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여, 증상만(增上慢)인 사람으로서 '모든 법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는 모든 법을 없애고,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인 견해에 떨어진 것이며, 제 마음에서 나타난 법을 본 것이고, 외물(外物)은 무상(無常)하므로 모든 모양을 되풀이하여 저것과 저것이 차별이 있음을 본 것이며, 음(陰)·계(界)·입(入)의 상속하는 자체와 저것과 저것의 인(因)이 되풀이함으로 생기는 것을 본 것이니, 자심이 허망하게 분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혜여, 이와 같은 사람은 부처님의 법을 없애는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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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有)와 무(無)는 이변(二邊)인데 |
그를 마음의 경계로 삼으니, |
모든 경계의 법을 떠나야만 |
평등하여 마음이 고요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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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법을 취함이 없고 |
비유비무(非有非無)도 없애고서, |
진여(眞如)와 같이 본래 있는 것으로 |
그것이 성인의 경계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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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없는데 생(生)함이 있고 |
생겼다가 도로 없어지며, |
유(有)도 아니요 무생(無生)도 아닌 것으로, |
그는 나의 가르침에 머물지 못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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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
나도 아니고 또 다른 이도 아니고 |
인연으로부터 이룬 것 아니니, |
어찌 있다고들 말하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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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연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면 |
어찌 없다고들 말하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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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 415] 쪽 |
사견(邪見)으로 생법(生法)을 논함이요 |
망상으로 유무(有無)를 계탁(計度)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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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생한 바가 없는 것을 안다면 |
또한 멸한 바가 없는 것도 알리. |
세상이 모두 공적(空寂)함을 관(觀)한다면 |
그는 유무(有無)에 떨어지지 않으리. |
|
그 때 거룩한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여래·응공·정변지·천인사(天人師)께서는 저희와 일체 보살을 위하여 정법(正法)을 수행하는 모양을 건립하십시오. 저희와 일체 보살마하살이 정법을 수행하는 모양을 잘 알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함을 얻을 것이며, 일체 허망한 각(覺), 관(觀)과 마(魔)의 일을 따르지 아니할 것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내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두 가지 법이 있어서 여러 부처님·여래·보살·성문·벽지불이 정법(正法)을 수행하는 모양을 건립하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정법을 건립하는 모양[宗通]이요, 둘째는 정법을 건립함을 말하는 모양[說通]이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정법을 건립하는 모양인가?
자신이 안으로 증득하는 수숭한 법의 모양이니, 문자(文字)와 어언(語言)과 장구(章句)를 떠나고, 능히 무루(無漏)인 정계(正戒)와 여러 가지 증득하는 지위에 나아가서 상법(相法)을 수행하고 모든 외도의 허망한 각(覺), 관(觀)과 모든 마(魔)의 경계를 떠나며, 일체 외도와 모든 마군(魔)을 항복 받고, 자신의 안으로 증득하는 법을 나타내 보이며 여실히 수행함이니, 대혜여, 이를 정법을 건립하는 모양이라 이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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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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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어떤 것이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인가?
구부(九部)인 여러 가지 교법을 설하여 '동일함·다름·있음·없음'이라고 하여 상(相)을 취하는 것으로부터 떠나게 하기를, 먼저 선하고 교묘(善巧)한 방편을 말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좋아하는 곳에 들게 한다. 중생이 믿는 저와 저의 법을 따라서 저와 저의 법을 말함이니, 대혜여, 이를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그대와 여러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은 정법을 닦고 배울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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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증득함을 건립함과 |
설법하는 모양과 이름을 |
만약 능히 잘 분별한다면 |
다른 교를 따르지 아니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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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모든 법은 실로 없으니, |
범부의 분별함이듯이 |
만약 모든 법이 허망하다면 |
어찌하여 해탈을 취하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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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함이 있는 생멸(生滅) 등의 |
상속함을 관찰한다면 |
두 견해만 증장(增長)함이요, |
인연을 능히 알지 못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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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은 식(識)을 떠난 것이라 |
오직 이 한 법만이 진실함이니, |
세간은 허망하기가 환과 꿈과 같고 |
파초(芭蕉)와 같은 것으로 관찰함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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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 415] 쪽 |
