부증유개입처자는 지위타ㅣ
宿無靈骨하야 志不堅固하고 半信半疑하며 或起或倒하야 弄來弄去에
숙무령골하야 지부견고하고 반신반의하며 혹기혹도하야 농내농거에
世情은 轉轉純熟하고 道念은 漸漸生踈하야 十二時中에難有一箇時辰
세정은 전전순숙하고 도념은 점점생소하야 십이시중에난유일개시신
이라도 把捉得定하야 打成一片하나니似者般底는 直饒弄到彌勒下生이라
이라도 파착득정하야 타성일편하나니사자반저는 직요농도미늑하생이라도
도 也有甚麽交涉이리요 야유심마교섭이리요
오호라! 말법에 성현의 시대와는 떨어져 아득함에 한 부류의 대강대강 살아가는 무리들이 많이 있어 깨달음의 문이 있다는 사실은 끝내 믿지 않고 다만 이쪽에서 파헤쳐보고 저쪽에서 계교하고 있으니, 설령 계교하여 이루게 되고 파헤쳐 성취하더라도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는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소용이 있다면 세존께서 설산에서 6년 동안 고행한 것과, 달마가 소림에서 9년 동안 면벽한 것과, 장경이 7개의 방석이 헤지도록 좌선한 것과, 향림이 40년만에 비로소 일념을 이룬 것과, 조주가 30년 동안 잡되게 마음을 쓰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에 허다한 생고생을 하였겠는가. 다시 한 부류의 놈들이 있어 10년이고 20년 동안 공부는 하였으되 깨달은 적이 있지 못했던 것은 다만 그들이 숙세에 신령스런 기골이 없어서 의지가 견고하지 못하여 반신반의하며 혹은 일어서고 혹은 거꾸러지며 이렇게 저렇게 해나감에 세간의 정은 갈수록 익어가고 도에 대한 생각은 점점 생소해져 12시간 중에 1시간도 선정을 다잡고 일념을 이루기가 어렵게 되었으니, 이 같은 놈들은 설령 미륵이 하생하게 되더라도 또한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若是眞正本色行脚高士인댄 不肯胡亂하고 打頭에 便要尋箇作家하야
약시진정본색항각고사인댄 부긍호난하고 타두에 변요심개작가하야
纔聞擧着一言半句하고 更不擬議하야 直下便恁麽信得及하며 作得主
재문거착일언반구하고 갱부의의하야 직하변임마신득급하며 작득주ㅣ
ㅣ 把得定하야 孤逈逈ㅣ 峭巍巍하며 淨裸裸ㅣ 赤灑灑하야 更不問危
파득정하야 고형형ㅣ 초외외하며 정나나ㅣ 적쇄쇄하야 갱부문위
亡得失하고 只恁麽捱將去하면 驀然繩斷喫攧하고 絶後再甦하야 看他
망득실하고 지임마애장거하면 맥연승단끽전하고 절후재소하야 간타
本地風光하리니 何處에 更覓佛矣리요 又有一偈하야 擧似大衆하노라 急
본지풍광하리니 하처에 갱멱불의리요 우유일게하야 거사대중하노라 급
水灘頭泊小舟하야 切須牢記者繩頭어다 驀然繩斷難迴避하면 直得通
수탄두박소주하야 절수뇌기자승두어다 맥연승단난회피하면 직득통
身血迸流하리라 ▲萬法歸一一何歸를 只貴惺惺着意疑니 疑到情忘心
신혈병류하리라 ▲만법귀일일하귀를 지귀성성착의의니 의도정망심
絶處하면 金烏夜半徹天飛리라
절처하면 금오야반철천비리라
만약 진정코 본색으로 행각하는 뜻 높은 선비라면 함부로 어지럽게 굴지 않고 애초에 진짜배기 종사를 찾아서 전해주는 말 한마디 반 구절을 듣자마자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은 채 당장에 그렇게 믿기만 하면 믿어지게 되고 하기만 하면 주체가 되며 잡기만 하면 안정이 되어 외로워서 아득하고 우뚝하여 드높으며 씻은 듯이 깨끗하고 벗은 듯이 숨김이 없어 다시는 위태로움과 죽음과 얻음과 잃음을 묻지 않고 다만 이렇게 정진해나가면 별안간 밧줄이 끊어져 곤두박질하여 죽었다가 후에 다시 소생하여 그의 본지풍광을 보게 될 것이니 어느 곳에서 다시 부처를 찾겠는가? 또 한 게송이 있으니 대중들에게 들어 보이노라.
급한물살 여울머리 작은배를 대려면은,
모름지기 이밧줄을 손에굳게 잡을진저.
문득밧줄 끊어져서 회피하기 어려우면,
그당장에 온몸에서 피가터져 솟아나리.
만법하나 돌아가니 하나어디 돌아갈꼬,
다만이것 성성하게 뜻을붙여 의심하라.
정을잊고 맘끊은곳 그의심이 이르르면,
금가마귀 야밤중에 하늘끝을 날으리다.
若窮此事의 用工極際인댄 正如空裡栽花하며 水中撈月이라 直是無你
야궁차사의 용공극제인댄 정여공리재화하며 수중로월이라 직시무니
下手處하며 無你用心處나니 往往에 纔遇者境界現前하야는 十箇有五
하수처하며 무니용심처나니 왕왕에 재우자경계현전하야는 십개유오
雙이 打退鼓하나니 殊不知正是到家底消息이로다 若是孟八郎漢인댄
쌍이 타퇴고하나니 수부지정시도가저소식이로다 야시맹팔낭한인댄
便就下手不得處 用心不及時하야 猶如關羽ㅣ 百萬軍中에 不顧得喪
변취하수부득처 용심부급시하야 유여관우ㅣ 백만군중에 부고득상
하고 直取顔良이니라 誠有如是操略과 如是猛利인댄 管取彈指收功하며
하고 직취안량이니라 성유여시조략과 여시맹리인댄 관취탄지수공하며
刹那成聖이어니와 若不然者인댄 饒你叅到彌勒下生이라도 也只是箇張
찰나성성이어니와 야부연자인댄 요니참도미늑하생이라도 야지시개장
上座리라 臘月三十日이時節看看至하니 露柱與燈籠은 休更打瞌睡어다
상좌리라 납월삼십일이시절간간지하니 노주여등농은 휴갱타갑수어다
覿面當機提하며 當機覿面虛見니 驀然觸瞎眼睛하면照顧爛泥裡有刺하리
적면당기제하며 당기적면허견니 맥연촉할안정하면조고난니리유자하리라
만일 이 일의 공부가 지극한 순간을 궁구해보면 마치 허공 속에 꽃을 심고 물속에서 달을 건져내는 것과 같아서 바로 그대들이 손을 댈 자리가 없으며 그대들이 마음을 쓸 자리가 없을 것이니, 흔히 이러한 경계가 눈 앞에 나타남을 만나기만 하면 열에 다섯 쌍은 물러가는 북을 치지만 바로 이것이 집에 도착한 소식인줄 전혀 알지 못한다. 만약 맹씨의 여덟째 아들놈이라면 곧 손을 댈 수 없는 자리와 마음을 쓸 수 없는 때에 나아가 오히려 마치 관우가 백만 대군 속에서 목숨을 잃고 얻음을 돌보지 않고 곧장 안량을 베듯하리라. 진실로 이와 같은 지조 및 방략과 이와 같은 용맹과 예리함이 있다면 필시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공을 거두고 찰나에 성인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령 그대들이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참구하더라도 한낱 장상좌일 뿐이리라.
섣달 그믐날 그 시절 어느듯 이르나니,
저 밖의 기둥이여 이 안의 등잔이여,
다시는 졸지 말지니라.
얼굴을 마주보며 마땅한 근기는 이끌어주고,
마땅한 근기는 얼굴을 마주보면 눈치를 챌 것이니,
갑자기 눈동자를 건드려 멀게 하면,
문드러진 진흙 속에 가시가 있음을 비추어 볼 것이다.
除夜小參 其二一
제야소삼기이일
生死事大하고 無常이 迅速이라 生不知來處를 謂之生大요 死不知去
생사사대하고 무상이 신속이라 생부지내처를 위지생대요 사부지거
處를 謂之死大니 只者生死一大事乃是叅禪學道之喉襟이며 成佛作
처를 위지사대니 지자생사일대사내시참선학도지후금이며 성불작
祖之管轄이라 三世如來와 恒沙諸佛이 千變萬化하사 出現世間도 盖
조지관할이라 삼세여내와 항사제불이 천변만화하사 출현세간도 개
爲此生死一大事之本源이시며 西天四七과唐土二三과 以至天下老和
위차생사일대사지본원이시며 서천사칠과당토이삼과 이지천하노화
尙이 出沒卷舒하야 逆行順化도 亦爲此一大事之本源이며 諸方禪衲이
상이 출몰권서하야 역항순화도 역위차일대사지본원이며 제방선납이
不憚勞苦하야 三十年二十年을 撥草瞻風하며 磨裩擦袴도 亦爲此一
부탄노고하야 삼십년이십년을 발초첨풍하며 마곤찰고도 역위차일
大事之本源이며 汝等諸人이 發心出家하야 發心行脚하며 發心來見高
대사지본원이며 여등제인이 발심출가하야 발심항각하며 발심내견고
峰하야 晝三夜三眉毛廝結도 亦爲此一大事之本源이며 四生六道千劫
봉하야 주삼야삼미모시결도 역위차일대사지본원이며 사생륙도천겁만겁
萬劫에 改頭換面하야 受苦受辛도 亦是迷此一大事之本源이며
에 개두환면하야 수고수신도 역시미차일대사지본원이며
나고 죽는 일은 크고 무상함은 신속하다. 태어났으나 온 자리를 알지 못하니 이를 일컬어 태어남의 큰일이라 하고, 죽어서 가되 가는 자리를 알지 못하니 이를 일컬어 죽음의 큰일이라 하니, 다만 이 나고 죽음의 일대사가 곧 참선하고 도를 배우는 요체이며 부처를 이루고 조사가 되는 관건이다. 삼세의 여래와 항하사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 천만의 변화를 보이시며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대개 이 생사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서천의 28조사들과 중국의 6조사와 나아가서는 천하의 노스님들이 나고 죽고 거두고 펴며 거슬러 행하시고 도리를 쫓아 교화하신 것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제방의 참선납자들이 노고를 꺼리지 않은 채 20년이고 30년이고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으며 잠방이를 문지르고 바지를 비벼대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너희들 모든 이가 발심하여 출가하고 발심하여 행각하며 발심하여 와서 고봉을 보고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사생 육도에 천만겁 동안 머리를 바꾸고 얼굴을 고치며 고생을 받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에 미혹했기 때문이다.
吾佛世尊이 捨金輪王位하시고 雪山에 六年苦行하시다가
오불세존이 사금륜왕위하시고 설산에 륙년고항하시다가
夜半에 見明星悟道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達磨大師 入此土
야반에 견명성오도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달마대사 입차토
來하사 少林에 面壁九載어시늘 神光斷臂하고 於覓心不可得處에 打失
내하사 소림에 면벽구재어시늘 신광단비하고 어멱심부가득처에 타실
鼻孔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臨濟-遭-黃蘗의 六十痛棒하고
비공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림제-조-황벽의 륙십통봉하고
向大愚肋下하야 還拳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靈雲의 桃花와
향대우늑하하야 환권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령운의 도화와
香嚴의 擊竹과 長慶의 卷簾과 玄沙의 ?指며 乃至從上知識의有契有
향엄의 격죽과 장경의 권렴과 현사의 뎺지며 내지종상지식의유계유
證하야 利生接物도 摠不出悟者一大事之本源이니라
증하야 리생접물도 총부출오자일대사지본원이니라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금륜왕의 지위를 버리시고 설산에서 6년 동안 고행하시다 한밤중에 샛별을 보고 도를 깨달은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으신 것이며, 달마대사가 이 땅에 들어와 소림에서 9년 동안 면벽함에 신광이 팔을 끊고 마음을 찾아도 얻을 수 없는 자리에서 콧구멍을 잃어버린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에게 예순 방의 호된 방망이를 맞고 대우스님의 옆구리로 주먹을 돌려 준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깨달은 것과 향엄스님이 돌멩이가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과 장경스님이 발을 말아 올리다가 깨달은 것과 현사스님이 돌뿌리를 차고서 깨달은 것과 나아가 역대의 역대 선지식들이 계합하고 증득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만물을 제도한 것도 아무튼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닫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多見兄弟家호니 雖曰入此一門이나 往往에 不知學道之本源하야 不能
다견형제가호니 수왈입차일문이나 왕왕에 부지학도지본원하야 불능
奮其志하고 因循度日하야 今來未免葛藤일새 引如上佛祖의 入道之因
분기지하고 인순도일하야 금내미면갈등일새 인여상불조의 입도지인
과 及悟道之由하사 以爲標格하야 晩學初機로 方堪趣向케하노니 且道하
과 급오도지유하사 이위표격하야 만학초기로 방감취향케하노니 차도
라 如何趣向고 不見가 古人이 道호대 若要脫生死인댄 須透祖師關이라
하라 여하취향고 부견가 고인이 도호대 야요탈생사인댄 수투조사관이라하야
하야 畢竟將甚麽하야 作關고 喚作竹篦則觸이요 不喚作竹篦則背라하니
필경장심마하야 작관고 환작죽비칙촉이요 부환작죽비칙배라하니
不得有語며 不得無語라 若向者裡하야 着得一隻眼하야 虛見得破하며 轉
부득유어며 부득무어라 야향자리하야 착득일척안하야 허견득파하며 전
得身 通得氣하며 無關不透하며 無法不通하야 頭頭示現하며 物物全彰
득신 통득기하며 무관부투하며 무법부통하야 두두시현하며 물물전창
하야無邊刹境自他ㅣ 不隔於毫端하며 十世古今始終이不離於當念하리
하야무변찰경자타ㅣ 부격어호단하며 십세고금시종이부리어당념하리니
니
여러분들을 종종 보니 비록 이 하나의 문에 들어왔으나 흔히들 도를 배우는 본원도 알지 못하고 그 의지를 분발시키지도 못하면서 그럭저럭 날을 보내다 지금에 와서 이러쿵 저러쿵함을 면치 못하였기에 위와 같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도에 들어간 인연 및 도를 깨달은 연유를 이끌어와서 표본으로 삼아 늦게 배우는 이들과 처음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바야흐로 견디어 나아가게 하고자 하나니, 일러 보아라!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보지 못했던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만일 생사를 벗어나려면 모름지기 조사관을 꿰뚫어야 한다」 하였으니 결국에는 무엇을 가지고 관문이라 하는가? 「죽비라 하면 곧 집착이 되고 죽비라 하지 않으면 부정에 빠진다」 하였으니 말이 있어서도 안되고 말이 없어서도 안된다. 만약 이 속에서 착안하여 힐끗보아 간파하고 몸을 돌려 기운을 통하게 하면 꿰뚫지 못할 관문도 없고 통하지 못할 법도 없어서 모든 사물에 나타나고 온갖 만물에 온전히 드러나서 가없는 세계의 경계에서 나와 남이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으며 십세의 고금과 시종이 현재의 생각을 여의지 않을 것이다.
所以로 水潦和尙이 見-馬大師할새 禮拜起하야 擬伸問間에 被馬祖의
소이로 수료화상이 견-마대사할새 례배기하야 의신문간에 피마조의
攔胸一踏하야 踏倒起來에呵呵大笑云 百千法門과 無量妙義를 摠向
란흉일답하야 답도기내에가가대소운 백천법문과 무량묘의를 총향
一毫頭上하야 識得根源去라하며 德山이 見龍潭할새 向吹滅紙燭處하야
일호두상하야식득근원거라하며 덕산이 견룡담할새 향취멸지촉처하야
豁然大悟하고 次日에 遂將䟽抄하야 於法堂上에 爇云窮諸玄辯이라도
활연대오하고 차일에 수장소초하야 어법당상에 설운궁제현변이라도
若一毫置於太虛하고 竭世樞機라도 似一滴投於巨壑이라하니 到者裡하
야일호치어태허하고 갈세추기라도 사일적투어거학이라하니 도자리하
야니 有甚麽禪道可參이며 有甚麽佛法可學이며 有甚麽生死可脫이며
야니 유심마선도가삼이며 유심마불법가학이며 유심마생사가탈이며
有甚麽沮槃可證리요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면 臘月三十日到來에管
유심마저반가증리요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면 납월삼십일도내에관
取得大自在하야 去住自由하리니 故로 云-自從認得曺溪路로 了知生
취득대자재하야 거주자유하리니 고로 운-자종인득조계노로 료지생
死不相干이라하니라
사부상간이라하니라
그러므로 수료화상이 마조대사를 뵙고는 절을 하고 일어나며 질문하려는 순간에 마조에게 멱살을 잡히고 한 번 걷어차여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크게 껄껄 웃으며 이르기를 「백천 가지 법문의 한량없는 오묘한 이치를 모두 한 터럭 끝에서 근원을 알아버렸습니다」라고 하였으며, 덕산스님이 용담선사를 뵈올 때 종이초를 불어 끄는 자리에서 활연히 크게 깨닫고는 다음날 마침내 경전을 해석하고 배낀 것을 가지고 법당 앞에서 태우며 이르기를 「모든 현묘한 변론을 다 궁구하더라도 마치 한 가닥의 털을 허공에 두는 것과 같고, 세상의 관건을 다하더라도 흡사 한 방울의 물을 거대한 골짜기에 던지는 것과 같다」 하였으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무슨 참구할 만한 선도선도가 있을 것이며, 무슨 배울 만한 불법이 있을 것이며, 무슨 벗어날 만한 생사가 있을 것이며, 무슨 증득할 만한 열반이 있겠는가? 자유로이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 자유로우면 섯달 그믐날이 도래함에 반드시 큰 자재로움을 얻어서 가고 머묾에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조계의 길을 인식하고부터 생사가 상간치 않음을 알았다」고 하였느니라.
然雖如是나 豎拂子云 且道하라 者箇는 是生耶아 是死耶아 若也道得인댄
연수여시나 수불자운 차도하라 자개는 시생야아 시사야아 야야도득인댄
便可向無佛處稱尊이며 無法處說法이어니와 其或未然인댄 山僧이 不
변가향무불처칭존이며 무법처설법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산승이 부
懼羞慚하고 更與諸人으로 露箇消息호리하 (以拂子로作釣魚勢云) 夜冷魚潛
구수참하고 갱여제인으로 노개소식호리하 (이불자로작조어세운) 야냉어잠
空下釣여 不如收卷過殘年이로다 復擧호대 北禪分歲는 烹露地白牛하
공하조여 부여수권과잔년이로다 복거호대 배선분세는 팽노지백우하니
니 百味珍羞悉皆具足이어니와 高峰分歲는 雖則百孔千瘡이나 也要將
백미진수실개구족이어니와 고봉분세는 수칙백공천창이나 야요장
無作有하야 細切嶺頭雲하고 薄批潭底月하야尖新堆飣하며 出格安排하
무작유하야 세절령두운하고 박비담저월하야첨신퇴정하며 출격안배하야
야 要使箇箇로 盈腸塞腹하며 人人으로 永絶飢虛하노니 且道하라 與古
요사개개로 영장새복하며 인인으로 영절기허하노니 차도하라 여고
人으로 是同是別가 舌頭具眼底는 試道看하라
인으로 시동시별가 설두구안저는 시도간하라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불자를 세우고 말하기를) 일러 보아라! 이것은 사는 것이냐 죽는 것이냐? 만약 말할 수 있다면 곧 부처님이 없는 자리에서 존귀하다 일컬어질 수 있으며 법이 없는 자리에서 법을 설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산승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여러분에게 하나의 소식을 드러내겠다. (불자로 고기를 낚는 시늉을 하며 말하기를) 밤 기운은 차갑고 고기는 속 깊이 잠겼음에 공연히 낚시만 드리웠으니 걷어치우고 남은 여생을 지냄이 나으리다. (다시 불자를 거둬들이고는) 북선이 설을 셀 때는 땅 위에 드러난 흰 소를 삶으니 백미 진수가 모두 구족되었지만, 고봉이 설을 셀 때는 비록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으나 무무를 가지고 유유를 짓고자 하니, 산봉우리 구름을 잘게 썰고 못 속의 달을 얇게 삐져서 뾰죽하고 새롭게 소복이 담아 놓고 격식에 벗어나게 늘어 놓고서 제각기 창자를 채워 배를 부르게 하여 사람마다 영원히 굶주림을 끊게 하나니, 일러 보아라! 옛사람과 같은가 다른가? 혀 끝에 눈을 갖춘 이는 말해 보아라.
示 衆 其二二
시 중 기이이
若論剋期取證인댄 如人이 擔雪塡井하야 不憚寒暑하며 不分晝夜하고
야논극기취증인댄 여인이 담설전정하야 부탄한서하며 부분주야하고
橫也擔竪也擔하며 是也擔非也擔하야 擔來擔去에 縱使經年越歲하야
횡야담수야담하며 시야담비야담하야 담내담거에 종사경년월세하야
以至萬劫千生라도 於其中間에 信得及ㅣ 踏得穩하며 把得定作得主하
이지만겁천생라도 어기중간에 신득급ㅣ 답득온하며 파득정작득주하야
야 曾無一念厭離心하며 曾無一念懈怠心하며 曾無一念狐疑心하며 曾
증무일념염리심하며 증무일념해태심하며 증무일념호의심하며 증
無一念求滿心이니 果能有恁麽時節하며 果能具恁麽氣槪인댄 到 者
무일념구만심이니 과능유임마시절하며 과능구임마기개인댄 도 자
裡하야 管取人法雙忘하고 心識俱泯하야 形如槁木杇株하며 志若嬰兒
리하야 관취인법쌍망하고 심식구민하야 형여고목오주하며 지야영아
赤子하면 驀然擔子卒地斷ㅣ 爆地折하리라 永嘉道하대 大千沙界海中
적자하면 맥연담자졸지단ㅣ 폭지절하리라 영가도하대 대천사계해중
漚오 一切聖賢이 如電拂이라하니 好與三十痛棒이로다
구오 일절성현이 여전불이라하니 호여삼십통봉이로다
만일 기한 내에 증득하는 법을 논하자면 마치 사람이 눈을 져다가 우물을 메우는 것과 같아서 추위와 더위를 꺼리지 않고 밤낮없이 가로로도 지고 세로로도 지며 옳게도 지고 그르게도 지며 지고 또 지기를 설령 해를 넘기고 1천 생 1만 겁에 이르더라도, 그렇게 하는 사이에 믿어서 믿어지고 밟아서 평온하며 잡아서 안정이 되고 행함에 주체가 되어, 한 생각도 싫어하여 여의려는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의심하는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만족을 구하는 마음이 없게 되어야 하나니, 능히 이러한 시절이 있게 되고 능히 이러한 기개가 갖추어지는 이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사람과 법이 동시에 잊어지고 마음과 의식이 함께 사라져서 형상은 마치 마른 나무와 썩은 나무둥치 같으며 의지는 어린애나 간난아기 같게 되어 별안간 멜대가 졸지에 끊어지고 터지듯 부러지리다. 영가선사가 이르기를 「대천세계의 모래알 같은 세계가 바다 가운데의 물거품이요, 일체의 성현은 번개가 번쩍이는 것과 같다」 하였으니 30 방망이를 때려주는 것이 좋겠다.
若謂此事인댄 叅也叅得하며 悟也悟得하며 說也說得하며 行也行得하며
야위차사인댄 참야참득하며 오야오득하며 설야설득하며 항야항득하며
來也來得하며 去也去得이니라 然雖如是나 更須三十年하야사 始得이니
내야내득하며 거야거득이니라 연수여시나 갱수삼십년하야사 시득이니
何故오 兩角四蹄都過了나 尾巴過不得이니라 若論此事인댄 如ㅣ 萬丈
하고오 량각사제도과료나 미파과부득이니라 야논차사인댄 여ㅣ 만장
深潭에 投一塊石相似하야 透頂透底에 了無絲毫間隔이니라 誠能如是
심담에 투일괴석상사하야 투정투저에 료무사호간격이니라 성능여시
用工하며 如是無間하고 一七日中에 若無倒斷인댄 (某甲) 永墮阿鼻地
용공하며 여시무간하고 일칠일중에 야무도단인댄 (모갑) 영타아비지옥하리라
獄하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참구하려면 참구해지고 깨달으려면 깨달아지고 말하려면 말해지고 행하려면 행해지고 오려면 와지고 가려면 가지게 된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다시 30년을 기다려야 되니, 무슨 까닭인가? 두 뿔과 네 발굽은 모두 지나갔으나 꼬리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만 길 깊은 못에 하나의 동멩이를 던진 것과 같이 수면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닿기까지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는 듯이 해야 한다. 진실로 이와 같이 공부하고 이와 같이 간단간단이 없음에도 7일 동안에 깨달음이 없다면 나는 영원히 아비지옥에 떨어지리다.
結制示衆 其二三
결제시중 기이삼
封却拄杖頭하고 結却布袋口하며 禁在鐵圍山하야枷上重增杻하며 有中
봉각주장두하고 결각포대구하며 금재철위산하야가상중증뉴하며 유중
栲出無하고 無中栲出有하야痛楚百千般이라도 不離者窠臼니라 大衆은
고출무하고 무중고출유하야통초백천반이라도 부리자과구니라 대중은
且道하라 喚甚麽하야 作窠臼오 直饒明辨得出이라도 要見西峰의 那邊
차도하라 환심마하야 작과구오 직요명변득출이라도 요견서봉의 나변갱나변
更那邊爲人不爲人一着子인댄 且待三十年後니라
위인부위인일착자인댄 차대삼십년후니라
주장자를 봉해버리고 바랑끈을 묶어버리고 철위산에 갇혀 있으며 칼 위에 수갑을 더 채운 채 유유 가운데 무무를 뽑아 내고 무 가운데 유를 뽑아 내어 고통이 백천 가지로 많더라도 이 소굴을 여의지 않느니라. 대중들은 일러 보아라! 무엇을 일컬어 소굴이라 하는가? 설령 명확하게 밝혀내더라도 서봉의 저쪽에서 다시 저쪽의 사람을 위하고 또한 위하지도 않는 한 소식을 보려면 또한 30년 뒤를 기다려야 되리라.
示 衆 其二四
시 중 기이사
(拈拄杖召大衆云) 還見麽아 人人이 眼裏有睛하니 不是瞎漢이라 決定是見
(념주장소대중운) 환견마아 인인이 안리유정하니 부시할한이라 결정시견이니라
이니라 (以拄杖卓一下云) 還聞麽아箇箇ㅣ 皮下有血하니 不是死漢이라 決定
(이주장탁일하운) 환문마아개개ㅣ 피하유혈하니 부시사한이라 결정
是聞이니라 旣見旣聞인댄 是箇甚麽오 (以拄杖) ○見聞은卽且止어니와 只
시문이니라 기견기문인댄 시개심마오 (이주장) ○견문은즉차지어니와 지
如六根未具之前과 聲色未彰之際에未聞之聞과 未見之見은 正恁麽
여륙근미구지전과 성색미창지제에미문지문과 미견지견은 정임마
時하야 畢竟以何爲驗고 (以拄杖) ○吾今與汝로 保任斯事하노니 終不虛
시하야 필경이하위험고 (이주장) ○오금여여로 보임사사하노니 종부허
也니라 (以拄杖) ○三十年後에 切忌妄通消息이니라 (靠拄杖下座)
야니라 (이주장) ○삼십년후에 절기망통소식이니라 (고주장하좌)
(주장자를 집어들고 대중을 부르고서 말하기를) 보았느냐? 사람마다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서 장님이 아니므로 반드시 보았을 것이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는 이르기를) 들었느냐? 제마다 가죽 밑에 피가 흐르기에 죽은 놈이 아니므로 반드시 들었을 것이다. 이미 보고 이미 들었다면 이것이 무엇이냐? (주장자로 ꃻ를 하고) 보고 들은 것은 우선 그만두고라도 다만 6근이 아직 갖추어지기 전과 소리와 물질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시기에는 아직 듣지 못한 들음과 아직 보지 못한 봄은 바로 이러한 때를 당하여 결국 무엇으로 증험을 삼는가? (주장자로 ꃼ를 하고)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이 일을 잘 보호해 지켜서 주려하나니 마침내 헛되지 않으리다. (주장자로 ㉤를 하고) 30년 후에 부디 소식을 잘못 전달하지 말지니라. (주장자를 의지하고서 법좌에서 내려 오려오다)
若論此事인댄 只要當人이 的有切心이니 纔有切心이면 眞疑便起리라 眞疑起
약논차사인댄 지요당인이 적유절심이니 재유절심이면 진의변기리라 진의기
時에 不屬漸次하면 直下便能塵勞頓息하고 昏散이 屛除하야 一念不生
시에 부속점차하면 직하변능진노돈식하고 혼산이 병제하야 일념부생
하고 前後際斷하리니 纔到者般時節이면 管取推門落臼어니와 若是此念
하고 전후제단하리니 재도자반시절이면 관취추문낙구어니와 야시차념이
이 不切하야 眞疑ㅣ 不起인댄 饒你坐破蒲團百千萬箇라도 依舊日午打
부절하야 진의ㅣ 부기인댄 요니좌파포단백천만개라도 의구일오타삼갱이니라
三更이니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다만 당사자에게 간절한 마음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니, 간절한 마음이 있기만 하면 참된 의심이 곧 일어날 것이다. 참된 의심이 일어날 때에는 단계적인 것에 속하지 않고 당장에 번뇌와 망상이 몰록 쉬어지고 산란이 아울러 없어져서 한 생각도 나지 않고 앞뒤의 시간이 모두 끊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절에 이르기만 하면 틀림없이 예정된 결과를 얻겠지만 만약 이 생각이 절실하지 않아서 참된 의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설령 그대들이 앉아서 방석을 백개 천개 헤지게 하더라도 여전히 한낮에 삼경을 칠 것이다.
迷中有悟하고 悟復還迷라 直須迷悟兩忘하고 人法俱遣하야사 衲僧門
미중유오하고 오복환미라 직수미오량망하고 인법구견하야사 납승문
下에 始有語話分하리라 大衆아 旣是迷悟兩忘하고 人法俱忘인댄 共語
하에 시유어화분하리라 대중아 기시미오량망하고 인법구망인댄 공어
話者ㅣ 復是阿誰오 速道速道하라 若論此事인댄 如登萬仞高山하야 一
화자ㅣ 복시아수오 속도속도하라 야논차사인댄 여등만인고산하야 일
미혹한 가운데 깨달음이 있고 깨달았다가 다시 미혹하게 되니 모름지기 미혹과 깨달음을 둘 다 잊고 사람과 법을 함께 버려야 납자승려의 문하에서 비로소 말할 자격이 있으리다. 대중들아, 이미 미혹과 깨달음을 모두 잊었고 사람과 법을 함께 잊었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는 다시 누구인가? 어서 일러라, 어서 일러라.
步一步에 將搆至頂호대 唯有數步ㅣ 壁絶攀躋라 到者裡하야는 須是箇
보일보에 장구지정호대 유유삭보ㅣ 벽절반제라 도자리하야는 수시개
純鋼打就底라야捨命拌身하고 左睚右睚하야 睚來睚去에 以上爲期하야
순강타취저라야사명반신하고 좌애우애하야 애내애거에 이상위기하야
縱經千生萬劫과 萬難千魔라도 此心此志는愈堅愈强이어니와 若是根本
종경천생만겁과 만난천마라도 차심차지는유견유강이어니와 야시근본
不實한 泛泛之流인댄 何止望崖管取聞風而退矣리라
부실한 범범지류인댄 하지망애관취문풍이퇴의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만 길 높은 산을 오르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거의 정상에 이르게 되어 오직 몇 걸음만 남겨두고 절벽이어서 손발로 기어올라야 되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무쇠로 두드려 만든 놈이라야 목숨도 버리고 몸도 돌보지 않은 채 왼쪽을 보아가며 오른쪽을 보아가며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정상에 오르리라 단단히 결심하여 설령 천생만겁을 지나고 오만 가지 어려움과 수천의 마구니를 만나더라도 이 마음과 이 의지를 더욱더 견고하게 하리니, 만약 근본이 실답지 않은 대강대강 살아가는 무리라면 어찌 절벽을 바라보기라도 하겠는가? 틀림없이 바람소리만 듣고도 물러날 것이다.
除夜小參 其二五
제야소삼 기이오
一年三百六十日이 看看逗到今宵畢이건만 十箇有五雙은 叅禪호대 禪
일년삼백륙십일이 간간두도금소필이건만 십개유오쌍은 참선호대 선
又不知하며 學道호대 道亦不識이로다 只者不知不識四字ㅣ 正是三世
우부지하며 학도호대 도역부식이로다 지자부지부식사자ㅣ 정시삼세
諸佛의 骨髓며 一大藏敎의 根源이니 靈利漢이 纔聞擧着하면 如龍得
제불의 골수며 일대장교의 근원이니 령리한이 재문거착하면 여룡득
水하고 似虎靠山하야 天上人間에 縱橫無礙하리라 然雖如是나 點檢將
수하고 사호고산하야 천상인간에 종횡무애하리라 연수여시나 점검장
來인댄 猶是者邊底消息이니 若謂那邊更那邊一着子인댄 直饒西天四
내인댄 유시자변저소식이니 야위나변갱나변일착자인댄 직요서천사
七과 唐土二三으로 以至天下老古金隹히 敢保未徹在라호리라 山僧이 與
칠과 당토이삼으로 이지천하노고금추히 감보미철재라호리라 산승이 여
麽告報에 忽有箇漢子ㅣ 心憤憤ㅣ 口悱悱하야 出來道호대 高峰高峰아
마고보에 홀유개한자ㅣ 심분분ㅣ 구비비하야 출내도호대 고봉고봉아
你ㅣ 有甚長處관대 開得者般大口오하면 只向他道호애 來年更有新條
니ㅣ 유심장처관대 개득자반대구오하면 지향타도호애 내년갱유신조
在하야 惱亂春風卒未休라호리라
재하야 뇌난춘풍졸미휴라호리라
1년 3백60일도 얼마지 않아 오늘 밤으로 끝나기에 이르렀건만 10명이면 다섯 쌍은 참선하되 선을 알지 못하고 도를 배우되 도 또한 알지 못하는구나. 다만 이 부지불식 네 글자가 바로 삼세 부처님들의 골수이며 일대장경의 근원이니, 영리한 놈이라면 이렇게 거론하는 것을 듣기만 하여도 마치 용이 물은 얻은 듯하고 흡사 범이 산에 의지한 듯하여 천상에나 인간에나 가로세로 걸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점검해 보면 아직은 이쪽의 소식이니, 만약 저쪽의 다시 저쪽 편의 한 소식을 말하자면 설령 서역의 28조와 중국의 6조와 천하의 노스님에 이르기까지 감히 보장컨대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하였으리다. 산승이 이렇게 말할 적에 별안간 어떤 놈이 분한 마음에 입을 삐쭉거리며 뛰어나와 말하기를 「고봉아 고봉아! 너는 무슨 장점이 있기에 그렇게 큰 입을 놀리느냐?」 한다면 다만 그에게 「내년에 다시 새로 돋아난 가지가 있으면 번뇌스런 봄바람은 끝끝내 그치지 않으리다」라고 하리다.
示 衆 其二六
시 중 기이륙
終日着衣호대 未嘗掛一縷絲하며 終日喫飯호대 未嘗咬一粒米하나니
종일착의호대 미상괘일누사하며 종일끽반호대 미상교일립미하나니
旣然如是인댄 且道하라 卽今身上着底와 每日口裏喫底는 是箇甚麽오
기연여시인댄 차도하라 즉금신상착저와 매일구리끽저는 시개심마오
到者裡하야는 不論明與不明과 徹與不徹하고 寸絲滴水라도也當牽犂拽
도자리하야는 부논명여부명과 철여부철하고 촌사적수라도야당견리예
把償他니라 何故오 一片白雲이 橫谷口하니 幾多歸鳥自迷巢로다
파상타니라 하고오 일편백운이 횡곡구하니 기다귀조자미소로다
온 종일 옷을 입고 있지만 이제껏 실 한올 걸친 적이 없으며, 온 종일 밥을 먹고 있지만 이제껏 쌀 한톨 씹은 적이 없다. 이미 이와 같다면 일러 보아라! 지금 몸에 걸친 것과 매일 입으로 먹은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밝히거나 밝히지 못하거나 또는 철저히 꿰뚫거나 철저히 꿰뚫지 못하거나를 막론하고 한 치의 실과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가 되어 밭을 갈아 그것을 보상해야 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한 조각 흰구름이 골짜기 입구에 가로놓이니 얼마나 많은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다 길을 잃고 해매일꼬?
若論此事인댄 正如傍墻逼狗하야 逼來逼去에 逼至尖角落頭하야는 未
야논차사인댄 정여방장핍구하야 핍내핍거에 핍지첨각낙두하야는 미
免翻身遭他一口리니 卽今에 莫有遭他底麽아 (卓拄杖一下云) 阿耶阿耶
면번신조타일구리니 즉금에 막유조타저마아 (탁주장일하운) 아야아야 하시다
하시다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담장 곁에서 개를 다그치다 다그치고 다그쳐 막다른 좁은 골목에까지 다그치기에 이르면 몸을 뒤친 그 놈에게 한 번 물리게 됨은 피할 수 없는 것과도 같은데, 지금 그 놈에게 물린 이가 있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아야, 아야!
