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수선님 2018. 8. 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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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마하카트야나는 서방의 전도를 개척하기 위해 마투라국에 가 있었다. 어느 날 마투라의 국왕은 나무가 빽빽한 숲(稠林)에 머물고 있는 존자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했다.


“바라문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우리는 제일의 종성이요, 다른 사람은 하천하다. 우리는 희고 깨끗하며 다른 사람은 검고 더럽다. 바라문은 범신의 입에서 태어났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존자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그것은 세상의 관습이요, 틀린 생각입니다. 그것은 업에 의한 것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결정돼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지 설명해 주십시오.”


“대왕께서는 만약 바라문이 도둑질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잡아다가 벌을 줄 것입니다. 귀족이나 부자가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렇게 벌은 업에 의해 받는 것이지 바라문은 받고 다른 종성은 받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성은 평등한 것이지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겠습니다. 만약 바라문으로서 열 가지 악업을 지은 자가 있다면 그는 죽은 뒤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악도에 떨어질 것입니다. 귀족이나 부자나 다른 종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다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업에 의한 것이니 사성계급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잡아함 20권 548경 《마투라경(摩偸羅經)》


마하카트야나는 원래 서남인도 출신으로 피부색이 검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강고한 카스트제도를 비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나갔다. 그러나 바라문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 그 의지가 좌절되는 이픔을 겪어야 했다. 이 경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마하카트야나는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논의제일(論議第一)로 불릴 만큼 논리정연한 이론가였다. 그가 마투라왕을 대상으로 펼치는 사성평등의 논리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논리는 아직도 인도사회에서 수용되지 않은 채 카스트제도를 상존시키고 있다.


어디 인도뿐인가. 세계는 지금도 인종과 종교, 성별과 권위에 의한 인간차별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인권의식이 발달돼 있다는 미국사회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종적 차별이 여전하다. 유색인종이 출입하지 못하는 백인들만의 전용음식점이 버젓하게 남아 있는 것이 미국이다. 2차대전 때 나치독일이 보여준 유태인 학살은 인종차별의 비극적 전형이다.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피지배국의 여성들을 종군위안부로 데리고 나가 성적 노예로 삼았다. 다른 민족의 인권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만행이었다.


인간에 대한 차별주의는 차별의 피해당사자였던 사람들에 의해서도 저질러지고 있다. 봉건제도 아래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왔던 조상들의 서러움을 잊어버린 듯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학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조상의 후예들인가. 그들의 부모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도 한때는 남에게 괄시받으며 치를 떨었던 사람들이다. 그런 조상의 아픔을 벌써 잊어버리고 지금 자기 손안에 돈이나 권력이 있다고  남을 핍박하거나 천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또 얼마쯤 세월이 지난 뒤에 자기의 자식이나 후손들이 그 업보로 말미암아 천대를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인간에 대한 평등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남에게 밟히는 것을 싫어하듯이 남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라도 인종이나 성별, 종교로 인해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이런 정신과 사상을 펴나가다가 박해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인권운동’이란 말이 지구상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남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짓을 하면 반드시 죄가 되어 과보를 받게 된다. 인과의 법칙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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