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능가경 3. 집일체불법품 ③ - 1 |
그 때 거룩하신 대혜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12인연(因緣)은 인(因)으로부터 과(果)가 생한다'라고 말씀하시고, '자심(自心)은 망상분별인 견해의 힘으로 생긴다'라고는 말씀하지 않으시니, 세존이시여, 만약 그렇다 할지라도 외도도 또한 '인으로부터 과가 생한다'라고 말합니다. |
세존이시여, 외도가 또한 말하기를 '자성(自性)과 자재천(自在天)과 시간과 작은 티끌들의 인으로부터 일체법이 생한다'라고 합니다. |
부처님도 또한 '인연에 의하여 모든 법이 생한다'라고 말씀하시고, '스스로 건립한 법은 있지 않다'라고는 말씀하지 아니하셨습니다. |
세존이시여, 외도는 또한 유(有)와 무(無)로부터 '모든 법이 생겼다'라고 하며, 세존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은 본래 없는데, 인연에 의지하여 생기고, 생겼다가는 도로 없어진다'라고 하시며,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무명(無明)으로부터 행(行)을 반연하며, 내지 안식(眼識) 등에 의지함이 있으므로 일체법이 생긴다'라고 하시니, 세존의 말씀과 같다면 또한 모든 법이 인이 없어도 생기는 것이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인(因)으로부터 생함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一時)인 것이요, 전후(前後)로 생함이 아니니, 이 법으로 인하여 이 법이 생긴 까닭입니다. |
세존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허망한 인법(因法)으로 인하여 이 법이 생겼다'라고 하시니, 차례로 생긴 것이 아니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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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외도의 설법이 수승하고, 여래는 그와 같지 못하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외도는 말하기를 '인(因)이 인연 없이도 능히 과(果)를 낸다'라고 하고, 여래의 설법하심은 '인도 또한 과에 의지하고 과도 또한 인에 의지한다'라고 하시니, 만약 그렇다면 인연에는 인도 과도 없을 것입니다. |
세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저것[彼]과 이것[此]의 인과(因果)가 전전(展轉)하기를 무궁(無窮)할 것입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법으로부터 저 법이 생한다'라고 하시니, 만약 그렇다면 인이 없이 법이 생긴 것이옵니다." |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내가 지금 마땅히 말하겠노라. |
내가 말한 '이 법으로 인하여 저 법이 생긴다'는 것은 외도가 세운바 '인과는 인이 없다'는 법과 또한 '인으로부터 생겼다'는 것과는 같지 않으니, 나는 그와 같지 않다. |
내가 말한 '모든 법이 인연으로부터 생긴다'는 것은 인연이 없다는 것도 아니며, 또한 잡란(雜亂)함도 아니며, 또한 전전하기를 무궁한 허물도 없으니, 무슨 까닭인가? 능히 취하며[能取] 가히 취할[可取] 법이 없기 때문이다. |
대혜여, 외도는 자심(自心)에서 나타나 보인 것임을 알지 못하므로 능취(能取)와 가취(可取)의 법에 집착하고, 오직 자심에서 안과 바깥 법을 본 것임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한 것이다. |
대혜여, 저 외도는 자심 안의 경계를 알지 못하므로, 있고 없는 것을 보니, 그러므로 외도는 이와 같은 허물이 있는 것이요 나의 허물은 아니다. 나는 항상 '인연이 화합하여 모든 법이 생하고, 인이 없이 생(生)함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
대혜보살은 또한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말함이 있으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있는가 합니다. |
세존이시여, 만약 모든 법이 없다면 마땅히 말하지 않으리니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언설(言說)에 의하여 마땅히 모든 법이 있는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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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법이 없어도 말은 또한 있으니, 말하자면 토끼 뿔과 거북 털과 석녀 등은 세상에서 말이 있으니, 대혜여, 그대가 말한 '말이 있으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있다'라고 한 이 뜻은 벌써 깨진 것이다. |