學道如初不變心하야 千魔萬難愈惺惺이니 直須敲出虛空髓하며 拔卻
학도여초부변심하야 천마만난유성성이니 직수고출허공수하며 발각
金剛腦後釘이니라
금강뇌후정이니라
도를 배움에 처음과 같이 마음을 변치 말고 천만의 마구니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정신을 또렷히 하여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드려 꺼내고 금강신장의 뒤통수에서 못을 뽑아내야 한다.
若論此事의 用工之際인댄 正如打鐵船入海하야 取
야논차사의 용공지제인댄 정여타철선입해하야 취
如意寶珠相似하니 莫問打得打不得하고 但孟八郎이 打將去하야 驀然
여의보주상사하니 막문타득타부득하고 단맹팔낭이 타장거하야 맥연
一旦에 打得成ㅣ 入得海하며 獲得珠將來하야 呈似老僧이라도 不免與
일단에 타득성ㅣ 입득해하며 획득주장내하야 정사노승이라도 부면여
伊로 一槌擊碎리라 何故오 豈不見道아 有之以爲利하고 無之以爲用이
이로 일퇴격쇄리라 하고오 개부견도아 유지이위리하고 무지이위용이니라
만일 이 일의 공부하는 순간을 논하자면 마치 철선철선을 만들어 바다로 들어가 여의보주를 취하려는 것과 같으니,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지지 못함은 신경쓰지 말고 다만 맹팔랑 처럼 만들어 가다가 갑자기 어느 날 만들어서 바다로 들어가 보주를 구해서 손에 넣어 가지고 와서는 노승에게 바치더라도 그것을 한 방망이에 때려 부숴버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어찌 보고 듣지 못했는가? 있음으로써 이익을 삼고 없음으로써 활용을 삼기 때문이다.
若論實參實悟인댄 正如八十翁翁이 向逆風逆水裏하야 牽一隻ㅣ
야논실삼실오인댄 정여팔십옹옹이 향역풍역수리하야 견일척
無底鐵船相似리니 不問上與不上과 徹與不徹하고 直須心心無間하며
ㅣ 무저철선상사리니 부문상여부상과 철여부철하고 직수심심무간하며
念念無虧하야 一步一步에 盡平生伎倆ㅣ 睚將去하야 睚到着脚不得
념념무휴하야 일보일보에 진평생기량ㅣ 애장거하야 애도착각부득
處와 筋斷骨折時하면 驀然水轉風回하리니 卽是到家消息이니라 卽今에
처와 근단골절시하면 맥연수전풍회하리니 즉시도가소식이니라 즉금에
莫有到家底麽아 (卓拄杖一下云) 十萬八千이로다
막유도가저마아 (탁주장일하운) 십만팔천이로다
만일 실답게 참구하고 실답게 깨닫는 것을 논하자면 마치 여든 먹은 늙은이가 역풍이 부는 가운데 역류하는 물 속에서 바닥이 없는 한 척의 철선철선을 끄는 것과 같으니, 올라가는지 올라가지 않는지 혹은 철저히 꿰뚫는지 철저히 꿰뚫지 못하는지는 신경쓰지 말고 아무쪼록 마음 마음에 간단간단이 없고 생각 생각에 어그러짐이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평생의 기량을 다하여 엿보아 나가다가, 발을 디딜 수 없는 자리에서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질 때를 엿보기에 이르면 갑자기 물이 돌아 흐르고 바람이 회오리 칠 것이니 곧 이것이 집에 도착한 소식이다. 지금 집에 이르른 자가 있느냐?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며 말하기를) 10만 8천이로다.
若論此事인댄 不假長劫熏修하야 積功累德하며 亦不問賢愚利鈍과 久
야논차사인댄 부가장겁훈수하야 적공누덕하며 역부문현우리둔과 구
習初機하고 只貴孟八郎漢이不顧危亡得喪하고 發大憤志이며 起大疑
습초기하고 지귀맹팔낭한이부고위망득상하고 발대분지이며 기대의
情호대 如ㅣ 善財童子ㅣ 叅勝熱婆羅門하야 大火聚中에 投身而入이니
정호대 여ㅣ 선재동자ㅣ 참승열파나문하야 대화취중에 투신이입이니
正恁麽時하야 人法俱忘하고 心機悶絶하면 左之右之에 築着磕着하리니
정임마시하야 인법구망하고 심기민절하면 좌지우지에 축착개착하리니
不是洞山麻三斤이면 定是雲門乾屎橛이어니와 若還毛畏毛畏毛崔毛崔하며 魍魍
부시동산마삼근이면 정시운문건시궐이어니와 야환모외모외모최모최하며 망망
魎魎인댄 莫道親見高峰하라 直饒向老胡肚皮裏하야 打一遭라도 依前
량량인댄 막도친견고봉하라 직요향노호두피리하야 타일조라도 의전
乾沒一星事리라 건몰일성사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오랜 겁 동안 훈습하고 수행하며 공덕 쌓음에 의지하지 않고 또한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예리한지 아둔한지 오랫동안 익혔는지 초기의 근기인지는 불문하고, 다만 맹팔랑이란 놈 처럼 위태로움이나 죽음이나 얻음이나 잃음은 돌아보지 않고 커다란 분한 뜻을 내어 큰 의정의정을 일으키고 선재동자가 승영바라문에게 참예한 듯이 큰 불구덩이 가운데 몸을 던져 들어간 것과 같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 바로 이러한 때에 사람과 법이 함께 잊혀지고 마음의 기능이 툭 끊어지면 왼쪽으로 가건 오른쪽으로 가건 척척 들어맞게 되리니 동산의 ‘마삼근’이 아니면 분명 운문의 ‘간시궐’이겠지만, 만약 그래도 어슬렁어슬렁하고 갈팡질팡한다면 고봉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설령 달마의 뱃속에서 한 바퀴 돌아 나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말라빠진 하나의 별똥일 것이다.
答直翁居士書 其二七
답직옹거사서 기이칠
來書置問이 皆是辨論學人의 用工上疑惑處로니當爲決之하야 俾晩學
내서치문이 개시변논학인의 용공상의혹처로니당위결지하야 비만학
初機로 趣向無滯호리라 問平常心이 是道아 無心이 是道아하니 此ㅣ 平
초기로 취향무체호리라 문평상심이 시도아 무심이 시도아하니 차ㅣ 평
常心無心之語ㅣ 成却多少人하며 誤卻多少人이어뇨
상심무심지어ㅣ 성각다소인하며 오각다소인이어뇨
보내온 편지에 질문한 것은 모두 학인들이 공부하면서 의혹스러운 것을 분별하여 거론한 것이므로 응당 그것들을 해결하여 늦게 배우는 이와 초발심의 근기들로 하여금 나아가는데 걸림이 없도록 해 주겠다. 「평상심이 도입니까, 무심이 도입니까?」라고 물었는데, 이 평상심이니 무심이니 하는 말이 얼만큼의 사람들을 이루어 주었으며 얼만큼의 사람들을 그르쳐 주었던가?
往往에 不知泥中有刺하고 笑裡有刀者는 何啻如掉棒打月과 接竹點
왕왕에 부지니중유자하고 소리유도자는 하시여도봉타월과 접죽점
天이리요 古人이 答一言半句호대 如揮吹毛利刀直欲便要斷人命根이니
천이리요 고인이 답일언반구호대 여휘취모리도직욕변요단인명근이니
若是箇皮下有血底인댄 直下承當하야 更無擬議어니와 若撞着箇不知
야시개피하유혈저인댄 직하승당하야 갱무의의어니와 야당착개부지
痛痒底인댄 縱饒髑髏遍地라도 也乾沒星子事리라 又如石中藏玉하야
통양저인댄 종요촉루편지라도 야건몰성자사리라 우여석중장옥하야
識者는 知有連城之璧이어니와 不識者는 只作一塊頑石視之하나 大抵
식자는 지유련성지벽이어니와 부식자는 지작일괴완석시지하나 대저
要見古人立地處인댄 不可向語句上着到니라且道하라 旣不在語句上인
요견고인립지처인댄 부가향어구상착도니라차도하라 기부재어구상인댄
댄 畢竟在甚麽處着到오
필경재심마처착도오
若向者裏薦得하면 便知此事ㅣ 不假修治하야 如身使臂하며 如臂使拳
야향자리천득하면 변지차사ㅣ 부가수치하야 여신사비하며 여비사권
하야 極是成現이며 極是省力이리니 但信得及便是라 何待瞠眉竪目하며
하야 극시성현이며 극시생력이리니 단신득급변시라 하대당미수목하며
做模打樣하야 看箇一字리요 儻或不然인댄 古云莫道無心云是道하라
주모타양하야 간개일자리요 당혹부연인댄 고운막도무심운시도하라
無必猶隔一重關이라하니 何止一重이리요 更須知有百千萬重在니라 苟
무필유격일중관이라하니 하지일중이리요 갱수지유백천만중재니라 구
不發憤志精進하야下一段死工夫면 豈於木石之有異乎아 凡做工夫하
부발분지정진하야하일단사공부면 개어목석지유리호아 범주공부하야
야 到極則處하면 必湏自然入於無心三昧하리니 却與前之無心으로 天
도극칙처하면 필회자연입어무심삼매하리니 각여전지무심으로 천
地相遼리라 老胡云心如墻壁이라하시며 夫子는 三月忘味하시고 顔回는
지상료리라 노호운심여장벽이라하시며 부자는 삼월망미하시고 안회는
終日如愚하야며 賈島는 取捨推敲하니 此等이 卽是無心之類也니다
종일여우하야며 가도는 취사추고하니 차등이 즉시무심지류야니다
만일 이 속에서 알아차린다면 곧 이 일은 닦거나 다스리는 행위에 의지하지 않음이 마치 몸이 팔을 쓰는 것과 같고 팔이 주먹을 쓰는 것과 같이 지극히 자연스레 이뤄지며 지극히 힘이 들지 않음을 알 것이므로 다만 믿고자 하여 믿어진다면 곧 옳게 될 것인데 어찌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세우며 모양을 만들어 놓고 한 글자만 간간하랴? 설혹 그렇지 않다면 옛사람이 이르기를 「무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무심도 오히려 한 겹의 관문이 막혔다」 하였으니 어찌 한 겹뿐이겠는가? 다시 백천만 겹이 있는 줄을 모름지기 알아야 할 것이다. 진실로 분한 마음을 내어 정진하지 않고 한 토막의 죽은 공부를 하면 어찌 목석과 다름이 있겠는가. 무릇 공부를 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자연스럽게 무심삼매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 앞의 무심과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달마는 「마음을 장벽과 같이 하라」 하였으며, 공자는 석달 동안 고기맛을 잊었으며, 안회는 온종일 멍청한 듯 하였으며, 가도는 추를 취할까 고를 버릴까 고심하였으니, 이러한 것들이 곧 무심의 종류이다.
到者裏하야는 能擧所擧와 能疑所疑ㅣ 雙忘雙泯하며 無無亦無하리니
도자리하야는 능거소거와 능의소의ㅣ 쌍망쌍민하며 무무역무하리니
香嚴聞聲과 靈雲見色과 玄沙?指와 長慶捲簾이 莫不皆由此無心而
향엄문성과 령운견색과 현사뎺지와 장경권렴이 막부개유차무심
悟也니라 到者裏하야는 設有毫釐待悟心이 生하며 纖塵精進念이 起하면
이오야니라 도자리하야는 설유호리대오심이 생하며 섬진정진념이 기하면
卽是偸心이 未息이며 能所未忘이나 此之一病은 悉是障道之端也니라
즉시투심이 미식이며 능소미망이나 차지일병은 실시장도지단야니라
若要契悟眞空하야 親到古人地位인댄 必須眞正하야 至於無心三昧라사
약요계오진공하야 친고고인지위인인댄 필수진정하야 지어무심삼매라사
始得다 然이나 此無心을 汝譬頗明이어니와 吾復以偈證之호리라 不得者
시득다 연이나 차무심을 여비파명이어니와 오복이게증지호리라 부득자
箇면 爭得那箇리요 旣得那箇하야는 忘卻者箇니라 然雖如是나 更須知
개면 쟁득나개리요 기득나개하야는 망각자개니라 연수여시나 갱수지
道者箇那箇ㅣ 摠是假箇니라 的的眞底는 聻ㅣ 咄ㅣ 陽燄空華로다
도자개나개ㅣ 총시가개니라 적적진저는 적ㅣ 돌ㅣ 양염공화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드는 주체와 들려지는 대상 및 의심하는 주체와 의심되는 대상이 동시에 잊어지고 동시에 없어지며 없음이 없다는 것마저 없어지리니, 향암스님이 들었던 소리와 영운스님이 보았던 색과 현사스님이 돌부리를 걷어찬 발가라과 장경스님이 말아올린 발은 모두 이 무심으로부터 연유하여 깨닫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설령 털끝만치라도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기거나 티끌만티라도 정진하려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곧 속이려는 마음이 아직 쉬어지지 못하였으며 주관과 객관이 잊어지지 않은 것이니, 이 한 가지 병통은 모두 도를 장애하는 단서이다. 만일 참으로 공한 이치에 계합하여 깨달아 친히 옛사람들의 경지에 이르려면 모름지기 참되고 올바르게 무심삼매에 이르러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무심은 그대에게 깨우쳐 준 것이 매우 분명하지만 내가 다시 게송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리다.
이것을 얻지 못하면 어찌 저것을 얻겠는가.
이미 저것을 얻고 나면 도리어 이것을 잊어버리네.
그러나 비록 그러하더라도 다시 이것이다 저것이다 모조리 거짓인줄 알아야 한다. 정확하고도 참된 것은, 적! 돌! 아지랑이와 허공에 피는 꼿이로다.
通仰山老和尙疑嗣書 其二八
통앙산노화상의사서 기이팔
昔年敗闕을 親曾剖露師前이러니 今日重疑하실새不免從頭拈出하노이다
석년패궐을 친증부노사전이러니 금일중의하실새부면종두념출하노이다
某甲이 十五歲에 出家하고十六에 爲僧하고 十八에 習敎하고 二十에 更
모갑이 십오세에 출가하고십륙에 위승하고 십팔에 습교하고 이십에 갱
衣入淨慈하야 立三年死限하고 學禪호려하야 請益斷橋和尙호니 令叅箇
의입정자하야 립삼년사한하고 학선호려하야 청익단교화상호니 령참개
生從何來며 死從何去오하야하시늘意分兩路하야 心不歸一하며 又不曾得
생종하내며 사종하거오하야하시늘의분량노하야 심부귀일하며 우부증득
他의 說做工夫處分曉하야 看看擔閣一年有餘호니 每日에只如箇迷路
타의 설주공부처분효하야 간간담각일년유여호니 매일에지여개미노
人相似러이다인상사러이다
지난 날의 허물을 제가 일찍이 스님 앞에서 자세히 드러냈었는데 오늘 거듭 의심하시니 처음부터 끄집어 드러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15세에 출가하여 16세에 승려가 되었으며 18세에 불경을 익히고 20세에 옷을 갈아입고 정자사에 들어가 3년을 죽음의 기한으로 세우고 참선을 배우며 단교화상에게 청하였더니 「태어날 때는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라는 화두를 참구하라 하였으나 생각의 두 갈래로 나뉘어 마음이 하나로 돌아오지 않았다. 또 일찌기 그가 공부하는 자리에 대해 말한 것을 분명하게 밝혀 얻지 못하고 그럭저럭 집안에서 1년 여를 지냈더니 매일같이 마치 길 잃은 사람 같았습니다.
那時에 因被三年限逼하야 正在煩惱中이러니 忽見台州淨兄호니 說雪
나시에 인피삼년한핍하야 정재번뇌중이러니 홀견태주정형호니 설설
巖和尙이 常問你의 做工夫하시니 何不去一轉고하야늘 於是에 欣然懷
암화상이 상문니의 주공부하시니 하부거일전고하야늘 어시에 흔연회
香하고 詣北하야 磵塔頭하야 請益할새 方問訊揷香에 被一頓痛拳打出
향하고 예배하야 간탑두하야 청익할새 방문신삽향에 피일돈통권타출
하시고 卽關却門하야 一路垂淚하고 回至僧堂호이다 次日粥罷에 復上하
하시고 즉관각문하야 일노수누하고 회지승당호이다 차일죽파에 복상하야
야 始得親近하사오니卽問已前做處어시늘 某甲이 一一供吐호니 當下에
시득친근하사오니즉문이전주처어시늘 모갑이 일일공토호니 당하에
便得勦除日前所積之病하시고 却令看箇無字어시늘從頭開發하야 做工
변득초제일전소적지병하시고 각령간개무자어시늘종두개발하야 주공
夫一遍호니 如暗得燈하고 如懸得救라 自此로 方解用工處호이다
부일편호니 여암득등하고 여현득구라 자차로 방해용공처호이다
그때 3년의 기한이 임박하였기에 바야흐로 고민에 빠져 있던 중에 뜻밖에 태주의 정형을 뵈니 말하기를 「설암화상이 늘 그대의 공부에 대하여 물으시는데 왜 가서 한 번 문답하지 않는가?」 하거늘 이에 반가이 향을 가지고 북간탑에 가서 법을 물으려고 문안하고 막 향을 꽂으려는데 한 바탕의 호된 주먹으로 쫓아내고는 곧 문을 닫아버리니 그 길로 눈물을 떨구며 승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공양을 마치고 다시 올라가니 비로소 가까이 뵙게 되었기에 곧 이전에 공부한 자리를 물으시거늘 제가 낱낱이 말씀드리니 당장에 예전부터 쌓여왔던 병을 제거해 주고 ‘무무’자 화두를 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발심하여 공부를 한 바탕 해봄에 마치 어둠에서 등불을 얻은 듯하였고 거꾸로 매달렸다가 구제된 것과 같았으니, 이로부터 비로소 공부하는 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又令日日上來一轉호대 要見用工次第를 如人이 行路에 日日要見工
우령일일상내일전호대 요견용공차제를 여인이 항노에 일일요견공
程이니 不可今日也恁麽하며 明日也恁麽라하더니 每日纔見入來하시고
정이니 부가금일야임마하며 명일야임마라하더니 매일재견입내하시고
便聞今日工夫는 如何오하사 因見說得有緖면 後竟不問做處하시고 一
변문금일공부는 여하오하사 인견설득유서면 후경부문주처하시고일
入門에 便問阿誰與你로 拖者死屍來오하사 聲未絶에 便以痛拳으로 打
입문에 변문아수여니로 타자사시내오하사 성미절에 변이통권으로 타
出하사 每日에 只恁麽問하시고 恁麽打하시니 正被逼拶하야 有些涯際호
출하사 매일에 지임마문하시고 임마타하시니 정피핍찰하야 유사애제호이다
이다 値老和尙의 赴南明請하사와 臨行에 囑云我去入院了코 却令人으
치노화상의 부남명청하사와 림항에 촉운아거입원료코 각령인으로
로 來取你라하시고 後竟絶消息이어는 卽與常州澤兄으로 結伴同往하려하
내취니라하시고 후경절소식이어는 즉여상주택형으로 결반동왕하려하야
야 至王家橋俗親處하야 整頓行裝호니 不期에 俗親이 念某甲等의 年
지왕가교속친처하야 정돈항장호니 부기에 속친이 념모갑등의 년
幼하고 又不曾涉途라하야 行李度牒을 摠被收却호니 時는 二月初에 諸
유하고 우부증섭도라하야 항리도첩을 총피수각호니 시는 이월초에 제
方掛搭에 皆不可討일새 不免挑包上徑山하야 二月半에 歸堂호이다
방괘탑에 개부가토일새 부면도포상경산하야 이월반에 귀당호이다
또 날마다 올라와 한 번씩 물어보게 하시며, 공부하는 차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마치 사람이 길을 가면서 날마다 그 경로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기에 오늘도 그럭저럭하고 내일도 그럭저럭해서는 안된다 하셨습니다. 매일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곧 「오늘의 공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는데, 하는 말에 단서가 있음을 보게 되자 그 뒤로는 마침내 공부하는 자리를 묻지 않으시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곧 묻기를 「누가 너의 그 송장을 끌어주어서 왔는가?」 하시고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곧 호된 주먹으로 쳐서 내쫓았습니다. 매일 단지 그렇게만 묻고 그렇게 때리시니 정히 다그침을 당함에 사소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노스님께서 남명사의 요청으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떠나며 분부하시기를 「내가 가서 사원에 들어가면 사람을 시켜 너를 데려 가겠다」 하셨으나 후에 결국에는 소식이 끊어졌기에 곧 상주의 택형과 더불어 벗하여 같이 가려고 왕가교의 속가 부친이 계신 곳에 이르러 행장을 정돈하다가 예기치 않게도 속가의 부친께서 저희들이 나이가 어리고 또한 길을 떠나보지 않았다 하여 짐과 도첩을 모조리 거두어버렸습니다. 때는 2월 초라 제방에서 방부가 모두 끝났으므로 행장을 꾸려 경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으며, 2월 중순에 사찰로 돌아 왔습니다.
忽於次月十六夜夢中에 忽憶斷橋和尙의 室中所擧萬法歸一一歸何
홀어차월십륙야몽중에 홀억단교화상의 실중소거만법귀일일귀하
處話호니 自此로 疑情이 頓發에 打成一片하야 直得東西不辨하며 寢
처화호니 자차로 의정이 돈발에 타성일편하야 직득동서부변하며
食俱忘호이다 至第六日하야 辰已間에 在廊下行이라가 見衆僧이 堂內
침식구망호이다 지제륙일하야 신이간에 재낭하항이라가 견중승이 당
出하고 不覺에 輥於隊中하야 至三塔閣上하야 諷經이라가 擡頭하야 忽親
내출하고 부각에 곤어대중하야 지삼탑각상하야 풍경이라가 대두하야 홀친
五祖演和尙의 眞贊末後兩句에 云百年三萬六千朝에 返覆元來是這
오조연화상의 진찬말후량구에 운백년삼만륙천조에 반복원내시저한
漢하고日前被老和尙의 所問拖死屍句子를 驀然打破호니 直得魂飛膽
하고일전피노화상의 소문타사시구자를 맥연타파호니 직득혼비담
喪하야 絶後再甦호이다 何啻如放下百二十斤擔子리닛고 乃是辛酉三月
상하야 절후재소호이다 하시여방하백이십근담자리닛고 내시신유삼월
卄二少林忌日也러이다 其年이 恰卄四歲라 滿三年限코사 便欲造南明
입이소림기일야러이다 기년이 흡입사세라 만삼년한코사 변욕조남명
求決이나 那堪逼夏리닛고 諸鄕人도 亦不容이러이다
구결이나 나감핍하리닛고 제향인도 역부용이러이다
다음 달 16일 밤 꿈에 불현 듯 단교화상께서 방장실에서 일러 주신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가 기억났었는데, 그로부터 의정의정이 몰록 피어나서 일념이 이루어지더니 곧장 동서도 분별되지 않고 침식도 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6일째 되던 날 진시진시에서 사시사시 사이에 행랑 아래를 거닐다가 대중스님들이 승당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몰래 대열에 섞여 삼탑각에 올라서 경전을 외우다가 머리를 들어 홀연히 오조 법연화상의 진찬진찬 말미의 두 구절에서 ‘백년 3만6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놈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는 일전에 노화상께서 물으시던 ‘송장을 끌고 다니는 놈’이라는 화두를 활짝 깨치니 곧장 혼이 날아가고 쓸개가 없어진 듯 졸도하였다가 다시 깨어났었으니, 어찌 120근 되는 짐을 내려 놓은 것만 같을 뿐이겠습니까? 이는 바로 신유년 3월 22일로 달마대사의 기일이었습니다. 그 해는 마침 24세였기에 3년의 기한을 채우고서 곧 남명사에 나아가 인가를 구하려 하였으나 여름결제가 임박하여 갈 수가 없었으며 모든 고향 사람들도 또한 못가게 하였습니다.
直至解夏코사 方至南明하야 納一場敗闕호니 室中에 雖則累蒙煆煉하
직지해하코사 방지남명하야 납일장패궐호니 실중에 수칙누몽하련하야
야 明得公案코는 亦不受人瞞인나 及乎開口하야는 心下又覺得渾了하야
명득공안코는 역부수인만인나 급호개구하야는 심하우각득혼료하야
於日用中에 尙不得自由호미 如欠人債相似라 正欲在彼하야 終身侍
어일용중에 상부득자유호미 여흠인채상사라 정욕재피하야 종신시
奉이러니 不料同行澤兄오로 有他山之行일새 遽違座下호이다
봉이러니 부료동항택형오로 유타산지항일새 거위좌하호이다
곧장 여름철 해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남명에 이르러 한 바탕 허물을 여쭈었습니다. 방장실에서는 비록 자주자주 단련을 입어서 공안을 분명히 밝혀내었고 또한 다른 사람의 속임을 입지 않았으나 입을 열게 되면 마음속이 또 혼동됨을 느껴서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것이 마치 남에게 빚을 진 것과 같았습니다. 그곳에 있으며 평생 동안 시봉하려 하였는데 생각지않게 동행했던 택형과 다른 산으로 가게 되어 갑자기 자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至乙丑年
지을축년
하야 老和尙이 在道場하사 作掛牌時에 又得依附하야 隨侍赴天寧할새
하야 노화상이 재도장하사 작괘패시에 우득의부하야 수시부천녕할새
中間에 因被詰問하사오니 日間浩浩時에 還作得主麽아 答云作得主호
중간에 인피힐문하사오니 일간호호시에 환작득주마아 답운작득주호
이다 又問睡夢中에 作得主麽아 答云作得主호이다 又問正睡着時에 無
이다 우문수몽중에 작득주마아 답운작득주호이다 우문정수착시에 무
夢無想하며 無見無聞커니 主在甚麽處오하야는 到者裏하야는 直得無言
몽무상하며 무견무문커니 주재심마처오하야는 도자리하야는 직득무언
可對하며 無理可伸이러이다
가대하며 무리가신이러이다
을축년에 이르러 노화상께서 도량에 계시면서 방부를 받을 때 또 의지하여 따르다가 뫼시고서 천녕사로 가는 중간에 힐문하여 물으시기를 「요즈음 시끄럽고 번거로울 때도 주재가 되느냐?」 하므로 답하여 이르기를 「주재가 됩니다」 하였더니 「꿈속에서도 주재가 되느냐?」 하시기에 답하여 이르기를 「주재가 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잠을 잘 때 꿈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으면 너의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하시거늘, 여기에 이르러 곧 어떠한 말로도 대답할 수가 없었으며 어떠한 이치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和尙이 却囑云從今日去로 也不要你의 學佛學法하며 也不要你의 窮
화상이 각촉운종금일거로 야부요니의 학불학법하며 야부요니의 궁
古窮今하노니 但只飢來喫飯하며 困來打眠하고 纔眠覺來에 却抖擻精
고궁금하노니 단지기내끽반하며 곤내타면하고 재면각내에 각두수정
神호대 我 者一覺主人公은 畢竟在甚處하야 安身立命고하라하야시늘 雖
신호대 아 자일각주인공은 필경재심처하야 안신립명고하라하야시늘 수
信得及하야 遵守此語나 奈資質이 遲鈍하야 轉見難明하리닛고 遂有龍
신득급하야 준수차어나 나자질이 지둔하야 전견난명하리닛고 수유룡
鬚之行할새 卽自誓云호대 拌一生하여 做箇癡獃漢이언정 定要見者一
수지항할새 즉자서운호대 반일생하여 주개치애한이언정 정요견자일
著子明白호리라하더니 저자명백호리라하더니
스님께서 도리어 당부하여 이르기를 「오늘 이후로는 네가 부처를 배우거나 법을 배우려고 하지도 말고 옛것을 궁구하거나 지금 것을 궁구하려고도 하지 말라. 단지 배 주리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고, 잠깐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도리어 정신을 가다듬어 ‘나의 이 깨어나는 주인공은 결국은 어느 곳에서 안신임명안신립명하는가?’를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비록 이 말씀을 믿게 되어 준수하였으나 자질이 더디고 아둔하여 더욱 밝히기 어려움을 어찌하겠습니까? 마침내 용수로 떠나며 스스로 맹서하기를 「일생을 내던져 한낱 바보천치가 되더라도 결정코 한 소식을 아주 분명하게 보고자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經及五年하야 一日에 寓庵宿이라가 睡覺에 正疑
경급오년하야 일일에 우암숙이라가 수각에 정의
此事러니 忽同宿道友推枕子하야墮地作聲에 驀然打破疑團호니 如在
차사러니 홀동숙도우추침자하야타지작성에 맥연타파의단호니 여재
網羅中跳出이러이다 追憶日前에 所疑佛祖의 言肴訛公案과古今差別因
망나중도출이러이다 추억일전에 소의불조의 언효와공안과고금차별인
緣호니 恰如泗州에見大聖하며遠客이 還故鄕하야 元來只是舊時人이라
연호니 흡여사주에견대성하며원객이 환고향하야 원내지시구시인이라
不改舊時行履處러이다 부개구시항리처러이다
5년이 지나서 어느 날 암자에서 쉬고 있던 중에 잠을 자다 깨어서 바로 이 일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같이 자던 도반이 목침을 밀어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에 별안간 의심 덩어리를 깨트리니 마치 그물속에 갇혔다가 뛰어 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예전에 의심했던 바 부처님과 조사들이 말씀하신 알아들을 수 없는 공안들과 고금의 차별된 인연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흡사 사주에서 대성인을 뵈온 듯하고 멀리 떠났던 길손이 고향에 돌아온 듯 원래 예전의 그 사람이요 예전에 밟고 다니던 곳이 고쳐지지 않았던 것과 같았습니다.
自此로 安邦定國하며 天下太平하야 一念無爲에
자차로 안방정국하며 천하태평하야 일념무위에
十方坐斷호이다 如上所供은 並是詣實이오니伏望尊慈는 特垂詳覽하소서
십방좌단호이다 여상소공은 병시예실이오니복망존자는 특수상람하소서
이로부터 나라는 안정되고 천하는 태평하니 한 생각도 함이 없게 되어 시방세계를 좌정시키고 단정시켰습니다. 위와 같이 말씀드린 것은 모두 진실에 입각한 것이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존귀하고 자비로운 스님께서 자세히 살펴주시옵소서.
室中三關 其二九
실중삼관 기이구
杲日이 當空에 無所不照어늘 因甚하야 被片雲遮却고 人人이 有箇影
고일이 당공에 무소부조어늘 인심하야 피편운차각고 인인이 유개영
子하야 寸步不離호대 因甚踏不着고 盡大地是箇火坑이라 得何三昧하
자하야 촌보부리호대 인심답부착고 진대지시개화갱이라 득하삼매하
야사 不被燒却고야사
부피소각고
밝은 해가 허공에 당도함에 비추지 않는 곳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조각구름에 가리게 되었는가?
사람마다 하나씩 그림자가 있어서 한 치 걸음도 떨어지지 않거늘 무엇 때문에 밟혀지지 않는가?
온 대지가 하나의 불구덩이이니 무슨 삼매를 얻어야 불에 타지 않을까?
懸吐註解 禪 要 終
目 次
高峰和尙禪要序 2
禪 要 跋 7
開 堂 普 說 其一 12
示 衆 其二 22
示直翁居士 洪新恩 其三 30
結 制 示 衆 其四 34
示 衆 其五 35
解 制 示 衆 其六 38
示 衆 其七 40
立 限 示 衆 其八 46
示 衆 其九 47
晩 叅 其十 50
示信翁居士 洪上舍 其十一 51
示 衆 其十二 57
結 制 示 衆 其一三 60
示 衆 其一四 61
端 陽 示 衆 其一五 63
示 衆 其一六 64
示 理 通 上 人 其一七 67
示 衆 其一八 68
解 制 示 衆 其一九 70
示 衆 其二十 72
除 夜 小 參 其二一 76
示 衆 其二二 81
結 制 示 衆 其二三 83
示 衆 其二四 83
除 夜 小 參 其二五 86
示 衆 其二六 87
答 直 翁 居 士 書 其二七 91
通仰山老和尙疑嗣書 其二八 95
室 中 三 關 其二九 101
高峰和尙禪要
海印叢林講院
高峰和尙禪要序
고봉화상선요서
參禪은 雖以不立文字하며 不假修證으로 爲宗이나 然이나 旣可叅則
참선은 수이불립문자하며 불가수증으로 위종이나 연이나 기가참칙필 有要하니 要者는 何오 如ㅣ 網之有綱하여 衣之有領하야 使人一擧而
유요하니 요자는 하오 여ㅣ망지유강하여 의지유령하야 사인일거이
徑得其直遂者ㅣ 是也라 萬目이 非不網也나 遣綱擧目이면 網必不張
경득기직수자ㅣ 시야라 만목이 비불망야나 견강거목이면 망필부장이요
이요 萬縷ㅣ 非不衣也이 捨領擧縷면 衣必不振이니라 永嘉ㅣ 云호대 摘
만루ㅣ 비불의야이 사령거루면 의필부진이니라 영가ㅣ 운호대 적
葉尋枝는 我不能이라하니 枝與葉은 非要요 根本이라사 固要也어늘 學者
엽심지는 아불능이라하니 지여엽은 비요요 근본이라사 고요야어늘 학자ㅣ
ㅣ 復昧其根本이로다 鵝湖ㅣ 云호대 要在當人能擇上이라하니 擇善而
부매기근본이로다 아호ㅣ 운호대 요재당인능택상이라하니 택선이
從이 可也어늘 學者ㅣ 往往에 差決擇於發靭하야 終ㅣ 適越而北轅이로
종이 가야어늘 학자ㅣ 왕왕에 차결택어발인하야 종ㅣ 적월이북원이로
다 乃至從上祖師의 遺編이 山積이라 一話一言이 固無非綱領이로대
다 내지종상조사의 유편이 산적이라 일화일언이 고무비강령이로대
奈何世降聖遠에 情僞日滋하야 心意識이 有以蠱蝕之라 則視綱領하야
나하세항성원에 정위일자하야 심의식이 유이고식지라 칙시강령하야
爲目縷者ㅣ 盖惣惣矣리요
위목루자ㅣ 개총총의리요
참선은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며 닦아 증득함에 의지하지 않는 것으로써 종지를 삼으나 이미 참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요긴함이 있을 것이다. 요긴함이란 무엇인가? 마치 그물에 벼리가 있는 것과 같고 옷에 옷깃이 있는 것과 같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 듦으로서 지름길로 곧장 완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그물코가 그물 아닌 것은 아니지만 벼리는 버려두고 그물코만 들면 그물은 반드시 펼쳐지지 않을 것이요, 수많은 실올이 옷 아닌 것은 아니지만 옷깃은 버려두고 실올만 들면 옷은 반드시 들려지지 않을 것이다. 영가선사가 이르기를 「잎을 따고 가지를 찾는 짓은 나는 하지 않겠다」 하였으니, 가지와 잎은 요긴한 것이 아니요 뿌리의 밑둥이 진실로 요긴한 것인데 배우는 자들은 다시 그 뿌리의 밑둥에 대해서 어두울 뿐이다. 아호선사가 이르기를 「요긴함은 당사자가 잘 선택하는데 있다」 하였으니 바른 길을 선택하여 좇아야 될 것이거늘, 배우는 자들은 항상 출발하는 자리에서 결정과 선택이 어긋나서 마침내 월나라로 가려 하면서도 수레는 북쪽으로 몰고 간다. 나아가서는 예로부터 조사들이 남긴 저술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 이야기 한 토막 말 한 마디가 참으로 강령강령 아닌 것이 없으나, 세상은 점점 말세의 수렁으로 떨어지고 성인과는 점차 멀어지니 망정과 거짓이 날로 불어나 마음(심)과 뜻(의)과 인식(식)이 좀먹어 들어가서 벼리와 옷깃을 보고 그물코와 실올로 여기는 자가 허다하니 어찌하겠는가.
