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수의경

[스크랩] 안청(安淸) - 고승전

수선님 2018. 3. 4. 13:40

 

안청(安淸)

 

 

 

安清 字世高。安息國王正后之太子也。幼以孝行見稱。加又志業聰敏。剋意好學。外國典籍。及七曜五行醫方異術。乃至鳥獸之聲。無不綜達。

   안청의 자(字)는 세고(世高)이다. 안식국(安息國)1 왕과 정후(正后) 사이에서 태어난 태자이다. 어려서부터 효행으로써 칭송을 받았다. 게다가 총명하고 민첩하게 공부하며 애써 배우기를 좋아하였다. 외국의 전적(典籍) 및 칠요(七曜)2 ․오행(五行)․의방(醫方)․이술(異術)과 날짐승이나 들짐승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

 

 

嘗行見群燕。忽謂伴曰。燕云應有送食者。頃之果有致焉。眾咸奇之。故俊異之聲。早被西域。

   어느 날 안세고가 길을 가다가 한 떼의 제비를 보고는 문득 같이 가던 이에게 말하였다.

 

 

   “제비가 ‘반드시 먹을 것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지저귑니다.”

 

 

   조금 있다가 과연 먹을 것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기이하게 여기므로 빼어나게 남다르다는 명성이 일찍부터 서역에 퍼졌다.

 

 

高雖在居家。而奉戒精峻。王薨便嗣大位。乃深惟苦空。厭離形器。行服既畢。遂讓國與叔出家修道。

   안세고는 출가하기 전에도 계율을 받드는 것을 매우 엄격히 하였다. 부왕이 죽자 왕위를 계승하였다. 이에 인생의 괴로움과 헛됨〔空〕을 깊이 깨닫고, 걸림돌이 되는 육체를 꺼려 떠나고자 하였다. 그래서 상복을 벗은 뒤에 마침내 숙부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출가하여 불도를 닦았다.

 

 

博曉經藏。尤精阿毘曇學。諷持禪經。略盡其妙。既而遊方弘化。遍歷諸國。以漢桓之初。始到中夏。才悟機敏一聞能達。至止未久。即通習華言。

   그는 경장(經藏)을 널리 알았다. 특히「아비담학(阿毘曇學)」3에 정통하고『선경(禪經)』4을 깨달아 간략하게 그 미묘함의 끝까지 다 하였다.

 

 

   그 후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널리 교화를 폈다. 한나라 환제(桓帝)5 초기에 처음으로 중국에 이르렀다. 그는 재주와 깨달음이 빠르고 민첩하여 한 번 듣기만 해도 능숙하였다. 그래서 중국에 이른 지 오래지 않아 곧 중국말을 완전하게 익혔다.

 

 

於是宣譯眾經改胡為漢。出安般守意,陰持入,大小十二門,及百六十品。初外國三藏。眾護撰述經要為二十七章。高乃剖析護所集七章譯為漢文。即道地經是也。

   이에 많은 경전을 번역하여 범어(梵語)를 한문으로 옮겼다.『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음지입경(陰持入經)』․대(大)․소(小)의『십이문경(十二門經)』․『백육십품경(百六十品經)』등이 그것이다.

 

 

   과거 외국의 삼장(三藏)6인 중호(衆護)가 경의 요점을 찬술하여 이십칠 장(章)을 지었다. 안세고는 여기

에서 칠장을 뽑아 한문으로 번역해 냈다. 바로『도지경(道地經)』이 이것이다.

