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청정한 승단의 거룩함

수선님 2018. 8. 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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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어느 해 여름안거를 라자가하의 기원정사에서 보냈다.


마침 안거가 끝나는 날이 되자 인근에서 수행을 하던 5백 명의 제자들이 자자(自恣)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달이 뜨자 규칙에 따라 모임의 우두머리인 부처님부터 자자가 시작됐다.


“대중들이시여, 이제 자자를 행하노니 지난 안거 동안 내가 몸으로나 입으로나 생각으로나 무엇인가 비난받을 일을 했거나 그렇게 보이도록 미심쩍은 일을 하지는 않았는지요? 혹시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불쌍하게 여겨 지적해 주소서. 그러면 이 자리에서 참회를 하겠습니다.”


그러자 장로 사리풋타가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몸과 말과 생각에 조금도 잘못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거룩하고 깨끗하게 한철을 보냈습니다.”


사리풋타는 이어 자신도 장궤합장(長  合掌)을 하고 자자를 했다. 이번에는 부처님이 그의 청정함을 인정했다. 그 뒤 5백 명의 수행자들이 순서대로 자자를 했으나 아무도 비난의 말을 들은 사람이 없었다. 이를 지켜본 반기사라는 제자가 감격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즉흥시를 읊었다.


보름이라 청정한 달밤에
오백 명 대중이 모여 앉았으니
일체의 결박을 끊어 버리고
온갖 번뇌마저 다한 성자들이네.

맑고 깨끗하게 서로 친하고
어떤 구속도 다시 받지 않나니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치고
애욕의 구름에서 벗어난 분들이네.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세 가지 밝음으로 괴로움을 없애고
진리의 아들 되어 물러날 근심 없으니
위대한 성자의 후손들에게 경배하노라.


잡아함 45권 1212경 《회수경(懷受經)》


초기교단에서 행해지던 종교의식의 한 장면을 보여 주는 이 경전의 묘사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얼마나 고결하고 거룩한 삶을 살았는지를 추측케 한다.


종교인이 세속사회에 대해 지도적 위치를 갖는 것은 권력이나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남을 즐겁게 해주는 연예적 소질이 많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권력은 군왕을 능가할 수 없고 재물은 부자를 뛰어넘을 수 없다. 종교인이 세속사회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그들보다 우월한 도덕적 청정성 때문이다. 만약 종교인에게서 이것을 제거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몸에서 피를 뽑아 버린 것처럼 아무 쓸모없는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자가 자기 반성을 통해 도덕적 청정성을 지켜 가도록 포살(布薩)과 자자(自恣)의 제도를 만들어 안거중에 실시하도록 했다. 포살은 보름마다 계목(戒目)을 외우며 잘못이 없는지를 반성하는 행사이고, 자자는 안거가 끝나면 잘못이 없었는지를 대중에게 물어보는 제도다. 이 경전은 바로 고백참회 행사의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요즘의 불교교단은 어느 정도로 청정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부처님 당시만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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