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꽃은 피어 비단을 짠 듯하고, 골짜기 물은 깊어 쪽빛이라네 - 벽암록(碧巖錄)
한 수행승이 대룡(大龍)선사에게 물었습니다.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져 버리기 마련인데,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는 없는 것일까요?[色身敗壞 如何是堅固法身]"
대룡선사가 대답했습니다.
"저 산에 만발한 꽃을 보아라. 꼭 비단으로 산을 덮은 것 같지 않느냐. 저 골짜기에 가득차 잔잔히 흐르는 물을 보아라. 쪽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
그림같이 아름다운 격조 높은 말입니다.
산에는 꽃이 피어 비단을 짠 것 같지만 며칠 못가서 그 꽃은 지고 맙니다. "사흘 보지 않았더니 진달래꽃이 다 지고 말았네"라는 말과 같습니다.
"골짜기의 물은 깊어 쪽빛이라네." 산골짜기의 개울물도 끊임없이 차고 흐릅니다. 산에 핀 꽃과 산골짜기의 개울물 사이에는 빠르고 느린 차이는 있지만 움직여 옮겨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옮겨감'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라고 대룡선사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구절은 것없이 흘러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도자기의 매력은 깨지는 데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자기는 가마에서 나왔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새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거기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지기 쉬운 꽃이라도 무성히 한껏 피어나기에 거기서 진실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 구절은 선의 무상관(無常觀)을 나타냅니다. 이 무상관없이는 좌선을 할 수 없습니다. 삼라만상은 무상하며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절실히 느낄 때 비로소 진지한 마음으로 좌선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무상의 한복판에 있는 인생의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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