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오온 명상의 중요성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반특(槃特)이 그 아우 주리반특(朱利槃特)에게 말하였다.
"만일 계(戒)를 지킬 능력이 못되거든 속세[白衣]로 돌아가라."
그러자 주리반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서 문 밖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주리반특 비구가 문 밖에 서서 스스로 견딜 수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전처럼 거닐어 기원정사의 문 밖으로 나가셔서 주리반특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무슨 까닭에 여기서 슬피 울고 있는가?"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형님에게 쫓겨났습니다. 형님이 말하기를 '만일 계를 지킬 능력이 못되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슬피 울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없는 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었지만, 너희 형 반특으로 인해서 도(道)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 손으로 주리반특을 붙잡고 고요한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비[掃·]를 잡게 하고 가르치셨다.
"너는 이 글자를 외워라. 이 글자가 무슨 글자이냐?"
그런데 주리반특은 소(掃)자를 외우면 혜(·)자를 잊어버리고, 혜자를 외우면 또 소자를 잊어버렸다. 그 때 존자 주리반특이 그렇게 소자와 혜자를 외운 지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 소혜는 '때를 제거하여 없애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주리반특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을 제거한다[除]고 하고 무엇을 때[垢]라고 하는가? 때라는 것은 재[灰]·흙[土]· 기왓장[瓦]·돌[石]이요, 제거하여 없앤다는 것은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런 것으로 나를 가르치시는 걸까? 나는 지금 그 뜻을 생각해보리라.'
그리고 그 뜻을 생각해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내 몸에도 티끌과 때가 있다. 내 스스로를 비유해 보자. 무엇이 없애는 것이며, 무엇이 때인가?'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결박[縛結]이 때이고, 지혜(智慧)가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리라.'
그 때 주리반특은 5성음[盛陰 : 五蘊]이 이루어지는 것과 소멸하는 것을 생각하였다. 즉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원인[色集]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色滅]이다. 이것이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이 이루어지고 소멸하는 것이다'고 사유하였다.
그는 이 5성음을 생각하고 난 뒤에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였으며, 해탈하고 나서는 이내 해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에 존자 주리반특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고, 아라한이 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는 지(智)가 생겼습니다. 이제서야 혜(慧)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소혜(掃·)를 알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어떻게 알았느냐?"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없앤다는 것은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결박을 이르는 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없앤다고 하는 것은 곧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곧 결박을 이르는 말이니라."
그 때 존자 주리반특이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아뢰었다.
이제 이것을 외움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사옵니다.
지혜라야 능히 결박을 없앨 수 있고
그 밖의 다른 행은 의지할 것 못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혜로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뿐, 그 밖의 다른 행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느니라."
그 때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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