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입은 모두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저 눈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과 인연의 법[因緣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임시로 붙여진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行)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 : 觸]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해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 등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귀·코·혀·몸·뜻이라는 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생기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이다. 이 6입도 지은 사람이 없고, 또한 명색과 6입도 부모로 말미암아 있기는 하지만 태에 들어간 자는 없다. 이것들은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이 또한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시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더라도 불을 얻지는 못하리니,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6정(情)이 일으키는 병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6입(入)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하나니,
그것은 부모의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무인아제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moonceo/731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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