我師高峰和尙이 自雙峰으로 而西峰히 二十餘年을 念此之故로 不獲
아사고봉화상이 자쌍봉으로 이서봉히 이십여년을 념차지고로 불획
已하사 示人剋的하시니 如神藥이 刁圭而起死하고 靈符ㅣ 點畵而驅邪
이하사 시인극적하시니 여신약이 조규이기사하고 영부ㅣ 점화이구사
라 故로 有採其奇方秘呪하야 得以爲學徒綱領者러라 或이 曰獲禽읕
라 고로 유채기기방비주하야 득이위학도강령자러라 혹이 왈획금읕
在目이라 不在綱이요 禦寒은 在縷라 不在領이니 八萬四千法門이 門
재목이라 부재강이요 어한은 재루라 부재령이니 팔만사천법문이 문
門可入이라 目與縷는 果非要耶아 將應之曰世尊法門이 信廣大無邊
문가입이라 목여루는 과비요야아 장응지왈세존법문이 신광대무변이나
이나 顧乃設爲方便은 狹小一門이라하야 使諸子로 出火宅而入大乘하시
고내설위방편은 협소일문이라하야 사제자로 출화택이입대승하시니
니 是는 攝目縷하야 爲綱領耳니라 然則鋼耶아 目耶아 領耶아 縷耶아
시는 섭목루하야 위강령이니라 연칙강야아 목야아 령야아 루야아
要耶아 非要耶아 未具頂門正眼인댄 未可以易言也니라
요야아 비요야아 미구정문정안인댄 미가이역언야니라
우리 스님 고봉화상께서 쌍봉으로부터 서봉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동안 이것을 염두에 두었던 까닭에 마지못해 사람들에게 긴요하고도 확실하게 보여주시니, 마치 신비스런 약은 한 숫갈로도 죽을 사람을 회생시키고 영험한 부적은 한 점 한 획으로도 삿된 귀신을 몰아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신기한 처방과 비밀스런 주문을 채록하여 배우는 이들에게 강령이 되게 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짐승을 잡는 것은 그물눈이지 벼리가 아니며 추위를 막는 것은 실올이지 옷깃이 아니니, 8만4천의 법문은 문문마다 모두 들어갈 수 있듯이 그물눈과 실올이 과연 요긴한 것이 아니겠는가?」 함에 곧 그에 응해 가로되 「세존의 법문은 참으로 광대하고도 무변하지만 돌아보면 이에 방편으로 협소한 하나의 문을 설치하여 뭇 아이들로 하여금 불난 집에서 벗어나 대승으로 들어가게 하시니, 이는 그물눈과 실올을 거두어 강령을 삼은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그러한 즉 벼리인가, 그물코인가, 옷깃인가, 실올인가, 요긴한가, 요긴하지 않은가는 정수리 위의 바른 눈을 갖추지 못했다면 쉽사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喬祖ㅣ 預西峰法席以來로 每ㅣ 抄集示徒法語之切於叅決者 名之
교조ㅣ 예서봉법석이래로 매ㅣ 초집시도법어지절어참결자 명지
曰禪要라하고 久欲與有志者로 共之러니 一日에 擧似姑蘇永中上人하
왈선요라하고 구욕여유지자로 공지러니 일일에 거사고소영중상인
니 欣然欲ㅣ 募緣鋟梓 且俾 喬祖로 爲之序하라하야늘 喬祖ㅣ 旣已承
하니 흔연욕ㅣ 모연침재 차비 교조로 위지서하라하야늘 교조ㅣ 기이승
命하고 復告之曰師의 別有一要語ㅣ 在ㅣ 綱領外하야 藏之虛空骨中하
명하고 부고지왈사의 별유일요어ㅣ 재ㅣ 강령외하야 장지허공골중하니
니 兄欲鋟하고 我欲序가皆不能일쌔 尙俟他日에 更作一番揭露하노라
형욕침하고 아욕서가개불능일쌔 상사타일에 갱작일번게로하노라
내가 서봉선사의 법석에 참여한 이래 매번 대중들에게 열어 보인 법어 가운데 참구하고 결택함에 간절한 것들을 베껴 모아서 <선요>라 이름하고 오래도록 뜻 있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하루는 고소산의 영중 스님에게 얘기하였더니 흔연히 반연을 모아 판각하고자 하고는 또한 나에게 서문을 쓰라 하였다. 내가 이미 분부를 승낙하고는 다시 일러 가로되 「스님에게는 따로이 한 마디 요긴한 말씀이 강령밖에 있어서 허공의 뼈 가운데 감춰져 있으니, 형께서 판각하려 하고 내가 서문을 쓰고자 하여도 모두 가능치 않으니 오히려 다른 날에 다시 한 번 드러나기를 기다리도록 하자」라고 하였다.
지원 갑오년 9월 9일, 천목산의 참선학도참선학도 직옹 홍교조 삼가 쓰다.
至元甲午重九日 天目叅學直翁
지원갑오중구일 천목참학직옹
洪喬祖 謹書홍교조 근서
禪要跋
선요발
古靈은 以閱經으로 爲鑽古紙하고 輪扁은 以讀書로 爲味糟粕이라하니
고령은 이열경으로 위찬고지하고 윤편은 이독서로 위미조박이라하니
良以道는 不可以言語文字로 求也일새니라 然이나 道無方하고 體無形하
양이도는 불가이언어문자로 구야일새니라 연이나 도무방하고 체무형하
니 似非言語文字면 何從而明之리요
니 사비언어문자면 하종이명지리요
고령은 경전 보는 것을 묵은 종이나 뚫는 짓으로 여겼으며 윤편은 글 읽는 것을 술지게미를 맛보는 것으로 여겼으니, 진실로 도는 언어나 문자로써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에는 방소방소가 없고 그 바탕에는 모양이 없으니 만일 언어나 문자가 아니면 무엇으로 그것을 밝히겠는가?
是以로 吾佛世尊이 雖隨機化誘하사 曲成密庸하시니 而不能不談十二
시이로 오불세존이 수수기화유하사 곡성밀용하시니 이불능불담십이
部法하시며 達磨西來하사 雖不立文字하시니 而授受之際에 口傳面命하
부법하시며 달마서래하사 수불립문자하시니 이수수지제에 구전면명하
시니 亦不能以忘言이시니라 盖道는 雖不在於言語文字나 實不離於言
시니 역불능이망언이시니라 개도는 수부재어언어문자나 실불리어언
語文字오 特精微之旨는 具於辭說之表라 未易窺覩로다 世之學者 往
어문자오 특정미지지는 구어사설지표라 미역규도로다 세지학자 왕
往에 沈着於語下하야 不能體會其精微하며 徒觀標月之指하고 不覿當
왕에 침착어어하하야 불능체회기정미하며 도관표월지지하고 불적당
天之月이라 遂以言語文字로 爲礙하야 致俾古靈輪扁으로 激而爲故紙
천지월이라 수이언어문자로 위애하야 치비고령윤편으로 격이위고지
糟粕之譏로다 然이나 言語文字는 正所以發明心華하사 模寫道妙어니
조박지기로다 연이나 언어문자는 정소이발명심화하사 모사도묘어니
初何嘗碍道哉리요
초하상애도재리요
그러므로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비록 근기를 따라 교화하고 이끄심에 비밀스럽고도 중용되는 법을 자세히 이루어 놓았으나 12부의 법을 말씀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달마가 서쪽에서 오시어 비록 문자를 세우지 않았으나 법을 주고 받을 때에는 입으로 전하고 대면하여 일러주셨으니, 역시 말을 잊어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도는 비록 언어와 문자에 있지 않으나 실제는 언어와 문자를 여의지 않았고 특히 정미로운 취지는 언어 밖에 갖추어져 있기에 쉽사리 엿볼 수 없다. 세상의 학자들은 흔히 말 자체에 집착하여 그 정미함을 체득하여 이해하지 못하며, 다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지 못하고는 마침내 언어와 문자를 장애로 여겨 고령과 윤편으로 하여금 격분케 함으로써 묵은 종이니 술지게미니 하는 비방을 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언어와 문자는 바로 마음의 꽃을 피워 밝혀서 도의 오묘함을 그려내기 위한 것이니 애당초 어찌 도에 장애가 되겠는가.
高峰和尙의 說法이 如雲如雨커늘 直翁洪君 撮其奇秘하야 名曰禪要
고봉화상의 설법이 여운여우커늘 직옹홍군 촬기기비하야 명왈선요
라하고 永中上人이 從而鋟梓하야 以廣其傳하니 擧網而得綱이며 挈裘
라하고 영중상인이 종이침재하야 이광기전하니 거망이득강이며 설구
而振領이라 將俾學者로 因法語之要하야 以會道體之全하니 其開牖後
이진령이라 장비학자로 인법어지요하야 이회도체지전하니 기개유후
學之心이 可謂篤矣로다 學者ㅣ 於此에 果能優遊而求之하며 厭飫而
학지심이 가위독의로다 학자ㅣ 어차에 과능우유이구지하며 염어이
趨之하면 渙然氷釋하고 怡然理順하리니 則工夫次第와 進趣操略을 老
추지하면 환연빙석하고 이연이순하리니 칙공부차제와 진취조략을 노
師ㅣ 已ㅣ 和盤托出하사 盡在此書矣언만은 特患學者ㅣ 未能猛烈承當
사ㅣ 이ㅣ 화반탁출하사 진재차서의언만은 특환학자ㅣ 미능맹렬승당이이로다
耳이로다
고봉화상께서 설하신 법은 구름과도 같고 비와도 같음에 직옹 홍군이 그 가운데 기이하고 비밀스러운 것을 모아 <선요>라 이름하였고 이어서 영중 스님이 판각하여 그 유포를 넓히니, 이는 그물을 듦에 벼리를 얻음이요 갓옷을 듦에 옷깃을 건짐과 같다. 이로서 장차 배우는 자들로 하여금 법어의 요점에 의지하여 도체도체의 전모를 이해하게 하였으니 후학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마음이 가히 돈독하다 할 것이다. 배우는 이들이 여기에서 참으로 넉넉히 노닐며 능히 그것을 구하여 흡족히 한 채 나아간다면 봄기운에 얼음이 녹듯이 기꺼운 마음에 이치가 순조로워질 것이니, 곧 공부의 차례와 전진해 나아가는 지조 및 방략을 노스님께서 이미 밥상채로 내놓아 남김없이 이 책속에 있건만 배우는 이들이 맹렬히 받아들이지 못할까 특히 염려될 뿐이다.
吁라 扁鵲方中에 具有靈藥하니 或名神丹이며 或名無憂散이라 回生起
우라 편작방중에 구유령약하니 혹명신단이며 혹명무우산이라 회생기
死ㅣ 功在刹那하니 具眼目하는 着精神ㅣ 盡心力하야 汲汲而求之하면
사ㅣ 공재찰나하니 구안목하는 착정신ㅣ 진심력하야 급급이구지하면
未有不得者리라 老死之言이 豈欺汝也리요 學者 愼無錯認古靈輪扁
미유부득자리라 로사지언이 기기여야리요 학자 신무착인고령윤편
之言 而忘老師諄諄之誨하면 庶幾直翁永中으로 功不虛施하며 亦使
지언 이망노사순순지회하면 서기직옹영중으로 공불허시하며 역사
觀語錄而得發明者로 不專美於前矣리라
관어록이득발명자로 부전미어전의리라
아! 편작의 처방 가운데 혹은 신단신단이라 이름하고 혹은 무우산무우산이라 이름하는 신령스런 약이 갖추어져 있어 죽은 이를 살리는데 그 효력이 찰나에 이뤄진다 하니, 안목을 갖춘 자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의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구하면 얻지 못할 것이 없으리다. 노스님의 말씀이 어찌 그대들을 속이겠는가? 배우는 이들은 행여라도 고령과 윤편의 말을 잘못 오인하여 노스님의 정성스러운 가르침을 잊어먹는 일이 없도록 하여 직옹과 영중이 공을 헛되이 베푼 것이 되지 않기를 바라나니, 또한 어록을 보아서 마음의 꽃을 피워 밝힌다면 오로지 앞 사람만을 장엄하는 것은 아니리다.
지원 갑오년 10월 16일, 참선학도 청소의 정명 주영원이 삼가 발문을 쓰다.
至元甲午十月哉生魄지원갑오십월재생백
叅學淸笤淨明朱潁遠 謹跋 참학청소정명주영원 근발
高峰和尙禪要
고봉화상선요
侍 者 指 正 錄 시 자 지 정 록
叅學直翁居士洪喬祖 編 참학직옹거사홍교조 편
開堂普說 其一
僧이 問호대 十方同聚會하야 箇箇學無爲하나니 此是選佛場이라 心空
승이 문호대 십방동취회하야 개개학무위하나니 차시선불장이라 심공
及第歸라하신 龐居士의 恁麽道ㅣ 還有爲人處也ㅣ 無잇가 師云有니라
급제귀라하신 방거사의 임마도ㅣ 환유위인처야ㅣ 무잇가 사운유니라
進云畢竟에 在那一句닛고 師云從頭問將來하라
진운필경에 재나일구닛고 사운종두문장래하라
어떤 승려가 물었다. 「‘시방세계 대중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제제마다 함이없는 무위법을 배우나니, 이자리가 부처뽑는 선불장이 아니런가, 마음하나 공해지면 급제하여 돌아가네.’ 방거사가 이렇게 말한 것에도 사람들을 위하는 자리가 있습니까?」
선사께서 답하였다. 「있느니라.」
다시 물었다. 「필경에는 어느 한 구절에 있습니까?」
선사께서 답하였다. 「첫 구절부터 차례차례 물어라.」
進云如何是ㅣ 十方同聚會닛고 師云 ㅣ 龍蛇混雜하고 凡聖이 交叅이
진운여하시ㅣ 십방동취회닛고 사운 ㅣ 용사혼잡하고 범성이 교참이니라
니라 進云如何是ㅣ 箇箇學無爲닛고 師云口呑佛祖하고 眼掛乾坤이니라
진운여하시ㅣ 개개학무위닛고 사운구탄불조하고 안괘건곤이니라
進云如何是選佛場이니고 師云ㅣ 東西十萬이요 南北이 八千니라 進云
진운여하시선불장이니고 사운ㅣ 동서십만이요 남북이 팔천니라 진운
如何是心空及第歸닛고 師云ㅣ 動容揚故路하야 不墮悄然機니라 進云
여하시심공급제귀닛고 사운ㅣ 동용양고로하야 불타초연기니라 진운
恁麽則言言見諦요 句句朝宗이로소이다 師云你ㅣ 甚處見得고 僧이ㅣ
임마칙언언견체요 구구조종이로소이다 사운니ㅣ 심처견득고 승이ㅣ
喝한대 師云ㅣ 也是掉棒打月이로다
갈한대 사운ㅣ 야시도봉타월이로다
「어떤 것이 시방세계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까?」
「용과 뱀이 뒤섞이고 범부와 성인이 사귀어 참구하느니라.」
「어떤 것이 저마다 함이없는 무위법을 배우는 것입니까?」
「입으로는 부처와 조사를 집어 삼키고 눈으로는 하늘과 땅을 뒤덮느니라.」
「어떤 것이 부처를 뽑는 선불장입니까?」
「동서가 십만리요 남북이 팔천리이다.」
「어떤 것이 마음이 공해져 급제하여 돌아가는 것입니까?」
「으시대며 옛 길로 올라서고 초조한 근기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씀마다 진리를 드러나 있고 구절마다 종지가 모여 있군요.」
「너는 어디서 보았는가?」
「갈!」
「그 또한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는 것이로다.」
進云此事는 且止하고 只如西峰은 今日에 十方聚會하야 選佛場開하시
진운차사는 차지하고 지여서봉은 금일에 십방취회하야 선불장개하시니
니 畢竟에 有何祥瑞닛고 師云ㅣ 山河大地와 萬像森羅와 情與無情이
필경에 유하상서닛고 사운ㅣ 산하대지와 만상삼라와 정여무정이
悉皆成佛인댄 進云旣皆成佛인댄 因甚하야 學人은 不成佛이닛고 師云ㅣ
실개성불인댄 진운기개성불인댄 인심하야 학인은 불성불이닛고 사운ㅣ
你若成佛인댄 爭敎大地成佛이리요 進云畢竟에 學人은 過在甚麽處니
니약성불인댄 쟁교대지성불이리요 진운필경에 학인은 과재심마처니고
고 師云ㅣ 湘之南潭之北이니라 進云還許學人으로 懺悔也無니가 師云
사운ㅣ 상지남담지북이니라 진운환허학인으로 참회야무니가 사운ㅣ
ㅣ 禮拜着하라 僧이 纔拜ㅣ 師云 獅子는 咬人하고 韓盧는 逐塊니라
예배착하라 승이 재배ㅣ 사운 사자는 교인하고 한로는 축괴니라
「이 일은 우선 그만 두고, 스님께서는 오늘 시방세계 대중들이 모여들어 선불장이 열렸으니 결국에는 어떠한 성서러움이 있겠습니까?」
「산하대지와 삼라만상과 유정무정이 남김없이 모두 성불하였느니라.」
「이미 모두 성불하였다면 무엇으로 인해 학인은 성불하지 못하였습니까?」
「네가 만약 성불한다면 어떻게 산하대지를 성불하게 하겠는가?」
「결국은 학인의 허물이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
「상주상주의 남쪽이요 담주담주의 북쪽이니라.」
「그래도 학인에게 참회를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절을 하여라.」
승려가 절을 하자마자 선사께서 말하기를 「사자는 사람을 무는데 한씨의 개는 돌덩이를 쫓아 가느니라」 하였다.
師乃竪拂하시고 召大衆云此是選佛場이며 心空及第歸니 怜悧漢이 若
사내수불하시고 소대중운차시선불장이며 심공급제귀니 영리한이 약
向者裏하야 見得하면 便見龐居士의 安身立命處니라 旣見龐居士의 安
향자리하야 견득하면 변견방거사의 안신입명처니라 기견방거사의 안
身立命處인댄 便見從上佛祖의 安身立命處요 旣見佛祖의 安身立命
신입명처인댄 변견종상불조의 안신입명처요 기견불조의 안신입명
處인댄 便見自己의 安身立命處인댄 旣見自己의 安身立命處인댄 不妨
처인댄 변견자기의 안신입명처인댄 기견자기의 안신입명처인댄 불방
向者裏하야 拗折拄杖하고 高掛鉢囊하고 三條椽下와 七尺單前에 咬ㅣ
향자리하야 요절주장하고 고괘발낭하고 삼조연하와 칠척단전에 교ㅣ
無味飯하며 飮ㅣ 不濕羹하고 伸脚打眠하야 逍遙度日이어니와 若是奴郞
무미반하며 음ㅣ 불습갱하고 신각타면하야 소요도일이어니와 약시노랑
不辨하며 菽麥不分인댄 抑不得已하야 按下雲頭하고 向ㅣ 虛空裏하여
불변하며 숙맥불분인댄 억부득이하야 안하운두하고 향ㅣ 허공리하여
書ㅣ 一本上大人하야 敎諸人으로 依樣畵猫兒去也리라
서ㅣ 일본상대인하야 교제인으로 의양화묘아거야리라
선사께서 이에 불자불자를 세우고 대중을 불러 말씀하셨다.
이것이 선불장이며 마음이 공하면 급제하여 돌아가리니, 영리한 자가 만약 이 속에서 알아차리면 곧 방거사가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보게 될 것이다. 방거사가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곧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도 보게 될 것이며, 부처님과 조사들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곧 자신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도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얻은 깨달음의 자리를 이미 보았다면 그 속에서 주장자를 꺾어버리고 바랑을 높이 걸어 두고 세 가닥 서까래 밑의 칠 척 되는 자리 앞에서 맛없는 밥을 씹고 물기 없는 국을 마시며 다리를 뻗고 잠을 자면서 유유자적하며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종과 상전도 가리지 못하고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구름을 헤치고 허공에다 한 줄의 ‘가갸거겨’를 써 놓고 여러 대중들로 하여금 그 모양대로 고양이를 그리게 하리라.
山僧이 昔年에 在雙徑이라가 歸堂未及一月하야 忽於睡中에 疑着萬法
산승이 석년에 재쌍경이라가 귀당미급일월하야 홀어수중에 의착만법
歸一一歸何處하니 自此로 疑情이 頓發하야 廢寢忘餐하며 東西不辨하
귀일일귀하처하니 자차로 의정이 돈발하야 폐침망찬하며 동서불변하
고 晝夜不分하야 開單展鉢과 屙屎放尿와 至於一動一靜ㅣ 一語一黙
고 주야불분하야 개단전발과 아시방뇨와 지어일동일정ㅣ 일어일묵이
이 總只是箇一歸何處오 更無絲毫異念이며 亦要起絲毫異念이라도 了
총지시개일귀하처오 갱무사호이념이며 역요기사호이념이라도 료
不可得호미 正如釘釘膠粘하야 撼搖不動이라 雖在稠人廣座中이라도
불가득호미 정여정정교점하야 감요부동이라 수재조인광좌중이라도
如無一人相似하야 從朝至暮하며 從暮至朝히 澄澄湛湛하며 卓卓巍巍
여무일인상사하야 종조지모하며 종모지조히 징징담담하며 탁탁외외하야
하야 純淸絶點하고 一念萬年이라 境寂人忘에 如痴如兀터니 不覺至第
순청절점하고 일념만년이라 경적인망에 여치여올터니 불각지제
六日하야 隨衆在三塔할새 諷經次에 擡頭하야 忽覩五祖演和尙眞하고
육일하야 수중재삼탑할새 풍경차에 대두하야 홀도오조연화상진하고
驀然觸發日前仰山老和尙의 問拖死屍句子호니 直得虛空이 粉碎하고
맥연촉발일전앙산노화상의 문타사시구자호니 직득허공이 분쇄하고
大地平沈하야 物我俱忘이 如鏡照鏡이라 百丈野狐와 狗子佛性과 淸
대지평침하야 물아구망이 여경조경이라 백장야호와 구자불성과 청
州布衫과 女子出定話를 從頭密擧驗之호니 無不了了라 般若妙用이
주포삼과 녀자출정화를 종두밀거험지호니 무불료료라 반야묘용이
信不誣矣러라
신불무의러라
산승이 지난날 쌍경에 있다가 선방에 돌아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홀연히 잠결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의심이 들었다. 그로부터 의심이 활짝 일어나서 침식도 잊고 동서도 분별치 못하며 밤낮도 분간치 못한 채, 자리를 펴거나 발우를 펴거나 대변을 보거나 소변을 누거나, 움직이는 한 동작과 머무르는 한 동작 및 말 한 마디와 침묵의 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온통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고 생각할 뿐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한 털끝만큼의 다른 생각을 일으키려 해도 일으킬 수 없는 것은 마치 못을 박고 아교를 붙인 것처럼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있더라도 마치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으며, 아침부터 저물녘에 이르러 저물녘부터 아침에 이르기까지 맑고도 고요하며 우뚝하고도 드높아서 순수한 맑음에 티 한 점 없어 한 생각이 만 년이라 경계도 고요하고 나도 잊으니 마치 천치와 같고 흡사 바보와 같았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엿새째 되던 날, 대중을 따라 삼탑사에서 경전을 외다가 머리를 들어 문득 오조 법연화상의 영정을 보고서 별안간 일전에 앙산 노화상께서 물으시던 ‘송장 끌고 다니는 놈’이라는 화두를 확연히 깨치게 되니, 곧장 허공이 가루처럼 잘게 부숴지고 대지가 평탄하게 가라앉아 사물과 나를 몽땅 잊어버림이 마치 거울에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백장의 들여우와 구자무불성과 청주의 베옷과 여자출정 등의 화두를 차례차례 빠짐없이 챙겨서 증험해 보니 속속들이 알지 못할 것이 없었더라. 반야의 오묘한 작용이 진실로 거짓되지 않았다.
前所看無字는 將及三載히 除二時粥飯하고 不曾上蒲團하야 困時에도
전소간무자는 장급삼재히 제이시죽반하고 부증상포단하야 곤시에도
亦不倚靠하며 雖則晝夜에 東行西行하니 常與昏散二魔로 輥作一團하
역불의고하며 수칙주야에 동행서행하니 상여혼산이마로 곤작일단하야
야 做盡伎倆이라도 打屛不去라 於ㅣ 者無 字上에 竟不曾有一餉間이나
주진기량이라도 타병불거라 어ㅣ 자무자상에 경부증유일향간이나
省力成片이러니 自決之後에 鞠其病源호니 別無他故요 只爲不在疑情
성력성편이러니 자결지후에 국기병원호니 별무타고요 지위부재의정
上하야 做工夫라 一味只是擧호대 擧時엔 則有하고 不擧엔 便無하며 設
상하야 주공부라 일미지시거호대 거시엔 칙유하고 불거엔 변무하며 설
要起疑라도 亦無下手處하며 設使下得手ㅣ 疑得去라도 只頃刻間이요
요기의라도 역무하수처하며 설사하득수ㅣ 의득거라도 지경각간이요
又未免被昏散의 打作兩橛하야 於是에 空費許多光陰하며 空喫許多
우미면피혼산의 타작양궐하야 어시에 공비허다광음하며 공끽허다
生受호대 略無些子進趣일러니라 一歸何處는 却與無字로 不同하고 且
생수호대 략무사자진취일러니라 일귀하처는 각여무자로 부동하고 차
是疑情이 易發하야 一擧便有하고 不待返覆思惟計較作意라도 纔有疑
시의정이 역발하야 일거변유하고 부대반복사유계교작의라도 재유의
情이면 稍稍成片하야 便無能爲之心하며 旣無能爲之心이라 所思卽忘
정이면 초초성편하야 변무능위지심하며 기무능위지심이라 소사즉망하야
하야 致使萬緣으로 不息而自息하며 六窓으로 不靜而自靜하야 不犯纖
치사만연으로 불식이자식하며 육창으로 부정이자정하야 불범섬
塵하고 頓入無心三昧호라 忽遇喫粥喫飯處하야 管取向鉢盂邊하야 摸
진하고 돈입무심삼매호라 홀우끽죽끽반처하야 관취향발우변하야 모
着匙筯에도 不怕破甕中走却鼈이니 此是已驗之方이라 決不相賺이니라
착시저에도 불파파옹중주각별이니 차시이험지방이라 결불상잠이니라
如有一句나 誑惑諸人이면 自招永墮拔舌犁耕하리다
여유일구나 광혹제인이면 자초영타발설리경하리다
전에 들었던 무무 자 화두는 거의 3년이 되도록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를 제하고는 일찌기 방석에도 앉지 않았고 비곤할 때도 자리에 의지하여 기대지 않으며 비록 밤낮으로 이리저리 다녔으나 항상 혼침과 산란의 두 마구니와 더불어 뒤섞여 한덩어리가 되었음에 갖은 재주를 다 부려도 물리쳐 떨치지 못하였다. 그 무무 자 위에서는 마침내 밥 한 술 뜰 순간이라도 힘을 얻어 화두와 한덩어리를 이룬 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깨친 후에 그 병의 근원을 살펴보니 별다른 까닭은 없고 다만 의심하는 그 위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한결같이 단지 화두를 들더라도 들 때에는 있다가 들지 않으면 곧 없었으며, 설령 의심을 일으키려 하여도 또한 손을 쓸 자리가 없었으며, 설사 손을 써서 의심이 이루어지더라도 다만 잠깐 사이일 뿐 또한 혼침과 산란으로 두 토막이 남을 면치 못하였다. 그리하여 공연히 허다한 세월만 낭비하고 공연히 허다한 고생만 하였으나 조금도 진취가 없었다.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는 화두는 무무 자 화두와 달라서 우선 의심이 쉽게 생겨 한 번 들면 곧 들려지고 반복하여 사유하거나 헤아리며 마음 먹지 않더라도 의심을 일으키기만 하면 차츰차츰 한덩어리를 이루어 곧 화두를 든다는 마음까지 없어졌다. 이미 화두를 든다는 마음이 없어졌으므로 화두도 곧 없어져 드디어 만 가지 반연은 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어지고 육근은 고요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요해져서 가는 티끌만큼도 범하지 아니한 채 단박에 무심삼매무심삼매에 들어갔었다. 홀연히 죽 먹고 밥 먹는 자리에서 바루의 저쪽을 향해 수저를 더듬고 있을 때에도 옹기 속에서 달리는 자라는 결정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미 증험한 방법이니 속이는 것은 분명 아니니, 만약 한 마디라도 여러분들을 속여서 미혹하게 한다면 영원히 발설지옥발설지옥에 떨어짐을 자초하는 것이 되리다.
現前學般若菩薩이 必要明此一段大事하야 不憚山高水濶하고 得得來
현전학반야보살이 필요명차일단대사하야 불탄산고수활하고 득득래
見西峰이온 況兼各各燃指燃香하야 立戒立願하며 礪齒磨牙하야 辦ㅣ
견서봉이온 황겸각각연지연향하야 입계입원하며 려치마아하야 판ㅣ
鐵石志하니 旣有如是操略과 如是知見인댄 切須莫負自己初心하며 莫
철석지하니 기유여시조략과 여시지견인댄 절수막부자기초심하며 막
負父母捨汝出家心하며 莫負新建僧堂檀信心하며 莫負國王大臣外護
부부모사여출가심하며 막부신건승당단신심하며 막부국왕대신외호
心하고 直下具大信去하며 直下無變異去하며 直下壁立萬仞去하며 直
심하고 직하구대신거하며 직하무변이거하며 직하벽립만인거하며 직
下依樣畵猫兒去하야 畵來畵去에 畵到結角羅紋處와 心識路絶處와
하의양화묘아거하야 화래화거에 화도결각라문처와 심식로절처와
人法俱忘處하면 筆端下에 驀然突出箇活猫兒來하리니 口ㅣ 元來盡大
인법구망처하면 필단하에 맥연돌출개활묘아래하리니 구ㅣ 원래진대
地ㅣ 是箇選佛場이며 盡大地是箇自己리니 到者裏하야는 說甚龐居士
지ㅣ 시개선불장이며 진대지시개자기리니 도자리하야는 설심방거사
리요 直饒三乘十地라도 膽喪魂驚하며 碧眼黃頭라도 容身無地하리라
리요 직요삼승십지라도 담상혼경하며 벽안황두라도 용신무지하리라
力 力 力
지금에 반야를 배우는 보살들이 필연코 이 일대사를 밝히고자 산이 높고 물이 깊음을 꺼리지 않고 일부러 서봉을 보러 왔거늘, 하물며 게다가 제각기 손가락을 태우고 향을 태워 계행을 수립하고 원력을 세우며 이를 갈아붙이고 철석 같은 의지를 준비하였음에랴. 이미 이와 같은 지조와 방략과 이와 같은 지견이 있다면 모름지기 자기의 처음 마음을 저버리지 말며, 부모가 그대를 버려서 출가하게 한 마음을 저버리지 말며, 새로 승당을 건립해 준 단월의 신심을 저버리지 말며, 국왕과 대신들이 외호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라. 당장에 큰 믿음을 갖추어 가며, 당장에 변하거나 달라짐이 없게 하며, 당장에 만 길의 벼랑 위에 선 듯이 하며, 당장에 밑그림을 따라 고양이를 그려 갈지니라. 그리고 또 그리다가 두 귀가 솟고 무늬가 얼룩진 자리와 심식의 길이 끊어진 자리와 사람도 법도 모두 잊은 자리에 그림이 도달하면 붓 끝에서 별안간 산 고양이가 튀어나올 것이니, 와! 원래 온 대지가 선불장이며 온 대지가 자기일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방거사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설령 삼승십지삼승십지의 성인이라도 간담이 서늘하고 혼이 나갈 것이며, 부처나 조사라도 몸을 용납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然雖如是나 若要開鑿人天眼目하야 發揚佛祖宗猷인댄 更須將自己與
연수여시나 약요개착인천안목하야 발양불조종유인댄 갱수장자기여
選佛場하야 鎔作一團하야 颺在百千萬億世界之外하고 轉身移步하야
선불장하야 용작일단하야 양재백천만억세계지외하고 전신이보하야
向ㅣ 威音那邊更那邊하야 打一遭라도 却來喫西峰痛棒하리니 大衆아
향ㅣ 위음나변갱나변하야 타일조라도 각래끽서봉통봉하리니 대중아
旣是和自己颺了어니 又將甚麽하야 喫棒고 忽有箇不顧性命底漢者ㅣ
기시화자기양료어니 우장심마하야 끽봉고 홀유개불고성명저한자ㅣ
聞ㅣ 恁麽擧하고 出來하야 掀倒禪床하고 喝散大衆이라도 是則固是나
문ㅣ 임마거하고 출래하야 흔도선상하고 갈산대중이라도 시칙고시나
要且西峰獅子巖은 未肯點頭在리라
요차서봉사자암은 미긍점두재리라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만약 인간과 하늘무리의 안목을 열어 부처와 조사의 종지를 드날리고자 한다면 다시 자기와 선불장을 가져다 녹여 한 덩어리로 만들어 백천만억 세계 밖에 날려버리고 몸을 굴리고 걸음을 옮겨 위음왕 저쪽의 다시 저쪽으로 한 바퀴 돌더라도 다시 돌아와 서봉에게 모진 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이다. 대중들이여, 이미 자기까지 날려버렸는데 또 무엇을 가지고 몽둥이를 맞겠는가? 홀연히 생명을 돌보지 않는 자가 있어서 이렇게 한 말을 듣고 뛰어나와 선상을 치켜들어 쓰러뜨리고 고함을 쳐 대중들을 흩어버리더라도 옳기는 참으로 옳으나 요컨대 서봉 사자암은 기꺼이 긍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示 衆 其二
三世諸佛과 歷代祖師의 留下이신 一言半句라도 惟務衆生이 超越三
삼세제불과 력대조사의 유하이신 일언반구라도 유무중생이 초월삼
界하야 斷ㅣ 生死流니 故로 云爲ㅣ 一大事因緣인댄 出現於世라하시니라
계하야 단ㅣ 생사류니 고로 운위ㅣ 일대사인연인댄 출현어세라하시니라
若論此ㅣ 一大事인댄 如ㅣ 馬前相撲하며 又如電光影裡에 穿針相似하
약론차ㅣ 일대사인댄 여ㅣ 마전상박하며 우여전광영리에 천침상사하야
야 無你思量解會處하며 無你計較分別處라 所以로 道하대 此法은 非
무니사량해회처하며 무니계교분별처라 소이로 도하대 차법은 비ㅣ
ㅣ 思量分別之所能解라하시니 是故로 世尊이 於靈山會上에 臨末梢頭
사량분별지소능해라하시니 시고로 세존이 어령산회상에 임말초두
하사 將ㅣ 三百六十骨節과 八萬四千毛竅하야 盡底掀飜하시니 雖有百
하사 장ㅣ 삼백육십골절과 팔만사천모규하야 진저흔번하시니 수유백만
萬衆이 圍繞나 承當者는 惟迦葉一人而已라 信知此事는 決非草草로
중이 위요나 승당자는 유가섭일인이이라 신지차사는 결비초초로다
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들이 남기신 것은 한 마디 말씀이나 반 토막 글귀라도 오직 중생들이 삼계를 초월하고 생사의 흐름을 끊도록 힘쓰신 것이니, 그러므로 「일대사의 인연을 위해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하셨다. 만약 이 일대사를 논하자면 마치 달리는 말 앞에서 씨름하려는 것과 같거나 번갯불빛 아래서 바늘귀 꿰려는 것과 같으므로 그대들이 사량하여 이해할 수 있는 자리도 없으며 그대들이 계교하여 분별할 자리도 없으니, 그러므로 「이 법은 사량하고 분별하는 것으로 능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맨 마지막에 이르러 3백60의 뼈마디와 8만4천의 털구멍까지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시니 비록 백만의 대중이 에워싸고 있었건만 알아듣는 이는 오직 가섭 한 사람 뿐이었으니, 이 일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님을 믿어 알지니라.
若要的實明證인댄 須開特達懷하며 發ㅣ 丈夫志하야 將ㅣ 從前惡知惡
약요적실명증인댄 수개특달회하며 발ㅣ 장부지하야 장ㅣ 종전악지악
解와 奇言妙句와 禪道佛法과 盡平生인 眼裡所見底와 耳裡所聞底와
해와 기언묘구와 선도불법과 진평생인 안리소견저와 이리소문저와
莫顧危亡得失과 人我是非와 到與不到와 徹與不徹하고 發ㅣ 大忿怒
막고위망득실과 인아시비와 도여부도와 철여불철하고 발ㅣ 대분노
하며 奮ㅣ 金剛利刀하야 如斬一握絲에 一斬一切斷호대 一斷之後에
하며 분ㅣ 금강이도하야 여참일악사에 일참일체단호대 일단지후에
更不相續하면 直得胸次中에 空ㅣ 勞勞地와 虛豁豁地 蕩蕩然 無絲
갱불상속하면 직득흉차중에 공ㅣ 노노지와 허활활지 탕탕연 무사
毫許滯碍하야 更無一法可當情호미 與初生으로 無異하야 喫茶不知茶
호허체애하야 갱무일법가당정호미 여초생으로 무이하야 끽다부지다
하며 喫飯不知飯하고 行不知行하며 坐不知坐하야 情識이 頓淨하고 計
하며 끽반부지반하고 행부지행하며 좌부지좌하야 정식이 돈정하고
較都忘호미 恰如箇ㅣ 有氣底死人相似하며 又如泥塑木雕底相似하리라
계교도망호미 흡여개ㅣ 유기저사인상사하며 우여니소목조저상사하리라
만약 확실하고 분명하게 증득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우뚝 서고 활달한 생각을 열고 장부의 의지를 드러내어 종전의 나쁜 지식과 나쁜 견해와 기이한 말과 교묘한 문구와 참선의 도와 부처님의 법과 평생토록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들을 가져다가, 위태롭고 죽고 얻고 잃음과 너니 나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과 도달함과 도달치 못함과 철저함과 철저하지 못함 등을 돌아보지 말고, 큰 분노를 드러내어 금강의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러 마치 한 줌의 실을 벰에 하나가 베어지면 일체가 끊어지고 한 번 끊어진 후에는 다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하면, 곧장 가슴 속이 텅 빈 듯이 확 트이고 광활하여 실끝만치도 막히거나 걸림이 없으며 다시 어느 한 법도 정에 맛닥뜨릴 것이 없는 것이 어린아이와 다름이 없다. 그러면 차를 마셔도 차 마시는 줄 모르고, 밥을 먹어도 밥 먹는 줄 모르고, 다녀도 다니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아 있는 줄 알지 못하여 정식정식이 단박에 맑아지고 계교가 모두 없어짐이 흡사 숨결만 남은 시체와 같으며 또는 진흙으로 빗거나 나무로 조각한 것과 같게 될 것이다.