대혜여, 일체 불국토(佛國土)마다 언어(言語)로 설법함은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언어는 오직 사람의 마음에서 분별하여 말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혜여,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똑바로 보기만 하고 눈을 깜박이지 않고 말이 없어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바로 모양만 보여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다만 눈썹만 움직여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오직 눈 모양만 움직여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웃기만 하여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하품하고 입을 벌려서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기침하여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생각만 하여서도 설법함이며,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몸짓으로도 설법함이다. |
대혜여, 저 무순(無瞬) 세계와 또한 중향(衆香) 세계와 보현(普賢) 여래·응공·정변지의 세계에서는 그의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눈이 잠깐도 깜박이지 않으심을 관찰하고, 무생법인(無生法認)을 얻으며, 또한 한량없는 수승한 삼매법을 얻는다. |
그러므로 대혜여, 그대는 '말이 있으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있다'라고 말하지 말 것이다. |
대혜여, 여래는 또한 여러 세계 가운데 모든 작은 벌레와 모기와 등애와 파리 등 중생의 종류들이 말하지 않고도 한가지로 자기의 일을 지어 이루는 것을 보았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저 허공과 토끼 뿔과 |
또한 석녀는 |
없는 것이지만 말은 있으니, |
이와 같이 허망하게 분별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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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으로 화합한 법이거늘 |
어리석어서 분별을 내니 |
진실한 법을 알지 못했기에 |
3유(有)에서 윤회한다. |
그 때 거룩하신 대혜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또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항상된 법[常法]은 어떤 법에 의하여 이러한 말씀을 하셨습니까?" |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미혹법(迷惑法)에 의하여 내가 항상된다고 말함이니, 무슨 까닭인가? 대혜여, 성인도 또한 세간의 미혹법을 보지만, 전도(顚倒)된 마음은 아니다. |
대혜여, 비유컨대 아지랑이와 불 바퀴와 털 바퀴와 건달바성과 환상과 꿈과 물 속의 달과 거울 속의 모습을 세상에서 지혜 없는 자는 여러 색상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으니, 그는 전도된 견해이다. 지혜 있는 자는 분별은 아니하지만, 저 미혹의 일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
대혜여, 지혜가 있는 사람은 저 여러 가지 미혹의 일을 보지만, '진실이다'라고 하는 마음은 내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 유무법(有無法)을 떠났기 때문이다." |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
"대혜여, 무엇 때문에 미혹한 법이 유(有)와 무(無)를 떠난 것이라 하는가? 말하자면, 어리석은 범부는 여러 가지 경계가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귀(餓鬼)가 큰 바다와 항하(恒河)의 물을 보아도 보지 못한 것과 같다. |
대혜여, 이 미혹법은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없다고 말하지도 못할 것이니, 대혜여, 다른 중생은 저 물인 것을 보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
대혜여, 미혹의 일도 또한 그와 같으니, 성인은 전도된 견해를 떠났기 때문이다. 대혜여, 미혹법이 항상하다고 말한 것은 생각에 차별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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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미혹법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모양을 보지만, 미혹법은 다르고, 차별된 것을 분별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대혜여, 미혹법은 항상됨이다. |
대혜여, 어찌하여 미혹법을 진실이 된다고 하는가? 성인은 미혹법 가운데 전도된 마음을 내지 않으며, 또한 진실된 마음도 내지 않는 까닭이다. |