비록 탐·진·치가 있은들 |
짓는 자가 있지 않으리. |
애욕으로부터 모든 음(陰)이 생겼으니, |
있는 것은 모두 환과 꿈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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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거룩한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또다시 청하여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여래·응공·정변지께서는 여러 보살을 위하시어 진실 아닌 망상(妄想)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법이 진실 아닌 망상입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착하다, 착하다. 훌륭한 대혜여, 그대는 일체 중생을 편안하게 하며, 일체 중생을 이익 되게 하며, 일체 중생을 안락하게 하며, 일체 세간의 천인(天人)을 애민(哀愍)히 여겨 나에게 이러한 일을 묻는구나. |
대혜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일체 중생이 진실 아닌 허망한 생각에 집착한 것은 여러 가지 허망한 법을 봄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허망한 능취(能取)와 가취(可取)인 모든 경계에 집착한 탓이며, 자심(自心)의 견(見)에 들어가서 허망한 생각을 내는 탓이며, 유(有)와 무(無)의 두 견해와 붕당(朋黨)의 비법(非法) 더미 가운데 떨어져서 외도의 허망한 이견(異見)으로 훈습함을 증장하고 성취한 탓이다. |
대혜여, 바깥 모든 희론의 뜻[義]을 취하므로 허망한 심(心)과 심수법(心數法)을 일으킴이 풀 묶음과 같아서 나와 내 것이라 하는 법을 분별한다. |
대혜여, 이러한 뜻으로 진실 아닌 망상을 내는 것이다." |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이 진실 아닌 허망한 생각에 집착하는 것은 여러 가지 허망한 법을 봄으로 나온 것입니다. 허망한 능취와 가취인 일체 경계에 집착하여 자심의 견에 들어가서 허망한 생각을 내며, 유·무의 두 견과 붕당인 분별 더미 가운데 떨어져서 외도의 허망한 이견으로 훈습함을 증장(增長)하고 성취하며, 바깥 모든 희론 의를 취하므로 진실 아닌 망상이 허망한 심과 심수법을 일으키는 것이 풀 묶음과 같아서, 나와 내 것이라 함을 취한 것이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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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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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제일의제(第一義諦) 또한 마땅히 그와 같아서 아함(阿含)인 성인이 말씀하신 바 법을 멀리 떠났으며, 모든 근(根)을 멀리 떠났으며, 세 가지로 세우는 법과 비유와 인(因)의 모양을 멀리 떠났습니다. |
세존이시여, 어찌 한 곳에는 여러 가지의 분별 집착과 여러 가지의 허망한 생각이 나는데, 무슨 까닭으로 제일의제에는 허망한 분별로서 분별을 내는 것이 붙지 아니합니까? |
세존이시여,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설법은 평등한 말이 아니오며, 까닭 없이 말한 것입니다. 무슨 까닭입니까? 한 곳은 생(生)함이고, 한 곳은 생함이 아닌 때문입니다. |
만약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신다면, 두 붕당에 떨어질 것이니, 허망한 분별로서 분별을 내는 데에 집착함을 보기 때문이며, 세존께서 말씀하신 '세상의 요술쟁이가 여러 가지 인연에 의하여 여러 가지 색상을 내는 것과 같다'라고 하신 때문이며, 세존께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허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말할 수 없지만, 분별을 떠나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하신 때문입니다. |
이와 같다면 여래께서는 세간론(世間論)에 떨어지고, 사견(邪見)인 마음 붕당인 더미 가운데에 들어간 것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나의 허망을 분별함은 생도 아니요[不生], 멸도 아니니[不滅], 무슨 까닭인가? 있고 없음을 분별하는 상을 내지 않는 까닭이며, 일체 바깥에 있음과 없음을 보지 아니한 까닭이다. |
대혜여, 자심을 보기를 여실히 보기 때문에 허망한 분별이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니다. |
대혜여, 나의 이 말한 바는 오직 어리석은 범부를 위하여 말함이니, 자심의 분별로 여러 가지를 분별하여 먼저의 마음을 따라 나며, 여러 가지를 분별하여 상에 집착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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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 415] 쪽 |
무슨 까닭인가? 만약 내가 말하지 아니한다면 어리석은 범부는 자신의 허망한 각지(覺知)를 떠나지 못하고, 나와 내 것이라 하는 견해에 집착함을 떠나지 못하며, 인과(因果)인 모든 인연의 허물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
여실히 두 가지 마음을 깨달아 알므로 일체 모든 지위의 행상을 잘 알며, 모든 부처님의 자신이 행하는 바 안으로 증득하는 경계를 잘 알며, 5법체(法體)를 굴리고 분별상을 보아서 여래의 지위에 들어갈 것이다. |
대혜여, 이러한 일로 인하므로 나는 일체 중생들이 진실 아닌 허망에 집착하여 마음을 낸다고 말한다. |
제 마음에서 여러 가지의 모든 의(義)를 분별하니, 이러한 뜻으로 일체 중생이 여실의(如實義)를 알면 해탈을 얻는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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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因)과 연(緣)으로부터 |
세간이 생겼으니, |
망상으로 사구(四句)에 집착하기에 |
그는 나의 설법 알지 못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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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은 유무(有無)로 생함이 아니고 |
유무를 떠나서 불생(不生)인데, |
어찌하여 어리석은 이들은 |
인연에 의하여 생긴 법을 분별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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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능히 세간(世間)을 |
유무를 유무 아닌 것으로 보면, |
허망한 마음을 굴려서 |
진실한 무아(無我)법 얻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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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은 본래 생함이 아니요 |
인연에 의하여 생겼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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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 415] 쪽 |
모든 인연이 바로 과(果)이지만 |
과로부터 유(有)를 생함이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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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부터 과를 생함도 아니니, |
