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코살라의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그의 모습은 몹시 지치고 슬픔이 가득했다.
“대왕은 어디서 오기에 헤어진 옷을 입고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있습니까?”
“부처님, 저에게는 할머니가 있어서 존경하고 의지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 성밖에 나가 화장을 하고 슬픔을 가눌 길 없어 이렇게 세존을 찾아왔습니다.”
“왕은 조모님을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셨습니까?”
“만약 이 나라에 있는 모든 코끼리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면 왕위라도 주어서 조모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돌아가셨으니 슬픔과 그리움과 근심과 괴로움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일을 당하고 보니 예전에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은 모두 죽는다. 한번 태어난 것으로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신 말씀이 진실하고 옳은 것인 줄 알겠나이다.”
“그렇습니다. 한번 태어난 것은 설사 온 천하를 차지한 전륜성왕이라도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설사 번뇌가 다하고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아라한이라도, 열 가지 힘을 갖춘 부처라도 마침내는 몸을 버리고 열반에 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중생은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선행을 쌓으면 천상에 오르게 되고, 악업을 지으면 나쁜 곳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훌륭하고 묘한 도를 닦아 번뇌가 다하면 윤회가 없는 열반에 듭니다. 여래와 성문 제자들이 그러합니다.”
잡아함 46권 1227경 《모경(母經)》
이 경은 파세나디왕 조모의 죽음을 당해 부처님이 말씀한 설법을 기록한 것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영가법문(靈駕法門)인 셈이다. 여기에서 부처님은 죽음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언급을 하고 있다.
첫째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며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는 부처님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에 대해서는 부처님이 다른 경전에서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둘째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살아 있는 사람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두 가지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재가에 있으면서 선업이나 악업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다. 이들은 각기 지은바 업(業)대로 좋은 곳에 태어나거나 나쁜 곳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설사 좋은 곳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윤회의 삶을 계속하는 것이 된다. 복업(福業)이 다하면 다시 죽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 또 죽는 생사윤회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부처님이나 아라한들은 번뇌가 다하고 탐욕과 무명을 극복했으므로 다시는 윤회의 삶을 반복하지 않는다. 해탈이란 바로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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