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코살라의 파세나디왕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회를 벌였다. 그들은 권세와 재물에 있어서 부러울 것이 없었으므로 아름다운 미녀와 음악과 좋은 음식으로 화락을 즐겼다. 연회가 한참 무르익는 중에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 무엇인가’를 화제로 꺼냈다.
이에 대해 한 왕은 ‘아름다운 모습(色)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은 ‘아름다운 소리(聲)가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왕은 향기(香), 또 어떤 왕은 맛(味), 또 다른 왕은 감촉(觸)이라고 말했다.
의견이 이렇게 각각이어서 왕들은 좀처럼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자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을 찾아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듣자고 했다. 그들은 기원정사에 계시는 부처님을 찾아가 자기들이 논의했던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인지를 여쭈었다. 왕들의 얘기를 다 듣고 난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대왕들이여, 모든 즐거움은 자기의 뜻에 맞아야 가장 즐거운 것이 되는 것이니라. 자기의 뜻에 맞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어떤 느낌을 받아들일 때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적절한 것을 뜻에 맞는다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대왕들이여, 나는 적절하게 유쾌한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이 이렇게 소박하고 일상적인 화제를 통해서 중도의 원리를 설명하자 왕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잡아함 42권 1149경 《칠왕경(七王經)
이 경의 주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왕이 말한 색(色)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 왕은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 꼽은 것이다. 또 성(聲)이란 소리를 말한다. 이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란 뜻이다. 향(香)이란 좋은 향기를 맡는 것이고, 미(味)란 맛이므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란 뜻이다. 그리고 촉(觸)이란 감촉으로 아마도 아름다운 여성과의 접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은 요컨대 어떤 것이라도 뜻에 맞아야 하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적절함을 넘어서면 먹기 싫어진다. 어디 음식뿐이겠는가. 좋은 꽃향기도 지나치게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 여색을 너무 밝히면 건강을 해친다. 술을 마시면 즐겁다지만 도에 넘치면 화근이 된다. 음악도 너무 많이 들으면 도리어 짜증이 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또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갈증만 더한다. 이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적절하지 못하면 도리어 심한 고통이 된다. 부처님은 이런 한계점을 알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적절함이 가장 즐겁고 좋다고 말씀한 것이다.
그러면 그 적절함이란 무엇인가.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즉 중도(中道)가 가장 좋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중도를 잘 지키지 못해 늘 화를 부른다.
어떤 사업가가 사업상 필요해서 골프를 배웠다. 골프를 하다 보니 재미가 들려 아예 사업은 제껴 두고 골프장에 가서 살았다. 모든 업무는 골프장에서 전화로 해결했다.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사업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직원들은 사장이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거래처 사람이 찾아왔다가도 상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놀이에 빠졌다가 회사를 망해 먹고 말았다. 그런 뒤 은행가에는 이런 말이 퍼졌다고 한다.
‘돈을 빌리러 오는 사업가와 같이 골프를 쳐보라. 만일 그가 싱글 핸디캐퍼이면 돈을 빌려 주지 말라. 그는 골프에 빠져 사업을 망해 먹을 사람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경전 되새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애욕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 (0) | 2018.08.26 |
---|---|
[스크랩] 남의 허물을 들추기 위해서는 (0) | 2018.08.26 |
[스크랩] 부처님의 영가법문 (0) | 2018.08.26 |
[스크랩] 삿된 길을 가르치는 종교들 (0) | 2018.08.26 |
[스크랩] 천문지리에 능통한들 무슨 소용인가 (0) | 2018.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