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모두 성불해 있다”
“본래 성불해 있는 본분자리에서는 말길이 끊어지고, 생각의 자취도 끊어져 자유자재할 뿐이지 따로 닦고 깨달을 것이 없다. 닦아서 깨닫는다면 머리 위에 다시 머리를 더 올리는 것과 같이 군더더기일 뿐이다.”
고봉 원묘 선사(1238~1295)의 <선요>(禪要)의 서문에 대한 요지이다.
‘일제 중생이 닦고 말 것이 없이, 본래 모두 성불해 있다’는 것이니, 중생에겐 이 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간화선의 전통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란 부제가 붙은 <선요>는 ‘본래 성불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우리나라에 조사선의 전통을 뿌리내리게 하는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따라서 <선요>는 선승들에게 필독서였다. 선원장급 수좌의 대표적인 선승인 강원도 봉화 태백산 각화사 서암의 고우 스님은 그 동안 선승들과 재가자들에게 <선요>를 통해 선지를 깨우쳐왔다.
고봉선사는 중국의 송-원 교체기에 일생을 보냈는데, 화두 일념이 되지 않아 고생 끝에 견성했다. 고봉은 <선요>에서 자신의 수행 과정을 토대로 믿음과 분심, 의심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뿌리를 캐낼 수 없고, 이 요소를 갖추어 정진하면 반드시 뿌리를 캘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고봉 [高峰, 1238 ~ 1295]
.속성 서(徐). 이름 원묘(原妙). 쑤저우[蘇州] 우장현[吳江縣] 출생. 15세에 밀인사(密印寺)로 출가하였으며, 17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18세부터 천태(天台)의 교상(敎相)을 공부하다가 20세에 선(禪)을 배워, 3년을 기한하고 정진하였으나 도를 깨닫지 못했는데, 24세 때 삼탑사(三塔寺)에 있으면서 3월 16일 밤 꿈에 문득 전에 들었던 ‘만법귀일화(萬法歸一話)’ 즉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화두(話頭)가 나타나자, 그 때부터 의심이 일어 60일간을 그 화두에만 몰두하였다. 28세 때 다시 설암(雪岩)을 찾아뵙자 자신의 공부가 모자람을 발견하고 다시 5년 동안 “나의 이 일각(一覺) 주인공이 필경 어느 곳에서 안심입명(安心立命)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하루는 같이 자는 도우(道友)가 잠덧을 하며 목침을 건드려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를 듣고 대오(大悟)하였다. 그 후 41세(1279) 때 천목산(天目山) 서봉(西峰)에 들어가, 죽음에 대비하여 사관(寺關)을 짓고 은거하며 16년 동안을 문턱을 넘지 않고 지내다가 원종(元宗) 원년 대중에게 설법하고 나서 그 자리에 앉은 채 잠들듯이 죽었다. 그 동안 많은 학도를 가르쳤는데, 승속(僧俗)을 불문, 계(戒)를 받은 사람만도 수만 명이 넘었다. 현재 한국 불교의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봉화상선요(高峰和尙禪要)》를 지어 참선하는 자의 길잡이가 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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