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이야기

[스크랩] 과거ㆍ현재ㆍ미래, 어디에서 마음을 찾을꼬

수선님 2018. 2. 4. 13:55

 

如來說諸心 皆爲非心 是名爲心 所以者何 須菩提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 <金剛經>

 

여래가 설한 모든 마음이라는 것은

모두 마음이 아니며

이 이름만을 마음이라고 한다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 또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구절에 관해서는 유명한 덕산선감(德山宣鑑)스님과 노파의 '점심(點心)'에 관한 이야기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점심이란 '마음[心]을 찍는다[點]', '마음에 점을 찍는다', '마음을 새롭게 한다', '마음에 불을 밝힌다[點火]' 등등의 의미입니다. 그러니 점심이란 '밥을 먹는다', '생명의 양식을 먹는다', '해탈의 경지로 들어간다' 등의 의미로까지 확대됩니다.

 

덕산스님은 노파가 주는 점심을 먹기는 먹어야 하는 데 어느 마음에 점을 찍고 먹어야 하는지 대답해야 합니다. 과거의 마음은 이미 지나갔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앗으며, 현재의 마음 또한 자꾸만 과거로 흘러가고 있으니, 도대체 우리는 어느 마음에 점을 찍고 먹어야 할까요?

 

그런데 과연 점을 찍을 마음이 어디에 있습니까? 찍을 점은 본명 있는데 찍힐 대상인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의 불립문자(不立文字)ㆍ직지인심(直指人心)의 근본의(根本義)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언제 살고 있는 걸까요? 현재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말하는 그 사람은 이미 과거인(過去人)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앞이 미래인도 아닙니다.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인으로 살고 있으나 현재도 어느새 과거가 되며 미래는 현재가 됩니다. 과거ㆍ현재ㆍ미래라는 것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구별지을 수도 없고 시간의 흐름이란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과연 어느 마음을 잡아 '내 마음'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머물게 할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과거심ㆍ현재심ㆍ미래심! 그런데 우리는 어느 것에, 무엇에 집착하여 살고 있는 걸까요? 과거에 매달리지도 않고, 미래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이 순간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면 저절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일상 생활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것, '평상심이 바로 도[平常心是道]'라고 하는 도리를 따라야 합니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흐름은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이정우 「길을 묻는 그대에게」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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