만약 그렇다면 두 과가 있어야 하리. |
만약 두 과가 있다면, |
과로부터 과를 얻기 어려우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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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念]과 생각할 바[所念]를 떠나 |
모든 유위(有爲)법을 관찰하면 |
유심(唯心)의 법임을 보게 되리니,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
마음의 양체(量體)와 형상은 |
인연과 모든 법을 떠난 것이요, |
구경엔 참되고 청정함 있으니 |
나는 이와 같은 심량(心量)을 말한다. |
|
세제아(世諦我)는 거짓 이름함이니 |
그는 진실한 일 없는 것이며 |
모든 음(陰)도 거짓 이름이라 |
가명(假名)일 뿐 진실 법이 아니라네. |
|
네 가지 평등함이 있으니, |
상(相)과 인(因)과 생(生)과 무아(無我)라, |
이와 같은 네 가지 평등은 |
수행하는 자의 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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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모든 견(見)을 굴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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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 415] 쪽 |
능(能)·소(所)의 분별을 떠나 |
견(見)도 아니고 또한 생(生)함도 아니니,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
유(有)도 아니요 무(無)의 법도 아니며, |
유무인 모든 법을 떠나서 |
이와 같이 심(心)과 법을 떠났기에,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
진여(眞如)와 공(空)의 실제(實際)와 |
열반과 법계(法界)이며, |
뜻대로 나는 몸인 몸과 마음이기에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
분별은 훈습에 의해 묶이고 |
마음은 경계에 의하여 나지만, |
중생은 바깥 경계만을 보기에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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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는 바깥 법은 없지만, |
마음이 모두 이와 같은 몸과 |
살림살이와 사는 곳을 나타내나니, |
그러므로 나는 유심이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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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거룩한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말한 바와 같아서 그대와 여러 보살은 음성과 언어의 뜻[義]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시니,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언어의 뜻에 집착 않은 것입니까? |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언어가 되며, 어떤 것이 뜻이 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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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 415] 쪽 |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어떤 것이 음성인가? 끝없는 예로부터 훈습과 언어와 명자로 화합하여 분별하는 것이 목구멍과 코와 이[齒]와 볼과 입술과 혀가 어울려서 움직이고 구름을 따라 저 언어를 내어 모든 법을 분별함이니, 이를 음성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뜻[義]이 되는가? 보살마하살이 듣고[聞] 생각[思]하고 닦는[修] 거룩한 지혜의 힘에 의하여 고요한 곳에서 홀로 앉아 사유(思惟)하기를, '어떤 것이 열반이며 열반에 나아가는 도(道)인가?' 하여, 안으로 자신이 수행하는 경계와 지위마다 곳곳에서 수행하는 수승한 모양을 관찰하여 저 끝없는 예로부터 훈습의 인(因)을 전변(轉變)시키니, 대혜여, 이를 보살이 뜻[義]의 모양을 잘 아는 것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언어의 뜻[義]을 잘 아는 것인가? 대혜여, 보살은 언어와 음성과 뜻이 동일함도 아니며, 다름도 아님을 보는 것이다. |
대혜여, 만약 언어가 뜻과 다르다고 한다면 마땅히 저 언어와 음성을 따르므로 뜻이 있지 아니할 것이지만, 뜻은 저 언어에 의하여 요별(了別)된다. |
대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켜고 여러 가지 보배를 관찰하기를, 이곳은 이와 같고 이와 같으며, 저 곳은 이와 같고 이와 같다고 함과 같다. |
대혜여, 보살은 언어와 음성에 의하여 언어(言語)를 떠남을 증득하고, 자신이 안으로 수행하는 뜻에 들어간다. |
대혜여, 일체 모든 법은 생함도 아니며 멸함도 아니요, 자성(自性)이 본래 열반에 든 것이다. |
삼승(三乘)과 일승(一乘)과 5법(法)인 마음과 모든 법체(法體) 등을 언어와 음성과 뜻과 같이 모든 인연에 의하여 상(相)을 취하고, 유무(有無)의 견(見)에 떨어져서 모든 법을 비방하기도 하며, 모든 법체가 각각 다른 모양에 머무른 것임을 보고 다른 모양이라 분별하여 이와 같이 분별하고는 여러 가지 법상(法相)이 환(幻)과 같음을 보며, 여러 가지 분별을 보게 되니, 대혜여, 비유컨대 환인 여러 가지를 달리 분별함과 같아서 성인이라 이르지 못할 것이요, 이는 범부의 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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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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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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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음성을 분별하여 |
모든 법을 건립하였으니, |
저를 건립하기 때문에 |
악도(惡道)에 떨어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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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음(陰) 가운데 나가 없으며, |
나 가운데에도 5음이 없지만 |
저 망상만 아니라면, |
또한 나가 없는 것도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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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는 허망하게 분별하여 |
모든 법 참으로 있다고 보지만, |
만약 저 보는 바와 같다면 |
일체를 마땅히 참으로 보아야 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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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법이 만약 없다면 |
염정(染淨)도 또한 없겠지만, |
저 보는 것은 이와 같지 않으니, |