 

 

其先後所出經論。凡三十九部。義理明析。文字允正。辯而不華。質而不野。凡在讀者皆亹亹而不勌焉。

   안세고가 앞뒤로 낸 경론(經論)은 모두 삼십구 부(部)이다. 이치를 밝게 분석하고 문자를 참으로 올바르게 썼다. 설명을 잘하면서도 화려한 데로 흐르지 않고, 표현이 질박하면서도 거칠지 않았다. 이는 무릇 읽는 자들이 부지런히 힘쓰면서도 싫증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高窮理盡性。自識緣業。多有神迹世莫能量。初高自稱。

   안세고는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본성을 깊이 더듬어 저절로 인연의 업보를 알았다. 세상에서 헤아려 생각할 수 없는 신령한 자취가 많았다. 어느 때인가 안세고는 스스로 말하였다.

 

 

 

先身已經出家。有一同學。多瞋。分衛值施主不稱。每輒懟恨。高屢加訶諫終不悛改。

   “전생에도 이미 출가하였다. 그 때 함께 공부하던 벗 가운데 성을 잘 내는 사람이 있었다. 걸식하러 다니다가 마뜩치 않은 시주(施主)를 만나면 그 때마다 번번이 원한을 품었다. 내가 자주 꾸짖고 타일렀지만 끝내 잘못을 뉘우치거나 고치지 않았다.

 

 

如此二十餘年。乃與同學辭訣云。我當往廣州畢宿世之對。卿明經精懃不在吾後。而性多瞋怒。命過當受惡形。我若得道必當相度。

   이와 같은 세월이 이십여 년이 흐른 뒤 벗과 이별을 하며, ‘나는 광주(廣州)로 가서 전생〔宿世〕의 인연을 끝마치려 한다. 그대는 경에 밝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이 나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성품이 성을 내고 노하는 일이 많아서 생명이 다한 뒤에는 반드시 악한 몸을 받을 것이다. 만일 내가 도를 얻게 된다면 반드시 그대를 제도하리라’고 하였다.

 

 

既而遂適廣州值寇賊大亂 行路逢一少年。唾手拔刃曰。真得汝矣。高笑曰。我宿命負卿故遠來相償。卿之忿怒故是前世時意也。遂申頸受刃。容無懼色。賊遂殺之。

   그리고는 광주에 이르니 도적 떼들이 크게 난을 일으켰다. 길에서 마주친 한 소년이 손에 침을 뱉고 칼을 뽑으며 말하기를 ‘진정 너를 여기서 만나는구나’라고 하였다. 내가 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그대에게 숙명적인 빚이 있다. 그래서 먼 곳에서 찾아와 그것을 갚으려고 한다. 그대의 분노는 본래 전생에서 가졌던 생각이다’ 하고는, 목을 늘이고 칼을 받아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끝내 도적은 나를 죽이고 말았다.

 

 

觀者填陌。莫不駭其奇異。既而神識。還為安息王太子。即今時世高身是也。

   길을 가득 메워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 기이한 광경을 보면서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에 나의 영혼은 돌아와 안식국왕의 태자가 된 것이니 이것이 지금의 이 몸인 것이다.”

 

 

高遊化中國宣經事畢。值靈帝之末關雒擾亂。乃振錫江南。云我當過廬山度昔同學。行達䢼亭湖廟。此廟舊有靈威。商旅祈禱乃分風上下各無留滯。

   안세고는 중국을 돌아다니며 교화하면서 경을 널리 펼치는 일을 마쳤다. 영제(靈帝) 말엽에 관락(關洛: 關中․洛陽)이 몹시 어지러웠다. 이에 강남에 법을 전하려고 가면서 말하였다.

 

 

   “나는 여산(廬山)7을 지나면서 옛날에 같이 공부하던 벗을 제도해야만 한다.”

 

 

   걸어 공정호(亭湖)8의 사당에 이르렀다. 이 사당에는 예로부터 위엄서린 신령〔靈威〕이 있었다. 떠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기도하면, 바람이 순조롭게 불어 사람들이 지체하여 머무르는 일이 없었다.