到者裏하야는 驀然脚蹉手跌하야 心華頓發에 洞照十方호미 如杲日이
도자리하야는 맥연각차수질하야 심화돈발에 통조십방호미 여고일이
麗天하며 又如明鏡이 當臺하야 不越一念하고 頓成正覺하리니 非惟明
려천하며 우여명경이 당대하야 불월일념하고 돈성정각하리니 비유명
此一大事라 從上若佛若祖의 一切差別因緣을 悉皆透頂透底하며 佛
차일대사라 종상약불약조의 일체차별인연을 실개투정투저하며 불
法世法을 打成一片하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며 灑灑落落하며 乾
법세법을 타성일편하야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며 쇄쇄락락하며 건
乾淨淨하야 做ㅣ 一箇無事出格眞道人也리니 恁麽出世一番하야사 方
건정정하야 주ㅣ 일개무사출격진도인야리니 임마출세일번하야사 방
曰不負平生叅學之志願耳이리라 若是此念이 輕微하며 志不猛利하야 毛
왈불부평생참학지지원이이리라 약시차념이 경미하며 지불맹리하야
畏 毛畏 毛崔 毛崔 魍魍魎魎하야 今日也恁麽하며 明日也恁麽인댄 設使三十
모외 모외 모최 모최 망망량량하야 금일야임마하며 명일야임마인댄 설사삼십
年二十年 用工이라도 一如水浸石頭相似하야 間間逗到臘月三十日하
년이십년 용공이라도 일여수침석두상사하야 간간두도납월삼십일하야는
야는 十箇有五雙이 忄麽忄羅而去하야 致令晩學初機로 不生敬慕하리니 似
십개유오쌍이 심마심라이거하야 치령만학초기로 불생경모하리니 사ㅣ
ㅣ 者般底漢이 到ㅣ 高峰門下하며 打殺萬萬千千인달 有ㅣ 甚麽罪過
자반저한이 도ㅣ 고봉문하하며 타살만만천천인달 유ㅣ 심마죄과리요
리요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갑자기 손발이 삐끗하여 마음의 꽃이 몰록 피어남에 훤하게 시방세계를 비추는 것이 마치 밝은 해가 하늘에서 빛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밝은 거울이 경대 위에 놓인 것과 같아서 한 생각도 지나치지 않고 몰록 정각정각을 이루게 되리니, 오직 이 일대사만을 밝힐 뿐만 아니라 위로부터 혹은 부처님 혹은 조사들의 온갖 차별된 인연을 몽땅 철두철미하게 꿰뚫어 알며 불법과 세간법을 두드려 한 덩이로 만들어,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로우니 흐르는 구름처럼 티없는 창공처럼 일도 없고 틀도 벗은 참된 도인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 차례 세상을 뛰어나와야 비로소 평생 참선학도의 의지와 서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할 것이다. 만약 이 생각이 가볍고 미약하며 의지가 맹렬하고 예리하지 못하여 어슬렁어슬렁 강팡질팡 오늘도 그럭저럭 내일도 그럭저럭 지낸다면 설령 스무 해나 서른 해를 공부하더라도 마치 물에 잠긴 돌과 같아서 어느듯 섯달 그믐날에 이르면 열 가운데 다섯 쌍이 허탕을 치고 떠나서 만학도나 초학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니, 이따위 놈들은 고봉의 문하에 오면 천 명이건 만 명이건 때려죽인들 무슨 죄가 되겠는가.
今日我之一衆은 莫不皆是俊鷹快鷂며 如龍若虎라 擧一明三이며 目
금일아지일중은 막불개시준응쾌요며 여용약호라 거일명삼이며 목
機銖兩이리니 豈肯作ㅣ 者般體態하야 兀兀度時리요 然雖如是나 正恁
기수량이리니 기긍작ㅣ 자반체태하야 올올도시리요 연수여시나 정임
麽時에 畢竟喚甚麽하야 作一大事오 若也道得이라도 汝與三十拄杖하
마시에 필경환심마하야 작일대사오 약야도득이라도 여여삼십주장하
고 若道不得이라도 亦與三十拄杖하리라何故오(卓拄杖一下云) 高峰門下에 賞
고 약도부득이라도 역여삼십주장하리라하고오(탁주장일하운) 고봉문하에 상
罰이 分明이니라
벌이 분명이니라
오늘 우리 대중들은 모두가 뛰어난 매요 날쌘 솔개이며 용 같고 범 같지 않은 이가 없어서 하나를 들어 말하면 셋을 밝혀내고 눈저울로 푼과 냥을 가리거늘 어찌 기꺼이 그 따위로 처신하여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겠는가?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바로 이렇게 되었을 때 필경 무엇을 일대사라 말하겠는가? 설령 말하더라도 너희에게 서른 대를 때릴 것이요, 말하지 못하더라도 너희에게 서른 대를 때릴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주장자를 세웠다가 한 차례 내려치며 이르기를) 고봉의 문하에는 상과 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予假此來로 二十四年을 常在病中하야 求醫服藥에 歷盡萬般艱苦호
여가차래로 이십사년을 상재병중하야 구의복약에 역진만반간고호
니 爭知病在膏肓에 無藥可療리요 後至雙徑이라가 夢中에 服斷橋和尙
니 쟁지병재고황에 무약가료리요 후지쌍경이라가 몽중에 복단교화상
所授之丹하고 至第六日하야 不期觸發仰山老和尙의 所中之毒호니 直
소수지단하고 지제육일하야 불기촉발앙산노화상의 소중지독호니
得魂飛魄散하야 絶後再蘇라 當時에 便覺四大輕安호미 如ㅣ 放下百
직득혼비백산하야 절후재소라 당시에 변각사대경안호미 여ㅣ 방하백
二十斤一條擔子相似일러니라 今將此丹하야 布施大衆하노니 汝等服之
이십근일조담자상사일러니라 금장차단하야 포시대중하노니 여등복지
인댄 先將六情六識과 四大五蘊과 山河大地와 萬象森羅하야 摠鎔作
인댄 선장육정육식과 사대오온과 산하대지와 만상삼라하야 총용작
一箇疑斷하야 頓在目前하면 不假一鎗一旗라도 靜悄悄地 ㅣ 便似箇
일개의단하야 돈재목전하면 불가일쟁일기라도 정초초지 ㅣ 변사
淸平世界하리니 如是하야 行也에도 只是箇疑團이며 坐也에도 只是箇疑
개청평세계하리니 여시하야 행야에도 지시개의단이며 좌야에도 지시개의
團이며 着衣喫飯也에도 只是箇疑團이며 屙屎放尿也에도 只是箇疑團
단이며 착의끽반야에도 지시개의단이며 아시방뇨야에도 지시개의단
이며 以至見聞覺知히 摠只是箇疑團이라 疑來疑去에 疑至省力處하면
이며 이지견문각지히 총지시개의단이라 의래의거에 의지성력처하면
便是得力處니 不疑自發하며 不擧自擧하야 從朝至暮히 粘頭綴尾하야
변시득력처니 불의자발하며 불거자거하야 종조지모히 점두철미하야
打成一片호대 無ㅣ 絲毫縫罅하야 撼亦不動하고 趂亦不去하며 昭昭靈
타성일편호대 무ㅣ 사호봉하하야 감역부동하고 진역불거하며 소소영
靈하야 常現在前호미 如順水流舟하야 全不犯手하리니 只此便是得力
영하야 상현재전호미 여순수류주하야 전불범수하리니 지차변시득력
底時節也니라
저시절야니라
내가 임시 여기에 온 지 24년 동안 항상 병중에 있으며 의원을 찾고 약을 먹는 등 온갖 고생을 다 겪었으나 병이 고황고황에 깊이 들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음을 어찌 알았겠는가. 후에 쌍경에 이르러 꿈속에서 단교화상께서 주신 단약을 복용하고 엿새 째 되던 날 뜻밖에도 앙산 노화상께 맞았던 독을 터뜨리니 당장에 혼비백산하여 혼절한 뒤 다시 깨어났었는데, 그 때 문득 온 몸이 가뿐하다 느낀 것이 마치 1백20근의 짐을 내려놓은 것만 같았다. 이제 이 단약을 가지고 대중에게 보시하나니, 그대들이 이것을 먹으려면 먼저 육정과 육식 및 사대와 오온 그리고 산하대지와 삼라만상을 가져다 모두 녹여 하나의 의심덩어리를 만들어 몰록 눈앞에 놓아두라, 그러면 창 하나 깃발 하나 쓰지 않고도 쥐 죽은 듯 고요한 것이 마치 청평세계와 같아질 것이다. 이와 같으면 다닐 때에도 다만 의심뿐이요, 앉았을 때에도 다만 의심뿐이요, 옷 입고 밥 먹을 때도 다만 의심뿐이요, 변 보고 오줌 눌 때도 다만 의심뿐이며, 나아가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 모두가 다만 의심뿐일 것이다. 의심하고 의심하다 의심함이 힘을 더는 자리에 이르면 그곳이 곧 힘 얻는 자리이니,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도 의심이 나고 화두를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져서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머리와 꼬리가 이어져서 한 덩어리를 이루어 실 한올 꿰맨 틈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쫓아도 가지 않으며 밝디 밝고도 신령하여 항상 앞에 드러나 있음이 마치 물살을 따라 배를 띄우는 것 같아서 전혀 힘들이지 않게 될 것이니, 바로 이것이 곧 힘을 얻는 시절이니라.
更須慤其正念하야 愼無二心하며 展轉磨光하고 展轉淘汰하야 窮玄盡
갱수각기정념하야 신무이심하며 전전마광하고 전전도태하야 궁현진
奧하고 至極至微하야 向一毫頭上安身하야 孤孤逈逈 卓卓巍巍하야 不
오하고 지극지미하야 향일호두상안신하야 고고형형 탁탁외외하야 부
動不搖하고 無來無去하며 一念不生하야 前後際斷하면 從玆로 塵勞ㅣ
동불요하고 무래무거하며 일념불생하야 전후제단하면 종자로 진로ㅣ
頓息하고 昏散이 勦除하야 行亦不知行하고 坐亦不知坐하며 寒亦不知
돈식하고 혼산이 초제하야 행역부지행하고 좌역부지좌하며 한역부지
寒하고 熱亦不知熱하며 喫茶不知茶하고 喫飯不知飯하야 終日獃憃憃
한하고 열역부지열하며 끽다부지다하고 끽반부지반하야 종일애창창
地ㅣ 恰似箇ㅣ 泥塑木雕底하리니 故로 謂墻壁無殊라하니라 纔有者境
지ㅣ 흡사개ㅣ 니소목조저하리니 고로 위장벽무수라하니라 재유자경
界現前하면 則是道家之消息也라 決定去地不遠也니 把得搆也하며
계현전하면 칙시도가지소식야라 결정거지불원야니 파득구야하며
撮得着也하야 只待時刻而已라 又却不得見恁麽說하고 起ㅣ 一念正
촬득착야하야 지대시각이이라 우각부득견임마설하고 기ㅣ 일념정
眞心求之하며 又却不得將心待之하며 又却不得要一念縱之하며 又却
진심구지하며 우각부득장심대지하며 우각부득요일념종지하며 우각
不得要一念棄之하고 直須堅凝正念하야 以悟爲則이어다
부득요일념기지하고 직수견응정념하야 이오위칙이어다
다시 모름지기 바른 생각을 정성스럽게 하고 삼가 두 마음이 없게 하여 더욱더 광채를 연마하고 더욱더 습기를 도태시켜 그윽하고도 오묘함을 다하고 지극히 미묘함에 이르러 한 터럭 위에 몸을 편히 놓아두고, 외롭고도 아득하며 우뚝하고도 드높게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오는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이 한 생각도 나지 않은 채 앞뒤의 시간이 끊어지면, 이로부터 번뇌와 망상은 몰록 쉬어지고 혼침과 산란은 사라져서 다닐 때도 다니는 줄 알지 못하고 앉아 있을 때도 앉아 있는 줄 알지 못하고 추울 때도 추운 줄 알지 못하고 더울 때도 더운 줄 알지 못하고 차 마실 때도 차인 줄 알지 못하고 밥 먹을 때도 밥인 줄 알지 못하여 종일토록 멍청이가 멍한 것이 흡사 진흙으로 빗거나 나무로 조각한 것과 같게 될 것이니, 그러므로 담벼락과 다름이 없다 일컬은 것이다. 이러한 경계가 눈 앞에 드러나기만 하면 곧 집에 도착하는 소식이라 결코 거리가 멀지 않으니 잘 붙들고 꼭 잡아서 단지 그러한 시각만을 기다리라. 또한 도리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한 생각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켜 그것을 구하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기다리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한 생각을 놓아버리고자 하지도 말며, 또한 도리어 한 생각을 버리고자 하지도 말지니, 곧장 바른 생각을 굳혀서 깨우치는 것으로 법칙을 삼아야 한다.
當此之際하면 有八萬四千魔軍이 在汝六根門頭하야 伺候所有一體奇
당차지제하면 유팔만사천마군이 재여육근문두하야 사후소유일체기
異殊勝善惡應驗之事하야 隨汝心設하며 隨汝心生하며 隨汝心求하며
이수승선악응험지사하야 수여심설하며 수여심생하며 수여심구하며
隨汝心現을 凡有所欲을 無不遂之하리니 汝若瞥起毫釐差別心하며 擬
수여심현을 범유소욕을 무불수지하리니 여약별기호리차별심하며 의
生纖塵妄想念하면 則便墮他圈樻하며 則便被他作主하며 則便聽他指
생섬진망상념하면 칙변타타권궤하며 칙변피타작주하며 칙변청타지
揮하야 便乃口說魔話하며 心行魔行하야 反誹他非하고 自擧眞道하리니
휘하야 변내구설마화하며 심행마행하야 반비타비하고 자거진도하리니
般若正因이 從玆永泯하며 菩提種子ㅣ 不復生芽하야 劫劫生生에 常
반야정인이 종자영민하며 보제종자ㅣ 불부생아하야 겁겁생생에 상
爲伴侶하리라 當知此諸魔境이 皆從自心所起며 自心所生이라 心若不
위반려하리라 당지차제마경이 개종자심소기며 자심소생이라 심약 불
起면 爭如之何리요 天台云汝之伎倆은 有盡이어니와 我之不采는 無窮
기면 쟁여지하리요 천태운여지기량은 유진이어니와 아지불채는 무궁
이라하니 誠哉라 是言也여 但只要ㅣ 一切處에 放敎冷氷氷地去하며 平
이라하니 성재라 시언야여 단지요ㅣ 일체처에 방교냉빙빙지거하며 평
妥妥地去하며 純淸絶點去하며 一念萬年去호대 如箇守屍鬼子하야 守
타타지거하며 순청절점거하며 일념만년거호대 여개수시귀자하야 수
來守去에 疑團子ㅣ 焮然爆地一聲하면 管取驚天動地하리니 勉之勉之
래수거에 의단자ㅣ 흔연폭지일성하면 관취경천동지하리니 면지면지어다
어다
이러한 시기에 당도하면 8만4천의 마구니가 그대의 육근 문턱에서 모든 온갖 기이하고 수승하며 선하고 악한 영험이 있는 일들을 엿보다가 너의 마음에 따라 베풀어 주고, 너의 마음에 따라 생겨나게 하며, 너의 마음에 따라 구해 주고, 너의 마음에 따라 드러나게 해 주니, 무릇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게 된다. 네가 만약 털끝만한 차별된 마음을 깜빡 일으키거나 티끌만한 망령된 생각을 내고자 하면 곧 저들의 함정에 떨어지고 곧 저들의 종이 될 것이고 곧 저들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입으로는 마구니의 말을 하고 마음은 마구니의 행동을 행하되 도리어 다른이의 잘못만 비방하고 스스로가 참된 도라 칭찬할 것이니, 반야의 올바른 씨앗은 이로부터 영원히 없어지며 보리의 종자는 다시 싹이 나지 않음에 세세생생에 마구니만이 항상 길동무가 될 것이다. 응당 알아야 할지니, 이러한 뭇 마구니의 경계는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며 자기의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마음이 만약 일어나지 않으면 그들이 어찌 하겠는가? 천태가 이르기를 「너의 기량은 다함이 있지만 내가 간여하지 않기로는 다함이 없다」 하였으니 진실되도다 이 말씀이여! 단지 일체 자리에서 놓아버려 얼음같이 차갑게 하고 들녘처럼 평탄케 하며 순수하게 맑아서 티가 끊어진 듯 하고 한 생각으로 만 년을 가듯 하되, 마치 시체를 지키는 귀신과 같이 지키고 또 지키다 의심 덩어리가 번쩍하며 폭발하듯 한 차례 소리를 내면 필시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일 것이니, 힘쓰고 힘쓸지니라.
示直翁居士洪新恩 其三
시직옹거사홍신은 기삼
終日共談不二호대 未嘗擧着一字라하니 復問此意ㅣ 如何하오면 不
종일공담부이호대 미상거착일자라하니 복문차의ㅣ 여하하오면 부
免遞相鈍置리라 父母非我親이라 誰是最親者오 盲龜跛鼈이라하니靈利
면체상둔치리라 부모비아친이라 수시최친자오 맹구파별이라하니령리
漢이 向者裡薦得하면 便見無邊刹境自他ㅣ 不隔於毫端하며 十世古
한이 향자리천득하면 변견무변찰경자타ㅣ 부격어호단하며 십세고
今始終이 不離於當念이어니와 其或未然인댄 不妨扌敝轉機輪하야 便就
금시종이 부리어당념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불방수폐전기륜하야 편취
盲龜跛鼈上하야 着些精彩하야 起箇疑情니 疑來疑去에 直敎內外로
맹구파별상하야 착사정채하야 기개의정니 의래의거에 직교내외로
打成一片하야 終日無絲豪滲漏하야 鯁鯁于懷호미 如中毒藥相似하며
타성일편하야 종일무사호삼루하야 경경우회호미 여중독약상사하며
又若金剛圈ㅣ 栗棘蓬을 決定要呑하며 決定要透하야 但盡平生伎倆하
우약금강권ㅣ 율극봉을 결정요탄하며 결정요투하야 단진평생기량하
야 做將去하면 自然有箇悟處하리라.
야 주장거하면 자연유개오처하리라.
「종일토록 둘 아닌 도리를 함께 이야기했지만 일찌기 한 글자도 거론한 적이 없다」 하였으니, 이 뜻이 무엇인가 다시 묻는다면 서로 번갈아 아둔하게 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부모는 나의 친한 이가 아니니 누가 가장 친한 자인가?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이니라」 하였으니, 영리한 자가 이 속에서 알아 듣는다면 끝없는 국토경계의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십세십세의 예전과 지금 및 처음과 끝이 현재의 한 생각을 여의지 않았음을 보겠거니와, 혹시 그렇지 못하다면 심식심식을 흔들어 굴려서 눈먼 거북과 절름발이 자라 위로 나아가 정신을 차려 의심하는 마음을 일으켜 보는 것도 무방하리다. 의심하고 의심하여 곧장 안팎을 두드려서 한 덩어리로 만들고 종일토록 털끝만큼도 새어나옴이 없게 하고는 가슴에 가시가 걸린 듯한 답답함이 마치 독약에 중독 된 것처럼, 또한 금강석과 밤송이 덩어리를 기어코 삼켜서 기필코 소화시키려는 것처럼, 다만 평생의 기량을 다하여 해나가면 자연히 깨닫는 자리가 있게 될 것이다.
假使今生에 呑透不下하야 眼光落地之時에 縱在諸惡趣中이라도 不驚
가사금생에 탄투부하하야 안광낙지지시에 종재제악취중이라도 부경
不怖하며 無拘無絆하야 設遇閻家老子諸大鬼王하야도亦皆拱手하리라
부포하며 무구무반하야 설우염가노자제대귀왕하야도역개공수하리라
何故오 蓋爲有此般若不思議之威力也니라 然則有諸現業이라도 畢竟
하고오 개위유차반야부사의지위력야니라 연칙유제현업이라도 필경
에 般若力勝이론지 如箇金剛幢子하야 鑽之不入하며 撼之不動이리라 世
에 반야력승이론지 여개금강당자하야 찬지부입하며 감지부동이리라 세
人이 出於豪勢門墻도 亦復如是하야 一切官屬吏卒이 無不畏之하며
인이 출어호세문장도 역복여시하야 일절관속리졸이 무부외지하며
又若擲物墮地에 重處先着이니 目卽雖有成住壞空之相이나 如龍脫殼
우야척물타지에 중처선착이니 목즉수유성주괴공지상이나 여룡탈각
하며 如客旅居하야 其實本主는 無生無滅하며 無去無來하며 無增無減
하며 여객려거하야 기실본주는 무생무멸하며 무거무내하며 무증무감
하며 無老無少하야 自無始劫來로 至於今生히 頭出頭沒하야 千變萬化
하며 무노무소하야 자무시겁내로 지어금생히 두출두몰하야 천변만화
에도 未嘗移易絲毫許니라 堪嗟라一等學人이 往往에 多認者箇識神하
에도 미상이역사호허니라 감차라일등학인이 왕왕에 다인자개식신하
야 不求正悟하며 不脫生死하나니 置之莫論이로다
야 부구정오하며 부탈생사하나니 치지막논이로다
설령 금생에 삼켜서 소화시키지 못하고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 모든 악도에 떨어지더라도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구속됨도 없고 속박됨도 없으면 설사 염라대왕와 제대귀왕들을 만나더라도 오히려 공경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반야의 불가사의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리다. 그러한 즉 현행의 여러 업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반야의 힘이 뛰어난 것이 마치 금강으로 된 깃대는 뚫어도 뚫리지 않고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으며, 세간에서 사람이 부유하고 세력있는 문중에 태어난 것도 역시 이와 같아서 일체의 벼슬아치와 아전이나 졸개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다. 또한 물건을 던져 땅에 떨어뜨리면 무거운 쪽이 먼저 닿는 것과 같나니, 보기에는 비록 이루어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등의 모습이 있지만 마치 용이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으며 나그네가 잠시 여관에 머무는 것과 같아서 그 실다운 본래의 주인은 생멸도 없고 오감도 없으며 증감도 없고 노소도 없어서 비롯함도 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내밀었다 드밀었다 하며 천번 만번 변화하여도 일찌기 털끝만큼도 옮기거나 바뀌지 않았다. 슬픈 일이로다! 한 부류의 학인들이 흔히 이 식심식심을 대체로 오인하여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도 않고 생사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도다.
今生에 旣下此般若種子하며 纔出頭來에 管取福慧兩全하야 超今越
금생에 기하차반야종자하며 재출두내에 관취복혜량전하야 초금월
古하리니 裴相國ㅣ 李駙馬ㅣ 韓文公ㅣ 白樂天ㅣ 蘇東坡 張無盡이 卽
고하리니 배상국ㅣ 리부마ㅣ 한문공ㅣ 백낙천ㅣ 소동파 장무진이 즉
此之類也라 雖沈迷欲境하야 亦不曾用工이나 纔叅見善知識하야 一言
차지류야라 수심미욕경하야 역부증용공이나 재참견선지식하야 일언
之下에 頓悟上乘하야 超越生死하고雖在塵中이나 遊戱三昧하며 不忘
지하에 돈오상승하야 초월생사하고수재진중이나 유희삼매하며 부망
佛囑하야 外護吾門하며 咸載祖燈하야 續佛慧命하니 此輩ㅣ 若不是宿
불촉하야 외호오문하며 함재조등하야 속불혜명하니 차배ㅣ 야부시숙
世栽培면 焉得便恁麽開花結子하야福足慧足이리요 是則固是나 今日
세재배면 언득변임마개화결자하야복족혜족이리요 시칙고시나 금일
山僧은 却有箇鍜凡成聖底藥頭호대 不假栽培底種子라 說則辭繁일새
산승은 각유개하범성성저약두호대 부가재배저종자라 설칙사번일새
略擧一偈하노니欲明種子因인댄 熟讀上大人이어다 若到可知禮하면 盲
략거일게하노니욕명종자인인댄숙독상대인이어다야도가지례하면맹
龜跛鼈親하리라
구파별친하리라
금생에 이미 이 반야종자의 싹을 틔웠으면 태어나자마자 필시 복락과 지혜를 모두 온전히 갖추어 고금에 뛰어나리니, 배상국과 이부마와 한문공과 백락천과 소동파와 장무진 등이 이러한 부류이다. 비록 미혹한 욕락의 경계에 빠졌으며 또한 일찌기 공부도 하지 않았지만 선지식을 찾아 뵙자마자 한 마디 말 끝에 최상의 도를 몰록 깨닫고 생사를 초월하였으니, 비록 티끌 가운데 있더라도 삼매에 노닐며 부처님의 부촉을 잊지 않고 우리 불문을 외호하여 모두《전등록》에 기록되어 부처님의 혜명을 이었다. 이러한 무리들이 만약 전생에 반야종자를 심어 가꾸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복락과 지혜를 만족하게 얻을 수 있었겠는가! 그렇긴 그렇지만, 오늘 산승에게 도리어 범부를 단련하여 성인을 이루는 약이 있으니 심어서 가꿔야 하는 종자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얘기가 번거로우므로 간략하게 한 수의 게송으로 들어본다.
심은종자 묵은원인 밝혀내고 싶다면야,
상대인에 구을기를 익숙토록 읽을지라.
읽다읽다 예아는곳 그대만약 도달하면,
눈먼거북 외발자라 누구보다 친하리니.
結制示衆 其四
결제시중 기사
大限은 九旬이요 小限은 七日이니 麤中有細하고細中有密하며 密密無
대한은 구순이요 소한은 칠일이니 추중유세하고세중유밀하며 밀밀무
間하야 纖塵不立이니라 正恁麽時하야 銀山鐵壁이라 進則無門이요退之
간하야 섬진부립이니라 정임마시하야 은산철벽이라 진칙무문이요퇴지
則失하리니 如墮萬丈深坑에 四面이 懸崖荊棘이라도 切須猛烈英雄은
칙실하리니 여타만장심갱에 사면이 현애형극이라도 절수맹렬영웅은
直要翻身跳出이니 若還一念遲疑인댄 佛亦救你不得하리라 此是最上
직요번신도출이니 야환일념지의인댄 불역구니부득하리라 차시최상
玄門이니普請大家着力이어다 山僧은 雖則不關閑非越例이나與諸人으로
현문이니보청대가착력이어다 산승은 수칙부관한비월례이나여제인으로
通箇消息호리라
통개소식호리라
길게 잡더라도 90일, 짧게 잡으면 7일이다. 거친 가운데 미세함이 있고 미세함 가운데 촘촘함이 있으며 촘촘하고 촘촘하여 간격이 없어서 가늘디 가는 티끌도 세울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때가 은산철벽은산철벽임에 나아가자니 문이 없고 물러서면 잃게 되리니, 마치 만 길의 깊은 구덩이에 떨어짐에 사면이 가시덤불이 매달린 벼랑일지라도 모름지기 맹렬한 영웅이라면 곧장 몸을 날려 뛰쳐나오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도리어 한 생각이라도 지체하고 의심하면 부처님도 그대를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최상의 현묘한 문이니, 두루 청하건대 대중들은 힘쓸지어다. 산승이 비록 한가히 간섭하거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나 여러분들에게 숨쉴 구멍 하나 튀어 주리라.
示衆 其五
시중 기오
皮穿肉爛하고 筋斷骨折하며 具ㅣ 無礙辯하야 橫說竪說이라도 若謂向
피천육난하고 근단골절하며 구ㅣ 무애변하야 횡설수설이라도 야위향
上一關인댄 敢保老兄未徹이라호 直須虛空粉碎하고 大海ㅣ 枯竭하며
상일관인댄 감보노형미철이라호 직수허공분쇄하고 대해ㅣ 고갈하며
透頂透底하야 內外澄澈이어다 正恁麽時라도 猶是眼中着屑이니라 大衆
투정투저하야 내외징철이어다 정임마시라도 유시안중착설이니라 대중
은 且道하라 如何是ㅣ 到家底句오 泥牛喫鐵棒하니 金剛迸出血이로다
은 차도하라 여하시ㅣ 도가저구오 니우끽철봉하니 금강병출혈이로다
가죽이 뚫어지고 살이 짓무르며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꺾어지도록 수행하고 걸림없는 말솜씨를 갖추어 종횡으로 자재로이 말하더라도 만약 위로 향하는 유일한 관문에 대해 말한다면 감히 노형들은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장담하나니, 아무쪼록 허공이 분쇄되고 바다가 고갈되며 위아래로 철저히 꿰뚫어 안팎을 맑게 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라도 오히려 눈 안에 붙은 티와 같으리다. 대중들은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떠한 것이 집에 이르는 소식인가? 진흙소가 쇠몽둥이를 맞으니 금강신장이 피를 토한다.
若論此事인댄 如ㅣ 大火聚ㅣ 烈燄亘天하야 曾無少間이라 所有之物을
야논차사인댄 여ㅣ 대화취ㅣ 렬염긍천하야 증무소간이라 소유지물을
悉皆投至라도 猶如片雪이 點着便消하리니 爭容毫末이리요 若能恁麽
실개투지라도 유여편설이 점착변소하리니 쟁용호말이리요 야능임마
提持하면 剋日之功을 萬不失一이어니와 儻不然者인댄 縱經塵劫이라도
제지하면 극일지공을 만부실일이어니와 당부연자인댄 종경진겁이라도
徒受勞矣리라
도수노의리라
만약 이 일을 논할진댄 마치 큰 불덩이의 맹렬한 불길이 하늘까지 뻗침에 일찌기 조금의 쉴 사이도 없는지라 세간의 모든 물건을 몽땅 던지더라도 마치 한 조각의 눈이 닿기만 하면 곧 사라지는 것과 같나니 어찌 털끝만큼인들 용납이 되겠는가. 만약 능히 이렇게 화두를 들추어 지니면 기한내에 성취하는 공덕을 만에 하나도 잃지 않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설령 티끌 수 같은 겁을 지나더라도 다만 수고만 할 뿐이리라.
海底泥牛啣月走어늘 巖前石虎抱兒眠이로다鐵蛇鑽入金剛眼이어늘崑
해저니우함월주어늘 암전석호포아면이로다철사찬입금강안이어늘곤
崙騎象鷺鷥牽이로다此ㅣ 四句內에 有一句ㅣ 能殺能活하며能縱能奪하
륜기상노사견이로다차ㅣ 사구내에 유일구ㅣ 능살능활하며능종능탈하
나니 若檢點得出인댄 許與一生叅學事畢하리라
나니 야검점득출인댄 허여일생참학사필하리라
바다밑의 진흙소는 달을물고 다니거늘,
바위앞의 돌호랑이 새끼안고 졸고있네.
무쇠뱀은 금강신장 눈안으로 뚫고드니,
곤륜족이 백상타니 해오라비 끌어주네.
이 네 구절 가운데 능히 죽이기도 하고 능히 살리기도 하며 능히 놓아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하는 한 구절이 있으니, 만약 찾아낼 수 있다면 일생동안 참선학도하던 일을 마쳤다고 허락하리라.
若論此事인댄 譬如人家屋簷頭에 一堆榼扌 相似하야 從朝至暮히 雨
야논차사인댄 비여인가옥첨두에 일퇴합수 상사하야 종조지모히 우
打風吹호대 直是無人覰着하나니 殊不知有一所無盡寶藏이 蘊在其中
타풍취호대 직시무인처착하나니 수부지유일소무진보장이 온재기중
이로다 若也拾得하면 百劫千生에 取之無盡하며 用之無竭하리니 須知此
이로다 야야습득하면 백겁천생에 취지무진하며 용지무갈하리니 수지차
藏ㅣ 不從外來라 皆從你諸人의 一箇信字上發生이니라 若信得及인댄
장ㅣ 부종외내라 개종니제인의 일개신자상발생이니라 야신득급인댄
決不相誤어니와 若信不及이면 縱經塵劫이라도 亦無是處니라 普請諸人
결부상오어니와 야신부급이면 종경진겁이라도 역무시처니라 보청제인
하노니 便ㅣ 恁麽信去하야 免敎做箇貧窮乞兒어다 且道하라 此藏은 卽
하노니 변ㅣ 임마신거하야 면교주개빈궁걸아어다 차도하라 차장은 즉
今在甚處오 良久云 不入虎穴어면 爭得虎子리요
금재심처오 량구운 부입호혈어면 쟁득호자리요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집 처마끝에 쌓인 한 무더기의 쓰레기더미와 같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길을 주는 이가 없나니, 무진장한 보물이 쌓인 곳간 하나가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줄 도무지 알지 못한다. 만약 주워낸다면 백겁 천생 동안 가져가도 다함이 없고 사용해도 고갈됨이 없으니, 모름지기 이 곳간은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대들의 ‘믿음’이라는 한 글자 위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믿어진다면 결코 그르치지 않겠지만 만약 믿어지지 않는다면 설령 티끌 수 만큼의 겁을 지나더라도 또한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두루 여러분에게 청하나니 곧 이렇게 빈궁한 걸인이 됨을 면할지어다. 우선 말해 보아라, 이 곳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범의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범을 잡겠는가!
解制示衆 其六
해제시중기륙
九旬을 把定繩頭하야 不容絲毫走作하고 直得箇箇皮穿骨露하야 七零
구순을 파정승두하야 부용사호주작하고 직득개개피천골노하야 칠령
八落이라도 冷眼看來인댄 正謂掘地討天이라 千錯萬錯이로다 今日에 到
팔낙이라도 냉안간내인댄 정위굴지토천이라 천착만착이로다 금일에
者裡하야는 不免放開一線하노니 彼此無拘無束하야 東西南北에 任運
도자리하야는 부면방개일선하노니 피차무구무속하야 동서남배에 임운
騰騰하며 天上人間에 逍遙快樂이어다 然雖如是나 且道하라 忽遇鑊
등등하며 천상인간에 소요쾌낙이어다 연수여시나 차도하라 홀우확
湯爐炭釰樹刀山하야는 未審커라 如何棲泊고 良久云 惡하시다
탕노탄일수도산하야는 미심커라 여하서박고 량구운 악하시다
90일 동안 밧줄을 꽉 잡고서 털끝만큼의 이탈도 용납하지 않은 채 제마다 가죽이 뚫리고 뼈가 드러나서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냉철한 눈으로 본다면 땅을 파면서 하늘을 찾는다고 이를 것이니 천번이고 만번이고 그르칠 일이로다. 오늘 여기에 이르러서는 한 가닥 열어 보이지 않을 수 없나니, 피차에 구애받지도 말고 속박하지도 말며 동쪽이고 서쪽이고 남쪽이고 북쪽이고 운에 맡겨서 자유로워 천상과 인간세계를 노닐며 쾌락할 지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우선 말해 보아라, 홀연히 확탕지옥과 노탄지옥과 금수지옥과 도산지옥을 만난다면 어떻게 머무르려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악!
