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이야기

[스크랩] 모든 것은 생사의 괴로움

수선님 2018. 2. 4. 13:55

 

莫生兮 其死也苦 莫死兮 其生也苦

 

태어나지 말지어다

그 죽음이 괴로움이요

죽지도 말지어다

그 태어남이 괴로움일세

 

신라의 서울 경주 만선북리(萬善北里)에 있던 과부가 남편 없이 아이를 잉태하여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열두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사동(蛇童) 혹은 사복(蛇卜)이라 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죽자, 사복은 고선사(高仙寺)에 있던 원효(元曉)를 찾아갔습니다. 원효가 그를 보고 반가이 맞아 예를 갖추었으나 사복은 답례�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대와 내가 옛날에 불경을 싣던 암소가 지금 죽어 버렸으니 함께 장사를 치르는 것이 어떤가?"

 

원효가 좋다고 하자 함께 집에 이르러 원효를 시켜 설법을 하고 게(戒)를 주게 하였습니다. 원효가 시신 앞에 나와 축원하고 말한 내용이 바로 위의 글입니다. 위의 말을 듣고 사복이 말하길, "사설이 복잡하구나!"하자 원효가 다시 간단히 줄여서 말했습니다.

 

"살고 죽는 것이 괴로움이다[生死苦]."

 

두 사람은 상여를 메고 활리산(活里山) 동쪽 기슭으로 올라갔습니다.

 

"지혜 있는 범은 역시 지헤있는 숲에 묻는 것이 좋지 않을까?"

 

원효가 말하니 사복이 게송을 지어 말하였습니다.

 

"옛날 석가모니는 사라수(沙羅樹) 사이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지금도 역시 그와 같은 자가 잇어 극락으로 편히 들어가네."

 

사복이 이 말을 마치고 땅에 있던 풀줄기를 뽑으니 그 아래에 세계가 나타났는데 명랑하고도 맑은 허공이었으며, 칠보난간을 두른 누각이 장엄하여 인간 세상이 아닌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사복이 시체를 업고 그곳으로 함께 들어가니 땅이 갑자기 닫혀 원효는 그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정우 「길을 묻는 그대에게」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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