 

 

嘗有乞神竹者。未許輒取。舫即覆沒。竹還本處。自是舟人敬憚莫不懾影。

   언젠가 사당 신령의 대나무〔神竹〕를 구하는 사람이 있었다. 미처 허락을 받기 전에 마음대로 가져갔다. 배가 즉시 뒤집혀서 가라앉고 대나무〔竹〕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는 뱃사람들이 공경하고 꺼려하여, 신령의 그림자만 비쳐도 두려워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高同旅三十餘船奉牲請福。神乃降祝曰。船有沙門可便呼上。客咸驚愕。請高入廟。

   안세고와 함께 가던 삼십여 척의 배가 이 사당에 희생을 바치고 복을 빌었다. 신령이 내려와 축관의 입을 빌려 말하였다.

 

 

   “배 안에 있는 사문을 어서 모셔 오라.”

 

 

   선객들이 모두 크게 놀라 안세고에게 사당으로 들어가기를 청하였다.

 

 

神告高曰。吾昔外國與子俱出家學道。好行布施。而性多瞋怒。今為䧆亭廟神周迴千里並吾所治。以布施故珍玩甚豐。以瞋恚故墮此神報。

   신령은 안세고에게 말하였다.

 

 

   “내가 전생에 외국에서 그대와 함께 출가하여 도를 배웠을 때, 곧잘 보시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성내어 노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공정호의 사당신이 되어 주변 천 리를 제가 다스립니다. 예전에 보시한 공덕으로 진귀한 보물이 몹시 풍부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성을 내던 성품 때문에 이처럼 신령이 되는 업보를 받았습니다.

 

 

今見同學悲欣可言。壽盡旦夕。而醜形長大。若於此捨命穢污江湖。當度山西澤中。此身滅後恐墮地獄。吾有絹千疋并雜寶物。可為立法營塔使生善處也。

   오늘 함께 공부하던 벗을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수명을 곧 마칩니다만 보기 흉한 형체가 너무도 큽니다. 만약 여기에서 죽으면 강호를 더럽히므로 산서(山西)의 못으로 가려 합니다. 이 몸이 죽고 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내게 있는 비단 천 필과 여러 가지 보물로 불법을 세우고 탑을 만들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해 주십시오.”

 

 

高曰。故來相度何不出形。神曰。形甚醜異眾人必懼。

   안세고가 말하였다.

   “짐짓 제도하러 여기까지 왔거늘 어찌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까?”

   신령이 말하였다.

   “몹시 보기 흉한 모습이라서, 사람들이 보면 반드시 두려워할까봐 그렇습니다.”

 

 

高曰。但出眾人不怪也。神從床後出頭。乃是大蟒。不知尾之長短。至高膝邊。高向之梵語數番讚唄數契。蟒悲淚如雨須臾還隱。

   안세고가 말하였다.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그다지 괴이쩍게 여기지 않으리다.”

 

 

   그러자 신령이 제단 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길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이무기이다. 그 꼬리가 안세고의 무릎까지 이르렀다. 안세고가 그를 향해 범어(梵語)로 몇 마디 나누고 몇 수 범패(梵唄)로 찬탄하였다. 이무기는 슬픔의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1. 페르시아 지방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일(日)․월(月)․수(水)․금(金)․화(火)․목(木)․토성(土星)의 운행에 대한 학문. [본문으로]
  3. 경(經)․율(律)․논(論)의 삼장(三藏) 중의 하나인 논장(論藏)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존재의 진실상(眞實相)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비담(毘曇)․아비달마(阿鼻達磨)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4. 심신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지시켜 진실한 지혜의 움직임을 얻는 것을 설하는 경전을 말한다. [본문으로]
  5. 재위 기간은 147년부터 167년에 이른다. [본문으로]
  6. 경․율․논에 통달한 스님. [본문으로]
  7. 지금의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남쪽에 있다. [본문으로]
  8. 여산(廬山) 동쪽에 위치한 파양호나 동북방에 있는 원호 또는 용호로 짐작된다. [본문으로]
출처 : nirvana
글쓴이 : 무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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