또한 없는 것도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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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지혜(智)와 식(識)의 모양을 말하리니, 그대와 여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저 지혜(智慧)와 식(識)의 모양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
여실히 지혜와 식의 모양을 수행함으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
대혜여, 세 가지 지혜가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세간지(世間智)요,
둘째는 출세간지(出世間智)요,
셋째는 출세간상상지(出世間上上智)이다. |
대혜여, 식은 생멸(生滅)하는 모양이요, 지혜는 생멸하는 모양이 아니다. 또한 대혜여, 식은 저 유무의 여러 가지 모양에 떨어진 것이고, 저 유무의 여러 가지 모습의 인(因)에 떨어진 것이다. |
대혜여, 지혜의 모양이란 유상(有相)과 무상(無相), 유·무의 인상(因相)을 멀리 떠났으니, 지혜의 모양이 된다고 이름한다. |
대혜여, 모든 법에 나아감은 식의 모양이라 이름하며, 모든 법에 나아가지 아니함은 지혜의 모양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지혜는 세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관찰함이요, 둘째는 생하는 모양과 멸하는 모양을 관찰함이요, 셋째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모양을 관찰함이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출세간지(出世間智)인가? 성문과 연각이 허망하게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을 분별함이니, 이를 출세간지라 이름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출세간상상지(出世間上上智)인가? 부처님·여래·보살마하살이 일체 모든 법이 고요하여 생하지 않고 멸하지 않음을 관찰하여, 여래지(如來地)에서 무아(無我)로 증득하는 법을 얻어서 저 있다 없다고 하는 붕당의 두 견해를 떠난 것이다. |
대혜여, 말하는 바 지혜라는 것은 장애가 없는 모양이요, 식이라는 것은 저 모든 경계를 식별하는 모양이다. |
대혜여, 식이라는 것은 화합하여, 지음[作]과 짓는 바[所作]를 일으키니, 식의 모양이 된다고 이름함이요, 걸림 없는 법과 서로 합하는 것은 지혜의 모양이 된다고 이름함이다. |
대혜여, 얻을 바 없는 모양[無所得相]은 지혜가 된다고 이름함이니, 자신이 안으로 증득하는 거룩한 지혜로써 수행하는 경계이므로 모든 법에 출입함이 물 속의 달과 같으니, 이를 지혜의 모양이라 이름한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
|
[156 / 415] 쪽 |
식(識)은 능히 모든 업을 모으며 |
지혜는 능히 분별을 요달(了達)하고 |
혜(慧)는 능히 무상(無相)과 |
묘한 장엄의 경지를 얻는다. |
|
식은 경계에 속박이 되나 |
지혜는 모든 경계를 요달하며, |
무상(無相)과 수승한 경계에는 |
혜(慧)가 머무르는 곳이라네. |
|
심(心)과 의(意)와 의식(意識)이 |
모든 상을 멀리 떠났으나, |
성문(聲聞)은 법을 분별하니 |
이는 제자(弟子)가 아니라네. |
|
고요하고 수승한 정진·인욕과 |
여래의 청정한 지혜여, |
착하고 수승한 지혜를 내지만 |
모든 행하는 바를 멀리 떠났네. |
|
나에게 세 가지 지혜가 있으니, |
저에 의하여 성인이라 이름을 얻었고, |
저 생각에서 분별하여 |
능히 유무(有無)를 들려주네. |
|
이승(二乘)의 행을 떠났으며 |
지혜로는 경계에서 |
유무를 취하는 생각과 |
성문으로부터 나온 것을 떠났다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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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 415] 쪽 |
오직 이 마음뿐이며 |
지혜의 때[垢] 없는 모양에 |
능히 들어가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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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외도는 아홉 가지 전변(轉變)인 봄[見]이 있으니, 무엇이 아홉 가지인가? 첫째는 형상(形相)의 전변(轉變)이요, 둘째는 상(相)의 전변이요, 셋째는 인(因)의 전변이요, 넷째는 상응(相應)의 전변이요, 다섯째는 견(見)의 전변이요, 여섯째는 물(物)의 전변이요, 일곱째는 연료별(緣了別)의 전변이요, 여덟째는 작법요별(作法了別)의 전변이요, 아홉째는 생(生)의 전변이니, 대혜여, 이를 아홉 가지 전변인 견(見)이라 이름한다. |
아홉 가지 전변인 견에 의하므로 전변을 말하기를, 유(有)와 무(無)로부터 나는 것이라 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외도 형상의 전변인가? 대혜여, 비유컨대 금(金)으로 장엄구인 가락지와 비녀와 영락을 만들면, 여러 가지가 각기 달라서 형상은 비록 다르나 금의 체성(體性)은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니, 일체 외도들이 '모든 법의 형상이 전변한다'라고 분별함 또한 이와 같다. |
대혜여, 또한 어떤 외도는 '모든 법이 전변함에 의하여 인한 것이다'라고 분별하니, 대혜여, 그러나 저 모든 법은 또한 이와 같음도 아니며, 이와 같지 아니함도 아니니, 분별에 의한 까닭이다. |
대혜여, 이와 같은 일체 전변도 또한 그러하다고 마땅히 알 것이니, 비유컨대 젖과 타락[酪]과 술과 과일 등이 익어감에 하나하나 전변함과 같아서 일체 외도의 '전변이다'라고 분별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
그러나 진실인 법이 있어 전변할 것이 없으니, 그는 자심(自心)에서 유(有)와 무(無)를 능히 취하리라 보고, 유와 무를 분별한 때문이다. |
대혜여, 일체 범부도 그와 같아서 자심의 분별에 의하여 일체 모든 법을 낸 것이다. |
대혜여, 법이 생함이 없고, 법이 전변함도 없는 것이 환과 꿈속에서 모든 색상을 보는 것과 같다. |
대혜여, 비유컨대 꿈속에서 모든 일을 보는 것은 석녀(石女)가 나고 죽는 것과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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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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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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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변함과 때[時]와 형상과 |
사대(四大)의 종류와 모든 근(根)이며, |
중음(中陰)과 모든 취하는 |
이러한 취함이란 지혜가 아니네. |
|
인연이 세간을 내었다고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시니, |
인연과 세간은 |