대혜여, 성인이 저 미혹법을 보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생각을 일으키면 거룩한 지혜의 사상(事相)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
대혜여, 조금이라도 생각을 일으킨다면, 범부라고 말할 것이요, 성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
대혜여, 저 미혹법을 분별하는 것은 전도(顚倒)된 것이다. 전도된 것이 아니라면, 능히 이종성(二種性)을 생하니, 무엇이 이종인가? 첫째는 능히 범부성(凡夫性)을 생함이요, 둘째는 능히 성인성(聖人性)을 생함이다. |
대혜여, 저 성인성이 능히 세 가지 차별인 성(性)을 생하니, 이른바 성문과 벽지불과 불국토의 차별성인 것이다. |
대혜여, 어찌하여 어리석은 범부가 미혹법을 분별하여 능히 저 성문승성(聲聞乘性)을 생함인가? |
대혜여, 이른바 저 미혹법의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에 집착하여 능히 성문승성을 이룬 것이다. |
대혜여, 이를 미혹법이 성문승성을 능히 내고 이룬 것이라 한다. |
대혜여, 어찌하여 어리석은 범부가 미혹법을 분별하여 능히 저 벽지불승성(辟支佛乘性)을 내는 것인가? |
대혜여, 이른바 저 미혹법에 집착하여, 모든 법의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관찰하고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능히 벽지불승성을 낸 것이니, 대혜여, 이를 미혹법이 능히 벽지불승성을 내고 이룬 것이라 한다. |
대혜여, 어찌하여 지혜 있는 자가 곧 저 미혹법을 분별하여 능히 불승성(佛乘性)을 내는 것인가? |
대혜여, 이른바 저 능견(能見)과 가견(可見)이 오직 자심(自心)임을 보고, 유무법을 분별하지 않는 것이니, 대혜여, 이와 같이 미혹법을 관찰하여 능히 여래승성을 내고 이룬 것이다. |
대혜여, 이와 같은 것을 성(性)의 뜻이 된다 이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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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어떤 것이 일체 어리석은 범부가 곧 저 미혹법을 분별하여 여러 가지 일을 보고, 능히 세간에 있는 바 승성(乘性)을 내는 것인가? 모든 법이 이와 같고 이와 같아서 결코 다르지 아니함을 관찰함이다. 그러므로 대혜여, 저 미혹법은 어리석은 범부가 허망하게 여러 가지 법체를 분별함이다. |
대혜여, 저 미혹법은 사실인 일도 아니며, 사실 아닌 일도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대혜여, 성인은 저 미혹법을 관찰하여 허망하게 분별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성인은 심(心)·의(意)·식(識)의 신상(身相)을 돌이켰고, 번뇌의 습기를 떠났다. 그러므로 성인은 저 미혹법을 돌이켰기 때문에 진여(眞如)가 되는 것이다. |
대혜여, 이를 무슨 법이라 하는가? 대혜여, 이는 진여법(眞如法)이라 이름함이니, 분별을 떠난 법이기 때문이다. |
대혜여, 이 뜻으로 나는 거듭 진여의 법체가 분별을 떠난 것임을 선설(宣說)하니, 저 진여에서 그 허망한 분별법을 떠났기 때문이다." |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저 미혹법은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저 미혹법은 여러 가지 상에 집착한 것이므로 있다 이름하지만, 대혜여, 저 미혹법이 망상(妄相) 가운데 만약 있다면, 일체 성인은 마땅히 모두 있다, 없다고 하는 허망한 법에 집착함을 떠나지 못하여야 할 것이다. |
대혜여, 외도가 말한 '12인연이 인(因)으로부터 생(生)함과 인으로부터 생하지 아니함이 있다'는 것과 같아서, 이 뜻도 또한 이와 같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만약 미혹법이 환상으로 본 것 같다면, 이 미혹법은 미혹과 다를 것이니, 그는 미혹법이 능히 법을 생(生)하기 때문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미혹법이 번뇌의 허물을 내는 것이 아니니, 대혜여, 만약 미혹법을 분별하지 않는다면, 모든 허물은 나지 않는다. |
대혜여, 일체 환법(幻法)은 사람의 공력과 주술(呪術)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요, 자심의 분별하는 번뇌로 생기는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대혜여, 저 미혹법은 모든 허물을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어리석은 사람이 미혹법을 본 것이다. |
[109 / 415] 쪽 |
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허망하고 미세한 일에 집착하여 모든 허물이 생긴 것이요, 성인을 말함은 아니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성인은 미혹을 보지 않고 |
세간은 또한 진실함이 없으니, |
미혹이 곧 진실이며 |
진실법도 미혹이라네. |
모든 미혹을 버리고 떠났다 하여도 |
서로 생함이 있다면 |
그가 곧 미혹이니, |
깨끗하지 못함은 눈을 가리움과 같다. |
