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사람

수선님 2018. 9. 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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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말(馬)을 잘 길들이는 촌장이 찾아왔다. 부처님이 그 촌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물었다.


“말을 길들이는 기술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가?”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요, 둘째는 엄하게 다루는 것이요, 셋째는 부드러움과 엄격함을 섞어서 다루는 것입니다.”


“만약 세 가지 방법으로도 길들여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쓸모없는 말이니 죽여 버립니다.”


이번에는 촌장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조어장부(調御丈夫)이시니, 제자들을 잘 다루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몇 가지 방법으로 제자들을 길들이시는지요?”


“나도 세 가지 방법으로 다룬다. 어떤 때는 부드럽게 하고, 어떤 때는 엄격하게 하고, 어떤 때는 엄격하면서도 부드럽게 다룬다.”


“세 가지 방법으로도 길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나도 또한 죽여 버린다.”


“부처님은 살생이 나쁜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어찌 길들여지지 않는 제자들을 죽인다고 말씀하시는지요?”


“네 말대로 살생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촌장이여, 내가 세 가지 방법으로 길을 들이는 데도 그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고 가르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를 죽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잡아함 32권 909경 《조마경(調馬經)》


이 경에 나오는 얘기를 유추해 보면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는 이래도 말을 안듣고 저래도 말을 안듣는 제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는 부처님도 어쩔 수 없었던 듯 아예 가르치기를 포기하고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육군비구(六群比丘)라 하는데 대단한 말썽꾸러기였다. 수많은 계율이 제정된 것도 이들을 훈계하고 길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부처님도 그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불교에서 못된 망나니를 혼내줄 때 ‘천불(千佛)이 출세(出世)해도 구제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부처님 같은 분이 천 번이나 이 세상에 와서 가르침을 펴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저주가 아닐 수 없다. 부처님도 포기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요즘 우리는 혹시 자신도 모르게 그런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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