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거라 존자와 외도인 울두남자
낙거라 존자는 일찍 깨달음을 얻은 대성인으로 많은 불제자한데서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울두남자’라고 부르는 한 외도 수행자가 있었는데 그는 한 번 참선에 들어갔다 하면 석 달 동안 삼매경에 들어가 그대로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어는 날 , 낙거라 존자와 울두남자가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먼저 울두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이 믿는 불교는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내 생각과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으며 , 한번 결심하면 곁에서 방해해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낙거라 존자가 말했다.
“ 믿을 수 없군요, 우리 불가에서 하는 참선과 당신들 외도 인이 하는 참선은 여러 가지로 다릅니다. 첨선을 통하여 깨달음의 이치를 얻는 점이 다르니까요. 불가의 수련이란 바로 지혜로써 옳고 그름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내심의 시험으로 계율을 지켜야만 비로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얻었다. 하면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수련 방법은 참선을 하여 짧은 기간 마음의 안정을 얻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순간이지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주위 환경이 바뀌면 마음의 평정은 곧 흩어지고 맙니다. 차이는 바로 ‘영원함과 순간’입니다. 지금 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겠죠?‘
“그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입니다.”
울두남자는 낙거라 존자의 말을 끝내 믿지 않았다.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낙거라 존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언젠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이 묵묵히 그 곳을 떠났다.
그런데 마갈타국의 왕은 울두남자의 참선 능력이 낙거라 존자보다 한 수 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보름에 한 번씩 울두남자를 왕궁으로 초청하여 공양을 베풀고 극진히 대접 했다.
그 때마다 울두남자는 하늘을 날아서 왕궁으로 들어왔다.
한번은 마갈타왕에게 무슨 중요한 일이 생겨서 석 달 동안 왕궁을 떠나야 했다. 떠나기 전 왕은 슬기롭고 아리따운 처녀 한 명을 불러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궁을 떠나있어야 하는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성인 울두남자를 닷새에 한 번씩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그에게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여라. 만약 그분을 노하게 한다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예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왕의 말대로 처녀는 닷새에 한 번씩 울두남자를 초청하여 극진히 공양을 올렸다. ‘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저 처녀야말로 바로 서녀야, 선녀!’
울두남자는 아리따운 처녀의 초대를 받을 때마다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밤에도 그 처녀 꿈을 꾸었다.
‘생김새나 마음씨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음식 솜씨도 뛰어 나고 나를 보살펴 주는데도 부족함이 없어,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부터 울두남자가 수련하여 얻은 깨달음은 금세 사라져 버리고,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하고 보통 사람처럼 발로 걸어서 다녔다.
‘아’ 이렇게 무너지다니...... .너무 허무하군. 그러나 다시 해 보자.‘
울두남자는 너무나 실망하여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잃어버린 힘을 참선을 통하여 되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머리 속에는 처녀의 아리따운 모습과 구슬을 굴리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 도저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을 수가 없네. 안돼, 안 돼, 이러면 안 돼.’
울두남자는 잡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온갖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울두남자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곳에서 좌선을 하면 다시 신통력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새소리와 짐승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강가로 달려갔다.
‘여기는 괜찮겠지?’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는 것은 강가도 마찬가지였다. 물 소리, 물고기와 자라가 싸우는 소
리, 그 밖에 물 속 곤충의 소리까지 귀가 따갑도록 들렸다.
‘도저히 단 되겠군!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지 정말 몰랐다.’
울두남자는 화가 치밀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괴물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물론 기어 다니는 짐승과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짐승을 다 잡아 죽여 버리겠다.
울두남자가 한번 나쁜 마음을 먹고부터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보다 슬픈 일은 얼마 안 가 병이 나 자리에 눕게 되었고 며칠 동안 시들시들 하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것이다.
울두남자의 영혼은 결국 지옥으로 떨어져 모진 형벌을 받게 되었다.
하루는 낙거라 존자가 천안으로 살펴보니 울두남자가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낙거라 존자는 마갈타 왕에게 말했다.
“임금님이 존경하던 울두남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마갈타왕이 말했다.
“얼마 전에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지금 어디계신지는 모릅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울두남자는 지금 지옥 불 속에서 모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외도인의 수행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증거랍니다. 그들은 사람이 가진 근본 번뇌를 말끔히 떨쳐 버릴 능력이 없습니다.”
마갈타왕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번뇌라는 것은 들판에 자라는 풀과 같아 낫으로 베어 버려도 얼마 안 가 다시 자라납니다. 그것을 다시 자라지 못하게 하려면 뿌리를 없애야 하는데 그들은 보이는 것만 없앴을 분 땅속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도인은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요.”
“오,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울두남자의 번지르르한 말만 믿었습니다.”
낙거라 존자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임금님은 울두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리고 그 뒤로 그를 만나 본 적이 없죠? 우리 불제자는 성불하여 깨달음을 얻고 나면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만약 울두남자가 깨달음을 얻었다면 보통 사람처럼 병들어 죽었겠습니까?”
“낙거라 존자님. 그 동안 제가 한 일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도 지금부터 불법을 따르겠습니다.“
마갈타왕은 그 제서야 불법의 위대함을 이해했다. 그리고 낙거라 존자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이 생겨 백성에게 열심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리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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