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능가경 8. 무상품(無常品) |
그 때 거룩한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또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무상(無常)을 말씀하시고, 모든 외도 역시 무상을 말합니다. |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명자와 장구(章句)에 의하여 말씀을 하시기를, '모든 행이 무상함은 생멸의 법이다'라고 하셨습니다. |
세존이시여, 이 법은 진실한 것입니까? 허망한 것입니까? |
세존이시여, 다시 몇 가지 무상이 있습니까?" |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일체 외도가 허망하게 여덟 가지 무상을 분별하여 말하니,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짓는 바를 열어 일으켜[發起] 짓지 않음이니, 이를 무상이라 이름한다. |
어떤 것을 열어 일으킨다고 이름하는가?
생하는 법[生法]과 생하지 않는 법[不生法]과 항상된 법[常法]과 항상됨이 없는 법[無常法]이니, 열어 일으켜 무상이 된다고 이름한다. |
둘째는 형상이 휴식함을 무상이 된다고 이름함이요,
셋째는 색(色) 등이 곧 무상이요,
넷째는 색이 전변(轉變)하므로 달라지는 무상이니, 모든 법이 상속(相續)하다가 자연히 멸하는 것이 우유와 타락[酪]이 전변함과 같다. 일체법에서 그 변함을 보지 아니하며, 또한 멸함을 보지 않음이니 무상이 된다고 이름함이다. |
[205 / 415] 쪽 |
다섯째는 다시 다른 외도들이 있어 물건이 없는 것으로서 무상이 된다고 이름함이요,
여섯째는 유법(有法)과 무법(無法)이 모두 무상함이니, 일체법은 본래 생함이 아니므로 무상이 된다고 이름함이니 무상법이 그 가운데에 화합하였기 때문에 무상함이요,
일곱째는 다시 다른 외도들이 있어서 '본래 없다가 후에 있음을 무상이 된다'고 이름함이니, 말하자면 모든 대(大)의 나는 바 모양이 없어지므로, 그 생함을 볼 수 없고, 상속체(相續體)를 떠났기 때문에 무상이 된다고 이름한다.
여덟째는 불생(不生)의 무상이니, 말하자면 항상됨이 아니니, 그러므로 무상이다. 모든 법의 유무와 생(生)과 불생을 보거나 미진(微塵)까지 관찰하여도 법의 생함을 보지 않으므로 '불생이다'라고 말함이니, 모든 법이 생하지 않음이다. |
대혜여, 이를 무생무상(無生無常)의 모양이라 이름한다. 그러나 모든 외도는 저 법이 생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모든 법의 불생을 분별하여 무상이라고 말한다. |
대혜여, 외도가 무상의 법을 분별하여 물건이 있다고 말하니, 저 외도는 자심(自心)의 허망으로 무상과 상과 무상 아님을 분별함이니,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인가? 자체가 멸하지 않는 까닭이니, 자체가 멸하지 않는 것은 무상의 자체가 항상 멸하지 않는 까닭이다. |
대혜여, 만약 무상법이 물건이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모든 법을 낼 것이니, 저 무상이 능히 인(因)을 짓기 때문이다. |
대혜여, 만약 일체법이 무상을 떠나지 아니하였다면 모든 법의 유무(有無)가 마땅히 나타나리니, 무슨 까닭인가? 막대·나무·기와·돌과 같아서 능히 파괴되며, 파괴되어질 물건이어서 모두 다 파괴될 것이니, 여러 가지 다르고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무상의 인(因)은 일체법에 없는 법이며, 또한 인(因)도 아니며, 또한 과(果)도 아니다. |
대혜여, 또한 모든 허물이 있으니, 저 인과는 차별이 없기 때문에, 이는 무상이며, 저는 과(果)라 말하지 못할 것이니, 인과가 차별되는 까닭이다. |