"대혜여, 그대는 '환(幻)이란 것은 없는 것으로, 일체법(一切法)이 또한 없는 것이 환(幻)과 같다'라고 말하지 말라."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환과 같은 상(相)에 집착한 이를 위하여 모든 법이 환과 같다고 말씀하시고, 모든 법의 전도(顚倒)한 상에 집착한 이를 위하여 모든 법이 환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세존이시여, 만약 모든 법이 환의 모양과 같음에 집착하였다면, 일체법이 모두 환의 모양과 같다고 말씀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모든 법이 전도된 모양이라 함에 집착하였다면, 일체법이 환과 같다고 말씀하시지 아니하실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색(色)에는 여러 가지 인상(因相)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색에는 모든 상이 있어 환과 같이 볼만한 딴 원인이 있지 않사오니,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모든 법에 집착한 일체가 환과 같다고 말씀하시지 아니할 것입니다." |
[110 / 415] 쪽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여러 가지 법상(法相)에 집착했다고 하여 모든 법의 일체가 환과 같다고 말함은 아니다. 대혜여, 모든 법은 전도된 것이어서 빨리 없어지는 것이 번개와 같기 때문에 환과 같다고 말함이다. |
대혜여, 모든 법은 비유컨대 번개 빛이 곧 보였다가 곧 없어지는 것과 같지만, 범부는 보지 못한다. 대혜여, 일체법이 또한 그와 같지만, 일체법을 자심(自心)에서 같은 모양과 다른 모양으로 분별하여, 능히 관찰하지 못하므로 여실히 보지 못하니, 색 등의 법에 허망하게 집착한 때문이다." |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색(色) 등의 법을 보지 못한 이에겐 |
환(幻)이 없는 법이라 말하니, |
그러므로 위아래가 어기지 않음이다. |
그리고 나는 일체법에서 |
본성(本性)이 있음을 볼 수 없음이 |
환과 같은 무생체(無生體)라 말한다. |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아서, 모든 법이 생하지 않음[不生]을 또한 환과 같다고 말한다면, 곧 세존의 전후(前後) 말씀하신 바가 스스로 상위(相違)함이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일체 모든 법이 환과 같지 않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일체법이 생하지 않음이 환과 같다고 말한 것은 앞뒤가 상위(相違)한 허물이 되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이 생법(生法)과 불생법(不生法)을 보지 못하고, 자심(自心)의 유무(有無)와 바깥 법의 유무를 능히 깨닫지 못함이니, 무엇 때문인가? 능히 불생법(不生法)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
[111 / 415] 쪽 |
대혜여, 내가 말한 이와 같은 모든 법에는 앞뒤가 상위한 것이 있지 않다. |
대혜여, 나는 외도가 내세운 인과의 뜻이 합당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하여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
대혜여, 일체 외도의 어리석은 무리들이 말하기를, '유와 무로부터 일체법이 생한다'라고 하고, 자심의 분별과 집착의 인연으로 생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
대혜여, 나는 모든 법의 유(有)도 또한 불생(不生)이며, 무(無)도 또한 불생이라 말하니, 그러므로 대혜여, 나는 모든 법을 불생이라 말한다. |
대혜여, 내가 일체법이 있다[有]고 말한 것은 제자(弟子)들을 두호하여 그들로 하여금 두 법을 알게 함이니, 무엇이 둘이 되는가? 첫째는 모든 세간(世間)을 섭취(攝取)함이요, 둘째는 모든 단견(斷見)을 두호하기 위함이다. 무슨 까닭인가? 업(業)에 의하므로 여러 가지 몸이 있어서 6도(道)에 태어남을 받으니, 그러므로 나는 모든 법을 있다고 말하여 세간을 섭취한다. |
대혜여, 내가 일체법을 환과 같다고 말한 것은 일체 어리석은 범부로 하여금 필경에 능히 자기 모양[自相]과 같은 모양[同相]을 떠나게 함이니, 모든 범부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집착하여 사견(邪見)에 떨어지고, 다만 자심이 허망하게 본 것임을 능히 알지 못하므로, 그들로 하여금 집착의 인연으로서 생긴 법을 떠나게 하기 위하여 나는 '일체 모든 법이 환상과 같고 꿈과 같아서 실체가 없다'라고 말한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만약 이와 같이 말하지 아니한다면, 어리석은 범부는 사견의 마음에 집착하였기에 자신과 타인을 속이고 기만하고, 일체법을 여실히 보는 것[如實見]을 떠날 것이다. |
대혜여, 어떤 것을 여실견(如實見)에 머무르는 것이라 하는가? 이는 자심이 모든 법을 보는 데에 들어간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법이 |
일체 생(生)함이 아니라 함은 |
이는 인과를 비방함이며 |
여실견이 아니네. |