示 衆 其七
시 중 기칠
若要眞正決定明心이댄 先將平日胸中에 所受一切善惡之物하야 盡底
약요진정결정명심이댄 선장평일흉중에 소수일절선악지물하야 진저
屛去에 毫末不存하고 終朝兀兀如痴하야 與昔嬰孩로 無異然後에야 乃
병거에 호말부존하고 종조올올여치하야 여석영해로 무리연후에야 내
可蒲團靜坐하야 正念堅凝하야精窮向上之玄機하며 硏味西來之密旨하
가포단정좌하야 정념견응하야정궁향상지현기하며 연미서내지밀지하
야 切切拳拳하며 兢兢業業하야 直敎絲毫無間하며 動靜無虧하야 漸至
야 절절권권하며 긍긍업업하야 직교사호무간하며 동정무휴하야 점지
深密幽遠한 微細微細極微細處하면 譬如有人이 遠行他方이라가 漸漸
심밀유원한 미세미세극미세처하면 비여유인이 원항타방이라가 점점
回途하야 已至家舍에 又如鼠入牛角에 看看走至尖尖盡底하며又如捉
회도하야 이지가사에 우여서입우각에 간간주지첨첨진저하며우여착
賊討贓에 栲至情理俱盡인닷하야 不動不退하고 無去無來하며 一念不
적토장에 고지정리구진인닷하야 부동부퇴하고 무거무내하며 일념부
生하고 前後際斷하며 卓卓巍巍하고孤孤逈逈하야 如坐萬仞崖頭하며 又
생하고 전후제단하며 탁탁외외하고고고형형하야 여좌만인애두하며 우
若停百尺竿上이라 一念纔乖하면 喪身失命하리니 將至功成九仞이라도
야정백척간상이라 일념재괴하면 상신실명하리니 장지공성구인이라도
切須保任全提니라 忽於經行坐臥處에 不覺口地一聲하면猶如死在漫
절수보임전제니라 홀어경항좌와처에 부각구지일성하면유여사재만
天荊棘林中이라가 討得一條出身活路相似하리니 豈不快哉아 力
천형극림중이라가 토득일조출신활노상사하리니 개부쾌재아 력
만약 참되고도 올바르게 반드시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면 먼서 평소 가슴속에 받아들였던 모든 선과 악의 사물을 남김없이 버려서 털끝만치도 남겨두지 말고, 종일토록 우두커니 마치 바보처럼 하여 옛날 간난애와 다름이 없게하라. 그런 뒤에야 좌복에 고요히 앉아 바른 생각을 단단히 굳히고 위로 향하는 현묘한 근기를 정미롭게 궁구하며 서쪽으로부터 온 비밀한 종지를 연구하고 맛보되, 간절하고도 정성스러우며 삼가고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털끝 만한 간단간단도 없게 하고 움직임과 고요함에 이지러짐이 없게 하여 점차 심밀하고도 그윽한, 미세하고 미세하여 극히 미세한 자리에 이르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사람이 다른 지방으로 멀리 나갔다가 점차 길을 돌려 이미 집에 도착한 것과 같으며, 또한 쥐가 쇠뿔에 들어감에 조금 조금씩 들어가다 뾰족한 막바지에 이르른 것과 같으며, 또한 도적을 잡아 장물을 추궁함에 고문하여 사실을 모두 실토하기에 이르도록 한 것과 같다. 그리하여 움직이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며,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한 생각도 생겨나지 않으며, 앞과 뒤의 사이는 끊어지며, 높고도 드높으며 고상하고도 고고함이 마치 만 길의 벼랑 끝에 앉아 있는 것과 같고 또한 백척간두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아서 한 생각 그르치자마자 몸을 상하고 목숨을 잃을 것이니, 얼마지 않아 구인구인을 이루는 공에 이르더라도 아무쪼록 그 경지를 잘지켜서 온전히 이끌지니라. 가벼이 거닐거나 앉고 눕는 자리에서 홀연히 부지불식간에 와! 하며 한 마디 소리를 내지르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가시덤불 속에서 죽어 있다가 한 가닥 몸이 빠져 나올 살길을 찾은 것과 같을 것이니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
若是汨沒塵勞하야 不求昇進인댄 譬如水上之浮木이 其性實下하야 暫
약시골몰진노하야 부구승진인댄 비여수상지부목이 기성실하하야 잠
得身輕이나 不堪浸潤하며 又如庭中之花ㅣ 雖則色香俱美나 一朝에
득신경이나 부감침윤하며 우여정중지화ㅣ 수칙색향구미나 일조에
色萎香滅하면 無復可愛하며又如農夫之種田에 雖有其苗나 而工力이
색위향멸하면 무복가애하며우여농부지종전에 수유기묘나 이공력이
不至하며 終不成實하며 便如貧窮乞兒ㅣ 得少爲足라 久久萌芽ㅣ 再
부지하며 종부성실하며 변여빈궁걸아ㅣ 득소위족라 구구맹아ㅣ 재
發하고 荊棘이 復生하야 被物之所轉하야 終歸沈溺하면 無上淸淨涅槃
발하고 형극이 복생하야 피물지소전하야 종귀심닉하면 무상청정열반
을 無由獲覩하리니 豈不枉費前功하고 虛消信施리요 若是有志丈夫인댄
을 무유획도하리니 개부왕비전공하고 허소신시리요 야시유지장부인댄
正好向者裡하야 晦跡韜光하고 潛行密用호대 或三十年二十年으로 以
정호향자리하야 회적도광하고 잠항밀용호대 혹삼십년이십년으로 이
至一生히 終無他念하야 踏得實實落落하며 穩穩當當하야 直敎纖塵不
지일생히 종무타념하야 답득실실낙낙하며 온온당당하야 직교섬진부
立하고 寸草不生하며 往來無礙하고 去住自由하면 報緣遷謝之日에 管
립하고 촌초부생하며 왕내무애하고 거주자유하면 보연천사지일에 관
取推門落臼어니와 若只恁麽紙裹茅纏하야 龍頭陀尾인댄 非特使門風
취추문낙구어니와 야지임마지과모전하야 룡두타미인댄 비특사문풍
有玷이라 亦乃退後學初心하리라
유점이라 역내퇴후학초심하리라
만약 번뇌와 망상에 골몰하여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감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비유컨대 마치 물 위에 뜬 나무가 그 성질은 본디 가라앉는 것이기에 잠시 동안 몸이 가볍기는 할지라도 결국에는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정원 안의 꽃이 비록 색깔과 향기가 갖추어져 아름다우나 하루 아침에 색깔은 바래고 향기는 사라져 다시는 사랑할 만한 것이 없어진 것과도 같으며, 또한 마치 농부가 밭에 심은 종자에서 비록 싹이 나더라도 수고로움이 미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열매가 맺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빈궁한 걸인이 조금 얻은 것으로 만족하게 여기는 것과 같으니, 오래되면 싹이 피어나고 가시가 다시 돋아나서 사물에 끄달리게 되어 마침내 잠겨서 빠지는 경지로 되돌아가면 위없는 청정한 열반을 얻어 볼 수 없을 것이니 이 어찌 앞서 이룬 공덕을 헛되어 낭비하고 신도의 시주물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뜻이 있는 장부라면 바로 그 속에서 자취를 숨기고 빛을 감춘 채 가만히 행하고 은밀히 작용하되 혹 20년이나 30년에서 일평생에 이르기까지 끝내 다른 잡념이 없이 실답고도 솔직하며 편안하고도 당당한 경지를 밟아서 가는 티끌도 서지 못하게 하고 한 치의 풀도 나지 않게 하며 가고 옴에 거리낌이 없고 떠나고 머무름을 자유롭게 하면 과보의 인연이 자리를 옮겨 떠나는 날에는 반드시 주어진 궤적을 따르겠거니와, 만약 다만 그럭저럭 종이로 싸거나 띠로 묶듯이 하여 용두사미가 된다면 특히 불문의 풍모에 티가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후학들의 초발심까지 퇴굴케 할 것이다.
如上所述管見은 莫不皆是藜藿之類라 飽人은不堪供養이어니와 以俟
여상소술관견은 막부개시려곽지류라 포인은부감공양이어니와 이사
絶陳之流하노니 終有一指之味하리라 往往學道之士ㅣ 忘却出家本志하
절진지류하노니 종유일지지미하리라 왕왕학도지사ㅣ 망각출가본지하
고 一向隨邪遂惡하야 不求正悟하고 妄將佛祖機緣과 古人公案하야 從
고 일향수사수악하야 부구정오하고 망장불조기연과 고인공안하야
頭穿鑿으로 遞相傳授하며 密密珍藏하야 以爲極則하고 便乃不守毘尼
종두천착으로 체상전수하며 밀밀진장하야 이위극칙하고 변내부수비니
하야 撥無因果하며 人我ㅣ 愈見崢嶸하고 三毒이 倍加熾盛하나니 如斯
하야 발무인과하며 인아ㅣ 유견쟁영하고 삼독이 배가치성하나니 여사
之輩는 不免墮於魔外하야 永作他家眷屬이니라 若有未遭邪謬하야 不
지배는 부면타어마외하야 영작타가권속이니라 야유미조사류하야 부
負初心인댄 當念無常이 迅速하며 痛思苦海沈淪하야 趁ㅣ 二時粥飯現
부초심인댄 당념무상이 신속하며 통사고해심륜하야 진ㅣ 이시죽반현
成과 百般受用便當하야 便好乘時直入이요 莫待臨嫁醫癭이어다 此乃
성과 백반수용변당하야 변호승시직입이요 막대림가의영이어다 차내
從上佛祖之心印이며 無礙解脫之妙門이라 設使機緣不偶하며 工力未
종상불조지심인이며 무애해탈지묘문이라 설사기연부우하며 공력미
充이라도 切須捨命忘形하고 勤行苦行하며 至死扌 生하야도 一心不退니
충이라도 절수사명망형하고 근항고항하며 지사수 생하야도 일심부퇴니
라 復有葛藤未盡일새 不免重說偈言하노라 此心淸本無瑕어늘 只爲貪
라 복유갈등미진일새 부면중설게언하노라 차심청본무하어늘 지위탐
求被物遮로다 突出眼睛全體露하면 山河大地是空華리라
구피물차로다 돌출안정전체노하면 산하대지시공화리라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좁은 소견은 모두 명아주와 콩잎 같은 것들뿐이어서 배부른 사람들이 공양할 것은 못되기에 이로써 묵은 양식마저 떨어진 무리들을 기다리나니 결국에 한 손가락의 맛은 있을 것이다. 흔히 도를 배우는 선비들은 출가한 본래의 뜻을 망각한 채 한결같이 삿됨을 따르고 악을 쫓으며 바른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달은 인연과 고인들의 공안을 가지고 첫머리부터 견강부회하여 번갈아 전해주고 받으며 비밀스레 보배처럼 간칙하는 것을 지극한 법칙으로 삼고는 걸핏하면 계율을 지키지 않고 인과가 없다 무시하여 인상인상과 아상아상은 더욱 불거지고 삼독삼독은 곱절로 치성하니, 이와 같은 무리들은 마구니와 외도에 떨어져 영원히 그들의 권속이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어떤 이가 아직 삿되고 그릇됨을 만나지 않아 처음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응당 무상무상이 신속함을 생각하고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음을 통정히 생각하여 두 때의 죽과 밥이 눈 앞에 놓일 때와 백 가지 사용물이 편리하고 마땅할 때를 틈타 때를 잘 이용하여 곧장 들어갈지언정 시집 갈 때를 임박하여 목의 혹을 치료하려 들지 말라. 이는 곧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의 심인심인이며 걸림없는 해탈의 오묘한 문이다. 설사 깨달음의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공부의 힘이 충분치 않더라도 아무쪼록 목숨을 버리고 형상을 잊은 채 부지런히 고행을 수행해야 하며, 죽음에 이르러 생을 버릴지라도 한 마음으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이러쿵저러쿵 한 말에 미진함이 있어 거듭 게송으로 말해야 하겠다.
이마음은 청정하여 본래티가 없건마는,
다만탐심 온갖번뇌 그로인해 가려졌네.
안목트여 그모든것 백일하에 드러나면,
산하대지 그모든것 공중의꽃 뿐일 것을.
東西十萬이요 南北八千이라 纖塵不立하고 寸草不生하야 往來無礙하며
동서십만이요 남배팔천이라 섬진부립하고 촌초부생하야 왕내무애하며
妙用從橫이로다 直饒親到者裏라도 正是棄本逐末이며 引禍招殃이니라
묘용종횡이로다 직요친도자리라도 정시기본축말이며 인화초앙이니라
且道하라 如何是本고(擲主丈云) 抛出輪王三寸鐵이라도 分明遍界是乃鎗
차도하라 여하시본고(척주장운) 포출륜왕삼촌철이라도 분명편계시내쟁이라도
동서가 10만리요 남북이 8천리에 미세한 티끌도 서지 못하고 한 치의 풀도 자라지 못하니 가고 옴에 걸림이 없으며 오묘한 작용은 종횡으로 자재롭다. 설사 직접 이러한 자리에 이르렀더라도 바로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것이며 화를 불러들이고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떠한 것이 근본인가? (주장자를 던지고 말하기를) 전륜성왕의 세 치 되는 쇠토막을 내던져 버릴지라도 분명히 온 세계는 그대로가 칼과 창이리라.
低頭覓天이요 仰 面尋地라 跛跛挈挈하야 遠之遠矣로다 驀然撞着徐
저두멱천이요 앙면심지라 파파설설하야 원지원의로다 맥연당착서
十三朗하면 嗄ㅣ 元來只在者裡로다(以手로 拍膝一下云) 在者裏라도 臘月
십삼낭하면 사ㅣ 원내지재자리로다(이수로 박슬일하운) 재자리라도 납월
三十日到來하야는 也是開眼見鬼하리라
삼십일도내하야는 야시개안견귀하리라
머리를 숙여 하늘을 찾고 얼굴을 우러러 땅을 찾는구나, 절룩절룩 덜덜덜 멀고도 멀었도다. 별안간 서씨의 열셋째 아들과 마주치니, 와! 원래 그저 여기에 있었던 것을. (손으로 무릎을 한 번 치고서) 여기에 있더라도 섯달 그믐날이 도래하면 또한 눈을 뜨고 도깨비를 보게 될 것이다.
立限示衆 其八
립한시중기팔
五陰山中에 魔强法弱하야 戰之不勝인댄 休擬議着하고 寶釗全提하야
오음산중에 마강법약하야 전지부승인댄 휴의의착하고 보쇠전제하야
莫問生殺하고 奮不顧身하야 星飛火撒이어다 有功者는 賞하고 無功者는
막문생살하고 분부고신하야 성비화살이어다 유공자는 상하고 무공자는
罰호리라 賞罰이 旣已分明인댄且道하라 今日喫棒底上座는 是賞耶아
벌호리라 상벌이 기이분명인댄차도하라 금일끽봉저상좌는 시상야아
是罰耶아 若向者裏하야 緇素得出하면 便見興化ㅣ 於ㅣ 大覺棒下에
시벌야아 야향자리하야 치소득출하면 변견흥화ㅣ 어ㅣ 대각봉하에
悟喫棒底消息하리라
오끽봉저소식하리라
오음산 가운데에 마구니는 강성하고 법은 약하여 싸워도 이지기 못한다면 망설이거나 따지는 것은 그만 두고 보검을 완전히 빼들고서 살리느냐 죽이느냐도 묻지 말고 분연히 몸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이 날고 불이 튀듯이 할지어다.
공이 있으면 상을 줄 것이요 공이 없으면 벌을 줄 것임에 상과 벌이 이미 분명해졌으니 우선 일러 보아라, 오늘 방망이를 맞은 상좌는 상을 받은 것이냐 벌을 받은 것이냐?
만약 여기에서 검은 것과 흰 것을 지적해 낸다면 흥화존장 선사가 대각경연 선사에게 방망이를 맞고서 깨달은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示 衆 其九
시중기구
參禪에 若要剋日成功인댄 如墮千尺井底相似하야 從朝至暮하며 從暮
참선에 야요극일성공인댄 여타천척정저상사하야 종조지모하며 종모
至朝히 千思想萬思量이 單單只是箇求出之心이라 究竟決無二念이니
지조히 천사상만사량이 단단지시개구출지심이라 구경결무이념이니
誠能如是施工하야 或三日或五日或七日에 若不徹去면 西峰은 今日
성능여시시공하야 혹삼일혹오일혹칠일에 야부철거면 서봉은 금일에
에 犯大妄語라 永墮拔舌犂耕하리라
범대망어라 영타발설리경하리라
참선하며 만약 한정된 날짜에 공을 이루려면 마치 천 길 우물 속에 떨어진 것과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천 갈래로 생각하고 만 갈래로 사량하되 오로지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일 뿐 끝끝내 결코 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이 하라.
정성스럽게 이와 같이 공부하기를 혹은 사흘이나 혹은 닷새나 혹은 이레 동안 하고도 만약 꿰뚫지 못한다면 서봉은 오늘 대망어대망어를 범했으므로 영원히 혀가 뽑혀 쟁기질을 당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有時熱鬨鬨하며 有時冷冰冰하며
유시열홍홍하며 유시냉빙빙하며
有時如ㅣ 牽驢入井하며有時如ㅣ 順水張帆하나니 因此四魔ㅣ 更相殘
유시여ㅣ 견려입정하며유시여ㅣ 순수장범하나니 인차사마ㅣ 갱상잔
害하야 致使學人으로 忘家失業이라 西峰은今日에 略施一計하야 要與
해하야 치사학인으로 망가실업이라 서봉은금일에 략시일계하야 요여
諸人으로 掃蹤滅跡호리라 良久云 捷하시다
제인으로 소종멸적호리라 량구운 첩하시다
어떤 때는 열기로 시끌시끌하고, 어떤 때는 냉기로 차디차며, 어떤 때는 마치 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 같으며, 어떤 때는 마치 물길을 따라 돛을 펴는 것과 같으니, 이 네 마구니가 거듭 번갈아 해치기에 드디어는 배우는 이들로 하여금 집을 잊고 살림을 잃게 하므로, 서봉은 오늘 간략히 한 계책을 베풀어 여러분들에게 주어 그 자취를 쓸어 없애주려 하노라. (한참 있다 말하기를) 첩!
兄弟家ㅣ 成十年ㅣ 二十年토록 撥草瞻風호되 不見佛性하고 往往에
형제가ㅣ 성십년ㅣ 이십년토록 발초첨풍호되 부견불성하고 왕왕에
皆謂被昏沈掉擧之所籠罩라하니 殊不知ㅣ 只者昏沉掉擧四字ㅣ 當體
개위피혼심도거지소농조라하니 수부지ㅣ 지자혼침도거사자ㅣ 당체
卽時佛性이로다 즉시불성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이고 20년이고 무명초를 뽑고 교화의 바람을 우러르되 부처되는 성품을 보지 못하고 흔히들 모두 혼침과 산란에게 씌움을 당했다고 말하는데 이 혼혼‧침침‧도도‧거거 네 글자는 그 자체가 바로 불성인 줄은 전혀 알지 못하는구나.
堪嗟라 迷人은 不了하야 妄自執法爲病이라 以病攻病
감차라 미인은 부료하야 망자집법위병이라 이병공병
하야 致使佛性으로 愈求愈遠하며 轉急轉遲하나니 設使一箇半箇나 回
하야 치사불성으로 유구유원하며 전급전지하나니 설사일개반개나 회
光返照하야 直下知非하야 廓然藥病兩忘하고 眼睛露出하야 洞明達磨
광반조하야 직하지비하야 곽연약병량망하고 안정노출하야 동명달마
單傳하며 徹見本來佛性이라도 若據西峰의 點檢將來인댄 猶是生死岸
단전하며 철견본내불성이라도 야거서봉의 점검장내인댄 유시생사안
頭事라 若曰向上一路인댄 須知更在靑山外니라
두사라 야왈향상일노인댄 수지갱재청산외니라
아 슬프도다! 미혹한 사람은 알지 못하여 망령되이 스스로 법에 집착하여 병을 이루고는 병으로 병을 공박하니, 마침내 불성으로 하여금 구하면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게 하고 급하면 급할수록 더욱 더디어지게 만들었다.
설령 한 사람 절반이라도 빛을 돌이켜 비추어 보아 당장에 그릇된 줄 알아서 확연히 약과 병을 모두 잊고 눈동자를 돌출시켜 달마가 홑으로 전한 뜻을 훤히 밝혀내고 본래의 불성을 철저히 봤더라도 서봉이 점검한 것에 의거해 본다면 아직도 생사 언덕의 일일 뿐이다. 만약 위로 향하는 외가닥 길을 말한다면 모름지기 저 푸른 산 밖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若論此事인댄 正如逆水撑船하야 上得一篙에 退去十篙하고 上得十篙
야논차사인댄 정여역수탱선하야 상득일고에 퇴거십고하고 상득십고
에 退去百篙하야 愈撑愈退라 退之又退하야 直饒退到大洋海底라도 掇
에 퇴거백고하야 유탱유퇴라 퇴지우퇴하야 직요퇴도대양해저라도 철
轉船頭하야 決欲又要向彼中撑上하리라 若具者般操略인댄 卽時到家
전선두하야 결욕우요향피중탱상하리라 야구자반조략인댄 즉시도가
消息이라 如人上山에 各自努力이니라 소식이라 여인상산에 각자노력이니라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바로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오르기를 한 상앗대 만큼하면 열 상앗대 만큼 물러나고, 오르기를 열 상앗대 만큼하면 백 상앗대 만큼 물러나니 노를 저으면 저을수록 더욱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물러나고 또 물러나 설령 큰 바다 끝까지 물러났더라도 뱃머리를 거두어 돌려 결정코 또한 저 중간을 향해 노를 저어 올라가야 함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조와 방략을 갖추었다면 그것이 바로 집에 도착한 소식이다. 마치 사람이 산에 오름에 각자가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같다.
此事의 的實用工切處는 正如搭
차사의 적실용공절처는 정여탑
對相撲相似하야 纔有絲毫畏懼心과 纖塵差別念을 蘊于胸中이면 何
대상박상사하야 재유사호외구심과 섬진차별념을 온우흉중이면
止十撲九輸리요 未着交時에 性命이 已屬他人了也니라 若是鐵眼銅
하지십박구수리요 미착교시에 성명이 이속타인료야니라 야시철안동
睛인댄 憤憤悱悱하야 直要一拳打碎하며 一口呑却이니 假使喪身失命
정인댄 분분비비하야 직요일권타쇄하며 일구탄각이니 가사상신실명
하야 以至千生萬劫이라도 心亦不忘이니라 諸上座ㅣ 果能如是知非하며
하야 이지천생만겁이라도 심역부망이니라 제상좌ㅣ 과능여시지비하며
果能如是着鞭하면 剋日成功을 斷無疑矣리니 勉之勉之어다
과능여시착편하면 극일성공을 단무의의리니 면지면지어다
이 일을 정확하고 실답게 공부하는 절실한 자리는 마치 맞붙어 씨름하는 것과 같아서 실날같은 두려움의 마음이나 가는 티끌 같은 차별된 생각이 가슴속에 있다면 어찌 열 번 씨름하여 아홉 번 지는데 그치랴? 아직 씨름도 붙기 전에 목숨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예속된 것이라 할 것이다. 만약 쇠 눈에 구리 눈동자를 가진 자라면 분하고 원통하여 당자에 한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한 입에 삼켜 버리려 할 것이니, 가령 몸이 상하고 목숨을 잃어 천생만겁에 이르더라도 마음에 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상좌들은 과연 이와 같이 그릇된 줄을 알고 과연 이와 같이 채찍질 할 수 있다면 한정된 시일내에 공을 성취할 것이 결단코 의심치 않으리다. 힘쓰고 힘쓸지니라.
晩 叅 其十
만 참 기 십
叅須實叅하며 悟須實悟인댄 動轉施爲에 輝今耀古어니와若是操心이
참수실참하며 오수실오인댄 동전시위에 휘금요고어니와야시조심이
不正하며 悟處ㅣ 不眞하야粧粧點點하며 鬪鬪飣飣하야 被人輕輕拶着인
부정하며 오처ㅣ 부진하야장장점점하며 투투정정하야 피인경경찰착인
댄 未免喚燈籠하야 作露柱하리니且道하라 如何是實叅實悟底消息고 良
댄 미면환등농하야 작노주하리니차도하라 여하시실참실오저소식고 량
久云 南山에 起雲하고 北山에 下雨로다
구운 남산에 기운하고 배산에 하우로다
참구하되 모름지기 실답게 참구하고 깨닫되 모름지기 실답게 깨닫고자 한다면 움직이고 구르며 베풀고 행위함에 지금과 예전을 훤히 알아야 할 것이니, 만약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다면 깨닫는 자리도 참되지 않아 알록달록 꾸며지고 울긋불긋 치장되어 사람들에게 가만가만 구슬림을 당하여 콩을 팥이라 일컫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떤 것이 실답게 참구하고 실답게 깨닫는 소식인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남쪽 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쪽 산에 비가 내린다.
示信翁居士洪上舍 其十一
시신옹거사홍상사 기십일
大抵參禪은 不分緇素하고 但只要一箇決定信字니 若能直下信得及하
대저삼선은 부분치소하고 단지요일개결정신자니 야능직하신득급하
야 把得定ㅣ 作得主하고 不被五欲所撼을 如箇鐵橛子相似하면 管取
야 파득정ㅣ 작득주하고 부피오욕소감을 여개철궐자상사하면 관취
剋日成功호대 不怕甕中走鼈하리라 극일성공호대 부파옹중주별하리라
대저 참선이란 승속승속을 구분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결정된 ‘믿음’자 만을 요하나니, 만약 당장에 믿기만 하면 믿어지게 되고 잡기만 하면 안정이 되고 하기만 하면 주체가 되어 오욕에 흔들리지 않음이 마치 무쇠 막대기 같게 하면 반드시 한정된 날짜에 공을 성취할 것이로되 독안에서 달리는 자라는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豈不見가 華嚴會上에 善財童子ㅣ
개부견가 화엄회상에 선재동자ㅣ
歷ㅣ 一百一十城하야 叅ㅣ 五十三ㅣ 善知識하야 獲ㅣ 無上果도 亦不
력ㅣ 일백일십성하야 참ㅣ 오십삼ㅣ 선지식하야 획ㅣ 무상과도 역부
出者一箇信字며 法華會上에 八歲龍女ㅣ 直往南方無垢世界하야 獻
출자일개신자며 법화회상에 팔세룡녀ㅣ 직왕남방무구세계하야 헌
珠成佛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涅槃會上에 廣額屠兒ㅣ 放下屠刀하
주성불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열반회상에 광액도아ㅣ 방하도도하
고 唱言我是千佛一數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고 창언아시천불일삭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어찌 보지 못했는가? 화엄회상에서 선재동자가 1백10성을 다니며 53선지식을 찾아 뵙고 위없는 불과를 획득함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법화회상에서 8세의 용녀가 부처님에게 구슬을 바치고 곧장 남방의 무구세계로 가서 성불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열반회상에서 광액도아가 도살하던 칼을 내려놓고 외치기를 나도 1천 부처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昔有阿那律陀ㅣ 因被
석유아나률타ㅣ 인피
佛訶하야 七日不睡에 失去雙目하고 大千世界를 如觀掌果도 亦不出
불가하야 칠일부수에 실거쌍목하고 대천세계를 여관장과도 역부출
者一箇信字며 자일개신자며
예전에 아나율타가 부처님에게 꾸지람을 듣고는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다가 두 눈을 잃고서야 대천세계를 마치 손바닥 안의 과일처럼 꿰뚫어 보게 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復有一小比丘ㅣ 戱一老比丘하야 與證果位라하고 遂以
복유일소비구ㅣ 희일노비구하야 여증과위라하고 수이
皮毬로 打頭四下에 卽獲四果도 亦不出者一箇信字며 楊岐ㅣ 叅ㅣ
피구로 타두사하에 즉획사과도 역부출자일개신자며 양기ㅣ 참ㅣ
慈明和尙할새 令充監事하야 以至十載에 打失鼻孔하고 道播天下도 亦
자명화상할새 령충감사하야 이지십재에 타실비공하고 도파천하도 역
不出者一箇信字라 부출자일개신자라
또 어떤 젊은 비구가 한 늙은 비구를 희롱하며 과위과위의 증득을 인가하여 준다 하고는 마침내 가죽공으로 머리를 네 번 때리는 끝에 곧 사과사과를 얻게 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양기가 자명화상에게 참례하고 원주원주의 소임을 맡아서 10년이 되던 해에 콧구멍(식심)을 잃어 버리고 도를 천하에 전파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음’자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從上若佛若祖ㅣ 超登彼岸하사 轉ㅣ 大法輪하야
종상약불약조ㅣ 초등피안하사 전ㅣ 대법륜하야
接物利生이 莫不皆由此一箇信字中流出이니 故로 云信是道元功德
접물리생이 막부개유차일개신자중류출이니 고로 운신시도원공덕
母며 信是無上佛菩提며 信能永斷煩惱本이며 信能速證解脫門이라하시
모며 신시무상불보제며 신능영단번뇌본이며 신능속증해탈문이라하시니
昔有善星比丘ㅣ 侍佛할새 二十年을 不離左右호대 盖謂無此一箇
석유선성비구ㅣ 시불할새 이십년을 부리좌우호대 개위무차일개
信字하야 不成聖道하고 生陷泥犁하니라
신자하야 부성성도하고 생함니리하니라
역대의 부처님과 조사 같은 분들이 저 언덕으로 뛰어 올라 위대한 법의 바퀴를 굴려 만물을 이끌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한 것이 모두 이 하나의 ‘믿음’자로부터 흘러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믿음은 도의 원천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믿음은 위없는 부처님의 보리이며, 믿음은 번뇌의 근본을 영원히 끊을 수 있으며, 믿음은 해탈문을 신속히 증득할 수 있다」 하였다.
예전에 선성비구가 부처님을 시봉하며 스무 해 동안 곁을 떠나지 않았으나 이 ‘믿음’자 하나가 없었기에 성인의 도를 이루지 못하고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今日新翁居士는 雖處富貴之中이나 能具如是決定之信이라 昨於壬午
금일신옹거사는 수처부귀지중이나 능구여시결정지신이라 작어임오
歲에 登山求見이라가 不納而回하고 又於次年冬에 拉直翁居士同訪하
세에 등산구견이라가 부납이회하고 우어차년동에 납직옹거사동방하
야 始得入門이러니 今又越一載에 齎糧裹糝하고 特來相從하야 乞受毗
야 시득입문이러니 금우월일재에 재량과삼하고 특내상종하야 걸수비
尼하며 願爲弟子할새 故以連日詰其端由호니 的有篤信趣道之志라
니하며 원위제자할새 고이련일힐기단유호니 적유독신취도지지라
오늘 신옹거사는 비록 부귀한 가운데 자리하였으나 능히 이와 같은 결정된 믿음을 갖추었다. 지난 임오년에 산을 올라와 뵙기를 청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돌아갔으며, 또 이듬 해 겨울에 직옹거사를 데리고 함께 방문하여 비로소 문안에 들어오게 되었다가, 지금 또 한 해를 지나 양식과 음식을 꾸려 싸가지고 특별히 찾아와 만나서 계를 받고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까닭에 여러 날 그 동기를 깨물어 보았더니 돈독한 믿음을 가지고 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하게 있었다.
維摩經에 云호대 高原陸地에 不生蓮華하고 卑濕汚泥에 乃生此華라하니
유마경에 운호대 고원륙지에 부생련화하고 비습오니에 내생차화라하니
正謂此也로다 山僧이 由是憮之하야 將箇省力易修曾驗底話頭하야 兩
정위차야로다 산승이 유시무지하야 장개생력역수증험저화두하야 량
手分付萬法歸一一歸何處하노니 決能便恁麽信去하며 便恁麽疑去어다
수분부만법귀일일귀하처하노니 결능변임마신거하며 변임마의거어다
《유마경》에 이르기를 「높은 벌판 너른 땅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으며 습기찬 더러운 진흙땅이라야 이 꽃이 난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일컫는 말이다. 산승이 이러한 연유로 가상히 여겨서 힘도 덜고 수행하기 쉬우며 일찌기 증험했던 화두를 가지고 양손으로 전함에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느 자리로 돌아가는가?」라고 하나니, 결정코 이렇게 믿고 이렇게 의심을 낼지어다.
須知疑는 以信爲體하고 悟는 以疑爲用이니 信有十分이면 疑得十分하고
수지의는 이신위체하고 오는 이의위용이니 신유십분이면 의득십분하고
疑得十分이면 悟得十分이라 譬如水漲船高하고 泥多佛大니라 西天此
의득십분이면 오득십분이라 비여수창선고하고 니다불대니라 서천차
土에 古今知識이 發揚此段光明호대 莫不只是一箇決疑而已라
토에 고금지식이 발양차단광명호대 막부지시일개결의이이라
모름지기 의심은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깨달음은 의심을 작용으로 삼음을 알아야 할지니라. 믿음이 십분 있으면 의심이 십분이 되고 의심이 십분이 되면 깨달음이 십분이 되니, 비유컨대 마치 물이 불어나면 배가 높아지고 진흙이 많으면 부처님이 커지는 것과 같다. 서역과 이 땅에서 고금의 선지식들이 이 부분의 광명을 피워서 선양하였으니 그것은 단지 하나의 해결된 의심일 뿐이다.
千疑萬疑ㅣ 只是一疑니 決此疑者는 更無餘疑니라 旣無餘疑인댄 卽與釋
천의만의ㅣ 지시일의니 결차의자는 경무여의니라 기무여의인댄 즉여석
迦彌勒과 淨名龐老로 不增不減하며 無二無別하야 同一眼見이며 同一
가미늑과 정명방노로 부증부감하며 무이무별하야 동일안견이며 동일
耳聞이며 同一受用이며 同一出沒하야 天堂地獄에 任意逍遙하고 虎穴
이문이며 동일수용이며 동일출몰하야 천당지옥에 임의소요하고 호혈
魔宮에 縱橫無礙하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라니
마궁에 종횡무애하야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라니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다만 한 가지 의심일 뿐이니 이 의심을 해결한 자는 다시는 남아있는 의심이 없으며, 이미 남아있는 의심이 없으면 곧 석가나 미륵 또는 유마거사나 방거사와 더불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둘일 수도 없고 다를 수도 없으며, 동일한 눈으로 보고 동일한 귀로 듣고 동일하게 받아들여 작용하고 동일하게 드나들며 천당과 지옥을 임의로 노닐고 호랑이 굴과 마구니 궁전을 종횡으로 다녀도 걸림이 없으며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롭게 된다.
故로 涅槃經에 云生滅이 滅己하면 寂滅이 爲樂이라하시니 須知此樂은 非妄念
고로 열반경에 운생멸이 멸기하면 적멸이 위낙이라하시니 수지차낙은 비망념
遷注情識之樂이라 乃是眞淨無爲之樂耳니라
천주정식지낙이라 내시진정무위지낙이니라
그러므로《열반경》에 이르기를 「나고 죽음이 멸하여 다하면 적멸이 즐거움이 된다」 하였으니 모름지기 이 즐거움은 망령된 생각으로 변천하고 집중되는 정식정식의 즐거움이 아니라 곧 참된 깨끗하며 행함이 없는 즐거움일 뿐이다.
夫子ㅣ 云夕死可矣라하시고 顔回는 不
부자ㅣ 운석사가의라하시고 안회는 부
改其樂하고 曾點은 舞詠而歸하니 咸佩此無生眞空之樂也矣니라
개기낙하고 증점은 무영이귀하니 함패차무생진공지낙야의니라
공자가 이르기를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였고, 안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으며, 증점은 「무우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읊조리며 돌아오겠습니다」 하였으니 이는 생멸이 없는 참된 공의 즐거움을 모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苟或不疑不信인댄 饒你坐到彌勤下生이라도 也只做得箇依草附木之
구혹부의부신인댄 요니좌도미근하생이라도 야지주득개의초부목지
精靈이며 魂不散底死漢이러니 敎中에 言二乘小果ㅣ 雖入八萬劫大定
정령이며 혼부산저사한이러니 교중에 언이승소과ㅣ 수입팔만겁대정
이나 不信此事할새 去聖愈遠하야 常被佛訶라하시니 直欲發大信ㅣ 起大
이나 부신차사할새 거성유원하야 상피불가라하시니 직욕발대신ㅣ 기대
疑하야 疑來疑去에 一念萬年이며 萬年一念이라 的的要見ㅣ 者一法子
의하야 의내의거에 일념만년이며 만년일념이라 적적요견ㅣ 자일법자
落着인댄 如與人으로 結了生死冤讎相似하야 心憤憤地ㅣ 卽欲便與一
낙착인댄 여여인으로 결료생사원수상사하야 심분분지ㅣ 즉욕변여일
刀兩段하야 縱於造次顚沛之際라도 皆是猛利着鞭之時節이니라
도량단하야 종어조차전패지제라도 개시맹리착편지시절이니라
만일 의심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설령 그대가 앉은 자리에서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이르더라도 또한 다만 풀에 의지하거나 나무에 붙어있는 정령이 되거나 혼이 흩어지지 않은 죽은 놈이 될 뿐이리니, 경전에서 말하기를 「이승이승 가운데 작은 과위과위를 얻은 자들은 비록 8천겁 동안 큰 선정에 들어가더라도 이 일을 믿지 않기 때문에 성인과의 거리가 점차 멀어져서 늘 부처님의 꾸지람을 받는다」 하였다.
곧장 큰 믿음을 드러내고 큰 의심을 일으켜서 의심하고 의심하여 한 생각으로 만 년이 흐르고 만 년 동안 한 생각이 되어 이 하나의 법이 떨어지는 자리를 정확하게 보고자 한다면, 마치 어떤 이와 더불어 생사의 원수를 맺은 것처럼 마음으로 분노하고 문득 한 칼에 두 동강이 내고자 하여 비록 아차하며 넘어지는 순간에도 언제나 맹렬하고 예리하게 채짹질을 가하는 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若到不疑自疑하야 寤寐無失하며 有眼如盲하고 有耳如聾하야 不墮見聞窠
약도부의자의하야 오매무실하며 유안여맹하고 유이여농하야 부타견문과
臼 猶是能所未忘하며 偸心未息이니 切宜精進中에 倍加精進하야 直
구 유시능소미망하며 투심미식이니 절의정진중에 배가정진하야 직
敎行不知行하고 坐不知坐하며 東西不辨하고 南北不分하야 不見有一
교항부지항하고 좌부지좌하며 동서부변하고 남배부분하야 부견유일
法可當情호미 如箇無孔鐵鎚相似하야 能疑所疑와 內心外境이 雙忘
법가당정호미 여개무공철추상사하야 능의소의와 내심외경이 쌍망
雙泯하야 無無亦無니 到者裏하야는擧足下足處에 切忌踏翻大海하며
쌍민하야 무무역무니 도자리하야는거족하족처에 절기답번대해하며
踢倒須彌하고 折旋俯仰時에照顧觸瞎達磨眼睛하고 磕破釋迦鼻孔이니
척도수미하고 절선부앙시에조고촉할달마안정하고 개파석가비공이니라
만약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되어 자나깨나 잃지 않으며 눈이 있어도 봉사처럼 하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처럼 하여 보거나 듣는다는 상투적인 형식에 떨어지지 않더라도 여전히 아직은 주체와 대상이 잊어지지 않고 훔치려는 마음이 쉬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쪼록 정진하는 가운데 더욱더 정진하여 곧 행해도 행하는 줄 알지 못하고 앉아도 앉은 줄 알지 못하고 동서도 변별하지 못하고 남북도 구분하지 못하며, 어느 한 법도 정정에 가히 상대시킬 만한 것이 있다고 보지 않음이 마치 구멍없는 무쇠방망이와 같아서 의심의 주체와 의심의 대상 및 속마음과 바깥경계가 한꺼번에 잊어지고 한꺼번에 없어져서 없다는 것이 없어진 것 또한 없어지게 해야 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발을 들거나 발을 내리 딛는 자리에서 절대로 바다를 밟아 뒤집거나 수미산을 차서 쓰러뜨리려 하지 말고, 꾸부리고 돌아보고 내려보고 우러를 때 맹렬히 쏘아보아서 달마의 눈동자를 멀게 하고 석가의 콧구멍을 뭉그러지게 하라.