일체법이 상(常)이라고 말하지도 못할 것이니, 일체법이 인(因)이 없는 까닭이다. |
[206 / 415] 쪽 |
대혜여, 모든 법에 인(因)이 있지만, 그러나 범부는 다른 일이 능히 다른 과를 내지 못함을 깨닫지 못한다. |
대혜여, 만약 다른 일이 능히 다른 과를 낸다면, 인이 다른 것이 마땅히 일체 모든 법을 낼 것이다. |
만약 그렇다면 또한 다시 허물이 있으니, 마땅히 인과의 차별로 차별을 볼 것이다. |
대혜여, 만약 그 무상이 물건이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인체(因體)의 짓는 바 일과 같을 것이다. |
또한 다시 허물이 있으리니, 한 법에 곧 마땅히 일체 모든 법을 구족하여 일체 짓는 바와 같아서, 인과와 업상(業相)의 차별이 없을 것이다. |
또한 다시 허물이 있으리니, 스스로 무상(無常)이 있으면, 무상은 무상의 자체(自體)가 있기 때문이다. |
또한 다시 허물이 있으리니, 일체 모든 법의 무상이 마땅히 항상됨일 것이다. |
또한 다시 허물이 있으리니, 만약 그 무상이 모든 법과 같다면 3세(世)법에 떨어질 것이다. |
대혜여, 과거 색(色)은 무상과 같으므로 이미 멸했으며, 미래 법은 아직 나지 않아서, 색의 무상함과 같으므로 나지 않음이요, 현재의 있는 법은 색을 떠나지 못했으니 색이 저 모든 대상(大相)으로 더불어 5대(大)에 의지하고 진(塵)에 의지하였기 때문에, 그러므로 멸하지 않음이니, 저것과 저것이 서로 나지 않는 까닭이다. |
대혜여, 일체 외도는 모든 대(大)를 '멸함이 아니다' 라고 하기 때문에, '3계(界)가 대에 의지하고 미진(微塵)에 의지한다'라고 하니, 그러므로 저 법에 의하여 생(生)·주(住)·멸(滅)을 말한다. |
대혜여, 이 법을 떠나고는 다시 4대(大)와 모든 진(塵) 등의 법이 없으니, 저 외도의 허망한 분별로서 '일체법을 떠나고도 다시 무상이 있다'라고 함이다. 그러므로 외도는 '모든 대(大)가 불생불멸이다'라고 말하니, 자체상이 항상 멸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
[207 / 415] 쪽 |
그러므로 그는 말하기를, '열어 일으켜[發起] 일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을 무상이 된다고 이름한다'라고 한다. 모든 대(大)가 다시 모든 대를 열어 일으킴은 있으나, 저것과 저것의 다른 모양과 같은 모양이 생멸 아닌 법은 없다. |
모든 법의 생멸 아님을 봄으로 저 곳에서 무상이라고 하는 지혜를 낸다. |
대혜여, 어떤 것을 형상이 휴식함을 무상이라 이름함인가? 말하자면 능조(能造)와 소조(所造)인 형상으로, 형상이 다름을 본 것은 길고 짧음과 같다. |
모든 대(大)가 멸함은 아니나, 모든 대의 형상이 전변함을 보지만, 저 사람은 '승구(僧佉)1)'법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
대혜여, 또한 '형상이 무상하다'라고 한 것은, 말하자면 어떤 사람은 색(色)에 나아가서[卽] '무상이다'라고 이름함이니, 저 사람은 형상이 무상함을 본 것이요, 모든 대가 무상한 법이라 함은 아니다. |
만약 모든 대(大)가 무상이라면, 곧 세간의 일체로서 세상일을 논설할 수 없으리니, 만약 세상일을 논한다면, '로가야타의 사견(邪見) 붕당에 떨어져서, 일체 모든 법이 이름뿐이다'라고 말할 것이며, 또한 모든 법의 자체상(自體相)이 생함을 볼 것이다. |
대혜여, 전변(轉變)함이 무상이란, 말하자면 모든 색의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을 본 것이요, 여러 대(大)가 전변함은 아니니, 비유컨대 금으로 장엄구(莊嚴具)를 만들면 형상은 전변함을 보이지만 금의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닌 것과 같아서 다른 법의 전변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
