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병(治病) ① - 병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중생들의 오온가운데 색신은 지수화풍 사대로 이루어졌다. 몸이 있으면 병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마치 네 마리의 뱀이 성질이 서로 다르고 물과 불이 서로가 상극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방편으로 보여주는 병과 실제로 생긴 병은 다르다.
실제로 일어나는 병은 수행과정에서 생긴 병이고, 방편으로 나타내는 병은 깨달은 뒤에 중생교화를 위해 보여주는 병이다.
방편으로 나타내는 병은 유마거사가 병을 핑계 삼아 비하르에 누워있으면서 몸의 병으로서 범부들을 훈계하고 소승을 물리치고 대승을 꾸짖었던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상주하는 법신의 이치를 열반경에서 설한 것도 병을 의지해 설법한 경우이다. 이 모두는 방편으로 시현한 병 가운데서 행한 법문이다.
이와 같은 방편의 병은 지금 다스릴 바가 아니고 현재 다스려야 할 병은 과거 업의 과보로 태어난 몸의 병이다.
업으로 받은 몸의 병은 지수화풍 사대가 마치 네 마리의 뱀이 움직이듯 서로가 침해하는데서 일어난 것이다. 수행인이 오랫동안 병을 앓게 되면 선정을 닦는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장기간 몸에서 병이 떨어지지 않으면 닦아야 할 복을 잃고 가이없는 죄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강을 건너는 도구를 깨뜨리고 교량마저 철거한다면 정념을 잃는다” 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 의미에 해당된다.
대체로 병이 생기면 계율이 무너지는데 이는 강을 건너는 도구를 파괴하는 것과 같고, 또 선정마저도 파괴되는데 이는 강을 건너는 교량을 철거해버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사견으로 전도된 마음을 일으켜 피고름과 악취가 나는 몸을 집착하고 아끼면서 청정한 법신을 파괴하므로 정념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반드시 병마를 대치해야만 한다. 알아야만 할 것은 법은 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조건을 의지해야만 일어난다는 점이다.
병마는 아무런 인연 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수도를 하다가 지수화풍 사대가 조화되지 못해서 병이 생기기도 하고, 음식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병이 생기기도 하고, 선정가운데서 몸과 마음과 호흡 등 세 가지를 알맞게 조절하지 못해서 병이 생기기도 하고,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지 못하여 귀신이 그 틈을 엿보아서 병이 생기기도 하고, 마군의 장난으로 병이 생기기도 하고, 전생 업보로 갖가지 병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든 병환은 마음을 따라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마음을 잘 쓰느냐 잘못 쓰느냐에 따라서 병이 있고 없는 것이 구별된다.
좌선수행을 할 때 그 요점은 마음 씀씀이에 있다. 마음을 잘 사용하면 한량없는 이익을 얻고, 반대로 마음을 잘못 사용하면 허다한 허물을 저지르게 마련이다.
육신은 지수화풍 사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 가운데 일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해도 백 한 가지 병이 생긴다. 따라서 지수화풍 사대가 모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사백 네 가지 병이 일어나게 된다.
마음 씀씀이를 조심한다면 모든 병이 자연스럽게 소멸되겠지만 만일 마음 씀씀이가 옳지 못하면 일체 병환이 이로 인해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리이타의 덕과 상구보리 하와중생의 공덕을 성취하려 한다면 반드시 병의 근원을 잘 알아야만 한다.
또 모름지기 좌선하는 가운데 마음으로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 병을 알고 그 병에 알맞은 약을 처방해야만이 병에 따라서 약을 투여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홀로 심산유곡 암자에 거처하면서 도를 닦다가 하루아침에 병이 일어났는데도 병을 다스릴 방법이 없다면 도업을 이루는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태로워 끝내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사소한 병이 있을 때는 꼭 약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에는 면역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재산이 많은 사람이 병이 많은 이유는 약을 많이 먹기 때문이지만 궁색한 사람이 병이 적은 이유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자기 몸속에 병에 항거할 면역력이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여기서부터는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문단으로 나누어서 해석하기로 한다.
첫 번째 지수화풍 사대가 어느 한 쪽으로 증가하거나 또는 감소하는 것으로 인해서 생기는 병의 모습을 밝혀보기로 한다.
우리의 육신은 지수화풍 사대로 조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일대만이라도 그 세력이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감소한다면 바로 질병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사대가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사대 가운데서 지대의 세력이 나머지 삼대의 세력보다 증가하면 신체가 괴롭고 무거우며 종기가 생기기도 하고 통증이 일어나기도 하고 수척하게 말라 축 늘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 등의 백 한 가지 병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지대에서 일어난 병의 모습이다.
또 수대가 나머지 삼대보다 지나치게 증가하면 습담이 가득 차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복통을 일으키거나 설사를 하는 등 백 한 가지 병이 생기며, 화대의 세력이 증가하면 뜨거운 열 기운이 크게 뻗혀 사지마디마디가 아프고 통증이 일어나고 입맛을 잃거나 대소변이 소통이 안 되는 등의 백 한 가지 병이 생기고, 풍대의 세력이 증가할 경우는 몸이 허공에 매달린 듯 떨리고 흔들리면서 통증을 일으키거나 폐가 답답하고 기운이 팽창하여 구역질이 나거나 기운이 급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 등의 백 한 가지 병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말하기를 “사대 가운데 일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해도 백 한 가지 병이 일어나고 사대가 전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백 네 가지 병이 일시에 일어난다”라고 하였다.
사대에서 일어난 병은 각자의 특징적인 모습이 있으므로 마땅히 좌선할 때에나 꿈을 꿀 때에 그것을 잘 관찰해야만 한다.
■중앙승가대 교수
수보리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haha723/14000349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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