其或未然인댄 更與添箇注脚호리다 僧問趙州和尙호대萬法歸一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갱여첨개주각호리다 승문조주화상호대만법귀일이어니와
一歸何處닛고 州ㅣ 云我在靑州하야 作ㅣ 一領布衫호니 重이 七斤이라하
일귀하처닛고 주ㅣ 운아재청주하야 작ㅣ 일령포삼호니 중이 칠근이라하
니 師ㅣ 云大小趙州여 拖泥帶水로다 非特不能爲者僧하야 斬斷疑情이
니 사ㅣ 운대소조주여 타니대수로다 비특부능위자승하야 참단의정이
라 亦乃賺天下衲僧하야 死在葛藤窠裡로다 西峰則不然하야 今日에 忽
라 역내잠천하납승하야 사재갈등과리로다 서봉칙부연하야 금일에 홀
有人이 問ㅣ 萬法歸一이어니와 一歸何處오하면 只向他道호대 狗舐熱油
유인이 문ㅣ 만법귀일이어니와 일귀하처오하면 지향타도호대 구지열유
鐺이라호리니 信翁信翁아 若向者裡하야 擔荷得去인댄 只者一箇信字도
당이라호리니 신옹신옹아 야향자리하야 담하득거인댄 지자일개신자도
也是眼中着屑이니라
야시안중착설이니라
만일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설명을 더해 주겠다. 어떤 승려가 조주화상에게 묻기를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지만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니 조주가 이르기를 「내가 청주에 있을 때 베적삼을 한 벌 만들었는데 무게가 7근이었다」고 하였으니, 변변치 못한 조주 스님이여! 너무 지나치게 자질구레하였도다.
특히 그 승려를 위해 의심을 끊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천하의 납자들을 속여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소굴 속에 죽어 있게 하였도다.
서봉은 그렇지 않으리니, 오늘 홀연히 어떤 사람이 묻기를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지만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면 다만 그를 향해 「개가 펄펄 끓는 가마솥을 핥느니라」라고 하겠다. 신옹거사여 신옹거사여! 만약 이 속에서 짊어지고 갈 수 있다면 다만 이 하나의 ‘믿음’자도 또한 눈 속에 붙은 티일 것이다.
示 衆 其十二
시 중 기십이
兄弟家ㅣ 十年二十年으로 以至一生히 絶世忘緣하고 單明此事호대 不
형제가ㅣ 십년이십년으로 이지일생히 절세망연하고 단명차사호대 부
透脫者는 病在於何오本分衲僧은 試拈出看하라 莫是宿無靈骨麽아莫
투탈자는 병재어하오본분납승은 시념출간하라 막시숙무령골마아막
是不遇明師麽아 莫是一曝十寒麽아 莫是根劣志微微아 莫是汨沒塵
시부우명사마아 막시일폭십한마아 막시근렬지미미아 막시골몰진
勞麽아 莫是沈空滯寂麽아 莫是雜毒入心麽아 莫是時節未至麽아 莫
노마아 막시심공체적마아 막시잡독입심마아 막시시절미지마아 막
是不疑言句麽아 莫是未得謂得하며 未證謂證麽아 若論膏肓之疾인댄
시부의언구마아 막시미득위득하며 미증위증마아 야논고황지질인댄
扌忽不在者裡니라 旣不在者裏인댄 畢竟在甚麽處오 咄ㅣ 三條椽下와
총부재자리니라 기부재자리인댄 필경재심마처오 돌ㅣ 삼조연하와
七尺單前이로다
칠척단전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이나 20년 내지 일생 동안 세속을 떠나 반연을 잊은 채 오로지 이 일을 밝히되 꿰뚫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병이 어디에 있는가? 참된 납자들은 시험삼아 드러내 보아라. 숙세부터 신령스런 기골이 없는 것은 아닌가?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루만 햇볕을 쬐고 열흘은 추운 것은 아닌가? 근기가 열등하고 의지가 미미한 것은 아닌가? 번뇌와 망상에 골몰한 것은 아닌가? 공에 빠지고 고요함에 막힌 것은 아닌가? 잡스런 독이 마음에 들어간 것은 아닌가? 시절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말이나 글귀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아직 얻지 못했으나 얻었다고 말하고, 아직 증득하지 못했으나 증득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만약 고황에 든 병을 논하자면 아무튼 이러한 것에 있지 않으리니, 이미 여기에 있지 않다면 결국에는 어느 곳에 있는가? 에잇! 세 개의 연목 아래와 7척 자리에 있느니라.
若論此事인댄 如登一座高山相似하니 三面은 平易하야 頃刻可上이라 極是
야논차사인댄 여등일좌고산상사하니 삼면은 평역하야 경각가상이라 극시
省力이며 極是利便이어니와 若曰回光返照하야 點檢將來인댄 耳朶依前兩
생력이며 극시리변이어니와 야왈회광반조하야 점검장내인댄 이타의전량
片皮며牙齒依舊一具骨이라 有甚交涉이며 有甚用處리요 若是拏雲攫霧
편피며아치의구일구골이라 유심교섭이며 유심용처리요 야시나운확무
底漢子인댄 決定不墮者野狐窟中하야 埋沒自己靈光하며 辜負出家本志
저한자인댄 결정부타자야호굴중하야 매몰자기령광하며 고부출가본지
하고 直向那一面懸崖峭壁無捿泊處하야 立ㅣ 超佛越祖心하며 辦ㅣ 久久
하고 직향나일면현애초벽무서박처하야 립ㅣ 초불월조심하며 판ㅣ 구구
無變志하야 不問上與不上과 得與不得하고 今日也ㅣ 扌廾 命跳하며 明日也
무변지하야 부문상여부상과 득여부득하고 금일야ㅣ 수공 명도하며 명일야ㅣ
ㅣ 扌廾命跳하야 跳來跳去에 跳到人法俱忘하며 心識路絶하야 驀然踏翻大
겸명도하야 도내도거에 도도인법구망하며 심식노절하야 맥연답번대
地하며 撞破虛空하면 元來山卽自己며 自己卽山이리니 山與自己도 猶是冤
지 하며 당파허공하면 원내산즉자기며 자기즉산이리니 산여자기도 유시원
家어니와 若要究竟衲僧의 向上巴鼻인댄 直須和座하야 颺在他方世界하야사
가어니와 야요구경납승의 향상파비인댄 직수화좌하야 양재타방세계하야사
始得다
시득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하나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으니, 세 면은 평이하여 잠깐동안에 오를 수 있어서 힘도 매우 들지 않고 지극히 편리하다. 그러나 만약 돌이켜 비추어서 점검해 본다면 귀는 여전히 두 조각의 가죽이며 이빨은 전과 같이 한 무더기의 뼈이니 무슨 상대할 꺼리가 있을 것이며 무슨 사용할 꺼리가 있겠는가? 만약 구름을 붙잡고 안개를 움켜잡는 놈이라면 결코 그런 들여우의 굴 속에 떨어져 자기의 신령스런 빛을 매몰시키거나 출가한 본래 의지를 저버리지 않고 곧장 저 한쪽 면인 매달린 듯 가파른 절벽의 발 붙일 수 없는 자리에서 부처님과 조사들을 뛰어넘는 마음을 세우고 오래도록 변함이 없는 의지를 갖추고는 오를 수 있는가 오를 수 없는가 또는 얻을 수 있는가 얻을 수 없는가를 묻지 아니하고, 오늘도 목숨을 던지고 뛰어 오르며 내일도 목숨을 던지고 뛰어 오름에 뛰어 오르고 뛰어 오르다 사람도 법도 모두 잊고 심식의 길도 끊어진 자리에 이르러 갑자기 대지를 밟아 엎어버리고 허공을 두드려 깨트려버리면 원래 산이 곧 자기이고 자기가 곧 산이리니, 산과 자기도 오히려 원수이거니와 만약 완벽한 납자의 최상의 요처를 성취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그 앉은 자리까지 타방세계에 날려버려야 옳으리다.
一二三四와四三二一이 鉤鎖連環하야 銀山鐵壁이라 虛見得破ㅣ 跳得出
일이삼사와사삼이일이 구쇄련환하야 은산철벽이라 허견득파ㅣ 도득출
하면 大千沙界海中漚요 一切聖賢이 如電拂이어니와 若是虛見不破ㅣ 跳
하면 대천사계해중구요 일절성현이 여전불이어니와 야시허견부파ㅣ 도
不出인댄 切須翻天覆地하며 離巢越窟하고 便就一歸何處上하야 東擊
부출인댄 절수번천복지하며 리소월굴하고 변취일귀하처상하야 동격
西敲하며 橫逼竪逼하야 逼來逼去에 逼到無棲泊ㅣ 不奈何處하야 誠須
서고하며 횡핍수핍하야 핍내핍거에 핍도무서박ㅣ 부나하처하야 성수
重加猛利하야 翻身一擲하면 土塊泥團이 悉皆成佛이어니와 若是不尢兼
중가맹리하야 번신일척하면 토괴니단이 실개성불이어니와 야시부왕겸
不尢兼하며 半進半出을 蛇呑蝦蟆인댄 西峰은 敢道驢年이라사 始得다호리
부왕겸하며 반진반출을 사탄하마인댄 서봉은 감도려년이라사 시득다호리라
라
1‧2‧3‧4와 4‧3‧2‧1이 쇠사슬의 연이어진 고리와 같이 은산철벽을 이루고 있으니, 힐끗 보아 간파하고 뛰어서 벗어나면 모래알 같은 대천세계가 바다 가운데의 거품이요 일체 성현이 번개가 치는 것과 같겠지만, 힐끗 보아 간파하지 못하고 뛰어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무쪼록 하늘을 뒤집고 땅을 뒤엎으며 소굴을 벗어나 문득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 위로 나아가 동쪽으로 부딪치고 서쪽으로 두드리며 가로로 다그치고 세로로 핍박하여, 핍박하고 핍박하여 핍박하기를 깃들일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자리까지 이르러 진실로 맹렬하고 예리함을 더욱 더하여 몸을 뒤척여서 한 차례 던진다면 흙덩이나 진흙뭉치도 모두 성불하겠지만, 만약 삼킨 것도 아니요 뱉은 것도 아니어서 반쯤 들어가고 반쯤 나온 것이 마치 뱀이 개구리를 삼키듯 한다면 서봉은 감히 말하노니 당나귀의 해나 되어야 되겠다고 하리다.
結制示衆 其一三
결제시중기일삼
以拂子로∴과 三을畫하고 大衆은 還會麽아 若也會得인댄 如來禪祖
이불자로∴과 삼을화하고 대중은 환회마아 야야회득인댄 여내선조
師禪과栗棘蓬ㅣ 金剛圈과 五位偏正과 三要三玄을 無不貫丳하며 無
사선과률극봉ㅣ 금강권과 오위편정과 삼요삼현을 무부관찬하며무
不窮源하리니 到者裡하야는 說甚長期短期며 空觀假觀이리요 得念失念
부궁원하리니 도자리하야는 설심장기단기며 공관가관이리요 득념실념
이 無非解 脫이며 成法破法이 皆名涅槃이어니와 若也不會인댄汝等一
이 무비해탈이며 성법파법이 개명열반이어니와 야야부회인댄여등일
衆
중이
이 旣是各各齎粮裹糝하고 發大心來라九十日中十二時內에 切切偲
기시각각재량과삼하고 발대심내라구십일중십이시내에 절절시
偲하며 兢兢業業하야 莫問到與不到와 得與不得하고 牽絆草鞋하며緊
시하며 긍긍업업하야 막문도여부도와 득여부득하고 견반초혜하며긴
着脚頭하야 如冰稜上行과 金刃 刃丶上走하야 捨命忘形하고 但恁麽去니 착각두하야 여빙능상항과 금인 인주상주하야 사명망형하고 단임마거니
纔到水窮雲盡處와 烟消火滅時하면 驀然踏着本地風光하야 管取超佛
재도수궁운진처와 연소화멸시하면 맥연답착본지풍광하야 관취
越祖하리라 直饒恁麽悟去라도 猶是法身邊事라 若曰法身向上事인댄
초불월조하리라 직요임마오거라도 유시법신변사라 야왈법신향상사인댄
未夢見在니 何故오 欲窮千里目인댄 更上一層樓니라
미몽견재니 하고오 욕궁천리목인댄 갱상일층누니라
(불자로 ∴과 삼을 그리고) 대중들은 알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여래선과 조사선과 밤송이와 금강덩어리와 오위편정오위편정과 삼요삼요 및 삼현삼현을 꼬챙이에 꿰지 못할 것이 없으며 근원을 궁구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무슨 장기간이니 단기간을 말할 것이며 공관이니 가관을 말하겠는가? 생각을 얻거나 생각을 잃는 것이 해탈 아님이 없으며 법을 이루고 법을 깨트리는 것이 모두 열반이라 이름하거니와, 만약 알지 못했다면 너희 대중들이 이미 제각기 양식과 음식을 꾸려 싸가지고 큰 마음을 내어 왔으니 90일 동안 12시간 안에 간절하고 간절하며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게, 이르느냐 이르지 못하느냐 혹은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도 묻지 말고 신발을 끌어당겨 매고 다리에 힘을 주어 마치 얼음 위를 가듯이 칼날 위를 달리듯이 목숨을 버리고 형상을 잊은 채 다만 이렇게 나아갈지니, 물이 말라붙고 구름이 모두 걷힌 자리와 연기가 사라지고 불이 꺼진 때에 이르기만 하면 불현 듯 본지풍광을 밟아서 반드시 부처님과 조사들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이렇게 깨달았더라도 여전히 법신 주변의 일일 뿐, 만약 법신의 위로 향하는 일로 말하자면 아직 꿈에도 보지 못한 것이리다. 무슨 까닭인가? 천리안을 마음껏 발휘하자면 다시 한층의 누각을 올라가야 되기 때문이다.
示衆 其一四
시중기일사
若論叅禪之要인댄不可執蒲團爲工夫하야墮於昏沈散亂中하며落在輕
약논참선지요인댄부가집포단위공부하야타어혼심산난중하며낙재경
安寂靜裡하야扌忽皆不覺不知니非唯虛喪光陰이라難消施主供養이리라一
안적정리하야수홀개부각부지니비유허상광음이라난소시주공양이리라일
朝眼光落地之時에 畢竟將何所靠오 山僧이 昔年在衆에 除二時粥飯
조안광낙지지시에 필경장하소고오 산승이 석년재중에 제이시죽반
하고 不曾上蒲團하야 只是從朝至暮하며 東行西行하야 步步不離하며
하고 부증상포단하야 지시종조지모하며 동항서항하야 보보부리하며
心心無間하야 如是經及三載호대 曾無一念懈怠心이라가 一日에 驀然
심심무간하야 여시경급삼재호대 증무일념해태심이라가 일일에 맥연
踏着自家底호니 元來寸步不曾移러라
답착자가저호니 원내촌보부증이러라
만일 참선의 요점을 말하자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공부라 여겨 혼침과 산란에 빠져들거나 편안함과 고요함 속에 떨어져 도무지 느끼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해서는 되지 않나니, 비단 시간을 헛되이 죽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주의 공양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 아침에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는 결국 무엇을 가지고 의지할 바를 삼겠는가? 산승이 예년에 대중으로 있을 때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를 제하고는 방석에 올라 앉지 않고 다만 아침부터 저녘까지 동쪽으로 갔다 서쪽으로 갔다 하며 걸음걸음에 화두를 여의지 않았고 마음마음에 간단간단이 없었다. 이와 같이 지내기를 3년이 되도록 일찍이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다가, 하루는 불현 듯 자기의 집이란 것을 밟고 보니 원래 한 치의 걸음도 옮긴 적이 없더라.
昏忱掉擧와 喜怒哀樂이 卽是眞如佛性이며 智慧解脫이언만은 只緣不
혼침도거와 희노애낙이 즉시진여불성이며 지혜해탈이언만은 지연부
遇斯人하야醍醐上味ㅣ 翻成毒藥이로다 靈利漢이 假饒直下知非하야
우사인하야제호상미ㅣ 번성독약이로다 령리한이 가요직하지비하야
全身擔荷라도 正好朝打三千하고 暮打八百이니 何故오 豈不見道아 知
전신담하라도 정호조타삼천하고 모타팔백이니 하고오 개부견도아 지
之一字ㅣ 衆禍之門이니라
지일자ㅣ 중화지문이니라
혼침과 산란 및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그대로가 진여스런 불성이요 지혜로운 해탈이건만 단지 그러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반연으로 제호제호의 으뜸가는 맛이 도리어 독약이 되었다. 영리한 자가 설령 당장에 그른 줄 알아서 온 몸으로 짊어지더라도 마침맞게 아침에 3천 방을 때릴 것이요 저녁에 8백 방을 때릴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어찌 듣지 못했는가? ‘안다’는 한 글자가 온갓 재앙의 문이란 것을.
若論此事인댄如蚊子上鐵牛相似하니 更不問如何若何하고 便向下
약논차사인댄여문자상철우상사하니 갱부문여하야하하고 변향하
觜不得處하야 拌命一鑽하야 和身透入이니라 正恁麽時에 如處百千萬
자부득처하야 반명일찬하야 화신투입이니라 정임마시에 여처백천만
億香水海中하야 取之無盡하며 用之無竭이어니와 設使志不堅ㅣ 心不
억향수해중하야 취지무진하며 용지무갈이어니와 설사지부견ㅣ 심부
一하야悠悠漾漾하며東飛西飛인댄饒你飛到非非想天이라도依舊只是箇
餓蚊子리라
일하야유유양양하며동비서비인댄요니비도비비상천이라도의구지시개아문자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모기가 무쇠소에 오르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되는가 어떤 것인가 하며 다시 묻지도 말고 문득 부리를 내릴 수 없는 자리에서 목숨을 던지고 한 차례 뚫어서 몸까지 꿰뚫어 들어가야 하리다. 바로 이러한 때에 마치 백천만억의 향수해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가져도 다함이 없고 사용해도 고갈됨이 없지만, 만약 뜻이 견고하지 못하고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여 그럭저럭 흐늘흐늘 동쪽으로 날다가 서쪽으로 날다가 한다면 비록 네가 날아서 비비상천에 이른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낱 주린 모기일 뿐이리다.
端陽示衆 其一五
단양시중기일오
三十年來에 橫草不拈하며 竪草不踏하고 單單只合得一服快活無憂散
삼십년내에 횡초부념하며 수초부답하고 단단지합득일복쾌활무우산
호니 其藥이 雖微나 奏功이極大라 不問佛病祖病과 心病禪病과 凡病
호니 기약이 수미나 주공이극대라 부문불병조병과 심병선병과 범병
聖病과生病死病과 是病非病하고 除禪和子의 一種毛病之外에 聞
성병과생병사병과 시병비병하고 제선화자의 일종모병지외에 문
者見者ㅣ 無不靈驗이니라 且喚甚麽하야 作毛病고 良久云ㅣ 各請歸堂
하야 點檢看하라
자견자ㅣ 무부령험이니라 차환심마하야 작모병고 량구운ㅣ 각청귀당하야 점검간하라
30년 동안 가로누운 풀은 집어 올리지 않고 세로선 풀은 밟지 않은 채 오로지 다만 마침맞게 쾌활무우산을 한 차례 복용하였더니 그 약이 비록 조금이었으나 효과는 지대하여 부처병 조사병 마음병 참선병 범부병 성인병 탄생병 죽음병 옳은병 그른병 할 것 없이 오직 참선하는 승려들의 한 가지 병통을 제외하고는 그 약을 듣기만 하고 보기만 해도 영험이 없지 않았으니, 그러면 무엇을 가지고 병통이라 하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제각기 방으로 돌아가 점검해 보라.
示衆 其一六
시중기일륙
若謂着實叅禪인댄 決須具足三要니라 第一要는 有ㅣ 大信根이니 明知
야위착실참선인댄 결수구족삼요니라 제일요는 유ㅣ 대신근이니 명지
此事ㅣ 如靠一座須彌山이요 第二要는 有ㅣ 大憤志니 如遇殺父寃讎
차사ㅣ 여고일좌수미산이요 제이요는 유ㅣ 대분지니 여우살부원수
하야 直欲便與一刀兩段이요 第三要는有ㅣ 大疑情이니 如暗地에 做了
하야 직욕변여일도량단이요 제삼요는유ㅣ 대의정이니 여암지에 주료
一件極事하야 正在欲露未露之時니라 十二時中에 果能具此三要인댄
일건극사하야 정재욕노미노지시니라 십이시중에 과능구차삼요인댄
管取克日功成하야不怕甕中走鼈이어니와 苟闕其一인댄 譬如折足之鼎
관취극일공성하야부파옹중주별이어니와 구궐기일인댄 비여절족지정
이 終成廢器니라 然雖如是니 落在西峰坑子裡하야는 也不得不救로다
咄하노라 이 종성폐기니라 연수여시니 낙재서봉갱자리하야는 야부득부구로다 돌하노라
만약 착실한 참선이라 일컫는다면 반드시 세 가지 요긴함을 갖추어야 하나니, 첫째의 요긴함은 커다란 믿음의 뿌리가 있어야 함이니 이 일은 하나의 수미산에 의지함과 같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이요, 둘째의 요긴함은 크게 분한 생각이 있어야 하나니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난 듯이 곧장 한 칼에 두 동강이를 내고자 해야 하는 것이요, 셋째의 요긴함은 큰 의정의정이 있어야 하나니 마치 어두운 곳에서 한 가지 중대한 일을 하였음에 바로 드러나려 하면서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때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12시간 가운데 과연 이러한 세 가지의 요긴함을 능히 갖춘다면 반드시 시일 내에 공을 성취하여 독 속에서 달리는 자라를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만일에 그 하나만이라도 빠트리면 비유컨대 마치 다리 부러진 솥이 마침내 못쓰는 그릇이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서봉의 구덩이에 떨어진다면 구제하지 않을 수 없도다. 에잇!
拈主丈云 者一着子를從上佛祖ㅣ 求之호대雖歷千魔萬難과 萬死千生이라
념주장운 자일착자를종상불조ㅣ 구지호대수력천마만난과 만사천생이라도
도 如水東流하야 不到滄溟하야는 決定不止시니 以此推之컨댄 大不容
여수동류하야 부도창명하야는 결정부지시니 이차추지컨댄 대부용
易로다若要點鐵成金하야 與千聖同域인댄 豈淺識小見者의 所能擬議리
역로다야요점철성금하야 여천성동역인댄 개천식소견자의 소능의의리
요 直須具ㅣ 擧鼎拔山力과 包天括地量과 斬釘截鐵機와 打鳳羅龍手
요 직수구ㅣ 거정발산력과 포천괄지량과 참정절철기와 타봉나룡수
니라 果有如是操略인댄 拄杖으로 助以發機호리라 卓一下云 有意氣時에
니라 과유여시조략인댄 주장으로 조이발기호리라 탁일하운 유의기시에
添意氣로다 又卓一下云 不風流處에 也風流로다 若是跛鼈盲龜댄 止跳得
첨의기로다 우탁일하운 부풍류처에 야풍류로다 야시파별맹구댄 지도득ㅣ
ㅣ 一跳兩跳에 伎倆이 已盡하리니 西峰門下에 扌忽用不着이로다 度拄杖喚侍
일도량도에 기량이 이진하리니 서봉문하에 수홀용부착이로다 도주장환시
者云 送在師子巖頭하야 一任東湧西沒케하라
자운 송재사자암두하야 일임동용서몰케하라
(주장자를 집어들고 이르기를) 이 한 소식은 역대로 부처님과 조사들이 이것을 구하기 위하여 비록 1천의 마구니와 1만의 어려움을 겪으며 1만 번 죽고 1천 번 다시 태어나더라도 마치 물이 동쪽으로 흐름에 대해에 도착하지 않고는 결코 그치지 않는 것과 같이 하셨으니, 이로 미루어 보건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쇠를 두드려 금이 되게 하듯이 뭇 성인들과 더불어 같은 경지가 되고자 한다면 어찌 얕은 지식과 조그만 소견을 가진 자들이 능히 헤아려 논의할 바이겠는가? 모름지기 솥을 들고 산을 뽑는 힘과 천지를 포괄하는 아량과 못을 끊고 쇠를 자르는 근기와 봉봉을 때려잡고 용을 그물질하는 솜씨를 갖춘 이라야 된다. 과연 이와 같은 지조와 방략이 있다면 주장자로 심기를 발동시키도록 도우리다.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의기가 있을 때 의기가 더해진다. (또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풍류가 없는 자리에 또한 풍류가 있도다. 만일 절름발이 자라이거나 눈먼 거북이라면 다만 뛰더라도 한두 번 뛰다가 기량이 다할 것이니 서봉의 문하에서는 도무지 쓸모가 없다. (주장자를 건네주려고 시자를 불러 이르기를) 사자바위로 보내어 갔다 두고는 제멋대로 동쪽으로 솟고 서쪽으로 빠지게 하라.
若論此事의 眞正用工인댄 決定不在行住坐臥處하며 決定不在着衣喫
야논차사의 진정용공인댄 결정부재항주좌와처하며 결정부재착의끽
飯處하며 決定不在屙屎放尿處하며 決定不在語黙動靜處니라 旣然如
반처하며 결정부재아시방뇨처하며 결정부재어묵동정처니라 기연여
是인댄 畢竟在甚麽處오 聻ㅣ 若向者裏하야 知得落處인댄 便見未出母
시인댄 필경재심마처오 적ㅣ 야향자리하야 지득낙처인댄 변견미출모
胎에 已自行脚了也며 已自來見高峰了也며 已自心空及第了也며 已
태에 이자항각료야며 이자내견고봉료야며 이자심공급제료야며 이
自接物利生了也어니와 設使無明垢重하야 不覺不知인댄 未免先以定으
자접물리생료야어니와 설사무명구중하야 부각부지인댄 미면선이정으
로 動하고 後以智로 拔이니라 良久喝一喝云 一隊無孔鐵槌로다
로 동하고 후이지로 발이니라 양구갈일갈운 일대무공철퇴로다
만약 이 일의 진정한 공부를 논하자면 결코 가고 머무르며 앉거나 눕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옷을 입거나 밥을 먹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똥 누거나 오줌 누는 자리에 있지 않으며, 결코 말하거나 침묵하며 움직이거나 잠잠한 자리에 있지 않다. 기왕에 이와 같다면 결국에는 어떤 자리에 있는가? 적! 만약 이 속에서 귀결처를 안다면 곧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기 전에 벌써 행각을 마쳤으며, 이미 와서 고봉을 보았으며, 이미 마음이 공해 급제하였으며, 이미 만물을 제접하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였음을 볼 것이다. 설령 무명의 때가 막중하여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면 먼저 선정으로 움직이고 다음에 지혜로써 뽑아주지 않을 수 없다. (한참 있다가 ‘할’을 한 번 하고는 말하기를) 한 무리의 구멍 없는 무쇠방망이로다.
示理通上人 其一七
시리통상인 기일칠
大抵學人이 打頭不遇本分作家하야 十年二十年을 者邊那邊에 或叅
대저학인이 타두부우본분작가하야 십년이십년을 자변나변에 혹참
或學하며 或傳或記호대 殘羹餿飯 惡知惡覺을 尖尖滿滿히 築一肚皮
혹학하며 혹전혹기호대 잔갱수반 악지악각을 첨첨만만히 축일두피
호대 正如箇臭糟甁相似하니 若要箇有鼻孔底ㅣ 聞着인댄 未免惡心嘔
호대 정여개취조병상사하니 야요개유비공저ㅣ 문착인댄 미면악심구
吐하리라 到者裏하야 設要知非悔過하야 別立生涯인댄 直須盡底傾出하
토하리라 도자리하야 설요지비회과하야 별립생애인댄 직수진저경출하
고 三回四回洗하며 七番八番泡去하야 敎乾乾淨淨하야 無一點氣息하
고 삼회사회세하며 칠번팔번포거하야 교건건정정하야 무일점기식하야사
야사 般若靈丹을 方堪趣向이어니와 若是忽忽草草하야 打屛不乾인댄縱
반야령단을 방감취향이어니와 야시홀홀초초하야 타병부건인댄종
盛上品醍醐라도 亦未免變作一甁惡水리라且道하라 利害ㅣ 在甚麽處오
성상품제호라도 역미면변작일병악수리라차도하라 리해ㅣ 재심마처오
咄ㅣ 毒氣深入이로다 돌ㅣ 독기심입이로다
대저 공부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진짜배기 종사를 만나지 못하여 10년이고 20년이고 여기저기에서 혹은 참선하고 혹은 글을 익히며 혹은 전해 받고 혹은 기억하되 먹다 남은 국에 쉰밥과 나쁜 지식 나쁜 깨달음을 소복하고 그득하게 뱃가죽에 다져 쌓아서 마치 냄새나는 지게미를 담은 병과 같으니, 만약 콧구멍이 있는 자에게 냄새를 맡으라면 메스끄워 구토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만약 그른 줄 알고 허물을 뉘우치며 따로 삶을 건립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철저하게 쏟아내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씻으며 일곱 번이고 여덟 번이고 울궈내고서 바짝 말려 깨끗하게 하여 한 점의 냄새도 없게 하여야 바야흐로 감히 반야의 영단영단을 향해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소홀하고 거칠어서 씻은 것이 마르지도 않았다면 설령 윗질의 제호제호를 담더라도 또한 한 병의 더러운 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示衆 其一八
시중기일팔
良醫治病에 先究其根하나니 纔得其根이면 無病不治리라 禪和子ㅣ 成
량의치병에 선구기근하나니 재득기근이면 무병부치리라 선화자ㅣ 성
十年ㅣ 二十年토록 篤信守一호대 不明生死者는 盖爲不究其根이니 須
십년ㅣ 이십년토록 독신수일호대 부명생사자는 개위부구기근이니 수
知人我는 卽生死之根이요 生死는 卽人我之葉이라 要去其葉인댄 必先
지인아는 즉생사지근이요 생사는 즉인아지섭이라 요거기섭인댄 필선
除根니 根旣除已면 其葉이 何存이리요 然雖如是나 爭知此根이 從曠
제근니 근기제이면 기섭이 하존이리요 연수여시나 쟁지차근이 종광
大劫來로 栽培深固리요 若非擧鼎拔山之力인댄 卒難勦除라 未免借
대겁내로 재배심고리요 야비거정발산지력인댄 졸난초제라 미면차
拄杖子威光하야 特爲諸人出熱去也니라 卓拄杖一下하고 喝一喝云 勞而無功
주장자위광하야 특위제인출열거야니라 탁주장일하하고 갈일갈운 노이무공이로다
이로다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 먼저 그 근원을 철저히 밝혀내나니, 그 근원을 밝혀내기만 하면 치료하지 못할 병이 없다. 참선하는 납자들이 10년이고 20년이고 돈독한 믿음으로 하나만을 지키되 생사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 근원을 철저히 밝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알진대, 인상과 아상은 생사의 뿌리요 생사는 인상과 아상의 잎이므로 그 잎을 제거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뿌리를 제거해야 할 것이니, 뿌리가 이미 제거되었는데 그 잎이 어찌 존재하겠는가?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이 뿌리가 광대한 겁 이래로 깊고도 견고하게 심고 가꾸어 왔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만약 솥을 들고 산을 뽑아내는 힘이 아니면 끝내 제거하기 어려울 것이니, 주장자의 위광을 빌려 특별히 여러분들을 위해 열기를 내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자를 한 번 치고 ‘할’을 한 차례 하고는 말하기를) 수고롭기만 하고 공이 없구나.
若論此事의 的的用工인댄 正如獄中當死罪人이忽遇獄子의 醉酒睡着
야논차사의 적적용공인댄 정여옥중당사죄인이홀우옥자의 취주수착
하야 敲枷打鎖하고 連夜奔逃호대 於路에 雖多毒龍猛虎라도 一往直前
하야 고가타쇄하고 련야분도호대 어노에 수다독룡맹호라도 일왕직전
하야 了無所畏니 何故오 只爲一箇切字니라 用工之際에果能有此切心
하야 료무소외니 하고오 지위일개절자니라 용공지제에과능유차절심
이면 管取百發百中하리라 卽今에 莫有中底麽아 以拂子擊禪床一下云 毫釐
이면 관취백발백중하리라 즉금에 막유중저마아 이불자격선상일하운 호리
有差에天地懸隔이니라유차에천지현격이니라
만일 이 일의 확실한 공부법을 논하자면 마치 감옥에서 죽음에 직면한 죄인이 홀연히 간수가 술에 취해 자는 기회를 만나 칼과 수갑을 부수어버리고 밤을 이어 도망감에 길에 비록 독룡이나 맹호가 우글거리더라도 오로지 곧장 앞으로 나아갈 뿐 두려워하는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슨 까닭인가? 단지 하나의 ‘간절’자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에 능히 이 같은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백발백중하리다. 지금 명중시킨 자는 없는가? (불자로 선상을 한 번 치고 이르기를) 털끝만치 어긋나도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생기느니라.
拈拄杖云 到者裏하야는人法俱忘하고心識路絶이라擧步則大海騰波하고
념주장운 도자리하야는인법구망하고심식노절이라거보칙대해등파하고
彈指則須彌岌峇하며泥團土塊ㅣ 放大光明하고瓠子冬苽ㅣ 熾然常說하
탄지칙수미급합하며니단토괴ㅣ 방대광명하고호자동고ㅣ 치연상설하리라
리라然雖如是나若到西峰門下인댄未免臂長袖短하야露出一橛이니直須
연수여시나야도서봉문하인댄미면비장수단하야노출일궐이니직수
廓ㅣ 頂門正眼하야虛見破空劫已前自己ㅣ 與今幻化色身으로無二無別이
곽ㅣ 정문정안하야허견파공겁이전자기ㅣ 여금환화색신으로무이무별이니라
니라且道하라如何是空却已前自己오聻하고 卓拄杖一下云 金剛이喫鐵棒하니
차도하라여하시공각이전자기오적하고 탁주장일하운 금강이끽철봉하니
泥牛眼出血이로다 니우안출혈이로다
(주장자를 집어들고서 이르기를) 여기에 이르면 사람도 법도 모두 잊어버리고 심식의 길이 끊어졌으므로 발걸음을 들면 곧 바다에 파도가 넘실거리고 손가락을 퉁기면 수미산이 우뚝 솟으며 진흙뭉치와 흙덩이가 대광명을 발산하고 박과 동과가 치열하게 법을 설한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만약 서봉의 문하에 온다면 팔은 긴데 소매가 짧아 팔뚝이 노출됨을 면치 못할 것이니, 곧장 정수리의 바른 눈을 활짝 떠서 공겁 이전의 자기가 지금의 허황된 색신과 더불어 둘도 없고 다름도 없음을 힐끗 보아 간파해야 한다. 일러보아라, 어떤 것이 공겁 이전의 자기인가? 적! (주장자를 한 번 치고 말하기를) 금강신장이 쇠몽둥이를 맞으니 진흙소의 눈에 피가 나는구나.
解制示衆 其一九
해제시중기일구
若論此事인댄 無尊無卑하며 無老無少하며 無男無女하며 無利無鈍이니
야논차사인댄 무존무비하며 무노무소하며 무남무녀하며 무리무둔이니
故我世尊이 於正覺山前臘月八夜에 見明星悟道하시고 乃言奇哉라
고아세존이 어정각산전납월팔야에 견명성오도하시고 내언기재라
衆生이여 具有如來智慧德相이라하며 又云心佛及衆生이是三無差別이
중생이여 구유여내지혜덕상이라하며 우운심불급중생이시삼무차별이라하며
라하며 又云是法이 平等하여 無有高下라하시니 旣無差別하며 亦無高下
우운시법이 평등하여 무유고하라하시니 기무차별하며 역무고하인댄
인댄 從上佛祖와古今知識과 乃至天下老和尙이 有契有證하며 有遲有
종상불조와고금지식과 내지천하노화상이 유계유증하며 유
速하며 有難有易는 畢竟如何오
지유속하며 유난유역는 필경여하오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존귀함도 비천함도 없으며 늙음도 젊음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으며 예리함도 아둔함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부처님이 정각산 앞에서 납월 8일 새벽에 밝은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닫고는 이에 말씀하시기를 「기이하도다! 중생들이여. 여래의 지혜와 덕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구나」 하셨으며, 또 말씀하시기를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 하셨으며, 또 말씀하시기를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 하셨으니, 이미 차별이 없고 또한 높고 낮음이 없다면 역대의 부처님과 조사와 고금의 선지식 내지는 천하의 노스님들이 계합하기도 하고 증득하기도 하며, 더디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며,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것은 결국에 무엇 때문인가?
譬如諸人이 在此하야各各有箇家業이어든 驀然一日에 回光返照하여
비여제인이 재차하야각각유개가업이어든 맥연일일에 회광반조하여
思憶還源호대 或有經年而到者하며 或有經月而到者하며 或有經日而
사억환원호대 혹유경년이도자하며 혹유경월이도자하며 혹유경일이
到者하며 或有頃刻而到者하며 又有至死而不到者하니 盖離家有遠近
도자하며 혹유경각이도자하며 우유지사이부도자하니 개이가유원근
之殊故로 到有遲速難易之別이니라 然雖如是나 中間에 有箇漢子는
지수고로 도유지속난역지별이니라 연수여시나 중간에 유개한자는
無家業可歸며 無禪道可學이며 無生死可脫이며 無涅槃可證이라 終日
무가업가귀며 무선도가학이며 무생사가탈이며 무열반가증이라 종일
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나니라 若也點檢得出인댄 釋迦彌勒이 與你
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나니라 야야점검득출인댄 석가미늑이 여니제
提甁挈鉢이라도 亦不爲分外어니사 苟或不然인댄 以拂子擊禪床兩下하고 喝兩喝
병설발이라도 역부위분외어니사 구혹부연인댄 이불자격선상량하하고 갈량갈
云 若到諸方이어든 切忌錯擧어다
운 야도제방이어든 절기착거어다
비유컨대 마치 여러분들이 여기에 있는데 제각기 가업가업이 있다고 할 때, 하루는 별안간 생각을 돌려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되 어떤 이는 한 해만에 도착하고 어떤 이는 한 달만에 도착하며 어떤 이는 하루만에 도착하고 어떤 이는 잠시만에 도착하며 또한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도착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니, 대개 집과의 거리가 멀고 가까운 차별이 있기 때문에 도착하는데 더디거나 빠르거나 또는 어렵거나 쉬운 차별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그 가운데 어떤 자는 돌아갈 만한 집이 없으며 배울 만한 선도선도가 없으며 벗어날 만한 생사가 없으며 증득할 만한 열반이 없기에 종일토록 자유롭게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서 자유롭나니, 만약 이를 점검해 낸다면 석가나 미륵불이 그대에게 물병을 가져다 주고 발우를 펴주더라도 또한 과분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불자로 선상을 두 차례 내려치고 ‘할’을 두 번하고 이르기를) 만약 제방에 이르거든 부디 잘못 이야기하지 말라.
