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바라나시의 녹야원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서 이런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 저에게는 젊은 제자가 한 사람 있는데 그는 천문과 지리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길흉화복을 점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만약 그가 있을 것이라고 하면 반드시 있고, 없을 것이라고 하면 정말로 없습니다. 또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면 이루어지고 망할 것이라고 하면 반드시 망합니다. 이런 것을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은 직접적인 답변 대신 몇 가지 반대 질문을 던져 그를 깨우쳤다.
“그 답변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그대의 생각 몇 가지를 묻겠다. 아는 대로 대답해 보라. 물질이나 정신은 본래 종자나 실체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젊은 제자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가. 다시 묻겠다. 물질이나 정신은 영원히 멸하지 않는 것인가 아닌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젊은 제자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닌가.”
바라문은 최고의 찬사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승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이치에 합당한 것이어서 저의 어두운 마음을 열어 주나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건져 주고, 길을 몰라 헤맬 때 길을 가르쳐 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주는 것처럼 오늘 가르침도 그와 같나이다.”
잡아함 2권 54경 《세간경(世間經)》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과 정력이다. 건강과 정력에 관한 책들이 날개돋친 듯이 팔리고, 건강을 위한 운동에도 부쩍 관심이 많다. 건강과 정력에 좋다면 지렁이나 쥐도 잡아먹는다. 건강에 관한 이런 관심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다. 문제는 그 관심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 있다.
사람의 건강이란 아무리 챙겨도 끝내는 망가지게 마련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이야 진시황제나 필부필녀나 다 똑같지만 수명이란 것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태어난 모든 존재는 사멸한다는 인연의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욕심은 이 당연한 이치를 망각하고 있다. 어떤 약을 쓰면 마치 영원히 건강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한다. 병통은 여기서 생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찾아다니고, 좋다는 것은 다 사먹으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건강백세를 보장하는 약을 파는 사람도, 심지어는 병을 고쳐 주는 의사까지도 죽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부처님이 말씀하고 있는 것은 설사 천문지리나 길흉화복을 알고 그런 것을 예언했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떤 물질이나 정신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금은보화며 부귀공명이며 사랑이나 미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이치가 뻔한 일을 점을 치거나,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나 하고 헤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매달리고 집착해도 소용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그런 것으로부터 초연해지는 것이 좋다. 마음의 평화는 여기에서 생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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