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

수선님 2018. 9. 16. 11:22

how to teach a kid to read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을 찾아왔는데, 니간다풋타를 따르는 외도와 또 다른 외도의 무리가 정사 바깥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수행자의 옷을 입고 고행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착한 왕은 그들에게 공경을 다해 합장하고 예배했다.


“저는 코살라의 파세나디왕입니다.”


부처님은 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


“대왕이 저들에게 세 번씩이나 이름을 말하며 예배한 까닭은 무엇 때문인지요?”


“저분들의 행색을 보니 이 세상에 성자가 있다면 바로 저런 사람일 것 같아 존경을 바치고 예배를 했나이다.”


그러자 부처님은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은 저들이 참다운 종교인인지 아닌지를 그렇게 쉽게 단정하지 마시오. 저들이 훌륭한 종교인인지 아닌지는 가까이서 그의 행실을 살펴보아야 하오. 역경이나 고난을 겪으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참과 거짓을 어떻게 분별하는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른지 같은지를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소.”


부처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자 왕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왕의 친척 중에도 한때는 성자인 척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오욕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상기한 왕은 ‘마땅히 행실을 살펴보라’는 부처님의 말씀에 동의했다. 이에 부처님은 다시 이렇게 가르침을 베풀었다.


“나타난 형상과 겉모양으로만 그 사람의 선악을 말하지 마시오. 또 잠깐 동안 사귀어 보고서 마음과 뜻을 같이하지 마시오. 원래 겉모습에는 속이 잘 드러나지 않나니 그것은 마치 놋쇠를 순금으로 도금한 것과 같기 때문이라오.”


잡아함 42권 1149경 《형상경(形相經)》


이 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과 그 속에 내재된 인격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의 겉모습을 보고서다. 외모나 허우대가 멀쩡하면 우선 신뢰감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가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높다. 금테안경을 썼다고 점잖은 사람인 줄 알고 돈을 빌려 주었더니 사실은 사기꾼이더라, 처녀인 줄 알고 사랑을 나누었더니 사실은 꽃뱀이더라, 착하고 순진한 줄 알았더니 사실은 늑대고 여우더라 하는 얘기는 겉모습만 보고 믿었다가 실망한 사람들의 고백이다.


종교인에 대한 기대나 평가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종교인이라면 무조건 남다른 덕망과 인격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목사나 신부, 스님들이라고 해서 모두 그 이름에 걸맞은 인격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종교인이라고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을 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부처님은 이 문제와 관련해 사람을 평가할 때는 함부로 속단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혹시 놋쇠를 순금으로 도금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행위를 살펴보고 판단하라’는 충고는 사람을 사귀거나 평가하기 전에 반드시 음미해 볼 말씀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