대혜여, 이와 같이 외도는 허망한 분별로 법의 무상함을 보고 '불[火]이 여러 대(大)를 태우지 않으며 자체도 타지 않으나, 저 여러 대의 자체가 차별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
대혜여, 모든 외도는 말하기를, '만약 불이 능히 여러 대를 태운다면, 곧 여러 대가 단멸할 것이니, 그러므로 타지 않는다'라고 한다. |
1) 범어(梵語) sāṃkhya, 인도 육파철학의 하나인 샹키야 학파를 말하고, 승기(僧企耶)로 음역(音譯)되고 수론(數論)으로 의역(意譯)된다. 혹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를 가리키기도 한다. 현응(玄應)의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10권에서는 "그 논(論)을 25근(根)으로 종(宗)을 삼는데, 옛날에는 25체(諦)라고 하였다"라고 한다. |
[208 / 415] 쪽 |
대혜여, 나는 말하기를, '대(大)와 모든 진(塵)은 상(常)도 아니며, 무상도 아니다'라고 하니, 무슨 까닭인가? 내가 바깥 경계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 까닭이다. 나는 '삼계(三界)가 다만 자심(自心)이다' 라고 말하고, '여러 가지 모든 상이 있다'라고 말하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불생불멸이라 말한다. |
오직 4대(大)의 인연이 화합했을 뿐이요, 대와 진(塵)은 실로 있는 법이 아니며, 허망한 마음으로 두 가지 가취(可取)와 능취(能取)의 법을 분별함이니, 여실히 두 가지 분별을 능히 알아야 한다. |
그러므로 바깥의 유무(有無)인 보는 상을 떠나면, 오직 자심의 분별과 작업(作業)이니, 이름은 생함이나 업은 생하지 않으니 유무의 분별심(分別心)을 떠났기 때문이다. |
대혜여, 무슨 까닭으로 항상됨도 아니며, 항상됨 아님도 아닌가? 세간과 출세간의 상상(上上)인 모든 법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항상됨이라 말하지 아니할 것이다. |
무슨 까닭으로 무상이 아닌가? 오직 이 자심의 분별인 견(見)임을 능히 깨닫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상이 아니다. |
그러나 모든 외도는 사견(邪見)으로 2변(邊)에 집착하는 것에 떨어져서 자심의 허망한 분별임을 알지 못하니, '성인의 무상을 분별함'이 아니다. |
대혜여, 일체 모든 법이 모두 세 가지 있으니 무엇이 셋이 되는가? 첫째는 세간의 법상[世間法相]이요, 둘째는 출세간의 법상[出世間法相]이요, 셋째는 출세간 상상의 수승한 법상[出世間上上勝法相]이다. 언어(言語)에 의하여 여러 가지로 설법하여도 범부는 깨닫지 못하며 알지 못한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처음으로 지어짐과 |
형상이 다름을 멀리 떠났지만, |
'무상이다', '물건이 있다'라고 이름하여 |
외도는 허망하게 분별하네. |
[209 / 415] 쪽 |
모든 법은 멸함이 없고 |
여러 대(大)도 자성(自性)에 머무름인데 |
여러 가지 견해에 떨어져서 |
외도들은 무상(無常)이라 말하네. |
저 모든 외도는 말하기를, |
'모든 법은 생멸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
여러 대의 자체(自體)는 스스로 떳떳하니 |
어떤 법이 무상일 것인가. |
일체 세간은 오직 마음 뿐으로, |
마음에서 두 경계를 본 것이니, |
가취(可取)와 능취(能取)의 법과 |
아(我)와 아소(我所)법은 없는 것이네. |
삼계의 위아래 법을 |
나는 모두 마음이라 말하니, |
모든 마음법을 떠나면 |
다른 것을 다시 얻을 수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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