[112 / 415] 쪽 |
내가 생함의 법을 말함은 |
세간을 포섭하기 위함으로, |
모든 법을 환상과 같이 보아 |
모든 보는 상을 취하지 않네. |
부처님께서 또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내가 지금 여러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명(名)·구(句)·자신(字身)의 상(相)을 말하리니, 보살은 명·구·자신의 상(相)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며, 명·구·자신의 상에 의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요, 보리를 얻고서는 중생을 위하여 명·구·자신의 상을 말해야 한다." |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곧 말씀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대혜여, 어떤 것이 명신(名身)인가? 어떠한 법에 의하여 명신이라 이름을 지음이니, 사물(事物)의 이름은 다르나 뜻은 같으니 대혜여, 이를 내가 명신(名身)이라 말한 것이다. |
대혜여, 어떤 것이 구신(句身)인가? 뜻[義]과 사물을 결정함인 구경(究竟)에 보이는 뜻인 것이니, 대혜여, 이를 내가 구신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자신(字身)인가? 이는 문구(文句)의 필경(畢竟)인 것이다. |
대혜여, 또한 명신은 어떤 법에 의하여 명(名)·구(句)를 요별(了別)하고, 제 형상을 능히 요지(了知)하는 것이다. |
대혜여, 또한 구신은 구(句)와 사(事)의 필경인 것이다. |
대혜여, 또한 명신은 이른바 모든 글자는 이름을 따라서 차별함이니, 아(阿)자로부터 아(啊)자에 이르니 명신(名身)이라 이름함이다. |
대혜여, 또한 자신(字身)은 소리의 장단(長短)과 음운(音韻)의 고하(高下)를 말하여 '자신'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또한 구신(句身)은 골목길의 발자국인 것이니, 사람과 코끼리와 말과 여러 짐승의 발자국 등과 같은 것을 구(句)가 된다고 이름한다. |
대혜여, 또한 명자(名字)는 색(色)과 4음(陰)이 없는 것을 말함이니, 명에 의하여 말한 것이다. 대혜여, 또한 명자(名字)의 상은 능히 명자상을 요별(了別)함을 말함이다. 대혜여, 이를 명·자·구·자신의 상이라 한다. |
대혜여, 이와 같은 명·구·자의 상(相)을 그대는 마땅히 배워서 사람들을 위하여 연설해야 할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명신(名身)과 구신(句身) |
그리고 자신(字身)의 차별을 |
범부가 어리석게 계탁(計度)하고 집착함이 |
코끼리가 깊은 진흙에 빠짐과 같다. |
대혜여, 미래 세상에 지혜가 없는 자는 사견(邪見)의 마음으로써 여실법(如實法)을 알지 못하므로 세간론(世間論)을 따라서 스스로 지자(智者)라 말한다. 그러나 지자가 있어서 사견상(邪見相)의 같음과 다름, 갖춤[俱]과 갖추지 못함[不俱]을 떠난 여실법을 묻는다면, 저 어리석은 사람은 말하기를, '이 물음은 옳지 않으며, 바른 생각으로 묻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니, 말하자면 색(色) 등의 법과 항상됨과 무상(無常)함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이와 같은 열반과 유위(有爲)인 모든 행(行)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형상 가운데에 있는바 능견(能見)과 소견(所見)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짓는 이[作者]와 짓는 바[所作]가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사대(四大) 가운데 색(色)·향(香)·미(味)·촉(觸)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능견과 소견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진흙덩이와 미진(微塵)이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지자(智者)의 아는 바가 같음이 되는가, 다름이 되는가? 이와 같이 위로 올라서 차제상(次第相)과 위로 올라서 무기(無記)와 치답(置答)을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함이니, 이는 나를 비방함이다. |
대혜여, 나는 이와 같은 법을 말하지 않은 것은 외도가 사견에서 말함을 막기 위함이다. 무슨 까닭인가? 대혜여, 외도들이 말한 것은 '몸이 곧 명(命)이니, 몸이 달라짐에 명도 달라진다'라고 함이니, 이와 같은 법은 외도가 말한 바이고, 이는 무기(無記)법이다. |
[114 / 415] 쪽 |
대혜여, 외도는 인과의 뜻에 어리석기에 무기(無記)라 함이요, 나의 법에서 말한 무기는 아니다. |
대혜여, 우리 불법에서는 능견(能見)과 가견(可見)의 허망한 생각을 떠나서 분별심(分別心)이 없나니, 그러므로 나의 법에서는 답할 것 없이 그냥 두는 치답(置荅)이 있지 않다. |
모든 외도들은 가취(可取)와 능취(能取)에 집착하여, 다만 자심에서 보여진 법임을 알지 못하므로, 그들을 위하여 나는 법을 묻는 이에게 네 가지로 답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였지만, 무기(無記)와 치답(置答)만이 나의 법에서 함이 아니다. |