示 衆 其二十
시중기이십
若論此一段奇特之事인댄 人人이 本具하며 箇箇圓成하니 如握拳展掌
야논차일단기특지사인댄 인인이 본구하며 개개원성하니 여악권전장하야
하야 渾不犯絲毫之力이언만은祗爲心猿이 擾擾하고 意馬ㅣ 喧喧하야 恣
혼부범사호지력이언만은지위심원이 요요하고 의마ㅣ 훤훤하야 자
縱三毒無明하며 妄執人我等相이 如水澆氷에 愈加濃厚하야 障却自
종삼독무명하며 망집인아등상이 여수요빙에 유가농후하야 장각자
己靈光하야 決定無由得現이니라 若是生鐵鑄就底漢子ㅣ 的實要明인댄
기령광하야 결정무유득현이니라 야시생철주취저한자ㅣ 적실요명인댄
亦非造次니 直須發大志ㅣ 立大願하야 殺却心猿意馬하며 斷除妄想
역비조차니 직수발대지ㅣ 립대원하야 살각심원의마하며 단제망상
塵勞하고 如在急水灘頭泊舟相似하야 不顧危亡得失과 人我是非하고
진노하고 여재급수탄두박주상사하야 부고위망득실과 인아시비하고
忘寢忘餐하며 絶思絶慮하야 晝三夜三에 心心相次하며 念念相續하야
망침망찬하며 절사절려하야 주삼야삼에 심심상차하며 념념상속하야
剳定脚頭하며 咬定牙關하고 牢牢把定繩頭하야 更不容絲毫走作이니라
답정각두하며 교정아관하고 뇌뇌파정승두하야 갱부용사호주작이니라
假使有人이 取你頭하며 除你手足하며 剜你心肝하야 乃至命終이라도
가사유인이 취니두하며 제니수족하며 완니심간하야 내지명종이라도
誠不可捨니 到者裡하야사 方有少分做工夫氣味하리라
성부가사니 도자리하야사 방유소분주공부기미하리라
만일 이 한 토막의 기특한 일을 논하자면 사람마다 본디 갖추고 있고 제각기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으니 마치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펴는 것과 같아서 거의 실끝만한 힘도 범하지 않건마는, 다만 마음의 원숭이가 어지럽고 의식의 말이 시끄러워 삼독 무명을 제멋대로 내버려두며 망령되이 인상과 아상 등에 집착함이 마치 얼음에 물을 뿌리면 뿌릴수록 더욱 두터워지듯이 자신의 신령스런 광명을 장애하여 결코 드러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만약 무쇠로 주조하여 만든 놈이 정확하게 밝히고자 한더라도 또한 경솔하게 할 일이 아니니, 모름지기 큰 뜻을 내고 큰 서원을 세워 마음의 원숭이와 의식의 말을 잡아죽이고 망상과 번뇌를 끊어 없애기를 마치 급류의 여울목에 배를 대듯이, 위태로움과 죽음과 얻음과 잃음과 인상과 아상과 옳음과 그름 등을 돌아보지 말며 잠도 잊고 끼니도 잊고 생각도 끊고 걱정도 끊은 채 밤낮으로 마음마음을 잇대고 생각생각 계속하여 다리를 딱 버티고 어금니를 악물고 굳건히 밧줄을 거머쥐고서 털끝만큼의 이탈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설령 어떤 사람이 그대의 머리를 베어 가고 그대의 수족을 떼어내며 그대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목숨이 다하기에 이르더라도 절대로 버려서는 안되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공부한 기미가 있다 할 것이다.
嗟乎末法에 去聖時遙하야 多有一等泛泛之流ㅣ 竟不信有悟門하고
차호말법에 거성시요하야 다유일등범범지류ㅣ 경부신유오문하고
但只向ㅣ 者邊穿鑿하며 那邊計較하나니 直饒計較得成하며 穿鑿得就
단지향ㅣ 자변천착하며 나변계교하나니 직요계교득성하며 천착득취
라도 眼光落地時에 還用得着也無아 若用得着인댄 世尊의雪山六年과
라도 안광낙지시에 환용득착야무아 야용득착인댄 세존의설산륙년과
達磨의 少林九載와 長慶의 坐破七箇蒲團과 香林의 四十年에 方成
달마의 소림구재와 장경의 좌파칠개포단과 향림의 사십년에 방성
一片과 趙州의 三十年에 不雜用心은 何須討許多生受喫이리요 更有
일편과 조주의 삼십년에 부잡용심은 하수토허다생수끽이리요 갱유
一等漢子ㅣ 成十年二十年토록 用工호대 不曾有箇入處者는 只爲他ㅣ
일등한자ㅣ 성십년이십년토록 용공호대 부증유개입처자는 지위타ㅣ
宿無靈骨하야 志不堅固하고 半信半疑하며 或起或倒하야 弄來弄去에
숙무령골하야 지부견고하고 반신반의하며 혹기혹도하야 농내농거에
世情은 轉轉純熟하고 道念은 漸漸生踈하야 十二時中에難有一箇時辰
세정은 전전순숙하고 도념은 점점생소하야 십이시중에난유일개시신
이라도 把捉得定하야 打成一片하나니似者般底는 直饒弄到彌勒下生이라
이라도 파착득정하야 타성일편하나니사자반저는 직요농도미늑하생이라도
도 也有甚麽交涉이리요 야유심마교섭이리요
오호라! 말법에 성현의 시대와는 떨어져 아득함에 한 부류의 대강대강 살아가는 무리들이 많이 있어 깨달음의 문이 있다는 사실은 끝내 믿지 않고 다만 이쪽에서 파헤쳐보고 저쪽에서 계교하고 있으니, 설령 계교하여 이루게 되고 파헤쳐 성취하더라도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는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소용이 있다면 세존께서 설산에서 6년 동안 고행한 것과, 달마가 소림에서 9년 동안 면벽한 것과, 장경이 7개의 방석이 헤지도록 좌선한 것과, 향림이 40년만에 비로소 일념을 이룬 것과, 조주가 30년 동안 잡되게 마음을 쓰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에 허다한 생고생을 하였겠는가. 다시 한 부류의 놈들이 있어 10년이고 20년 동안 공부는 하였으되 깨달은 적이 있지 못했던 것은 다만 그들이 숙세에 신령스런 기골이 없어서 의지가 견고하지 못하여 반신반의하며 혹은 일어서고 혹은 거꾸러지며 이렇게 저렇게 해나감에 세간의 정은 갈수록 익어가고 도에 대한 생각은 점점 생소해져 12시간 중에 1시간도 선정을 다잡고 일념을 이루기가 어렵게 되었으니, 이 같은 놈들은 설령 미륵이 하생하게 되더라도 또한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若是眞正本色行脚高士인댄 不肯胡亂하고 打頭에 便要尋箇作家하야
약시진정본색항각고사인댄 부긍호난하고 타두에 변요심개작가하야
纔聞擧着一言半句하고 更不擬議하야 直下便恁麽信得及하며 作得主
재문거착일언반구하고 갱부의의하야 직하변임마신득급하며 작득주ㅣ
ㅣ 把得定하야 孤逈逈ㅣ 峭巍巍하며 淨裸裸ㅣ 赤灑灑하야 更不問危
파득정하야 고형형ㅣ 초외외하며 정나나ㅣ 적쇄쇄하야 갱부문위
亡得失하고 只恁麽捱將去하면 驀然繩斷喫攧하고 絶後再甦하야 看他
망득실하고 지임마애장거하면 맥연승단끽전하고 절후재소하야 간타
本地風光하리니 何處에 更覓佛矣리요 又有一偈하야 擧似大衆하노라 急
본지풍광하리니 하처에 갱멱불의리요 우유일게하야 거사대중하노라 급
水灘頭泊小舟하야 切須牢記者繩頭어다 驀然繩斷難迴避하면 直得通
수탄두박소주하야 절수뇌기자승두어다 맥연승단난회피하면 직득통
身血迸流하리라 ▲萬法歸一一何歸를 只貴惺惺着意疑니 疑到情忘心
신혈병류하리라 ▲만법귀일일하귀를 지귀성성착의의니 의도정망심
絶處하면 金烏夜半徹天飛리라
절처하면 금오야반철천비리라
만약 진정코 본색으로 행각하는 뜻 높은 선비라면 함부로 어지럽게 굴지 않고 애초에 진짜배기 종사를 찾아서 전해주는 말 한마디 반 구절을 듣자마자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은 채 당장에 그렇게 믿기만 하면 믿어지게 되고 하기만 하면 주체가 되며 잡기만 하면 안정이 되어 외로워서 아득하고 우뚝하여 드높으며 씻은 듯이 깨끗하고 벗은 듯이 숨김이 없어 다시는 위태로움과 죽음과 얻음과 잃음을 묻지 않고 다만 이렇게 정진해나가면 별안간 밧줄이 끊어져 곤두박질하여 죽었다가 후에 다시 소생하여 그의 본지풍광을 보게 될 것이니 어느 곳에서 다시 부처를 찾겠는가? 또 한 게송이 있으니 대중들에게 들어 보이노라.
급한물살 여울머리 작은배를 대려면은,
모름지기 이밧줄을 손에굳게 잡을진저.
문득밧줄 끊어져서 회피하기 어려우면,
그당장에 온몸에서 피가터져 솟아나리.
만법하나 돌아가니 하나어디 돌아갈꼬,
다만이것 성성하게 뜻을붙여 의심하라.
정을잊고 맘끊은곳 그의심이 이르르면,
금가마귀 야밤중에 하늘끝을 날으리다.
若窮此事의 用工極際인댄 正如空裡栽花하며 水中撈月이라 直是無你
야궁차사의 용공극제인댄 정여공리재화하며 수중로월이라 직시무니
下手處하며 無你用心處나니 往往에 纔遇者境界現前하야는 十箇有五
하수처하며 무니용심처나니 왕왕에 재우자경계현전하야는 십개유오
雙이 打退鼓하나니 殊不知正是到家底消息이로다 若是孟八郎漢인댄
쌍이 타퇴고하나니 수부지정시도가저소식이로다 야시맹팔낭한인댄
便就下手不得處 用心不及時하야 猶如關羽ㅣ 百萬軍中에 不顧得喪
변취하수부득처 용심부급시하야 유여관우ㅣ 백만군중에 부고득상
하고 直取顔良이니라 誠有如是操略과 如是猛利인댄 管取彈指收功하며
하고 직취안량이니라 성유여시조략과 여시맹리인댄 관취탄지수공하며
刹那成聖이어니와 若不然者인댄 饒你叅到彌勒下生이라도 也只是箇張
찰나성성이어니와 야부연자인댄 요니참도미늑하생이라도 야지시개장
上座리라 臘月三十日이時節看看至하니 露柱與燈籠은 休更打瞌睡어다
상좌리라 납월삼십일이시절간간지하니 노주여등농은 휴갱타갑수어다
覿面當機提하며 當機覿面虛見니 驀然觸瞎眼睛하면照顧爛泥裡有刺하리
적면당기제하며 당기적면허견니 맥연촉할안정하면조고난니리유자하리라
만일 이 일의 공부가 지극한 순간을 궁구해보면 마치 허공 속에 꽃을 심고 물속에서 달을 건져내는 것과 같아서 바로 그대들이 손을 댈 자리가 없으며 그대들이 마음을 쓸 자리가 없을 것이니, 흔히 이러한 경계가 눈 앞에 나타남을 만나기만 하면 열에 다섯 쌍은 물러가는 북을 치지만 바로 이것이 집에 도착한 소식인줄 전혀 알지 못한다. 만약 맹씨의 여덟째 아들놈이라면 곧 손을 댈 수 없는 자리와 마음을 쓸 수 없는 때에 나아가 오히려 마치 관우가 백만 대군 속에서 목숨을 잃고 얻음을 돌보지 않고 곧장 안량을 베듯하리라. 진실로 이와 같은 지조 및 방략과 이와 같은 용맹과 예리함이 있다면 필시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공을 거두고 찰나에 성인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령 그대들이 미륵이 하생할 때까지 참구하더라도 한낱 장상좌일 뿐이리라.
섣달 그믐날 그 시절 어느듯 이르나니,
저 밖의 기둥이여 이 안의 등잔이여,
다시는 졸지 말지니라.
얼굴을 마주보며 마땅한 근기는 이끌어주고,
마땅한 근기는 얼굴을 마주보면 눈치를 챌 것이니,
갑자기 눈동자를 건드려 멀게 하면,
문드러진 진흙 속에 가시가 있음을 비추어 볼 것이다.
除夜小參 其二一
제야소삼기이일
生死事大하고 無常이 迅速이라 生不知來處를 謂之生大요 死不知去
생사사대하고 무상이 신속이라 생부지내처를 위지생대요 사부지거
處를 謂之死大니 只者生死一大事乃是叅禪學道之喉襟이며 成佛作
처를 위지사대니 지자생사일대사내시참선학도지후금이며 성불작
祖之管轄이라 三世如來와 恒沙諸佛이 千變萬化하사 出現世間도 盖
조지관할이라 삼세여내와 항사제불이 천변만화하사 출현세간도 개
爲此生死一大事之本源이시며 西天四七과唐土二三과 以至天下老和
위차생사일대사지본원이시며 서천사칠과당토이삼과 이지천하노화
尙이 出沒卷舒하야 逆行順化도 亦爲此一大事之本源이며 諸方禪衲이
상이 출몰권서하야 역항순화도 역위차일대사지본원이며 제방선납이
不憚勞苦하야 三十年二十年을 撥草瞻風하며 磨裩擦袴도 亦爲此一
부탄노고하야 삼십년이십년을 발초첨풍하며 마곤찰고도 역위차일
大事之本源이며 汝等諸人이 發心出家하야 發心行脚하며 發心來見高
대사지본원이며 여등제인이 발심출가하야 발심항각하며 발심내견고
峰하야 晝三夜三眉毛廝結도 亦爲此一大事之本源이며 四生六道千劫
봉하야 주삼야삼미모시결도 역위차일대사지본원이며 사생륙도천겁만겁
萬劫에 改頭換面하야 受苦受辛도 亦是迷此一大事之本源이며
에 개두환면하야 수고수신도 역시미차일대사지본원이며
나고 죽는 일은 크고 무상함은 신속하다. 태어났으나 온 자리를 알지 못하니 이를 일컬어 태어남의 큰일이라 하고, 죽어서 가되 가는 자리를 알지 못하니 이를 일컬어 죽음의 큰일이라 하니, 다만 이 나고 죽음의 일대사가 곧 참선하고 도를 배우는 요체이며 부처를 이루고 조사가 되는 관건이다. 삼세의 여래와 항하사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 천만의 변화를 보이시며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대개 이 생사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서천의 28조사들과 중국의 6조사와 나아가서는 천하의 노스님들이 나고 죽고 거두고 펴며 거슬러 행하시고 도리를 쫓아 교화하신 것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제방의 참선납자들이 노고를 꺼리지 않은 채 20년이고 30년이고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으며 잠방이를 문지르고 바지를 비벼대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너희들 모든 이가 발심하여 출가하고 발심하여 행각하며 발심하여 와서 고봉을 보고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위해서이며, 사생 육도에 천만겁 동안 머리를 바꾸고 얼굴을 고치며 고생을 받는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에 미혹했기 때문이다.
吾佛世尊이 捨金輪王位하시고 雪山에 六年苦行하시다가
오불세존이 사금륜왕위하시고 설산에 륙년고항하시다가
夜半에 見明星悟道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達磨大師 入此土
야반에 견명성오도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달마대사 입차토
來하사 少林에 面壁九載어시늘 神光斷臂하고 於覓心不可得處에 打失
내하사 소림에 면벽구재어시늘 신광단비하고 어멱심부가득처에 타실
鼻孔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臨濟-遭-黃蘗의 六十痛棒하고
비공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림제-조-황벽의 륙십통봉하고
向大愚肋下하야 還拳도 亦是悟者一大事之本源이며 靈雲의 桃花와
향대우늑하하야 환권도 역시오자일대사지본원이며 령운의 도화와
香嚴의 擊竹과 長慶의 卷簾과 玄沙의 ?指며 乃至從上知識의有契有
향엄의 격죽과 장경의 권렴과 현사의 뎺지며 내지종상지식의유계유
證하야 利生接物도 摠不出悟者一大事之本源이니라
증하야 리생접물도 총부출오자일대사지본원이니라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금륜왕의 지위를 버리시고 설산에서 6년 동안 고행하시다 한밤중에 샛별을 보고 도를 깨달은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으신 것이며, 달마대사가 이 땅에 들어와 소림에서 9년 동안 면벽함에 신광이 팔을 끊고 마음을 찾아도 얻을 수 없는 자리에서 콧구멍을 잃어버린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에게 예순 방의 호된 방망이를 맞고 대우스님의 옆구리로 주먹을 돌려 준 것도 역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깨달은 것과 향엄스님이 돌멩이가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과 장경스님이 발을 말아 올리다가 깨달은 것과 현사스님이 돌뿌리를 차고서 깨달은 것과 나아가 역대의 역대 선지식들이 계합하고 증득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만물을 제도한 것도 아무튼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닫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多見兄弟家호니 雖曰入此一門이나 往往에 不知學道之本源하야 不能
다견형제가호니 수왈입차일문이나 왕왕에 부지학도지본원하야 불능
奮其志하고 因循度日하야 今來未免葛藤일새 引如上佛祖의 入道之因
분기지하고 인순도일하야 금내미면갈등일새 인여상불조의 입도지인
과 及悟道之由하사 以爲標格하야 晩學初機로 方堪趣向케하노니 且道하
과 급오도지유하사 이위표격하야 만학초기로 방감취향케하노니 차도
라 如何趣向고 不見가 古人이 道호대 若要脫生死인댄 須透祖師關이라
하라 여하취향고 부견가 고인이 도호대 야요탈생사인댄 수투조사관이라하야
하야 畢竟將甚麽하야 作關고 喚作竹篦則觸이요 不喚作竹篦則背라하니
필경장심마하야 작관고 환작죽비칙촉이요 부환작죽비칙배라하니
不得有語며 不得無語라 若向者裡하야 着得一隻眼하야 虛見得破하며 轉
부득유어며 부득무어라 야향자리하야 착득일척안하야 허견득파하며 전
得身 通得氣하며 無關不透하며 無法不通하야 頭頭示現하며 物物全彰
득신 통득기하며 무관부투하며 무법부통하야 두두시현하며 물물전창
하야無邊刹境自他ㅣ 不隔於毫端하며 十世古今始終이不離於當念하리
하야무변찰경자타ㅣ 부격어호단하며 십세고금시종이부리어당념하리니
니
여러분들을 종종 보니 비록 이 하나의 문에 들어왔으나 흔히들 도를 배우는 본원도 알지 못하고 그 의지를 분발시키지도 못하면서 그럭저럭 날을 보내다 지금에 와서 이러쿵 저러쿵함을 면치 못하였기에 위와 같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도에 들어간 인연 및 도를 깨달은 연유를 이끌어와서 표본으로 삼아 늦게 배우는 이들과 처음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바야흐로 견디어 나아가게 하고자 하나니, 일러 보아라!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보지 못했던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만일 생사를 벗어나려면 모름지기 조사관을 꿰뚫어야 한다」 하였으니 결국에는 무엇을 가지고 관문이라 하는가? 「죽비라 하면 곧 집착이 되고 죽비라 하지 않으면 부정에 빠진다」 하였으니 말이 있어서도 안되고 말이 없어서도 안된다. 만약 이 속에서 착안하여 힐끗보아 간파하고 몸을 돌려 기운을 통하게 하면 꿰뚫지 못할 관문도 없고 통하지 못할 법도 없어서 모든 사물에 나타나고 온갖 만물에 온전히 드러나서 가없는 세계의 경계에서 나와 남이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으며 십세의 고금과 시종이 현재의 생각을 여의지 않을 것이다.
所以로 水潦和尙이 見-馬大師할새 禮拜起하야 擬伸問間에 被馬祖의
소이로 수료화상이 견-마대사할새 례배기하야 의신문간에 피마조의
攔胸一踏하야 踏倒起來에呵呵大笑云 百千法門과 無量妙義를 摠向
란흉일답하야 답도기내에가가대소운 백천법문과 무량묘의를 총향
一毫頭上하야 識得根源去라하며 德山이 見龍潭할새 向吹滅紙燭處하야
일호두상하야식득근원거라하며 덕산이 견룡담할새 향취멸지촉처하야
豁然大悟하고 次日에 遂將䟽抄하야 於法堂上에 爇云窮諸玄辯이라도
활연대오하고 차일에 수장소초하야 어법당상에 설운궁제현변이라도
若一毫置於太虛하고 竭世樞機라도 似一滴投於巨壑이라하니 到者裡하
야일호치어태허하고 갈세추기라도 사일적투어거학이라하니 도자리하
야니 有甚麽禪道可參이며 有甚麽佛法可學이며 有甚麽生死可脫이며
야니 유심마선도가삼이며 유심마불법가학이며 유심마생사가탈이며
有甚麽沮槃可證리요騰騰任運하며 任運騰騰하면 臘月三十日到來에管
유심마저반가증리요등등임운하며 임운등등하면 납월삼십일도내에관
取得大自在하야 去住自由하리니 故로 云-自從認得曺溪路로 了知生
취득대자재하야 거주자유하리니 고로 운-자종인득조계노로 료지생
死不相干이라하니라
사부상간이라하니라
그러므로 수료화상이 마조대사를 뵙고는 절을 하고 일어나며 질문하려는 순간에 마조에게 멱살을 잡히고 한 번 걷어차여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크게 껄껄 웃으며 이르기를 「백천 가지 법문의 한량없는 오묘한 이치를 모두 한 터럭 끝에서 근원을 알아버렸습니다」라고 하였으며, 덕산스님이 용담선사를 뵈올 때 종이초를 불어 끄는 자리에서 활연히 크게 깨닫고는 다음날 마침내 경전을 해석하고 배낀 것을 가지고 법당 앞에서 태우며 이르기를 「모든 현묘한 변론을 다 궁구하더라도 마치 한 가닥의 털을 허공에 두는 것과 같고, 세상의 관건을 다하더라도 흡사 한 방울의 물을 거대한 골짜기에 던지는 것과 같다」 하였으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무슨 참구할 만한 선도선도가 있을 것이며, 무슨 배울 만한 불법이 있을 것이며, 무슨 벗어날 만한 생사가 있을 것이며, 무슨 증득할 만한 열반이 있겠는가? 자유로이 운에 맡기고 운에 맡겨 자유로우면 섯달 그믐날이 도래함에 반드시 큰 자재로움을 얻어서 가고 머묾에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조계의 길을 인식하고부터 생사가 상간치 않음을 알았다」고 하였느니라.
然雖如是나 豎拂子云 且道하라 者箇는 是生耶아 是死耶아 若也道得인댄
연수여시나 수불자운 차도하라 자개는 시생야아 시사야아 야야도득인댄
便可向無佛處稱尊이며 無法處說法이어니와 其或未然인댄 山僧이 不
변가향무불처칭존이며 무법처설법이어니와 기혹미연인댄 산승이 부
懼羞慚하고 更與諸人으로 露箇消息호리하 (以拂子로作釣魚勢云) 夜冷魚潛
구수참하고 갱여제인으로 노개소식호리하 (이불자로작조어세운) 야냉어잠
空下釣여 不如收卷過殘年이로다 復擧호대 北禪分歲는 烹露地白牛하
공하조여 부여수권과잔년이로다 복거호대 배선분세는 팽노지백우하니
니 百味珍羞悉皆具足이어니와 高峰分歲는 雖則百孔千瘡이나 也要將
백미진수실개구족이어니와 고봉분세는 수칙백공천창이나 야요장
無作有하야 細切嶺頭雲하고 薄批潭底月하야尖新堆飣하며 出格安排하
무작유하야 세절령두운하고 박비담저월하야첨신퇴정하며 출격안배하야
야 要使箇箇로 盈腸塞腹하며 人人으로 永絶飢虛하노니 且道하라 與古
요사개개로 영장새복하며 인인으로 영절기허하노니 차도하라 여고
人으로 是同是別가 舌頭具眼底는 試道看하라
인으로 시동시별가 설두구안저는 시도간하라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불자를 세우고 말하기를) 일러 보아라! 이것은 사는 것이냐 죽는 것이냐? 만약 말할 수 있다면 곧 부처님이 없는 자리에서 존귀하다 일컬어질 수 있으며 법이 없는 자리에서 법을 설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산승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여러분에게 하나의 소식을 드러내겠다. (불자로 고기를 낚는 시늉을 하며 말하기를) 밤 기운은 차갑고 고기는 속 깊이 잠겼음에 공연히 낚시만 드리웠으니 걷어치우고 남은 여생을 지냄이 나으리다. (다시 불자를 거둬들이고는) 북선이 설을 셀 때는 땅 위에 드러난 흰 소를 삶으니 백미 진수가 모두 구족되었지만, 고봉이 설을 셀 때는 비록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으나 무무를 가지고 유유를 짓고자 하니, 산봉우리 구름을 잘게 썰고 못 속의 달을 얇게 삐져서 뾰죽하고 새롭게 소복이 담아 놓고 격식에 벗어나게 늘어 놓고서 제각기 창자를 채워 배를 부르게 하여 사람마다 영원히 굶주림을 끊게 하나니, 일러 보아라! 옛사람과 같은가 다른가? 혀 끝에 눈을 갖춘 이는 말해 보아라.
示 衆 其二二
시 중 기이이
若論剋期取證인댄 如人이 擔雪塡井하야 不憚寒暑하며 不分晝夜하고
야논극기취증인댄 여인이 담설전정하야 부탄한서하며 부분주야하고
橫也擔竪也擔하며 是也擔非也擔하야 擔來擔去에 縱使經年越歲하야
횡야담수야담하며 시야담비야담하야 담내담거에 종사경년월세하야
以至萬劫千生라도 於其中間에 信得及ㅣ 踏得穩하며 把得定作得主하
이지만겁천생라도 어기중간에 신득급ㅣ 답득온하며 파득정작득주하야
야 曾無一念厭離心하며 曾無一念懈怠心하며 曾無一念狐疑心하며 曾
증무일념염리심하며 증무일념해태심하며 증무일념호의심하며 증
無一念求滿心이니 果能有恁麽時節하며 果能具恁麽氣槪인댄 到 者
무일념구만심이니 과능유임마시절하며 과능구임마기개인댄 도 자
裡하야 管取人法雙忘하고 心識俱泯하야 形如槁木杇株하며 志若嬰兒
리하야 관취인법쌍망하고 심식구민하야 형여고목오주하며 지야영아
赤子하면 驀然擔子卒地斷ㅣ 爆地折하리라 永嘉道하대 大千沙界海中
적자하면 맥연담자졸지단ㅣ 폭지절하리라 영가도하대 대천사계해중
漚오 一切聖賢이 如電拂이라하니 好與三十痛棒이로다
구오 일절성현이 여전불이라하니 호여삼십통봉이로다
만일 기한 내에 증득하는 법을 논하자면 마치 사람이 눈을 져다가 우물을 메우는 것과 같아서 추위와 더위를 꺼리지 않고 밤낮없이 가로로도 지고 세로로도 지며 옳게도 지고 그르게도 지며 지고 또 지기를 설령 해를 넘기고 1천 생 1만 겁에 이르더라도, 그렇게 하는 사이에 믿어서 믿어지고 밟아서 평온하며 잡아서 안정이 되고 행함에 주체가 되어, 한 생각도 싫어하여 여의려는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의심하는 마음이 없게 되고 한 생각도 만족을 구하는 마음이 없게 되어야 하나니, 능히 이러한 시절이 있게 되고 능히 이러한 기개가 갖추어지는 이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사람과 법이 동시에 잊어지고 마음과 의식이 함께 사라져서 형상은 마치 마른 나무와 썩은 나무둥치 같으며 의지는 어린애나 간난아기 같게 되어 별안간 멜대가 졸지에 끊어지고 터지듯 부러지리다. 영가선사가 이르기를 「대천세계의 모래알 같은 세계가 바다 가운데의 물거품이요, 일체의 성현은 번개가 번쩍이는 것과 같다」 하였으니 30 방망이를 때려주는 것이 좋겠다.
若謂此事인댄 叅也叅得하며 悟也悟得하며 說也說得하며 行也行得하며
야위차사인댄 참야참득하며 오야오득하며 설야설득하며 항야항득하며
來也來得하며 去也去得이니라 然雖如是나 更須三十年하야사 始得이니
내야내득하며 거야거득이니라 연수여시나 갱수삼십년하야사 시득이니
何故오 兩角四蹄都過了나 尾巴過不得이니라 若論此事인댄 如ㅣ 萬丈
하고오 량각사제도과료나 미파과부득이니라 야논차사인댄 여ㅣ 만장
深潭에 投一塊石相似하야 透頂透底에 了無絲毫間隔이니라 誠能如是
심담에 투일괴석상사하야 투정투저에 료무사호간격이니라 성능여시
用工하며 如是無間하고 一七日中에 若無倒斷인댄 (某甲) 永墮阿鼻地
용공하며 여시무간하고 일칠일중에 야무도단인댄 (모갑) 영타아비지옥하리라
獄하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참구하려면 참구해지고 깨달으려면 깨달아지고 말하려면 말해지고 행하려면 행해지고 오려면 와지고 가려면 가지게 된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다시 30년을 기다려야 되니, 무슨 까닭인가? 두 뿔과 네 발굽은 모두 지나갔으나 꼬리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만 길 깊은 못에 하나의 동멩이를 던진 것과 같이 수면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닿기까지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는 듯이 해야 한다. 진실로 이와 같이 공부하고 이와 같이 간단간단이 없음에도 7일 동안에 깨달음이 없다면 나는 영원히 아비지옥에 떨어지리다.
結制示衆 其二三
결제시중 기이삼
封却拄杖頭하고 結却布袋口하며 禁在鐵圍山하야枷上重增杻하며 有中
봉각주장두하고 결각포대구하며 금재철위산하야가상중증뉴하며 유중
栲出無하고 無中栲出有하야痛楚百千般이라도 不離者窠臼니라 大衆은
고출무하고 무중고출유하야통초백천반이라도 부리자과구니라 대중은
且道하라 喚甚麽하야 作窠臼오 直饒明辨得出이라도 要見西峰의 那邊
차도하라 환심마하야 작과구오 직요명변득출이라도 요견서봉의 나변갱나변
更那邊爲人不爲人一着子인댄 且待三十年後니라
위인부위인일착자인댄 차대삼십년후니라
주장자를 봉해버리고 바랑끈을 묶어버리고 철위산에 갇혀 있으며 칼 위에 수갑을 더 채운 채 유유 가운데 무무를 뽑아 내고 무 가운데 유를 뽑아 내어 고통이 백천 가지로 많더라도 이 소굴을 여의지 않느니라. 대중들은 일러 보아라! 무엇을 일컬어 소굴이라 하는가? 설령 명확하게 밝혀내더라도 서봉의 저쪽에서 다시 저쪽의 사람을 위하고 또한 위하지도 않는 한 소식을 보려면 또한 30년 뒤를 기다려야 되리라.
示 衆 其二四
시 중 기이사
(拈拄杖召大衆云) 還見麽아 人人이 眼裏有睛하니 不是瞎漢이라 決定是見
(념주장소대중운) 환견마아 인인이 안리유정하니 부시할한이라 결정시견이니라
이니라 (以拄杖卓一下云) 還聞麽아箇箇ㅣ 皮下有血하니 不是死漢이라 決定
(이주장탁일하운) 환문마아개개ㅣ 피하유혈하니 부시사한이라 결정
是聞이니라 旣見旣聞인댄 是箇甚麽오 (以拄杖) ○見聞은卽且止어니와 只
시문이니라 기견기문인댄 시개심마오 (이주장) ○견문은즉차지어니와 지
如六根未具之前과 聲色未彰之際에未聞之聞과 未見之見은 正恁麽
여륙근미구지전과 성색미창지제에미문지문과 미견지견은 정임마
時하야 畢竟以何爲驗고 (以拄杖) ○吾今與汝로 保任斯事하노니 終不虛
시하야 필경이하위험고 (이주장) ○오금여여로 보임사사하노니 종부허
也니라 (以拄杖) ○三十年後에 切忌妄通消息이니라 (靠拄杖下座)
야니라 (이주장) ○삼십년후에 절기망통소식이니라 (고주장하좌)
(주장자를 집어들고 대중을 부르고서 말하기를) 보았느냐? 사람마다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서 장님이 아니므로 반드시 보았을 것이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는 이르기를) 들었느냐? 제마다 가죽 밑에 피가 흐르기에 죽은 놈이 아니므로 반드시 들었을 것이다. 이미 보고 이미 들었다면 이것이 무엇이냐? (주장자로 ꃻ를 하고) 보고 들은 것은 우선 그만두고라도 다만 6근이 아직 갖추어지기 전과 소리와 물질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시기에는 아직 듣지 못한 들음과 아직 보지 못한 봄은 바로 이러한 때를 당하여 결국 무엇으로 증험을 삼는가? (주장자로 ꃼ를 하고)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이 일을 잘 보호해 지켜서 주려하나니 마침내 헛되지 않으리다. (주장자로 ㉤를 하고) 30년 후에 부디 소식을 잘못 전달하지 말지니라. (주장자를 의지하고서 법좌에서 내려 오려오다)
若論此事인댄 只要當人이 的有切心이니 纔有切心이면 眞疑便起리라 眞疑起
약논차사인댄 지요당인이 적유절심이니 재유절심이면 진의변기리라 진의기
時에 不屬漸次하면 直下便能塵勞頓息하고 昏散이 屛除하야 一念不生
시에 부속점차하면 직하변능진노돈식하고 혼산이 병제하야 일념부생
하고 前後際斷하리니 纔到者般時節이면 管取推門落臼어니와 若是此念
하고 전후제단하리니 재도자반시절이면 관취추문낙구어니와 야시차념이
이 不切하야 眞疑ㅣ 不起인댄 饒你坐破蒲團百千萬箇라도 依舊日午打
부절하야 진의ㅣ 부기인댄 요니좌파포단백천만개라도 의구일오타삼갱이니라
三更이니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다만 당사자에게 간절한 마음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니, 간절한 마음이 있기만 하면 참된 의심이 곧 일어날 것이다. 참된 의심이 일어날 때에는 단계적인 것에 속하지 않고 당장에 번뇌와 망상이 몰록 쉬어지고 산란이 아울러 없어져서 한 생각도 나지 않고 앞뒤의 시간이 모두 끊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절에 이르기만 하면 틀림없이 예정된 결과를 얻겠지만 만약 이 생각이 절실하지 않아서 참된 의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설령 그대들이 앉아서 방석을 백개 천개 헤지게 하더라도 여전히 한낮에 삼경을 칠 것이다.
迷中有悟하고 悟復還迷라 直須迷悟兩忘하고 人法俱遣하야사 衲僧門
미중유오하고 오복환미라 직수미오량망하고 인법구견하야사 납승문
下에 始有語話分하리라 大衆아 旣是迷悟兩忘하고 人法俱忘인댄 共語
하에 시유어화분하리라 대중아 기시미오량망하고 인법구망인댄 공어
話者ㅣ 復是阿誰오 速道速道하라 若論此事인댄 如登萬仞高山하야 一
화자ㅣ 복시아수오 속도속도하라 야논차사인댄 여등만인고산하야 일
미혹한 가운데 깨달음이 있고 깨달았다가 다시 미혹하게 되니 모름지기 미혹과 깨달음을 둘 다 잊고 사람과 법을 함께 버려야 납자승려의 문하에서 비로소 말할 자격이 있으리다. 대중들아, 이미 미혹과 깨달음을 모두 잊었고 사람과 법을 함께 잊었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는 다시 누구인가? 어서 일러라, 어서 일러라.
步一步에 將搆至頂호대 唯有數步ㅣ 壁絶攀躋라 到者裡하야는 須是箇
보일보에 장구지정호대 유유삭보ㅣ 벽절반제라 도자리하야는 수시개
純鋼打就底라야捨命拌身하고 左睚右睚하야 睚來睚去에 以上爲期하야
순강타취저라야사명반신하고 좌애우애하야 애내애거에 이상위기하야
縱經千生萬劫과 萬難千魔라도 此心此志는愈堅愈强이어니와 若是根本
종경천생만겁과 만난천마라도 차심차지는유견유강이어니와 야시근본
不實한 泛泛之流인댄 何止望崖管取聞風而退矣리라
부실한 범범지류인댄 하지망애관취문풍이퇴의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만 길 높은 산을 오르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거의 정상에 이르게 되어 오직 몇 걸음만 남겨두고 절벽이어서 손발로 기어올라야 되는 것과 같으니,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무쇠로 두드려 만든 놈이라야 목숨도 버리고 몸도 돌보지 않은 채 왼쪽을 보아가며 오른쪽을 보아가며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정상에 오르리라 단단히 결심하여 설령 천생만겁을 지나고 오만 가지 어려움과 수천의 마구니를 만나더라도 이 마음과 이 의지를 더욱더 견고하게 하리니, 만약 근본이 실답지 않은 대강대강 살아가는 무리라면 어찌 절벽을 바라보기라도 하겠는가? 틀림없이 바람소리만 듣고도 물러날 것이다.