건달바(乾闥婆)의 성(城)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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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대혜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여래·응공·정변지께서는 일체 모든 법의 상속(相續)과 상속 아닌 것을 잘 말씀해 주십시오. 원하오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법의 상속과 상속 아닌 모양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와 일체 여러 보살 대중이 모든 법의 상속과 상속 아닌 모양인 선교(善巧) 방편을 잘 알아, 알고서는 모든 법의 상속과 상속 아닌 모양에 집착하는 데 떨어지지 아니하고, 일체법의 상속과 상속 아닌 언어와 문자와 망상을 떠나고서 힘이 자재한 신통을 얻어 노닐면서 교화하며, 시방의 일체 불국토 대중 가운데서 다라니(陀羅尼)1)의 문(門)으로 인(印)할 바를 잘 인(印)하며, 10무진구(無盡句)2) 굴릴 바를 잘 굴리며, 여러 가지 변화와 광명이 빛나는 것은 비유컨대 사대(四大)와 해와 달과 여의주와 같아서 자연히 행하여 중생이 수용하게 하며, 모든 지위에서의 자심이 분별하는 모양을 나타낸 것을 속히 떠나고, 일체법이 환과 같고 꿈과 같음을 보이며, 여러 부처님의 땅에 의지함을 보이기도 하여 중생계에서 그의 적응할 바를 따라서 설법하고 섭취(攝取)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체 모든 법이 환상과 같고 꿈같은 데에 머물게 하여 있거나 없다고 하는 일체 붕당(朋黨)과 생멸(生滅)인 망상과 다른 언설과 뜻을 떠나고, 몸을 전변(轉變)하여 자재하게 수승한 곳에 가서 태어나리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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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어 dhāranī의 음역. 혹은 다련니(陀憐尼)라고도 하고, 총지(總持)·능지(能持)·능차(能遮)라고 의역한다. 불법을 마음 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게 하는 힘이다. 즉, 뛰어난 기억력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총지란 하나를 기억함으로써 다른 것까지 연상하며 다 기억한다는 뜻이고, 능지란 여러 선법(善法)을 능히 지니고 있다는 뜻이며, 능차란 악법(惡法)을 능히 막아 준다는 뜻이다. |
2) 바로 열 가지의 다함이 없는 법으로 십불가진구(十不可盡法)·십무진법(十無盡法)이라고도 한다. 초지(初地)인 환희지(歡喜地)의 보살이 십무진법의 광대원(廣大願)을 발하는데, 그것은 ①중생계무진(衆生界無盡) ②세계무진(世界無盡) ③허공계무진(虛空界無盡) ④법계무진(法界無盡) ⑤열반계무진(涅槃界無盡) ⑥불출현계무진(佛出現界無盡) ⑦여래지계무진(如來智界無盡) ⑧심소연무진(心所緣無盡) ⑨불지소입경계무진(佛智所入境界無盡) ⑩세간전(世間轉)·법전(法轉)·지전무진(智轉無盡) 등의 열 가지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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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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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일체 모든 법의 상속(相續)과 상속 아닌 것은 성문 같은 이의 뜻[義]에 집착한 상속과 상(相)에 집착한 상속과 연(緣)에 집착한 상속과 유무(有無)에 집착한 상속과 생(生)과 불생(不生)을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멸(滅)과 불멸(不滅)을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승(乘)과 비승(非乘)을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를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지위와 지위의 모양을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스스로 분별함을 분별하는 것에 집착한 상속과 유무(有無)를 분별하여 외도와 붕당에 드는 것에 집착한 상속이니, 대혜여, 이와 같은 어리석은 범부는 한량없는 다른 마음으로 분별함이 상속하고, 어리석게 분별함은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것과 같아서 자심의 견(見)에 의하여 분별의 실타래가 상속하며 어울림을 좋아하여 자기도 얽으며, 남도 얽어서 유(有)와 무(無)에 집착하여 화합함이 상속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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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 415] 쪽 |
대혜여, 그러나 상속과 상속 아닌 모양은 없으니, 모든 법이 고요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
대혜여, 보살은 일체법을 보아도 분별하는 상이 없으니, 그러므로 '일체 보살의 고요한 법문을 보았다'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그는 여실히 바깥 일체법을 능히 알아서 유와 무를 떠나며, 여실히 자심(自心)의 보는 상[見相]을 깨달아서 모양이 없는 자심상(自心相)에 들어간다. |
대혜여, 유무법을 분별함을 봄으로 상속이라 이름함이요, 모든 법이 고요함을 보았음으로 상속이 아니라 함이니, 상속하는 상(相)도 없으며, 모든 법상(法相)에 상속함이 없는 것이다. |
대혜여, 속박이 없으며 해탈이 없지만, 두 견(見)에 떨어져서 자심으로 분별하므로 속박이 있고 해탈이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법의 있음과 없음을 능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세 가지 상속이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및 애락(愛樂)으로 난 것이니, 이 상속 때문에 후생(後生)이 있다. |
대혜여, 이 상속은 중생의 상속이니, 오도(五道)에 태어남이다. |
대혜여, 상속을 끊는 이는 상속이 없으며, 상속의 모양이 없느니라. |
대혜여, 인연인 상속에 집착하므로 3유(有)에 태어나서 모든 식(識)이 전전(展轉)히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으니, 3해탈문을 보고 3유에 집착된 인(因)인 식(識)을 전멸(轉滅)하면, '상속을 끊은 것이다'라고 이름한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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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아님을 허망하게 분별하니, |
상속의 모양이라 이름하네. |
저를 능히 여실히 알면 |
상속의 그물 곧 끊어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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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소리를 취해 진실이라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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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 415] 쪽 |
누에가 고치로 자기를 얽음과 같으니, |
자심의 망상이 속박하는데도 |
범부는 그를 능히 알지 못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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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아서 어떠한 분별심(分別心)들로서 어떠한 법들을 분별하는데, 저것과 저것의 법은 저것의 이와 같고 이와 같은 체상(體相)이 없고, 오직 자심의 분별뿐이라고 하셨습니다. |
세존이시여, 만약 오직 자심의 분별 뿐이요, 저 법상이 아니라면, 세존의 말씀과 같이 일체 모든 법은 염(染)과 정(淨)이 없겠으니, 무슨 까닭인가?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체 모든 법은 허망한 분별로 나타난 것이요, 실체(實體)가 없다'라고 하신 때문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이와 같고 이와 같아서 그대의 말한 바와 같다. |
대혜여, 일체 어리석은 범부는 모든 법을 분별하지만, 저 모든 법은 이와 같은 상이 없는 것이요, 허망한 분별로서 '실로 있다'라고 한 것뿐이다. |
대혜여, 그는 범부들이 허망하게 모든 법의 체상(體相)을 분별함인 허망한 각지(覺知)인 것이요, 여실한 견(見)은 아니다. |
대혜여, 성인의 일체 모든 법의 자체와 성질과 모양을 아는 것과 같이하여 성인의 지혜에 의지하며, 성인의 견해에 의지하며, 성인의 혜안(慧眼)에 의지하여 여실히 모든 법의 자체를 알 것이다."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세존이시여, 여러 성인들과 같이 성지(聖智)에 의하고, 성견(聖見)에 의하고, 성혜안(聖慧眼)에 의하면 육안(肉眼)과 천안(天眼)이 아니며, 일체 모든 법의 체상을 깨달음도 이와 같은 상(相)이 없어서 범부의 허망한 분별과 같지 아니할 것입니다. |
