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 곳이 모두 진리이다.
隨處作主 入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
- 임제록
이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해석하면, “어디에 가건 자기 자신이 따라간다. 그러므로 지금 있는 그 곳이 바로 자신의 자리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임제 스님의 말씀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손꼽는 법문이다. 임제 스님은 황벽희운(黃蘗希運, ?~850) 스님의 법을 이어서 임제종의 개조(開祖)가 되었다. 조주 남화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불교를 좋아하고, 출가한 후 제방에 다니면서 경론을 많이 탐구하였다. 특히 계율에 정통하였다. 뒷날 대명부의 홍화사로 옮겼다가 함통 8년 4월에 입적하였다.
우리나라 스님들의 법맥은 모두 임제 스님의 법을 이은 임제 후손이다. 부처님의 법의 산맥이 오랜 세월 동안 흘러오면서 가끔씩 우뚝 솟은 산이 있다. 마명의 산, 용수의 산, 달마의 산, 혜능의 산, 마조의 산, 임제의 산들이다. 그 중에서도 아마 사상적으로나 그 법의 영향력으로나 임제의 산이 가장 유별나고 높고 험하고 깊은 산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건 스스로의 주인이 되기는 어렵다. 여기저기, 이 일 저 일 등등의 경계에 이끌려서 자신의 정신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어디를 가건 자신은 늘 따라다니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지금 있는 그 곳이 바로 자신의 자리다. 그러므로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해서 생활에 원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현재의 위치가 아닌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를 바라고 꿈꾸는 것을 그만두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있으면 지금보다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른 학교, 다른 직장, 다른 사람, 다른 업종을 늘 기웃거린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만이 많은 사람, 무엇에나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디를 가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좀 더 평화로워지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계에 팔려 다니지 말고 현재의 자신이 있는 이 순간 이 자리가 모든 것의 근원이며 중심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라는 말이다. 최상의 인생도 지금 바로 여기에 있고 행복도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진리도 도도 극락도 화장세계도 역시 지금 바로 이 곳이라는 사실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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