除夜小參 其二五
제야소삼 기이오
一年三百六十日이 看看逗到今宵畢이건만 十箇有五雙은 叅禪호대 禪
일년삼백륙십일이 간간두도금소필이건만 십개유오쌍은 참선호대 선
又不知하며 學道호대 道亦不識이로다 只者不知不識四字ㅣ 正是三世
우부지하며 학도호대 도역부식이로다 지자부지부식사자ㅣ 정시삼세
諸佛의 骨髓며 一大藏敎의 根源이니 靈利漢이 纔聞擧着하면 如龍得
제불의 골수며 일대장교의 근원이니 령리한이 재문거착하면 여룡득
水하고 似虎靠山하야 天上人間에 縱橫無礙하리라 然雖如是나 點檢將
수하고 사호고산하야 천상인간에 종횡무애하리라 연수여시나 점검장
來인댄 猶是者邊底消息이니 若謂那邊更那邊一着子인댄 直饒西天四
내인댄 유시자변저소식이니 야위나변갱나변일착자인댄 직요서천사
七과 唐土二三으로 以至天下老古金隹히 敢保未徹在라호리라 山僧이 與
칠과 당토이삼으로 이지천하노고금추히 감보미철재라호리라 산승이 여
麽告報에 忽有箇漢子ㅣ 心憤憤ㅣ 口悱悱하야 出來道호대 高峰高峰아
마고보에 홀유개한자ㅣ 심분분ㅣ 구비비하야 출내도호대 고봉고봉아
你ㅣ 有甚長處관대 開得者般大口오하면 只向他道호애 來年更有新條
니ㅣ 유심장처관대 개득자반대구오하면 지향타도호애 내년갱유신조
在하야 惱亂春風卒未休라호리라
재하야 뇌난춘풍졸미휴라호리라
1년 3백60일도 얼마지 않아 오늘 밤으로 끝나기에 이르렀건만 10명이면 다섯 쌍은 참선하되 선을 알지 못하고 도를 배우되 도 또한 알지 못하는구나. 다만 이 부지불식 네 글자가 바로 삼세 부처님들의 골수이며 일대장경의 근원이니, 영리한 놈이라면 이렇게 거론하는 것을 듣기만 하여도 마치 용이 물은 얻은 듯하고 흡사 범이 산에 의지한 듯하여 천상에나 인간에나 가로세로 걸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와 같더라도 점검해 보면 아직은 이쪽의 소식이니, 만약 저쪽의 다시 저쪽 편의 한 소식을 말하자면 설령 서역의 28조와 중국의 6조와 천하의 노스님에 이르기까지 감히 보장컨대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하였으리다. 산승이 이렇게 말할 적에 별안간 어떤 놈이 분한 마음에 입을 삐쭉거리며 뛰어나와 말하기를 「고봉아 고봉아! 너는 무슨 장점이 있기에 그렇게 큰 입을 놀리느냐?」 한다면 다만 그에게 「내년에 다시 새로 돋아난 가지가 있으면 번뇌스런 봄바람은 끝끝내 그치지 않으리다」라고 하리다.
示 衆 其二六
시 중 기이륙
終日着衣호대 未嘗掛一縷絲하며 終日喫飯호대 未嘗咬一粒米하나니
종일착의호대 미상괘일누사하며 종일끽반호대 미상교일립미하나니
旣然如是인댄 且道하라 卽今身上着底와 每日口裏喫底는 是箇甚麽오
기연여시인댄 차도하라 즉금신상착저와 매일구리끽저는 시개심마오
到者裡하야는 不論明與不明과 徹與不徹하고 寸絲滴水라도也當牽犂拽
도자리하야는 부논명여부명과 철여부철하고 촌사적수라도야당견리예
把償他니라 何故오 一片白雲이 橫谷口하니 幾多歸鳥自迷巢로다
파상타니라 하고오 일편백운이 횡곡구하니 기다귀조자미소로다
온 종일 옷을 입고 있지만 이제껏 실 한올 걸친 적이 없으며, 온 종일 밥을 먹고 있지만 이제껏 쌀 한톨 씹은 적이 없다. 이미 이와 같다면 일러 보아라! 지금 몸에 걸친 것과 매일 입으로 먹은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밝히거나 밝히지 못하거나 또는 철저히 꿰뚫거나 철저히 꿰뚫지 못하거나를 막론하고 한 치의 실과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가 되어 밭을 갈아 그것을 보상해야 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한 조각 흰구름이 골짜기 입구에 가로놓이니 얼마나 많은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다 길을 잃고 해매일꼬?
若論此事인댄 正如傍墻逼狗하야 逼來逼去에 逼至尖角落頭하야는 未
야논차사인댄 정여방장핍구하야 핍내핍거에 핍지첨각낙두하야는 미
免翻身遭他一口리니 卽今에 莫有遭他底麽아 (卓拄杖一下云) 阿耶阿耶
면번신조타일구리니 즉금에 막유조타저마아 (탁주장일하운) 아야아야 하시다
하시다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담장 곁에서 개를 다그치다 다그치고 다그쳐 막다른 좁은 골목에까지 다그치기에 이르면 몸을 뒤친 그 놈에게 한 번 물리게 됨은 피할 수 없는 것과도 같은데, 지금 그 놈에게 물린 이가 있는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아야, 아야!
學道如初不變心하야 千魔萬難愈惺惺이니 直須敲出虛空髓하며 拔卻
학도여초부변심하야 천마만난유성성이니 직수고출허공수하며 발각
金剛腦後釘이니라
금강뇌후정이니라
도를 배움에 처음과 같이 마음을 변치 말고 천만의 마구니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정신을 또렷히 하여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드려 꺼내고 금강신장의 뒤통수에서 못을 뽑아내야 한다.
若論此事의 用工之際인댄 正如打鐵船入海하야 取
야논차사의 용공지제인댄 정여타철선입해하야 취
如意寶珠相似하니 莫問打得打不得하고 但孟八郎이 打將去하야 驀然
여의보주상사하니 막문타득타부득하고 단맹팔낭이 타장거하야 맥연
一旦에 打得成ㅣ 入得海하며 獲得珠將來하야 呈似老僧이라도 不免與
일단에 타득성ㅣ 입득해하며 획득주장내하야 정사노승이라도 부면여
伊로 一槌擊碎리라 何故오 豈不見道아 有之以爲利하고 無之以爲用이
이로 일퇴격쇄리라 하고오 개부견도아 유지이위리하고 무지이위용이니라
만일 이 일의 공부하는 순간을 논하자면 마치 철선철선을 만들어 바다로 들어가 여의보주를 취하려는 것과 같으니,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지지 못함은 신경쓰지 말고 다만 맹팔랑 처럼 만들어 가다가 갑자기 어느 날 만들어서 바다로 들어가 보주를 구해서 손에 넣어 가지고 와서는 노승에게 바치더라도 그것을 한 방망이에 때려 부숴버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어찌 보고 듣지 못했는가? 있음으로써 이익을 삼고 없음으로써 활용을 삼기 때문이다.
若論實參實悟인댄 正如八十翁翁이 向逆風逆水裏하야 牽一隻ㅣ
야논실삼실오인댄 정여팔십옹옹이 향역풍역수리하야 견일척
無底鐵船相似리니 不問上與不上과 徹與不徹하고 直須心心無間하며
ㅣ 무저철선상사리니 부문상여부상과 철여부철하고 직수심심무간하며
念念無虧하야 一步一步에 盡平生伎倆ㅣ 睚將去하야 睚到着脚不得
념념무휴하야 일보일보에 진평생기량ㅣ 애장거하야 애도착각부득
處와 筋斷骨折時하면 驀然水轉風回하리니 卽是到家消息이니라 卽今에
처와 근단골절시하면 맥연수전풍회하리니 즉시도가소식이니라 즉금에
莫有到家底麽아 (卓拄杖一下云) 十萬八千이로다
막유도가저마아 (탁주장일하운) 십만팔천이로다
만일 실답게 참구하고 실답게 깨닫는 것을 논하자면 마치 여든 먹은 늙은이가 역풍이 부는 가운데 역류하는 물 속에서 바닥이 없는 한 척의 철선철선을 끄는 것과 같으니, 올라가는지 올라가지 않는지 혹은 철저히 꿰뚫는지 철저히 꿰뚫지 못하는지는 신경쓰지 말고 아무쪼록 마음 마음에 간단간단이 없고 생각 생각에 어그러짐이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평생의 기량을 다하여 엿보아 나가다가, 발을 디딜 수 없는 자리에서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질 때를 엿보기에 이르면 갑자기 물이 돌아 흐르고 바람이 회오리 칠 것이니 곧 이것이 집에 도착한 소식이다. 지금 집에 이르른 자가 있느냐?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며 말하기를) 10만 8천이로다.
若論此事인댄 不假長劫熏修하야 積功累德하며 亦不問賢愚利鈍과 久
야논차사인댄 부가장겁훈수하야 적공누덕하며 역부문현우리둔과 구
習初機하고 只貴孟八郎漢이不顧危亡得喪하고 發大憤志이며 起大疑
습초기하고 지귀맹팔낭한이부고위망득상하고 발대분지이며 기대의
情호대 如ㅣ 善財童子ㅣ 叅勝熱婆羅門하야 大火聚中에 投身而入이니
정호대 여ㅣ 선재동자ㅣ 참승열파나문하야 대화취중에 투신이입이니
正恁麽時하야 人法俱忘하고 心機悶絶하면 左之右之에 築着磕着하리니
정임마시하야 인법구망하고 심기민절하면 좌지우지에 축착개착하리니
不是洞山麻三斤이면 定是雲門乾屎橛이어니와 若還毛畏毛畏毛崔毛崔하며 魍魍
부시동산마삼근이면 정시운문건시궐이어니와 야환모외모외모최모최하며 망망
魎魎인댄 莫道親見高峰하라 直饒向老胡肚皮裏하야 打一遭라도 依前
량량인댄 막도친견고봉하라 직요향노호두피리하야 타일조라도 의전
乾沒一星事리라 건몰일성사리라
만일 이 일을 논하자면 오랜 겁 동안 훈습하고 수행하며 공덕 쌓음에 의지하지 않고 또한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예리한지 아둔한지 오랫동안 익혔는지 초기의 근기인지는 불문하고, 다만 맹팔랑이란 놈 처럼 위태로움이나 죽음이나 얻음이나 잃음은 돌아보지 않고 커다란 분한 뜻을 내어 큰 의정의정을 일으키고 선재동자가 승영바라문에게 참예한 듯이 큰 불구덩이 가운데 몸을 던져 들어간 것과 같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 바로 이러한 때에 사람과 법이 함께 잊혀지고 마음의 기능이 툭 끊어지면 왼쪽으로 가건 오른쪽으로 가건 척척 들어맞게 되리니 동산의 ‘마삼근’이 아니면 분명 운문의 ‘간시궐’이겠지만, 만약 그래도 어슬렁어슬렁하고 갈팡질팡한다면 고봉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설령 달마의 뱃속에서 한 바퀴 돌아 나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말라빠진 하나의 별똥일 것이다.
答直翁居士書 其二七
답직옹거사서 기이칠
來書置問이 皆是辨論學人의 用工上疑惑處로니當爲決之하야 俾晩學
내서치문이 개시변논학인의 용공상의혹처로니당위결지하야 비만학
初機로 趣向無滯호리라 問平常心이 是道아 無心이 是道아하니 此ㅣ 平
초기로 취향무체호리라 문평상심이 시도아 무심이 시도아하니 차ㅣ 평
常心無心之語ㅣ 成却多少人하며 誤卻多少人이어뇨
상심무심지어ㅣ 성각다소인하며 오각다소인이어뇨
보내온 편지에 질문한 것은 모두 학인들이 공부하면서 의혹스러운 것을 분별하여 거론한 것이므로 응당 그것들을 해결하여 늦게 배우는 이와 초발심의 근기들로 하여금 나아가는데 걸림이 없도록 해 주겠다. 「평상심이 도입니까, 무심이 도입니까?」라고 물었는데, 이 평상심이니 무심이니 하는 말이 얼만큼의 사람들을 이루어 주었으며 얼만큼의 사람들을 그르쳐 주었던가?
往往에 不知泥中有刺하고 笑裡有刀者는 何啻如掉棒打月과 接竹點
왕왕에 부지니중유자하고 소리유도자는 하시여도봉타월과 접죽점
天이리요 古人이 答一言半句호대 如揮吹毛利刀直欲便要斷人命根이니
천이리요 고인이 답일언반구호대 여휘취모리도직욕변요단인명근이니
若是箇皮下有血底인댄 直下承當하야 更無擬議어니와 若撞着箇不知
야시개피하유혈저인댄 직하승당하야 갱무의의어니와 야당착개부지
痛痒底인댄 縱饒髑髏遍地라도 也乾沒星子事리라 又如石中藏玉하야
통양저인댄 종요촉루편지라도 야건몰성자사리라 우여석중장옥하야
識者는 知有連城之璧이어니와 不識者는 只作一塊頑石視之하나 大抵
식자는 지유련성지벽이어니와 부식자는 지작일괴완석시지하나 대저
要見古人立地處인댄 不可向語句上着到니라且道하라 旣不在語句上인
요견고인립지처인댄 부가향어구상착도니라차도하라 기부재어구상인댄
댄 畢竟在甚麽處着到오
필경재심마처착도오
若向者裏薦得하면 便知此事ㅣ 不假修治하야 如身使臂하며 如臂使拳
야향자리천득하면 변지차사ㅣ 부가수치하야 여신사비하며 여비사권
하야 極是成現이며 極是省力이리니 但信得及便是라 何待瞠眉竪目하며
하야 극시성현이며 극시생력이리니 단신득급변시라 하대당미수목하며
做模打樣하야 看箇一字리요 儻或不然인댄 古云莫道無心云是道하라
주모타양하야 간개일자리요 당혹부연인댄 고운막도무심운시도하라
無必猶隔一重關이라하니 何止一重이리요 更須知有百千萬重在니라 苟
무필유격일중관이라하니 하지일중이리요 갱수지유백천만중재니라 구
不發憤志精進하야下一段死工夫면 豈於木石之有異乎아 凡做工夫하
부발분지정진하야하일단사공부면 개어목석지유리호아 범주공부하야
야 到極則處하면 必湏自然入於無心三昧하리니 却與前之無心으로 天
도극칙처하면 필회자연입어무심삼매하리니 각여전지무심으로 천
地相遼리라 老胡云心如墻壁이라하시며 夫子는 三月忘味하시고 顔回는
지상료리라 노호운심여장벽이라하시며 부자는 삼월망미하시고 안회는
終日如愚하야며 賈島는 取捨推敲하니 此等이 卽是無心之類也니다
종일여우하야며 가도는 취사추고하니 차등이 즉시무심지류야니다
만일 이 속에서 알아차린다면 곧 이 일은 닦거나 다스리는 행위에 의지하지 않음이 마치 몸이 팔을 쓰는 것과 같고 팔이 주먹을 쓰는 것과 같이 지극히 자연스레 이뤄지며 지극히 힘이 들지 않음을 알 것이므로 다만 믿고자 하여 믿어진다면 곧 옳게 될 것인데 어찌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세우며 모양을 만들어 놓고 한 글자만 간간하랴? 설혹 그렇지 않다면 옛사람이 이르기를 「무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라, 무심도 오히려 한 겹의 관문이 막혔다」 하였으니 어찌 한 겹뿐이겠는가? 다시 백천만 겹이 있는 줄을 모름지기 알아야 할 것이다. 진실로 분한 마음을 내어 정진하지 않고 한 토막의 죽은 공부를 하면 어찌 목석과 다름이 있겠는가. 무릇 공부를 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자연스럽게 무심삼매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 앞의 무심과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달마는 「마음을 장벽과 같이 하라」 하였으며, 공자는 석달 동안 고기맛을 잊었으며, 안회는 온종일 멍청한 듯 하였으며, 가도는 추를 취할까 고를 버릴까 고심하였으니, 이러한 것들이 곧 무심의 종류이다.
到者裏하야는 能擧所擧와 能疑所疑ㅣ 雙忘雙泯하며 無無亦無하리니
도자리하야는 능거소거와 능의소의ㅣ 쌍망쌍민하며 무무역무하리니
香嚴聞聲과 靈雲見色과 玄沙?指와 長慶捲簾이 莫不皆由此無心而
향엄문성과 령운견색과 현사뎺지와 장경권렴이 막부개유차무심
悟也니라 到者裏하야는 設有毫釐待悟心이 生하며 纖塵精進念이 起하면
이오야니라 도자리하야는 설유호리대오심이 생하며 섬진정진념이 기하면
卽是偸心이 未息이며 能所未忘이나 此之一病은 悉是障道之端也니라
즉시투심이 미식이며 능소미망이나 차지일병은 실시장도지단야니라
若要契悟眞空하야 親到古人地位인댄 必須眞正하야 至於無心三昧라사
약요계오진공하야 친고고인지위인인댄 필수진정하야 지어무심삼매라사
始得다 然이나 此無心을 汝譬頗明이어니와 吾復以偈證之호리라 不得者
시득다 연이나 차무심을 여비파명이어니와 오복이게증지호리라 부득자
箇면 爭得那箇리요 旣得那箇하야는 忘卻者箇니라 然雖如是나 更須知
개면 쟁득나개리요 기득나개하야는 망각자개니라 연수여시나 갱수지
道者箇那箇ㅣ 摠是假箇니라 的的眞底는 聻ㅣ 咄ㅣ 陽燄空華로다
도자개나개ㅣ 총시가개니라 적적진저는 적ㅣ 돌ㅣ 양염공화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드는 주체와 들려지는 대상 및 의심하는 주체와 의심되는 대상이 동시에 잊어지고 동시에 없어지며 없음이 없다는 것마저 없어지리니, 향암스님이 들었던 소리와 영운스님이 보았던 색과 현사스님이 돌부리를 걷어찬 발가라과 장경스님이 말아올린 발은 모두 이 무심으로부터 연유하여 깨닫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설령 털끝만치라도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기거나 티끌만티라도 정진하려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곧 속이려는 마음이 아직 쉬어지지 못하였으며 주관과 객관이 잊어지지 않은 것이니, 이 한 가지 병통은 모두 도를 장애하는 단서이다. 만일 참으로 공한 이치에 계합하여 깨달아 친히 옛사람들의 경지에 이르려면 모름지기 참되고 올바르게 무심삼매에 이르러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무심은 그대에게 깨우쳐 준 것이 매우 분명하지만 내가 다시 게송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리다.
이것을 얻지 못하면 어찌 저것을 얻겠는가.
이미 저것을 얻고 나면 도리어 이것을 잊어버리네.
그러나 비록 그러하더라도 다시 이것이다 저것이다 모조리 거짓인줄 알아야 한다. 정확하고도 참된 것은, 적! 돌! 아지랑이와 허공에 피는 꼿이로다.
通仰山老和尙疑嗣書 其二八
통앙산노화상의사서 기이팔
昔年敗闕을 親曾剖露師前이러니 今日重疑하실새不免從頭拈出하노이다
석년패궐을 친증부노사전이러니 금일중의하실새부면종두념출하노이다
某甲이 十五歲에 出家하고十六에 爲僧하고 十八에 習敎하고 二十에 更
모갑이 십오세에 출가하고십륙에 위승하고 십팔에 습교하고 이십에 갱
衣入淨慈하야 立三年死限하고 學禪호려하야 請益斷橋和尙호니 令叅箇
의입정자하야 립삼년사한하고 학선호려하야 청익단교화상호니 령참개
生從何來며 死從何去오하야하시늘意分兩路하야 心不歸一하며 又不曾得
생종하내며 사종하거오하야하시늘의분량노하야 심부귀일하며 우부증득
他의 說做工夫處分曉하야 看看擔閣一年有餘호니 每日에只如箇迷路
타의 설주공부처분효하야 간간담각일년유여호니 매일에지여개미노
人相似러이다인상사러이다
지난 날의 허물을 제가 일찍이 스님 앞에서 자세히 드러냈었는데 오늘 거듭 의심하시니 처음부터 끄집어 드러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15세에 출가하여 16세에 승려가 되었으며 18세에 불경을 익히고 20세에 옷을 갈아입고 정자사에 들어가 3년을 죽음의 기한으로 세우고 참선을 배우며 단교화상에게 청하였더니 「태어날 때는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라는 화두를 참구하라 하였으나 생각의 두 갈래로 나뉘어 마음이 하나로 돌아오지 않았다. 또 일찌기 그가 공부하는 자리에 대해 말한 것을 분명하게 밝혀 얻지 못하고 그럭저럭 집안에서 1년 여를 지냈더니 매일같이 마치 길 잃은 사람 같았습니다.
那時에 因被三年限逼하야 正在煩惱中이러니 忽見台州淨兄호니 說雪
나시에 인피삼년한핍하야 정재번뇌중이러니 홀견태주정형호니 설설
巖和尙이 常問你의 做工夫하시니 何不去一轉고하야늘 於是에 欣然懷
암화상이 상문니의 주공부하시니 하부거일전고하야늘 어시에 흔연회
香하고 詣北하야 磵塔頭하야 請益할새 方問訊揷香에 被一頓痛拳打出
향하고 예배하야 간탑두하야 청익할새 방문신삽향에 피일돈통권타출
하시고 卽關却門하야 一路垂淚하고 回至僧堂호이다 次日粥罷에 復上하
하시고 즉관각문하야 일노수누하고 회지승당호이다 차일죽파에 복상하야
야 始得親近하사오니卽問已前做處어시늘 某甲이 一一供吐호니 當下에
시득친근하사오니즉문이전주처어시늘 모갑이 일일공토호니 당하에
便得勦除日前所積之病하시고 却令看箇無字어시늘從頭開發하야 做工
변득초제일전소적지병하시고 각령간개무자어시늘종두개발하야 주공
夫一遍호니 如暗得燈하고 如懸得救라 自此로 方解用工處호이다
부일편호니 여암득등하고 여현득구라 자차로 방해용공처호이다
그때 3년의 기한이 임박하였기에 바야흐로 고민에 빠져 있던 중에 뜻밖에 태주의 정형을 뵈니 말하기를 「설암화상이 늘 그대의 공부에 대하여 물으시는데 왜 가서 한 번 문답하지 않는가?」 하거늘 이에 반가이 향을 가지고 북간탑에 가서 법을 물으려고 문안하고 막 향을 꽂으려는데 한 바탕의 호된 주먹으로 쫓아내고는 곧 문을 닫아버리니 그 길로 눈물을 떨구며 승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공양을 마치고 다시 올라가니 비로소 가까이 뵙게 되었기에 곧 이전에 공부한 자리를 물으시거늘 제가 낱낱이 말씀드리니 당장에 예전부터 쌓여왔던 병을 제거해 주고 ‘무무’자 화두를 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발심하여 공부를 한 바탕 해봄에 마치 어둠에서 등불을 얻은 듯하였고 거꾸로 매달렸다가 구제된 것과 같았으니, 이로부터 비로소 공부하는 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又令日日上來一轉호대 要見用工次第를 如人이 行路에 日日要見工
우령일일상내일전호대 요견용공차제를 여인이 항노에 일일요견공
程이니 不可今日也恁麽하며 明日也恁麽라하더니 每日纔見入來하시고
정이니 부가금일야임마하며 명일야임마라하더니 매일재견입내하시고
便聞今日工夫는 如何오하사 因見說得有緖면 後竟不問做處하시고 一
변문금일공부는 여하오하사 인견설득유서면 후경부문주처하시고일
入門에 便問阿誰與你로 拖者死屍來오하사 聲未絶에 便以痛拳으로 打
입문에 변문아수여니로 타자사시내오하사 성미절에 변이통권으로 타
出하사 每日에 只恁麽問하시고 恁麽打하시니 正被逼拶하야 有些涯際호
출하사 매일에 지임마문하시고 임마타하시니 정피핍찰하야 유사애제호이다
이다 値老和尙의 赴南明請하사와 臨行에 囑云我去入院了코 却令人으
치노화상의 부남명청하사와 림항에 촉운아거입원료코 각령인으로
로 來取你라하시고 後竟絶消息이어는 卽與常州澤兄으로 結伴同往하려하
내취니라하시고 후경절소식이어는 즉여상주택형으로 결반동왕하려하야
야 至王家橋俗親處하야 整頓行裝호니 不期에 俗親이 念某甲等의 年
지왕가교속친처하야 정돈항장호니 부기에 속친이 념모갑등의 년
幼하고 又不曾涉途라하야 行李度牒을 摠被收却호니 時는 二月初에 諸
유하고 우부증섭도라하야 항리도첩을 총피수각호니 시는 이월초에 제
方掛搭에 皆不可討일새 不免挑包上徑山하야 二月半에 歸堂호이다
방괘탑에 개부가토일새 부면도포상경산하야 이월반에 귀당호이다
또 날마다 올라와 한 번씩 물어보게 하시며, 공부하는 차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마치 사람이 길을 가면서 날마다 그 경로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기에 오늘도 그럭저럭하고 내일도 그럭저럭해서는 안된다 하셨습니다. 매일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곧 「오늘의 공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는데, 하는 말에 단서가 있음을 보게 되자 그 뒤로는 마침내 공부하는 자리를 묻지 않으시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곧 묻기를 「누가 너의 그 송장을 끌어주어서 왔는가?」 하시고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곧 호된 주먹으로 쳐서 내쫓았습니다. 매일 단지 그렇게만 묻고 그렇게 때리시니 정히 다그침을 당함에 사소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노스님께서 남명사의 요청으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떠나며 분부하시기를 「내가 가서 사원에 들어가면 사람을 시켜 너를 데려 가겠다」 하셨으나 후에 결국에는 소식이 끊어졌기에 곧 상주의 택형과 더불어 벗하여 같이 가려고 왕가교의 속가 부친이 계신 곳에 이르러 행장을 정돈하다가 예기치 않게도 속가의 부친께서 저희들이 나이가 어리고 또한 길을 떠나보지 않았다 하여 짐과 도첩을 모조리 거두어버렸습니다. 때는 2월 초라 제방에서 방부가 모두 끝났으므로 행장을 꾸려 경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으며, 2월 중순에 사찰로 돌아 왔습니다.
忽於次月十六夜夢中에 忽憶斷橋和尙의 室中所擧萬法歸一一歸何
홀어차월십륙야몽중에 홀억단교화상의 실중소거만법귀일일귀하
處話호니 自此로 疑情이 頓發에 打成一片하야 直得東西不辨하며 寢
처화호니 자차로 의정이 돈발에 타성일편하야 직득동서부변하며
食俱忘호이다 至第六日하야 辰已間에 在廊下行이라가 見衆僧이 堂內
침식구망호이다 지제륙일하야 신이간에 재낭하항이라가 견중승이 당
出하고 不覺에 輥於隊中하야 至三塔閣上하야 諷經이라가 擡頭하야 忽親
내출하고 부각에 곤어대중하야 지삼탑각상하야 풍경이라가 대두하야 홀친
五祖演和尙의 眞贊末後兩句에 云百年三萬六千朝에 返覆元來是這
오조연화상의 진찬말후량구에 운백년삼만륙천조에 반복원내시저한
漢하고日前被老和尙의 所問拖死屍句子를 驀然打破호니 直得魂飛膽
하고일전피노화상의 소문타사시구자를 맥연타파호니 직득혼비담
喪하야 絶後再甦호이다 何啻如放下百二十斤擔子리닛고 乃是辛酉三月
상하야 절후재소호이다 하시여방하백이십근담자리닛고 내시신유삼월
卄二少林忌日也러이다 其年이 恰卄四歲라 滿三年限코사 便欲造南明
입이소림기일야러이다 기년이 흡입사세라 만삼년한코사 변욕조남명
求決이나 那堪逼夏리닛고 諸鄕人도 亦不容이러이다
구결이나 나감핍하리닛고 제향인도 역부용이러이다
다음 달 16일 밤 꿈에 불현 듯 단교화상께서 방장실에서 일러 주신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가 기억났었는데, 그로부터 의정의정이 몰록 피어나서 일념이 이루어지더니 곧장 동서도 분별되지 않고 침식도 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6일째 되던 날 진시진시에서 사시사시 사이에 행랑 아래를 거닐다가 대중스님들이 승당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몰래 대열에 섞여 삼탑각에 올라서 경전을 외우다가 머리를 들어 홀연히 오조 법연화상의 진찬진찬 말미의 두 구절에서 ‘백년 3만6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놈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는 일전에 노화상께서 물으시던 ‘송장을 끌고 다니는 놈’이라는 화두를 활짝 깨치니 곧장 혼이 날아가고 쓸개가 없어진 듯 졸도하였다가 다시 깨어났었으니, 어찌 120근 되는 짐을 내려 놓은 것만 같을 뿐이겠습니까? 이는 바로 신유년 3월 22일로 달마대사의 기일이었습니다. 그 해는 마침 24세였기에 3년의 기한을 채우고서 곧 남명사에 나아가 인가를 구하려 하였으나 여름결제가 임박하여 갈 수가 없었으며 모든 고향 사람들도 또한 못가게 하였습니다.
直至解夏코사 方至南明하야 納一場敗闕호니 室中에 雖則累蒙煆煉하
직지해하코사 방지남명하야 납일장패궐호니 실중에 수칙누몽하련하야
야 明得公案코는 亦不受人瞞인나 及乎開口하야는 心下又覺得渾了하야
명득공안코는 역부수인만인나 급호개구하야는 심하우각득혼료하야
於日用中에 尙不得自由호미 如欠人債相似라 正欲在彼하야 終身侍
어일용중에 상부득자유호미 여흠인채상사라 정욕재피하야 종신시
奉이러니 不料同行澤兄오로 有他山之行일새 遽違座下호이다
봉이러니 부료동항택형오로 유타산지항일새 거위좌하호이다
곧장 여름철 해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남명에 이르러 한 바탕 허물을 여쭈었습니다. 방장실에서는 비록 자주자주 단련을 입어서 공안을 분명히 밝혀내었고 또한 다른 사람의 속임을 입지 않았으나 입을 열게 되면 마음속이 또 혼동됨을 느껴서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것이 마치 남에게 빚을 진 것과 같았습니다. 그곳에 있으며 평생 동안 시봉하려 하였는데 생각지않게 동행했던 택형과 다른 산으로 가게 되어 갑자기 자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至乙丑年
지을축년
하야 老和尙이 在道場하사 作掛牌時에 又得依附하야 隨侍赴天寧할새
하야 노화상이 재도장하사 작괘패시에 우득의부하야 수시부천녕할새
中間에 因被詰問하사오니 日間浩浩時에 還作得主麽아 答云作得主호
중간에 인피힐문하사오니 일간호호시에 환작득주마아 답운작득주호
이다 又問睡夢中에 作得主麽아 答云作得主호이다 又問正睡着時에 無
이다 우문수몽중에 작득주마아 답운작득주호이다 우문정수착시에 무
夢無想하며 無見無聞커니 主在甚麽處오하야는 到者裏하야는 直得無言
몽무상하며 무견무문커니 주재심마처오하야는 도자리하야는 직득무언
可對하며 無理可伸이러이다
가대하며 무리가신이러이다
을축년에 이르러 노화상께서 도량에 계시면서 방부를 받을 때 또 의지하여 따르다가 뫼시고서 천녕사로 가는 중간에 힐문하여 물으시기를 「요즈음 시끄럽고 번거로울 때도 주재가 되느냐?」 하므로 답하여 이르기를 「주재가 됩니다」 하였더니 「꿈속에서도 주재가 되느냐?」 하시기에 답하여 이르기를 「주재가 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잠을 잘 때 꿈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으면 너의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하시거늘, 여기에 이르러 곧 어떠한 말로도 대답할 수가 없었으며 어떠한 이치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和尙이 却囑云從今日去로 也不要你의 學佛學法하며 也不要你의 窮
화상이 각촉운종금일거로 야부요니의 학불학법하며 야부요니의 궁
古窮今하노니 但只飢來喫飯하며 困來打眠하고 纔眠覺來에 却抖擻精
고궁금하노니 단지기내끽반하며 곤내타면하고 재면각내에 각두수정
神호대 我 者一覺主人公은 畢竟在甚處하야 安身立命고하라하야시늘 雖
신호대 아 자일각주인공은 필경재심처하야 안신립명고하라하야시늘 수
信得及하야 遵守此語나 奈資質이 遲鈍하야 轉見難明하리닛고 遂有龍
신득급하야 준수차어나 나자질이 지둔하야 전견난명하리닛고 수유룡
鬚之行할새 卽自誓云호대 拌一生하여 做箇癡獃漢이언정 定要見者一
수지항할새 즉자서운호대 반일생하여 주개치애한이언정 정요견자일
著子明白호리라하더니 저자명백호리라하더니
스님께서 도리어 당부하여 이르기를 「오늘 이후로는 네가 부처를 배우거나 법을 배우려고 하지도 말고 옛것을 궁구하거나 지금 것을 궁구하려고도 하지 말라. 단지 배 주리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고, 잠깐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도리어 정신을 가다듬어 ‘나의 이 깨어나는 주인공은 결국은 어느 곳에서 안신임명안신립명하는가?’를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비록 이 말씀을 믿게 되어 준수하였으나 자질이 더디고 아둔하여 더욱 밝히기 어려움을 어찌하겠습니까? 마침내 용수로 떠나며 스스로 맹서하기를 「일생을 내던져 한낱 바보천치가 되더라도 결정코 한 소식을 아주 분명하게 보고자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經及五年하야 一日에 寓庵宿이라가 睡覺에 正疑
경급오년하야 일일에 우암숙이라가 수각에 정의
此事러니 忽同宿道友推枕子하야墮地作聲에 驀然打破疑團호니 如在
차사러니 홀동숙도우추침자하야타지작성에 맥연타파의단호니 여재
網羅中跳出이러이다 追憶日前에 所疑佛祖의 言肴訛公案과古今差別因
망나중도출이러이다 추억일전에 소의불조의 언효와공안과고금차별인
緣호니 恰如泗州에見大聖하며遠客이 還故鄕하야 元來只是舊時人이라
연호니 흡여사주에견대성하며원객이 환고향하야 원내지시구시인이라
不改舊時行履處러이다 부개구시항리처러이다
5년이 지나서 어느 날 암자에서 쉬고 있던 중에 잠을 자다 깨어서 바로 이 일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같이 자던 도반이 목침을 밀어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에 별안간 의심 덩어리를 깨트리니 마치 그물속에 갇혔다가 뛰어 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예전에 의심했던 바 부처님과 조사들이 말씀하신 알아들을 수 없는 공안들과 고금의 차별된 인연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흡사 사주에서 대성인을 뵈온 듯하고 멀리 떠났던 길손이 고향에 돌아온 듯 원래 예전의 그 사람이요 예전에 밟고 다니던 곳이 고쳐지지 않았던 것과 같았습니다.
自此로 安邦定國하며 天下太平하야 一念無爲에
자차로 안방정국하며 천하태평하야 일념무위에
十方坐斷호이다 如上所供은 並是詣實이오니伏望尊慈는 特垂詳覽하소서
십방좌단호이다 여상소공은 병시예실이오니복망존자는 특수상람하소서
이로부터 나라는 안정되고 천하는 태평하니 한 생각도 함이 없게 되어 시방세계를 좌정시키고 단정시켰습니다. 위와 같이 말씀드린 것은 모두 진실에 입각한 것이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존귀하고 자비로운 스님께서 자세히 살펴주시옵소서.
室中三關 其二九
실중삼관 기이구
杲日이 當空에 無所不照어늘 因甚하야 被片雲遮却고 人人이 有箇影
고일이 당공에 무소부조어늘 인심하야 피편운차각고 인인이 유개영
子하야 寸步不離호대 因甚踏不着고 盡大地是箇火坑이라 得何三昧하
자하야 촌보부리호대 인심답부착고 진대지시개화갱이라 득하삼매하
야사 不被燒却고야사
부피소각고
밝은 해가 허공에 당도함에 비추지 않는 곳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조각구름에 가리게 되었는가?
사람마다 하나씩 그림자가 있어서 한 치 걸음도 떨어지지 않거늘 무엇 때문에 밟혀지지 않는가?
온 대지가 하나의 불구덩이이니 무슨 삼매를 얻어야 불에 타지 않을까?
懸吐註解 禪 要 終
目 次
高峰和尙禪要序 2
禪 要 跋 7
開 堂 普 說 其一 12
示 衆 其二 22
示直翁居士 洪新恩 其三 30
結 制 示 衆 其四 34
示 衆 其五 35
解 制 示 衆 其六 38
示 衆 其七 40
立 限 示 衆 其八 46
示 衆 其九 47
晩 叅 其十 50
示信翁居士 洪上舍 其十一 51
示 衆 其十二 57
結 制 示 衆 其一三 60
示 衆 其一四 61
端 陽 示 衆 其一五 63
示 衆 其一六 64
示 理 通 上 人 其一七 67
示 衆 其一八 68
解 制 示 衆 其一九 70
示 衆 其二十 72
除 夜 小 參 其二一 76
示 衆 其二二 81
結 制 示 衆 其二三 83
示 衆 其二四 83
除 夜 小 參 其二五 86
示 衆 其二六 87
答 直 翁 居 士 書 其二七 91
通仰山老和尙疑嗣書 其二八 95
室 中 三 關 其二九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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