세존이시여, 어찌하면 어리석은 범부로서 허망한 망상(妄想)을 떠나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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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 415] 쪽 |
"능히 여실하게 성인의 경계를 깨달아서 허망한 식(識)을 떠나야 할 것이다."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세존이시여, 저 어리석은 범부는 전도(顚倒)된 견(見)이 아니며, 전도되지 않은 견도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능히 성인의 경계인 여실한 법체를 보지 못하고 전변하는 유무(有無)의 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일체 성인도 또한 분별함이 있으나, 일체 여러 가지의 모든 일은 이와 같은 상이 없으니, 자심에서 경계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
세존이시여, 저 성인도 법체(法體)가 있음을 보고 법상(法相)을 분별하지만, 세존께서는 인(因)이 있다고 말씀하지 아니 하시며, 인이 없다고도 말씀하지 아니 하시니, 무슨 까닭인가? 법상(法相)이 있다는 데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경계를 보되 이와 같이 보지 아니합니다. |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무궁(無窮)한 허물이 있을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있는 바 법상은 자체상(自體相)이 없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 까닭입니다. |
세존이시여, 법의 체상이 있다고 분별함을 인하여 모든 법이 있는 것은 아니옵니다. |
세존이시여, 그는 어찌 분별함에 저와 같이 분별하지 아니하는지, 마땅히 저와 같이 분별함에 저와 같이 분별하지 아니하는지, 마땅히 저와 같이 분별하여야 할 것입니다. |
세존이시여, 분별상(分別相)이 다른 모양이며, 자체상(自體相)도 다른 모양입니다. |
세존이시여, 저 두 가지 원인은 서로 같지 아니하여 저것과 저것의 분별과 법체가 서로 다른데, 어찌하여 범부는 이와 같이 분별하는지, 이의 인(因)은 성립하지 못한 것이 저 보는 바와 같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일체 중생의 허망한 분별심(分別心)을 끊기 위하므로 이와 같은 말을 하기를, 저 범부의 허망한 분별과 같은 이러한 법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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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 415] 쪽 |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모든 중생의 유(有)와 무(無)로 보는 일을 막으시면서 실법(實法)인 거룩한 지혜의 경계에 집착하게 하십니까? |
세존이시여, 또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무(無)의 견해에 떨어지게 합니까? 무슨 까닭인가? 모든 법은 고요하여 모양이 없고, 거룩한 지혜의 법체(法體)는 이와 같은 상(相)이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나는 일체 모든 법이 고요하여 모양이 없다고 말하지 아니 하였으며, 또한 모든 법이 모두 없다고 말하지 아니하여 그들로 하여금 무(無)의 견해에 떨어지게 아니하였으며, 또한 일체 성인의 경계가 이와 같은 데에 집착하게 아니하였으니, 무슨 까닭인가? 내가 중생을 위하여 놀래는 것과 두려워함을 떠나게 함이니, 모든 중생이 끝없는 세월로 오면서 모든 법의 체상(體相)이 실로 있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나는 '성인만이 법의 체상이 실로 있는 것을 안다'라고 말하였으며, 또한 '모든 법이 고요하여 모양이 없다'라고 말하였다. |
대혜여, 나는 '법체가 있다·없다'라고 말하지 아니하고, 나는 '자신의 여실히 증득하는 법'을 말하니, 나의 법을 듣고 모든 법이 고요하여 모양이 없는 것을 수행하면 진여(眞如)의 모양이 없는 경계를 얻어 보고, 제 마음에서 나타난 법에 들어가서 바깥 모든 법의 있다 없다고 보는 것을 멀리 떠나고 3해탈문을 얻을 것이며, 얻고는 여실한 인(印)으로 모든 법을 잘 인(印)하며, 자신이 안으로 증득하는 지혜를 관찰하여 있다 없다라고 보는 것을 떠날 것이다. |
대혜여, 보살은 마땅히 모든 법이 생(生)하지 않는다고 내세우지 아니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법을 내세우면 모든 법이 있는 것과 같을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법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
대혜여, '모든 법이 있다'라고 내세움으로 인하여 일체법이란 내세우는 법 가운데서 같다고 말함이니, 무슨 까닭인가? 그는 같지 않다고 하여 일체법이 생함이 아니라고 내세운 까닭이다. |
그러므로 일체법을 내세우며 말하는 이 말은 저절로 깨진다. 무슨 까닭인가? 내세우는 가운데 저 내세움이 없는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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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 415] 쪽 |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 내세움은 나지 않으리니, 모든 법의 차별이 없는 모양과 같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라고 내세우는 것은 저절로 깨짐이라 이름함이니, 그는 3법과 5법이 화합하여 있는 것을 내세운 것이기 때문에 내세운 것을 떠나면 있음과 없음이 나지 않는다. |
대혜여, 저의 내세움은 모든 법 가운데에 들어가서 있고 없는 법을 보지 않은 것이다. |
대혜여, 만약 그가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라'라고 내세워서 말하기를, '일체법은 생함이 아니라'라고 한다면,
대혜여, 이와 같이 말하는 이는 내세우는 것이 곧 깨지리니, 무슨 까닭인가? 내세우는 것을 떠나면 있고 없는 모양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대혜여, 그러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라고 내세우지 말 것이니, 대혜여, 그의 내세움은 '저 일체가 생하지 않는 법체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
그러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다'라고 내세우지 말 것이니, 많은 허물이 있기 때문이다. |
대혜여, 또한 마땅히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라'라고 내세우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3법과 5법의 저것과 저것의 인(因)이 같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
대혜여, 또한 마땅히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다'라고 내세우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저 3법과 5법이 함이 있는 무상(無常)을 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모든 법이 생함이 아니다'라고 내세우지 말 것이다. |
대혜여, 이와 같이 마땅히 '일체법이 공(空)하며 일체 모든 법이 환과 같고 꿈과 같다'라고 말하니, 보지 못한 모양을 보았기 때문이며, 모든 법의 모양이란 미혹한 견(見)과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며, 오직 일체 어리석은 범부들로 하여금 놀래고 두려워함을 떠나게 함이다. |
