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단 한 번의 만남 -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
제가 좋아하는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작별인사 하려고 몬 앞에 서니 대나무 숲이 있네[相送當門有修竹]."
친구를 대문까지 전송하는데 옆의 대나무 숲도 산들바람에 잎사귀를 흔들며 같이 전손한다는 뜻입니다. 짙은 우정에 시정을 느끼게 합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군자는 청순한 마음을 지닌다"고 했지만, 이 시에서는 더 나아가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숙연한 느낌까지 주고 있습니다.
일기(一期)믐 우리 일생을 뜻하고, 일회(一會)는 단 한 번의 만남을 뜻한다. 이처럼 '일(一)'에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글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기일회'를 체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남은 반드시 헤어짐을 수반하다는 불교의 진리를 시인은 "작별인사 하려고 문에 서니"라고 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자네를 위해 잎사귀마다 산들바람이 이네"라고 눈에 선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는 사부님으로부터 "만났을 때가 곧 작별할 때"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만났을 때가 작별할 때라면 만나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벗과 더불어 담소하다가 그 친구를 전송하고 돌아와 남은 차를 혼자서 음미할 때, 우리는 차와 선(禪)과 인생이 하나로 맞닿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2차대전 뒤 잠시 시골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시골 역 앞 식당에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갔더니 식당 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결려 있었습니다.
만나고 헤어지며 헤어졌다 다시 만나지만
결국은 들에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같구나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어라
바람이 불어올 적마다 가을 풀잎과 이삭이 작별과 만남을 되풀이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한 번만의 만남이며, 같은 만남은 결코 되풀이도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다도가(茶道家)의 말이 생각압니다.
"다회(多會)는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다. 설령 여러 번 같은 손님을 만나더라도 오늘 같은 만남은 다시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는 '일기일회'를 좌우명으로 삼아 늘 스스로를 다잡았던 것입니다. 차를 수단으로 선을 수행하는 이로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참된 자기와 만나는 어려움을 말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의 말은 더 나아가 민님과 헤어짐이 다름 아닌 하나임을 일깨워줍니다. 일기일회의 '일(一)'은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일(一)'과도 통하는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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