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자리를 나누어 앉은 부처님

수선님 2018. 9. 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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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이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고 있는데 제자 마하카사파(摩訶迦葉)가 찾아왔다. 그는 오랫동안 작은 암자에서 혼자 수행을 하느라고 수염과 머리를 제대로 깎지 못해 더부룩했다. 더욱이 옷은 낡고 해어져 누더기였다. 이를 본 제자들은 자리를 비켜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업신여겼다.


‘저 사람은 누구기에 저리도 행색이 초라하고 위의도 갖추지 않는가……’


부처님은 이 같은 비구들의 생각을 알아차리시고 마하카사파에게 말했다.


“어서 오너라, 카사파여. 이리로 와서 나와 함께 자리를 나누어 앉자.”


마하카사파는 사양하다가 부처님이 권하자 할 수 없이 좁은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모든 나쁜 법을 떠나 밤이나 낮이나 완전한 선정에 머무른다. 마하카사파도 또한 그러하다. 나는 사랑하는 마음(慈),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 기뻐하는 마음(喜), 일체에 집착하지 않고 버리는 마음(捨)을 성취했으며 완전한 지혜를 갖추었다. 마하카사파도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자리를 나누어 앉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그제서야 잘못을 뉘우치고, 이 일을 칭찬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다.


잡아함 41권 1142경 《납의중경(衲衣重經)》


중국의 선종(禪宗)에서 전하는 설화에 따르면 부처님은 세 차례에 걸쳐 가섭 존자에게 정법(正法)을 전했다고 한다. 첫번째가 유명한 염화미소(拈華微笑)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설법을 하다가 꽃을 한송이 들어 보였는데 가섭 존자만이 그 미소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빙그레 웃자 마음에서 마음으로(以心傳心) 정법을 가섭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바로 이 경전에 나오는 얘기대로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는 분좌반좌(分座半坐)다. 마지막은 곽시쌍부(槨示雙趺)의 설화다.


부처님이 쿠시나가라의 사라나무 아래서 열반에 들었을 때 가섭은 임종을 지켜 보지 못했다. 늦게야 소식을 들은 가섭 존자가 쿠시나가라에 도착하자 부처님은 관 밖으로 두 발을 들어내 보였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부처님이 가섭에게 법을 전했다는 삼처전심설(三處傳心說)의 시원을 이루게 됐다.


이 삼처전심설은 중국 송대(宋代)에 만들어졌으며 염화미소의 설화가 나오는 《대범천왕문불결의경》은 가짜 경전(僞經)이라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여기서 삼처전심설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므로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부처님이 제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사실이다. 부처님이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世尊)이시다. 그런 분이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제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누어 앉게 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로 상징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좋은 자리나 높은 자리를 남보다 먼저 차지하려는 것이 중생들이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리가 나면 궁둥이부터 먼저 들이미는 것이 우리들이다. 남의 불편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귀찮게 여긴다.


그런 우리들에게 부처님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를 하고 서로 돕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그래서 어떤 가르침 못지않게 큰 감동을 준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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