대혜여, 모든 범부는 있다 없다고 하는 사견(邪見)에 떨어져 있으므로 범부들은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하는 것을 들으면, 놀래고 두려워한다. |
모든 범부는 듣고 놀래며 두려워하고는, 대승법을 멀리 떠날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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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自體)도 없고 식(識)도 없으며 |
아리야식(阿梨耶識)도 없는데, |
어리석은 이 허망하게 분별하니, |
사견(邪見)은 더러운 시체와 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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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법이란 생함이 아니니 |
딴 견해로 말이 될 수 없네. |
모든 법은 모두 생함이 아니기에 |
인연으로 이루워짐도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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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법은 생함이 아니니, |
이와 같은 법을 세우지 말라. |
같음과 같음 아님이 이루지 못하니 |
그러므로 세움이 무너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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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컨대 눈에 병이 있으면 |
허망하게 털 바퀴를 보는 것과 같아, |
있다 없다 분별함은 |
범부의 허망한 견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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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유(有)란 거짓 이름이며, |
진실한 법체가 아니거늘 |
거짓 이름을 진실인양 고집하여 |
범부들이 분별을 일으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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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모양과 거짓 이름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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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 415] 쪽 |
마음과 뜻으로 수용하니, |
불자는 그를 멀리 떠나서 |
고요한 경계에 머물러야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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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없는데서 물이라고 여김은 |
짐승들의 허망한 생각이니, |
범부의 법을 보는 것이 그러하지만 |
성인은 그렇지 않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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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보는 것이 청정하여 |
3해탈과 삼매에 나서 |
생멸(生滅)을 멀리 떠나고 |
걸림 없는 고요함을 얻었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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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함도 있는 바 없으며, |
또한 없는 것도 보지 않아 |
있고 없는 법 평등하기에 |
그러므로 성과(聖果)가 난 것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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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없는 법은 어떠한데 |
어찌하여 평등을 이루는가? |
그는 마음에서 보지 않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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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바깥 법은 무상(無常)하니, |
만약 저 법을 능히 없애면 |
마음을 보고 평등을 이루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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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거룩한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다면, 지혜로 관찰함은 능히 눈앞의 경계인 모든 법을 보지 못하고, 그 때엔 오직 내심(內心)임을 잘 알며, 심(心)·의(意)·의식(意識)을 여실히 깨달아서 법을 가히 취함이 없으며, 또한 능히 취함이 없으니, 그러므로 지혜는 또한 능히 분별하여 취할 것이 아니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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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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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만약 '지혜를 능히 취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모든 법의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과 다르고, 다른 법의 모양과 여러 가지 다른 법체가 같지 아니함을 보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입니까? |
모든 법의 여러 가지 체상(體相)이 다르지 아니함을 보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입니까? |
산과 바위와 석벽과 담과 장막과 나무숲과 풀과 나무와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의 장애한 바이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입니까? |
아주 멀고 아주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입니까? |
늙은이와 젊은이가 눈멀고 어두워서 모든 근(根)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입니까? |
세존이시여, 만약 일체법의 다르고 다른 법상(法相)과 다르고 다른 법체(法體)와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이 같지 않음으로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이라면, 세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저 지혜는 지혜가 아니오니, 무슨 까닭인가? 눈앞의 사실인 경계를 능히 알지 못한 까닭입니다. |
세존이시여, 만약 일체법의 여러 가지 체상(體相)과 자기 모양과 같은 모양에 다름을 보지 아니하기 때문에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한 것이어서, 만약 그렇다면 저 지혜는 지혜라 말하지 못하리니, 무슨 까닭인가? 사실로 있는 경계를 능히 알지 못한 까닭입니다. |
