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단정한 젊은이가 찾아와 부처님께 이런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 어떤 것이 불로도 태우지 못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홍수가 져서 모든 것을 떠내려가게 할 때 떠내려가지 않는 것입니까? 나쁜 임금이나 도적이 사람의 재물을 겁탈해 갈 때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습니까? 어떤 보배창고를 지어야 끝끝내 허물어지지 않나이까?”
부처님은 젊은이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젊은이여, 그대가 지은 복만이 불로도 태우지 못하고 바람으로도 날리지 못한다. 홍수가 져서 모든 것을 쓸어간다 해도 복은 떠내려가지 않는다. 나쁜 임금과 도적이 사람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아 간다 해도 착한 남자와 여자가 지은 복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착한 일을 해서 지은 공덕의 보배창고는 끝끝내 허물어지지 않는다.”
젊은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돌아갔다.
잡아함 48권 1291경 《화소경(火燒經)》
젊은이가 부처님에게 한 질문을 보면 그는 아마 여러 차례 재산을 도둑맞거나 빼앗긴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또 뜻밖의 천재지변으로 재산을 잃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젊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보물창고를 짓는 법을 부처님께 여쭈러 왔다. 이에 부처님은 유형의 재물은 아무리 많이 쌓아 두어도 빼앗기거나 잃을 수 있지만 착한 사람이 지은 복덕만은 누구도 빼앗아 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장롱 속에 감춰 둔 물망울 다이아몬드나 달러를 훔친 도둑이 잡혔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재미있는 기사가 난다. 이들은 세상의 이목을 두려워해야 할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보물을 집안에 감춰 두지 않고 나누어서 좋은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리 도둑이라도 그가 지은 복덕은 훔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부처님은 없어질 보물보다는 없어지지 않을 보물창고를 지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장롱 속에 감춰 둔 것이 많은 부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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