대혜여, 부처님·여래·응공·정변지께서 중생을 위하여 네 가지로 답하여 말하는 데에 치답(置荅)이 있는 것은 때를 기다려서 하기 위함이므로 이러한 법을 말함이다. 또는 근기(根機)가 성숙하지 못한 이를 위한 것이요, 근기가 성숙한 이를 위한 것은 아니니, 그러므로 내가 치답의 뜻을 말하였다. |
대혜여, 일체 모든 법이 만약 짓는 것과 인연을 떠나면 생하지 않으리니, 짓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일체법이 불생(不生)이라 말한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였다. |
"일체 모든 법은 체상(體相)이 없는 것이다." |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일체 모든 법은 실체상(實體相)이 없습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스스로 증득한 지혜로서 일체 모든 법의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관찰하건대, 모든 법이 있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는 '일체 모든 법은 실체상이 없다'라고 말한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일체 모든 법은 또한 취하는 상[取相]도 없는 것이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뜻으로 일체 모든 법은 또한 취하는 상도 없습니까?" |
[115 / 415] 쪽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에도 법을 가히 취할 것이 없으니, 그러므로 나는 '법을 가히 취할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일체 모든 법은 또한 버리는 상[捨相]도 없는 것이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모든 법에는 또한 버리는 상도 없다고 하십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관찰하건대, 법을 가히 버릴 것이 없으니, 그러므로 나는 '일체 모든 법은 또한 버리는 상도 없다'라고 말한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모든 법은 불멸(不滅)이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일체 모든 법은 불멸이라 하십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관찰하건대, 체상이 없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나는 '모든 법은 불멸이다'라고 말한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모든 법은 무상(無常)한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일체 모든 법은 무상합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일체 모든 법은 항상 무상한 모습이며, 항상 불생(不生)인 것이니, 그러므로 나는 '모든 법이 무상하다'라고 말한다. |
대혜여, 또한 나는 일체법을 무상하다고 말한다." |
대혜보살은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일체 모든 법을 무상이라 하십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116 / 415] 쪽 |
"형상이 생(生)하지 않으며, 생하지 않는 체상이기 때문에 항상 무상함이니, 그리하여 나는 '모든 법이 무상하다'라고 말한다." |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기론(記論 : 記論四記答)에 네 가지가 있으니 |
그렇다고 바로 답하는 직답(直答)과 |
반문해서 답하는 반질답(反質答) |
분별하여 답하는 분별답(分別答) |
답할 것 없이 그냥 두는 |
사치답(捨置答)이 그것인데, |
이로써 모든 외도들의 |
있다, 없다고 함을 제어한다. |
승구(僧佉)1)와 비세사(毗世師)2) |
모두 무기(無記)라고 |
이와 같은 말로 |
그들은 말한다. |
바른 지혜로 관찰하건대 |
자성(自性)이란 얻을 수 없고, |
말할 수 없으므로, |
체상(體相)도 없다고 말하노라. |
1) 범어 sāṃkhya, 인도 육파철학의 하나인 샹키야학파를 말하고, '승기야(僧企耶)'로 음역되고 '수론(數論)'으로 의역된다. 혹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를 가리키기도 한다. 현응(玄應)의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 권10에서는 "그 논은 '25근(根)'을 종(宗)으로 삼는데, 옛날에는 '25제(諦)'라고 하였다"라고 한다. |
2) 범어 Vaiśeṣika, 인도 육파철학의 하나로서 한역 불전(佛典)에서는 '승론(勝論)', '위세사(衛世師)'라고도 한다. 본래 유물론(唯物論)의 특색을 지녔으나 후대에 나아야(Nyāya)학파와 결합하여 인도의 정통학파로 인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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