세존이시여, 눈앞의 경계가 있는데, 여실히 보는 것을 지혜가 된다고 이름하며, 만약 산과 바위와 석벽과 담과 장막과 나무숲과 풀과 나무와 땅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서 아주 멀고 아주 가까우며, 늙은이와 젊은이가 눈멀고 어두워서 모든 근(根)을 갖추지 못함으로서 능히 알고 보지 못한다면, 저 지혜는 지혜가 아니니, 사실인 경계가 있는데도 알지 못한 까닭입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가 말한 바와 같아서 '지혜가 없다'라고 말한 이 뜻은 옳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 진실한 지혜는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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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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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나는 그대가 이와 같이 말한 '경계는 없는 것이요, 오직 자심(自心)의 견(見)이다'라고 하는 것에 의하지 아니하고, 나는 '오직 자심의 견임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외물(外物)을 보고 있다 없다고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지혜는 경계를 보지 아니한다. |
지혜로서 경계를 보지 아니한 이는 마음에도 행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는 '3해탈문에 들어가는 지혜로 또한 볼 수 없다'라고 말한다. |
그럼에도 모든 범부는 끝없는 세월로 오면서 허망하게 분별하여 희론(戱論)으로 훈습함에 의하여 그 마음을 훈습함으로 이와 같이 분별하여 바깥 경계의 형상과 있음과 없음을 보니, 이와 같은 허망한 마음을 떠나게 하기 위하므로, '일체법이 오직 자심의 견이다'라고 말하였다. |
나와 내 것이라 함에 집착하므로 오직 자심임을 능히 깨닫지 못하고, '이는 지혜이며, 이는 경계이다'라고 허망하게 분별한다. '이는 지혜이며, 이는 경계이다'라고 허망하게 분별하므로 바깥의 법을 관찰하기를, 있음과 없음은 보지 못하고 단견(斷見)에 떨어진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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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계와 일이 있는데도 |
지혜로 능히 보지 못하니, |
그는 지혜가 없어 지혜가 아니요. |
허망하게 보는 이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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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 한량없다 말함도 |
이 지혜로 능히 알지 못함이요, |
장애와 멀고 가까움이라 함도 |
이는 허망한 지혜며 참 지혜가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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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와 젊은이, 모든 근(根)이 어두워 |
능히 지혜를 내지 못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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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 415] 쪽 |
그러나 실로 경계가 있어 |
그 지혜는 진실한 지혜가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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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끝없는 몸과 희론인 번뇌와 분별인 번뇌와 환상인 몸에 의하여 '자체법[自法]이다'라고 세우고, 자심이 바깥 경계를 나타내는 것에 집착하며, 명자(名字)와 글귀와 말에 집착하여 능히 정법(正法)을 건립할 줄 알지 못하며, 바른 행[正行]을 닦지 아니하고 네 가지 구(句)인 청정한 법을 떠난다."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이와 같습니다. 이와 같습니다. 이와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습니다. |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설법하실 바 법상(法相)을 건립함을 말씀해 주십시오. |
저희와 일체 보살들이 미래 세상에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을 잘 알면, 외도의 사견(邪見)과 성문과 벽지불의 바르지 못하게 보는 법에 미혹하지 않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말할 것이다."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두 가지 과거와 현재의 여래·응공·정변지의 설법이 있으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이요, 둘째는 여실한 법을 건립하는 모양이다. |
대혜여, 어떤 것이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인가? 여러 가지 공덕과 수다라(修多羅)와 우바제사(優波提舍)1)로 중생의 신심(信心)을 따라서 설법하니, 대혜여, 이를 설법을 건립하는 모양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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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어 upadeśa의 음역으로 우바제서(優婆提舍)·우바제사(優婆題舍)·오파제삭(烏波第鑠) 등으로도 사용하고, 지시(指示)·교훈·현시(顯示)·선설(宣說)·논의 등으로 의역한다. 불타가 설한 교법에 대하여 주해(注解) 혹은 연의(衍義)를 더한 것으로 그 뜻을 보다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경전에서 문답과 논의를 말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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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41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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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여, 어떤 것이 여실한 법을 건립하는 모양인가? 어떠한 법에 의지하여 바른 행을 닦고, 자심(自心)이 모든 법을 허망하게 분별함을 멀리 떠나므로 같음과 다름, 갖춤과 갖추지 못함인 붕당(朋黨) 더미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심(心)·의(意)·의식(意識)을 떠나서 안으로 거룩한 지혜로 행할 바인 경계를 증득하고, 인연이 서로 합하는 견해도 떠나며, 일체 외도의 삿된 견해를 떠나고, 일체 성문과 벽지불의 견해를 떠나며, 있다 없다고 하는 붕당의 견해를 떠남이니, 대혜여, 이를 여실한 법을 건립하는 모양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그대와 여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닦고 배울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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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가지 법인 |
설법과 여실한 법을 건립하였으니, |
명자(名字)에 의하여 설법함이며 |
여실한 수행자를 위함이었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