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波羅▩)의 녹야원(鹿野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널리 펴고 나면 욕애(欲愛)를 끊고 색애(色愛)와 무색애(無色愛)9)를 끊으며 교만(?慢)과 무명(無明)을 모두 끊게 될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아주 먼 옛날에 선목(善目)이라는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았으며 눈길이 자상하고 입에서는 우발화(優鉢華)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났다.
어느 때 선목 벽지불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느 장자 집에 이르러 문 밖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 때 그 장자의 딸이 단정하기 짝이 없고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빼어나며 입에서는 우발화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는 도인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갑자기 욕정이 어 그 비구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당신은 너무도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은 것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분이십니다.
제가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저 또한 그 단정함이 서로 짝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보배가 많고 재물도 한량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벽지불이 물었다.
'누이여, 지금 나의 어디를 좋아하는가?'
장자의 딸이 대답하였다.
'저는 바로 당신의 눈빛을 좋아합니다. 또 입에서는 우발화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납니다.'
그 때 벽지불은 곧 왼손을 펴고 오른손으로 그 눈을 빼어 손바닥에 놓고 말하였다.
'그대가 좋아하는 눈이란 바로 이것이다. 누이여, 지금 어디를 좋아하겠는가? 이것은 마치 부스럼과 같아서 탐낼 것이 하나도 없다. 또 이 눈에서는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 누이여, 알아야 한다. 이 눈[眼]은 물거품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허깨비처럼 진실한 것이 아니건만 세상 사람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는 것이다.
귀[耳]·코[鼻]·혀[口]·몸[身]·뜻[意]도 그와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거짓되어 진실하지 않은 것이다. 입은 침 그릇으로서 더러운 물질을 내뱉고, 순전히 흰 뼈만 머금고 있는 이 몸은 괴로움의 그릇으로서 없어질 법이요 언제나 더러운 것이 가득 차고 온갖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이며, 또 그림을 그려 놓은 병과 같지만 그 안에는 더러운 물질이 가득하다.
누이여, 지금 어디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므로 누이여, 마땅히 그 마음을 오로지 하여 이것은 허깨비처럼 거짓되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라. 만일 누이가 내 눈빛을 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가지고 있던 좋아하던 생각과 욕심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귀·코·혀·몸·뜻도 다 무상하다고 생각하고 나면 가지고 있던 욕정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6입(入)에 대해 사유한다면 욕정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 때 장자의 딸은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앞으로 나아가 벽지불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허물을 고치고 선을 닦아 다시는 욕정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이렇게 두 번 세 번 수행하기를 맹세하였다. 벽지불은 대답하였다.
'그만하라, 그만하라. 누이여, 그것은 너의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전생의 죄로 이런 형상을 받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욕정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 눈을 자세히 관찰해 보라. 이 눈[眼]은 나[我]가 아니요, 나 또한 그의 소유가 아니다. 또 내가 그것을 만든 것이 아니요, 그것이 나를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없는 가운데서 생겨서는 곧 무너져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니요, 모두 인연이 모여 된 것이다.
이른바 인연이 모인 것이란 '이것을 인연하여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도 소멸한다'는 것이다. 귀·코·혀·몸·뜻도 그와 같아서 모두 비고 고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누이여, 눈빛에 집착하지 말라. 눈빛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안온한 곳에 이르게 되어 다시는 욕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벽지불은 그 여자에게 네 가지 무상한 법을 설하고 허공으로 올라가 열 여덟 가지 신통을 보이고는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때 그 여자는 눈·귀·코·혀·몸·뜻을 관찰해 아무것도 없는 것임을 밝게 알고 한적한 곳에서 이 법을 깊이 사유하였다. 그리고 다시 6입(入)에 주인이 없음을 깊이 사유하고 4등심(等心)10)을 얻었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났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사유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편다면 욕애·색애·무색애를 모두 끊고 교만과 무명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무상.고.무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아함경 - 일체의 행은 무상한 것이다. (0) | 2018.04.29 |
---|---|
증일아함경 - 일체의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 (0) | 2018.04.29 |
상윳따 니까야 : 제35상윳따 - 육처 상윳따(Saḷāyatana saṁyutta) - 제1장 무상 품(Anicca-vagga.S35:1-S35:12) (0) | 2018.04.22 |
상윳따 니까야 : 제22상윳따 - 제2장 무상 품(Anicca vagga. S22:12-S22:21) (0) | 2018.04.22 |
증일아함경 - 무상함을 닦으라 (0) | 201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